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저유가와 경기침체로 가문 날을 보내던 한국 조선업계에 최근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페트롤리엄(QP)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사가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식 발주 전에 하는 슬롯을 확보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조선 3사는 QP와 정식으로 LNG선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규모는 약 23조6000억원이나 된다. 이번 카타르 수주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형 호재의 영향으로 조선 3사의 주가도 강세다. 3사 중 대우조선해양은 4일 전일보다 5.96% 내린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일인 3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7.12% 올랐고, 2일엔 14.41%, 1일엔 9.86% 급등한 뒤였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9거래일만에 60% 이상 상승했다.
대우조선 해양의 6개월 추가 추이 자료 구글증권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일 "100척 이상의 주력 LNG선은 당연히 한국 조선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 운항중인 46척의 카타르 LNG선은 오일 버닝(Oil burning)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므로 이 선박들의 교체도 시간을 두고 추가적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카타르 100척의 LNG선 발주가 현실화되면 한국 조선 3사의 도크는 가득채워지게 되므로 LNG추진엔진을 탑재해야 하는 컨테이너선과 탱커, LPG선 선주사들 역시 선박발주를 서두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우리 조선업체들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업체들에 대해서 “중국 대표 조선사들은 LNG선, LNG추진선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정해진 납기와 원가를 맞춘 적이 없다”며 “이번 수주는 기술력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종에 대한 이익 추정치도 일부 상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17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48.6% 증가했다. 카타르 LNG선은 대량 수주에 의한 동일 선종 반복건조가 가능해 높은 건조 마진을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단일 이벤트가 장기적으로 주가 견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발주 시기, 선가, 조선사별 수주 척수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25척에 해당하는 물량이 확보됨으로써 단기적인 수주잔고에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기 위해선 LNG선 수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가 반등에 따라 셰일가스 증산이 이뤄지면서 상선 발주 기대감이 올라가고 탱커, 컨테이너선 등 비LNG선 발주 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대우조선해양 목표주가를 이달 들어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 4만원으로 두 차례 높였다. 대신증권은 대우조선해양 목표가를 2만3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높였다.
힌편 대우해양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연내에 세계 주요국의 기업결합(합병)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집행위는 코로나19로 유예했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한 독과점 심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심사기한을 9월3일로 정했다.
이윤희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카타르 발주 초대형 LNG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타르는 왜 한국에 LNG선 수주 잭팟을 선물했을까
한국-카타르 25년 LNG 교역...끈끈한 경제적 우정 1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국가 간 수급 합의 가능성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00여척을 수주하는 잭팟을 터트렸다. 총 23조6000억원 규모다. 특히 카타르 발주 목표량의 90% 이상을 국내 업계가 싹쓸이 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수주 잭팟의 배경에는 국내 조선사의 우수한 건조기술력도 있지만, 25년 동안 한국과 카타르 간의 LNG 교역으로 생긴 끈끈한 경제적 우정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각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화상연결을 통해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합의각서(MOA)에 서명했다. 슬롯은 선박 건조장으로, 슬롯 예약은 실제 선박 수주 계약보다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방식이지만 대부분은 실제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 3사는 이번 계약으로 업체당 33척 가량, 금액으론 7조7000억원 가량을 수주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 거제 지역경제에 큰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카타르 LNG를 수입하고 있다. 국내 LNG 수입을 도맡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카타르로부터 1132만t을 수입했다. 이는 가스공사 총 수입량 3373만톤t의 37% 비중으로, 국내 수입국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카타르로서도 우리나라가 최대 수출국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카타르 LNG를 가장 비싼 가격에 들여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카타르 LNG 도입단가는 t당 600달러로, 이는 평균 도입단가 505달러 대비 20% 가량 비싼 수준이다. 특히 카타르 LNG를 수입한지도 1995년 이후 벌써 25년이나 됐다. 카타르 입장에선 가장 많은 물량을 가장 비싼 가격에 그것도 25년간이나 수입해주고 있는 한국이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향후 10년 이내 LNG 시장은 극심한 공급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호주에서 막대한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금세기 최대 매장량이 발견된 모잠비크에서도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카타르도 현재 연간 7700만t 수준의 생산량을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카타르로선 안정적인 수입선을 확보하는게 급선무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카타르가 우리나라에 LNG선 잭팟을 선물하고, 이면에 안정적인 LNG 수급계약을 요구한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수주 쾌거는 올 1월 문재인 대통령과 방한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비롯됐다.
