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과 상관없이 이춘재 화성연쇄살인 진범 확정 가능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가 24년째 수감돼 있는
부산교도소 전경.
/연합뉴스
공소시효 끝나 강제수사 못해
DNA 불일치 살인사건들은
다른 용의자 가능성도 제기
경찰이‘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 씨의 자백을 유도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
23일 경찰에 따르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에 대한 조사에 과거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수사를
10차 사건에서 앞선 사건들과 다른 정황이 포착된 점도 자백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춘재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처제 살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지만, 모범수로 평가받고 있는 이춘재가 가석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화성 사건의 진범임을 자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은 전국 대학교수 3396명이 조국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pixabay
5,7,9차 사건 증거 DNA와 일치···범인으로 확정되면 검찰 넘길 듯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가 경찰 대면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경찰은 용의자 자백 없이도 진범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의 대면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자백과 상관없이 용의자를 진범으로 볼 충분한 근거가 나오면 자체적으로 범인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3차례에 걸쳐 부산교도소에서 이 씨를 대면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면조사에 과거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수사를 담당하며 자백을 받아냈던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경찰은 이 씨의 자백과 상관없이 다른 증거가 충분할 때 수사기관으로서 이 씨를 진범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이같은 입장은 DNA 증거의 정확성과 이 씨의 거주지 등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경찰은 공식 브리핑에서 용의자를 이 씨라 특정하지 않을 정도로 발표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이 씨의 이감 신청도 고려 중이다.
이춘재는 충북 청주에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994년 무기징역형을 선고

[출처] - 국민일보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이춘재가 복역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내 대면조사를 진행
이번 조사에는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부터 자백을 끌어낸 프로파일러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분석 경력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 프로파일러 9명과 합동으로 범죄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로부터 받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사건 피해자의 속옷 등을 분석한 결과 증거품 에서 나온 유전자(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에 추가 증거품을 DNA 감정의뢰한 가운데, 이춘재가 과거 화성 연쇄 살인사건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기록을 확인하고 분석해 나가고 있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처제(당시 21세)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돼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프로파일러들 "이춘재가 주도권…사건 추가 확인 예상"
배상훈 "사실 지금 이춘재한테 주도권 있다"
이수정 "몇 건 더 확인 후 반쯤 덮힌 상태로 끝날 가능성 높다"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들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 가 경찰의 수사 정보를 얻기 위해
조사에 응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조사를 거부하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들어갈 수 없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수사를)잘 피해왔는데 경찰이 뭘 가지고 자신을 범인으로 몰고
있나 상당히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료수집 차원에서 면회(조사)에 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예상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춘재도 뭘 알아야지 대응을 할 거 아니냐"면서 "어느 정도까지
증거가 드러나면 그 때는 (조사를) 거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배 교수는 이춘재가 오히려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사실은 지금 이춘재한테 주도권이 있다"며 "가석방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경찰과 딜(Deal·거래)을 하거나 아예
입을 닫는 등 두 가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의 거래로는 예를들어 어떤 사건은 자신이 했다고 하는 대신, 다른 사건은 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것을
꼽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이춘재의 DNA는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이춘재의 범행이 추가로 드러나도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사형수가 아닌 다음에야 가석방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데 왜 자백을 하겠냐"며 "자백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교도소에서 운동을 자주 즐겼던 이춘재가 최근 독방에 수용된 이후 야외 활동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
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심리적 변화가 생긴 것으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범인임에 틀림없고, 경찰도 드디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석방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어서 심경의 변화는 왔다고 봐야 한다"고 추정했다.
