MB와 광물공사 8화~5화 : 전 볼리비아 대사 "이상득 올인한 리튬개발, 당초 안 될 사업"
MB와 광물공사 8화 : 전 볼리비아 대사 "이상득 올인한 리튬개발, 당초 안 될 사업"
MB와 광물공사 8화 : 이상득과 볼리비아 리튬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특사였던 이상득 전 의원과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마치 성사된 것처럼 선전
했던 볼리비아 리튬사업은 “처음부터 될 수가 없는 사업이었다”고 김홍락 당시 볼리비아 대사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증언했다.
볼리비아 정부가 다른 나라에 리튬개발권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볼리비아 리튬 사업권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이명박 정부와 광물공사는 우리나라가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을 통째로 가져온 것처럼 여러차례 홍보한 바 있다. 김 전 대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볼리비아
대사를 지냈다.
볼리비아 리튬사업은 이명박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자원외교특사 자격으로 추진했다.
세계 최대 소금호수인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사업으로, 이명박 정부와 광물공사는 5번이나
볼리비아 정부와 MOU를 맺으며 공을 들였다.
김신종 사장은 12번, 이상득 전 의원이 6번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또 2010년에는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을 국빈
자격으로 불러 들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가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을 확보한 것처럼 홍보했다.
게다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볼리비아 정부에 수천 억원대의 무상원조와 차관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실제로 그 중 일부는 집행됐다.
"리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볼리비아에 총 2억 5000만 달러의 차관지원을 약속했다.
2010년 8월 볼리비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에는 교량건설 사업을 이유로 4100만 달러 차관공여 계약도 맺었다.
그런데 확보하겠다던 리튬은 없어지고 배터리 소재사업만 남았다.
차관만 제공하고 결국 빈수레만 남았다.
"(전정희 의원/ 2012년 국회 국정감사)
이렇게 이명박 정부는 막대한 예산 투입과 대대적인 선전만 하다가 결국 리튬 개발권 확보에 실패했다.
포스코를 끌어들여 세운 리튬소재 배터리 부품공장이 성과의 전부였다. 채굴권 확보에 실패한 이후 광물공사는 “2010년 볼리비아가 정책을 바꾸면서 채굴권 확보에 실패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2010년, 볼리비아는 새 헌법을 근거로 민간 광업권을 모두 무효화하고, 운영 계획서로 대신하게 했다.
광업권뿐 아니라 산림권, 방송권 등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리튬에 관해서는 볼리비아 정부가 개발하되, 기술 이전을
약속하는 사업자에게 공동 사업을 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김신종 사장 인터뷰, 2012년 2월 ‘신동아’)
“볼리비아는 어떤 나라에도 채굴권 주지 않아… 이명박 정부도 아는 사실”
하지만 볼리비아 대사로 볼리비아 리튬 사업의 시작과 끝을 모두 지켜봤던 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의 증언은 달랐다. 김 전 대사는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처음부터 다른 나라에 리튬 개발권을 줄 생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10년 만에 재개설된 볼리비아 대사관에 발령된 첫 대사였던 그는 2011년 10월까지 볼리비아 대사를 지냈다.
김 전 대사와의 인터뷰는 그가 설립, 운영하고 있는 경북 문경 소재 잉카-마야 박물관에서 이뤄졌다.
"볼리비아는 리튬 말고는 우리 정부와 현안이 전혀 없었다. 사회주의 정부였던 볼리비아 모랄레스 정권은 더 이상 외국 자본에 볼리비아 자원을 수탈당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이걸 ‘자원 민족주의’라고 불렀다.
자체 생산된 자원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는 외국 자본을 활용한다는 게 볼리비아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 그 어떤 나라에도 자원 채굴권을 준 적이 없었다.
