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스승의 날’...교권 추락 ‘심각’
[사진=자료사진
/픽사베이]
씁쓸한 스승의 날’...교권 추락 ‘심각’
한국교총 스승의 날 맞아 교원인식조사 결과 발표
교원 명퇴 이유 ‘학부모 민원 증가’ 고충 가장 커
스승의 날 의미 되새길 수 있는 시간 마련돼야
언제부터인지 '스승의 은혜' 노래는 학교에서 들리지 않고 이 노래를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스승의 날은 매년 5월 15일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 제정한 날로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를 유지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기념일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촌지 등 사회문제가 되어 1973년 폐지됐다가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지정 부활됐다.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훈훈한 스승의 날을 찾아보기 힘들어 지고 있다.
더욱이 '스승'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들리는 요즘이다.
현 교육현장의 교권 침해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촌지나 값비싼 물건 등 불필요한 오해를 우려해 아예 휴교하는 학교도 있다. 스승의 은덕을 기리고 감사를 전하는 날 선생님들은 혹시 모를 뒤탈 때문에 휴교을 택했다.
이처럼 순수하고 엄숙해야할 스승의 날을 맞아 뒷말이나 뒤탈 때문에 휴교을 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청탁금지법과 공직자 행동강령도 엄격해 꽃이나 개별 카네이션은 물론 음료수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 웃지 못할 상황들이 우울하기만 하다.
몇 천원 이하의 음료정도는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승에 대한 예의와 감사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청탁으로 간주되어 금지하고 있다니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스승의 날을 계기로 삼아 아이에게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르치고, 오직 그 마음 하나만으로 카네이션도 준비하고, 편지도 쓰고 또 아이와 함께 평소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을 고를 수도 있는데, 이 마음들은 다 청탁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눈치를 보기 싫어 스승의 날 휴교은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받고 싶지만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말한다"며 "선물보다 아이들이 잘 따르고 인정해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원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교원의 87.4%가 사기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또 교원들의 사기 저하, 교권 하락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학생 생활지도 기피와 관심 저하'(50.8%)로 나타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선생님이 가장 되고 싶은 이 시대 교사상으로는 '학생을 믿어주고 소통하는 선생님'(69.9%)이 1위로 조사됐다.
교권 보호 실태에 대해서도 선생님들은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학교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을 잘 보호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가 65.5%를 자치했고,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가 55.5%로 1위를 차지했다.
더 큰 문제는 학부모 민원 및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교원 명퇴 증가의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교원 명퇴 증가의 원인과 관련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84%)과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이
1.2위로 나타났다.
실제 제주 도내에서 학부모들의 거센 민원에 선생님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들을 종종 접했다. 선생님들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애를 쓰지만 해당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교프로그램에도 불만족도를 표하며, 이를 저지하려는 학부모들도 있다.
교육은 선생님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물론 학부모에 입장에서 조금 마음에 안 들고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해 교육현장에 혼란을 주는 행동들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이 같은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로 인해 교권은 추락하고 있고 결국 이는 교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교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학교 교육과 학생지도에 냉소주의 무관심 등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아이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언제부턴가 모든 교사는 예비 범죄자 신세가 됐고, 학부모들과 민원이 발생하면 이제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스승의 날 제자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널 믿는다'이고 선생님들이 제자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선생님
감사합니다'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믿어주고 학생은 선생님들을 신뢰하는 따뜻한 교육현장이 요구된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선생님들을 위해 교권 확립이 시급하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포기하지 않고 존중받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인격을 지키기 위한 노력 또한 포기하면 안 된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그리고 스승의 날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문서현 기자 start-to@hanmail.net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안양 범계중 오케스트라 학생들과 이춘복 교장선생님이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내 중앙현관에서 출근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스승의 은혜'를 연주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artpark@fnnews.com 박범준 기자
신규 교사들은 왜 교단을 떠날까 [대한민국 교육 제대로 가고 있나
ㆍ열정을 갖고 오지만 기피업무 대물림과 격무에 교사로서의 회의 늘어
교사는 그동안 아이들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직업 1~2위를 유지해 왔다.
대학입시에서도 교대와 사범대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등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많은 과목에서 수십
대 1을 넘어온 지 오래다.
반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명예퇴직 교사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임용시험을 통과하고도 우울감을 호소하다 교단을 떠나는 젊은 교사들도 있다.
왜 신규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임용시험제도와 교육현장 사이의 모순이 내포돼 있다.
현행 교사 임용시험의 출제 내용은 상당 비중이 전공분야의 교과 지식이다.
기본적으로 교육과정 해설서의 주요 부분을 통째로 암기해야 한다.
