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비드-19" 이라는데..세계 떠도는 "中바이러스"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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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일러스트 이미지.
2020.02.13.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신상식 기자 scs9192@kidd.co.kr

(우한 신화=연합뉴스) 중국 우한의 스포츠 센터를 개조한 임시 병원의 내부.
임시 병원은 모두 1천100개의 병상 등 기본적인 설비를 갖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경증 환자를 수용할 준비를 마쳤다.
중국, 코로나19 사망 1천300명·확진 5만9천명 넘어 '급증'
임상진단 환자 1만3천332명도 확진자에 새로 포함해 수치 급증
후베이서만 하루새 사망 242명·확진 1만4천840명 증가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에서 두 달여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와 확진자가 각각 1천300명과 5만9천명을 넘어섰다.
13일 중국중앙TV에 따르면 중국 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후베이(湖北)성은 지난 12일 하루 동안 확진자가
1만4천840명, 사망자가 242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신규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확진 범위에 감염이 90% 이상 확실한 임상 진단을 받은 1만3천332명이 새로 포함
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발병지인 우한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만 각각 1만3천436명과 216명이다.
지난 12일까지 후베이성 전체의 누적 확진자는 4만8천206명, 사망자는 1천310명이다.
스포츠 센터 개조한 우한의 임시 병원
(우한 신화=연합뉴스) 중국 우한의 스포츠 센터를 개조한 임시 병원에서 12일 직원
들이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임시 병원은 모두 1천100개의 병상 등 기본적인 설비를
갖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경증 환자를 수용할 준비를 마쳤다.
jsmoon@yna.co.kr
확진자 중 5천647명이 중태며 1천437명은 위중한 상태다.
앞서 중국 전국 통계를 발표하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12일 0시 현재 전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만4천653명, 사망자는 1천113명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지난 4일 중국 후난성 창사 기차역에서 보호복을 입은 방역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비드-19(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드디어 이름을 얻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의 공식 명칭을 11일(현지시간) '코비드-19'로 발표하자 블룸버그통신은 이렇게 전했다.
지난달부터 줄곧 국제사회와 학계에서 '명칭 논쟁'에 휘말렸던 신종 코로나의 정식 이름이 생겼지만, 정작 WHO 발표 이후에도 공식 명칭 '코비드-19'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면서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한 폐렴'에서 '2019-nCoV'
지난달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이 감염증은 주로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다.
최초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딴 명칭이었다.
그러나 "감염병의 피해자인 우한 시민들에게 낙인효과까지 덧씌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WHO "코비드-19" 이라는데..세계 떠도는 "中바이러스" 유령
WHO는 임시방편으로 '2019-엔코브(2019-nCoV)'라는 명칭을 권고했다.
지난 2015년 지역이나 사람의 이름 등을 감염병의 명칭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권고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질병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임시적 이름'으로 여겨졌다.
그 사이 세계 주요 언론은 '차이나 바이러스(China virus)'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Nobel coronavirus)' 등의 표현을 써왔다.
한국의 경우 청와대의 요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공통 명칭을 사용했다.
◇세계는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중국바이러스'
그러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코비드-19'를 이 전염병의 공식 명칭으로 발표한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를 '코비드-19'로 부르는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WHO가 신종 코로나의 공식 명칭을 '코비드-19'라고 발표한 뒤에도 로이터통신은
'차이나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로이터 캡처]
영국 공영 BBC는 '코비드-19'가 WHO가 정한 신종 코로나의 공식 명칭이 됐다는 소식을 전한 뒤에도, 자국 내 슈퍼
전파자 관련 뉴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로이터통신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하면서 일부 기사에서는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칭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WHO 발표 이후에도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Coronavirus outbreak)'이라는 코너명을 바꾸지 않은 채 계속해서 기존 사용하던 명칭을 사용했다.
