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김정은 '하노이 로드' 재현? 中 거쳐 러시아 방문 관심

도토리 깍지 2019. 4. 20. 11:14


김정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톡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장소로 유력한 극동연방대학교가 있는 루스키섬과 블라디보스톡 시내를 잇는 루스키다리. 블라디보스톡/타스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톡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장소로

 유력한 극동연방대학교가 있는 루스키섬과 블라디보스톡 시내를 잇는 루스키다리. 블라디보스톡


/타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하노이 로드' 재현? 中 거쳐 러시아 방문 관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특별열차편으로 중국 경유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가능성 상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하노이에 이어 다시 특별열차편으로 중국 땅을

 거쳐 해외 순방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 일본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순방 의전 담당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시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24~25일 사이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일정마저 제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상으로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 위원장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경비대가 고려항공 임시편으로 오는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김 위원장 자신은 지난번 하노이 방문 때와 같이 특별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까지 특별열차로

 이동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점을 고려하면 안전과 과시 목적에서 열차편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열차를 이용할 경우 김 위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우선 북한 라선지구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북러 접경 철교를 통과하며 직접 러시아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효율성을 따져볼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국을 경유해 투먼(圖們)과 훈춘(琿春)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수 있다. 두 번째 방식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한반도 핵문제 해법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열차가 중국 영토를 지나 러시아로 진입하는 모양새가 북·중·러 삼각구도를 선명하게 상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는 점도 정통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반면 김 위원장의 중국 경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핵문제에 러시아까지 끌어들이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고위급 인사를 만나지 않고 단순히 경유만 할 경우 크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크렘린은 1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중 북러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러시아 방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크렘린,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발표…이달 중 예정


이르면 다음주, 김정은의 첫 러시아 방문될 듯



크렘린은 18일(이하 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8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크렘린이 발표한 성명에는 회담 날짜와 장소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
으나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고려북러정상회담 날짜는 다음 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일본과 러시아 언론들도 푸틴 대통령이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과 회담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언론에 북러정상회담 준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날짜나 회담 안건 등은 알려진 바가 없다.
 
블룸버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 요구가 실패로 끝난 후 오랜
 동맹관계인 러시아에 손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진행됐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대북제제 완화에 관해 양측이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1년에 집권한 이후 러시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미래 대화를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러정상회담이 개최될 장소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지 언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극동연방대학 건물 내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으로 17~24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또 극동연방대학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방문해 회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찰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다. 김 부장은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보도 화면 캡쳐. [사진=뉴시스]
 
   

  
일본 후지네트워크(FNN)는 블라디보스토크 역 주변에서 포착된 북한 김창선 국무위 부장의 행로에 초점을 뒀다.
 김창선 부장은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창선 부장은 앞선 미북 하노이 회담 때도 김 위원장의 동선과 머물 장소를 직접 둘러보며 계획했던 인물로 김 위원장의 집사 같은 존재다.
FNN은 김창선 부장의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방문도 다가올 북러정상회담 준비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북한 정권의 주요 자금원 중 하나인 1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체류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러시아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유엔의 제재 완화를 위한 협력, 식량과 의료품 등 인도적 지원,
북한 노동자 수용 연장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은 16일(현지시간) 스티브 비건 북핵 수석실무대표를 러시아로 급파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건 대표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북러정상회담 전 러시아의 북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 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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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2014년 12월 31일 모스크바에서 촬영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러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방문하기로 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와 정상 간 회담 장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선 내주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미 극동지역을 다녀갔기 때문이다.


◇ 김정은의 러시아행… 푸틴 1년 기다렸다

예정대로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면 양국 관계 진전의 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은 2011년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울란우데를 방문해 당시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난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대면이기도 하다. 여기엔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이 있었다.

 지난해 5월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러를 초청받았으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왜 1년여 만에야 푸틴 대통령의 방러 초청을 받아들인 것일까. 이는 두 정상의 회담 의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확대 방안 및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해제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관계 속 중재 역할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관계 속 중재 역할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북한이 대북제재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가 길어지고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북러 회담은 예상됐던 일이다


 러시아는 그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P5(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중 하나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지속 이행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북미 회담이 이대로 틀어질 경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북한으로선 러시아만큼 좋은 협상 상대가 없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는 대미 압박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통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대북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구상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의 이해도 맞아떨어진다. 극동지역 개발과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선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다.

