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윤영석, 이장우, 김태흠, 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문재인 좌파독재정부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규탄 삭발식'을
가진 뒤 먼저 삭발한 박대출 의원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전북
전주를 방문한 3일 오후 한 시민이 전주역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5.3
doo@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전국 순방 투쟁으로 광주를 찾은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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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에게 물뿌리며 항의하는 시민 단체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광주를 찾았다가 물세례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삭발투쟁에 동참하라'는 청원글이 올랐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을 내란죄로 다스려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수난기다. 한국당은 요즘 선거제 개편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조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전국을 돌며 문재인정부 규탄대회를 진행중이고 박대출·김태흠·성일종 의원 등은 릴레이 삭발 투쟁으로 정부와 여당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정부의 독단적 국정운영을 폭로하고 정부의 정책실정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황교안 "밀어달라" 호소했지만…물벼락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광주 송정역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를 내걸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선거법 개편안 등의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전날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한데 이은 행보다. 황 대표가 호남을 방문한 것은 대표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5.18 망언 논란에 휩싸인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광주시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광주 5월 어머니회와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단체는 황 대표에게 물을 뿌리며 "물러가라"고 외쳤다. 전날 대구와 부산에서 진행한 문재인정부 규탄에서 환호를 받은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광주 시민들로부터 환대 받지는 못했지만 한국당은 앞으로도 호남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일부 세력들이 끊임없이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려 하였으나 자유한국당과 당원, 지지자들은 비폭력, 질서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한국당은 끊임없이 호남 국민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곳에서 국민을 만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의 지향을 알려나갈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이 길에 호남 국민들께서 함께해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나경원 삭발동참, 김무성 내란죄"…누리꾼들 '청원놀이' =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인 삭발투쟁은 일부 누리꾼들의 '놀잇거리'로 전락한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먼저 삭발에 나선데 이어 전날 김태흠·성일종·이장우·윤영석 의원도 국회 본청앞에서 단체로 머리를 밀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비폭력 저항의 표시"라고 평가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나경원 원내대표도 삭발에 동참하라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이를 희화화 했다. 청원인은 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님도 삭발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경원 대표님도 꼭 삭발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삭발만 해주신다면 이제부터 민주당을 버리고 내년 총선 4월15일에 무조건 나경원 대표님의 당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해당청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3만6034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또 "애국애민 즉 열도(일본)만 생각하는 나경원 대표님의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 꼭 삭발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진정성 있는 청원이라기보다 '반어법'을 사용한 조롱에 가깝다. 김무성 의원도 누리꾼들의 '청원놀이'의 대상이 됐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무성 의원을 내란죄로 다스려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버립시다 여러분'이라는 웃고 넘어갈 수 없는 발언이 무려 6선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며 "현직 국가 수장의 집무·주거 공간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겠다는 발언이 내란이 아니라면, 역으로 어떤 행위가 내란이 될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원 게시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 연단에 올라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고 말했다. 청원인은 형법의 내란죄 조항을 언급하며 "87조, 90조 어느 혐의를 적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8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에 대해 경중에 따라 최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90조는 내란을 예비·음모·선동·선전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고 했다. 해당 청원은 3일 오후2시30분 기준 1만3890의 서명을 얻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민생경제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올라탄 '배드 트랙'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나타난 자유한국당의 발언과 행태는 정치공학적 발상에서인지, 현실의 정치적 이해에 입각한 정략적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보편에 입각해 볼 때 궤도를 너무 벗어났다.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들이다. 