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LNG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어 카타르로선 하루빨리 확실한 수입처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후 LNG선 계약이 이뤄진 점에 미뤄 국가간 LNG 수급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카타르 LNG선 수주와 관련한 계약 건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카타르 LNG 수입계약은 2024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만료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lectimes.com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선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韓과 'LNG 100척' 계약..카타르는 배도 배지만 '도크' 탐냈다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와 23조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었다. 국내 조선 역사상 최대 규모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20조원을 뛰어넘는 계약금도 관심이지만 100척이란 숫자는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LNG 운반선(이하 LNG선) 100척 발주를 계획한 카타르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는 걸까.
조선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건조한 LNG선은 총 550여척(2018년 연말 기준)이다. 이런 기준에 비춰보면 카타르가 발주를 염두에 둔 LNG선 100척은 전체 LNG선의 18%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물량이다. 사드 쉐리다알 카비 카타르페트롤리엄(QP) 대표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LNG선 건조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조선 3사가 당장 LNG선 건조를 시작한 건 아니다.
카타르와 국내 조선3사가 LNG선 발주를 보장하는 슬롯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런 계약이 이뤄진 배경에는 도크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카타르의 의지와 함께 견제 심리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카타르는 이번 계약을 통해 LNG선 건조 도크의 60%를 선점하게 됐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1일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LNG선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QP 홈페이지 캡쳐
━ 카타르, LNG 수출 1위 놓고 호주와 경쟁 그렇다면 카타르가 LNG선 건조에 열을 내는 이유는 뭘까. 에너지 업계에선 LNG 1위 탈환을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호주는 카타르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LNG 분야 최대 수출국에 올랐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에너지퀘스트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해 LNG 7750만t을 수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4% 증가한 것이다. 이에 비해 카타르의 LNG 수출은 7500만t에 그쳤다. LNG 시장에서 수출국 1위를 호주에 내준 카타르는 중동의 맹주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체면을 구긴 카타르는 다급해졌다. 우선 2024년까지 LNG 생산능력을 1억1000만t으로 끌어올리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중이다. 가스전 개발에 맞춰 운반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등 아시아 LNG 시장 겨냥
카타르의 타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이다. 중국에 이어 한국 조선사와 LNG선 건조 계약을 맺은 배경이다. 특히 도시화 진행 속도가 빠른 중국은 수년째 LNG 수입 1위 국가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민 경제와 사회발전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46억4000만 TEC(석탄환산톤)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흥미로운 건 천연가스 소비량 증가다. 중국 내 천연가스 소비량은 전년과 비교해 17.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석탄 소비량 증가가 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호주산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을 비교한 그래픽. 위쪽에 있을수록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호주산 석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천연가스보다 가격이 높았다.
자료 인덱스문디
에너지 시장 따라 발주량은 유동적
카타르는 LNG선 100척을 모두 발주할까. 에너지와 조선업계를 종합하면 “실제 발주량은 에너지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LNG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진 LNG 가격이 석탄보다 낮아지는 가격 역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도별 세계 천연가스 소비 전망. 자료 EIA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가스 시장의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LNG 가격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에 따라 LNG 발전이 석탄 발전을 대체하면, LNG 소비 증가에 따라 카타르도 충분한 수량의 LNG선을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 간 전 세계 LNG선 발주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카타르가 LNG선 발주량을 줄일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그린뉴딜)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도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을 매년 20~30%씩 늘리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풍력 발전이 10년 내로 자리 잡으면 늘어나는 LNG 수요 증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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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 주력하는 ‘멤브레인형’
LNG선 수주 잭팟 환호 뒤에…佛서 '1조 청구서' 날아오고 있다
'냉정한 현실'
한 척 만들 때마다 100억 내야 국산 화물창 기술 개발 시급
한국이 카타르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에 잭팟을 터뜨린 외국 회사가 있다. LNG 화물탱크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GTT다. LNG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로열티로 100억원을 국내 조선사에서 받아간다.
예상대로 카타르에 100척을 인도하면 1조원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조선업계도 반도체처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LNG 화물창 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하기로 했다.
조선사 이익과 맞먹는 로열티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17만㎥ 이상의 대형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배 값(약 2000억원)의 5%인 100억원을 프랑스 GTT에 로열티로 내고 있다.
