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지난해 2학기에도 성적우수상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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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숙명여고 쌍둥이, 지난해 2학기에도 성적우수상 싹쓸이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문ㆍ이과에서 나란히 전교 1등을 한 올 1학기뿐 아니라 지난해 2학기에도 주요 과목 성적우수상을 휩쓴 것으로 드러났다.
올 1학기 문제 유출 여부를 중점 감사한 서울시교육청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해 2학기에도 문제 유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범위를 확대했으며, 주말 사이 쌍둥이 자매를 대상으로 3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지난해를 포함해 쌍둥이 자매의 재학 기간 전체를 대상으로 유출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자매가 학기 전교 1등만 받는 ‘학업성적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논란이 된 올 1학기 성적
이었다.
1년 전만 해도 각각 전교 121등(언니), 59등이었던 자매 성적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자매는 각각 전교 5등(언니), 2등을 차지한 1학년 2학기에 성적이 1학년 1학기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성적 상위 우수자에게 주어지는 상을 대거 수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에 언니는 총 5개 과목에서, 동생은 7개 과목에서 ‘과목성적 최우수상(전체 1~3등)ㆍ우수상(상위 4%)’ 등 교과부문상을 휩쓸었다.
구체적인 수상내역을 보면 언니(문과)는 △영어독해와작문 △한국지리에서 최우수상을, △국어Ⅱ △수학Ⅱ △지구과학Ⅰ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동생(이과)은 △한국사 △운동과건강생활 △가정과학에서 최우수상을, △수학Ⅱ △한국지리 △지구과학Ⅰ △미술창작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올 1학기에는 전체 10개 과목 중 8개(언니), 9개의 교과상을 휩쓸었다.
이들은 불과 6개월 전(1학년 1학기)만 해도 예체능 과목인 미술창작(언니)과 운동과건강생활(동생)에서 각각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받는 데 그쳤다.
단기간성적이 오르기 힘든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최상위 성적을 올려 문제 유출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숙명여고 학부모 A씨는 “단순 암기과목도 아닌 기본기가 중요한 국영수 성적이 한 학기 만에 급상승할 수 있느냐”며 “이 학교 학생들은 이미 국영수 선행학습을 하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성적 변동이 큰 과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자매의 지난해 성적을 검토하며 유출 여부 수사에 주력하는 한편, 두 차례 중단됐던 자매 조사를 재개했다.
앞서 경찰은 자매 휴대폰에서 문제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 지난 8일 자매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6일(참고인
신분)과 14일 두 차례 조사를 진행했으나 동생이 호흡곤란을 호소해 중단한 바 있다.
한편, 숙명여고는 “현재 평가업무담당 교직원의 친인척 가운데 본교 재학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학업성적관리규정’을 개정했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26일 학부모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문에서 숙명여고는 △평가
관리실 신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보안 유지 △자녀가 재학 중인 교원에 대해 평가 관련 업무 배제ㆍ교과 담임
배제 △자녀가 재학 중인 교직원에 대해 정기고사 문항 출제 및 검토ㆍ결재ㆍ인쇄 등 성적 관련 업무 배제 △평가문제 인쇄 기간 인쇄실 통제구역 설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숙명여고 쌍둥이 1년간 교내대회 총 44개 수상...1학년 2학기부터 '의혹'김해영 의원 "새로운 의혹 철저 수사해야"...언니 23개·동생 21개 수상최근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녀가 교내대회에서만 총 44개를 수상해 생활기록부를 위한 실적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과목 (최)우수상 경우, 1학년 1학기 2개에서 1학년 2학기 12개, 2학년 1학기 17개로 눈에 띄게 늘어 현재 경찰의 수사 초점이 맞춰진 2학년 1학기 성적 뿐 아니라 1학년 2학기 성적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 제출 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교내대회 수상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학기에 언니는 총 5개 과목에서, 동생은 7개 과목에서 과목성적 최우수상(전체 1~3등)과 우수상(상위 4%)을 휩쓰는 등 총 44개의 교내대회 수상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1학년 2학기 구체적인 과목성적 수상내역을 보면 언니(문과)는 △영어독해와작문 △한국지리에서 최우수상과 △국어Ⅱ △수학Ⅱ △지구과학Ⅰ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동생(이과)은 △한국사 △운동과건강생활 △가정과학에서 최우수상과 △수학Ⅱ △한국지리 △지구과학Ⅰ △미술창작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들은 불과 6개월 전(1학년 1학기)만 해도 예체능 과목인 미술창작(언니)과 운동과건강생활(동생)에서 각각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받는 데 그쳤다. 그 이후 바로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기 힘든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상을 받은 만큼 당시에도 문제 유출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김 의원은 "숙명여고의 시험지 유출 의혹이 올해 1학기 뿐 아니라 지난해 2학기에도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교육부와 경찰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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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쌍둥이 중간고사 결과 조사…학생들 서로 성적 공개 경찰, 2학기 중간고사 성적과 지난 1학기 성적 비교 중 |
26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숙명여고로부터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 유출 의혹 당사자인 쌍둥이 자매의 지난 1학기 성적과 비교에 나섰다. 숙명여고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 동안 2학기 중간고사를 치렀고, 해당
이과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은 6등이거나 11등 이하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과반 역시 서로 성적을 맞춰보며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추측하고 있다.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올 7월 중순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전 교무부장인 A씨의 쌍둥이 자녀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성적이 급격하게 올라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했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들의 1학년 당시 성적은 전교 59등과 121등이었다.
