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 아르갈란트의 ‘서울시 미래를 가꾸는 숲’ 조림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비술나무·노란 아카시아 묘목이 자라고 있다.
김정연 기자
지난 8일 찾은 몽골 울란바토르 서쪽 아르갈란트에 조성된 '서울시 미래를 가꾸는 숲'
. 올해 나무를 심은 지역이라 아직 나무가 얇고 작아서, 언뜻 보기엔 풀만 자란 평지처럼
보인다. 사진 왼쪽 아래처럼 구덩이를 판 뒤 1m 남짓 키의 '차차르간' 묘목을 심었다.
이 사진에 보이는 구역에는 1만여그루의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다.
김정연 기자
마을로 들어가는 비포장 길 끝에는 크게 울타리가 둘러쳐진 노란색 평지가 보였다.
이곳은 서울시의 지원으로 사단법인 푸른아시아가 2016년부터 조성 중인 ‘서울시 미래를 가꾸는 숲’이다.
100㏊ 넓이에 8만여 그루의 나무가 줄지어 심겨 있다.
초겨울로 접어든 시기라 온통 노란색이었지만, 여름에는 푸르른 빛을 띠었을 것이다.
함께 간 푸른아시아 몽골 현지 사무소의 신동현 차장은 “원래 이 일대에는 잡풀도 안 자라는 모래땅 황무지였다"며
"이 데르스(사막화 지표 식물)조차 자라지 못하는 땅이었다”고 설명했다.
"늘 먼지 심하던 땅, 나무 심은 뒤 8살 손자 기침도 줄어"
아르갈란트는 약 5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솜(郡)이다.
그중 30여명이 조림장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조드옹후(40) 주민팀장은 “이전엔 유목을 하다가 아르갈란트에 정착해 산 지 10년째인데,
건조하고 풀도 거의 안 자라는 지역이라 가축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웠다”며 “지금은 잡풀도 많이
자라고, 여름엔 땅이 푸른 걸 보니 신기하다”고 전했다.
차차르간은 몽골에서 일명 '비타민 나무'로 불릴 정도로 비타민 함량이 높아, 최근 들어 차차르간을 이용한 건강식품 등도 많이 늘어나는 등 각광받고 있는 작물이라고 한다.
신 차장은 “올해부터 차차르간을 많이 심기 시작했다”며 “열매를 이용해서 수익을 내면 장기적으로 각 지역 조림장마다 주민들 스스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엔 차차르간 등 열매를 가공할 수 있는 자체 가공공장이 첫 삽을 떴다.
올해는 산림학 석사 출신의 현장 매니저 아리용토야(30)씨도 이곳 조림장에 합류했다.
아리용토야씨는 “푸른아시아의 다른 사업장에 비해 여기가 나무가 잘 자라는 편이라, 올해 비술나무 묘목 3000그루를 키워 내보냈고, 지금도 지난해 심은 묘목 6800그루가 겨울맞이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바람에서 묘목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 키 높이로 파 놓은 골 사이사이로 차차르간 2만 그루가 줄지어 심겨 있는데, 폭우로 흙벽이 무너지면서 나무도 여러 군데 쓰러졌다.
흙이 쓸려내려 가면서 조림장 곳곳에 골이 패여 있었다.
기후변화 직격타 몽골, 호수가 통째로 사라졌다
몽골 전역에서는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몽골 기상청의 대기 질 전문가 우누르바트는 “최근 몽골 전역이 사막화되면서 황사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몽골에서는 황사를 보통 ‘모래폭풍’이라고 칭한다.
사막화된 지형에 몽골 특유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모래를 잔뜩 몰고 몰아치는 것을 뜻한다.
바람 자체가 건조해, ‘모래폭풍’은 사막화의 표식인 동시에 사막화를 진행하게 하는 원인이다.
호수가 많아 비교적 다양한 생물이 자라던 서쪽 산악지대에서는 호수가 아예 말라, 호수를 기반으로 존재하던 마을과 식생 등이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는 “호수 조사를 하러 전문가와 함께 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호수가 보이지 않아 GPS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를 확인해봤더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호수 한가운데였다”라며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더라"고 놀라워했다.
"몽골 사막화, 결국 한국 일이기도 해"
오기출 상임이사는 "몽골이 사막화되면 그 여파가 황사가 돼 한국까지 미친다"며 "처음에 우리가 나무를 심을 땐, 사람들이 '그게 되겠냐'고 했지만, 심고 나니 현지 주민들이 가장 먼저 변화를 알아채더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를 심는 일은 시간이 걸리지만, 사막화에 대응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푸른아시아는 조림사업으로 땅을 회복시킨 공로로 2014년 유엔으로부터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 숲이 유지되진 않는다.
심은 뒤 자체적으로 꾸준히 가꿀 수 있도록 주민들을 교육하고, 숲에서 수익을 창출해 지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신동현 차장은 "키운 나무들에서 딴 차차르간·블랙커런트 등 열매를 가공할 공장을 지난 4일 짓기 시작했다"며 "자체생존이 가능한 모델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몽골 바양노르솜 외곽의 한 호수가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
내고 있다. 주민들은 과거에 비해 호수 크기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이진혁 기자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자, 사람들이 돌아왔다
(上) 몽골 사막화 현장 가보니
'호수 많다' 뜻 마을도 호수 자취 감춰
한반도 황사 80% 몽골에서 발원
푸른아시아, 지자체·기업 손 잡고 숲 가꿔
주민 자립 통해 지속가능한 사막화 방지
【울란바토르(몽골)=이진혁 기자】 지난달 2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 230km 떨어진 볼간 아이막(道)
바양노르 솜(郡).