이외에 골자는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 지역구 의석 비율, 의원 정수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에 대해선 정치개혁특위 합의에 따른다'는 것이고,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는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비례제 논의의 대전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비례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 이고, 표심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례대표 숫자의 증원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의원정수 축소와 비례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또한 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를 원천봉쇄했다.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갈등을 고조시킴 으로써 당의 내부 결속과 지지층을 결집하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추론'은 그래서 타당해 보인다. 국회법 85조의 2에 명시되어 있는 '안건의 신속처리'는 여야의 입법 교착이 발생할 때 이를 물리적 충돌 없이 타개하기 위해 2012년 5월, 18대 국회 말에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하여 여야 합의로 개정한 조항이다. 이른바 '동물국회'를 막고 의회주의적 절차에 따른 합의 모색을 위해 일정한 숙고의 기간을 둔 것이다. ![]() ▲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 등이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당 의원들과 당원들마다 이견이 존재하겠으나 이 모든 극한적 발언과 과도한 정치행태의 초점은 내년 총선에 닿아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당의 탄핵 반성과 혁신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한국당의 행태는 탄핵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가진 태극기 세력과 결합을 시도하면서 적대적 혐오를 부추기고, 극한 투쟁으로 몰아감으로써 지지를 결집하려는 역사적 퇴행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보수의 결집 못지않게 일반의지에 따른 민심의 이반도 생각할 줄 아는 정치적 감수성의 부재에서 오는 무모한 행위 일 뿐이다. 탄핵은 헌법절차에 따른 국민주권의 행사였다. 그러나 한국당은 아직도 공식적으로 탄핵에 대해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탄핵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를 왜곡하는 정당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한 정당은 한국당이다. 민주당 등 여타 정당들도 상승했다. 양극화된 정당체제에서 지지층이 진영논리에 따라 결집하고 있는 양상이다. 극단의 적대가 정당지지를 견인하는 다수제 양당제 모델의 문제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게 패스트트랙 대치다. 2004년의 불법대선자금 사건 때 천막당사, 2005년의 사학법 개정에 반대한 53일 간의 장외투쟁의 추억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이번 사태와 그 당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임도 직시해야 한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좌파정변'은 아무 설득도 울림도 없다. 어느 정파나 비판받을 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 민주당 등 집권세력은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한국정치를 싸잡아 비판하고 민생과는 무관한 일에 정치권이 몰두한다는 식의 관점은 기실 한국당의 반민주적 퇴행에 면죄부를 주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양비론의 함정이다. 한국당의 '배드트랙' 폐기는 빠를수록 좋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논의의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ccr21@hanmail.net
나경원 삭발 청원…”삭발만 해주신다면 내년 총선에 무조건 대표님 당 지지하겠다" 나경원 삭발 청원을 올린 게시자는 "삭발만 해주신다면 내년 총선 4월15일에 무조건 나경원 대표님의 당을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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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삭발 청원은 뿔난 민심의 항의, 나아가 '정치적 풍자'로 풀이된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3일 "청와대가 바로 국민 분열의 원인 제공자이며,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핵심 지지층의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민생경제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어제 사회원로 초청간담회에서 다시 한 번 꽉 막힌 사고를 보여줬다. 이런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정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정파에 따라 대립과 갈등이 격렬하고 국민 사이 적대감이 높아져서 걱정'이라고 발언했는데, 문 정권만큼 야당을 무시하고 '국회패싱'한 정권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자유한국당 윤영석, 이장우, 김태흠, 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문재인 좌파독재정부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규탄 삭발식'을 가진 뒤 먼저 삭발한 박대출 의원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극단 투쟁' 자유한국당, 이면에 어떤 출구전략? 집단삭발·전국순회 등 투쟁수위 최고조 내부서는 '투트랙' 출구전략 고심 패스트트랙 수정 가능…공수처 합의하고 선거제 협상하는 대안? 민주당과 이해관계 일치한다는 계산도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반발해 집단삭발에 지도부 전국순회까지 나서는 등 투쟁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강경대립 이후 선거제 개편 관련 협상을 비롯한 출구전략 마련을 동시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3일 한국당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당내에서는 정부여당과의 관계를 강공과 협상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들 비주류 온건파의 주장이 당장은 '강공일변도' 기조의 주류 강경파에 의해 비공개 의원총회 등에서 대부분 저지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삭발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국을 돌며 대국민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당분간 정부여당과, 특히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다가도 결국에는 다시 원내로 들어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당의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외투쟁 올인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원내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이 많고, 지도부도 무작정 장외투쟁만 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출구전략으로는 사법개혁특위에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을 여야 4당과 합의해주는 대신, 정치개혁 특위에 오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쪽으로 협상력을 집중하는 방안이 꼽힌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여야 4당 합의안 가운데,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자 일부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석패율제' 정도를 받아주면서 연동형 비례제를 약화하거나 무산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연동형 비례제 하에서는 거대양당의 의석수가 줄어들 게 자명하기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해관계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런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한국당, 민주당 의석 깎아서 정의당에게 바치는 지금의 선거법 개정안 대로라면 민주당은 의석 70~80명짜리 중견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수처법을 어느 정도 양해해 주고 대신 선거법에서 양해를 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민주당으로서도 추가경정예산을 거쳐 국정감사나 본예산 정국까지 가는 데 있어 협상의 파트너는 다른 군소정당이 아니라 제1야당인 자신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회법 85조의2의 2항에는 "위원회가 지정된 안건(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대안을 입안한 경우 그 대안을 신속처리대상으로 본다"고 돼 있다. 