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차례에 걸친 북한 단거리 미사일 도발의 정말 무서운 메시지는 "이제 한국은 우리 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그런데도 말을 듣지 않겠느냐?"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발의 대상이 미국이 아니라 우리 남한이라는 것이다.
북한 도발은 "자꾸 오지랖 넓게 중개자 역을 자처하는데 미사일 실력을 보고 판단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우리가 정착되지도 않은 평화에 취해 있는 동안 북한은 더욱 칼을 갈고 있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그만큼 소위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 안보에 위협적이다.
12일 우리 군에 따르면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우리 군의 현 방어체계로 막기 어렵고, 사정권이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고 있다.
우리 군의 발등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고도 60여㎞로 240여㎞를 비행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평북 구성 일대에서 쏜 같은 기종으로 보이는 단거리 미사일 2발은 고도 45∼50㎞로, 각각 420여㎞, 270여㎞를 비행했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의 고도에 더 주목하고 있다. 비행고도가 낮을수록 지상에 낙하하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요격하기가 더 어렵다.
현재 우리 군이 구축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북한 미사일이 정점고도에서 하강하는 단계에 요격하는
하층방어시스템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요격 회피를 위해 낮은 고도에서 비행패턴이 복잡한 미사일 개발에 나서 성공했다는 것을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로 보여준 것이다.
지난 9일 발사에서 북한의 미사일은 420여㎞를 날아 목표를 가격했다.
군은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5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사분계선(MDL) 인근 최전방 지역에서 발사하면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KN-02 지대지 탄도미사일보다
길이가 짧은 이 미사일은 길이 7.2m, 직경 1m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연료 주입시간이 필요 없고, 이동식발사차량(TEL)도 8개의 바퀴형,
전차 궤도형 등 두 종류가 있어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자유롭게 미사일을 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그나마 현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요격고도 40여㎞ 이상의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
유도탄이 있지만, 우리 군은 이 유도탄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현재 실전배치 중인 KAMD의 핵심무기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철매-Ⅱ'까지 복합적으로 운용하면
실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우리 군은 내놓고 있다.
우리 군은 일단 "무방비"라는 지적에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군 관계자는 "군사전문가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이에 북한이 발사 실험을 통해 우리에 비해 미사일 공격 능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명히 보여준 이유는 앞으로도 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 아니겠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 어디로'...고심하는 文, 트럼프는 '포커페이스'
김정은 "전투동원태세 갖춰라" 거듭 강조...추가 도발 가능성 '주목'
文, 여론 약화속 '대북 식량지원' 카드 만지작...채찍대신 당근
트럼프, 北 도발에도 "지켜보자" 거듭 강조...중국-이란과 대결 우선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할 수 있게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
"(5월 4일 동부전선 화격타격훈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런 방식으로 북한 의도를 여러 가지로 해석을 하게 만들고, 또 우려하게 만들고, 자칫 잘못하면 대화·협상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선택을 거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5월 9일 KBS 특집 대담에서 문재인 대통령.)
"북한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나는 그들이 그걸 날려 보낼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지켜보자. 지켜보자.
"(5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달 들어서는 도무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한, 미국에 보란듯이 전투동원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식량지원이라는 '당근'과 강경 대응이라는 '채찍'을 사이에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협상의 문을 계속해서 열어두고 있다.
◇ 북한 '미사일 발사'에 한국, 미국 혼비백산...김 위원장 속내는
북한이 강원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한 것은 지난 4일이었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지난달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이후 17일 만이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한미 양국은 또 다시 분주해졌다.
함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기종을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여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했고, 백악관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2시께 세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 오늘 밤 북한의 활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감시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 김 위원장은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하고
부대의 신속 반응 능력에 큰 만족을 표했다.
북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지 닷새 만인 9일 오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하며 또 다시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전투모드'에 들어갔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군사훈련을 참관하는 자리에서 거듭 "전투동원태세를 갖춰라"고 주문하며 이같은 도발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북한은 첫번째 발사체를 발사한 이후에도 남한과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추가 도발을 단행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비핵화 조치에 대한 행동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켜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 미국 내 대북 강경파와 대화파 간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여야는 대북 식략 지원과 대화 재개 등을 두고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감이나 이것과는 별개로 식량지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자국 주민의 어려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핵 고도화에만 전념하고 있는 만큼 식량 지원보다는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역시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직후 의회 내 대북제재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원 외교위 산하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상원의원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다"며 "우리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CVID)를 이른 미래에 평화적으로 달성하려고 한다면 최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 대통령, 여론 악화 속 '식량지원' 강행할까
이를 지켜보는 문 대통령의 속내는 복잡하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는 중재역이자 촉진자 역할을 맡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주장대로 '대북 식량지원' 카드를 꺼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전략을 취한다는
복안이었다.
