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하노이에 이어 다시 특별열차편으로 중국 땅을
거쳐 해외 순방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 일본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순방 의전 담당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시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24~25일 사이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일정마저 제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상으로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 위원장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경비대가 고려항공 임시편으로 오는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김 위원장 자신은 지난번 하노이 방문 때와 같이 특별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까지 특별열차로
이동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점을 고려하면 안전과 과시 목적에서 열차편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열차를 이용할 경우 김 위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우선 북한 라선지구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북러 접경 철교를 통과하며 직접 러시아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효율성을 따져볼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국을 경유해 투먼(圖們)과 훈춘(琿春)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수 있다. 두 번째 방식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한반도 핵문제 해법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열차가 중국 영토를 지나 러시아로 진입하는 모양새가 북·중·러 삼각구도를 선명하게 상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는 점도 정통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반면 김 위원장의 중국 경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핵문제에 러시아까지 끌어들이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고위급 인사를 만나지 않고 단순히 경유만 할 경우 크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크렘린은 1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중 북러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러시아 방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크렘린,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발표…이달 중 예정
이르면 다음주, 김정은의 첫 러시아 방문될 듯
크렘린은 18일(이하 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8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크렘린이 발표한 성명에는 회담 날짜와 장소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
으나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고려북러정상회담 날짜는 다음 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일본과 러시아 언론들도 푸틴 대통령이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과 회담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언론에 북러정상회담 준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날짜나 회담 안건 등은 알려진 바가 없다.
블룸버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 요구가 실패로 끝난 후 오랜
동맹관계인 러시아에 손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진행됐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대북제제 완화에 관해 양측이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1년에 집권한 이후 러시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미래 대화를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러정상회담이 개최될 장소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지 언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극동연방대학 건물 내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으로 17~24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또 극동연방대학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방문해 회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찰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다. 김 부장은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보도 화면 캡쳐. [사진=뉴시스]
일본 후지네트워크(FNN)는 블라디보스토크 역 주변에서 포착된 북한 김창선 국무위 부장의 행로에 초점을 뒀다.
김창선 부장은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창선 부장은 앞선 미북 하노이 회담 때도 김 위원장의 동선과 머물 장소를 직접 둘러보며 계획했던 인물로 김 위원장의 집사 같은 존재다.
FNN은 김창선 부장의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방문도 다가올 북러정상회담 준비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북한 정권의 주요 자금원 중 하나인 1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체류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러시아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유엔의 제재 완화를 위한 협력, 식량과 의료품 등 인도적 지원,
북한 노동자 수용 연장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은 16일(현지시간) 스티브 비건 북핵 수석실무대표를 러시아로 급파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건 대표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북러정상회담 전 러시아의 북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 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정은, 푸틴 만나 '경협 지속' 요청하겠지만…성과 미지수
김정은, 제재 속 경협 확대 통해 에너지·식량 지원 요청 선박 간 환적 방식 석유 거래, 北 노동자 송환 연장 등 외교가 "양 정상 만남 상징성 있지만 구체적 비중 작아"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크렘린궁이 공식화한 다음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기조 속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로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하순에 열릴 예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오는 25일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다고 NHK가 19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의 크렘린궁 고위 당국자는 전날 NHK에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이처럼 열릴 전망이며 러시아 측이 북한 내 철도 보수 등 양자간 경제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크렘린궁도 전날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후반에 러시아를 방문해 회담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예정대로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대면이 이뤄진다. 북러 정상이 만나는 것은 지난
201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만남 이후 8년 만이다. 당초 지난해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이 추진돼 왔으나 의전 문제와 대내외적인 정치적 상황 때문에 계속 연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5월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평양에 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러시아 방문을 요청, 9~11월에 김정은의 방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2월 말에 열린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우선 순위로 두고 비핵화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방러 시기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외교당국도 김 위원장의 올해 방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해왔다. 블라디보스크에서는 이미 회담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7일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을 시찰하는 모습이 포착돼
김정은은 이번 방러에서도 기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대외행보인 북러정상회담에서는 유엔의 대북제재 하에서 가능한 경제협력
확대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하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 열차역 야경./블라디보스토크=
정영현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전경.
