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가까이 이어져온 한반도의 휴전 상태를 종결시킬 평화체제 정착과 종전선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수준까지 합의될지는 이번 베트남 하노이 회담의 관전 포인트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 수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입구로 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온 반면,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가 완료돼야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여드레 앞둔 1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부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관계자가 성조기와 인공기를 걸고 있다.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구체화되나
미국은 최근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 논의 방침을 밝히는 등 이전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북·미 정상 사이에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앞서 지난달 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비핵화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거론했다.
종전선언을 건너뛰고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미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데다 북한으로서도 이미 미국과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핵 미사일 빗장과 종전선언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6·12 싱가포르 합의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으로 구체화하거나 종전
선언이 아닌 불가침 선언과 평화 선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종전선언의 경우 남·북·미·중 등 전쟁 당사국 모두가 참여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응조치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과 미국 양국이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이와 관련한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 당장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하기는 시기적, 물리적으로 어렵고 이를 논의할 다자협의기구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금강산·개성 재개되나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이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도 단계별로 완화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이끌어낼 카드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게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나 체제보장 문구들은 합의문에 명시됐지만, 제재 완화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다.
다만 ‘양국 국민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열망’이라는 표현으로 합의문이 지켜질 경우 북한에 경제적 이익이 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번은 두 번째 협상인 만큼 좀 더 실질적인 언급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이 지렛대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개성공단보다는 현물지원 등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의 재개가 용이할 수 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대북제재의 부분적·단계적 완화에 따라 남북경제협력의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경제공동특구개발과 평화관광사업은 국제사회로부터 추진의 당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중단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로 취해지는 패키지에 들어가 있다”며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를 결정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반드시 '윈-윈'을 달성해야 한다. '하노이 선언'을 통해 북미 각자의 복잡한 국내 정치·경제적 변수를 타개하기 위한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우리측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내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비핵화 결단을 통해 경제발전을 달성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에 힘을 실어달라는 뜻이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의 포문을 열었지만, 실제 김 위원장이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정상국가의 리더십을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이끌어냈으며, 북미관계 개선의 교두보도 마련했지만 경제적 제재해제는 전혀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 최고존엄의 위상을 갖는 김 위원장이 주도한 '경제 총력' 정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측 내부 강경파들에게 "내가 옳았다"라고 과시할만한 성과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해 말 추진됐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강경파들의 반대가 꼽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째 협상에서도 경제적 체제보장과 관련해 '합의문 종이'만 얻어간다면 자신의 '경제 총력' 노선이 내부적으로 동력을 잃을 여지도 있다. 적어도 자신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장받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내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예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의 좌절 이후 정치 의제를 재설정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재빨리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국경장벽 예산 배정과 관련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과 대립, 연방정부 셧다운, 그리고 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비상사태 선포 등 일련의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연계됐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이슈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련한 각종 경제 성과를 트위터 등을 통해 직접 홍보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장 확실하면서 명쾌하게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업적은 역시 김 위원장과의 핵담판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다면 공화당·민주당 정부가 20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워싱턴 D.C.의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해결했다는 업적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된다.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50%대를 회복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몰딜'에 그칠 경우 실망감이 북한과 미국 내부를 휘몰아칠 것이다.
내부의 반대파들을 조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모두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북측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경제적 평화체제 보장 조치를 맞교환하는 협상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가 기본인 이번 협상의 특성상 승자독식은 불가능하다. '윈-윈'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