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토카르추크·한트케, 작년과 올해 수상자 동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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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AP/뉴시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후 자신의 작품 ‘플라이츠
(Flights)’ 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페터 한트케. 문학동네 제공
▲ 201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는 삶의 은유, 풍부한 내러티브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이 시대 가장 뜨거운 작가다.
EPA 연합뉴스
노벨 문학상 토카르추크·한트케, 작년과 올해 수상자 동시 선정
폴란드 여성작가 토카르추크, 작년 맨부커상 '플라이츠' 등 서사적 상상력 뛰어나다는 평
오스트리아 출신 한트케, 희곡 '관객 모독'으로 명성 '베를린 천사의 시' 각본도 써
지난해 성추문 파동으로 노벨 문학상 시상을 미뤘던 스웨덴 한림원이 10일(현지시간) 올해까지 2명의 수상자를 동시에 발표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돌아갔으며 올해 상은 오스트리아 작가인 페터
한트케가 받았다.
1962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토카르추크는 바르샤바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1985년 졸업 이후에는 남부 브로츠와프와 바우브지흐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했다. 그의 이 같은 경력은 훗날 소설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토카르추크는 1989년에 시집 '거울 속의 도시들'을 출판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1993년에 소설 '책의 인물들
의
여정'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의 반유대주의 및 과거사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현지 우파들에게서 큰
반감을 샀던 토카르추크는 지난해 2007년작 소설 '플라이츠'로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했다.
한림원은 토카르추크가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상자로 뽑힌 한트케는 1942년 오스트리아 출생의 극작가로 1960년대 말 독일문학의 주류였던 참여문학에 반대하고 언어내재적 방식에 주목한 작가다. 그는 언어적 현실과 실제적 현실에 주목했으며 1966년 전통극의 양식에 대항
하는 대표작 '관객모독'을 발표해 연극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한트케는 희곡 '카스파' '소망 없는 불행' '진정한 느낌의 시간' '왼손잡이 여인' 등 8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영화
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심사위원의 성추문으로 노벨 문학상을 선정하지 못했던 한림원은 올해 2년치 수상자를 한꺼번에 선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노벨문학상 페터 한트케의 삶과 문학···독일문단의 이단아(종합) 언어는 단순한 의미 전달 도구 이상의 것" |
【서울=뉴시스】신효령 남정현 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77)는 매년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됐던 작가다.
파격적인 문학관과 독창성으로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독일 문단에서는 이단아와 같은 존재다. 언어는 단순한 의미 전달 도구 이상이라는 것이 그의 작품 속 주장이다.
윤용호 고려대 독문과 교수는 한트케에 "이미 1980년 후반부터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작가로 평가받았다"고 논평했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73)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페터 한트케다"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트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의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건강 악화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비관하여 자살했다.
그라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이 출간되자 학업을 중단했다.
그해 전후 독일 문학계를 주도하던 '47 그룹' 모임에서 파격적인 문학관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첫 희곡 '관객 모독'을 발표, 연극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내는 그의 독창성은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소망 없는 불행'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희곡 '카스파', 예술 에세이 '어느 작가의 오후' 등을 발표했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대본도 썼다.
그의 작품들은 유명한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자신이 직접 연출을 하기도 했다. 독일어권의 주요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역대 최연소(31세)로 수상했다. 프란츠 카프카상, 실러상 등을 받았다.
초기작 '관객모독'(1966)은 비트 음악을 언어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구사하는 관객모독 속의 언어를
좇다보면 줄거리를 찾을 수 없다.
온갖 욕설로 구성된 '관객모독'에서 한트케는 의미 전달도구로서의 언어를 부정했다.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1969)에서는 일정한 문법적 규범 속에서의 언어 변화와 의식 변화의 상관관계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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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AP/뉴시스】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018년과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마친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들. 왼쪽부터 스웨덴 아카데미 상임이사
마쓰 말름, 안데르스 올슨, 파 웨스트버그, 레베카 카르데,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앙리크 피터슨. 2018년 노벨 문학상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2019년
노벨문학상은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에게 돌아갔다.
2019.10.10.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1977)에서는 이런 외부적 상황을 더욱 구체화 시켰다.
이 작품에서 한트케는 실어증에 걸린 약사가 환상적인 여행을 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가 가지고 있는 '보편성'을 단숨에 거부해 버린다.
페터 한트케의 소설은 난해하다. 언어 파괴와 함께 형식 파괴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패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우울'에서는 해고된 노동자가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상황이
계속되며,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는 도대체 짐작할 수 없는 줄거리를 통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두 번 세 번 걸러낸다.
◇국내에 출간된 한트케의 주요 작품.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안장혁 옮김, 문학동네, 2011년 02월 25일 출간)
젊은 오스트리아 남자가 종적을 감춘 아내를 찾으러 미국 전역을 횡단하는 모험 가득한 이별 이야기다.
그의 대표적인 성장소설로 평가받는다.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 싶지는 않으니까"라는 '짧은 편지' 한 통과 함께 시작된다.
주인공은 편지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아내가 닷새 전까지 머물던 뉴욕으로 찾아간다.
작가인 일인칭 화자는 미국 여행을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윤용호 옮김, 민음사, 2009년 12월 11일 출간)
한트케의 장편소설이다.
