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

도토리 깍지 2019. 5. 25. 17:22

 

ⓒ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6월 29일 베이징 칭화대학교에서 연설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비선실세' 최순실씨. [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


 [뉴스1]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




박근혜·최순실·정호성 ‘휴대전화 녹음파일’ 11건 공개
재임 기간 녹음파일은 9건…모두 합쳐 30분 분량
최순실, 정호성에게 정홍원 국무총리 압박도 지시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5월17일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를 작성하는 현장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녹음한 파일이었다.

 ‘비(非)공직자’ 최순실씨가 얼마나 깊숙이 국정에 개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파일이었다.

 파장은 컸다.


말로만 듣고 짐작만 했던 최씨의 국정농단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90분 파일’ 공개 후 논란은 뜨거웠다. ‘국정농단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최순실이 대통령 같다’는 등 대부분 놀람과 분노 섞인 반응이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사면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녹음파일 조작’과

‘대통령 취임 전이라 문제 될 것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 ‘현 정부의 공작(工作) 아니냐’는 억측까지 있었다. 


이에 본지는 이번 호에서 단독 입수한 정호성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추가로 공개한다.

몇몇 음모론과 억측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서다. 추가로 공개하는 파일 역시 검찰이 압수했던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녹음됐던 것이다.


시점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다.

 ‘90분 파일’이 서울 모처에서 녹음된 것이라면, 이 파일은 ‘최순실-정호성’ ‘박근혜-정호성’ 간 전화통화 내용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휴대전화·이메일 통해 국정 주물러

시사저널이 추가로 공개하는 녹음파일은 11건. 전화통화 내용으로 볼 때 이 가운데 9건은 2013년 10~11월 사이 이뤄진 녹음들로 추정된다.

나머지 2건은 2012년 대선후보 시절로 보인다. 녹음 시간을 모두 합하면 30여 분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 박 전 대통령 등과의 전화통화를 수시로 녹음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국정농단을 자행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사 문구 작성을 진두지휘한 이후 단순한 ‘스피치 라이터’에 머무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주무르며 국정에 쉴 새 없이 관여했다. 대통령 메시지와 정책은 물론 정무, 일정 등 전방위로 개입했다.

해외에 나가서도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정도였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보다 최씨와 통화할 때 더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최순실씨의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를 보면, 최씨는 당초 “컴퓨터를 못 다룬다”며 박 전 대통령 연설문을 이메일로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말을 바꿨다.


정 전 비서관은 이메일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를 최씨에게 보낸 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자료 송부

사실을 알려줬다.

 최씨는 자료를 검토·수정하고 다시 이메일로 정 전 비서관에게 수정본을 송부한 다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11월22일 저녁 정호성 전 비서관의 전화 녹음파일에서 이같은 정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순실씨(이하 최):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각 분야에서 체크하고 이런 걸 소상히 문제점들을 올려 주셔가지고 적극 대비하고 내가 이렇게 해 준 거에 대해서 여러분이 그동안에 한 해를 넘기면서 노고가 많았다.

(중략) 그렇게 슬쩍 넘기고요….


정호성 전 비서관(이하 정): 예 예.

: (대통령 연설문 자료가 첨부된) 메일이 잘 안 열려. 그거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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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같은 날 녹음된 또 다른 파일엔 최씨가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 통과와 예산안 반영을 챙기는 모습도 담겼다. 최씨는 마치 본인이 대통령인 양 감정을 이입해 가며 외촉법 이슈에 집착했다.    


: 여야가 합의해서 해 달라고 내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정쟁을 하는 거는 바람직

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한테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계속 1년 동안 이렇게 하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의도가 뭔지.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

그다음에 지금 12월2일로 예산이 풀리지 않으면 지금부터 해 가지고 하지 않으면 이 예산이 지금 작년 예산으로 돼서

 특히 새로운 투자법(외촉법)이나 국민 그거를 못 하게 되는데, 이거를 본인들 요구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이렇게 하는 거는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에 무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책임져야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좀 하세요.

: 근데 선생님 한 가지….

 원래 12월2일까지 하도록 돼 있는데요.

 지금 권고기일 12월2일까지 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12월30일 됐었는데요.