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자매가 나중에 정답이 정정된 시험문제에 변경 전 정답을 나란히 적어낸 경우가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조사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달 A씨와 전 교장, 교감, 시험 담당 교사 등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그달 19일 A씨와 전직 교장, 교감 등에 대해 출국금지를 조치했다.
쌍둥이 자매는 휴대전화에서 시험 문제 유출 정황이 발견돼 지난 8일 피의자로 전환됐다.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된 문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너무나도 쉬운 문제였던데다 출제 담당 교사가 실수로 정답용 답안지에 오답을 적었는데 쌍둥이 동생만이 그 오답을
지난 16일 MBC 'PD수첩'은 숙명여고 교무부장 쌍둥이 자녀 사건과 관련해 고교 내신 비리를 취재한 '대학으로 가는
길 가짜학생부' 편을 방영했다.
이날 방송에서 숙명여고 교감 선생님은 논란을 낳았던 쌍둥이들과 관련된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학기 2학년 중간고사 화학시험에서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중 동생이 출제자의 오류로 잘못 기재된 정답지 상의 답안을 똑같이 적어 제출했다는 것이다.

"(가)와 (나)에 포함된 수소 원자수 비를 가장 간단한 정수로 나타내시오"
H가 수소를 뜻하는 기호라는 건 중학생 정도면 알고 있는 상식.
가)에 포함된 수소 질량비는 1/11, (나)에 포함된 수소 질량비는 1/15이다.
'(가):(나)=1/11 : 1/15'를 가장 간단한 정수비로 나타내기 위해 양쪽에 분모인 11과 15를 동시에 곱하면 15:11이라는
그런데 최초의 정답은 10:11이었다.
학생들이 답에 이의를 제기하자 출제 담당 교사는 실수를 인정하고 답을 정정했다.
답안지를 작성하다가 편집 상의 실수를 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최초 정답 10:11로 적어낸 학생은 전교생 중 단 한명, 이과 1등을 했다는 그 쌍둥이 동생이었다.


이 문제는 말만 화학이지 사실상 문제풀이 방식은 곱셈과 나눗셈, 분수의 개념을 배우는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의
물론 누군가는 틀릴 수도 있는 문제지만 전교1등이 틀릴 문제는 전혀 아니다.
누리꾼들은 "실수로 11:15라고 답을 적어낼 수는 있겠지만 '10'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정말 몰라서 답을 찍는다 해도 문제에 나와있는 숫자들로 조합하기 마련인데 '10'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오게
이 대목에서 교무부장 딸이 답안지를 유출해 최초 답안지를 보고 달달 외워 그대로 답을 적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누리꾼들은 "이 문제를 틀린 것도 어이없지만 원래 정답 그대로 적어낸 게 화가 난다"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이 쌍둥이 학생들은 1학년 1학기 때만 해도 성적 면에서 최상위권이 아니었다.
쌍둥이 동생은 전교 59등, 언니는 전교 121등이었는데 2학기가 되자 동생은 전교 2등, 언니는 전교 5등으로 등수가
그동안 교육계와 통계학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이룬 경이로운 성적 상승이다.
2학년 1학기에는 둘 다 문이과 전교 1등이 됐다.
자매가 동시에 성적이 급등하자 숙명여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쟤네 뭔가 있다"며 의심하는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한편 지난 23일 서울수서경찰서는 쌍둥이 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분석한 결과 시험문제 유출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두달째…숙명여고 사태 ‘분노의 촛불’
학부모 “당장 쌍둥이 ‘0점 처리’”
내년 ‘수시 영향’ 우려의 목소리
쌍둥이 입원중…경찰수사 난항
학교측은 “재판 결과 기다린다”
현직 교무부장이 자신의 두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해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분노한 학부모들의 학교 앞 촛불집회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일부 정황이 확인됐지만, 경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와 당사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학부모 모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처음 시작된 숙명여고 앞 야간 촛불집회는 오는 주말 60일째를 맞는다.
애초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집회는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죽은 공교육을 애도한다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참여한다.