통일부는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국제기구가 북한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같은 날 KBS1에서 방송된 '문재인 정부 2년 특집대담-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동포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되면) 대화교착 상태를 조금 열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식량 지원을 두고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모여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을 향해 '뼈 있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도 불만이 있다며 대화의 장에서 명확하게 밝혀라"며 "자칫하면 대화, 협상 국면에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그간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언급하면서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강경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어쨌든 문 대통령은 일단 북한에 대한 '채찍'보다는 대북 식량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북한에
맞대응했다가는 어렵게 이어온 북핵 협상판이 흔들를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북 식량지원을 두고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북한의 도발로 대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섣불리 인도지원을 단행했다가는 국민의 화살이 현 정부에게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
다가 미국은 대북 최대 압박이 곧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이 대북 지원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북 제재에 대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 상황에서 인도 지원을 강행하다가는 미국과의 관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트럼프, "지켜보자" 거듭 강조...제재 위반엔 '강경대응'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가급적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미국의 강한 맞대응에는 더 큰 도발로 응수하는 패턴을 반복한 만큼 일단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을 겨냥한 직접적인 압박성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하고, 이란을 상대로도 압력을 높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북제재에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데 사용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를 압류했다. 북한의 최대 벌크선 가운데 하나인 와이즈 어니스트는 작년 4월 인도네시아에서 억류됐다. 미국은 이 선박을 넘겨받아 압류, 몰수 절차에 들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그간 제재 위반으로 북한 인력과 기업을 기소한 사례는 있지만 북한 선박을 압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비핵화 협상, 대북 제재에서 에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의 협상보다 더 시급한 것은 중국, 이란과의 갈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와 동시에 이란에 대해서는 페르시아만에 군대를 전개하는 등 압력을 높이고 있다.
정치적 위기 자문기구인 유라시아 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최근 AP통신에 중국과 이란을 미국의 가장 시급한 현안
으로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예상 못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방어훈련 이해한다던 김정은의 '큰 그림'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해도 "우리 겨냥한 침략적 행위" 맹비난
미사일 발사 명분 확보한 北…연합훈련 되돌리기 곤란한 南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3월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미는 북측의 대화 의지에 화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훈련'의 강도를 대폭 축소 시켰고,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을 중단했다.
또 '비질런트에이스' 등 총 3개 연합훈련을 유예했고, 올해 들어서는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훈련을 축소 개최했다.
그러나 이들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우리 군의 소규모 군사훈련 및 통상적인 무기 수입까지
자신들을 겨냥한 적대행위라고 줄기차게 트집 잡아왔다.
지난 4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온갖 형태의 합동군사연습 등 우리를 겨냥한 적대
행위들은 그 명칭과 규모가 어떻든 평화를 파괴하는 근원이다"며 "간판이나 바꾸어달고 규모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를 부려도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은 절대로 가릴 수 없다"고 강변했다.
'방어적 성격의 훈련을 이해한다'며 양보를 베푸는 듯했던 북측의 입장은 이제 자신들의 도발행위를 정당화 하는 공세적인 논리로 돌변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 4일 발사체 발사에 대해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군사 훈련의 일환이다"며 "어느 나라나 방위를 위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은 지난 3·4월에 미국과 합동군사연습인 '동맹19-1'과 련합공중훈련을 진행했다"며 "우리의 정상적이며 자체방어적인 군사훈련에 대해서만 도발이라고 걸고 드는 것에 대단히 불쾌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9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고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같은 '내로남불'식 대립 구도에서 북한은 전략적 손해가 없던 반면,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시키
는 안보·전략적 후퇴를 겪었고 이를 되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자위적 조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핵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핵탄두 투발수단인 탄도미사일 성능을 시험하고 대내외에 과시할수록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우리는 '대북 억제력'의 핵심인 한미연합훈련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다.