미국의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를 모아놓은 코너에도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독일 슈피겔, 프랑스 르몽드 등 유럽의 주요 일간지도 WHO의 명칭 결정 이후에도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한국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WHO의 '코비드-19'가 아닌 '코로나19'로 별도의 명칭을 마련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영어식 이름이 긴 편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한글 표현을 별도로 정해 명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공식 명칭 발표 이후에도 WHO의 홈페이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라는 명칭으로
소개돼 있다.
[WHO 홈페이지 캡처]
더욱이 WHO도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발표 하루가 지났지만,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발
(Novel coronavirus(2019-nCoV))이라는 과거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WHO 명칭 권고 무용지물?
이에 따라 WHO의 공식 명칭 사용 권고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 20일 이상이 지나면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 명칭 사용에 집착하거나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소모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템페에 본사를 둔 오디오 케이블 제조사의 이름이
'코비드'"라며 "이 업체는 전혀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국가별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러나 전문가들은 편견 없는 명칭은 공식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스이스턴대학의 공중보건법 전문가 웬디 파멧 교수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이름을 전염병 명칭에 넣게 되면 사람들은 마치 전염병이 특정 지역에 속한 특정 사람들의 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이럴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사회에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신고하거나 보고하길 꺼려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놀드 몬토 미시건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역학 교수도 "질병을 명명할 때는 문화적 요소를 민감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만일 지역적 이름을 가진 질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면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WHO "코로나19 종식 예측 너무 이르다"
"어떤 방향으로도 진행 가능" 경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종식 시점과 가능성에 대한 일부 추론이 이뤄지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나치게 빠른 예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12일(현지시간) BBC는 WHO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이번 발병은 여전히 어떤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주 바이러스 확진자가 4천명이 넘어섰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주 들어 바이러스 확진자가 2천15명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HO 수미아 스와미나단 최고과학자는 4개의 백신이 임상 전 개발 단계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상 전 개발을 위해 자금 모금에 나서고 있으며 백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시간은 걸린다.
하루아침에 백신은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WHO는 중국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WHO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중국 밖서 발생한 441건의 바이러스 중
8건을 제외한 모든 감염원을 추적할 수 있었다"며 "중국 내서 새로운 발병 건수가 줄어들고, 후베이성 외곽의 확진자
사례가 더디게 확산되는 것이 안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중국의 대규모 공중 보건 운영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지금 당장 이 전염병의 시작, 중간 또는 끝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쇼케이스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취소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서 유행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서 확인된 건은 13건이다.
싱가포르 DBS은행서 한 사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같은 건물서 일하던 300명이 다른 층으로 대피했다가
집으로 보내졌다.
4월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인 포뮬러 1의 중국 그랑프리 대회는 연기됐다.
중국은 확산 방지를 위해 개학을 늦추고 몇몇 지방에서는 2월 말까지 학교를 휴교했다.
일본 요코하마 앞바다에 격리된 유람선에 탔던 이들 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39명 증가했다.
174건으로 보고됐으며 중국 외 집단 감염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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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국의 야생동물 거래 금지가 한시적이 아니라 영원해야 하는 까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창궐 이후 환경운동가들이 중국에 야생동물 거래를 영구적으로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살아있는 동물들을 매매하는 시장은 인간에게 새로운 질병을 전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우한의 야생동물 시장이 그 진원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야생동물 매매를 한시적으로 금지했으나 동물 보호론자들은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보호론자들은 야생동물 매매의 영구 금지가 인간의 건강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밀거래를 종식시키려는 노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환경운동가들은 중국에서 전통의학이나 이국적인 음식용으로 야생동물 상품 수요가 많아 전세계의 멸종위기종들의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감염의 주원인
사람에게 새로 발생하는 감염증의 70% 이상이 동물, 그중에서도 특히 야생동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게 되기 전에 현재로선 알려지지 않은 다른 동물군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또한 박쥐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두 바이러스 모두 인간에게 전염되기 전에 각기 사향고양이와 낙타를 거쳤던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야생동물 종과 그들의 서식지를 접촉하고 있습니다.
" WHO 영양식품안전부의 벤 엠바렉 박사는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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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중국은 합법/불법 야생동물 제품의 최대 시장이다
"과거에는 결코 접촉이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고 있어요."
