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숙명여고 앞에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 대표 등이 숙명여교 교장과 교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1/13/166f09a0-bca2-4308-9165-3845939c800e.jpg)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숙명여고 앞에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 대표 등이 숙명여교 교장과 교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서울 서초구 숙명여고에서
학생들이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답 알았다면 왜 98점인가" 반격 나선 쌍둥이 세부녀
몇 번이고 되물어봤습니다.
진짜 안하셨냐고. 지금이라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조금이라도 죄의 무게를 덜수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세 명 모두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합니다.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정황 증거만으로 범인이 될 수 없다”는 쌍둥이 측
경찰은 A씨가 자백을 할 경우 쌍둥이 자매는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셋 모두 끝내 죄를 부인했고, 업무 방해 혐의 공범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같은 날 숙명여고는 쌍둥이 자매에 대해 퇴학 절차를 밟기로 했다.
Q. 몇몇 시험지 한켠에 ‘깨알 글씨’로 정답이 적혀 있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사전에 암기한 정답부터 적은 게 아닌가.
A. 시험 끝난 후 반장이 불러주는 정답을 채점용으로 적은 것이다.
언니의 경우 불러주자마자 바로 확인할 수 있는 21,22번 정답은 빼고 적었다.
또 해당 시험은 100점이 아닌 98점을 맞았다.
경찰은 언니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작고 흐릿하게 적었다고 하지만 같은 시험지를 확인해보면 글씨체 자체가 매우
작다.
Q. 집에서 백지 상태의 미적분 시험지도 나왔다.
A. 이 시험지가 A4나 B4가 아닌 ‘갱지’라는 게 중요하다.
갱지는 오로지 인쇄실에서만 복사 가능하다. 경찰은 A씨가 이 시험지를 복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출했다고 하지만,
A씨가 인쇄실을 드나들었다는 CCTV자료가 없다. 시험 끝나고 여분의 시험지를 가져왔다는 언니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사진=연합뉴스]
"학종 폐지" vs "썩은 부분만 도려내야"
조희연 "신속 파면 및 퇴학 권고"
정시 확대 요구에 힘쏠릴 듯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자매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고 같은 날 학교도 이들에 대한 파면과 퇴학 절차를
밟으며 숙명여고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13일 입장문을 내고 A씨에 대한 신속한 파면과 쌍둥이 자매의 퇴학 조치를 재차 권고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강남 엄마들이 모인 입시 전문 사이트 등에선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점차 커지고 있다.
강남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더이상 내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일부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정시 확대' 운동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단 한번의 수능으로 결정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능을 2번 보는 방향으로 기회를 다시 주면 되지 않느냐"며 "학교 내신은 이제 믿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의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여전히 숙명여고 정문 앞에서 촛불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 소속 한 학부모는 "지난 10년간 숙명여고의 내신 비리 가능성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학종 등 수시 전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학년도 대입 수시 비율은 76.2%다.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치를 2020학년 대입의 수시 비중은 역대 최고인 77.3%다. 수능위주 전형(19.9%)은 처음으로 20%대 밑으로 하락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 단체들은 "학교 내신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시 비중이 너무 높다"고 강조했다.
A씨가 과도하게 욕심을 내다 운이 나쁘게 걸렸을 뿐 은밀하게 이뤄지는 입시 비리는 더욱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 수서경찰서도 숙명여고 사건을 수사하며 지난해 시험 유출 증거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12일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의 증거. 쌍둥이 자매 중 한 학생이 시험지 한편에 작게 시험 정답을 나열해 적어놓았다.
[사진 수서경찰서]
숙명여자고등학교가 시험문제·정답 유출 혐의를 받는 전 교무부장 쌍둥이 딸들의 성적을
0점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숙명여고 쌍둥이 변호인 '11장 반박문'..다툼은 이제 시작
숙명여고 '시험 유출 의혹' 수사 마무리..이제 끝?
경찰 수사 마무리로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태도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심'에서 출발했던 내용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를 거치며 어느 정도 확인됐다.
쌍둥이들의 '의심스러운' 성적 급상승, 쌍둥이가 시험 전이면 들여다봤다는 메모장,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의
'수상한' 야근까지.
경찰은 12일 쌍둥이와 아버지를 업무방해 공범으로 보고 검찰에 넘겼다.