만약 한미가 재작년 수준의 연합훈련을 재개하려고 하면 우선 국내에서는 방위비 인상 및 평화분위기 저해를 반대하는 여론과 이에 맞서는 여론이 충돌하면서 극심한 '남남갈등'을 빚게 될 것이 유력하다.
아울러 북한은 '한미가 침략훈련을 재개한다'고 트집 잡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내 미군 전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는 것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의용이 김정은의 말을 잘못 전달하면서 대북정책이 줄곧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고 지금의 안보 혼란을 초래했다"며 "무수한 비용 소진, 극대화된 남남갈등, 무장해제에 가까운 안보약화, 균열직전의 한미동맹 피해가 발생한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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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발표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
김정은 시정연설로 본 ‘북한 발사체’의 의도
지난 5월 4일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하였다.
이후 발사체의 실체가 무엇인지, 북한이 다시 군사적 도발을 재개한 것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논란에 대해 5월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의 전연 및 동부 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이었다고 답하였다.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군사훈련”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진의(眞意)를 파악하고자 하는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2월 북미 간 하노이회담 노딜 이후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이 2018년 조성된 한반도 평화 흐름을
벗어난 ‘도발적 새로운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금번 발사체 발사에 대해 북한은 5월 8일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세 가지 공식 목적을 밝혔다.
첫째, 대구경 장거리발사포 및 전술유도무기의 운영 능력 실험이다.
둘째, 전선방어부대의 화력 임무수행의 정확성 및 무장장비들의 전투적 성능에 대한 검열이다.
셋째, 이를 계기로 전체 군부대의 전투동원 준비를 체계적으로 갖추려는 목적이다.
그 목적과 관련하여 현 시기 주목할 점은 2가지이다.
‘장기전’ 대비 및 군사능력 과시
하나는 ‘장기전’을 대비한 군사훈련 재개이다. 북한은 금번 발사체 발사의 최종 목적에 대해 “경상적인 전투동원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경상적(經常的)’이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정기적이고 규칙적임을 의미한다.
이를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협상과정에서 조심했던 군사훈련을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4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선언한 ‘장기전’ 대비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군사적 능력 과시이다.
북한은 발사체 발사의 의미를 통상적 군사훈련으로 한정지었다.
그러면서도 금번 “훈련을 통하여 언제 어느 시각에 명령이 하달되여도 즉시 전투에 진입할 수 있게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전연과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신속반응 능력이 다시금 확증되였다”고 선언한다.
이는 태평양을 향한 북한의 군사적 능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북미협상교착상태
및 지난 3-4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북측도 주권국가로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의 정당성을
제기한다. 즉, 맞대응 논리이다.
시정연설에서 드러난 의도
이러한 의도는 지난 4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 김정은의 시정연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정연설은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의회에서 국가예산 및 국정 전반에 자신의 생각이나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즉, 국정에 관한 최고지도자의 연설이다.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시정연설은 김일성 이후 29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시정연설 이후 북한은 전 단위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정연설 학습을 도모하고 있다.
당시 김정은의 시정연설은 국정 전반에 걸친 내용이 망라되었다.
그 중 금번 북한의 발사체 발사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향후 북한의 대외 및 대남 정책 기조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전략 수정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김정은의 생각’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시정연설 내용을 보면, 2019년 올해 말까지 국제협상 및 대북제재와 (인도적) 지원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내적으로 자력갱생, 대외적으론 새로운 길 모색에 주력할 것임이 드러났다.
즉, 장기화될 ‘비핵화-대북제재 협상’ 국면에 대비하여 내부적으론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론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외교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와 관련한 김정은 시정연설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김정은의 북미관계 정세 인식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대북제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미국 트럼프를 협상 장에 유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통적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을 채택한다.
먼저, 김정은의 북미 관계 및 협상 관련 정세 인식을 살펴보자.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은 “미국이 우리(북한) 국가의 근본리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제재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여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러한 정세인식에 기초하여 “(북한이)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 정책으로 대응한다는 장기전 모색을 제시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는 모습.
연합
이러한 판단의 저변에는 2018년 ‘비핵화-대북제재 협상’이란 김정은의 선택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있다.