마을에 향하는 길은 '호수가 많다'는 지명 유래가 무색할 만큼 황량했다.
수십여 개였던 호수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움푹 패인 땅에는 사막화의 지표 식물인 하르간(좀골담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바양노르 호수마저 30년 전보다 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다. 호수는 회녹색 빛이 돌았다.
다가가니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물이 귀해지자 가축이 줄었다.
가축이 줄자 유목민이었던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마을 주민 바트히식 씨(49)는 "하르간은 가축들이 먹지 못하는식물"이라며 "더는 가축을 키우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몽골 사막화 진행도. 초록색은 사막화되지 않은 지역을 의미한다. 노란색에서 갈색,
붉은색으로 갈수록 사막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사진=몽골사막화방지연구소 제공
■몽골, 사막화로 토지 78% 사막
지구 온난화로 몽골은 국토 대부분이 사막화 위험에 처했다.
몽골 사막화는 황사 피해를 받는 우리나라에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몽골의 사막화 현상은 '호수가 많은' 바양노르만의 문제가 아니다.
몽골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1166개 호수와 887개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
과거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89도 올랐으나 몽골은 67년(1940~2007년)간 2.1도나 올랐다.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78%까지 확대됐다.
몽골의 사막화는 전 지구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02~2011년) 동안 국내에 영향을 준 황사 80%는 몽골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원했다.
몽골발 황사는 1991년에 비교해서 2006년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황사 발생 시 미세먼지 시간당 최고농도가 평상시보다 29배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예삿일로 볼 수 없다.
담딘 몽골 환경부 자문위원은 "무분별한 광산 개발과 조림지를 훼손하는 가축 탓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몽골 바양노르솜 푸른아시아 조림사업장에 조성된 포플란 숲. 포플란 나무는 인근
모래 바람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사진=이진혁 기자
NGO 푸른아시아는 사막화 방지를 위해 국내 지자체와 기업과 함께 2007년부터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푸른아시아는 지금까지 몽골 지역 9곳에 조림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양노르는 푸른아시아가 처음으로 조성한 조림사업장이다.
사업장 기획을 맡았던 천권환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은 "호수가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호수가
많다'는 지명 유래를 듣고 몽골 사막화의 상징이라 생각했다"고 선정 배경을 말했다.
푸른아시아는 최근까지 바양노르에 14만여 그루의 방풍림(40%)과 유실수(60%)를심었다.
조림사업장이 자리 잡은 마을 중심에는 마을 바깥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을 둘러싸고 5m가량의 포플러 나무와 비술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주민들은 사막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을뒤로하고 비타민 나무라 불리는 차차르간 열매를 수확하고 있었다.
지난 9일 28일 오후 몽골 바양노르 솜 산림조합원들이 차차르간 나무에서 열매를 수확
하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몽골 바양노르솜 산림조합원들이 수확한 차차르간 열매. 조합원들은 차차르간 열매 등을
팔아 올해 2000만 투그릭(9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사진=이진혁 기자
■푸른아시아 '지속가능' 자립 모델 정착
푸른아시아는 단순 조림사업을 떠나 주민들의 '자립'까지 돕고 있다.
이보람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대리는 "강수량이 적은 몽골 토지에서 나무를 심고 관리를 안 하면 금세 다 죽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에 바양노르 조림사업장에서는 산림조합을 결성하고 조합원 14명이 자립을 목표로 환금 작물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올해 차차르간 열매와 비닐하우스 영농, 영묘 등으로 2000만 투그릭(900만원)의 수익을 얻기도 했다.
지난 9월 27일 바양척드솜에서 푸른아시아, KB국민은행 주최로 'KB 국민의 맑은 하늘
숲' 식목 행사가 열렸다. 주민들이 방풍림인 비술나무를 심고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바양노르의 '지속가능한' 성공 사례는 빠르게 몽골 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됐다.
지난달 27일 첫 삽을 뜬 바양척드솜 조림사업은 지자체장인 솜장(長)의 요청으로 성사되기도 했다.
해당 사업은 KB국민은행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조림사업으로 도시로 떠났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와도르즈 바양척드솜장은 "일자리가 새로 생기면서 울란바토르로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왔다"며 "이번 계기로 마을
경제가 활성화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7일 바양척드솜에서 푸른아시아, KB국민은행 주최로 'KB 국민의 맑은 하늘 숲
' 식목 행사가 열렸다.
/사진=이진혁 기자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몽골 아르갈란트의 ‘서울시 미래를 가꾸는 숲’ 조림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비술나무·노란 아카시아 묘목이 자라고 있다.
김정연 기자
서울시 지원 푸른아시아 4년 성과
10곳에 숲 조성, 대형 조림 사업
“사막화 막아야 한국 황사도 줄어”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시 외곽의 게르촌. 대기오염으로 부였다.
©브레이크뉴스
▲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시 외곽의 게르촌. 대기오염으로 부였다.
©브레이크뉴스
▲나무 한그루 없는 몽골의 초원.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