학교 시험 문제와 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쌍둥이들이 1학년이었던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올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다섯 차례 정기고사에서 시험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숙명여고도 경찰 수사결과 발표에 맞춰 '쌍둥이들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의 파면도 징계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쌍둥이 학생 변호인 반박문
쌍둥이 측 변호인 11장 반박문…의심 정황 일일이 해명
이제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은 끝난 걸까?
아니다. 검찰 수사도 남았고, 기소된다 해도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쌍둥이 측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쌍둥이 측 변호인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A4 용지 11장짜리 반박문을 냈다.
'숙명여고 사건 쟁점별 반박'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경찰이 밝힌 '정황'들은 충분히 반박할 수 있고, 결국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게 쌍둥이 측의 입장.
경찰이 공개한 핵심 정황 증거들을 두고 쌍둥이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박문에 담긴 주요 내용을 정리해봤다.
답안 적힌 메모장
① 수상한 메모: "채점과 공부용…만점도 아냐"
경찰은 결정적인 정황 증거로 쌍둥이들의 시험지와 메모장을 제시했다.
깨알 같은 정답 메모가 적혀있었는데, 답을 사전에 알고 미리 적어둔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쌍둥이 측 변호인은 '채점용' 혹은 '공부용'이라 주장했다.
2학년 1학기 전 과목 답이 다 적혀있던 쌍둥이 동생의 메모장, 이는 시험 종료 후 채점하기 위해 반장이 불러준 답을
적은 것이라고 한다.
"만약 정답을 모두 적었다면, 전 과목 만점을 받았어야 하는데 만점을 받지 못한 과목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험지에 적은 답도 마찬가지.
쌍둥이 언니는 채점하려고 적은 것이고, 동생은 시험 문제를 풀고 나서 정답 분포를 살펴보기 위해 적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시험에서 답을 모두 안다면 만점을 맞았어야 하지만, 이중 만점이 아닌 과목도 있다고 설명했다.
② 모의고사 성적 하락: "숙고 내신이 쉬운 것…최근 모의고사 성적 좋아"
내신 성적이 급등하는 사이, 모의고사 성적이 하락한 건 어떻게 설명할까?
변호인은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은 충분히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 정기고사는 두 달간의 수업 내용 범위 내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모의고사에 비해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히 숙명여고는 학교 수업에 성실하게 임한 학생들이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출제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숙명여고 시험에 대한 대치동 학원가의 평가도 전했다.
"정확하게 시험 범위를 외우는 것을 요구하고, 특별한 변형이 없어서 문제가 어렵거나 사고력을 원하는 문제는 찾아
보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쌍둥이들이 시험 유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치른 9월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과인 쌍둥이 중 언니는 국어 1등급, 수학 2등급, 영어 1등급, 한국사 1등급, 사회탐구 1등급을 받았고, 이과 동생은
국어 2등급, 수학 3등급, 영어 1등급, 한국사 1등급, 과학탐구 3~4등급이라고 전했다.
③ 컴퓨터 교체: "하드디스크 송곳으로 훼손, 개인정보 때문"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들은 증거를 없애거나, 말을 바꿔 진술을 사전에 조율한 의심도 받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전 교무부장이 경찰 수사에 앞서 컴퓨터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 설명을 보면, 전 교무부장은 7월에서 8월 사이에, 4~5년간 쓰던 노트북을 폐기했다.
특히 하드디스크는 송곳과 가위로 손상한 뒤에 쓰레기장에 버렸다.
경찰은 과거 자료를 숨기기 위해 노트북을 손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변호인 해명은 이렇다.
우선, 노트북이 고장 나 폐기한 것이고, 폐기 시점은 교육청 감사도 시작되기 전이라고 한다.
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노트북 폐기 방법을 찾아봤고, 검색 결과에 따라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파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체한 컴퓨터는 한 대 더 있다.
집에서 쌍둥이들이 공부용으로 사용하는 데스크톱 컴퓨터인데, 교육청이 수사를 의뢰한 뒤에 교체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까요? 변호인은 컴퓨터를 바꾼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하드디스크는 빼서 집에 따로 보관했고 이를 경찰에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경찰이 이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공개하지 않은 정황 더 있다"
하지만 경찰이 모든 정황 증거를 다 공개한 건 아니다.
