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31일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시위 중 2명의 경찰들이 무릎을 꿇고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뉴욕= AFP 연합뉴스
주영 미국대사관에 모인 시위대
[AP=연합뉴스]
'흑인 사망' 시위 전세계 확산....나도 숨을 쉴 수 없다
영국·독일·덴마크 등서 미국 대사관 앞 시위…"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독일 축구 선수, 득점 후 유니폼 걷어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이영섭 기자 =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영국 런던 중심가에 일요일인 31일(현지시간) 수천 명이 결집해 미국 시위대에 지지를 보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래펄가 광장에 모인 이들은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구호를 외쳤고,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는 현수막을 흔들기도 했다.시위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 모임을 금지한 정부의 규제도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경찰도 이들의 시위를 막지 않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또 독일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 수백명이 모여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우리를 죽이지 말라', '다음은 누구인가', '경찰이 살해하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나?' 등의 항의 포스터를 높이 들었다. 독일 프로축구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는 경기에서 첫 골을 성공한 후 유니폼 상의를 걷어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고 손으로 적은 문구를 내보였다.
이 행위로 산초가 경고를 받았지만 같은 팀의 아치라프 하키미도 골을 기록한 후 유니폼을 걷어 똑같은 메시지를 드러냈다. 독일 일간 빌트는 일요판 헤드라인에 '살인 경찰이 미국에 불을 붙였다'는 제목과 함께 해고된 가해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르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도 주민 약 2천명이 모여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등 구호를 외치며 미 대사관 쪽으로 행진했다. 수도 웰링턴의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추모 기도회가 계획돼 있다.
지난해 3월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 총기를 난사해 51명이 숨진 일이 발생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주민 약 500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덴마크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 시위대가 모여들어 '흑인 살해를 멈춰라'와 같은 문구를 적은 포스터를 들고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했다.
덴마크의 미국대사관에 모인 시위대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과거 흑인이 경찰에 살해당했을 때는 비폭력 저항을 강조했지만 현재는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과거 자국에 대한 미국의 비판을 겨냥해 국영 매체를 중심으로 미국에서의 혼란과 폭력 사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에서 "미국이 홍콩 시위대를 미화한 것처럼 중국도 이번 시위를 지지해야 하는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묻고 싶다"고 적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소요 사태에 대해 플로이드가 사망 전 내뱉었던 "숨을 쉴 수 없다"는 문구를 트위터에 적어 에둘러 경찰의 과잉 단속을 비판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의 공권력이 저지른 불법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으로 종종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 경찰은 중대 범죄를 자주 자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역시 미국의 소요 사태를 방송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중계하며 공권력의 폭력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밖에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대는 미국의 시위대에 동조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Americarevolts)를 달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앞서 미니애폴리스 경찰 소속 데릭 쇼빈 전 경관이 지난달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체포 과정에서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데도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케 하자 미국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번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인파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6.1 zoo@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모습을 형상화한 마우어파크의 그래피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獨ㆍ英ㆍ伊 등 지구촌 동조시위 확산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분노가 세계 각지로 번지고 있다. 미국 시위대에 지지를 보내는가 하면 자국 내 유사 사건을 고발하며 한 목소리로 인종차별 철폐를 외쳤다.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광장과 미 대사관 앞에서는 미국 시위대를 지지하는 수천명의 행진이 진행됐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이들이 든 팻말에는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 ‘인종차별은 국제 이슈’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맨체스터와 카디프에서도 같은 취지의 시위가 벌어졌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이날 수백명의 시민들이 이틀째 미 대사관 주변에 모여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고 외쳤다. 무너진 베를린 장벽 아래 생긴 마우어파크에는 플로이드의 얼굴과 그가 사망 직전 내뱉은 “숨을 쉴 수 없다”는 마지막 호소가 그래피티로 등장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밀라노 주재 미 영사관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했고, 이란 마샤드에서는 플로이드의 초상화가 내걸린 가운데 촛불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이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반대하는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한 가운데 리우데자네이루주(州)에서는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함께 벌어졌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주정부 청사 앞에 모여 경찰이 빈민지역 ‘파벨라’에서 흑인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데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시위대는 파벨라에서 자주 실시되는 경찰의 일제 단속 중단을 요구하며 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파벨라에선 최근에도 10대 흑인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흑인들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전날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자택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다가 27일 발코니에서 추락해 사망한 흑인 여성 레지스 코친스키-파케의 사망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온라인매체 복스닷컴은 이 시위에 대해 “코친스키-파케를 기리는 행사이자 전 세계의 인종차별주의를 종식하라는 요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양상은 각국의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인권과 자유라는 보편적인 가치가 침해받는 상황에선 평화적인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데 주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복스닷컴은 “세계 리더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미국이 이제는 다른 나라들의 반면교사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흑인사망 시위' 확산 속…美 때리기 나선 중국·이란 언론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둘러싸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가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동조의 목소리도 있는 한편 미국과 척을 진 국가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AP는 등 외신은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일어난 시위가 전 세계 언론의 최우선 소식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또 세계 각국에서 미국 시위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매체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31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런던 트라팔가 광장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였다. 북서부 맨체스터와 웨일스 지역 카디프 등에도 수백 명이 행진을 했다.
