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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연합뉴스TV 제공]
/사진=연합 지면화상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성정은 기자]
文대통령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 의혹 낱낱이 규명하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진실규명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
정한 사법처리를 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 사건들에 검·경이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
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법무부 박상기,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으로부터 세 사건과 관련해 보고받고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보기에 대단히 강한 의혹이 있는데도 오랜 세월 동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은폐된 사건들이 있다.
공통적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고의적 부실수사를 하거나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진실규명 요구와 함께, 과거 수사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성난 민심을 읽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며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불법과 악행에도 진실을 숨겨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권력형 사건 앞에서 무력했던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서, 과거에 있었던 고의적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다시 강조하지만 이를 바로 잡지 못하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며 철저한 조사를 거듭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가운데 버닝썬 사건과 관련,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과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 영업과 범죄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하여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의 드러난 범죄 행위 시기와 유착관계 시기는 과거 정부 때의 일이지만, 동일한 행태가 지금 정부까지
이어졌을 개연성이 없지 않으므로 성역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사한 불법 영업과 범죄 행위, 그리고 권력기관의 유착행위가 다른 유사한 유흥업소에서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수사와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18일 법무부 행안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특수강간 의혹' 김학의 사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지나
檢 진상조사단 "의혹 연루자 수십명 들여다봐…조사 반드시 필요"
각계 고위인사들로 조사 확대 전망…윤중천 재조사 '핵심 열쇠' 부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과거사위원회가 활동기간을 두 달 연장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한 가운데 조사대상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특수강간 의혹' 사건이 사회 각계 고위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개인적 인연을 기반으로 한 단순 성추문 사건이 정계와 재계, 의료계는 물론
전·현직 군장성 등 사회 고위층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다시 조사 중인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와 함께 윤씨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은 사회 고위인사 수십명의 혐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특수강간 의혹' 고위인사 연루 확대 조짐
(PG)[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진상조사단 한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에 대한 충실한 조사를 위해 조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수십명의 또 다른 김학의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른바 '윤중천 성접대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부 고위간부와 유력 정치인, 기업 대표, 유명 병원장, 대학교수 등이 부당한 청탁과 함께 성상납 등 향응을 수수했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군장성들이 윤씨의 별장을 드나들었다는 국군 기무사령부의 첩보문건에 대한 확인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3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증명한 각종 증거가 고의로 누락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경 인사들에까지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시 초동수사에 나선 경찰이 확보한 상당수 증거가 이미 폐기된 상태라 향후 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2일 누락된 디지털 증거 3만여개를 제출해달라는 진상조사단 요구에 "당시 범죄와 관련된 증거는 (검찰에) 다 보냈고, 범죄와 관련성 없는 증거는 다 폐기했다"며 거부한 바 있다.
또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불필요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불만이 검찰 내 일부에서 나오는 점도 향후 조사과정에 난항을 예상케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이번 진상조사단의 조사과정에 억울함을 표한 것으로 안다"며 "경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통해 충분히 사건을 검토했음에도 범죄행위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한 것"
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DB)
이 때문에 이 사건의 결정적 '키' 역할을 할 건설업자 윤씨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2013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지만 피해 여성을 불법으로 감금해 성폭행하고, 김 전 차관 등 사회 고위인사들에게 강제로 성접대를 하게 했다는 의혹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1월 윤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사건을 규명할 결정적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씨가 비슷한 범행으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윤씨는 2012년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과 차에서 성관계를 갖는 동영상을 촬영한 후 이를 이용해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당시 협박을 받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소기각으로 무죄를 받았다.
윤씨가 김 전 차관 등 사회 고위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하면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이를 파일형태로 가지고 있었던 것도 향후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청탁과정에서 협박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문제는 조사활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검찰과거사위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사활동 기간을 두 달 연장하더라도 수십명에 달하는 의혹 연루자들을
다 조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의혹 당사자들이 강제 수사권한이 없는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것으로도 전망된다.
김 전 차관은 이미 진상조사단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한 바 있다. 강제수사권한이 없는 진상조사단은 피조사자가 소환에 불응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진상조사단에 김 전 차관 등 의혹 연루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강제수사권한을 일부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위원들이 포함된 진상조사단에 강제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수사기관에
의한 적법한 수사절차'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진상조사단의 행보가 주목된다.