작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대형 LNG선이 51척인 것을 감안하면 로열티로만 약 51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사가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 남는 수익(5~7%)과 비슷한 금액이다.
조선 빅3는 지난 1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23조원 규모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슬롯(배를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 100척을 모두 건조하면 로열티로만 1조1500억원을 GTT에 줘야 한다.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프랑스가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물창은 LNG 운반선의 핵심 기술이다. 영하 163도로 액화된 LNG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파도 등 외부 충격으로 선박이 흔들릴 때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이 1990년대까지 LNG선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것도 화물창 덕분이다.
일본이 구(球)형 모스형 LNG선을 고집하는 동안 한국은 박스 모양의 탱크를 장착한 멤브레인형을 도입해 시장을 장악했다. 멤브레인형은 모스형보다 적재량을 40%가량 늘릴 수 있다. 다만 특허를 프랑스 GTT가 쥐고 있어 비용 부담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조선사들이 GTT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조선업계는 이번 카타르 초대형 수주로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크게 앞서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LNG선 초격차’를 자신했다. 하지만 원천 기술 자립 없이는 언제든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 화물창’ 후속 개발 시동 조선업계와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다. 중국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로열티 지출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이익률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조선 빅3는 발주사인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2014년 ‘한국형 화물창’인 KC-1을 개발해 LNG 운반선 4척을 건조했다. 하지만 설계 결함으로 화물창에 이슬이 맺히는 문제가 발생해 이 중 2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현대중공업 ‘하이멕스’, 대우조선 ‘솔리더스’ 등 국내 조선업계가 독자 개발한 화물창 설계 기술도 아직 LNG선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물량을 선물로 계약하는 LNG 거래의 특성상 선주들은 LNG 운반선을 발주할 때 선박의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며 “선주들이 검증된 GTT 기술을 원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국산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 빅3와 정부는 후속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차세대 LNG 화물창 연구개발 사업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다음달 공고할 예정이다. KC-1의 품질을 개선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LNG 기화율(증발률)을 낮추고 생산 단가를 내리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며 “이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비용과 기간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만수/구은서 기자 bebop@hankyung.com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LNG선 맛집' 한국 예약한 카타르, '노쇼'는?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이 한국 조선 빅3의 도크(dock·선박건조대)를 예약했다.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주문할테니 도크를 비워두라는 계약을 맺으면서다. 계약금을 받은 '본계약'은 아니지만 '노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업계는 최대 23조 6000억원짜리 수주로 오랜 불황에 빠진 국내 조선업이 물꼬를 텄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물량공세를 앞세운 중국 조선소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 '슬롯계약'이 뭐지?
지난 1일 카타르 페트롤리엄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에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급받는 '계약(agreements)'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삼성중공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계약을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라고 표현했다. 이 '증서(Deed)'에 사인은 했지만 구체적인 물량, 가격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계약금이 오간 것도 없다.
업계에선 이번과 같은 계약을 통상적으로 '슬롯(도크)계약'이라 한다. 슬롯계약은 선주사가 미리 조선사의 도크 자리를 예약하는 것으로, 식당 예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식당을 예약할 땐 음식값을 지불하지않고도 최대 참석 인원에 따라 미리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카타르 페트롤리엄도 '본계약'에 앞서 'LNG선 맛집'(한국 조선사 3사)의 자리(도크)를 예약한 것이다.
이 계약에 강제력은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일부 강제력이 있다. 조선소는 선사의 요청에 따라 도크를 비워 두어야 한다"며 "다만 슬롯계약을 했다고 해서 처음에 약속했던 물량이 모두 발주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카타르는 국내 조선3사에 90척의 LNG 운반선을 '슬롯 예약'했지만 실제로 수주한 것은 53척이었다.
한국 조선 3사가 이번 계약을 동시에 사인했지만 앞으로 물량을 얼마나 분배 받을지는 본계약 전까지 알수 없다. 3사의 영업전략에 따라, 도크 상황에 따라 배정 물량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울수 있는 도크가 많지 않다면 아무리 기술력과 영업력이 뛰어나도 물량을 많이 받긴 힘들다는 얘기다.
◇ 카타르, 왜 한국 택했나
카타르는 인구 277만명이 거주하는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에서 천연가스 매장량이 3번째로 많은 자원 부국이다. 특히 LNG는 연간 생산량이 810만톤 규모로, 전세계 1위 수출국이다.