"(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
김 전 대사의 증언은 2009년 12월 4일 당시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였던 존 크리머가 본국 국무부에 보낸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는 ‘볼리비아-리튬 생산, 자력으로 추진한다
(BOLIVIA - MOVING FORWARD WITH LITHIUM PRODUCTION on ITS OWN)’라는 제목으로 “볼리비아 정부는 외국
투자자의 지원이나 개입없이 리튬을 개발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리튬전지나 전기차 같은 2차 산업에 대해서만 외국 투자를 허용한다”고 적혀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 광물공사가 그 동안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 왔다는 사실이 김 전 대사의 증언은 물론 미국 국무부 문서로도 확인된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보고서 (2009년 12월 4일)
김 전 대사는 볼리비아 정부의 이런 입장을 이명박 정부와 광물공사가 모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면서도 과도하게 홍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리튬 생산권과 채굴권을 볼리비아 정부가 다른 나라에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나 광물공사는 ‘그 동안 자원을 원자재 형태로 팔았던 볼리비아가 결국에는 개발권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광물공사는 당시 과잉홍보를 한 측면이 있다.
김신종 사장은 볼리비아에 올 때마다 기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정치인도 아닌 공기업 사장이 기자들을 대동하고 다니는 것이 이상했다.
"(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한상진 기자 greenfish@newstapa.org
MB와 광물공사 7화 : "MB 자원외교 설계자는 자한당 윤상직"
김신종의 폭로... 윤상직의 반격
이명박 정부에서 4년 간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사장을 지낸 김신종 씨가 “MB 정부 자원외교의 설계자는
윤상직 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라고 폭로했다.
이 두 사람이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명박의 머리 속에 자원개발의 큰 그림을 그려줬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가 열리던 2015년 2월, 김신종 전 사장이 당시 민주당 최민희 의원과
사석에서 나눈 2시간 46분 분량의 대화 음성파일을 입수해 김 전 사장이 이 같이 폭로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사장은 최근 뉴스타파와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사장은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자원정책실장을 거친 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도 참여하는 등 이명박 자원외교의 시작과 끝을 모두 경험했던 사람이다.
김신종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해 윤 의원은 “나는 오히려 김신종 씨가 MB 자원외교의 몸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2015년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육성 녹음파일’ 입수
2015년 2월,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가 열리기 며칠 전, 당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을 만났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식당. 밀폐된 공간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최민희 의원실 비서관이 녹음했다.
취재진은 최근 최민희 전 의원 측으로부터 이 녹음파일을 받아 대화내용을 확인했다.
최민희 의원을 만날 당시 김신종 전 사장은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돼 있었고, 검찰 수사도 앞두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진행된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된 수사였다.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김신종 사장은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취재진은 김 전 사장과 대화를 나눴던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최 전 의원은 김 전 사장이 시종일관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국정조사 직전 어렵게 김신종 사장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자신은 'MB자원외교에 책임이 없다'며 시종일관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기는 그냥 시키는대로 한 것이다. 열심히 살아왔고 그 결과 광물공사 사장까지 됐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는 겁니다. 어쨌든 '자기는 몸통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물공사가 벌인 주요 사업들에 대한 얘기가 모두 나왔다.
이명박의 친형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추진했던 볼리비아 리튬 사업에 대한 대화내용도 확인됐다.
광물공사 사장이 된 지 1년쯤 됐을 땐가 이상득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가 자원개발에 관심이 많다. 어디에 가서 뭘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전화였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돼서 대통령 특사인 이상득 의원을 모시고 볼리비아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볼리비아에만 6번 같이 갔습니다.
“이상득이 먼저 연락, ‘어떤 자원개발을 하면 좋겠냐’고 제안했다”
국민 세금 1조 5000억 원이 투자됐지만, 이사회 늑장 허위보고, 수익률 조작 등의 문제로 감사원 징계까지 진행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사업에 대한 대화도 한참 이어졌다.
김 전 사장은 “광물공사 사장 3명이 공동책임이지 내가 혼자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볼레오 사업에는 광물공사 전직 사장 3명이 연루돼 있습니다.
언제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각자 결정한 투자금액이 얼마였는지를 확인해서 거기에 맞게 책임을 묻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두 내가 책임자라고 덮어 씌우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총 설계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최민희 의원의 질문에 대해 김 전 사장은 두 사람을 지목했다.