배 교수도 "그건 당연하다"며 "이전까지는 아주 착한 모범수였는데 운동장을 돌아다니면 당연히 손가릭질을 받을테고, 준비가 안 됐으니까 거부를 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배 교수는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 중 어머니와의 동반 조사를 꼽은 반면,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배 교수는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흔히 말하는 어머니, 형제 등 가족을 동원하는 최후의 방법이 있다"
면서 "경찰이 아무래도 이런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모친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동원되어야 하느냐"며 "모친은 지금 범죄자가 아니고, 경찰이 시효가 끝난 사건에서 모친을 동원할 권리가 있는가"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이 절반만 덮힌 상태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제가 볼 때는 여죄 수사에서 몇 건이 더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여 (사건의)반쯤 덮힌 상태에서 그대로 끝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
'두 얼굴의 이춘재', 처제 살해 다음 날 장인 찾아가 "도울 일 없을까요
이춘재 ‘청주 처제 살인사건’ 판결문·경찰 수사 분석
이웃들은 "착한 애"…집안에선 돌변해 ‘재떨이 던지고 마구 폭행’
처제 살해 다음 날 장인 찾아가 "도울 것 없냐" 뻔뻔
전문가 "연쇄 살인 위해 이중적 모습 보였을 것"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는 부모도 못 말리는 불같은 성격으로 집안에선 폭력을 휘두르고 살인까지
했지만 이춘재를 수십 년간 지켜본 이웃들은 "착한 애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994년 ‘청주 처제 성폭행·살인 사건’ 당시 이춘재를 수사했던 김시근(62) 전 형사는 "자신의 속내를 감추는 편
이었다"며 "처제를 죽인 다음 날 장인 집에 찾아가 ‘도울 것이 없느냐’고 물을 만큼 뻔뻔했다"고 말했다.
이춘재의 이런 모습을 두고 전문가들은 "연쇄 살인을 했다면 이춘재의 철저한 이중성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춘재가 일종의 ‘가면’을 쓴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춘재는 청주 사건 당시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항소 이유 등에서 "피해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뒤 그 사체를 유기한 사실이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이춘재는 용의자로 특정된 이후 수차례 경찰 조사에서 "나는 화성 사건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춘재의 ‘자백’이 중요한 상황에서, 그에게서 정확한 답을 듣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4년 5월 이춘재에게 사형을 선고한 청주지방법원 1심 판결문.
/독자 제공
◇"처가와 ‘아주 원만한 관계’"…법원 "한 번 화 나면 부모도 못 말리는 성격"
24일 이춘재의 1심·2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아내와 1992년 4월에 결혼했다.
10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1991년 4월)이 발생한 지 1년 뒤다. 포크레인 기사였던 그는 골재 채취 회사에서 일하던
아내를 만났다.
이후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마땅한 생업을 잃자,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나가며 생계를 책임졌다.
경찰과 2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처가와는 ‘원만한 관계였다’고 한다.
고향인 경기 화성군(현 화성시)에서도 농사를 짓던 아버지를 도운 이춘재는 청주에서 벼농사를 하던 처가에도 자주
찾아가 일손을 거들었다고 한다.
김시근 전 형사는 "청주에 이춘재가 마땅한 연고가 없으니까 버스를 타고 장인어른 댁을 자주 갔다고 했다"며
"가서 벼도 베어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 안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아내는 물론 두살배기 아들도 감금하고 폭행했다.
법원은 이춘재가 "내성적이지만 한 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성격의 소유자"라고 봤다.
아들을 방안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들게 하고,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재떨이를 집어 던지고 무차별 폭행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아내는 1993년 12월 집을 떠났다.
그는 가출한 아내에게 전화로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것을 알아두라"고 협박했다.
또 동서에게 "아내와 이혼은 하겠지만 쉽게 이혼하지 않겠다. 다른 남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
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춘재와 처가의 관계는 이어졌다.
처제들이 반찬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춘재의 집에 자주 들렀고, 이춘재도 장모의 제사에 꼬박꼬박 참석했다고 한다.
이춘재의 ‘가면’은 그만큼 견고했다.
1994년 충북 청주 처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이춘재가 구속되기 전 경찰서에
붙잡혀 있는 모습.