한국과의 관계는 돈독하다. 지난 2018년 기준 카타르가 두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한국(146억3000만달러)이다. 이 중 대부분이 LNG가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이 수입한 LNG 중 32.4%(1425만톤)가 카타르산이었다. 카타르 페트롤리엄 입장에선 한국이 '큰손' 고객인 셈이다.
이번 'LNG선 계약'에도 이 같은 '교역관계'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비즈니스'의 기본 원리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이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한국에 LNG를 팔고 한국 조선소는 카타르에 LNG선을 파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입장에선 카타르가 갑이고 조선소가 을이지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카타르가 을이고 한국이 갑"이라며 "2004년에도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53척을 한국 조선소가 다 쓸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한국 조선사의 경쟁자로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카타르 페트롤리엄은 중국 조선소 후동중화와 '8척 건조+8척 옵션'의 슬롯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조선소가 한국보다 먼저 카타르로부터 LNG선을 수주하자 국내 업계엔 긴장감이 돌았다.
중국 조선소의 LNG선 기술은 한국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중국 정부의 물량 공세에 선주사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선 컨소시엄 형태의 국제 자본이 필요한데 이때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며 "또 중국 정부는 저리의 선박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선주사 입장에선 큰돈을 들이지 않고 배를 발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조선소에 비해 기술력이나 납기일 준수 등은 여전히 못 믿을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의 물량공세에 힙입어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안준형 기자
성광밴드 홈페이지
한국 조선 'LNG'로 흥한다… 운반·추진선 1500척 이상 수주 전망
LNG운반선 해마다 80척 발주 전망 LNG추진선 10년내 2500~3000척 발주 랠리 '초격차' 조선3사, 슈퍼사이클 기대
조선업계에 다시금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인가. 카타르발 LNG선 100척 수주낭보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릴레이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LNG 운반선은 물론 LNG 추진선, LNG 벙커링선 등 향후 10년간 3000척 넘는 대규모 발주를 예상하면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한국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향후 2027년까지 해마다 최소 41척에서 최대 80척씩 500여척의 LNG운반선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LNG 수출 기조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정책 등으로 글로벌 LNG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게 분석 요인이다.
실제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전문 기업인 우드맥킨지는 세계 LNG 수요는 2019년 3억4920만톤에서 2020년 3억7519만톤으로 7.4% 증가하고, 같은 기간 공급은 3억6340만톤에서 3억8970만톤으로 7.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LNG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10만㎥ 이상의 대형 위주로 발주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압도적 우위가 점쳐진다. 당장 올해도 카타르 발주 물량을 제외하고 추가 발주될 50척 중 상당수가 한국 도크에서 건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해운중개 컨설팅사인 '포텐앤드파트너스'는 오는 2029년까지 향후 10년간 2500~3000척의 LNG추진선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대부분의 선주사들의 선택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조선 빅3는 LNG선 화물창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로열티 부담감도 줄여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LNG연료추진선 에서도 경쟁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LNG운반선은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위해 건조된 선박이다. LNG추진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인해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으로 의미가 약간 다르다.
IMO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SOx) 규제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선사들은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탑재하거나 저유황유 사용, LNG 추진선 발주 등 크게 3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LNG 추진선 활용은 근본적인 솔루션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LNG연료추진선도 발주 랠리가 기대되고 있다.
LNG운반선과 추진선 등 LNG선박 분야에서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나오면서 업계 일각에선 2000년대 초반에 못지않은 조선업 호황을 거론한다. 특히, 한국 조선업이 LNG 운반선 발주가 호황일 당시 수주를 싹쓸이했다는 점도 이같은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LNG시장 교역량은 2010년 한차례 확대된 후 2015년 이전까지 정체기를 겪었다. 이후 호주 해양가스전 생산과 미국 셰일가스 수출 등이 2016년경 시작되면서 총 교역량이 2016년 7.5%, 2017년 9.9% 증가했고 현재까지 전체 LNG 산업이 새로운 확장기를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2000년대 초반 당시 카타르의 대규모 LNG 운반선을 대규모 수주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활의 기지개를 켤 수 있었다"면서 "이번 LNG 슈퍼사이클은 2000년대 이후 두번째로, LNG추진선 일감까지 한국 조선사가 확보하면 또 다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LNG선 독보적 기술력… 주요 기자재 선택과 집중 필요
LNG선 기술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풍부한 건조경험은 한국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인도된 LNG선의 80%(DWT기준)를 조선3사가 건조했다.