바로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윤상직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과 산업자원부 제1차관,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이재훈 차관하고 윤상직 국장 머리에서 MB 자원외교의 큰 그림이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윤상직 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개발국장을 했던 사람이다.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2015년 2월
취재진은 음성파일 내용에 입장을 묻기 위해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김신종 전 사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왜 두 사람을 ‘MB 자원외교의 설계자’로 지목했는지 물었다.
김 전 사장은 “산자부의 핵심에 있던 두 사람이 MB 자원외교의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기자: 이명박 자원외교의 총 설계자가 윤상직 장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김신종: 윤상직, 이재훈 차관. 윤상직이 그때 산자부 자원개발국장입니다.
기자: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김신종: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분이 산자부에서 자원관련 핵심 실무라인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 분의 머리에서 자원외교의
아이디어와 생각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럼 실패한 MB자원외교에 대해서도 그 두 분이 책임져야겠네요.
김신종: 그건 검찰이 판단할 부분입니다.
“이상득 등에 업고 위세 떨친 김신종...그 사람이 MB자원외교의 핵심
”(윤상직 의원)
취재진은 MB자원외교의 총설계자로 지목된 윤상직 전 장관에게 김신종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원개발의 대부라고 자부했던 김신종 씨가 사실상 MB 자원외교의 설계자”라고
주장했다.
김신종 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개발의 대부라고 불리던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도 참여했고, 이상득
전 의원을 등에 업고 위세를 떨쳤습니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자원외교의 설계자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나는 장차관을 지내면서 신중한 자원외교를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김신종 씨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이명박 전 대통령
MB와 광물공사 6화 : 'MB 자원외교 역사왜곡 시도'
지난해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창립 50년 기념책자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 당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기록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공사 내부에서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역사 왜곡을 시도했다고 지목된 사람은 2014년 멕시코 볼레오 사업문제로 감사원의 징계요구를 받은 사람이었다.
이정기 전 광물공사 기획관리본부장은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쇄 직전까지 멕시코 볼레오 사업 기록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벌어졌다.
볼레오사업의 책임자였던 50년사 편찬팀장이 이사회 의사록, 감사원 감사결과까지 왜곡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정기 전 본부장은 지난해 광물공사가 발간한 창립 50년사 ‘자원확보를 위한 도전 50년’의 편찬위원장, 50년사 발간
총 책임자가 광물공사 역사 기록 과정에 왜곡 기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 증언한 것이다.
1조 5000억 원이 투자된 광물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사업은 광물공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도 안 된 상태에서 운영권 인수가 사실상 결정된 사업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2014년 6월 감사원이 1년 넘게 감사를 벌인 뒤 내놓은 볼레오사업에 대한 감사결과에는 더 심각한 문제들이 적혀 있다.
투자수익율을 부당하게 산정해 마치 수익성이 있는 것처럼 사업을 포장했고, 공동사업자인 민간기업들과 추가 투자
비 배분 논의도 없이 사업이 진행됐으며, 민간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거부한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물공사가 독단적으로 투자에 나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원 징계대상자가 광물공사 50년사 편찬 책임 맡아
이런 문제를 이유로 감사원은 이 사업의 실무책임자들에 대해 징계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종팔 투자운영처장도 징계대상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후 김 처장이 광물공사 50년사 ‘자원확보를 위한 도전 50년’의 편찬팀장을 맡으면서 자신이 실무책임을
맡았던 볼레오 사업에 대한 기록을 왜곡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정기 전 광물공사 기획관리본부장(50년사 편찬위원장)의 증언.
