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9번 대면조사 끝에 시인.. 화성 연쇄살인 모두 범행
mbc 방송 캡처/이춘재 자백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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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9번 대면조사 끝에 시인.. 화성 연쇄살인 모두 범행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처음 알려진 1986년 이후 33년 만에 범인으로 지목된 이춘재(56)는 당시 화성 인근은 물론 충북 청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범죄를 5건 더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그의 진술이 맞는다면 여성만을 골라 잔혹한 수법으로 성폭행과 살인 등을 저지른 최악의 범죄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당시 경찰의 무능과 부실 수사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1986년부터 1991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관련 사건은 모두 10건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8차 사건(1988년 9월 발생)은 모방 범죄로 판명이 났으며 범인도 검거됐다.
그러나 나머지 9건의 사건은 끝내 범인을 찾지 못했고,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도 2006년 4월 종료됐다.
이 때문에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묻혔다.
그러나 경찰이 최근 당시 사건 중 일부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재검증하는 과정에서 DNA 분석을 통해 범인이 특정됐다.
경찰이 DNA 분석 결과를 근거로 그의 범행으로 단정한 사건은 5차, 7차, 9차 등 3건이었다.
최근 4차 사건의 증거물 DNA도 그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9번에 걸쳐 이씨에 대한 교도소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의 초기 대면 조사에서 이춘재는 DNA가 나온 3건도 자신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국과수가 추가로 분석한 4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도 일치하는 DNA가 나오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의 DNA는 당시 피해자의 속옷을 포함해 5곳 이상에서 검출됐다.
이씨는 4차 사건을 포함한 나머지 6건의 화성 사건을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화성 사건 이외에 추가로 저질렀다고 시인한 5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이 그동안 검토해 온 유사 사건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화성 사건'으로 분류된 사건 이외에도 미제로 남은 유사한 성폭행이나 살인 사건이 이씨의 주거지 근처에서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화성 사건의 주요 무대인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토박이인 이씨가 군대를 제대한 1986년 1월부터 1994년 1월
처제 살해 사건으로 수감되기 전까지 화성, 수원, 청주 지역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의 수사 기록을 정밀 검토했다.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화성 사건 직전인 1986년 2~7월 발생한 7건의 연쇄 성폭행과 2~3차 사건 사이인 1986년
11월 발생한 살인 미수 사건, 1987년 12월과 1989년 7월 인근 수원에서 발생해 화성 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여고생 성폭행·살인 등이 이씨의 범행으로 부각됐다.
당시 연쇄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은 용의자가 20대 중반, 키 165㎝ 내외의 호리호리한 남성이라고 진술했다.
또 스타킹 등 피해자의 소지품으로 결박하는 등 화성 사건과 비슷한 범죄 유형을 보였다.
이씨는 이와 별개로 1989년 9월 수원시 권선구의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가 검거돼 7개월 동안 구속됐다 집행
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그가 구속된 기간에 화성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석방 7개월 이후인 1990년 11월 9차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당시 6차 사건 이후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세 차례나 조사했으나 혈액형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배제했다.

1987년 1월 5차 사건이 발생한 화성 황계리 현장에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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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살인' 이춘재, ‘수원 여고생 살인’도 저질러… 양손 결박 등 수법 판박이
‘화성 살인’ 이춘재 14건 자백
화성 외 5건은 어떤 사건?
1988년 화서역·1989년 오목천동 여고생들 살인… 목졸림 등 유사
베테랑 프로파일러 9명 맹활약
대면조사 통해서 신뢰 쌓은 뒤 DNA 등 직접증거 압박 ‘강온전략’
‘희대의 성폭행 연쇄 살인마’임을 자백한 이춘재가 9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외에 밝힌 나머지 5건은 어떤 사건일까. 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춘재가 자포자기 상태에서 밝힌 터라 향후 재판 등에서 번복할 수 있어 신빙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자백한 사건에 대해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춘재가 저지른 다른 사건은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에 이르게 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다른 범죄 5건은?
