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서해 건너오는 중국발 미세먼지 잡았다

도토리 깍지 2019. 1. 14. 10:29


수도권에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13일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경기남부·세종·충북이 '매우 나쁨',
 서울·인천·경기북부·강원영서·대전·충남·호남권·대구·경북이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019.1.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kaysa@news1.kr




수도권에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13일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19.1.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해 건너오는 중국발 미세먼지 잡았다


서해 600m 상공 첫 항공기 실측
안면도 육·해상 측정치보다 높아
"국내 미세먼지 30~50% 중국 탓"
중국선 "서울 미세먼지는 서울산"

중국 정부가 한반도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가운데 기상청 기상 항공기가 서해를 건너오는 미세먼지를 측정한 미세먼지 오염도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중국발 오염물질이 서해를 건너오고 있음이 실측으로 확인된 것이다.


중앙일보가 13일 단독 입수한 국립기상과학원·국립환경연구원 등의 2018 서해 상 대기 질 입체관측 보고서201712월 기상청이 도입한 다목적 기상항공기로 측정한 데이터를 담고 있다


         
기상청이 2017년 도입한 기상항공기 [중앙포토]


기상청이 2017년 도입한 기상항공기 [중앙포토

         
미세먼지 측정에 나선 기상항공기의 운항 경로.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 서쪽 앞바다까지 왕복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미세먼지 측정에 나선 기상항공기의 운항 경로.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 서쪽 앞바다까지
 왕복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연구팀이 지난해 418일 목포~인천 서쪽(동경 124.17) 서해 상공을 남북으로 비행하며 서해 상공 600m 고도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는 30~4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이는 같은 시각 안면도 서쪽(북위 36, 동경 124.17)에 위치했던 기상관측선 기상 1호에서 측정한 값 22/나 육상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측정한 32/보다 높았다.


420일 비행에서는 고도 450m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가 30/로 측정돼 기상 1호나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측정한 20/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지난해 4월 20일 진행한 기상항공기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 위 그래프는 비행 경로에 따른 초미세먼지 오염도. 아래 그래프는 비행 경로의 고도. 목포 앞바다에서 돌아오는 항로인 서해 상의 고도 450m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420일 진행한 기상항공기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 위 그래프는 비행 경로에
 따른 초미세먼지 오염도. 아래 그래프는 비행 경로의 고도. 목포 앞바다에서 돌아오는
 항로인 서해 상의 고도 450m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항공 측정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아 아직은 중국 오염 영향이 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오염원이 없는 서해 상공의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 게 사실"이라며 중국 오염물질이 건너온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류여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30~50%는 중국 탓이고, 오염이 심할 때는 중국의 영향이 60~80%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미세먼지가 가득한 중국 베이징 시내. 한낮인데도 신호등 불빛도 잘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26일 미세먼지가 가득한 중국 베이징 시내. 한낮인데도 신호등 불빛도
잘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꾸준히 제기되는 이 같은 논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중앙일보 취재팀은 지난해 1125~30일 베이징 등 중국 현지를 찾았다.
지난해 1126일 오전 11시 중국 베이징 시내 징산(景山)공원 만춘정(万春亭)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은 짙은 스모그로 가득했다. 자금성 누각 대부분은 윤곽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시내를 지나는 시민들도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중국 생태환경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267(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오후 9시를 전후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두 배인 53/까지 상승했고 미세먼지(PM10)

 84/로 평상시 두 배 수준이었다.

몇 시간 간격을 두고 베이징의 대기 상황이 서울에서도 비슷하게 재연됐지만 오염 농도는 훨씬 낮았다.
기상항공기 측정 자료와 더불어 중국의 대기오염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방증이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는 대기공동체, 호흡공동체인 만큼 동북아 지역의 중앙와 연구기관, 민간단체 등이 협력해야 대기오염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편, 서울 등 수도권에는 13일 새해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비상저감조치는 월요일인 14일에도 유지된다.
중국 베이징시 환경관측센터에 따르면 베이징의 공기질도 전날 오후 6시부터 13일 오전 4시까지 11시간 연속으로 6단계 중 최악 등급(엄중오염)을 보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500/를 초과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돼 14일엔 오염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14일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주로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로 확인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베이징 중앙정부에서는 인천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가 대기오염의 주 요인이라 주장하고 있다.(자료=에어코리아)


14일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주로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로 확인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베이징 중앙정부에서는 인천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가 대기오염의 주 요인이라 주장하고 있다.


(자료=에어코리아)




지난해 1126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짙은 스모그로 도로 건너편 천안문이
 흐릿하게 보인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52%가 미세먼지 오염 원인을 중국 탓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류여우빈(劉友賓) 중국 환경생태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 공기 질은 대폭 개선됐지만,

 한국 서울의 초미세먼지농도는 다소 높아졌다며 중국의 책임을 부인했다.



"베이징 개선됐다"며 책임 부인하는 중국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중앙일보 취재팀이 지난해 11월 베이징 등에서 만나본 중국인들 대부분도 류 대변인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과학원의 한 대기전문가는 중국 기류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까지 가지만,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오래 존재하지 않고 가라앉는다대기 최상층까지 올라가야 한국까지 간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베이징의 미세먼지 10% 정도가 기류를 타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8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서 지난해 51으로 개선됐다.
반면 서울은 201325에서 201523으로 개선됐다가 2016년 다시 26까지 악화했다. 지난해에야 다시 23으로 개선됐다.

