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답 알았다면 왜 98점인가" 반격 나선 쌍둥이 세부녀

도토리 깍지 2018. 11. 14. 10:01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서울 서초구 숙명여고에서

 학생들이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사진=뉴스1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


/사진=뉴스1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 문제지 한켠에 빼곡히 적힌 정답들.

[사진 수서경찰서]








답 알았다면 왜 98점인가" 반격 나선 쌍둥이 세부녀



몇 번이고 되물어봤습니다.

진짜 안하셨냐고. 지금이라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조금이라도 죄의 무게를 덜수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세 명 모두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합니다.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기자가 법무법인 오현 사무실에서 만난 최영 변호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12일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직 교무부장 A(53)와 쌍둥이 자매의 변호를 맡고 있다.


정황 증거만으로 범인이 될 수 없다는 쌍둥이 측
경찰은 A씨가 자백을 할 경우 쌍둥이 자매는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셋 모두 끝내 죄를 부인했고, 업무 방해 혐의 공범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같은 날 숙명여고는 쌍둥이 자매에 대해 퇴학 절차를 밟기로 했다.


진실의 무게추가 반대편으로 기우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왜 주장을 굽히지 않을까.
최 변호사는 경찰이 제시한 십여 가지 정황 증거에 대해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 일문일답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 김경록 기자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김경록 기자          




Q. 교무부장 A씨가 야근한 뒤 초과 근무를 기록하지 않았고, 수사가 시작되자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수상한 점이 많다
         
A. 초과근무 기준 시간인 밤 920분보다 일찍 퇴근했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았다.
 노트북은 교육청 감사 이전에 수리센터에서 교체를 권해 파기했고, 수사의뢰 이후 교체된 데스크톱 컴퓨터는 하드가 그대로 남아 있다
        

Q. 몇몇 시험지 한켠에 깨알 글씨로 정답이 적혀 있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사전에 암기한 정답부터 적은 게 아닌가.


A. 시험 끝난 후 반장이 불러주는 정답을 채점용으로 적은 것이다.

언니의 경우 불러주자마자 바로 확인할 수 있는 21,22번 정답은 빼고 적었다.

또 해당 시험은 100점이 아닌 98점을 맞았다.


 경찰은 언니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작고 흐릿하게 적었다고 하지만 같은 시험지를 확인해보면 글씨체 자체가 매우

작다.


Q. 2학년 1학기 시험의 경우 동생의 암기장에 전 과목 정답이 모두 적혀 있었다. 
         
A. 이 메모가 시험 전에 작성됐다고 확신할 수 있나.
암기장에 적힌 키워드 중에는 정답과 무관한 것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헨델-메시아가 정답인 문제에서 메시아뿐만 아니라 오답 키워드인 키리에까지 함께 적혀 있었다.
숫자만 외우면 되는 객관식 시험에서 왜 굳이 이런 짓을 할까


         
숙명여고 쌍둥이 휴대폰에서 발견된 영어문제 정답. 제시된 단어를 순서에 맞게 배열하는 문제였다. [사진 수서경찰서]


숙명여고 쌍둥이 휴대폰에서 발견된 영어문제 정답. 제시된 단어를 순서에 맞게
배열하는 문제였다.

[사진 수서경찰서]          



Q. 휴대전화에 영어 서술형 문제 답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작성 날짜는 시험 전이다. 
         
A. 해당 문구는 어휘끝이라는 공식 보충교재에 중요 지문으로 나온다.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구를 적어놓은 것이다.
 쌍둥이가 수사에서 다른 공식 교충교재인 올림푸스300과 헷갈려서 잘못 진술한 걸로 경찰이 말을 맞추었다고 하는데, 경찰 조사 전에 우리는 휴대폰에서 영어 문구가 발견될 줄도 몰랐다
        

Q. 집에서 백지 상태의 미적분 시험지도 나왔다.


A. 이 시험지가 A4B4가 아닌 갱지라는 게 중요하다.

갱지는 오로지 인쇄실에서만 복사 가능하다. 경찰은 A씨가 이 시험지를 복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출했다고 하지만,

A씨가 인쇄실을 드나들었다는 CCTV자료가 없다. 시험 끝나고 여분의 시험지를 가져왔다는 언니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Q. 쌍둥이가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어 낸 경우도 있었다
         
A. 쌍둥이가 똑같이 답을 잘못 알고 있었다면 틀린 문항도 같아야 한다.
그런데 둘이 틀린 문항이 각기 달랐다.
 자매가 동시에 정정 전 정답을 적어 낸 건 수학 과목 객관식 문제 딱 하나다.

 그런데 해당 오답을 선택한 학생이 전체의 70%였다.
서술형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적어낸 건 동생뿐이다