구체적 평가와 성찰 내용을 보면, 지난 2월 하노이회담은 “우리(북한)가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을 내려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으며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있는가 하는데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한 계기”였다는 평가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미국의 대북 “적대적 움직임들이 로골화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고, “나(김정은)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라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올해 말까지’, 트럼프 향한 메시지
그리고 트럼프를 협상장에 유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화와 대결 모두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협상의 재개를 위한 대화는 북한에 유리한 방법으로 진행해야 함을 밝힌다.
즉, 최근 미국이 대화 재개를 시사하고 있으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 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으론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온다면, 아직은 유효한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할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시기 및 도발가능성 측면에서 배수진을 쳤다.
시간 측면에서는 “어쨌든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그 톱다운식 대화 시한을
2019년 올해 말로 한정하였다.
도발가능성 측면에서 “나(김정은)는 미국이 오늘의 관건적인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하며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미국이 올해 말까지 북한식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다시 대결 국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 정당화 논리이다.
‘당사자’로 나서라는 대남 메시지
이렇듯 북한이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현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먼저 국제협상 국면에서 한국정부의 위상에 대해 북한과 같은 민족으로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즉, 한국은 “북남선언의 성실한 리행으로 민족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합니다”라는 주장과 논리이다.
또한 한국이 나서서 북미협상의 동력을 살리고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라는 요구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오만과 적대시정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요구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다시 2016~2017년 고도화된 군사적 도발과 대결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즉, “우리(북한) 앞에는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라는 협박성 대남
메시지이다.
열강 간 대결 활용한 외교 방향
금번 시정연설을 통해 드러난 김정은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인식은 ‘강대국 간 패권전쟁 격화’로 압축된다.
최소한 2020년까지를 바라본 김정은의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 인식 중 중요한 지점이 ‘지정학적 이점’이다.
즉,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북한)는 지리적으로 대국들 사이에 위치하여 있고 의연히 국토가 분렬되
여
있으며 우리 공화국을 억제하고 약화시키며 압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이 가증되는 속에서 사회주의건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적, 세계적 범위에서 패권쟁탈을 위한 렬강들의 모순과 대결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는 정세 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열강 간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느 한쪽에 휩쓸리지 않은 채 내부적 힘을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 즉, “우리(북한) 혁명의 특수한 환경과 오늘의 복잡한 세계정세 속에서 공화국이 자주권과 존엄을 고수하고 참다운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서는 확고한 자주적 립장에서 자기 힘을 강화하고 자립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전략의 제시이다.
당면한 대북제재 대응 전망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입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대북제재 관련하여, 김정은은 아직까지는 ‘비핵화-
평화체제’ 논의 진전과 연계된 단계적 해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착 국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상대적) 친북 국가들과의 공식적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중 간 무역전쟁 및 러시아의 열악한 국가재정 등을 고려할 때 이 또한 녹녹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사이버 공간 활용 및 지방정부 차원과 각 단위 경제현장에서의 행위주체 간 비공식 활동 등을 통한 대북제재 무력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국제적 규범이나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각종 비공식적이며 불법적인 활동이 확장될 수 있다.
또한 친북-반미 국가, 유럽 내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 그리고 국제기구들과의 소통을 증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과 국제비정부기구 활동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중앙TV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며 공개한
미사일 모습.
연합뉴스
[사설] 대화 열어놓는 트럼프, 북한도 적극 호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전혀 신뢰 위반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런 입장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더는 선을 넘는 행동을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하루 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들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던 발언의 수위를 누그러뜨린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다소 격앙됐던 감정적 표현이 내부 논의와 정책 검토 등을 통해 걸러진 결과로 보인다. 북한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닌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 위반이 아닌 이유로 북한의 미사일이 ‘단거리’인 점을 꼽았다.
북한이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선언한 사실을 들어, 단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한 적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는 신뢰 위반으로 볼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뒤집어 해석하면, 여기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등 추가 도발하면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는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10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동 뒤 예정된 발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민감한 때일수록 안정적 정세 관리를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의되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도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당장 중단할 일은 아니다.
대북 식량지원이 여전히 대화와 협상 국면을 복원하는 데 지렛대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이 10일 “북한에서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하기 바란다”고
호소한 대목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구의 40%인 1010만명이 굶주린다는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식량난을 정치·군사적 이유로 나몰라라 하는 건 동포로서도 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돌 기념 대담에서 제안한 여야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이 성사돼, 대북 식량지원의 시기와
규모, 방식 등에 대해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북한도 군사적 도발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고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대화와 협상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