뉴스1
뉴스1윤중천
김학의의 '무혐의 이유'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이 사건은 '성접대' 사건이 아니라 '특수강간' 사건이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무엇인가?
사건의 진행 상황을 언급하기에 앞서 이 사건을 부르는 방식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사건은 세간에 ‘김학의 성접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성접대 사건이라 함은 뇌물로 여성의 성을 재화처럼 공여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사건을 ‘성접대‘로 명명하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의미를 축소한다.
‘성접대라는 말이 여성을 재물로 취급한다‘는 원론적인 비판과 더불어 이 사건과 관련한 의혹 자체가 성폭력, 법률용어로 말하면 ‘특수강간‘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부터는 이 사건에 대해 ‘성접대‘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가급적 ‘성폭력’이라는 말로 대체한다.
사건이 드러난 것은 2013년 3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6년 전이다. 당시 언론은 ‘사회고위층 성접대 스캔들‘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아래는 3월 18일 한겨레 보도이며 ‘건설업자 ㅇ’씨는 윤중천씨다.
건설업자 ㅇ씨는 2010년 초부터 주말이나 휴일에 유력 인사들과 골프를 친 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고급 별장에서
술자리를 열어 성접대를 했다고 한다.
성접대 대상에는 고위 공직자와 대학병원 원장, 금융계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에는 유흥업소 종업원이 아닌 주부, 사업가, 예술가 등이 동원됐다고 한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일부 여성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ㅇ씨가 최근 분양사업에 실패해 자금난에 처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회 고위층에게 두루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공개된 뒤 ‘사회 고위층‘이 누구냐는 의문과 추정이 잇따랐다.
여러 인물이 거론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건이 통칭하는 ‘사회 고위층’은 점점 한 인물로 좁혀졌다.
바로 그해 3월 15일, 법무부 차관에 취임한 김학의다.
3월 20일, 경찰청 특수과는 해당 사건의 증거 영상을 확보했다고 발표한다.
여기에 김학의 차관이 등장한다.
다음날인 21일, 김학의는 사표를 낸다.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면서도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고 해명한다.
이제 이 사건이 왜 성접대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인지 설명할 차례다. 아래는 지난해 8월, 피해자측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 여성의 전화’이 검찰을 규탄하며 했던 기자회견의 내용이다.
피해자는 1년 7개월간 협박, 폭행,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에게 감시와 위협, 구타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억압을 당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해자는 검사, 교수, 병원장, 호텔 사장, 기업 회장 등 소위 사회 각 층의 권력자들이었습니다”
성접대‘가 말 그대로의 성접대가 되려면 피해자에 대한 강압, 폭력 등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복수의 증언은 이 사건이 ‘성접대‘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으로 조명되어야 함을 암시한다.피해자들의 증언은 일정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종합하자면 이렇다.
건설업자 윤씨는 피해여성에게 접근한 뒤 약물을 이용해 강간한다.
법적으로는 준강간 혐의다.
그리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협박한다.
이를 빌미로 여성들을 고위층 성접대에 동원한다.
″윤중천에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진도 찍히고. 걔(윤중천)는 수시로 잘 찍는다. (협박용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집(가족들)에게도 뿌렸다”
“드링크제 하나랑 마이신처럼 생긴 약을 피로회복제라고 줬는데 먹으니 나른해졌다.
그게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내가 윤중천과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촬영되고 있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의 말도 피해 여성들의 진술과 일치한다. 수사 담당 경찰관중 한 명은 MBC PD수첩에서 ”(윤중천이) 가족들한테까지 네가 이런 행동을 했던 것을 연락하고 (동영상을) 뿌리고 가만두지 않겠다.
(범행) 패턴이 똑같다.
건설업자가 만나서 먼저 여성들 성폭행하고 그다음에는 접대로 계속 부르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을 저지를 경우 이를 ‘특수 강간‘으로 규정
가중처벌한다. 이
사건의 구조를 다시 뜯어보자. 윤중천은 피해여성들을 동영상 등으로 협박했고 또 약물 등으로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여기까지는 강간 내지는 준강간에 해당하는 범죄다.