다만, 주요 기자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NG선의 주요 기자재로는 화물창, 엔진, 펌프, 재액화시스템 등이 있다. 다수의 한국형 제품이 개발된 화물창과 재액화시스템, LNG벙커링 시스템은 여전히 국산화 필요성이 높지만, 다른 기자재들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이는 LNG선이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LNG선은 고가의 제품으로 고장시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제품을 국산화하더라도 선주가 채택을 하지 않을 수 있고, 고가의 LNG선인 경우 검증되지 않거나 신뢰성이 낮은 제품은 사용이 거의 불가하다.
박유상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든 기자재의 국산화는 불필요하며, 기자재 특성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탄력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엄주연 기자 ejy0211@newdailybiz.co.kr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16년 인도한 초대형 LPG선
시운전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청와대 전경/조선DB
'LNG선 100척' 대박에 작년 文-카타르 국왕 정상회담 떠올린 靑
국내 조선사들이 카타르에서 700억리얄, 우리돈 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LNG(천연액화가스) 운반선 계약을 따낸 것은 경제계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측면지원에 나서 관심을 기울여 온 사업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3일 청와대 참모진 사이엔 카타르 LNG선 수주가 단연 화제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운 조선 등 주력 기간산업들이 어려운 가운데 이룬 성과다. 문 대통령도 전날 관련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구체적 언급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문 대통령식 경제외교의 성과 측면에서 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연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28일 청와대에서 한-카타르 정상회담을 가졌다. 카타르 국왕을 수행했던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60척의 LNG선을 발주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선박 수주 경험이 많고 기술력에서 정평이 나있는 만큼 앞으로도 LNG선 도입에 좋은 협력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해운업은 최근 해양오염과 대기오염 등의 문제로 친환경선박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라며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으로 교체를 하면 LNG 수요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에서 대량 수주 가능성을 본 문 대통령은 이후로도 관련 사안을 챙겼다. 경제라인 참모들이 진행상황을 종종 보고했다고 한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 카타르 측은 LNG운반선을 말한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LNG를 압축해 보관하는 기술에서는 기본원리가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시 세일즈 외교마다 우리 기업의 현지진출 현장을 찾아가며 경제-세일즈 외교에 공을 들였다. 해외정상을 만날 때는 '원론'에 그치지 않았다. 카타르의 경우처럼 구체적 사업을 짚어서 협조를 요청하곤 했다. 지난해 3월 브루나이 국빈방문때 대림산업이 건설중이던 템부롱(Temburong) 대교 건설현장을 찾았다. 동서로 나뉜 브루나이 국토를 잇는 프로젝트로 브루나이 정부의 역점사업이다.
2018년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현장, 싱가포르 전철 차량기지 건설 현장에서 우리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미 수주해서 건설중인 곳을 찾아가서 신규 수주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시선도 있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찾는 현장은 해당국 정상과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란 데 주목했다. 한국 대통령이 힘을 실을 경우 해당국에서 우리 기업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 수주물량은 당초 기대한 60척보다 많다. 한국 조선업계의 실력이 확인된 점도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은 4월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을 갖는 등 해운과 조선분야 경쟁력 회복에 관심을 가져왔다.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길었던 침체기를 딛고 국내 조선 3사가 올해부터 본격 실적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카타르 국영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수주 '잭팟'을 터뜨린 데 이어 모잠비크, 러시아 등에서도 연이어 수주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젖는'형국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QP는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와 700억리얄, 한화 약 2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 관련 슬롯 계약을 맺었다. 슬롯계약은 수주가 아닌 정식 발주 전에 건조공간(슬롯)을 확보하는 절차로, 국내 조선사는 오는 2027년까지 상당 부분의 슬롯을 예약했다.
본계약으로 차질 없이 이어질 경우 조선업계는 앞으로 4년 간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물량을 제외하고도 올해 나올 LNG 프로젝트에서 국내 조선 3사가 유력 수주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올해 조선업계에 대한 실적 기대를 키우는 분위기다. 시장에서 모잠비크에서 17척, 러시아에서 10척,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5척 등 LNG운반선 40척가량의 발주물량이 대기 중이다.