         
숙명여고 2학년 1학기에 치러진 화학 서술형 문제. 문제의 정답은 '15:11' 이지만 쌍둥이 동생은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적어냈다. 쌍둥이 측 변호사는 "15라는 숫자를 10으로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사진 MBC 'PD수첩']


숙명여고 2학년 1학기에 치러진 화학 서술형 문제. 문제의 정답은 '15:11' 이지만 쌍둥이
동생은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적어냈다. 쌍둥이 측 변호사는 "15라는 숫자를 10으로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사진 MBC 'PD수첩']          



이 해명으로 법정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물었더니, 최 변호사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반박하는 게 성난 여론에 더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렇지만 A씨 등은 재판에서도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다.

모든 게 끝난 뒤 쌍둥이는 아마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갈 것 같다고 한다.
외국으로 떠날 수도 있다고 전해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숙명여고 앞에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 대표 등이 숙명여교 교장과 교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숙명여고 앞에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 대표 등이 숙명여교 교장과 교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내신 못 믿어, 차라리 수능 2"후폭풍 이는 숙명여고 사태


"학종 폐지" vs "썩은 부분만 도려내야"
조희연 "신속 파면 및 퇴학 권고"
정시 확대 요구에 힘쏠릴 듯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50대 김모씨는 숙명여고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첫째 아이가 곧 수능을 치르고 둘째도 고등학생인 김씨는 "자녀들이 숙명여고에 다니진 않지만 최근 사건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내신 중심의 수시 제도 공정성을 더욱 불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쌍둥이뿐 아니라 숙명여고에 전·현직 교직원을 부모로 둔 졸업생에 대한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자매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고 같은 날 학교도 이들에 대한 파면과 퇴학 절차를

밟으며 숙명여고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13일 입장문을 내고 A씨에 대한 신속한 파면과 쌍둥이 자매의 퇴학 조치를 재차 권고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강남 엄마들이 모인 입시 전문 사이트 등에선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점차 커지고 있다
  
강남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더이상 내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일부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정시 확대' 운동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단 한번의 수능으로 결정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능을 2번 보는 방향으로 기회를 다시 주면 되지 않느냐""학교 내신은 이제 믿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의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여전히 숙명여고 정문 앞에서 촛불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 소속 한 학부모는 "지난 10년간 숙명여고의 내신 비리 가능성을 전수조사해야 한다""이번 사태를 초래한 학종 등 수시 전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학년도 대입 수시 비율은 76.2%.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치를 2020학년 대입의 수시 비중은 역대 최고인 77.3%. 수능위주 전형(19.9%)은 처음으로 20%대 밑으로 하락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 단체들은 "학교 내신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시 비중이 너무 높다"고 강조했다.


A씨가 과도하게 욕심을 내다 운이 나쁘게 걸렸을 뿐 은밀하게 이뤄지는 입시 비리는 더욱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 수서경찰서도 숙명여고 사건을 수사하며 지난해 시험 유출 증거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12일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의 증거. 쌍둥이 자매 중 한 학생이 시험지 한편에 작게 시험 정답을 나열해 적어놓았다. [사진 수서경찰서]


12일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의 증거. 쌍둥이 자매 중 한 학생이 시험지 한편에 작게 시험 정답을 나열해 적어놓았다.


 [사진 수서경찰서]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분들은 수능 확대를 요구하지만 이를 통해선 학업성취도의 일부분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비리나 부정이 생기면 이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지 제도 자체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도 "학교마다 또 학교 내 과별로 원하는 학생들의 특성과 능력이 다르다""대학에 학생 선발권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공교육 정상화에도 이바지한 측면도 있다"
 "다만 학부모들의 불신을 해소할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내신 비중을 현재보다 낮출 필요는 있다"고 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숙명여고 사태로 내신을 불신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것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입시 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시 폐지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숙명여자고등학교가 시험문제·정답 유출 혐의를 받는 전 교무부장 쌍둥이 딸들의 성적을

0점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숙명여고 쌍둥이 변호인 '11장 반박문'..다툼은 이제 시작





숙명여고 '시험 유출 의혹' 수사 마무리..이제 끝?

경찰 수사 마무리로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태도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심'에서 출발했던 내용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를 거치며 어느 정도 확인됐다.

쌍둥이들의 '의심스러운' 성적 급상승, 쌍둥이가 시험 전이면 들여다봤다는 메모장,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의

 '수상한' 야근까지.