: 아니, 그렇더라도, 그렇더라도….

 12월까지 안 하면 우리가 외국인투자법이나….

 (중략) 맨날 야당에서는 여기서 그런 걸….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안 고쳐진다고 이렇게 하면서도 전혀 협조를 안 해 주니까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이보다 닷새 전인 2013년 11월17일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외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어느 정도의 일자리와 경제 이득이 생기는지 자료를 뽑아 달라”고 주문한 것도 고스란히 녹음됐다.


 그다음 날인 2013년 11월18일,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외촉법이 통과되면 1만4000여 명의 일자리와 약 2조3000억원 규모 투자가 창출된다고 언급했다. 당시 외촉법 개정안은 여야 간 대립 끝에 2014년 1월1일 통과

됐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를 압박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 그리고 그 저거 있잖아. 관련 그거 안 된 거. 몇 가지만 고쳐서 써요.

: 근데 선생님, 그 정홍원 총리한테 다 얘기를 해서…. 그게 또 똑같은 거….

: 아니, 그래서…. 그건 꼭 해 줘야 된다고, 그거는…. 그래서 중요한 거기 때문에 또 얘기드린다고….

: 예, 알겠습니다.


녹음파일에는 유민봉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등장한다.   

: 그 목요일 거 다 마무리해 갖고 하면 써 주세요.

: 예 예, 알겠습니다. 그 ○요일은 일단 또 유민봉 수석한테 한 번 좀 준비를 하라고 해야 될 것 같은데요.

: 예. 그렇게 해 보라 그래야지. 안 되고 있는 거 해야 될 거.


검찰이 확보한 다른 ‘정호성 녹음파일’ 중엔 최순실씨가 정홍원 총리의 대국민 담화 시간을 결정하는 부분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일정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녹음파일을 계속 들어보자. 

: 그럼 그건 안 가는 걸로 하면 되지? OO은?


: 쓰읍…. 지금 안 가시는 걸로 되어 있고요. 가시는 걸로 지금 변경하시는 건데요.

: 한 번 얘기해 보라고.

: 아…. (난감해하며) 지금 안 가셔도 됩니다. 안 가셔도 되는데…. 지금 (청와대) 경제수석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계속 꼭 좀 가셨으면 하는 요청들을…. 재고해 주셨으면 하는 요청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략)

: 선생님, 그러면 다시 한번 좀 상의를 해 보고 전화 올릴까요?

: 예 예, 상의해 보고.


“저것들 또 난리” 야당 동향에 민감 

“대통령님은 오랫동안 옆을 지켜줬던 저를 통해서 민심을 듣기를 원했기 때문에 정호성 비서관은 중간에서 저를 통해 민심을 최대한 대통령님께 잘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최순실씨가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했던 말이다.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사인(私人)으로서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진술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야당 동향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녹음파일에서 드러났다. 


: 가치를 생각하고 지향해 왔단 얘기를 하면 저것들(야당으로 추정)이 또 난리 날까?

: 음…. 아니 뭐, 그…. 민주적인….

: 늘어지는 걸 좀 빼고 민주적인 걸 지향해 왔고 정치에 들어서서 그렇게 했고…. 당시에도 그렇게 했다는 얘기를 좀 넣어요, 그러면.


: 그런 것 넣겠습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나름대로 파악한 ‘민심’을 전달했다.  

: 아니 근데, 이쪽(야당)에서 또 (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갔다고 난리야.


: 하하…. 근데요, 그게…. 인터넷에 이렇게 좀 보면 민주당, 그런데, 크게 거기에 대해서 호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


: (심기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다급하게) 서, 선생님 목요일에 하는 거 잘 결정해 주셔서, 그거 안 했으면 너무….

 국내에는 좀 너무 입 다문 것 아니냐 이런 얘기 있었을 텐데.

 그런 거 해서 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6월29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강연했다. 이날 강연 5분가량은 중국어로 연설했다.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6월29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강연했다.

이날 강연 5분 가량은 중국어로 연설했다

 

ⓒ 청와대 제공






해외서도 “몇 시쯤 올리냐” 닦달

최순실씨는 개인적인 일로 해외에 나가서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

 한밤중에도 정 전 비서관은 최씨로부터 온 국제전화를 받아야 했다.  