광물공사가 진행한 다른 사업에 대한 기록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공사가 운영사업자인 멕시코 볼레오 사업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50년사 편집팀장이 멕시코 볼레오 사업의 책임자였던 사람이어서 생긴 일입니다. 같은 사람이 선수와 심판을 같이 맡
으면서 생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 본부장은 역사왜곡 시도가 50년사가 인쇄되기 직전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볼레오 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감사원 감사결과가 있고, 또 공사내부에는 이사회 의사록 등 사업 진행상황을 알 수
있는 기록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편찬팀장이 가져온 초안내용은 이들 기록과는 너무 다른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팀에서 제출한 자료와도 너무 차이가 컸습니다. 한마디로 일방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주장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수정지시를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고, 인쇄직전까지 왜곡 시도가 벌어졌습니다.
취재진은 광물공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볼레오 사업책임자였던 김 처장이 기록한 글을 구해 볼레오 사업을 다룬 이사회 의사록 및 감사원 감사결과 등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김 처장이 쓴 글의 상당 부분이 이정기 전 본부장의 주장처럼 객관적인 기록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었음에도 광물공사 경영진이 수익률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이사회에 보고했다는 감사보고서 내용은 김 처장의 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2012년 8월, 광물공사 이사회가 볼레오사업의 대주주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동사업자인 민간기업과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광물공사가 독단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감사결과는 “민간기업들이 ‘먼저 투자금을 송금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르게 적혀 있었다.
이사회 의사록과 감사원 감사결과까지 왜곡 시도
또 광물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포기한 건 2012년 7월 27일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김 처장은 신임 사장이 취임한 2012년 8월 8일 이후였다고 기록하려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자신이 볼레오 사업책임자였던 김신종 사장 시절의 잘못은 모두 덮고, 고정식 전 특허청장이 신임 사장에
취임한 이후 모든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취재진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 처장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광물공사 본사를 찾아가 김 처장과의 정식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광물공사 측은 “본인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
이고, 공사도 같은 입장”이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MB와 광물공사 5화: '볼레오'의 진실
“볼레오 동광산 사업권 인수, 이사회 보고없이 진행된 계약이었다”
(2012년 광물공사 핵심 임원 증언)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벌인 최대 해외자원 개발사업이자 첫 운영사업이었다.
광물공사가 이 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모두 1조 5000억 원이 넘었다. 하지만 수년째 정상운영이 안 되면서, 광물공사의 해외자원 개발사업 중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 동시에 이명박 자원외교의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
이다.
광물공사가 이 사업에 처음 뛰어든 건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민간기업 4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볼레오
광산 지분 30%를 인수하면서 첫 발을 담갔다.
그때만해도 광물공사의 지분은 10%, 투자금액은 279억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2년 4월, 이 사업의 대주주였던 캐나다 회사 바하마이닝이 투자비 증액을 결정하고 대주단이 대출금 인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같은 해 8월 광물공사는 사업포기를 선언한 대주주의 지분 대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아예 사업권까지 넘겨받았다.
멕시코 볼레오사업은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돼 왔다. ‘왜 광물공사가 부도에 빠진 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였는지’, ‘누가
그 결정을 내렸는지’, ‘그 과정에 흑막이 있는 건 아닌지’ 같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감사원과 검찰이 나서 감사와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뭐 하나 속시원히 밝혀진 건 없이 의문만 쌓여갔다.
1년 넘게 감사를 벌인 감사원이 ‘광물공사 경영진이 사업성을 부풀렸다’거나 ‘광물공사가 독단적으로 지분인수를 결정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래서 누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결국 국민세금 1조 5000억 원이 송두리채 날라갈 판인데도, 이 문제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5월 산업자원부가 볼레오 사업을 다시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은 이런 답답한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
MB시절 광물공사 핵심 임원들의 최초 증언
“사고가 터졌는데 대책반도 없었다”
뉴스타파는 수개월 전부터 볼레오 사업의 진행과정을 다시 확인하는 취재를 시작했다.
2012년 지분 추가인수가 결정될 당시의 이사회 의사록을 입수해 검토하고 광물공사 핵심임원들의 증언을 청취했다.
2012년 8월 광물공사 사장에 취임한 고정식, 이사회 멤버였던 박성하 전 광물공사 전략경영본부장, 볼레오 사업 책임자를 지낸 오도섭 전 광물공사 재무처장 등이었다.
