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휴대전화 해킹 의혹과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 책임
회사 차원 헤비 업로드 관리 의혹 등 쟁점 총정리
'카르텔 핵심' 뮤레카 끝에 양진호 있었다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필터링 업체 ‘뮤레카’ 실소유주로 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나왔다.
뮤레카는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회사다.
경찰은 양 전 회장이 웹하드를 통한 불법 음란물 유통을 방치한 것을 넘어 적극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유통부터 필터링, 삭제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양 전 회장은 ‘한국인터넷기술원’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한국미래기술’, ‘이지원인터넷서비스’(이지원), ‘선한아이디’, ‘블루브릭’ 등 계열사를 두고 있다. 컴퓨터 및 사무용 기계·장비 임대업을 하는 ‘한국네트워크기술원’도 양 전 회장 소유 계열사라는 의혹을 받는다.
이지원은 국내 웹하드 업계 1위 ‘위디스크’를 운영한다.
선한아이디는 업계 2위 ‘파일노리’를 서비스 중이다.
이지원과 선한아이디의 지난해 매출액은 합산 151억원에 달한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86억원을 기록했다.
시민단체들도 웹하드 카르텔 핵심을 뮤레카라고 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웹하드 업계 절반 이상이 뮤레카와 연관이 있다”며 “웹하드 불법 수익은 필터링 기술 계약을 맺은 뮤레카가 존재함
으로써 합법인 것으로 면책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웹하드 업체들은 뮤레카를 통해 불법 음란물 영상을 걸러내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유통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이다.
또 뮤레카는 불법 촬영물 피해 여성의 의뢰를 받아 영상을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업체 ‘나를 찾아줘’를 운영했다.
그간 뮤레카 실소유주는 양 전 회장이라는 추측만 무성했다.
연관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6일 쿠키뉴스 취재진은 뮤레카 사무실을 찾았다
쿠키뉴스는 뮤레카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
십여 년 넘게 뮤레카에서 재직해 온 A씨는 “뮤레카는 본래 ‘한국기술지원’ 소속이었으나 지난달 매각됐다”고 말했다. 한국기술지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다. 이곳의 실소유주 또한 양 전 회장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술지원과 뮤레카의 법인 등기에서는 양 전 회장 계열사에서 재직했던 인물이 다수 확인됐다.
한국기술지원의 대표는 전모(50)씨다. 전씨는 사내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전씨의 이름은 이지원 법인 등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4년간 이지원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한국기술지원은 양 전 회장의 동생 양진서씨가 대표로 있는 블루브릭과도 연관성을 갖는다. 한국기술지원의 감사를
지내던 권모(52)씨는 지난 2014년 11월30일 사임했다. 그는 블루브릭에서도 대표이사로 일했다.
권씨의 이름은 ‘문제’의 기업 뮤레카에도 등장한다. 그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지난 2013년 6월까지 뮤레카의 사내
이사였다. 또한 뮤레카의 부사장도 지냈다.
연결고리는 더 있다.
뮤레카의 전 대표이사였던 임모(45)씨는 선한아이디의 대표이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양 전 회장 소유로 추정되는 한국네트워크기술원의 지분을 100% 보유한 인물이기도 하다.
해당 건물 8층에는 이지원과 선한아이디가 입주해있다.
다만 8층에는 이지원 사무실만 존재했다.
수상한 주소지도 양 전 회장과 뮤레카의 관계를 의심케 한다. 한국기술지원의 주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인근 한 빌딩의 809-1호. 뮤레카도 지난 2016년까지 같은 주소를 사용했다.
그러나 한국기술지원이 사용한다는 809-1호는 취재 결과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이 건물 805호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회사가 들어와 있다. 이지원이다.
그렇다면 한국기술지원의 사무실은 어디 있는 것일까.
이 회사 직원 33명은 어디에서 일 하고 있을까.
현재 이 건물 8층은 이지원과 다른 두 개의 회사가 같이 쓰고 있다.