또 95조에는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30명 이상의 찬성 의원과 연서하여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패스트트랙의 요건이 상임위 180일(안건조정위 소집의 경우 90일), 법사위 90일 등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 대안의 상정이 가능하고, 패스트트랙이 종료된 뒤 본회의에서 수정하는 방식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미 사개특위에 민주당(백혜련안)과 바른미래당(권은희안) 등의 엇갈린 공수처법이 상정돼 있는 만큼 어차피 협상과 수정의 필요성이 남아 있기도 하다. 다만 내부적인 힘을 결집시켜 여당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당장의 대응은 강경일변도일 것으로 전망된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은 1일부터 이어진 전국순회 투쟁을 이날도 광주·전북 전주 등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이름의 3차 장외집회를 연 뒤 청와대 방향 행진까지 계획하고 있다. ![]() |
“좌파” “독재” 한국당의 속내
같은 시각,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이끌며 “좌파 경제 실험과 공포정치, 공작정치를 중단하라” “문재인 정권은 악법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라”고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갔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패스트트랙 법안을 “좌파독재법”, 문재인 정권을 “독재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당 지도부 12명은 회의를 마치며 청와대를 향해 “독재 타도”를 외쳤다.
황 대표는 곧바로 서울역 광장에서부터 대전역 광장, 동대구역 광장, 부산 서면 영광도서 앞으로 이어지는 ‘문재인
스톱’ 집회를 주도했다.
이날 당 지도부가 쏟아낸 발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단어는 ‘독재’였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을 끝까지 밀어붙여 우리를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여당”이라며 “선거의 룰을 정하는 문제는 헌법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현 정권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등) 패스트트랙만 태우면 당내 바른정당계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도 냉각기를 거쳐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일까.
하루 전인 5월1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에서 이대로 처리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동을 제안했지만, 한국당 지도부의 대여 투쟁 수위는 정권 타도 구호와 함께 오히려 한 단계 높아지는 분위기다.
보수 표심을 노리는 ‘좌파’ ‘독재’의 외침은 4월27일 전국 253개 지역의 당협위원장이 총출동한 ‘제2차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한국당의 계속되는 이념 공세는 내년 선거에서 구도와 이슈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분명하게 읽혔다.
실제로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화학적 결합을 꾀했고, 결과적으로 총선을 앞둔
보수야당이 적극적인 지지층을 자기 울타리 안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이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이뿐만 아니다.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는 과정에서 한국당과 나머지 여야 4당이 정국을 양분하는 구도를 만들면서
사실상 ‘양당’ 구도로 선거에 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선거를 앞두고 진보·보수 진영별로 구심력이 작동하면 반문재인 정서를 토대로 한국당이 보수 진영의 중심에 서서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 표심을 쓸어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당 지도부가 4월26일 여야 4당의 합의로 시작된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렛대 삼아 이념 공세를 강화하고 대여 투쟁의 고삐를 당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적대적 양당 체제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략적인 발상이 아니고서는 해석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집토끼(기존 지지층) 쪽이 지리멸렬했으니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모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의회 쿠데타’ ‘좌파 독재’ ‘사회주의(도래)’ 등으로 현 정국을 규정할 만한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한국당이 규정하려는 프레임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패스트트랙 진행 과정을 보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고리로 야 3당을 끌어들여 한국당을 고립시키고 향후 좌파연합을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도 편향됐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이념 공세’에 답답함 호소
정 의장의 호언에도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강경한 드라이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여권과 접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이나 중부, 일부 영남 지역 의원들은 속이 탄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현재 한국당이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게 여권이라고 해도 추경(추가경정예산) 등 민생 법안을 버리고 장기전으로 이념 공세를 하는 것은 분명히 지나치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동시에 새롭게 출범하는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새롭게 협상
할 수 있는 전략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 없이 무조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좌파 공세를 하는 것을 유권자가 어떻게 볼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당 중진 의원들의 우려는 당 안팎에서 상당 부분 공명한다.