/블라디보스토크=정영현기자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지원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피해
가능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가장 관심 있는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과의 석유 거래를 미국의 눈을 피해서 할지가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는 대북 식량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 1~2월에만 지난 한 해 석유 수출량의 3분의 1을 넘어선 분량을 지원했으며,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에 따른 밀가루 10만t 지원 요청에 따라 5만t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미국은 그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과의 석유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
해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선박 6척과 해운기업 2곳이 북한으로 석유·정유 제품을 옮기는 것을 돕고 있다고
판단, 이들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 노동자 3200명의 노동허가를 올해 말까지 연장키로 했는데 김 위원장이 노동자들의 북한 송환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적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함께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이를 지속해달라는 메세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교가와 미 언론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양 정상이 만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상징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북러정상회담은 상징성이나 덕담의 비중이 클 수는 있어도 구체적 성과의 비중은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북러회담에서 큰 성과가 나온다기보다 예상 가능한 정도의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기
차 남북정상회담 방법·시기, 원포인트·비공개 진행 등 다양한 시나리오 성사 여부는 4~6월 한반도 둘러싼 미중일러 정상외교 일정 따라 유동적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4·27판문점선언 1주년이 근접한 시점까지도 북한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애를 김 위원장이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양새다.
자연스레 남북정상의 만남과 방향에 대해 숨 고르기를 하고, 차분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7차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회담의 불씨를 되살려 항구적 평화 정착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견고한 목표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여부는 결국 북미 간 비핵화 회담의 성과에 달려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미접촉을 통해 북미·대북 채널을 열어보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문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대북제재 해제에
목말라 ‘집착’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을 향해 남북문제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자임해온 북미 관계에서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기능을 요구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대북 접촉 채널을 놓고 이미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앞두고 한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 문제를 언급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이슈를 포함해 대통령의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그 직후, 다른 관계자가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혀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것이 그 방증이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졌던 ‘대북특사’ 파견 문제를 놓고 북측과
여전히 조율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앞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선(先) 특사 파견 공개, 후(後) 정상회담 추진’이라는 패턴과 달리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담 추진 의사부터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맞물려 남북 간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힌 까닭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애초 예상됐던 대북특사를 건너뛴 사실상 정상 차원의 ‘직접 제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여전히 난망한 가운데 문 대통령 자신의 판문점과 평양 재방문 가능성을 열어둔 파격적인 제안으로 평가되면서도 김 위원장이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다시 평양에 가야 하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튼 만큼, 남북정상회담 등의 후속조치를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 재개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차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4~6월 사이에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굵직한 정상외교 일정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5월과 6월 연거푸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나루히도 일왕 즉위와 관련해 5월26일 방일 계획이 잡혀있고, 6월28~29일에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차 재차 방일할 예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방한을 요청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국도
찾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장 오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예정된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을 전후해 김 위원장과 북러정상회담을 갖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로서는 김 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마치는 대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안을 구상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7차 한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비공개 메시지’가 있었다면, 이를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시 김 위원장의 입장을 5월이나 6월 방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시나리오가 유력시된다.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엔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의전을 최소화하는 ‘원 포인트 회담’ 형식이 가능성 높아
보인다.
당시처럼 ‘비핵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모두 대대적으로 의전을 갖춰 정상회담을 갖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만일 남북 실무 접촉에서 북미관계와 비핵화 방법론 등에 대한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역시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비공개 진행한 뒤 회담 결과를 ‘사후 공개’하는 형식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오는 27일을 전후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시기적으로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준비 기간이 부족한 대목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물론 북한이 우리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당분간 아예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완고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김 위원장 입장에서 ‘빈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시기 이후로 남북정상회담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4차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와 시기, 개최 방법 그리고 그 결과 등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에서
정상 차원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6월까지 지속적인 관찰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병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들과 찍은 기념 사진, 뒷줄 맨 가운데가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과 트럼프의 ‘시간게임’
북–미 교착상태서 3차 정상회담 열리게 할 만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식 해법은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곤일척 승부가 3회전으로 접어들었다.
2017년 세계 언론의 지면을 내내 장식했던 1회전은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치킨게임’이었다.
반면 2회전은 문제 해결을 위해 ‘속도전’을 하자는 것이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
회담에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완전한 비핵화 실현, 그리고 미군 유해 송환에 합의하면서 이들 합의를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약점 잡았다고 자신만만한 트럼프
하지만 두 정상의 속도전 다짐은 곧 교착상태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노딜’(No deal·성과 없이 결렬) 이후 3회전의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게임’이다. 미국은 제재가 길어질수록 북한이 겪을 고통도 커질 것이라며 북한의 양보를 자신한다.