경찰은 12일 쌍둥이와 아버지를 업무방해 공범으로 보고 검찰에 넘겼다.

학교 시험 문제와 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쌍둥이들이 1학년이었던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다섯 차례 정기고사에서 시험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숙명여고도 경찰 수사결과 발표에 맞춰 '쌍둥이들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의 파면도 징계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쌍둥이 학생 변호인 반박문



쌍둥이 학생 변호인 반박문    


      


쌍둥이 변호인 11장 반박문의심 정황 일일이 해명

이제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은 끝난 걸까?

아니다. 검찰 수사도 남았고, 기소된다 해도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쌍둥이 측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쌍둥이 측 변호인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A4 용지 11장짜리 반박문을 냈다.

 '숙명여고 사건 쟁점별 반박'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경찰이 밝힌 '정황'들은 충분히 반박할 수 있고, 결국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게 쌍둥이 측의 입장.

경찰이 공개한 핵심 정황 증거들을 두고 쌍둥이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박문에 담긴 주요 내용을 정리해봤다.




답안 적힌 메모장



답안 적힌 메모장          


수상한 메모: "채점과 공부용만점도 아냐"

경찰은 결정적인 정황 증거로 쌍둥이들의 시험지와 메모장을 제시했다.

깨알 같은 정답 메모가 적혀있었는데, 답을 사전에 알고 미리 적어둔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쌍둥이 측 변호인은 '채점용' 혹은 '공부용'이라 주장했다.


 2학년 1학기 전 과목 답이 다 적혀있던 쌍둥이 동생의 메모장, 이는 시험 종료 후 채점하기 위해 반장이 불러준 답을

적은 것이라고 한다.

"만약 정답을 모두 적었다면, 전 과목 만점을 받았어야 하는데 만점을 받지 못한 과목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험지에 적은 답도 마찬가지.

쌍둥이 언니는 채점하려고 적은 것이고, 동생은 시험 문제를 풀고 나서 정답 분포를 살펴보기 위해 적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시험에서 답을 모두 안다면 만점을 맞았어야 하지만, 이중 만점이 아닌 과목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의고사 성적 하락: "숙고 내신이 쉬운 것최근 모의고사 성적 좋아"

내신 성적이 급등하는 사이, 모의고사 성적이 하락한 건 어떻게 설명할까?

 변호인은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은 충분히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 정기고사는 두 달간의 수업 내용 범위 내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모의고사에 비해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히 숙명여고는 학교 수업에 성실하게 임한 학생들이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출제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숙명여고 시험에 대한 대치동 학원가의 평가도 전했다.


"정확하게 시험 범위를 외우는 것을 요구하고, 특별한 변형이 없어서 문제가 어렵거나 사고력을 원하는 문제는 찾아

보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쌍둥이들이 시험 유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치른 9월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과인 쌍둥이 중 언니는 국어 1등급, 수학 2등급, 영어 1등급, 한국사 1등급, 사회탐구 1등급을 받았고, 이과 동생은

 국어 2등급, 수학 3등급, 영어 1등급, 한국사 1등급, 과학탐구 3~4등급이라고 전했다.


컴퓨터 교체: "하드디스크 송곳으로 훼손, 개인정보 때문"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들은 증거를 없애거나, 말을 바꿔 진술을 사전에 조율한 의심도 받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전 교무부장이 경찰 수사에 앞서 컴퓨터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 설명을 보면, 전 교무부장은 7월에서 8월 사이에, 4~5년간 쓰던 노트북을 폐기했다.


특히 하드디스크는 송곳과 가위로 손상한 뒤에 쓰레기장에 버렸다.

경찰은 과거 자료를 숨기기 위해 노트북을 손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변호인 해명은 이렇다.


우선, 노트북이 고장 나 폐기한 것이고, 폐기 시점은 교육청 감사도 시작되기 전이라고 한다.

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노트북 폐기 방법을 찾아봤고, 검색 결과에 따라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파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체한 컴퓨터는 한 대 더 있다.

 집에서 쌍둥이들이 공부용으로 사용하는 데스크톱 컴퓨터인데, 교육청이 수사를 의뢰한 뒤에 교체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까요? 변호인은 컴퓨터를 바꾼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하드디스크는 빼서 집에 따로 보관했고 이를 경찰에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경찰이 이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공개하지 않은 정황 더 있다"



하지만 경찰이 모든 정황 증거를 다 공개한 건 아니다.