: 예, 선생님. 


: 그거 대충 했어요?

: 어, 아직 안 했는데…. 선생님 내일….

지금 오늘 아직 금요일이라서요. 아직 올라오지 않아….

: 여기 2시거든요? 여기 2시니까. 내일 그러면 언제쯤 올릴 수 있지, 몇 시쯤에? 어떻게 되는 거야….


: 지금 여기는 밤 10시 반인데요.

: 내일 몇 시쯤 올릴 수 있어요?

: 내일 낮에…. 아니면….

: 한 3시나 돼야 3~4시가 돼야 여기가 오전일걸?


: 아 그러시면…. 지금 거기 몇 시라고요?

: 여기 2시. 2시, 잠깐만요. 2시26분이야.


검찰 조사에서 최씨는 ‘어떤 경위로 대통령의 연설문 및 말씀자료에 의견을 주게 된 것이냐’는 물음에 “정호성 비서관이 반듯하고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다 보니까 잘하려고 제 의견을 구해서 수정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외국에 있을 때는 (정 전 비서관과 국정 관련 전화통화를) 잘 못 했다”고 진술했다.  


최씨에게 부하 직원 취급을 받았던 정 전 비서관은 본인이 납득하지 못한 지시에도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 중국 방문 당시 칭화대(淸華大)에서 연설한 적이 있다. 사전에 이와 관련한 최순실-정호성 통화 내용은 이렇다.  


: 네, 선생님.

: (칭화대 연설) 맨 마지막에 중국어로 하나 해야 될 것 같은데요.

: 맨 마지막에요?

근데 그…. 저기 뭐야, 제갈량 있잖습니까.


제갈량 그 구절을 그냥…. 그 부분을 중국어로 말씀하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쭉 가다가 갑자기 맨 마지막에 중국말로 하면 좀…. 하하.

: 아니,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적교류….


문화와 인문교류를 통해서 더 넓은 확대와 가까워진 나라로 발전하길 바란다.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한다.

그러고 감사한다, 이렇게 해서….

: 지금 선생님 말씀하신 그걸 마지막으로 하신다고요?


: 응.

: 알겠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29일 칭화대에서 첫 인사말과 마무리 등 5분 정도를 직접 중국어로 연설했다.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내용 그대로였다.


최순실씨의 파워는 막강했다. 

‘정호성 전화 녹음파일’은 ‘시사저널 인터넷 홈페이지’나 ‘유튜브 시사저널TV’를 통해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


(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는 최순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최순실씨가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이 1위, 정윤회가 2위, 3위가 대통령."

박근혜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2015년 1월, 정윤회 국정농단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됐던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남겼다는 이 발언은 그때만 해도 '지라시' 수준으로 여겨졌었다.

일각에서 '천기누설' 운운했지만 논란은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최순실'이란 이름을 생소하게 여겼다. 그보다는 비선으로 지목받은 정윤회씨나

이른바 '십상시' 모임, '문고리 3인방'이 더 '핫한' 이슈였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박관천 전 경정의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는 발언을 인용했던 김경협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최순실을 직접 겨냥하지는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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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박 대통령 주변에) 최순실, 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이 얽혀있다고 보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직접 소통보다 문고리 3인방에 의존하는 대통령의 불통 통치 스타일이 근본원인이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개편, 문고리 3인방의 해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씨를 가리키기보다 문고리 3인방이나 십상시와 관련된 의혹을 짚는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의 존재와 얼굴은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고,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된 2016년 가을경 제대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 권력 서열 발언조차 박 전 경정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17년 3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와 인터뷰를 가진 박 전 경정은 이 발언이 "'십상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밝혔다.