만약 이런 정황을 김학의 등 ‘사회 고위층‘들이 알고 ‘성접대’를 받았다고 하면 이들은 윤씨와 함께 강간 범죄를 공모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인 이상 강간을 저지른, 특수강간죄가 된다.
하지만 김학의에게 죄를 물을 수 없었다. 검찰은 그를 ‘무혐의’로 풀어주었다.
'특수강간 의혹' 김학의 사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지나
(CG)[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김학의는 ‘무혐의’였다.
그것도 두 차례나
2013년 11월, 검찰은 김학의와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다.
세간에는 무혐의 처분을 두고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가 맞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부정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검찰 내민 이유를 살펴보면 그 동영상에 김학의가 등장하는지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검찰은 경찰의 송치이유인 ‘특수강간’의 혐의 일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무혐의 처분에 대해 “여성들의 진술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거나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다각도로 확인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당시 검찰의 논리는 이렇게 재구성할 수 있다.
- 동영상 속 여성들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없고 따라서 특수강간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 동영상에 등장하지 않은 두 여성이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들 중 한명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한명은
조사 과정에서 주장을 번복했다.
- 성접대 사실(뇌물)이 인정된다 쳐도 민간인(병원원장, 금융계 관계자)에 대한 접대는 처벌 규정이 없고 김학의 등
공무원에 대한 접대는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
첫번째 수사가 무혐의로 결론 나자 한 피해자가 직접 나섰다. 피해자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요청에 응한 셈이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남겼다.
″벌 받을 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니까 동영상 속 여성이 나라고 말 안해도 벌 받을 줄 알았다”
피해자의 고소로 다시 이뤄진 수사의 과정은 어땠을까?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이 피해를 주장한 고소인 이모씨와 같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또다시 김학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다.
검찰은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했다며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1차 수사 때와 거의 같은 방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왜 진술을 번복했는지’에 대해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그 사람들의 힘과 권력이 너무 무서워서 뉴스를 보고 너무 놀라서 굉장히 불안해 있는 상황에서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난 처음부터 이 조사를 안 하려고 했다”
- 2019년 3월 14일 KBS / 피해자의 발언
(작년) 수사단계에서 (고소인이) 왜 동영상의 주인공이 나다,
라고 분명히 말을 못했는가 하면요.
잘 아시겠지만 수치심, 두려움, 앞으로 살아가는데 자신에게 멍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거든요.
경찰에 나와서 조사를 받는데. 그 당시에는 무슨 변호사 조력을 받을 처지도 못 되고 혼자였거든요. 덩그러니 혼자요,
피해자가. 그러니까 상대는 검찰 간부도 있고 위세가 등등한 그런 가해자들이 협박하고.사실대로 말하면 너는 얼굴에 상처도 내고 못살게 만들겠다”라든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순간적으로 이게 나라고 했을 때 올 파장을 생각하니까,
자신이 수모를 겪고 부끄러움 받는 것은 둘째 문제이고 신체상의 위해 같은 것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 2014년 7월 10일 SBS / 담당 변호사의 발언
2013년 당시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불법촬영물에 대한 피해를 온전히 피해자만 감당했으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이 지금과 같이 무겁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이 사건의 전면에 등장하기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같은 두려움은 ‘진술 신빙성의 부정’으로 이어졌다.
검찰 수사,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증명에 중점
김학의 성폭력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이 특수강간을 인정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는
두 가지이다.
① 피해자가 오후 늦게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원주별장을 따라나섰을 때부터 성관계를 가질 것을 예상하였다
② 처음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피의자를 만났으므로 성관계를 예상했었으므로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피해자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정말 그 사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음 피의자 윤중천을 만났을
당시 경제적인 원조를 바랐는지에 관한 조사만을 진행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경찰의 조사 결과 피해자의 총 18건의 성폭력 피해 내역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중에서 8건에 대하여만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탄핵하는 내용의 신문을 한 끝에 윤중천과 김학의의 특수강간 등
성폭력 사건은 입건조차 하지 않고 종결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대신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소장 역시 피해자들이 검사에게 피해 진술을 거짓으로 몰아가려는 질문을 계속 받았다고 답한다.