이춘재가 자백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외에 저지른 다른 범행은 우선 1988년 12월과 1989년 9월 수원 화서역 인근과
오목천동에서 각각 발생한 이른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이다.
이들 사건은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청주 처제 살인 때처럼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의류 등으로 목이 졸리고 양손이
결박된 유사성을 갖고 있다.
수원여고생 살인사건과 함께 화성사건 발생 전인 1986년 2월부터 7월까지 화성지역 일대에서 발생한 7건의 ‘화성
연쇄 강간 사건’이 꼽힌다.
당시 화성 태안읍 일대에서 10~40대 여성 7명이 연쇄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용의자를 23살 가량의 키 165~170㎝인 보통체격의 남성이라고 진술했다.
용의자가 욕설하고 “네 서방 뭐하냐” 등을 물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한 점이 화성사건 발생후 살아남은 피해자의
진술과 비슷하다.
1986년은 이춘재가 군대에서 전역한 해이기도 해 그의 범행일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들 7건의 사건에서는 성폭행후 ‘살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본격 살해는 화성사건 때부터로 보인다.
◆추가 DNA 확인과 베테랑 프로파일러에 입연 이춘재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뒤 13일만에야 자백했는 데 그 배경에는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컸다.
지난달 18일 이씨를 특정용의자로 밝힌 경기남부청은 곧바로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수감중인
부산교도소를 찾아 대면조사에 나섰으나 완강하게 부인하는 이춘재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춘재는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협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중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교도소를 찾던 경찰은 프로파일러 투입을 결정했다. 경기남부청은 범죄분석 경력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프로파일러를 선정해 다시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낸 공은경 경위(40·여)를 포함한 경기남부청 프로파일러 3명 등 모두 9명의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
이들은 잦은 대면조사를 통해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를 뜻하는 ‘라포르’를 형성, 이춘재의 심리적 방어막을 조금씩
무너뜨렸다.
프로파일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이춘재에게 1988년 저지른 7차 화성살인사건 후 용의자를 목격한 버스 안내양의
진술을 활용했다.
경찰은 버스 안내양을 불러 법최면 조사를 진행했고, 법 최면중 자신이 목격한 용의자가 이춘재의 사진(몽타쥬)과
일치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안내양은 경찰에서 “이춘재가 범인이 맞다”고 진술했다.
여기에 5, 7, 9차 사건 증거물뿐 아니라 4차 사건의 유품에서 나온 DNA도 한 몫했다.
1987년 1월 5차 사건이 발생한 화성 황계리 현장에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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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춘재가 강도미수 범행을 저질러 구속된 동안에는 화성사건이 더는 이어지지 않다가 그가 풀려난 지 7개월 만에
다시 화성사건이 벌어진 점, 1993년 4월 이후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에는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 당시
이씨의 행적을 토대로 한 추궁도 이어갔다.
객관적 정황 증거와 함께 베테랑 프로파일러들의 ‘라포르’가 작용하면서 이춘재는 심리적 방어선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희대의 연쇄 성폭행 살인범’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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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과 상황 다르게 전개되면 자백 번복 위험도"
이춘재는 모방범죄로 드러나 진범까지 잡힌 8차 사건을 제외한 화성연쇄살인사건 9건 전부와 다른 5건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최근 경찰에 자백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도 지난달 26일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5차례에 걸친 대상자 접견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국에는 가석방이 물 건너 갔다고 포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면담 과정 중에 여러가지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과신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춘재가 이런 상태였다면 면담자(프로파일러)의 호소에 영향을 받아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을 것으로
이춘재의 자백에는 화성사건의 5, 7, 9차 사건에서 일치한 DNA가 나온 점과 7차 사건 당시 이춘재를 목격해 몽타주
이 교수는 "부인하기 불가능하다라는 것(DNA 결과)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춘재가 자백을 하는데 상당 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춘재는 DNA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자신을 봤던 사람들이 여러명이 나오는 부분은 틀림없이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백을 번복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추가 범행을 얘기했는데 사실 관계가 좀 더 필요해 보인다"며 "나중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이 교수는 "성폭력 사건 같은 건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살인 사건을 확인을 해야 될 것으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대상자가 자백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경찰에서는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성연쇄살인 1차 사건이 발생한 1986년 9월 15일 이전인 같은 해 2월부터 7월 중순까지 불과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7건의 연쇄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심리학 권위자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11년 한국경찰학회보에 발표한 ‘연쇄살인사건에 있어서 범인상 추정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7건의 연쇄 성폭행 사건과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1987년 1월 5차 사건이 발생한 화성 황계리 현장에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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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차 혐의받던 이춘재…화성 9건·추가 범행 5건 모두 내가했다?