초등은 교과서의 지엽적인 암기형 지식을, 중등은 영재고 수업 수준 이상으로 대학생도 풀기 어려운 세부적인 전공지식을 제한시간 내에 정확히 써낼 수 있어야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1차 시험 합격권 내에 드는 것부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임용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한 지식 암기와 문제 풀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험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은 점차 암기를 통한 선다형 문제풀이의 지필시험 위주에서 벗어나 창의력, 비판적 사고, 소통, 협업
능력 신장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것들은 인성과 생활지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임용과정에서 이 부분에 탁월한 교사를 가려낼 방법은 현실적
으로 없다.
임용시험이 정말 훌륭한 교사를 가려내고 있는지 타당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선진국의 교원 양성 및 선발 절차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다.
임용시험 제도와 교육현장의 모순
이런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라도 교대와 사범대의 교육과정이 운영되면 그나마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그러나 학교현장뿐만 아니라 임용시험과 동떨어진 기초학문과 이론 위주 과목의 비율이 너무 많다고 느껴진다.
결국 많은 수험생들은 노량진 등의 고시촌과 인터넷 강의로 몰린다.
학생들을 사교육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공교육 교사가 되기 위해많은 예비교사들이 수년간 사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흔히 ‘교생’이라고 불리는 교육실습생 제도도 아쉬움이 많다.
졸업 시까지 초등은 대략 4회에 걸쳐 9주 정도, 중등은 4학년 때 1회 4주가 전부이다.
교대나 사범대 부설학교로 배정받으면 비교적 체계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떤 지도교사를 만나
느냐에 따라 실습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이미 행정과 생활지도 등 격무에 시달리는 현직 교사들에게 교생이란 또 하나의 업무부담이 되기 십상이다.
중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실습생 지도를 위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잘 공유되지 않아, 학교 운영을 겉핥기로 구경하거나 지도교사 개인의 열정에 의존하는 도제식 교육이 되곤 한다.
이때 선배 교사들이 수업 공개를 꺼리거나, 선배 교사가 들어가기 싫은 반 수업을 다 맡겨버리기도 한다.
행정처리나 채점 등 잡무에 대한 지도를 넘어 떠넘기기로 변질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교생을 학생들 다루듯 통제하고 야단치는 선배 교사 등을 만날 경우 예비 교사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제가 신규였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필자가 진행했던 어느 지역 신규 1~3년차 교사 대상 연수에서 교사들의 하소연을 지켜보던 담당 장학사의 한탄이었다. 신규 교사들은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일주일 정도 집체강의 위주의 신규연수만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기간제 교사에게는 이런 최소한의 연수조차 없다.
운 좋게 주위에 좋은 선배 교사를 만나면 멘토링을 받을 수 있지만, 많은 교사들은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자신이 버티기에도 너무 바쁘고 힘들다.
교사 세대 간에도 소통이 쉽지 않은 구조다.
학교의 비교육적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면 사정없이 동조압력이 들어온다.
선배 교사들은 “우리 땐 더 심했어”라며 자신도 힘든 격무를 몰아주고,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않기도 한다.
무슨 업무인지도 모르는 신규 교사라도 일단 업무가 주어지면 대부분의 책임은 온전히 해당 교사의 몫이 되곤 한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결국 신규 교사들도 자신이 실망했던 선배의 모습을 점차 닮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 통과의례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도 보편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구조적으로 방치한다면 문제다.
힘들고 오랜 수험기간을 거쳐 교사가 됐다는 합격의 기쁨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결국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
교사가 지치면 이는 개인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많은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학생들과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신규 교사들이 갖고 있는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더라도 이들은 교육현장의 베테랑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현장에서는 기존의 교사들이 기피하는 지역, 학년, 학교폭력 담당교사 같은 기피업무 자리를 비워뒀다가 2월에 발령받은 신규 교사를 그 자리에 앉힌다.
신규 교사가 아니면 전입·복직한 교사 또는 기간제 교사가 그 자리를 채운다.
필자가 임용된 2012년 당시 기피지역 위주로 혁신학교가 지정됐다.
그러자 해당 지역의 교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는 누가 들어왔을까. 신규 교사로 채워졌다.
젊은 교사들의 열정으로 혁신의 성과가 높아진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요즘은 학부모 민원 급증으로 인해 기피지역이 된 강남·서초지역 초등학교의 1~4년차 교사 비율이 서울에서도 1
위가 됐다. 현직 교사도 어려워하는 부분을 신규 교사로 채우면 악순환만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각종 시도는 있다.
신규·전입·기간제 교사에게 기피업무를 최대한 맡기지 않는 방식의 인사규칙을 만드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신규 교사에게 돌아가지 않은 기피업무는 기존 교사들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결국 떠맡게 되는학교업무에 대한 전체적인 틀은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맡은 업무만 과중하게 느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세대 간 갈등은 교육현장에서도 유효하다.