시위대는 "정의와 평화는 없다", "몇 명 더(인종차별로 숨을 거둬야 하나)?" 등의 문구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영국 경찰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집회는 막고 있다"면서도 "시위 현장에 경찰들을 배치하고 적절한 치안 유지 계획을 마련했다"며 시위를 막지 않았다.
덴마크에서는 같은 날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앞에 집결해 '흑인을 죽이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들었으며, 지난 30일 독일 베를린의 미국대사관 앞에서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 외에도 캐나다, 브라질 등 세계 전역에서 미국 시위 동조 움직임이 일어났다.
미국 시위에 대한 각국 언론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독일 일간 빌트지는 31일 "살인 경찰이 미국을 불길로 밀어넣었다"는 제목과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가 담긴 사진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시위를 '내전'이라고 묘사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코리엘레 델라 세라'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비폭력 저항을 추구하지 않는 격렬한 흑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 벌어진 백인 경찰의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반응과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국가들은 관영 매체를 앞세워 혼란에 빠진 미국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자국 비판에 대한 목소리를 잠재우고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과 홍콩 문제로 날을 세운 중국은 미국 시위를 홍콩 시위에 빗대 비판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과 폼페이오 장관에게 묻고싶다"며 "당신들이 홍콩에서 폭도들을 미화하듯 중국도 미국 시위를 지지해야 하는가?"라고 적었다.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온 이란에서는 미국의 시위 장면을 담은 영상을 거듭 방영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이란의 한 국영 매체의 앵커는 미국 경찰들이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고,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내 "미국에서 흑인들의 비극적 살해와 치명적인 인종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의 시위를 두고 "인권 영역의 제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 "미국 경찰들은 너무나 빈번하게 범죄를 저지른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 사법당국의 무법 행위와 정당하지 못한 폭력사태로 처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애틀랜타 AP=연합뉴스)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가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센터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eekm@yna.co.kr
미국 흑인사망 시위 트럼프의 비난과 트뤼도의 성찰
인종차별 사건을 대하는 미국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의 차이, 그리고 우리의 나아갈 바
한 남성이 길바닥에 엎드려 목이 졸린 채 힘겹게 애원한다. <오마이뉴스>에서도 보도된 바와 같이, 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약 9분간 무릎으로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내리눌렀고, 반응이 없어진 후에도 2분 53초간 무릎을 떼지 않았다. 주위에는 이에 가담한 세 명의 경찰이 더 있었다.
조지 플로이드는 한 상점에서 20불 짜리 지폐를 사용하려 했으나 위조지폐임을 알아차린 직원이 이를 신고해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저항했다고 했지만, 근처 CCTV를 살펴본 결과 그 말은 거짓이었다. 시시비비는 가리면 될 일이었다. 사람이 죽을 일은 아니었다.
행인이 촬영한 영상에는 아스팔트 바닥에 목이 짓눌린 채 죽어가는 조지 플로이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끔찍했다. 2014년에도 판박이 같은 사건이 있었다. 에릭 가너 역시 조지 플로이드와 마찬가지로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고 흑인이었다.