해당 건물 관리인은 “여기에 809-1호라는 곳은 없다”며 “이지원 내에서 세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의심했다. ‘숍인숍’(Shop in Shop) 개념이라는 말이다. 결론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지난 8월31일 변경 등록된 법인등기 주소가 잘못되었거나, 표면상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회사가 한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거나.
앞서 취재진과 만난 A씨는 양 전 회장과 뮤레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필터링 업체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뮤레카와 이지원은 같은 회사”라고 단언했다.
뮤레카의 매각에 대해서도 “양 전 회장과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회의적으로 답했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한국기술지원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뮤레카 측은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신민경 기자 spotlight@kukinews.com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쿠키뉴스(ww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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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경찰에 전격 체포돼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압송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최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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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양 회장이 소위 '웹하드 카드텔'을 이용해 음란물 유포에 관여하고 이를 통해 1천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며 불법 수익 환수 요구도 강하다.
◇영업이익률 60% 넘는 알짜 업체 보유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위디스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0억원과 53억원이다. 파일노리도 159억원과
98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각각 25%와 62%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외형적으로는 주로 영화나 드라마 등 각종 컨텐츠를 중개해서 수익을 얻는 구조지만 실상은 각종 음란물을 중개해 큰 수익을 얻고 있다는 내부자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불법촬영물을 비롯해 각종 불법 컨텐츠를 통해 이들 업체가 수익을 얻고 그것이 양 회장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감독당국과 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통상 웹하드 업체 수익의 30~40% 정도가 음란물 중개를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온라인 유통 콘텐츠 업체의 개발자 A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P2P 웹하드업체는 평균적으로
40%에서 60% 정도의 매출이 저작권 없는 음란물로 발생되는 수익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료가 자동으로 붙기 때문에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서 "대신 불법촬영물 등 음란물이 한번 올라오면 다운로드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웹하드 업체에도 큰 수익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불법 수익부분 입증할 증거 찾아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란물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행위에
대해 범죄수익을 환수·추징할 수 있는 중대범죄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양 회장의 폭행 사실이 드러나기 전부터 경찰이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업체의 음란물 유통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부분 증거가 모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양 회장의 재산이 실제 불법행위를 통해 얻어졌는지를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된다는 점에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지난한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음란물 유포를 통한 수익 비율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법원에서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추정이 아니라 실제 돈의 흐름을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에도 수천건씩 올라오는 콘텐츠 가운데 음란물을 가려내고 이것이 어떻게 웹하드 업체의 수익으로 연결
됐는지, 그리고 그 수익이 어떻게 양 회장에게 흘러갔는지도 밝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도박사이트의 경우 도박 자체가 불법행위로 규정돼 있어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인한 수익에 대해서는 별다른 법적 판단 없이도 환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웹하드 업체의 수익에는 합법과 불법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서 이 가운데 어느부분이 불법인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게 공통된 설명이다.
따라서 양 회장의 재산 가운데 불법행위를 통한 수익 부분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수사당국이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방대한 증거를 모아 불법성을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업체들의 자금 흐름과 탈세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양진호 구속수감..여전히 남는 우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구속됐다.
뉴스타파와 셜록이 양 씨의 무차별 폭행 동영상을 보도한 지 10일 만이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9일 오후 4시 경찰이 신청한 양 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양 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8가지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폭행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저작권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하지만 양 씨는 폭행과 강요, 동물학대 등 이미 명백한 영상이 나온 혐의 외에는 대부분 함구하거나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뉴스타파와 셜록이 양 씨 관련 보도를 처음 시작한 건 지난달 30일이다. 양 씨가 전직 직원 강모 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웹하드회사 위디스크로 불러,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한 영상과 폭행피해자 인터뷰가 공개됐다.
다음날에는 양 씨가 직원 워크숍에서 일본도와 사냥용 활로 닭을 죽이도록 강요하는 영상이 추가 보도됐다.
뉴스타파는 이 보도를 시작으로 총 7번에 걸쳐 양 씨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양 씨가 차명을 동원해 여러 웹하드 관련 회사를 설립, 운영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이 과정에서 성범죄 동영상 유통에 직접 관여한 사실도 뉴스타파와 셜록의 보도로 드러났다.