그래도 최소한 우리가 느꼈던 선배 교사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후배 교사들에게 대물림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세대 교사들의 과업은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하며 학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피업무를 누구에게 어떻게 나눠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그런 잡무 자체를 없앨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신규 교사 역시 최신 정보로는 대체할 수 없는 선배 교사들의 지혜와 경륜을 존중하며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 연수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변모하고 있다.
교대와 사범대 교육과정과 평가에도 좀 더 현실적인 교육현장을 배울 수 있도록 현직 교사의 참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 임용시험을 치른 후에도 일정 기간 수습과정을 거치고, 수석교사 등을 통한 체계적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는 훌륭하고 열정적인 교사 개인 한 사람의 노력에 기대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지치기 전에 교사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왕건환 경기고 교사(실천교사 정책위원)
©주간경향 (weekly.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스승의날 문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는 뜻으로 제정한 날로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스승의 날 기념 교원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 교사 28.2%가 '선생님 존경합니다'를 가장 듣고 싶은 말로 꼽았다.
이어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26.8%)', '선생님이 계셔 행복해요(26.8%)', '선생님 사랑해요(12.3%)'가 그 뒤를
이었다.
1963년 5월 26일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J.R.C.)가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사은행사를 시작했다.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변경해 각급 학교 및 교직단체가 행사를 주관해 왔다.
이후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면서 '스승의 날'이 폐지됐지만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해 다시 부활됐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사진=pixabay> | ||
교육 본질적 의미와 안 맞아"… 스승의 날 폐지론 확산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靑 국민청원
|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최근 몇년 사이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교사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스승의 날'이라는 개념이 유교·봉건적이라는 이유가 골자인데,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올라와 상당한 수의 동의를 얻는 등 대중적 호응도 조심스레 나타나고 있다.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전날 오후 4시 기준 동의 3402명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게시글을 통해 청원인은 "스승의 날은 특정 직종의 사람을 지칭하는 듯 해서 불편한 감이 있다"면서 "'보건의 날'
이지 의사의 날이 아니다.
'과학의 날'이지 과학자의 날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글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이 올린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달라'는 내용이 아닌, 아예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취지의
게시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 많은 동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정 회장에 따르면 당시 스승의 날 폐지 청원글은 1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전날에는 또 다른 교사 단체인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교육부 장관에게 '스승의날을 법정기념일에서 제외하고 민간
기념일로 전환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스승의 날 대신 '교사의 날'을 새로운 법정기념일로 제정해 달라면서 "교사들에게는 학부모나 제자가 부담을 져야 하는 '스승의 날'보다 교사의 전문성과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제정하는 '교사의 날'이 더 필요하고 반가운 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에 따르면 이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표면적인 이유는 정 회장이 청원글에서 밝힌 것처럼 '스승의 날'이라는 단어가 관련 당사자들을 모두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 상 '교육 당사자'는 학습자·보호자·교원·교원단체·학교 설립자·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정기념일들과 달리 스승의 날만 '스승'을 특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스승의 날이라는 개념이 '구시대적'이라는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많은 교육 당사자들 중 교원만을 꼽아 '스승'이라는 유교적인 명칭으로 부르는 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스승'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를 가르쳐 이끌어준 사람을 말한다"며 "그건 이끌림을
받은 사람이 쓸 수 있는 말이지, 이끄는 사람이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밝혔다.
14일 김선재 배재대 총장이 학생들에게 샌드위치를 전달하고 있다. |
이어 "교육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아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스승의 날이라는 봉건·유교적인 명칭을 내려놓고, 교육기본법이 명시한 교육의 날로 바꾸는 게 변화된 시대에 맞다"면서 "그래야 학부모도 소외되지 않고, 학생들도 소외되지 않고, 교육기본법이 밝힌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회장은 스승의 날이라는 개념이 오히려 교사들을 불편하게 하고, 더 나아가 교사들에게 모멸감을 주기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김영란법과는 무관하게 촌지가 사라진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스승의 날에 맞춰) 공직기강 특별복무점검 같은 것들을 실시하거나, 국민권익위에서 종이카네이션은 되지만 생화는 안 된다고 하는 것들이 교사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들"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 교육청은 몇 년 전까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공직 기강을 확립한다는 명목으로 교육 관련 기관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해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김영란법과 관련, '스승의 날에 학생 개인이 드리는 생화는 안 되지만 학생 대표가 주는 카네이션은 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정 회장은 또 "평소에는 교육 정책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교사들을 패싱하는 문제가 있는데, (스승의 날) 하루만 반짝 띄워주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목소리에 대해 동의하는 학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용인에서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이모(여·43)씨는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스승'이라는 권위적인 느낌을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7년차 교사로 일하고 있는 A씨(36)는 "학생을 늘 대면하는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불편
하니까 대부분 다 (스승의 날 폐지에) 찬성한다"면서 "학생들에게도 물어보니 많이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