볼레오사업의 진행상황을 목격한 광물공사 임원들이 언론을 통해 당시 상황을 증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뉴스타파는 이러한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볼레오의 진실’을 찾는 퍼즐맞추기를 시작했다.
광물공사가 볼레오 사업의 대주주인 캐나다 회사의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기로 결정한 2012년 8월 2일 이사회에서였다.
그리고 6일 후인 8월 8일 고정식 전 특허청장이 신임 광물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그런데 고 전 사장이 취임했을 당시 광물공사에는 볼레오사업을 책임지는 대책반도 없었다.
다음은 고 전 사장의 증언.
볼레오 사업에 대한 첫 보고를 받았던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대주주가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공장이 멈춰, 현장유지 비용이 일주일에 600만불씩 소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게다가 취임하기 며칠 전에 이미 대주주 지분을 우리가 다 떠 안는 계약을 한 상태였습니다.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광물공사에는 대응팀 하나 없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내린 첫 지시는 대응팀을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정식 전 광물공사 사장
취재진은 광물공사가 대주주 지분을 떠 안던 상황이 적나라하게 기록된 당시 이사회 의사록을 확인하던 중,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2012년 4월 사업이 중단된 뒤, 광물공사 경영진이 공사의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공사 중단, 대주주의
부도사태 등 사업현황을 3개월 이상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볼레오사업에 문제가 생긴 건 2012년 4월 18일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은 2012년 7월 27일에야 이사회에 보고됩니다.
당연히 이사님들이 늑장보고를 문제삼았습니다. 이사회 분위기가 아주 험악했습니다.
실무라인이나 담당 본부장은 검토를 하느라고 시간이 걸렸다고 얘기했지만, 이사님들은 다 변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사회에 사전보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광물공사 경영진이 대주주측과 5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추가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광물공사 경영진이 대주주 측과 계약을 체결한 건 이사회에 대주주 부도사태,
공사중단 등이 처음 보고되기 이틀 전(2012년 7월 25일)의 일이었다.
중요한 경영상 문제를 사전보고하도록 하고 있는 광물공사의 내부 규정을 경영진이 위반한 것이다.
경영진이 맺고 온 계약은 이사회 의결을 전제로 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당시 광물공사 이사들은 “요식행위에 불과
하다”며 경영진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런 사실은 취재진이 확보한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이사회 늑장보고, 허위보고의 최종 책임자는 사장과 담당 본부장”
이사회 보고도 없이 진행된 이 계약은 광물공사가 볼레오 사업을 모두 떠안게 되는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런 사실은 2014년 감사원 감사결과는 물론 2015년에 진행된 검찰 수사결과에서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던 남효응 전 광물공사 이사는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경영진이 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이사회가 경영진 비리를 조사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육두문자까지
쓰면서 소리만 지르고 말았죠.
대주주 지분인수 결정이 난 뒤인 2012년 10월, 볼레오 사업 책임자로 임명된 오도섭 전 광물공사 재무처장도 광물공사 경영진이 이사회에 늑장보고, 허위보고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당시 사장과 담당 본부장 등 경영진에게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대주주였던 바하마이닝이 사실상 사업포기를 통보해 온 건 2012년 4월 8일인데, 이후 3달 간 초기 현황이나 중간 진행상황이 이사회에 보고된 사실이 없었습니다.
사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전보고하도록 한 공사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늑장보고, 허위보고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 다시말해 사장과 담당 본부장들에게 있습니다.
50년 역사의 광물공사는 조만간 간판을 내리고 광해관리공단과 통합된다.
500명 가까운 광물공사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구조조정의 칼날 위에 서게 됐다.
혈세 1조 5000억 원이 허비된, 하지만 실패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지금까지 알 수 없는 멕시코 볼레오 사업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 문제의 대주주 지분인수가 결정된 지 이미 6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반드시 책임자를 찾아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 이명박 전 대통령(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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