본인은 그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란 책무에 충실하고자 진위 파악을 위해 최순실과 정윤회를 수차례
만났고, 이후 주변 물증을 수집하며 '권력 서열'을 확신했다는 얘기다.
 23일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을 공개한 <시사저널>의 '시사저널TV'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근데 저는 일찌감치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다,
그런 얘기를 제가 했었고, 또 박근혜 정권은 끝을 못 갈 것이다

그런 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입버릇처럼 한 얘기가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는 거예요)."
정 전 의원은 MB마저 재임 기간 실제로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걸 알았다고 정 전 의원이 으스댈 일이 아니다.
 그걸 알았거나 짐작이 가능했으면서도 정치인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당시 새누리당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비선실세 따위 아랑곳 않는 '친박'과 극렬 지지자들도, '정치인 박근혜' 시절부터 당선 이후에도 '형광등 100개
 아우라'라고 칭송한 보수언론들도 '박근혜 정권' 창출과 관련해 통렬하게 반성한 적이 있는가. 

지난 17일에 이어 23일 <시사저널>이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을 두 번째로 공개했다.
 이를 듣는 심경은 그래서 더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는 이미 알고 있었고, 언론을 통해서도 국정농단 사태에 앞서 점차 알려졌던 박근혜 정권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의 실체를 확인하는 일이었기에.





권력 서열 1위, '대통령 최순실'

  


 2015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박관천 전 경정은 검찰 수사 과정에 故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인 최순실 씨가 권력서열 1위라고 주장했다

 2015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박관천 전 경정은 검찰 수사
 과정에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인 최순실 씨가 권력서열
 1위라고 주장했다

ⓒ TV조선 캡처




          

 
"최순실이 이 나라 대통령이었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2월, 이른바 '정호성 녹취' 파일을 보도한 <한겨레>의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서 '정호성 녹취'를 접한 검찰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에 "(적어도) 최씨가 1위라는 말은 맞다"며 "사실상 최씨가
대통령이었다. 나라를 운영했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녹취는 극히 일부만 공개됐고,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그 일부만으로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만약 그때 지금 공개된 분량의 녹음파일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됐다면 그 공분은 배가되지 않았을까.
무려 2년 반이 지났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두 구속수감 중임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2년 반 전과 비슷한 걸
보면 말이다.

도합 1시간 26분여에 달하는 1차 파일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직전에 녹취됐다.
그러나 2차 파일에는 재임 기간에 녹음된 내용이 포함됐다. <시사저널>은 총 30분 분량 11건 중 9건이 재임 기간 중
 녹음된 파일이라고 밝혔다.
2차 공개에 나선 <시사저널> 측은 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1차) '90분 파일' 공개 후 논란은 뜨거웠다.
 '국정농단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최순실이 대통령 같다'는 등 대부분 놀람과 분노 섞인 반응이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사면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녹음파일 조작'과 '대통령 취임 전이라 문제 될 것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 '현 정부의 공작(工作) 아니냐'는 억측까지 있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이라면, 이 녹취 파일을 직접 듣고 국정농단의 진위를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사면론'을 펼치거나 '공작' 운운하는 이들은 '민주주의'와 '헌법' 그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이라 할 수밖에 없다.
 1차 녹음 파일 중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황당한 내용을 하나 소개해 본다.

"그렇게 해봤더니 경회루 같다고 그랬대요." (최씨)
"그게 낫지. 품위가 있어야지, 이게. 기와 한 장만 딱.(박 전 대통령)
"과일 갖다 드릴까요?" (최씨)

 "네?" (박 전 대통령)
"과일. 더 드세요." (최씨)
"근데 하여튼 기와 하나만 갖고, 이렇게 좀 청와대(라고) 하면 안 될까요?
 이거는 좀 이상하지만. 이건 기완가 뭔가, 이게. 그러면 안 될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그거는, 그거는 안 될 거 같아. 왜냐하면 사시는 데를." (최씨)
"좀 촌스럽죠. 상징적으로 만들어야지. 너무 똑같이 하려고 하니까 이상해졌잖아요." (박 전 대통령)
"낫토 드세요. (네?) 낫토 (최씨)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냐고? 회의 중 의견이 맞지 않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과일이나 먹어라',
 '낫토(나) 드세요'라며 면박을 주는 상황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매사, 대개의 녹음 파일 속 대화가 이런 식
이다. '최순실 대통령'의 위세가 대단하다.