다만 현 상황을 패스트트랙 국면 이전으로 되돌리려고 해도 현재 리더십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더해진다.
당내 사정을 잘 아는 한 당직자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황 대표나 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조직적으로 뭉친 것은 지도부로서는 분명한 성과”라며 “이전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던 당원들도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도부로서는 이런 기회를 당분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당이 과열된 상태에서 냉각기로 가려면 그만큼 장악력이 필요한데 현재 지도부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여권을 좌파로 규정해 투쟁 강도를 높이는 것이 단순히 정치적 유불리 계산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당 지도부가 최근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과도한 측면이 많다.
다만 이전 말실수에서 비롯되는 망언, 망발과 차원이 다르다”며 “정부를 극단적인 언어로 좌파로 모는 것은 외부에서
혐오 대상을 설정하는 방법론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좀더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취합하고 나머지는 고려하지 않는 집단적인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 그룹이 구사하는 파당적인 구호”라며 “현재 당 지도부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듯하다.
현재의 주장이 국민 일반에게 호소력을 가질지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는 “(지지층 결집과는 별개인)보수야당의 공황 상태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보수야당이 분열한 뒤
이런 상황을 이끌 구심도, 오너십도 없는 상태에서 현재의 상황을 맞이했으니 상대를 과대평가하고 공포심이 자극
될 수밖에 없다.
잠재된 의식이 표출되는 것과 유사한 국면이다”라고 진단했다.
박근혜 없는 대여 투쟁 힘 받을까
야당 장외투쟁의 깃발은 올랐다.
당 지도부는 이번 투쟁을 1997년의 노동법 투쟁, 2005년 사학법 재개정 투쟁 등을 들어 승리를 장담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주도했던 1997년 노동법 투쟁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재개정’이라는 전리품을 챙긴 2005년 투쟁과도 현 국면은 몇 가지 지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윤평중 교수는 “당시 박 근혜 전 대표의 신산한 인생 역정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국민에게 주는 호소력이 있었다.
박 전 대표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한국당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여 투쟁을 길게 끌고 갈 수는 없을 것
이다”라고 말했다.
지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5년 당시 사학법은 종교단체, 사학재단 등 이해 당사자가 사활을 걸었다.
1997년 노동법 반대 정국에서도 정치권만 아니라 민주노총이 단단히 결집했다.
현재 극우보수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문재인 정권 반대 구호만으로 투쟁 동력을 장기간 유지하기에는 힘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략적으로 만들어진 극단의 구도가 결과적으로 한국당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박성민 대표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 연대했고 당시 새누리당이 야권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결과적으로 여권을 향하는 심판론이 야당에 먹혀든 선거가 되면서 판이 뒤집혔다”며 “현재같이 이념 공세를 지속해
중도 표심을 잃으면 2020년 선거도 한국당을 향한 심판론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전범으로 삼는
2005년 사학법 재개정 투쟁도 당시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됐지만 중도확장성에 발목이 잡혔고,
결국 박 대표는 당내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했다.
한국당 해산 청원에 또 ‘북한 배후설’
중요한 것은 여론의 흐름이다.
민심의 물길 위에서 항해하는 정당 처지에선 그 흐름의 방향과 속도를 보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200만 명을 향해 가는 ‘한국당 해산 촉구’ 청와대 청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나경원 대표는 5월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 해산 청원과 관련해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4월18일 ‘한국당
해체만이 정답’이라고 말한 지 나흘 만에 정당 해산 청원이 올라왔다”고 언급한 데 이어,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배후에 북한이 있고, 북한 지령을 받는 세력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북한 배후설’을 제기했다.
나 대표는 4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원이 민주주의의 타락을 부추기고 있다.
(드루킹 여론 조작처럼) 청원의 조작 여부에 당연히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의혹 수준의 색깔론과 조작설로 200만 명이라는 파도를 타 넘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청원 형식이 복수의 아이디로 참여할 수 있고,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범여권 지지자가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200만이라는 숫자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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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전국 순방 투쟁으로
광주를 찾은 자유한국당에 항의하려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20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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