양 씨가 설립, 운영하고 있는 웹하드 업체 파일노리의 전직 대표는 지난 2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 씨가
성범죄 동영상 유통을 사실상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양 씨가 사실상 성범죄 동영상 유통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8일 뉴스타파와 셜록, 프레시안은 양 씨가 자신의 범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해킹앱을 심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사찰해 왔다는 사실을 위디스크 핵심관계자의 증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런 연속보도를 통해, 무차별 폭행 등 ‘양진호 엽기 게이트’로 시작된 사건은 성범죄 동영상 유통 시장 전반에 대한
사회적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진호 회장이 구속수감됨에 따라 이제 관심사는 경찰 수사를 통해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과 양 회장 비호 세력 관련
의혹이 명확히 규명되느냐 하는 점이다.
양진호 씨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 그 끝에는 언제나 법이 있었다.
양 씨는 법을 좋아하고 활용할 줄 알았다.
사소한 일로 옆집과 분쟁이 생겼을 때도, 자기 회사 직원이 인터넷 공간에 댓글을 달았을 때도 그는 여지없이 법적 다툼에 나섰다.
심지어 자신이 두들겨 팬 전직 직원을 상대로도 소송을 준비했고, 얼굴에 가래침을 밷고 집단폭행한 뒤 200만 원을
쥐어준 대학교수를 상대로도 실제 소송을 벌여 위자료를 받아냈다.
“너 때문에 가정이 파괴됐다”는 이유였다.
양 씨 회사의 전현직 직원들은 양 씨가 가진 돈 만큼이나 양 씨가 가지고 노는 법을 무서워했다.
양 씨는 10여 년 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웹하드사업 문제로 수차례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대부분 성범죄동영상 유통과 관련된 혐의였다.
하지만 그는 2012년 딱 한번 구속됐을 뿐, 매번 법망을 빠져 나갔다.
양 씨 회사 직원들이 감옥으로 향했다. 일종의 대타, 감옥에 갔다 온 직원에게 양 씨는 일정한 보상을 해 줬다고 한다.
양 씨는 이렇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화려한 변호사와 로펌을 동원했다.
그 동안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온 로펌만 6개, 그 중에는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즐비한 유명 로펌도 끼어 있었다.
막 판사복을 벗고 나와 양 씨의 이혼소송 재판을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최유정도 양 씨에게는 좋은 그늘막
이었다.
그가 얼마나 법을 잘 이용하고 활용해 왔는지는 대학교수 폭행 사건에서 극명하게 확인된다.
2013년 12월 집단폭행이 있은 뒤, 양 씨가 대학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소송 기록에는 눈여겨볼만한 내용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폭행 당일 상황이 녹음된 녹취록, 양 씨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였다.
폭행의 당사자가 당일의 녹음기록을 버젓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양 씨는 이 기록을 불륜의 증거로 썼다.
1시간이 넘는 분량의 녹취록은 대학교수와 양 씨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기록돼 있다.
그리고 폭행이 벌어지기 직전 녹음기가 꺼졌다.
결과적으로 부인과의 불륜을 추궁하는 양 씨의 음성과 이를 해명하는 대학교수의 다급한 목소리만 담겼다.
이 녹음기록 후에 어떤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는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 녹취록은 대학교수가 패소하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대학교수는 양 씨로부터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당한 뒤 여러차례 준비서면을 냈다.
그리고 자신이 입은 폭행 피해를 상세히 기술했다.
집단폭행, 가래침, 맷값 200만 원 등 이제는 세상에 알려진 얘기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지난 9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 당시 이 대학교수가 말했던 것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재판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판사가 눈을 감았는지, 보고도 못 본 체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공무원의 범죄 고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 - 형사소송법 제234조 2항
이 법대로라면, 해당 판사는 대학교수가 주장한 폭행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고지하고 수사토록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이 가는 이유다.
