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빙상계 적폐 청산 1순위' 전명규의 끈질긴 생명력

도토리 깍지 2019. 1. 18. 10:15


국감 출석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빙상계 적폐 청산 1순위' 전명규의 끈질긴 생명력





심석희 '미투' 배후로 지목된 전명규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
빙상계 파벌 논란으로 2014년 사퇴했지만, 3년 만에 다시 복귀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행 피해 폭로를 막았단 의혹을 받는 전명규 한국체육대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는 체육계 '적폐 청산 1순위'로 지목받고 있다.


전 교수는 2014년에도 빙상계 파벌 논란에 책임을 지고 빙상연맹 부회장직을 사퇴했지만 3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이번에도 전 교수 측은 "빙상계를 떠나겠다"고 밝혔으나 체육계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지난해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지난해 10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

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가해자 감싸고 피해자 협박했는데

전 교수는 측근을 통해 조재범 전 코치 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소송을 취하하도록 압박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전 교수와 측근간의 녹취 파일에는 전 교수가 심 선수의 폭로 기자회견을 막고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한 정황이

 담겼다.


전 교수는 측근에게 "피해자 스스로 못하겠다고 할 때까지 압박해야 한다" "제일 친한 애를 찾아 골머리 아프게 만들어라" "(심 선수 측에) 너희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 식으로 말해라" 등을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전 교수가 빙상계 '미투' 움직임에도 압박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심 선수의 성폭행 피해 폭로 이후 추가 폭로 움직임을 보였던 젊은빙상인연대 측은 "전 교수 측에서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고 밝혔다.

"연대가 선수들의 성폭행 사건을 인지하고 변호사를 선임했을 때 압박이 시작됐고, 폭로 직전까지도 계속됐다"는 것.


빙상계 파벌 논란에 사퇴했지만 3년 만에 금의환향

한편 전 교수가 '적폐의 중심'으로 지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소치올림픽 때 전 교수는 빙상계 파벌 논란이 불거지자 책임을 지고 빙상연맹 부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의 아버지가 아들의 귀화 배경에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이 있었다",

전 교수를 겨냥해 "고위 임원의 전횡이 극심했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러나 전 교수는 불과 3년 만에 연맹으로 복귀했다. 2017년 빙상연맹 부회장으로 다시 선임된 전 교수는 평창올림픽 지원을 담당했다.

2014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나서 빙상계 파벌 논란을 조사하라고 나선만큼 전 교수의 복귀는 힘들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보란 듯이 얼마 안 돼 돌아온 것.





젊은 빙상인 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7월9일 대한체육회앞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젊은 빙상인 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79일 대한체육회앞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시사저널 최준필     




     

정부도 인정한 '전명규의 전횡'그러나 혼령은 남아있다

사실 3년 동안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발표한 빙상연맹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 교수는 2014년 사임 이후 권한이 없는데도 빙상연맹 업무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

 (당시 보도자료 링크)


전 교수의 전횡이 가능했던 이유는, 빙상연맹 정관에도 없는 상임이사회 때문이었다.

2016년 빙상연맹은 대한체육회 방침에 따라 정관에서 상임이사회 근거 규정을 폐지했다.


 그러나 당시 이기인 빙상연맹 부회장이 평창올림픽에서의 성과를 위해 전 교수를 다시 불러올 것을 건의했고, 이후

전 교수를 중심으로 상임이사회가 꾸려졌다.

측근들로 이사회를 꾸린 전 교수는 국가대표 선발과 지도자 선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부터 대표팀을 이끈 전명규 교수는 빙상계에선 '대부'로 통한다.


그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후 남녀 쇼트트랙의 전성기가 지속됐고, 김동성·안현수·이승훈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했다. 평창올림픽 성과를 바라는 빙상연맹 측에선 전 교수의 경력이 절실했던 셈이다.

이 같은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전명규 교수는 "빙상계를 떠나겠다"고 밝혔지만, 체육계에선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빙상연맹이 지난 9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고 관리위원회가 꾸려졌는데, 일부 위원들이 전 교수의 최측근이란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의원은 "일부 관리위원의 자질에 대해 빙상계의 불만이

 많더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전명규 교수가 워낙 오랫동안 빙상계에 있었기 때문에 친분이 있었을 순 있지만 최측근으로 파악되진 않는다"면서

"관리위원을 선정하는 데 전문가의 역량을 고려했을 뿐 전 교수와의 관계가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미투 1년 마침내 암벽을 뚫다임금 상투 잡는 것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미투까지


[스토리뉴스] 올림픽스타 심석희의 미투,

마지막 적폐 청산 시작 의미




오는 29일이면 서지현 검사(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나선 지 1년이 된다.