혹시나 집회 참가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도 착용한다.
두 자매를 모두 숙명여고에 진학시켰다는 한 학부모는 “의혹이 터진 뒤에야 문제의 쌍둥이가 교내 상을 11번이나
받았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며 “교사의 자녀라는 이유로 내신 특혜를 받는 만큼 내 자녀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생각에 집회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 학교운영위원이었던 A 씨 역시 종종 집회 현장을 찾고 있다.
지금도 주변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는 그는 “고2 학부모들은 당장 겨울방학부터 수능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사가 늦어지다 보니 더 초조해하고 있다”며 “당장 내년 수시 준비를 해야 하는 학부모 중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성적부터 정정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역 학부모 모임 등에서는 학교 측이 재판 결과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을 보이자 “당장 내년 수시를 위해 쌍둥이의 시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석차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학부모들 역시 “경찰 수사에서 정황이 나온 만큼 다른 학생들이 받은 성적 불이익을 학교가 빨리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 되는 대로 학교 측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수사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달 안에 현재 입원 중인 쌍둥이에 대한 조사를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두 차례의 조사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한 쌍둥이가 재소환에서도 건강이상을 호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쌍둥이가 입원한 사이 진행한 전 교장과 고사총괄 교사의 소환조사에서도 관련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쌍둥이를 포함한 피의자 6명이 모두 혐의를 부인 중”이라며 “조사가 길어지면서 입건자 중 4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최근 연장하고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
공정한 내신은 불가능할까…'숙명여고 사태'가 남긴 것
경찰 수사 막바지…
들끓는 “수시 축소” 여론
“처음에 의혹이 불거지고 나서도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네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이모(46·여)씨는 최근 경찰이 ‘숙명여고 시험문제·답안지 유출 의혹’ 수사에서 물증을 확보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같이 털어놨다. 이씨는 “강남에 있는 학교는 내신 관리가 철저한 편일텐데도 이런 일이
생긴 걸 보면 학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숙명여고 문제 유출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고교 내신의 신뢰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데 이어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명문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자
‘내신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사그라드는 듯했던 ‘대학입시 수시모집 비중 축소·정시 비중 확대’ 목소리에도 다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번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의 여파가 정부의 향후 대입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교무부장 父가 문제 유출한 증거 나왔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 학교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딸의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A씨가 두 딸에게 시험에 관해 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참고인 신분이던 A씨의 두 딸도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로써 이 사건 피의자는 A씨와 두 딸, 숙명여고 전 교장·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 등 6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쌍둥이 딸의 2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이전 성적과 비교해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이들을 불러 조사한 뒤 이르면 이달 안에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숙명여고 문제 유출 의혹은 지난해 1학년 1학기에 각각 문·이과 전교 59등·121등이던 A씨의 두 딸이 2학기에 전교
2·5등으로 성적이 급상승했고, 올해 1학기에 나란히 문·이과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교무부장인 A씨가 시험문제 검토·결재라인에 있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운 요인이다.
◆잇따르는 내신비리, 높아진 수시 비중 탓?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비단 숙명여고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전남 목포시의 한 고교에서는 2학기 중간고사 영어 시험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한 학생이 교사연구실에서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학기 광주의 한 고교에서는 학교 행정실장이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학부모의 부탁으로 1학기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통째로 빼돌렸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한 외국어고에서 교사가 학교 인근 학원 원장과 공모해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내신비리가 잇따르는 원인으로 70%를 웃도는 현행 대입 수시 비중이 거론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시 모집인원은 25만8920명으로 전체의 74.0%를 차지했다.
올해 대입에서는 76.2%까지 늘었다.
내신이 중요한 수시 특성상 비리가 생길 여지도 크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비판… 당국 대책에도 우려 계속
경찰 수사에서 A씨가 딸들에게 문제를 유출한 물증이 발견되면서 학생·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잖아도 내신을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비교적 내신관리가 엄격하다고 알려진 강남의 고교에서까지 이런 일이 생기면서 사회적 충격이 컸다는 평가다.
이번 사건 관련 기사들에는 하나 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수시 비중을 줄여야 한다”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가 공정하다”, “내신을 없애고 전국 단위 시험으로 보자”는 등의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관련 집회·시위도 잇따랐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매일 저녁 학교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전국 모든 고교의
내신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시험 출제·관리 절차를 규정한 학업성적관리지침을 강화하는 한편,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상피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70%가 넘는 수시 비중과 치열한 내신 경쟁이 계속되면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실제로 문제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고 쌍둥이 학생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의 부친이자 이 학교 전임 교무부장인 A씨가 문제를 유출한 것이 사실로 보고 이르면 이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유출 의혹으로 고교내신 신뢰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6일 서울 숙명여고 정문.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