아직 구체적 면면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양 씨는 뉴스타파와 셜록의 보도 이후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려 수사와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경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변호사가 합류했다거나, 검찰 고위직 출신이 변호인단에 들어 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긴급체포 이후 경찰 조사에서 양 씨는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다”라며 성범죄동영상 유통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의자의 권리인 영장실질심사는 “사죄의 의미에서 포기한다”고 했다.
아마 화려하게 차려진 변호인단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을 것이다.
이미 “양 씨의 지시로 성범죄 동영상을 대량으로 유통했다”는 자기 회사 직원의 증언이 공개된 상태지만 그는 버젓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 동안 차명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대포폰을 쓰는 등 업무지시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화려한 변호인단이 이번에도 그를 방어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몰카제국의 황제’로 군림하며 성범죄 동영상 피해자의 고통을 팔아 막대한 부를 쌓아온 양진호 회장을 향해 국민적
공분이 폭발하고 있지만, 향후 수사와 재판에 여전히 우려가 드는 이유다.
취재 : 한상진, 강현석, 강혜인
한상진 기자 greenfish@newstapa.org
'갑질 폭행' 양진호 처벌 얼마나..재벌家 '솜방망이' 되풀이?
폭행치상 의율시 최대 10년안팎..단순폭행시 형량 '뚝'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직원에 대한 갑질과 폭행, 동물 학대 엽기행각, 마약 투여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긴급체포됐다.
범죄 혐의가 8개 가량 돼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재벌가의 갑질 폭행 전례 등에 비추어 볼때
실제 형량은 3~4년 안팎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전담팀은 2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지난 7일 양 회장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48시간 체포영장 기한 내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양씨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Δ폭행 Δ강요 Δ전기통신사업법 Δ성폭력처벌특례법 Δ동물보호법 Δ총포 및 도검류 관리법 Δ마약 투여 혐의 등이다. 압수물 분석 및 양 회장과 관련자들 진술에 따라 혐의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형사소송법상 2개 이상의 죄를 지은 경합범의 경우 각 죄목별 형량의 단순 합산이 아닌, 가장 중한 죄의 형량이나 금고에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양 회장의 혐의 중 인정될 경우 가장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죄목은 상해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폭행치상의 경우도 동일하다.
상해나 폭행치상 혐의가 유죄 판단을 받는다면 양형기준 상 가중처벌과 경합범 처벌기준이 적용되면 10년 안팎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해의 경우 피해자가 진단서 등으로 피해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단순폭행으로 의율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고, 그나마도 피해자와 합의가 되면 반의사불벌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검사 출신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 없이 폭행이나 상해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3~4년의 실형 정도가 예상된다"며 "양형 인자를 고려해도 가중처벌 최대 형량까지 이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과거 재벌가에서 터진 갑질 폭행 사건이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 전례를 살펴볼때 이같은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야구방망이 폭행 후 맷값 2000만원을 건넨 SK가의 최철원씨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땅콩회항'으로 재판을 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한화그룹의 3남 김동선씨의 지난해 술집 종업원 난동 및 변호사 폭행 사건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운전기사 폭행'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각각 벌금 300만원과 1500만원에 그쳤다.
검사 출신 서초동 한 변호사는 "죄질이 불량하고 다수의 죄를 범한 사실이 입증되면 실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면서도 "일부 혐의사실에서의 법정다툼, 반성하는 태도 및 초범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등에 따라 형량이 결정될 것"
이라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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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양진호(47)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9일 구속됐다.
지난달 30일 ‘직원 폭행’ 영상이 공개된 지 딱 10일만이다.
이날 오전 11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양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지만, 양 회장은 이 자리에 가지 않았다. 그는 앞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영장실질심사 참여를 포기하겠는 뜻을 경찰에 밝혔다.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도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양 회장은 현재 8가지 정도의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양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웹하드’를 이용해 불법 영상물 유통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영상 등으로 이미 공개된 폭행과 불법 도검류 소지 혐의도 있다.