″피해자는 검찰 조사 당시의 경험을 아직도 고통스럽게 기억합니다. ‘왜 그렇게 했느냐?’, ‘왜 따라갔느냐?’,
‘네가 원했던 것이 아니냐?’, ‘왜 스스로 나오지 못했는가?’ 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 사회의 통념에 편승하며, 가해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이 피해자를 조사하였습니다”
한 피해자는 방송에 나와 검찰이 ‘왜 (증언을)번복했느냐’는 말만 하고 또 ”얼굴도 예쁜데 모두 용서하고 그냥 잊고
살아라”고 말했다고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
또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동영상에 나와서 했던 행위를 가리키며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한 번 해보시라’고 시켰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을 꺼내기도 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경제적인 도움’ 또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
M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사회 고위층 특수강간’ 의혹 사건에 함께 했다는 박화백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박씨는 피해자의 직장 근처로 찾아가 “OO양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도움을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연락
했다”며 금품을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박씨는 이 제안이 김학의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경제적인 도움‘은 범행 사후에 가해자 측에서 지급하려 한 것이며 이를 토대로 볼때 김학의도 이 ‘특수강간’ 범행에 묵시적인 공모가 있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1차 수사 당시 김학의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및 출금금지 요청을 기각하는 등 수사의 의지를 의심
할만한 행동을 자주 보였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출처: 중앙일보] 김학의 '성접대 원본 영상' 검찰이 누락?…진상조사단 "못 받았다"
결국 과거사위원회까지, 어쩌면 마지막 기회
법무부는 과거 검찰이 처리한 사건 중 의혹이 남는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2017년 1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를 설치했다. 그리고 과거사위 재수사 대상에 포함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바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수상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증거 누락 논란’이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자료 중 디지털 자료 3만여 건이 송치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그런데 경찰은 필요한 증거는 모두 CD에 담아서 보냈고, 수사와 직접 관련 없는 증거는 폐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즉 경찰은 자료를 보냈다고 주장하고 과거사위는 그 자료가 누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가 검찰에 송치됐으나 갑자기 사라진 것인지, 경찰이 자료를 검찰에 제대로 송치하지 않은 것인지, 경찰이 송치
하지 않았다면 검찰은 왜 가만히 있었는지 논란이 되는 사안이다.
또 다른 정황은 수사 기간에 대한 것이다. 과거사위는 지난 12일 ”이미 세 차례 연장돼 온 과거사위원회와 조사단 활동을 추가 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추가 활동기한의 연장 없이 현재 기한 내인 이달 31일 대상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심의결과 발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활동 기간 연장이 어려움을 말했다.
피해자 측은 이 결정에 대해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추가되는 와중에 과거사위가 서둘러 수사를 종료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다행히 18일, 과거사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조사기간을 2개월 더 연장 결정했다.
피해자들은 이번 과거사위의 재조사를 김학의 사건의 진상을 밝힐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 사법부는 ‘성폭력’이라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황증거가 충분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 경우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수인 사건이다. 관련자가 많기 때문에 수사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할 의지만 있다면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수사 의지
를 갖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수사기관이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야”만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치부가 어느정도인지도 아직 가늠이 되지 않는다.
19일 JTBC는 김학의를 재수사했던 사건 지휘라인중 한명인 윤갑근 전 대검 반부패부 부장이 김학의 사건에 연루되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승호 뉴스/블로그 에디터, 허프포스트코리아 이메일 : seungho.baek@huffpost.kr
/김학의 전 차관.
진상조사단 “김학의 사건, 특수강간 공소시효 15년…살아있는 사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 김영희 총괄팀장(변호사)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 “김학의 사건은 특수 강간으로 보게 되면, 15년의 공소시효이고, 살아있는 사건”이라며 “나머지 혐의들도 조사를 해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사건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조사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18일 오후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 중인 진상조사단 활동 기한이 2개월 연장 돼 다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팀장은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정부 청와대 관련 의혹이 제기된 것에 관해 “청와대를 비롯해서 검찰 외에 다른 조직의 고위 관료들의 외압이라든지, 관련자들의 방해가 있었는지는 중요한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김학의 전 차관 외에 다른 고위층 인사가 동영상에 등장한다는 언론 보도에 관해서는 “김학의 외에 다른 사람들의
성 접대 동영상이 있었는데, 빠졌다는 보도고, 저도 봤다”며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을 해드리는 게 규정 위반이라 못 해드리고, 모든 부분을 포함해서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자연ㆍ김학의 사건, 진실ㆍ단죄의 문 앞에 공소시효ㆍ증거능력 ‘이중 벽’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 수사 발언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고 장자연씨 사건의 재조사가 급류를 타게 됐다.