한때 유명한 골기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던 중 자신이 해고당했다고 착각하고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불안을 느끼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만다.
요제프 블로흐의 심상에 대해 중점적으로 탐구나가면서,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불안과 공포가 불러일으킨 극단적 범죄에 대해 다뤘다.
◆관객모독(윤용호 옮김, 민음사, 2012년 11월 30일 출간)
한트케의 초기 희곡 '관객모독'은 1966년 초연 때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오늘날까지 널리 공연되고 있다.
새롭고 독창적인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간, 장소, 행위의 통일, 그리고 감정 이입과 카타르시스 같은 전통적 연극의 요소들을 뒤엎고 내용과 형식에서 분리된 언어 자체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 작품은 어떤 사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거나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대신,
오직 '언어'에 집중하고 있다. 무대 위 등장인물은 배우 넷뿐이고, 줄거리나 사건도 없다.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직접 말하고 배우와 관객, 무대와 객석, 연극과 현실 사이의 경계는 사라진다.
급기야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현대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조롱하고 풍자한다.
◆어느 작가의 오후(홍성광 옮김, 열린책들, 2010년 06월 30일 출간)
1987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12월의 오후에 '작가'가 바라본 외부 세계를 그리고 있다.
첫눈이 내릴 뿐 특별한 사건이라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 짧은 이야기에서 독자는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묘사, 그 묘사가 드러내는 작가의 감정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가 산책길에 만난 사물들, 풍경들, 사람들을 통해 한트케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한트케식 글쓰기(정확한 관찰,
감정이 이입된 묘사, 시적 사유의 아름다움)의 표본을 보여준다.
snow@newsis.com, nam_jh@newsis.com
'미투' 논란으로 시상이 한 해 미뤄졌던 노벨문학상이 폴란드 여성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와 '관객모독'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남성 작가 페터 한트케에 돌아갔다. 노벨문학상에서 여성 수상자가 나온 것은 2015년 이후 4년 만이며 한 해 두 명의 수상자가 나온 것은 45년 만이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2018년,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각각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 페트 한트케(Peter Handke)를 선정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토카르추크에 대해 "백과사전적인 열정을 갖고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표현하는 서술적 상상력"을, 한트케에 대해서는 "언어적 독창성을 갖고 인간 경험의 주변부와 특수성을 탐구하는 영향력 있는 저작들"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토카르추크는 1962년 폴란드 출생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노벨문학상에서 여성 수상자가 나온 것은 2015년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이후 4년 만이다. 1901년 첫 시상 이후 2017년까지 114명가운데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4명 뿐이었으며 올해 토카르추크의 수상으로 15명이 됐다. 토카르추크는 1989년 '거울속의 도시들'이란 시집을 낸 바 있으나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것은 4년 뒤인 1993년 그녀의 첫 소설 '북피플들의 여행'을 통해서다. 아울러 1996년 '원시시대와 다른 시간들'이란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들은 상징적 충격이 강한신화적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생생한 디테일로 가득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2007년에 쓴 작품 '플라이츠'로 지난해 영국 유명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 인터 내셔널'을 수상했다. 21세기 여행과 인간 해부학에 관한 소설이자 현대인의 쓸쓸함을 담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밖의 대표작으로 '죽은 이들의 뼈 위로 경운기를 몰아라', '태고의 시간들'이 있다. 토카르추크는 작품 속에서 신화, 전설을 차용해 인간 내면 심리를 파헤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 치료사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스스로도 유명 심리학자 구스타프 칼 융의 제자라고 일컫는다.
올해의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는 1942년 오스트리아 출신 극작가이자 소설가, 시인 등 작가로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문제적 작품 '관객모독'을 썼다. 그는 그라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나 재학 중이던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을 출간하고는 대학을 중퇴했다. 전후 서독 문단을 주도했던 '47그룹'에서 참여문학에 맹렬한 공격과 독설을 퍼부으며 주목받았다. 작가로서 활동하던 초기 시절인 1966년에 그가 발표해 무대에 올린 희곡 '관객모독'은 그를 유명 극작가 반열에 올려 놨을 뿐만 아니라 연극계에 충격을 몰고 왔다. 전통극 양식을 파괴했을 뿐 아니라 언어극이라는 실험적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2009년에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을, 2014년에 국제입센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페터 한트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트케의 그밖의 대표작으로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패널티킥 앞에선 골키퍼의 불안, 어느 작가의 오후, 나는 상아탑의 주인, 문학은 낭만적이다 등이 있다. 한편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한 해 건너뛰었다고는 하나 한 해 두 명의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74년 이후 45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이던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프랑스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파문이 일면서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은 연기됐다. 아르노는 지난해 10월 강간 혐의가 인정돼 2년 징역형을 받았고 프로스텐손도 사임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900만 스웨덴크로네(약 10억9000만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를 수여 받는다. 오는 11일에는 노벨평화상, 14일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슈투트가르트 AP=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영예를 차지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 사진은 지난 2016년 3월 23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한 시상식에 참석할 당시의 모습. 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 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
【빌레펠트(독일)=AP/뉴시스】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가 10일(현지시간)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내부 '미투(MeToo)' 논란으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았다가
올가 토카르추크와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7)를 각각 2018년과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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