또 경찰은 양 회장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확보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직원들에게 일본도로 닭을 죽이게 하거나, 비타민을 적정량보다 10배 많이 먹여 설사를 유도하는 등 양 회장의 ‘엽기적인 행각’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녹색당, 불꽃페미액션 등 10여개 단체 회원들과 ‘20만 청원 시민’ 등이 지난 8월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한 특별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직 직원을 사무실에서 막무가내로 폭행하고, 직원 워크숍에서 살아있는 닭을 석궁으로 쏘도록 강요한 양진호 한국
미래기술 회장의 갑질은 사건이 벌어진지 2~3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에 사회적 지위가 있는 유명 인사의 황당한 비위 행태가 이제서야 드러난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는 조직 내 폐쇄적인 시스템을 형성하는 인맥 채용과 위디스크 군대식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스타파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위디스크는 직원 수가 50여 명으로 크지 않은 규모지만 국내 웹하드 최상위권
업체다. 업계 영향력이 상당해 내부 소식 등이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소규모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나 임원의 사소한 갑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알려지는데, 양 회장은 자신의 갑질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해놓고 있었다.
우선 그는 인맥 채용을 통해 직원을 뽑아 내부 입단속을 철저히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디스크 내부 직원들은 대부분 양 회장의 동생 진서씨 대학 후배들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의 고압적 태도와 폭력적 카리스마, 복종으로 대변되는 사내 군대식 문화가 맞아떨어지면서 폐쇄적인 분위기가 공고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전직 직원의 경우 위디스크 인터넷 고객 게시판에 익명으로 댓글을 달았다가 양 회장이 댓글 IP주소 추적을 통해 이 직원이 작성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참혹한 폭행까지 당했다.
양 회장은 사내 구성원들이 다 알 수 있도록 공개된 사무실에서 똑똑히 보란 듯이 전 직원에게 수차례 따귀를 날리고
무릎을 꿇린 채 뒤통수를 때리고 욕설하며 공포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성했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고용당국은 이달 5일부터 양 회장이 소유한 계열사 5곳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 부당해고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행위를 집중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적인 채용 시스템, 군대식 문화…갑질 사태 키웠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오래된 사회병리로 꼽힌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갑의 횡포를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등 제도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어떤가. 직장에 사표를 낼 각오가 아니면 폭로나 저항은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폭로했을 때 사실상 피해자를 지켜줄 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컵 투척' 사건 이후 국회에서 갑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당시엔 금방 해결책이 나올 듯 시간이 지나면 그만인 것이다.
hm0712@news1.kr
국민들의 분노와 비판은 거세지만 정작 이의 근절과 피해자 보호에 앞장 서야할 정치권은 급할 것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법이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피해자를 지켜줄 법률 개정이나 함께 상생하는 직장 문화에 대한 개선 노력 없인 갑질 문화 근절은 쉽지 않다고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피해자 보호하는 법률 개정, 상생하는 직장문화 개선 노력 필요"
최근 2년간 '갑질' 횡포를 부리다가 적발된 피의자가 1만4000여 명에 달한다는 집계결과가 나왔다.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2017년 경찰의 '갑질 특별단속'에
1만4688명 검거됐다. 연도별 검거 인원은 2016년 7663명, 지난해 7025명이었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3년간의 갑질 횡포 불법행위자는 총 1만4885명으로, 이 가운데 서울이 4381명(2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2879명(19.3%) △부산 2283명(15.3%) △대구 883명(5.9%) △경남 735명(4.9%) △광주 621명(4.2%)
△인천 508명(3.4%) 순으로 집계됐다.
적발된 갑질 범죄 유형을 보면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채용 비리와 갑질 성범죄, 인허가권을 가진 공공기관의 입찰
비리, 악의적인 소비자의 기업 대상 협박과 금품 갈취 행위,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갑질 행위 등이 주를 이뤘다.
소 의원은 "매년 약 3개월간 세 차례에 걸쳐 한시적으로 단속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검거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갑질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게 만연한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는 만큼 경찰의 한시적 특별단속을 상시 단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한 매체가 엠브레인과 함께 20대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91%)이 한국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통하는 사회라고 응답했다.
심지어 71.4%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