 지난 수사결과 브리핑 자리에서도 기자들이 증거물에 대해 상세한 질문을 던질 때면 "재판이 남아 있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예컨대, 경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속 증거를 볼까요? 앞서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2학년 1학기 영어 시험의 서술형 답이

 그대로 나왔다는 내용은 KBS 보도( [뉴스9] 숙명여고 쌍둥이 정답 유출의심 문제 확인해봤더니) 등을 알려졌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 경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으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영어 서술형 정답 외에 두 가지가

 더 확인됐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이 남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원목적분류표(정답 서술표)


이원목적분류표


(정답 서술표)          



브리핑 자리에서 공개된 증거들 가운데, '이원목적분류표'라고 하는 문서도 있었다.

이원목적분류표는 정답은 물론 난이도, 채점기준 등이 자세히 설명된 이른바 정답 서술표다.

경찰은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이 이원목적분류표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슨 학기 무슨 과목인지, 또 어떤 다른 증거와 대조해 그런 의심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밖에 쌍둥이의 메모장이나 시험지에서도 기자들이 한눈에 이해하기 힘든 흔적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재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양해해달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유출 '결과'로 입증 vs 유출 '경로' 입증하라

사실, 이런 각각의 의심 정황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쌍둥이 측 변호인이 주장하는 주요 쟁점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시험 문제와 답을 유출한 방법을, 경찰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출 경로나 수법은 특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시험 유출의 결과로 나타나는 정황 증거들은 많은데, '어떻게' 유출했는지에 대한 단서는 잡지 못한 셈이다. 전 교무부장이 야근한 날이 의심스럽긴 한데, "복사기를 사용했을 수도, 시험지를 보고 적었을 수도,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이 확보한 대부분의 시험 관련 증거는 쌍둥이의 것으로, 전 교무부장의 소지품에서는 명확한 정황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정황 증거들로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험 유출의 결과'로 볼 수 있는 쌍둥이들의 메모장과 시험지, 휴대전화 등에서 확인한 정황이 충분히 많다는 것이다. 쌍둥이 측 변호인 생각은 다르다.

"수사기관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정황만 제시했다", 유출 방법조차 특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변호인은 전 교무부장이 시험문제와 답을 어떻게 빼돌려서, 어떤 방법으로 자녀들에게 알려줬다는 건지 입증해보라고 맞서고 있다.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직은 더, 지켜볼 일이다.



윤봄이기자 (springyoon@kbs.co.kr)


      








'숙명여고 사건' '생기부 39'.. 커지는 '학종' 불만



숙명여고 사건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

 학생부종합전형, '빈익빈부익부'라며 비판도 커져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유출 의혹이 고교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내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잇따르자, 학종에 대한 불만까지 한번에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53·구속)A씨의 쌍둥이 자녀를 기소의견

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A씨 자택에서 쌍둥이 자녀가 전교 1등을 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쓰인 메모를 발견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총 5회에 달하는 중간·기말고사의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녀들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 안되는 내신, 불만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과 유사한 일들은 이전에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내신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해서다.

2016년 인천 서구에서는 한 고교 영어교사가 2년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친척관계인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지속적으로 미리 알려줘 입건됐다.


그는 친척학생의 학년에 맞춰 영어를 담당하며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문제를 출력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6월 부산에서는 특목고 3학년 학생 2명이 교사 연구실에 비밀번호를 누그로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촬영해 유출했고, 같은 달 광주에서는 행정실장이 학부모에게 두 차례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건네기도 했다.


지난 8월 전북의 한 고교에서는 한 여학생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4개 과목 시험지를 훔친 사실이 드러났으며 지난달에는 전남 목포의 한 고교에서 한 학생이 교사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2018 중간고사 대비 모의고사 변형 문제'를 출력해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건 교육 당국의 관리 감독이 그동안 사실상 부재했기 때문이다.

먼저 A씨처럼 자녀가 한 학교에 다녀 시험지·정답지를 유출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이들이 상당수였다.

지난 8월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2360개 중 560개교인 23.7%에 교원과 자녀가 같이 재학하고 있었다.


해당 교원 수는 1005, 교원 자녀는 1050명이었다.

또 평가문제 인쇄실에 CCTV(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거나 출입관리대장 비치·관리 등 기본적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일선 대학들이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 모집으로 대부분의 학생을 뽑으면서 문제가

지속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내년 전체 대학 모집인원의 76.2%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비판이 커지자 일선 교육청들이 상황 수습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교육청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내신 평가 전 과정에서 친인척 교직원을 배제하기 위해 교육감 선발 후기고등학교 입학원서

제출시 부모의 재직학교를 선택·지원하지 않도록 적극 안내하고, 부모와 동일한 학교에 배정된 경우에 '교직원 자녀

분리 전보·배정 신청 특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평가문제 인쇄기간 중 인쇄실에 CCTV를 설치하고, 평가관리실·인쇄실·성적처리실을 분리하며 출입관리대장을

비치하는 등 내신 보안에도 신경 쓸 방침이다.