"그리하여 과거에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과 접촉하면서 많은 신종 질병을 얻었습니다."
3만2천 종에 달하는 육지 척추동물종에 대한 최근 분석 결과 그중 20% 가량이 합법으로든 불법으로든 전세계의 야
생동물 시장에서 거래됐다는 게 밝혀졌다.
자연보전 기구 세계자연기금(WWF)의 연구에 따르면 불법 야생동물 거래 규모는 일 년에 약 200억 달러 가량이다.
이는 마약, 밀입국, 위조에 이어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의 불법거래 시장이다.
야생동물 제품 산업은 중국 경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몇몇 종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번 보건 위기는 멸종위기 동물을 독특한 애완동물이나 식용, 약용 등으로 지속불가능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끝내야 함을 일깨우는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WWF는 성명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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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사스 바이러스는 중국의 시장에서 판매되는 사향고양이에게서 나온 것임이 밝혀졌다
엠바렉 박사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했다.
"우리는 향후에 이런 식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옮기는 걸 피하고 싶습니다." 그는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자연보전과 공공보건을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규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타당합니다.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할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번 야생동물 거래 금지 조치가 한시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2002년에도 사스가 창궐하자 비슷한 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조치 발표 후 몇개월이 지나자 당국은 단속을 느슨하게 했고 야생동물 거래는 다시 원상으로 돌아왔다고
보호론자들은 말한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중국은 올해 9월 자연 및 생물학 자원에 대한 세계적 회의인 생물다양성협약(CBD) 회의를 개최한다.
1992년 체결된 이 협약의 주 목표는 세계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것.'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주된 의제인데 중국은 자국 내 뿐만 아니라 영토 바깥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는다.
바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인데 세계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세계에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구상은 천연자원을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Image copyright LIU JIN
시진핑 중국 주석은 연설에서 일대일로 구상을 선전하면서 '지속가능성'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최근 중국의 관영매체는 자국 내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야생동물 거래에 대해 비판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보호론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이 중국으로 하여금 생물 다양성 보호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코끼리의 멸종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압박 끝에 중국이 상아의 수입을 금지시켰던 사례를 거론한다.
그러나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제품에 대한 금지와 규제는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 전문기자, BBC 월드서비스
한수진 노동자 정치신문 기자
연합뉴스
중국 대중, 시진핑에 분노하고 지식인들 항의하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원량 씨(이하 모두 존칭 생략)가
2월 7일 사망했다. 그의 사망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 7000만 건을 기록했다.
애초에 리원량은 SNS에서 신종 코로나를 경고했다가,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처벌당할 수 있다는 당국의 위협을 받고는 침묵했다.
중국 대중은 리원량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
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我要言论自由)’라는
해시태그도 유행하고 있다.
2월 7일 우한 시내에서는 리원량을 기리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오후 9시 전후 10분 동안 그를 추모하는 소등 행동을 했고, 내부고발자 리원량을 상징하는 의미로 호루라기를 불었다.
애도 열기가 크게 번지자 중국 당국은 황급히 리원량을 영웅으로 미화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시진핑 정부의
사태 은폐에 맞선 ‘내부고발자의 비통한 죽음’으로 여긴다.
변호사인 시민기자 천추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우한으로 가 현장을 취재했다.
그는 1월 30일 올린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섭다. 내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내 뒤에는 공안이 있다.
살아 있는 한 여기서 보도를 계속할 것이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
그는 지난해 8월 홍콩 항쟁을 취재하며 중국 정부의 거짓말과는 달리 홍콩에서 평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천추스가 2월 6일 중국 공안에 붙잡힌 후 행방불명됐다.
이윤을 앞세우며 공중위생과 보건, 방역 문제를 등한시해 온 중국 자본주의는 그 흉악한 몰골을 또다시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런데도 지금 시진핑 정부는 대중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기보다 잘못 감추기에 급급하다. 열악한 의료 체계 속에서 불안에 떨던 대중의 목소리는 정부의 초기 대응에서부터 뭉개졌다.