박 전 대통령은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지만, 최씨는 고압적으로, 말이 짧을 때가 허다하다.
 마치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은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 무시와 면박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정 전 비서관의 대응은 한술 더 뜬다.
꼬박꼬박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인 그는 극존칭을 쓰는 것은 예사요, 쩔쩔매가며 최씨를 떠받들었다.
'권력 서열 1위'의 위엄이 녹취 파일 전반에 그대로 묻어난다.
문제는 자신이 대통령인듯 감정 이입을 한 최씨의 지시가 재임 이후 국정 운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사실이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취임사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사 역시 최순실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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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문 교류를 통해서 더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연설, 2013년 6월 29일 중국 칭화대)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적 교류… 문화와 인문 교류를 통해서 더 넓은 확대와 가까워진 나라로 발전하길 바란다."
 (최순실 지시사항)

23일 JTBC <뉴스룸>이 직접 비교한 2차 녹음파일 속 최씨의 지시와 실제 박 전 대통령 연설 내용이다. 불행하게도
, 녹음파일이 증명하듯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꼭두각시 혹은 '그림자 무사'였다는 흔적은 한 둘이 아니다.
 기밀 사항인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수시로 먼저 보고 받은 것은 물론 참석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는 본인이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라고 지칭한 청와대 회의를 거의 관장하는 듯한 뉘앙스로 지시를 내렸다.
또 그 회의의 모두 발언에 일일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고, 정 전 비서관이 연설문 등을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첨삭'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내용도 나왔다. 국회는 물론 총리를 향한 메시지도 최씨의 입과 머리에서 도출됐다.

이밖에 녹음파일 속 최씨는 개인적인 일로 해외에 나가서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고, 정 전 비서관은 한밤중에 최씨로부터 온 국제전화를 받아야 했다.

또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를 압박할 것을 종용했고, 유민봉 전 청와대 국
정기획수석 역시 그 압박 대상자 중 한 명이었다.
녹음 파일은 일반인 최씨에게 이러한 지시를 받아야 하는 청와대 비서관의 '자괴감'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지난 2년여 동안 일련의 많은 일을 겪으면서 지난 공직 생활을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일들이 많았다."

작년 12월, 결심 공판을 위해 법정에 선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성 전 비서관이 남긴 최후 진술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후회. 정 전 비서관은 개인적으로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겠지만, 국정농단이란 역사의 과오는 개인의 후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이 좌지우지한 박근혜 정권이 되돌린 역사의 시계, 그 퇴행의
 시간이 가져온 사회적 비용을 국민들이 그대로 치르고 있으니까.





 박근혜 정권에서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지목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좌천당한 경위에 대해 증인신문을 받는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17년 6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에서 열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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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고 그에 일조했으며 그 아래서 권력과 권세를 누린 이들이 과연 제대로 된 죗값을 치렀는지 의문이다.

 처절한 반성은커녕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언행으로 다시금 퇴행을 반복 중인 보수야당의 현재를 보라.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수혜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독재' 운운하며 대권행보를 거듭 중인 지금 말이다.
이 녹음파일이 더 빨리 공개되지 않았던 게 아쉬울 따름이다.














국정농단 당사자 최순실.


<사진=뉴시스>











최순실-박근혜’ 대화 추가 공개…국정농단 재판 기조 바뀌나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을 시사저널이 공개했다.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대화 내용은 판결에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은 23일 최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사이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입수해 추가로 공개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13년 6월 박 전 대통령의 중국 연설에 중국어를 넣으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최씨가 청와대 내부 회의와 국회 법률개정·예산안까지 챙긴 정황도 포착됐다. 녹취파일에서 최씨는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각 분야를 체크한 뒤 소상히 문제점들을 올려라”라고 조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최씨는 국정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7일 시사저널이 첫 번째로 공개한 녹취파일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이 취임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씨는 주도권을 쥐고 지시한다. 당시 정부의 국정 기조였던 ‘경제부흥’ ‘미래창조’는 최씨의 입에서 나왔다.


 최씨는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일단 넣자”며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과학기술과

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고 피력한다.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재판 기조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검찰의 주장을 줄곧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씨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부터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출연금 744억원을 지급하게 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박 전 대통령, 최씨, 이 회장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건을 한꺼번에 심리했다. 해당 사건 선고는 이르면

 내달 초 열린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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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당사자 최순실. /사진=뉴시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