이전에도 수많은 딸과 아들들이 성추행·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지만 서 검사로 인해 우리사회는 미투를 '폭로' 이상의

그 무엇으로 보고 반응하게 됐다. 이는 '검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와 함께 생방송 뉴스에 등장했던 용기가 만들어

낸 결과다.

이후 문화계와 학계, 정계 등 각 분야에서 수많은 미투가 이어져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잠잠해질 즈음 새해 들어 나온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의 '미투'는 서 검사 못지 않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심석희의 상징성, 남성 중심의 기득권이 공고한 체육계의 환경 등을 볼 때 그의 미투는 용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달 17일 조재범 전 코치 항소심에 증언하기 위해 나온 심석희.


연합뉴스







심석희는 많은 국민이 아는 어린 선수, 엄청난 용기 필요한 미투

심석희는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릴레이 3000m 2연패 주역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2개나 목에 건 한국여자 쇼트트랙 간판스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심석희가 '죽도록 맞았다'라는 말보다 훨씬 충격적인 "10대때부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쇼트트랙) 코치한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17세 때인 2014년 여름부터 조 전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썼다.
경찰은 빠른 속도로 수사에 나섰고 정부와 국회, 체육계는 대책마련·책임자 처벌 등 많이 봐왔던 '수습 상차림'을 들고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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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소치동계올림픽 때 경기를 마친 뒤 기록을 보고 있는 심석희, 조재범


(사진 오른쪽부터) 코치. 연합뉴스




국가대표 좌지우지 하는 코치는 '부모+스승+선배+상사' 합친 이상의 권력자

스포츠 세계에서 사제 관계, 선후배 관계는 그 어떤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중고등학교 때보다 대학교, 실업의 감독이나 코치가 더 큰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운동선수의 꿈이라는 국가대표의 경우 더 심하다. 모든 선수가 열망하는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엄청난 훈련과 노력에 더해 코칭스태프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대표 발탁이나 올림픽 출전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가대표(선발)를 좌지우지 하는 감독이나 코치는 '부모와 스승, 선배와 상사 모두를 합친 것 보다 더 무서운 존재요 권력자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이렇게 된 것은 스포츠 세계의 독특한 특성, 악습과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상명하복에 길들여져 있고 인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었고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일정부분 강제성을 띄지 않을 경우 혹독한 훈련량을 소화해 낼 수 없는데다 상급학교 진학, 프로진출과 대표선수선발 등에도 인맥이 영향을 미치고 항명은 곧 영원한 퇴출로 연결되며 평판이 은퇴 후 생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쌓여 시쳇말로 찍히면 끝이고, '죽어서도, 이민을 가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고정관념까지 생겼다.







지난 10일 체육계 성폭력 방지를 위해 관련법 개정을 다짐하고 있는 염동열, 안민석,

김수민, 최경환(왼쪽부터) 의원.


 연합뉴스



스포츠계 성폭력, 쉬쉬하다가 키워· 선수를 '아바타'로 만들기 위한 성폭력도

성적부진이 아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독이나 코치가 사퇴하는 예가 있다. 속을 파보면 팀내 불화, 폭력, 금전문제와 함께 성 문제가 원인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수십년 전 특급스타 A는 은퇴 뒤 지도자로 변신해 매스컴과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얼마 뒤 팀을 떠났고 스포츠판에

"여제자를 성폭행했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A가 받은 불이익은 사표, 흥미거리에 불과했던 소문이 다였다.

유명한 여성 스포츠 스타 B는 유부남 스승과 살림을 차렸다.

 사랑으로 볼 수 있지만 스승이 권력을 행사한 결과였다는 말이 지배적이었고 혼인신고도 못한 채 오랜기간 뒷바라지만 했다. 그들 세계는 다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문제삼지 않았다.