아직 발주 시기와 정확한 물량은 미지수인 만큼,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반등 추세를 탔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조선업계는 1차 물량에 대한 연내 발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 세부적인 슬롯 사용 일정 등을 확정, 선언하는 절차를 거치면 실제 본계약이 유력해진다.
이에 대신증권은 카타르에서 낭보가 전해지자마자 국내 조선업계(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 실적 추정치를 올렸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70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590억원) 대비 무려 7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 전망치는 전년보다 5.3% 늘어난 35조6880억원으로 5.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개선폭이 가장 뚜렷하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영업이익 추정치는 4300억원으로 전년 보다 46.9%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 또한 영업이익 3144억원을 기록하며 8.3% 늘어나는 데 이어 삼성중공업은 영업적자 784억원을 내며 전년 대비 손실폭을 5400억원가량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개선 추세는 적어도 4년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성사된 대형 프로젝트로, 조선사들의 일감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낙관론'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발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어 여러 차례에 나눠 체결되는 만큼, 곧바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연내 실제 발주가 이뤄질지도, 조선사들이 건조하게 될 척수도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과 거 2004년에도 카타르는 조선3사와 90척 이상의 슬롯 예약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발주 척수는 53척에 그친 바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약은 2027년까지의 장기 계획으로 실제 선박 건조 계약은 2024, 2025년까지 4~5년에 걸쳐 나눠 체결될 것"이라며 "내년 이후 연간 수주량은 25~30여척, 조선사별로는 10여척 수준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가도 관건이다.
조선업종은 통상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 시추를 포함한 해양플랜트 사업에 타격을 받는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반등으로 셰일오일·가스가 증산된다는 신호나 탱커나 컨테이너 등 비 LNG선 발주 회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카타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드 군주(왼쪽)와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한국이 23조 규모의 카타르 LNG 운반선 사업을 수주한 바탕에는 코로나19 국면 속 방역협력이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조 LNG선 수주 쾌거 뒤에 '코로나 방역협력' 있었다
문 대통령과 기업들 카타르와 정상회담 전후로 세일즈 외교戰 의료협력·정보통신분야로 외교 관계 확대하고 코로나 국면서 적극 협력 靑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외교의 결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카타르와의 협력을 의료와 정보통신 기술 분야로까지 넓혔고, 특히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 적극적인 의료 협력을 하며 신뢰관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윤재관 부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수주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외교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윤 부대변인은 특히 "정상회담 등 정상 외교를 통해 양국 기업 간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고, 총리, 산업부 장관 등 고위급 협력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지난해 1월 카타르와의 정상회담도 결정적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상회담 후 이어진 공식 오찬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이 초청되어 LNG선 세일즈 전을 펼치기도 했다고 한다.
윤 부대변인은 "지난해 1월 정상회담 당시 카타르는 LNG선 발주 계획을 밝혔고, 이에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강조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처와대 에서 반긴 두 가지
카타르 LNG선 수주와 네이처지 네이처 인덱스 한국판 특집호 발행에 큰 의미 부여
청와대에 '두 가지 경사'가 날아들었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 수주와 세계적 학술지 <네이터>의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판 특집호' 발행이 그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지난 1일(현지시각)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약 23조 6000억 원에 이르는 카타르 LNG선 100척(최대)을 수주했다. 지금까지 LNG선 계약 가운데에서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는 지난 5월 28일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판 특집호'를 발행해 기초연구와 연구개발 투자로 '선도자(First Mover)'가 되려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집중 조명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네이처>가 82개 세계 우수 자연과학 분야 학술지에 연구성과를 발표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논문 기여도, 공저자 수, 학문 분야별 가중치 등을 분석해 연구 성과를 수치로 변환한 지표를 가리킨다. 기초과학분야의 권위있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외교의 결실"
청와대는 이러한 두 가지 경사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4일 오전 브리핑에 나서 "이 두 소식은 과학기술 한국의 위상 강화 노력의 결과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제시한 '선도형 경제' 실현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카타르 LNG선 수주를 두고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외교의 결실"이라고 분석했다. 윤 부대변인은 "지난해 1월 정상회담 당시 카타르는 LNG선 발주 계획을 밝혔고, 이에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강조한 바 있다"라며 "정상회담 후 이어진 공식 오찬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이 초청되어 LNG선 세일즈 전을 펼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윤 부대변인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을 에너지 외에 의료, ICT 등으로 확장했고, 최근 카타르에 코로나19 관련 진단 장비 공급과 K-방역 경험 공유 등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확대했다"라며 "이를 토대로 쌓인 양국 간 신뢰가 LNG선 수주라는 열매를 맺는 데 토대가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네이처>가 한국의 과학기술을 재조명한 이유
또한 <네이처>의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판 특집호' 발행과 관련, 윤 부대변인은 "네이처 인덱스 한국 특집판은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상세히 소개하고, 2020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2위를 자치하는 등 한국이 글로벌 혁신지도자로 성장하게 된 배경으로 연구실에서 창업까지 산학연 협력을 촉진하는 체계적인 혁신시스템의 구축이 있었다고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윤 부대변인은 "네이처 인덱스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재조명한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꾸준히 과학기술 역량을 축적한 결과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위기극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과학자와 기초연구지원'의 100대 국정과제 선정, 과학기술혁신본부 부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복원, 연구개발 예산 20조 원 돌파(2019년), 기초연구비 2조 5천억 원으로 확대(2022년), 기초과학연구원 본원 연구기설 개원 등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펼쳐온 과학기술 지원정책을 언급했다.