"유리한 위치 확보" "자포자기 자백" "우월감 발언"
경찰 "자백 신빙성 확인중 …추가 수사하겠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가 9건의 화성 사건과 추가 범죄 5건 등 총 14건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과 관련해 프로파일러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추가 범행까지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 의도와 신빙성을 의심
1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프로파일러가 아홉 번의 대질심문에서 이춘재와 유대관계를 잘 형성해 자백을 유도해 낸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자백을 받았다고 끝이 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던 이춘재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해 명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범죄심리분석관’ ‘범죄심리분석요원’ 등으로 불리는 프로파일러는 사건의 정황과 단서를 분석해 범인의 특성과 성격·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춘재의 자백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투입된 프로파일러들이 차분히 대화를 이어가고 인간관계를 맺는 라포르(Rapport·신뢰감으로 이뤄진 친근한 인간관계)로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 낸 것 같다"며 "다만 이춘재가 실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것인지, 자포자기 상태에서 단순히 경찰이 제시하는 범행을 시인한 것인지, 사실관계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게 경찰의 숙제"라고 했다.
이어 "이춘재가 경찰이 제시한 증거에 심리적으로 위기감을 느껴 범행을 모두 자백할 가능성이 있다. 4차 사건 증거품에서 이춘재의 DNA를 발견한 점도 이것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춘재가 4차 사건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 9건과 추가 5건의 범행까지 모두 ‘내가 했다’고 자백한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안된다. 진술의 의도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춘재는 자신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더이상 처벌을 받지 않는 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경찰 대질심문 과정에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혐의 이외의 범죄를 자신이 했다고 거짓 진술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해 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자백 내용에 대한 당시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관련자
국내 최악의 ‘장기(長期)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7월 15일 경기남부청 미제사건수사팀이 오래된 증거품에서도 범인의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재감정을 의뢰하
국과수 감정 결과,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사건 10건 가운데 5차, 7차, 9차 등 3건에서 나온 DNA가 교 도소에
경찰은 이춘재 사건 수사를 위해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받아냈던 프로파일러를 포함해 총 9명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춘재와 대질 조사를 벌여왔다.
- 수원=박소정 기자

이춘재 자백, 100억대 가족 재산은 어떻게 될까
화성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이춘재가 결국 자백했다.
1일 채널A는 단독보도로 이춘재가 9차례 걸친 대면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정한 시기에 수사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지금까지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며 청주에서는 2건의 추가 범행이 더 있었다고 털어놓아
충격을 안겼다.
앞서 여러 전문가들은 이춘재가 자백하지 않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 중에서도 이춘재가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입을 열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춘재 가족은 100억대 자산가로 보도된 바 있다. 가족이 소유한 농지가 개발되며 땅값이 폭등했다는 것.
하지만 이춘재가 자백한 후 피해자 유가족들 손해 배상을 청구해도 인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에 따르면 민사에도 소멸 시효가 있기 때문이다.
"불법 행위를 한 날부터. 즉 그런 살해 행위, 범죄 행위 등을 한 날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소멸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일선 기자 ils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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