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도토리 깍지 2019. 7. 25. 10:02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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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러시아, 한국 항의에만 입장 표명…
"깊은 유감 표명"→"영공 침범 안했다" 입장 바꿔



러시아 측이 자국 군용기가 23일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입장을 밝혔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가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반면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러시아 정부에 항의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초유의 사태가 역설적으로 독도가 한국 영토란 걸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 됐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 1대, 독도 영공 두 차례 침범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사안은 23일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국 군용기 2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9분 1차로, 이어 9시33분 2차로 침범했다.
 우리 공군기가 경고사격을 하자 9시37분 영공을 빠져나갔다.

중국,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들어온 적은 있어도,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건 처음이었다. 영공은 해안선에서 바다로 12해리(약 22㎞)까지인 영해와 영토의 상공을 뜻한다


외교부, 러시아에 엄중 항의…日도 덩달아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외교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23일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와 추궈홍 중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윤순구 차관보는 이날 오후 3시 볼코프 러시아 대사대리를 초치해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및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엄중한 항의의 뜻을 전한다"며 "재발방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같은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이런 행위가 되풀이되면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덩달아 독도를 자국 영토라 강조하며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 항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23일 한국과 러시아 정부 양국에 "일본 영토에서의 이 같은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영토침범 의도 없다"며 깊은 유감 표명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러시아는 자국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가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번복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군용기 영공 침범이 의도가 없으며, 기기 오작동
때문이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즉각 조사에 착수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국방부는 24일 러시아 측으로부터 "전날 우리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전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접수한 이 공식전문에는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 수석은 러시아 측 공식전문이 문제가 되자 24일 오후 재차 브리핑을 통해 그 전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공침범은 사실이며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러시아 무관의 발언을 기준으로, 러시아가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러시아가 우리 영공 분명히 인정, 아쉬운 건…"




러시아가 알렸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



이번 사안과 관련, 러시아가 한국 정부에만 입장을 표명한 것은 독도가 한국 영토란 것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영공을 침범 안했다고 해 입장 번복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한국과 똑같이 항의한 일본 정부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

반면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는 "독도는 러시아가 인정하고 안하고 상관 없이 대한민국 영토"라며 "(그런 논리는)
우리 스스로 주권을 갖지 못하고, 외국의 도움만 바라는 패배주의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외신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된 보도를 봤을 땐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CNN에서 처음 뉴스가 나왔을 땐 영상 자막에 '독도(Dokdo)'라 표기가 돼 있었는데, 텍스트 뉴스를 보니 다케시마(Takeshima)와 병기가 돼 있었다"며 "일본에서 작업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해외 표기와 관련해선 외신에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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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2019.04.25. pak7130@newsis.com





'러시아 오락가락', 정부 소통부재? 외교적 전략?


러시아 차석 무관-러시아 정부 입장 차이는 분명


청와대가 24일 '대한민국 영공 침범'을 부인한 러시아의 입장을 반박하고, 영공 침범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조종사 음성 교신 등 증거는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메시지 혼선이 불거졌다.

 24일 오전 청와대는 전날 러시아 차석 무관이 했다는 말을 빌려 러시아 측이 이번 침범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24일 오전 "한국 영공 침범이 아니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청와대는 "러시아가 공식입장을 바꿨다"고 정리했다.

시간 순으로 볼 때 몇 가지 사안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와, 우리 정부가 접촉한 러시아 차석 무관의 입장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청와대는 러시아 차석 무관의 말도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가 입장을 뒤집은 것이 된다. 혼선의 1차적인 책임은 러시아 측의 메시지 불일치에
 있다. 

정부의 대응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
24일 오전 국방부가 '영공 침범' 사실을 부인하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입장을 접수했음에도, 비슷한 시간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을 통해 "러시아가 영공 침범 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는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방부로부터 "러시아의 공식입장 전문이 접수됐다"는 정보만 공유 받았어도 청와대가 섣불리 24일 오전에 브리핑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오전 브리핑 당시에 러시아의 '영공 침범 부인' 공식입장 전문이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러시아 측의 바뀐 입장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없었다. 오후 4시쯤 국방부가 러시아 측 전문 접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약 2시간 후에야 이를 바탕으로 한 브리핑을 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국방부가 청와대에 러시아 측 전문 접수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
 아니면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핵심 인사들은 러시아 측 전문을 공유 받았지만, 국민소통수석실은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섣불리 브리핑을 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정부 내 정보 공유 프로세스에 허점이 있었던 게 된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측에서 영공 침범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을 언론공개를 통해 못박으려는 시도일 수 있다.
실제 영공 침범을 부인한 메시지는 23일 오후 러시아 정부에서 이미 나왔던 바 있다. 24일 오전에 접수된 공식입장
전문만 공개한다면 러시아의 '영공 침범 부인' 입장이 일관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이에 청와대가 '유감'과 '인정'을 골자로 한 차석 무관의 멘트를 가감없이 먼저 공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경우 외교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 수석은 차석 무관의 말을 소개하며 "러시아와 특별히 얘기하고
밝힌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사건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23일 오전 7시 전후=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이어도 북서방 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군의 경고 사격(360) 이후 우리 영공을 이탈했다.


◆23일 오전=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실장은 "우리는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안보회의(FSC)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3=외교부가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KADIZ 무단 진입에 대해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와 추궈홍 중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23일 오후=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수차례 침범했다는 한국군 발표를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한국 전투기가 러시아 항공기를 위협하는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
했다.
 러시아 측은 "한국 조종사들이 러시아 폭격기와 교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차석 무관은 이날 오후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만나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다""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 발표와 상반된 내용을 말한 셈이다. 

이 차석 무관은 "최초 계획된 경로 대로였다면 이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도를 갖고 침범한게 아니다.
최초 계획된 경로 대로였다면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차석 무관과 국방부 정책기획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가
굳이 밝혀야 하는가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설명했다.

◆24일 오전=러시아 측은 "우리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전문을 우리 국방부에 보냈다.
이 공식전문에는 "러시아 공군기는 독도에서 25km 떨어진 상공에서 계획된 항로를 벗어나지 않고 비행했다"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 측은 오히려 "한국 F-16 전투기 두 대가 러시아 공군기들에 근접해서 항로와 안전을 방해하는 등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한국 조종사들은 러시아 조종사들과의 교신에 나서지 않았다.
또 경고비행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24일 오전 11시 이후=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날 있었던 러시아 차석 무관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윤 수석은 이 차석 무관이 '기기 오작동'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알리면서도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적절한 사과와 유감표명이 러시아 외교부나 국방부, 언론 등을 통해 나올 것"이라는 차석 무관의 말도 전했다.

◆24일 오후 4시쯤=국방부가 이날 오전 접수한 러시아 측 공식입장 전문의 주요 내용(영공 침범 부인)을 공개했다.
러시아 차석 무관의 말과 러시아 측 공식입장 전문 내용 간 메시지 충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24일 오후 6시쯤=윤도한 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다시 백브리핑(배경설명)을 했다. 윤 수석은 러시아 차석 무관
의 메시지도 공식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 측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이더 영상 및 조종사 음성 교신이 증거로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공 침범 사실을 입증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