"숨을 못 쉬겠어요." 이 말을 열한 번이나 되풀이했지만 백인 경찰은 내리 누른 목을 풀어주지 않았다. 흑인에 대한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위대를 '폭력배'라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 분노한 시민들이 며칠 째 여러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평화적으로 시작됐지만 어느 순간 폭발한 울분은 폭력시위로 변해버렸다. 경찰차와 빌딩에 불을 지르고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차를 부수고 성조기를 태웠다. 분 노는 매장을 파손하고 약탈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경찰은 폭동진압복을 입고 최루탄과 고무탄(폭동 진압용 총알)까지 장착한 채 시위에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주저없이 '폭력배들(THUGS, 대명사를 써 강조했다)'이라 칭하며, "약탈이 시작된다면 총격도 시작될 것(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이라는 위협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는 이,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겠다는 것인가. 그토록 오랜 세월 계속된 인종차별에 대한 흑인들의 분노가 체벌로 어린아이 윽박지르듯 하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한 발 더 나아가,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이들이 '조직된 그룹'이라며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소위 '시위자'들은 조지 플로이드의 추모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들은 단지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백악관에 온 것 뿐이다"라고, 트위터를 통해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겨냥한 음모가 있음을 함축하는 말일 터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 "인종 차별에 한마음으로 연대해야"
한편, 이 사건에 대한 캐나다 연방총리의 전혀 다른 반응이 인상적이다.
캐나다 TV 채널 <글로벌 뉴스(Global News)>와 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트뤼도 총리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 우려를 표하며 인종차별을 규탄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많은 캐나다인들이 충격과 공포 속에 미국의 소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흑인차별, 인종차별은 현실입니다.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그렇습니다."
15년을 살며 느낀 캐나다는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과는 다르다. 다문화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민족과 인종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가 사회 기저에 깔려있다. 매년 '전통의 날'과 같이 서로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행사들을 개최하고, 학생들은 각 가정에서 어떤 명절을 기념하는지 발표하는 등의 교육을 통해 차이를 알아간다.
얼굴색의 다름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운다. 한 학교 안의 하얀 아이, 노란 아이, 검은 아이, 갈색 아이, 히잡 쓴 아이, 터번 쓴 아이,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친구가 된다.
대도시에 살았더라면 인종차별을 좀더 느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비롯됐단 이유로 중국인을 향한 혐오가 번져 정부와 보건당국이 수차례 염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내보낸 적이 있다. 마스크를 쓴 아시아인이 공격 당하는 일도 있었다. 대부분 대도시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이번 미국 경찰 사건 후 행해진 오타와시 흑인들의 인터뷰를 보니 그들이 체감하는 인종차별은 꽤 심한 듯하다. 하지만 15년 동안 주변에서 크게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사람은 없었던 걸 보면 심각하게 널리 만연해있는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사회 일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트뤼도 총리는 눈감지 않고 나아갈 바를 분명히 했다. "당신 나라는 어떻습니까?" 누가 물은 것도 아니지만, 캐나다에서도 인종차별 문제가 현실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우리는 한 공동체로서 결속해 차별에 저항해야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것 뿐 아니라, 이 나라 시스템에 있어 우리도 해야 할 일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모든 캐나다인들이 흑인 차별이나 아시아인 차별 혹은 그 어떤 인종 차별에 대해서한마음으로 연대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2015년 총선에서 '원주민과의 화해 정책'을 약속했던 저스틴 트뤼도였다. 총리가 된 그는 약속에 따라 캐나다 성립 초기 자행됐던 '원주민 아동 강제동화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임을 인정했다.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연신 코를 훔치며 원주민들을 향해 거듭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던 총리의 모습을 기억한다. 150여 년 전 정부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 당한 원주민 지도자 6명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언해 혐의를 벗겨주었다. 끝내 이루어지진 못했지만, 교황에게도 과거 원주민 아동을 강제 수용한 기숙학교를 가톨릭 교회가 운영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기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한 저스틴 트뤼도 총리이기에 인종차별 문제를 둘러싼 그의 발언에 신뢰가 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리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시위자들의 역사적 아픔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들을 쉽게 '폭력배'로 분류하고, 약탈에는 총격으로 맞서겠다 위협하는 미국 대통령과는 확실히 차별돼 보인다.
어릴적 선생님은 우리가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가르쳤었지만, 한국도 이제는 사실상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다문화 이주민 센터' 등을 통해 외국인 거주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노력도 많아지고, 다문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있다.