다만 두 사건 모두 10년이라는 공소시효가 거의 완성됐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와 진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혹을
해소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사건 모두 성폭력 여부가 사안의 핵심이지만 현재까지 성폭력과 관련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은 한 명도 없다.
장씨 사건은 강요죄 미성립으로 성범죄에 대한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김 전 차관은 두 차례의 검찰 수사를 통해 ‘동영상을 통한 식별 불가능’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향후 재조사가 진행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공소시효 문제다.
두 사건 핵심 쟁점인 성폭력의 공소시효가 모두 10년을 경과했기 때문이다.
장씨 사건이 2009년 3월 이전,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2007년 4~5월 혹은 2008년 3~4월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재조사에서 새로운 증거와 진술이 나오더라도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다만 김 전 차관 사건에서는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한다면 관련자 처벌의 길이 남아 있다.
별장 성접대 의혹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2명 이상이 합동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공소시효 문제는 넘을 수가 있다.
최근 김 전 차관 사건 피해자를 자칭하는 여성이 “2008년 이후에도 수도권 등지에서 김 전 차관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또한 재수사에는 유리한 정황이다.
김 전 차관 사건에서는 ‘동영상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육안으로 봐도 알 만큼 영상 속 인물은 분명히 김학의였다”고 밝혔음에도, 검찰은 여전히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피해자 진술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해서 기소 의견의 근거로 적시했지만 검찰은 “피해
여성들이 사건날짜를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장씨 사건은 어떤 방법을 써도 현재로선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유력 인사들을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 전 차관과 마찬가지로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한다면 수사 기간의 조금이라도 벌 수 있지만, 현재로선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정황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노영희 변호사는 “특수강간 혐의 적용마저 안 된다면, 결국 장씨 유족 등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불법행위 민사 청구소송 정도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검찰 진상조사단이 새로운 정황과 인물,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장씨 사건 수사를 통해 형사적 처벌을 부과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 진상규명 촉구 회견 참석한 "장자연 사건"
목격자인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진상규명까지 갈 길 멀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아래 과거사위)가 고 장자연씨 사망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폭행 의혹 사건,
용산참사 사건 등 3건의 재조사 활동 기한을 2개월 연장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19일 이를 받아들일지 결정할 예정이다
과거사위는 18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한 뒤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그 동안 진행된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추가로 제기된 의혹사항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표했다.
또 "용산 사건은 지난 1월에야 사건이 재배당된 사정 등을 감안해 필요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라고 설명했다.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등 나머지 재조사 대상은 기존 활동기간인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과거사위는 "4월부터 2개월 동안 3개 사건들의 진상규명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사위의 발표 직후 법무부는 "과거사위의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를 검토해 내일(19일) 법무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만약 법무부가 과거사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아래 조사단)은 5월말까지 조사를
이어갈 수 있다.
당초 법무부는 활동 기한 연장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세 차례 활동 기한을 연장했고, 특히 "연장한다고 해서 뭐가 더 나오겠냐"는 검찰 내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사단의 요구에도 과거사위가 활동 기한을 연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장씨 사건과 김 전 차관 사건을 향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씨의 동료였던 윤지오씨와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잇따라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관심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장씨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6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두 사건과 클럽 버닝썬 사건을 언급하며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을 낱낱이 규명해주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의 일이지만 그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활동 기한이 연장돼도 진상규명까지는 갈 길이 멀다.
조사단의 경우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중요 관계자들이조사에 협조하지 않아도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조사단 조사를 넘어 검경 차원의 재수사가 진행되더라도 모두 10년이 넘은 사건이라 공소시효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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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