현 상황으로 볼 때, 러시아는 북한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제재 완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경우 북미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잃게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북미간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에 차질을 빚은 셈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4·11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제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별다른 응답이

없는 상태다.






김정은 “관건적 시기”…뚜렷해진 ‘줄타기 외교’





김정은 “관건적 시기”…뚜렷해진 ‘줄타기 외교’




시진핑에 보낸 편지서 친선 강조 
베트남에도 답전…우방과 밀착
러시아와 8년 만에 정상회담 등 
‘포스트 하노이’ 노선 강화 움직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줄타기 외교’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자력갱생”을 ‘포스트 하노이’ 노선으로 내세운 이후 사회주의 연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다음주(24일 혹은 25일) 개최될 예정이고, 중국·베트남 등 우방국과도 더 밀착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한국에 대해선 연일 압박성 메시지를 던지며 ‘불가근불가원’식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올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통보한 가운데,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외교 공간을 확보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략적으로 긴 호흡으로 움직여온 북한 외교가 또다시 변곡점을 맞는 흐름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이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된 것을 축하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지난 17일 답전을 보냈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라는 점을 들어 “조선반도의 정세 흐름이 매우 관건적인 시기에 들어선 오늘 북·중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귀중히 여기고 전진시켜나가는 것은 중대한 사명”이라고 했다. “가장 진실한 동지적

 관계”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에게도 “총비서 동지의 축하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의 투쟁에 대한 힘 있는 지지와 고무가 된다”는 답전을 보냈다.

그는 지난달 초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노이 노딜’ 이후 김 위원장의 첫 외교 행선지다. 8년 만의 북·러 정상회담에선 경제협력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우군 확보·경제 지원 등 
‘장기전’ 대비 협상력 강화 해석
한·미엔 연일 압박 메시지 대조 




김 위원장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제재 완화에 대한 지원사격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제재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송환될 예정인데, 북한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들의 체류를 희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제재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과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현지지도했으며,

 북 외무성은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미 협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축하 메시지와 ‘정상 간 신뢰’를 내비치면서도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남측에 대해서도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가 돼달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사실상 중지됐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의 정례 협의 채널인 남북 소장회의는 이날로 8주째 열리지 않았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회주의 연대를 복원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받아내기 어려워진 만큼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에 대비

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포기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사회주의 연대 등 국제관계 개선도 가능한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고 체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 군사
  • 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내밀고 있다.
  •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안병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들과 찍은 기념 사진, 뒷줄 맨 가운데가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들과 찍은 기념 사진, 뒷줄 맨 가운데가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과 트럼프의 ‘시간게임’


    북–미 교착상태서 3차 정상회담 열리게 할 만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식 해법은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곤일척 승부가 3회전으로 접어들었다.
    2017년 세계 언론의 지면을 내내 장식했던 1회전은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치킨게임’이었다.

    반면 2회전은 문제 해결을 위해 ‘속도전’을 하자는 것이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
    회담에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완전한 비핵화 실현, 그리고 미군 유해 송환에 합의하면서 이들 합의를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약점 잡았다고 자신만만한 트럼프

    하지만 두 정상의 속도전 다짐은 곧 교착상태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노딜’(No deal·성과 없이 결렬) 이후 3회전의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게임’이다. 미국은 제재가 길어질수록 북한이 겪을 고통도 커질 것이라며 북한의 양보를 자신한다.


    북한은 제재는 “자력갱생”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며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북-미 관계의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심기일전을 다짐하고 있다.


    “급할 것 없다”며 시간게임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무기는 대북제재다. 트럼프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이 제재 문제 해결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확인한 터다.

    이걸 김정은의 약점으로 여긴다. ‘제재 해제로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내 요구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 기조는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3월29일 “북한은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4월2일에 “북한 비핵화에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면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대북제재가 그 시간표를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4월12일 한-미 정상회담 모두 기자회견에서도 “올바른 합의”를 위해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자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헛다리 짚지 말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는 4월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력갱생”의 힘으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흘 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더욱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먼저 미국이 경제제재를 앞세워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가 말한 “무장해제”란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김정은에게 건넨 ‘비핵화 정의’ 문서에 담긴 것으로, 북한에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도 모두 포기하라는 요구를 지칭한다. 김정은은 미국의 의도가 제재로 “무장해제”를

     관철하고 “제도 전복”을 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제재에 더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세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정은, ‘헛다리 짚지 말라’며 자력갱생 강조


    첫째는 미국에 더는 약점을 잡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1차 정상회담부터 2차 정상회담까지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은 교훈은, 제재 완화와 해제를 요구할수록 미국은 이를 북한의 약점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약점을 잡았다고 여긴 미국은 요구 수준을 크게 높였다.

