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용훈 자녀들, '어머니 학대' 패륜에도 집행유예 그쳤던 이유
[부산닷컴=조경건 기자] 5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故 이미란 씨의 자살 사건을 다루며 방 사장 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용훈은 조선일보 대표이사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다.
'PD수첩'은 방송에서 이미란 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한 관계자들의 증언과 검경 진술 조서를 분석했다. 이미란 씨는
지난 2016년 9월 1일 한강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 씨의 친오빠 이승철 씨는 사망 직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겁은 나는데 억울함을 알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라는 동생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씨의 유서에는 방용훈 사장의 학대 행위와 함께 자녀들에 의해 사설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쫓겨났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10일 전 집앞으로 사설 구급차가 왔고, 자녀들은 집을 떠나지 않겠다는 어머니를 강제로
구급차에 태워 보냈다.
이 씨의 어머니와 언니 이미경씨는 방 사장의 자녀들이 생전에 이 씨를 학대했다며 2017년 2월 자살교사, 존속상해, 공동감금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강요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고,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데 그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는 방 사장의 딸(34)과 아들(30)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각각 명령했다.
방 사장 자녀들은 재판에서 이 씨를 강제로 구급차에 태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의 자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이 씨가 자살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상태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유서 등에는 극단적 선택보다 대화로 남편·자녀들과 갈등을 해소하길 바라는 단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유서를 보면 오히려 구급차에 태운 행위가 이 씨를 극단적인 심리상태에 이르게 한 핵심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 씨가 위험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도 해결 방법을 강구하거나 이 씨의 친정 가족과 상의한 바 없고, 사건 이후 안부를 묻지도 않았다"며 "사회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행위로 피해자가 결국 자살에 이르렀고, 그 전부터 이미 모진 말과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형제들은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자녀들에게 헌신적이었던 이 씨가 남긴 유서나 메시지 등에서도 '자식들이 망가
지면 안 된다'는 취지의 표현을 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회봉사 명령을 한 것에 대해서도 "더욱 반성하고 어머니의 의사를 새겨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방용훈은 처형 이 씨가 SNS에 가족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퍼뜨렸다고 의심, 큰아들과 함께 그의 집앞에서 행패를
부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들은 2016년 11월 오전 1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처형의 자택 현관문을 수차례 돌로 내리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언니 이미경 씨는 이들의 행동이 담긴 CCTV 등 증거를 들고 용산 경찰서로 찾아갔다으나 경찰은 방용훈 사장에 대해 술 취한 큰아들을 말리러 간 것일 뿐이라며 무혐의 처분했고, 아들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방용훈 사장은 고 장자연 씨 사건에도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