일부 지도자는 선수를 완벽히 통제하는 수단으로 성폭력을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경우 '다 알리겠다'고 협박, 여자 선수의 몸과 마음을 아바타처럼 조종했다.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래리 나사르)도 선수 심리를 이용해 17년간 150명이 넘는 여자선수들을 성추행, 성폭행했다가 징역 175년형을 선고받았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이 11일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정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부와 정치권, 심석희 재발방지책 쏟아내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11일 경찰청, 교육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문체부 등 관련부처 관계자와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진 장관은 "심석희 선수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문체부와 함께 신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돼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더불어민주당 권미숙 원내대변인은 "성폭력 피해선수들의 폭로가 얼마나 오랜 고통과 어려운 결단에서 나온 것인지 알고 있다.

그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 성폭력과 폭력이 근절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앞서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등 여야의원 19명은 지도자는 반드시 폭력 방지 교육이수 선수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일 경우 지도자 자격 정지 형 확정시 체육계 영구제명 등의 내용이 담긴 국민생활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키로 다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외침을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쓰럽고 미안할 따름이다""문제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함께 찾아보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기흥(왼쪽) 대한체육회장이 201723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결단식에서

심석희 선수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고 있다.



체육계 스스로 마지막 적폐소리 떨쳐내야...이기흥 회장 등 집행부 사퇴 고민

심석희의 미투를 계기로 우리사회 마지막 남은 구질서라는 체육계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서 검사의 미투를 계기로 여러 분야에서 용기있는 목소리가 쏟아진 것처럼 체육계 미투도 이미 봇물이 터졌기 때문이다.


체육계 수장인 이기흥 체육회장은 "심석희 선수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며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사과문을 냈다.

그러면서 시스템 재검토, 무관용원칙, 현장조사 즉각실시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젊은빙상인연대등 단체들은 판에 박힌 사과라며 이 회장 등 체육회 집행부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뜻있는 체육인들은 "마지막 적폐라는 소리를 떨쳐 버리려면 체육계 스스로 '원스트라이크 아웃' '즉시 형사고발' '24시간 신고접수 체제 가동'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며 이번이 스포츠계가 구체제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고 촉구했다.

한편 독일 베를린서 진행 중인 제26회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개막전을 참관하기 위해 독일에 간

이 회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집행부 총사퇴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국회 의원회관에서 16일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 참석자들이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서 16일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 참석자들이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엘리트 체육개선 없는 체육계 성폭력 대책, 공염불이다



정부가 17일 관련 부처 합동으로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의 2차 종합대책 발표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정부는 체육단체 등이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도 감추는 침묵의 카르텔을 겨냥, 사건 은폐ㆍ축소 시 최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체육계 성폭력 전수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 컨설팅과 예방 교육도 실시키로 했다. 다음 달에는 체육 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대책은 2007년 여자 프로농구계의 성폭력 사건 이후 유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나온 것들의 반복이라 새로울 것도,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정부가 비판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대책들이 체육계의 뿌리깊은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 고위 인사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에 불쾌감을 넘어 분노가 치밀 뿐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보려는 정부 의지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대책이 없으면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국제대회 성적의 메달 유무ㆍ색깔에 따라 영웅이 되거나 패자로 전락하는 독재 시절의 풍토가 체육계를 전근대적 폐쇄 사회로 만들고, 그런 조직과 분위기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은폐되는 악순환을 근본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직 금메달만 바라보는 성적 지상주의 풍토 때문에 선수 선발ㆍ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비리와 폭력에 대해

선수, 지도자, 체육단체, 심지어 부모까지 침묵하거나 침묵을 강요당하는 구조는 정상이 아니다.

선수의 길을 걸으면 학업을 포기해야 하고, 기를 쓰고라도 폐쇄적인 선수촌에 입소해야만 선수로서의 앞날이 보장되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체육계는 결코 비리, 폭력과 절연할 수 없다.


학교ㆍ사회 스포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선수를 육성ㆍ선발하고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 국내외 대회에서 경쟁하며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쌓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정부와 체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 스포츠 인재 육성을 위한 획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체육계 미투 봇물 터지는데대책은 10년 전과 '판박이'


여가부·교육부·문체부 협의한 근절책 실효성 논란

협회 등 성폭력 은폐 때 징역형

 법 개정 필요국회 통과 요원’ 

 학생 선수 63000명 전수조사?