     그러자 김정은은 제재에 굴복하느니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겠다며 미국의 “최대의 압박”에 ‘최대의 김빼기’를 시도하고 있다.

    둘째는 ‘협상의 법칙’을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제재 해제 요구를 내려놓을 테니 미국은 다른 상응 조치를 준비하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종전 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소 같은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지만, 이보다 훨씬

    강한 것을 바랄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 조치로 에너지 지원 같은 경제적 보상 요구가 포함될 수도 있고, 이보다 확실한 것은 군사적 상응 조치 요구가 될 것이다.

    군사적 상응 조치에는 모든 한-미 군사훈련 중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와 전개 완전 중단, 한반도를 작전 반경에 둔 괌과 하와이 등의 전략자산 제거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셋째 해석과 연결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을 여전히 선호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이)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제재 해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미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제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든지, 아니면 제재 완화 외의 상응 조치를 준비하든지 말이다.


    그런데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 조치로 경제적 보상과 안보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적 상응

    조치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이 점을 의식해 ‘협상 법칙’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협상 법칙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제재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의 앞날은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너무나 커서 잡을 수 없는’(too big to grasp) ‘비핵화+슈퍼 알파’를 들고나왔다.


    양자 게임을 다자 게임으로

    하지만 희망의 근거들도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친분을 과시하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도 곧바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트위터를 날렸다. 물론 조건은 있다.


    김정은은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조건”을 달면서, 미국의 용단을 “올해

    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트럼프도 “나는 빨리 움직이고 싶지 않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김정은과의 시간게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하노이 노딜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트럼프의 정치적 곤경이 많이 해소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후폭풍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로 잠잠해졌다.

    트럼프-러시아 대선 공모설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난 것이다.

    이에 고무된 트럼프는 4월9일 트위터에 2020년 대선 캠페인 영상물을 올렸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악수하는 장면도 담겼다. 그만큼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최고의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2020년 대선 이전에 큰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불분명하지만 주목할 것은 또 있다.


     하노이 노딜의 결정적 이유가 되었던 ‘비핵화+슈퍼 알파’에 대해 트럼프가 그의 참모진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이다. 폼페이오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비핵화에는 핵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도

    모두 폐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줄곧 밝혀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비핵화나 ‘빅딜’을 언급하면서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은 없다.

    그는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에겐 매우 분명하다.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4월12일 한-미 정상회담 때도 “빅딜은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표면적 차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단할 수는 없다.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트럼프가 부지불식간에 하는 얘기인지, 먼저 목표의 최대치를 제시하고 나중에 이를 낮춰 현실 가능한 목표를 이루려는 협상술의 하나인지를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와 빅딜의 핵심은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면서 ‘한국식 해법’을 마련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게임을 달리 표현하면 ‘내가 공을 넘겼으니 네가 칠 차례’라는 것이다.

    그런데 워싱턴은 평양에 공이 있다 하고, 평양은 워싱턴에 공을 넘겼다고 한다.


     이러다 게임이 재개될 수도 있지만 이대로 끝날 수도 있다. 앞날이 불투명하다면 양자 게임을 다자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이 게임의 주선자를 넘어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식 해법’을 만들어서 말이다.


    핵무기·핵물질을 러시아·중국으로 이전?

    한국식 해법의 요지는 북한이 선호해온 ‘단계적 해법’과 트럼프가 고수해온 ‘빅딜’을 창의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빅딜은 북핵 폐기와 이에 대한 근본적인 상응 조치, 즉 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과 군비 축소, 북-미 관계 정상화를

     맞바꾸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러 합의가 이뤄졌을 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상당한 수준의 제재 완화를 중심으로 1단계 이행 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기라는 미국식 요구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러시아나 중국으로

    이전해 폐기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한겨레21>

     


    "북러정상회담 다음주 유력"…김정은 방러 성사되나

     (CG)

    한반도 주변국 정상회담ㆍ외교전

    (PG)[이태호 제작] 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