서울과 베이징 오염도만 비교해보면 중국 생태환경부의 주장이 그럴듯해 보인다. 과연 중국 책임은 없는 것일까.



조건에 따라 국내·국외 기여율 달라져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취재팀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20173년 동안 월별로 국내 미세먼지 오염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입수했다.
환경과학원은 19~67%가 국외에서 왔고, 겨울철에는 국외 영향이 60% 이상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 평균치로는 국외 기여율이 44~51%(3년 평균 47.3%)였고, 북한을 제외해도 30~40%는 중국 탓으로 볼 수 있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해마다 기상·기후 조건 때문에 차이가 생기고, 중국이 오염 배출량을 많이 줄인다면 국내 기여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공동연구에서도 중국 영향 확인 


         



지난 20165~6월 국내 연구진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합동으로 진행한 -미 협력 국내 대기 질 공동
조사(KORUS-AQ)에서도 초미세먼지 국내 기여율이 52%, 국외가 48%로 나타났다.

당시는 초여름이었는데도 중국 기여율이 34%를 차지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운영하는 전국 6개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의 데이터에서도 중국의 영향은 확인됐다.
대전에 있는 중부권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의 미세먼지 오염에서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2015년 평균 70.8%로 나타났다.


또 제주권은 68.7%, 백령도 62.3%, 수도권은 56.4%, 호남권은 43.9%, 영남권은 39.4% 순으로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오염원이 많은 수도권에서도 국외에서 들어온 오염물질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서해 백령도나 제주도 등 중국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최근 초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고 있다.

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백령도의 경우 201524/에서 2016년과 201722/로 개선됐다.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의 경우 201524/에서 201621/, 201716/33%나 개선됐다.

강화도 석모리도 201530/에서 201725/로 개선됐다. 전북 부안이나 김제 등도 개선 추세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중국의 대기 질이 최근 개선된 효과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



경유차 늘어나면서 서울 개선 더뎌 

         

ㅔ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며 처음으로 노후 경유차 운행 단속에 들어간 지난해 11월 7일 서울 강변북로에 노후차량 단속 CCTV가 설치돼 있다. 비상저감조치 때 서울 전 지역에서 노후경유차를 몰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제한 대상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모든 경유차로 서울 20만대, 수도권 70만대, 전국적으로는 220만대이다. [뉴스1]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며 처음으로 노후 경유차 운행 단속에 들어간
지난해 117일 서울 강변북로에 노후차량 단속 CCTV가 설치돼 있다. 비상저감조치 때
서울 전 지역에서 노후경유차를 몰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제한 대상은 2005
 12월 이전 등록된 모든 경유차로 서울 20만대, 수도권 70만대, 전국적으로는 220만대이다.

 [뉴스1]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서울이다. 지난해 오염도는 2016년이나 2017년에 비해 개선됐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서울의 미세먼지가 줄지 않는 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유차가 계속 늘고 있다.


2017년 한 해 신규로 등록한 차량 가운데 휘발유 차량이 41.5%였는데 경유차는 44.8%였다.

그나마 폴크스바겐 등의 배출가스 시험 조작이 드러나면서 경유차 구매가 주춤해진 탓이다.
2015년에는 신규 등록 차량 중 경유차가 52.5%였다.


석탄 발전도 늘고 있다. 국가에너지통계시스템(KESIS)에 따르면 2016년 가을 이후 석탄 사용이 그전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시멘트용 유연탄 소비는 감소하고 있으나, 발전부문 소비가 늘면서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을 발전 연료로 많이 사용하는 경제급전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해 전기 과소비가 나타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석탄 소비 추세 [자료 국가에너지통계정보시스템]

국내 석탄 소비 추세 [자료 국가에너지통계정보시스템]          




중국 대도시 이외 지역 오염 개선엔 의문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거리. 짙은 스모그로 시정거리가 짧아진 탓에 늦은 오후인데도 대부분의 차량이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거리. 짙은 스모그로 시정거리가 짧아진 탓에 늦은
 오후인데도 대부분의 차량이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한편, 중국보다 한국의 오염 개선이 더딘 것과 관련, 일부에서는 중국의 오염측정에서는 반영되지 않는 오염물질 배출이 한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선박의 오염이다.


중국에는 400개가 넘는 항구가 있고, 전 세계 10대 항구 중 7개가 중국에 있다.
전 세계 해양 운송 컨테이너의 30%가 중국 항구를 거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하이를 포함한 양쯔 강 삼각주의 항구 집단 근처 400이내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2010년 기준으로 51000t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오염물질은 중국 측정망에는 잡히지 않는다.

이와 함께 중국 농촌 등에서 배출한 암모니아가 국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지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중국에서 배출한 암모니아의 양은

1170t으로 한국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양의 200배가 넘는다.
농경지에 뿌려진 액비 등에서 대기로 배출된 암모니아가 한반도로 날아오면서 다른 물질과 반응해 미세먼지로 바뀐다.


중국 과학원의 한 대기 전문가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항구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에서 아직 깊이 연구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헌 건국대 융합인재학부(환경기술융합전공) 교수도 "중국 쪽에서는 국가 차원의 배출량 통계가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서울을 포함해 동북아 지역은 특히 기후변화로 풍속이 감소해 오염도가 높아지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