검토사안으로 분류 실현 미지수

10여개 방안 중 2개만 당장 가능

시민단체 피해자 보호대책 시급



최대한 빨리적극 검토·추진을 계획 중이고.
정부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교육부가 참여한 체육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 향후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연이어 근절책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대책을 내놨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전방위로 확산하는

 체육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관련해 10여가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즉시 시행 가능한 대책은 두 가지 정도라고 밝혔다.

굳이 꼽자면 먼저 문체부의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을 해바라기센터 등 여성가족부 피해자 지원시설에서 법률, 상담,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연계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찰청이 143명으로 구성된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을 출범하고 조 전 코치 등 주요 사건과 관련해 여경을

 포함한 수사전담팀 10명과 법률자문가 2, 포렌식 3명 등 17명으로 이뤄진 전문수사팀을 꾸린 것이다.










나머지 대책은 대다수가 향후 추진또는 검토 사항에 그치고 있다.
여가부·문체부·교육부 등 3개 부처 차관과 각 부처 담당국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현장에 적용될

 실질적인 근절대책 및 체육계 쇄신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은 오는 2월에나 나올 예정이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여가부, 교육부, 문화체육부

3개 부처 합동 체육분야 성폭력 등 근절 대책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또 체육단체, 협회, 구단 등에서 성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최대 징역형까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이 통과돼야 한다.

 문체부 주도의 체육분야 비위 근절 전수조사에 학생 선수 63000여명을 포함하는 방안 역시 검토 대상일 뿐이다.

전문가 및 현장 의견 수렴 체육계 피해자의 신고 과정상 어려움과 관련해 문체부와 해결방안 논의 등은 선언적 의미만 가질 뿐 실질적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관련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적극 대처에 나선 것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피해자를 보호할 즉각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5일 오전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앞서 18개 시민단체들이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이경렬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여성가족부 브리핑은) 기존에 나온 대책을 복사·붙여넣기한 느낌이라며 당장 시행 가능한

대책이 없어 실망스러울 뿐이다.

 향후 어떤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단계별로 명쾌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에 참가한 문경란 한국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도 최근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책을 보면 10년 전 내놨던 대책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신재용씨가 서울신문을 통해 동생 유용씨에게 보낸 편지. 유용씨는 고교 유도부 코치로부터 수년간 성폭력을 당했음을 최근 공개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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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용씨가 서울신문을 통해 동생 유용씨에게 보낸 편지. 유용씨는 고교 유도부

코치로부터 수년간 성폭력을 당했음을 최근 공개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청년, 복종을 배우다...'교수 갑질', '체육계 미투' 만연


대학원생 상대 설문조사결과 74%'갑질이 존재한다',

체육계 순종을 넘어 범죄로


가르침을 명목으로 스승이 제자에게 '순종'할 것을 강요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체육계 미투가

 뜨거운 감자다. 다수의 청년이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지만, 마음 한켠에 상처가 자리잡는다.

사제지간 아닌 개인비서로 전락...도 넘는 교수 갑질, "졸업 위해 참을 수밖에 없어요" 

D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김모(33)씨는 대학원생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오전 9시 학교 연구실에 도착하면 수업을 듣거나 맡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교수가 시키는 온갖 허드렛일의 병행이 다반사였다.


 오후 6시면 교수는 퇴근, 그때부터 강 씨는 공부와 논문 쓰기 등 제 일을 할 수 있었다. 오전 9시 출근과 오후 10

퇴근은 기본이고, 실험과제가 있으면 밤샘이 늘상이었다. 
강 씨는 "대다수 대학원생이 받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생각보다 심하다.


등록금과 졸업논문 등을 명목으로 제자에게 우회적으로 대가를 요구하는 교수도 많다""지도교수 평가에 따라 논문과 졸업 합격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에 교수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잡무와 의전을 당연시하고, 사적인 업무까지 챙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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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대 대학원 박사학위를 딴 박모(29) 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지방 출장에서 교수 차를 대신 운전하거나 자녀의 대학 자소서 또는 추천서를 대필한 경험도 있다 


박 씨는 "교수 본인의 일을 학생에게 떠넘기고 비서 부리듯 대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교수가 연구과제를 수주

하면 제출 보고서와 발표자료는 학생이 다 만들고, 심지어 본인이 연구 책임자면서 내용을 몰라 발표자료 대본까지

써줘야 했다. 졸업이 늦어지거나 불이익이 당할까봐 싫어도 따르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학위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대학원생의 상황을 악용한 교수의 갑질 문제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얼마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실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실시한 '대학원 연구인력의 권익강화 관련 설문(197명 참여)'에서 74%(146)'갑질이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교수 갑질 유형(복수응답)으로 '열정페이를 강요한다'는 응답이 19.6%(95)로 가장 많았으며, 인격무시·강압 17.3%

(84), 개인업무·잡무 요구 15.5%(75), 연구윤리 위반 8.9%(43) 등으로 나타났다. 