지난 수사결과 브리핑 자리에서도 기자들이 증거물에 대해 상세한 질문을 던질 때면 "재판이 남아 있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예컨대, 경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속 증거를 볼까요? 앞서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2학년 1학기 영어 시험의 서술형 답이
그대로 나왔다는 내용은 KBS 보도( [뉴스9] 숙명여고 쌍둥이 정답 유출의심 문제 확인해봤더니…) 등을 알려졌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 경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으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영어 서술형 정답 외에 두 가지가
더 확인됐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이 남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원목적분류표
(정답 서술표)
브리핑 자리에서 공개된 증거들 가운데, '이원목적분류표'라고 하는 문서도 있었다.
이원목적분류표는 정답은 물론 난이도, 채점기준 등이 자세히 설명된 이른바 정답 서술표다.
경찰은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이 이원목적분류표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슨 학기 무슨 과목인지, 또 어떤 다른 증거와 대조해 그런 의심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밖에 쌍둥이의 메모장이나 시험지에서도 기자들이 한눈에 이해하기 힘든 흔적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재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양해해달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유출 '결과'로 입증 vs 유출 '경로' 입증하라
사실, 이런 각각의 의심 정황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쌍둥이 측 변호인이 주장하는 주요 쟁점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시험 문제와 답을 유출한 방법을, 경찰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출 경로나 수법은 특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시험 유출의 결과로 나타나는 정황 증거들은 많은데, '어떻게' 유출했는지에 대한 단서는 잡지 못한 셈이다. 전 교무부장이 야근한 날이 의심스럽긴 한데, "복사기를 사용했을 수도, 시험지를 보고 적었을 수도,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이 확보한 대부분의 시험 관련 증거는 쌍둥이의 것으로, 전 교무부장의 소지품에서는 명확한 정황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정황 증거들로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험 유출의 결과'로 볼 수 있는 쌍둥이들의 메모장과 시험지, 휴대전화 등에서 확인한 정황이 충분히 많다는 것이다. 쌍둥이 측 변호인 생각은 다르다.
"수사기관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정황만 제시했다"며, 유출 방법조차 특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변호인은 전 교무부장이 시험문제와 답을 어떻게 빼돌려서, 어떤 방법으로 자녀들에게 알려줬다는 건지 입증해보라고 맞서고 있다.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직은 더, 지켜볼 일이다.
윤봄이기자 (springyoon@kbs.co.kr)
저작권자ⓒ KBS(news.kbs.co.kr)
'숙명여고 사건' '생기부 39장'.. 커지는 '학종' 불만
숙명여고 사건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
학생부종합전형, '빈익빈부익부'라며 비판도 커져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유출 의혹이 고교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내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잇따르자, 학종에 대한 불만까지 한번에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53·구속)와 A씨의 쌍둥이 자녀를 기소의견
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A씨 자택에서 쌍둥이 자녀가 전교 1등을 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쓰인 메모를 발견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총 5회에 달하는 중간·기말고사의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녀들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 안되는 내신, 불만 ↑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과 유사한 일들은 이전에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내신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해서다.
2016년 인천 서구에서는 한 고교 영어교사가 2년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친척관계인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지속적으로 미리 알려줘 입건됐다.
그는 친척학생의 학년에 맞춰 영어를 담당하며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문제를 출력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6월 부산에서는 특목고 3학년 학생 2명이 교사 연구실에 비밀번호를 누그로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촬영해 유출했고, 같은 달 광주에서는 행정실장이 학부모에게 두 차례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건네기도 했다.
지난 8월 전북의 한 고교에서는 한 여학생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4개 과목 시험지를 훔친 사실이 드러났으며 지난달에는 전남 목포의 한 고교에서 한 학생이 교사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2018 중간고사 대비 모의고사 변형 문제'를 출력해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건 교육 당국의 관리 감독이 그동안 사실상 부재했기 때문이다.
먼저 A씨처럼 자녀가 한 학교에 다녀 시험지·정답지를 유출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이들이 상당수였다.
지난 8월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2360개 중 560개교인 23.7%에 교원과 자녀가 같이 재학하고 있었다.
해당 교원 수는 1005명, 교원 자녀는 1050명이었다.