/KBS 캡처
◇‘완전 범죄’ 꿈꿨던 이춘재, 처제 살해 다음 날 직접 실종 신고까지 해
피해자인 처제(당시 21세) 역시 평소 이춘재를 믿고 따랐다고 한다.
1994년 1월 13일 오후 이춘재는 "토스트기를 가져가라"며 처제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이
날 이춘재는 처제에게 수면제 탄 음료를 미리 준비해 마시게 했다.
하지만 처제가 수면제 효과가 들기 전 "친구와 교회를 가기로 약속했다"며 떠나려하자 성폭행했다.
이후 둔기로 내려쳐 살해한 뒤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와 처제의 옷, 처제와 아내의 스타킹 등으로 싸매고 묶어 유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범행을 저지르고 밤을 새워 집에 있던 증거물을 치웠다.
당시 현장을 감식했던 경찰 관계자는 "가까스로 화장실 문고리와 세탁기 밑 장판에서 검출한 피해자 혈흔이 아니었다면 이춘재의 혐의를 밝혀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완전 범죄’를 노렸다는 것이다.
이춘재는 범행 다음 날 처가로 향했다. 김시근 전 형사는 "장인어른을 찾아간 이춘재가 ‘도와드릴 일 없느냐’고 한 것
으로 안다"며 "딸을 죽여놓고 아버지한테 그렇게 굴 만큼 이춘재는 뻔뻔한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형사는 "처가에서 딸이 퇴근 후 돌아오지 않으니까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는데, 이때 이춘재도 함께 갔던 것
으로 안다"고 했다.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 이춘재는 법정에서도 끝까지 처제 성폭행·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 기관에선 일부 범행을 자백하기도 했지만 계속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범행 하루 전인 1994년 1월 12일 오후 ‘집에 다녀가라’며 처제에게 전화한 사실이 통화 기록과 주변 증언 등을
통해 인정됐지만 경찰 조사에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춘재는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했다가 검찰에선"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술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다시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한 이춘재는 법원에 가서는 "경찰관들이 고문하고 잠을 재우지 않아 견딜 수 없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춘재가 나고 자랐던 옛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1리 일대에 있는 어느 폐가의 모습.
바로 옆으로 새로 지어진 빌라 건물이 보인다.
/화성=박소정 기자
◇고향 할머니들 "춘재는 착했다"…전문가 "연쇄 범죄, 이중성 없인 불가능"
이중성은 이춘재가 1963년~1993년까지 살았던 화성의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춘재는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1리(현 화성시 진안동)에서 30년가량을 살았다.
이곳에서 그를 기억하는 토박이 노인 5명은 모두 어린 시절의 이춘재에 대해 ‘착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웃 김모(85) 할머니는 "춘재가 마음도 좋고 성품이 착해. 뭐든지 ‘네네’하고 잘 대답하는 아이였어"라고 했다.
그의 옆집에서 살았다는 한 할머니(94)는 "그 애가 그럴 애가 아니다. 그 사건을 춘재가 그랬다고 하는 건 너무하다"고 했다.
1990년 11월 9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 화성군 태안읍 사건 현장부근에서 탐문
수사 중인 경찰의 모습.
/조선DB
범죄 심리학자들은 이춘재가 화성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진다면 이런 ‘가면’을 쓰는 능력이 연쇄 살인을 가능케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5년동안 교도소에서 1급 모범수로 살았을 만큼, 이춘재는 남을 일상적으로
속이고 감추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서 "과거 처제 살인 사건부터 철저히 이중성을 바탕으로 혐의를 부인해온
인물이어서 새로운 증거 확보가 어려운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역시 "아내와 자녀 등 가정 내에선 폭력으로 강압하고, 외부적으로는 지극히 좋은 사람으로 비춰 자기편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이중적 태도를 견지하는 능력이 연쇄 범죄를 저지르기 용이하게 만들었을 것"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