체육계 도제식 교육, 순종을 넘어 범죄로 치닫다.

최근 체육계가 떠들썩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잠잠했던 체육계 미투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9월 상습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곧바로 항소 신청을 냈다.

최근엔 심 선수가 조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폭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신유용 전 유도선수도 과거 코치의 상습적인 폭행과 성폭행 사실을 폭로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어 태권도협회 전 임원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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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전문가는 체육계 미투를 구조적인 문제과 함께 '그루밍 성폭력'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신뢰 관계를 쌓은 뒤 성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권애경 박사(대상관계심리치료클리닉 소장)"체육계 미투 사건을 살펴보면 오랜 사제관계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이를 악용해 어린 선수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지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대표가 목표인 10대 선수의 진로결정에 감독과 코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당한 상황도 응해야 하는 분위기다.

 이는 대학원생이 학위나 진로를 위해 교수 갑질을 참는 처지와 유사하다. 

익명을 요구한 전 국가대표 선수는 "체육계에서 크려면 스승(감독, 코치)는 절대적인 존재다""스승과 신체접촉은

 늘상 있고, 오랜 사제관계로 얻은 친분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부당한 언행을 겪어도 '친하니까', '싫은 내색이나 반항

해서 나를 내치면 어떡할까' 등의 판단으로 넘기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권현수 임홍조 기자









한 여성시민단체가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재발 방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체육회 비리, 대한체육회가 분골쇄신 해야

      





체육계에 미투가 심각한 상황에서 엘리트 체육교육마저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한체육회 스스로 근본적인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개선될 가능성이 전무 하다.

무엇보다 대한체육회 산하 연맹과 지도자들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연세대 체육특기자전형 과정에서 사전 스카우트와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와 대입 체육특기자전형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교육부는 의혹이 제기된 연세대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대입전형과 관련해 이번 주 중 특별감사를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문제가 있으면 체육특기자 제도 자체를 검토하겠고 밝혔다.

체육특기자 대입 비리는 고질적인 문제로 이번 기회에 교육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체육특기자 대입비리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경찰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한체육회 등과 함께 체육

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특별전담팀을 꾸려 입시비리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선수와 지도자를 체육계에서 영구 퇴출

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체육특기자 전형 입학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화여대는 정유라 사태 후 체육특기자전형을 폐지했으며, 연세대는 이번 논란으로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 체육계의 입시비리는 대학이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한 두 대학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교육부와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 관계기관이 뜻을 모아 정책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빙상·유도 등 체육계의 잇단 성폭력 피해 문제 역시 하루빨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여자 유도선수였던 신유용도 과거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미투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법하다.

 이들이 이렇게 용기를 낸 데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체육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더 낳은 기록을 내기 위한 특성상 고도의 훈련과 합숙이 필요하다. 경기를 대비한 합숙훈련 등이 성폭력문제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도 지도자가 권력을 이용해 선수들을 성폭행한 일이 종종 불거졌지만 번번이 피해자들의 주장이 묵살돼 같은

일이 재발한 것이다.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묵살된 배경에는 대한체육회의 제 식구 감싸기가 있었다.


대한체육회를 이끌었던 수장들이 사퇴하고 대대적인 인적·제도적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훈련과정의 투명성은 물론이고 성폭행문제가 제기 됐을 때 가해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 및 상벌에 관여하면서 자행된 관행과 병폐를 방치, 내지는 동조해 왔다.


대한체육회 고위층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묵인해 왔던 게 사실이다.

지도자라는 특권을 이용해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부당한 행위를 자행해 온 것이다.

체육회 내부에서는 오랜 병폐라고 알려져 왔던 일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의 미투영향으로 체육계에서 용기를 낸 만큼 이번 기회에 대한체육회의 나쁜 관행이 근본적으로 쇄신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다.

대한체육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분골쇄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