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의 ‘거래 상대’ 박근혜…어떤 죄명 적용할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KBS
양승태의 ‘거래 상대’ 박근혜…어떤 죄명 적용할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재판 거래’ 등 혐의로 기소됨에 따라 ‘거래 상대’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최종 판단만 남았다는 입장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사법부’와 ‘재판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죄명을 적용할지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수사를 가급적 이달 중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박 전 대통령의 기소 여부도 이르면 이달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평가의 문제만 남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해 ‘재판 절차를 지연해달라’고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요청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선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주도한 점 등을 고려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각종 지시를 실무선에서 주도적으로 이행한 인물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라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차한성 전 대법관을 서울 삼청동의 공관으로 불러내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이듬해 10월에는 박병대 전 대법관도 불러 “재판 절차를 지연해주거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응하면 최대 역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 및 법관 해외파견처 확대 등에
행정부 차원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재판 절차를 별다른 이유 없이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
박 전 대통령은 이 밖에도 자신의 ‘비선 진료’를 맡던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의 수술용 실 특허 소송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2월 박씨의 사건이 대법원에 오르자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했다.
이때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섰다.
우 전 수석은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한테 전화를 걸어 “대통령 관심 사건이 계류 중이다.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후 대법원은 박씨 재판 기록을 청와대에 넘겼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최고위층을 재판에 넘겼지만 사건에 연루된 법관이 100여명에 달하는 만큼 기소 대상을 추리는 작업을 마무리 짓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도 결정해 일괄적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지난달 11일 사법농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정문 앞에
나타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양승태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끝도 없는' 집착
판사를 조울증 환자로 둔갑…학생회장 경력에 '비판적' 낙인도
매년 법원장들 통해 비판적 판사 '인사비밀' 보고받아
검찰, 양승태 전 원장 공소장에 권순일 현 대법관 공범 적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당시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탄압하기 위해 없는 정신병력을 만들어
내거나 꼬투리를 잡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양승태 사법부는 사법행정에 부담을 주거나 비판적 행적을 드러낸 판사들을 정리해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5년간 총 31명의 판사들의
이름이 명단에 올랐다.
해당 문건에 이름을 올린 법관들은 인사이동에 불이익을 받아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초임 지방법원 부장판사 보임 대상자들은 종전 근무지에 따라 'A그룹에서부터 E그룹'까지로 분류됐다. 이중 A그룹은 최우선적으로 희망 법원으로 인사이동이 이뤄지는 구조다.
그러나 '물의 야기 법관'에 이름을 올린 법관들은 'G그룹'으로 별도 분류돼 형평순위에서 강등된 채 인사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년 연속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허위 정신감정 의뢰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로 둔갑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법원 내부 전산망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원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서울중앙지법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김 부장판사 몰래 정신감정을 의뢰한 다음 허위정보를 제공해 조울증 소견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조울증 치료제인 '리튬'을 복용한 사실이 있다고 거짓말하기도 했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물의야기 사유'에 조울증으로 기재됐고, 출퇴근 시간만 2시간 30분이 소요돼 사실상 출퇴근이
불가능한 인천지방법원으로 전보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조울증 치료를 받거나 리튬을 복용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과 SNS에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글을 올린 문유석 부장판사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부장판사는 2014년 8월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제목의 글을 언론에 게재했다.
그는 해당 글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침몰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글 기고가 '공명심'에 따른 것이고 인사상 불이익을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문 부장판사를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했다. 이후 문 부장판사는 인사원칙에 반하는 인사조치로 희망임지에 부임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A판사는 대학교 시절 학생회장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법행정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판사들과 교류하여 사법행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정보를 매년 각급 법원장들로부터 보고받아 블랙리스트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각급 법원장들은 양 전 대법원장 지시로 매년 대법원장 신년인사 방문 때 '인비(人祕·인사비밀
준말)'라고 적힌 봉투를 제출해야 했다. 해당 봉투에는 각급 법원 소속 법관들의 양 전 원장의 사법행정에 대한 비판적 행적이나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내용이 정리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법관 부당인사 혐의에 권순일 현직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권 대법관은 강제징용 재판개입·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등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정의당은 전날 '탄핵 대상 법관 10명'을 발표하면서 권 대법관의 이름을 포함했다.
검찰은 권 대법관을 기소대상에 포함할지 검토중이다. 앞서 수사팀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면서 "범행에
가담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기소 결정은 가급적 2월 내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 박병대 전 대법관.
연합뉴스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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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
에서 대기중인 23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촛불을 켜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김슬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