북한은 제재는 “자력갱생”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며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북-미 관계의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심기일전을 다짐하고 있다.
“급할 것 없다”며 시간게임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무기는 대북제재다. 트럼프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이 제재 문제 해결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확인한 터다.
이걸 김정은의 약점으로 여긴다. ‘제재 해제로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내 요구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 기조는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3월29일 “북한은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4월2일에 “북한 비핵화에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면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대북제재가 그 시간표를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4월12일 한-미 정상회담 모두 기자회견에서도 “올바른 합의”를 위해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자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헛다리 짚지 말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는 4월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력갱생”의 힘으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흘 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더욱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먼저 미국이 경제제재를 앞세워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가 말한 “무장해제”란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김정은에게 건넨 ‘비핵화 정의’ 문서에 담긴 것으로, 북한에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도 모두 포기하라는 요구를 지칭한다. 김정은은 미국의 의도가 제재로 “무장해제”를
관철하고 “제도 전복”을 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제재에 더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세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정은, ‘헛다리 짚지 말라’며 자력갱생 강조
첫째는 미국에 더는 약점을 잡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1차 정상회담부터 2차 정상회담까지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은 교훈은, 제재 완화와 해제를 요구할수록 미국은 이를 북한의 약점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약점을 잡았다고 여긴 미국은 요구 수준을 크게 높였다.
그러자 김정은은 제재에 굴복하느니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겠다며 미국의 “최대의 압박”에 ‘최대의 김빼기’를 시도하고 있다.
둘째는 ‘협상의 법칙’을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제재 해제 요구를 내려놓을 테니 미국은 다른 상응 조치를 준비하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종전 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소 같은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지만, 이보다 훨씬
강한 것을 바랄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 조치로 에너지 지원 같은 경제적 보상 요구가 포함될 수도 있고, 이보다 확실한 것은 군사적 상응 조치 요구가 될 것이다.
군사적 상응 조치에는 모든 한-미 군사훈련 중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와 전개 완전 중단, 한반도를 작전 반경에 둔 괌과 하와이 등의 전략자산 제거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셋째 해석과 연결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을 여전히 선호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이)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제재 해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미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제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든지, 아니면 제재 완화 외의 상응 조치를 준비하든지 말이다.
그런데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 조치로 경제적 보상과 안보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적 상응
조치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이 점을 의식해 ‘협상 법칙’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협상 법칙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제재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의 앞날은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너무나 커서 잡을 수 없는’(too big to grasp) ‘비핵화+슈퍼 알파’를 들고나왔다.
양자 게임을 다자 게임으로
하지만 희망의 근거들도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친분을 과시하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도 곧바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트위터를 날렸다. 물론 조건은 있다.
김정은은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조건”을 달면서, 미국의 용단을 “올해
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트럼프도 “나는 빨리 움직이고 싶지 않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김정은과의 시간게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하노이 노딜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트럼프의 정치적 곤경이 많이 해소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후폭풍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로 잠잠해졌다.
트럼프-러시아 대선 공모설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난 것이다.
이에 고무된 트럼프는 4월9일 트위터에 2020년 대선 캠페인 영상물을 올렸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악수하는 장면도 담겼다. 그만큼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최고의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2020년 대선 이전에 큰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불분명하지만 주목할 것은 또 있다.
하노이 노딜의 결정적 이유가 되었던 ‘비핵화+슈퍼 알파’에 대해 트럼프가 그의 참모진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이다. 폼페이오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비핵화에는 핵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도
모두 폐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줄곧 밝혀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비핵화나 ‘빅딜’을 언급하면서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은 없다.
그는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에겐 매우 분명하다.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4월12일 한-미 정상회담 때도 “빅딜은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표면적 차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단할 수는 없다.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트럼프가 부지불식간에 하는 얘기인지, 먼저 목표의 최대치를 제시하고 나중에 이를 낮춰 현실 가능한 목표를 이루려는 협상술의 하나인지를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와 빅딜의 핵심은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면서 ‘한국식 해법’을 마련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게임을 달리 표현하면 ‘내가 공을 넘겼으니 네가 칠 차례’라는 것이다.
그런데 워싱턴은 평양에 공이 있다 하고, 평양은 워싱턴에 공을 넘겼다고 한다.
이러다 게임이 재개될 수도 있지만 이대로 끝날 수도 있다. 앞날이 불투명하다면 양자 게임을 다자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이 게임의 주선자를 넘어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식 해법’을 만들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