중국 정부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중 처벌하겠다고 을러대고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가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학자들이 시진핑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2월 6일 칭화대 법대 교수 쉬장룬이 외신과 SNS를 통해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 장첸판도 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2월 9일 우한 화중사범대학 국학원 원장 탕이밍(唐翼明)과 동료 교수들이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교수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월 4일 인권운동가 쉬즈융(許志永)은 웹사이트 ‘공민자유운동’에 시진핑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 발병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동안 공식석상에서 도통 보이지 않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2월 10일 뒤늦게 베이징 티단 병원과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질병예방통제센터를 공개 방문했다. 그러나 우한이 아니라 수도 베이징에서 공개 행보를 한 것은 분노한 대중을 달래기에는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전시
행정이었다. 이런 행보가 ‘시진핑 책임론’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 날인 2월 11일 시진핑은 후베이성 보건당국인 위생건강위원회 주임과 당서기를 면직시켰다.
정작 본인은 후베이성에 발도 들이지 않으면서, 중간급 관료 몇몇에게 사태의 책임을 떠넘겨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도도 잘 먹히지는 않는 듯하다.
시진핑의 행보는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대중의 건강과 제대로 된 사태 수습보다 책임 면피와 체제 안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중국 자본주의의 우선순위가 초래한 재앙
신종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공공연한 정부 비판과 반감 이면에는 중국 대중의 더 커다랗고 누적된 분노와 불만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농민공(농촌을 벗어나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노조 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을 계승했다고 얘기하지만, 최근 대학가의 마르크스주의 동아리들이 노동자 투쟁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탄압받았고 관련 학생들이 잇달아 실종됐다.
오늘날 중국 지배자들은 안팎의 산적하고 어려운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
특히, 미국과의 경제·군사적 갈등, 이윤율 저하 등은 중국 지배 관료의 큰 골칫거리다.
이런 맥락 속에서 시진핑은 사실상 장기 집권을 위해 ‘시진핑 사상’을 강조하며 내부 통제를 강화해 왔다.
또한 티베트·위구르의 소수민족,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강화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는 최근 잇달아 대중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홍콩 항쟁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 사태로 시진핑 정부는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
2월 10일 시진핑은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한 기초는 여전히 튼튼하며, 우한 폐렴은 단기 영향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고용 안정과 실업 방지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은 경제적 타격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 기업주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곤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광고업계 1·2위를 다투는 회사인 신차오미디어는 2월 10일 위챗(중국의 카카오톡)에서 “기업 생존 차원에서 전체 직원 중 10퍼센트를 해고한다”고 공지했다. 해
고 규모는 5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오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해고 대상이 아닌 임직원들에게도 연봉 삭감, 성과급 포기, 임금 동결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에서 대형 노래방을 운영하는 ‘가라오케 킹’도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을 내세워 200명 해고와 임금 체불을
단행했다.
중국 전역에서 체인점 360여 곳을 운영하는 ‘시베’ 식당의 총 직원은 2만여 명인데, 이 회사도 경영난 때문에 임금을
제때 못 주겠다고 웨이보 계정을 통해 알렸다.
해고와 임금 체불을 강요하며 경영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중국 기업주들의 대응은 냉혹하고 모질다. 신
종 코로나 사태로 가장 많은 고통을 겪는 노동계급에 더 큰 고통을 얹어주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해고는 살인이다.”
시간 문제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터져나오는 중국 대중의 불만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과 관계있다.
역사적으로, 큰 반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순과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가 의외의 (우연적) 사건이 불씨가 돼 분출
하곤 했다.
1968년 5월 프랑스의 역사적 총파업도 그 발단은 낭테르 대학교 여자 기숙사의 남학생 출입 금지에 대한 반발이었다.
따라서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 본토에서도 홍콩 항쟁과 같은 바람이, 아니 그보다 더 크고 중대한 대중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단지 시간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수진 노동자 정치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