또 평가문제 인쇄실에 CCTV(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거나 출입관리대장 비치·관리 등 기본적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일선 대학들이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 모집으로 대부분의 학생을 뽑으면서 문제가
지속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내년 전체 대학 모집인원의 76.2%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비판이 커지자 일선 교육청들이 상황 수습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교육청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내신 평가 전 과정에서 친인척 교직원을 배제하기 위해 교육감 선발 후기고등학교 입학원서
제출시 부모의 재직학교를 선택·지원하지 않도록 적극 안내하고, 부모와 동일한 학교에 배정된 경우에 '교직원 자녀
분리 전보·배정 신청 특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평가문제 인쇄기간 중 인쇄실에 CCTV를 설치하고, 평가관리실·인쇄실·성적처리실을 분리하며 출입관리대장을
비치하는 등 내신 보안에도 신경 쓸 방침이다.
◇"학종은 부자 전형"… 정시 모집 요구 목소리 ↑
당국이 뒤늦게 내신 관리 감독 정비에 나섰지만 이미 내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잠재워져 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정시 선발 비율을 높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뉴스1
지난 4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대입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내신 성적 등이 포함되는 학종 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 전형의 비중을 대입에서 60% 이상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55.5%에 달했다.
이는 학종에 여러 문제들을 야기한 내신 성적이 포함되기 떄문이다.
또 정시와 달리 학종은 '부자를 위한 전형'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OO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 생기부를 파헤쳐보자' 영상 캡처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OO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 생기부를 파헤쳐보자!' 영상에는 명문대에 합격한 학종 합격자의 생활기록부가 39장에 이르는 모습이 나온다. 합격자들은 학종 관리를 위해 수많은 경시대회에 참가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수십권에 달하는 독서 목록도 적어냈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에 "빈익빈부익부다.
집안형편 어려운 아이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내신만 챙기기도 버겁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이 봉사활동에 차 끌고와서 데려다주고 독서목록 쫙 뽑아주고 주요과목은 다 학원다니면서 내신을 관리한다"는 댓글을 남겨 씁쓸한 현실을 지적했다.
즉 부모의 재력과 뒷받침이 없다면 풍부한 내용을 학종에 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학종 전형 축소와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능시험이 '깜깜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훨씬 객관적이며, 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14일 오전 기준 수백건의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정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정정당당한 사회의 출발" "수시와 학종 빨리 폐지해 주세요" "대통령과 장관은 수시와
학종을 당장 폐지하라" 등이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출처] - 국민일보
○ 학생부 비리 드러나도 관리자 경징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구의 한 사립고에서는 교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인증서를 도용했다.
이후 자기가 지도한 동아리 학생 30명의 학생부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총 39건을 몰래 수정했다.
해당 교사는 파면됐지만 이 사실을 알고도 한 달간 보고하지 않은 부장 교사, 보고를 누락한 교감은 경고만 받았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 등을 거치지 않고 보름 뒤 시교육청에 보고한 교장도 견책 처분을 받았다.
앞서 광주의 한 여고에서는 2015년 한 교사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나이스에서 지필평가와 수행
평가 점수를 조작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렸다.
교사는 파면됐지만 나이스 관리 책임이 있는 교감은 견책에 그쳤다.
또 경기 안양시의 한 공립고교에서는 지난해까지 교무부장이 2년간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하면서 자녀가 응시한 중간고사 재시험 문항 검토에 참여하고 시험지가 보관된 캐비닛 열쇠를 관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확인했지만 해당 교무부장과 교장에 대해 각각 경고 처분만 내렸다.
2015년 전남 여수시의 한 일반고에서는 조카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교사가 해임됐지만 관리자인 교장 교감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3일 낸 입장문에서 “(숙명여고와) 유사한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직원이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 시험지 도난 6건 중 4건 경징계
학생이 시험지를 훔치는 사건이 일어나도 관리자는 대부분 경징계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도난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문제가 된 6건 중에서 경징계 이상의 처분이 이뤄진 것은 2건뿐이었다.
올해 7월 서울 강북의 한 자사고에서는 2학년 학생 2명이 교무실 창문을 통해 몰래 들어가 문학 과목 시험지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학생들은 자퇴 처리됐지만 교장은 보안 관리 소홀에 따른 경고 조치만을 받았다.
올해 6월 부산의 한 특목고에서는 3학년 학생 2명이 교사 연구실에 침입해 2과목 시험지를 유출했다.
학생들은 퇴학당했지만 교장 교감은 경고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전북 익산의 사립고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에서도 교장 교감은 모두 경고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일선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교장 교감이 어떤 시스템으로 시험지가 관리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관리자를 포함한 모든 조직원이 내신 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려면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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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전경 이수진 기자 bright74@ifocus.kr |
조희연 교육감 페이스북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