◇"학종은 부자 전형"정시 모집 요구 목소리

당국이 뒤늦게 내신 관리 감독 정비에 나섰지만 이미 내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잠재워져 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정시 선발 비율을 높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뉴스1



현행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뉴스1        




  

지난 4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대입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내신 성적 등이 포함되는 학종 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 전형의 비중을 대입에서 60% 이상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55.5%에 달했다.


이는 학종에 여러 문제들을 야기한 내신 성적이 포함되기 떄문이다.

 또 정시와 달리 학종은 '부자를 위한 전형'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OO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 생기부를 파헤쳐보자' 영상 캡처




'OO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 생기부를 파헤쳐보자' 영상 캡처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OO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 생기부를 파헤쳐보자!' 영상에는 명문대에 합격한 학종 합격자의 생활기록부가 39장에 이르는 모습이 나온다. 합격자들은 학종 관리를 위해 수많은 경시대회에 참가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수십권에 달하는 독서 목록도 적어냈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에 "빈익빈부익부다.

 집안형편 어려운 아이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내신만 챙기기도 버겁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이 봉사활동에 차 끌고와서 데려다주고 독서목록 쫙 뽑아주고 주요과목은 다 학원다니면서 내신을 관리한다"는 댓글을 남겨 씁쓸한 현실을 지적했다.

 즉 부모의 재력과 뒷받침이 없다면 풍부한 내용을 학종에 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학종 전형 축소와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능시험이 '깜깜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훨씬 객관적이며, 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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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가 휩쓴 교내상(44)도 수사하라"
이들은 정기고사 시험문제 유출 외에 또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내대회 싹쓸이의혹이다.

실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는 입학 이후 지난 2학년 1학기까지 모두 44개의 교내상을 석권했다.
 언니(문과)어버이날 편지 쓰기 대회 우수상등 총 23개의 교내대회에서 수상했고, 동생(이과)문예창작대회(운문부문)21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교내 수상 실적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대입의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학부모들은 "당시 현직 교무부장인 현씨가 자녀인 쌍둥이 수상에 개입했을 것"이라면서 "시험지까지 빼내는 데 교내상 조작을 못했겠느냐"며 격앙된 반응이다.

학부모 김진원(44)씨는 "다른 학생들은 한 학년에 하나 받기도 힘든 비()교과 수상까지 휩쓸었다는 것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교내상 싹쓸이 부분도 경찰이 수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나아가, 그간 학교를 거친 교직원 자녀들에 대한 전수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예전에도 부모가 교편을 잡고 있는 숙명여고에 입학한 자녀들이 명문대에 입학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숙명여고 학부모 윤모(45)씨는 "숙명여고에 성적 비리가 과거부터 만연했던 걸로 안다""과거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학교는 학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동아일보DB


                  

퇴학 당하면 재학생 130여명 내신등급 재조정 될 듯
숙명여고는 쌍둥이 자녀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과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은 원칙적으로 다른 학교로 재입학이 가능하다.
입학 결정권은 개별 학교에 있다. 하지만 1학년부터 학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퇴학생들은 대부분 검정고시나 유학을 택한다.

검정고시로 대입 자격을 얻을 경우, 대학 입학처가 퇴학사유까지는 알 길이 없다.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에서
 검정고시 출신 학생들에겐 합격증·검정고시 성적만을 요구한다"면서 "검정고시생들은 수능 정시모집·일반수시·논술
·특기자 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가 퇴학당하면 숙명여고 2학년 재학생들의 성적도 재산정된다.
서울 강남지역에 자리한 숙명여고는 전국 비평준 고교 가운데서도 내신경쟁의 치열함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평가다. 단 한 문제로 내신등급이 갈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당장 문제가 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두 쌍둥이가 0점 처리를 받을 경우 1부터 9까지로 나뉜 등급이 조정될 학생만 13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쌍둥이 자매가 휩쓴 44개의 교내대회도 재수상이 불가피하다.
 차점자가 수상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치동입시학원 관계자는 "내신경쟁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둥이 자매가 퇴학당하면서 대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둥이 퇴학에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부당하게 짓밟힌 데 대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숙명여고는 현 교사에 대해서는 파면 조치를 할 방침이다.
 파면은 최고수위의 징계로 재()임용이 불가능하다.
근속년수에 따라 퇴직금·공무원연금의 50%는 받을 수 있다.













조희연 교육감 페이스북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