윤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도 과학기술 역량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한 투자를 강화해 우리 경제를 높은 기술 역량에 기반한 글로벌 선도형 경제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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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청와대는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을 의료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로 확장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적극적인 의료 협력을 하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윤 부대변인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을 에너지 외에 의료, ICT 등으로 확장했고, 최근 카타르에 코로나 19 관련 진단 장비 공급과 K-방역 경험 공유 등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확대했다"며 "이를 토대로 쌓인 양국 간 신뢰가 LNG선 수주라는 열매를 맺는 데 토대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우리 제조업의 수출 기반을 지키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부대변인은 "먼저 카타르 LNG 운반선 수주는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며 "그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힘써온 국내 조선업계 모든 분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카타르는 한국 조선 3사와 액화천연가스 LNG 운반선 100척을 건조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면 23조원 규모로 청와대는 "약 16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로 조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부산·울산·경남 등의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조선업이 지역의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기대했다.
kimdb@cbs.co.kr
지난 1일 서울과 카타르 간 화상 협약식에 참석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사드 쉐리다 알카비 (Saad Sherida Al-Kabbi) QP CEO 겸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의 연설을 듣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LNG선 수주 대박에도 조선업이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
수주효과 가시화레 최소 1~2년 소요⋯ 현장선 선박제작 금융 필요성 여전 목소리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카타르에서 날아든 대규모 LNG선 수주 낭보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주 절벽 우려를 걷어내는 형국이다. 조선업계에선 2000년대 초반의 호황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로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다. 그러나 선박 건조에 수년이 걸리는 조선업의 특성상 당장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일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3개사와 700억 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QP가 2027년까지 조선 3사의 LNG선 건조 공간(슬롯)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통상적인 대규모 선박 발주 전 절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정확하게 말하면 선박 계약 과정의 한 부분으로 ‘slot agreement’로 정식 계약과는 다르다”면서 “공간확보가 100%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 조선업 최대 호황기를 기대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선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지난 4월 27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코로나19 대응 조선업계 간담회’에서 조선사들은 제작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선박 인도금 담보부 운영자금 대출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조선업에 제작금융 등으로 약 8조원을 지속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5월 27일 수출입은행은 방문규 행장이 울산 조선업계 현장을 찾아 조선업에 5조2000억원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조선업 코로나19 여파 여전
실제로 올해 1분기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하면서 조선업황 침체가 심각했던 2016년보다 더 심각한 상환이다. ‘수주절벽’이 우려된다는 어두운 전망이 이어져 왔다.
한국 조선업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수주절벽 사태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2016년 이후 수주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회복도 되기 전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았다.
카타르 LNG선 수주 훈풍으로 이러한 우려가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조선업은 선박 건조 과정이 길기 때문에 수주 후 1~2년 후에 그 실적에 반영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조선업계가 타 업계보다 비교적 타격이 덜 한 것은 기존에 받았던 수주 잔고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업계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선박 제작에 필요한 자금 부족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초대형 수주 소식이 전해졌지만 긴장을 완전히 놓을 순 없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