<다문화 고부열전> <비정상회담> 등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은 날로 늘어간다. 하지만 "사장님, 나빠요!"로 대변되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이민자들을 향한 배타와 혐오는 여전히 사회문제로 대두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미국 백인 경찰의 비인도적 행위를 손가락질 하고 흑인 남성이 불쌍하다며 '쯧쯧' 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될 일이다. 외국인 거주자 250만 시대라는 요즘,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미국 뉴욕주 오번에서 31일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며 경찰의 가혹행위에 항의하는 시위 중 시위대와 뜻을 같이 한 경찰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오번=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의 스포캔 카운티 법원에서 31일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 사망을 애도하며 시위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스포캔=AP 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경찰서 주차장 앞에서 30일 퍼거슨 경찰들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항의하는 시위자들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퍼거슨=AP 연합뉴스
미국, 흑인 사망 시위에 무릎 꿇으며 동참하는 경찰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경찰이 비무장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한 사건에 분노한 시위가 6일째 접어들면서 미국 140개 도시는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시위대가 공공기관과 대형마트, 명품 매장 등에 난입해 집기 파괴, 약탈과 방화를 하면서 미국 내 15개 주에서 주 방위군이 투입되고 40개 도시는 통행금지를 발동했다.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극한 대치 상황 속에서 일부 지역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인 한쪽 무릎 꿇기를 하거나 시위자와 포옹, 악수를 하며서 시민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시위대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워싱턴주 스포캔, 루이재애나주 슈리브포트, 뉴욕 타임스퀘어 등에서도 경찰들이 시위대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포옹을 하는 등 플로이드의 사망을 애도하고 평화적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을 보였다.
‘한쪽 무릎 꿇기’가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은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캐롤라이나 팬서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비무장 흑인이 백인경찰의 총격에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에 따른 인종차별 항의 표시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국민 의례를 거부한 것에서 비롯됐다.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이 불러온 미국내의 폭동사태 심각 코로나19 최대 피해계층인 흑인들의 감정 자극 인종주의 부추기는 대통령 트럼프도 큰 문제
가해자 강력히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 내놔야 한인피해 최소화하도록 외교당국 노력도 필요
미네아폴리스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트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외침을 무시한 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과잉 진압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폭동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내 75개 도시에서 폭동과 약탈, 시위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사망하고 천6백여명이 체포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미국 사회가 이제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항의시위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의 미국 대사관 앞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나도 숨을 쉴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과잉진압에 항의했다.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시위 장면을 "아름다운 광경"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이번 폭동사태는 미국 내의 고질적인 백인우월주의와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애틀랜타시에서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10만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많은 실업자를 만들어낸 코로나19 사태에서 직장과 건강보험을 잃고 감염병과 생계에 가장 큰 위협을 받은 계층이 바로 흑인이라는 점이다. 흑인은 미국 내 전체 인구에 30%에 불과하지만, 감염자는 70%를 차지하고 있다. 끊이지 않고 있는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과잉대응도 원인이다.
멀게는 92년 L.A폭동을 불러온 로드니 킹 사건부터, 2014년에비무장었던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다.역시 2014년 스태튼아일랜드에서는 흑인 청년 에릭 가너가 역시 경찰들의 체포과정에서 목이 졸려 사망했다. 에릭 가너 역시 "숨을 쉴 수 없다"며 똑같이 절규하다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사태를 수습해야 할 트럼프 대통령의 여과 없는 강경발언도 한몫하고 있다.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는 시위대를 '급진좌파'라고 규정하는가하면,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 된다"는 말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 말은 60년대 말 흑인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말이다. 일부에서는 재선에 빨간 불이 켜진 트럼프가 인종주의를 일부러 부추기며 자신의 지지층인 백인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닌 가 의심하고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정말 트럼프는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만 하다. 이번 폭동 사태가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약 30년 전 L.A폭동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한인 교포들이 똑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을 까 하는 점이다. 이미 한인 피해 상점이 26곳에 이르고 있다. 외교당국의 대책마련도 절실하다.
강경 진압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단 한걸음이라도 다가가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도 시급히 내놔야 할 것이다. 공권력에 유난히 관대한 미국의 풍토도 이번 폭동을 불러온 원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