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0일 저녁(현지 시각)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대선 유세를 재개하며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호을 기자 helee@kbs.co.kr
존 볼턴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오른쪽)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과 대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볼턴 ‘대북 정책 실패’ 두고 책임 공방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 정책의 실패 책임을 서로 전가하면서 치열한 설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패로 끝났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대북 정책을 망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고, 볼턴은 출간을 앞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놀아났다고 맞섰다. 볼턴은 특히 북·미 핵 외교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친 존 볼턴이 ‘디페이스 더 네이션’(Deface the Nation)에 나가 북한에 대한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다 망했다”면서 “나와 잘 지내고 있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김 위원장을 두둔했다.
볼턴은 2018년 4월 말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을 비하하려고 ‘페이스’(Face) 대신 ‘디페이스’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가 볼턴을 근처에 두고 싶어하지 않았고,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으며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볼턴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다”면서 “그는 답이 없었고 그저 사과했는데 그게 초기였고, 그때 그를 해임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CNN,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입수한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발췌본에 따르면 볼턴은 “북·미 외교가 한국의 창조물이었고, 김정은이나 우리 쪽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데 필사적이었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에게 넘어간 것을 이해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어리석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턴이 지적했다.
볼턴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 김 위원장이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 문제를 제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평가에 동의하면서 미국 쪽에 일부 호전적인 인사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우리는 더 많은 대북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정은은 거짓말쟁이고, 우리가 금요일에 부과할 수 있는 300개 이상의 제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볼턴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고 볼턴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볼턴의 마지막 역할은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워싱턴=AP/뉴시스】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7월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19.10.31
트럼프 "볼턴, 수차례 전쟁 시도...내가 다 막아
볼턴, 백악관 모두가 싫어한 거짓말쟁이" "해외정상들 두려움 주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참모로 둬" 폼페이오·시진핑 관련 폭로 반박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모두가 싫어한 '거짓말쟁이'라며 그가 폭로한 내용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그는 거짓말쟁이"라며 "백악관 모두가 존 볼턴을 싫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볼턴을 참모로 둔 이유는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협상 도구로 쓰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또다른 전쟁에 몰아 넣으려는 볼턴의 수차례 시도를 자신이 막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볼턴에 대해 좋았던 유일한 점은 모두가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며 "그와 함께 방에 들어가면 좋은 협상 위치에 있게 된다. 존 볼턴이 거기 있으면 다들 당신이 전쟁을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의 전쟁 시도에 관해 구체적인 사례는 들지 않으면서 "말하고 싶지 않다. 내 책을 쓸 때 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그의 뒷담화를 했다는 볼턴의 주장에 대해서는 "(폼페이오와) 매우 좋은 관계"라고 주장했다. 볼턴은 폼페이오 장관이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중에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완전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라고 적은 쪽지를 몰래 건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관해 "못 믿겠다"며 "쪽지를 갖고 있는가? 쪽지를 좀 보자"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보다 미중 무역 합의와 그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했다는 폭로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z@newsis.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볼턴, 병든 개처럼 해고된 것에 복수···회고록은 소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다 경질당한 존 볼턴이 미 정치권에서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거론하며 비판한 내용이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을 통해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됐기 때문이다. WP 보도가 나온 뒤인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이 책에서 쓴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조로 연속으로 트윗을 쓰며 볼전 전 보좌관에 대한 맹폭을 이어나갔다.
트럼프, 볼턴 비난 '폭풍트윗'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끔찍한 평가를 받고 있는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를 집대성한 것으로, 모두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며 "내가 했다는 그의 모든 어처구니없는 진술들은 결코 없었던, 순수한 소설(never made, pure fiction)"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볼턴은 병든 강아지처럼 해고된 것에 대해 복수를 하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지는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북한과 협상이 틀어진 것은 모두 볼턴 전 보좌관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친(Wacko) 존 볼턴이 나서면서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제안했을 때 모든 지옥이 터졌다"며 "우리랑 아주 잘 지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went 'ballistic', just like his missiles), 그(김정은)는 볼턴이 옆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볼턴 전 보좌관을 꺼려했다는 내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만도 했다"고 덧붙여 볼턴 전 보좌관을 비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윗으로 존 볼턴 전 보좌관을 비난했다.
트위터 캡처
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볼턴이 했던 모든 말 중 가장 바보스러웠던 건, 심지어 지금도 북한과의 관계를 매우 나쁘게 돌아가게 하고 있다"며 "나는 볼턴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볼턴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죄송하다고 했다"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바로 그때 해고했어야 했는데!"라고 덧붙였다. 앞서 WP,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한 달 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외교 성공확률을 '제로(0)'라고 깎아내렸다고 한다.
아울러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비하하는 쪽지를 써서 자신(볼턴)에게 몰래 보여줬다는 내용과 북미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를 듣고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밝힌 이같은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대북협상을 총괄하는 인물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었다는 일종의 폭로가 된다. 이같은 주장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을 '미치광이' 등으로 비난한 것이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고한.
로이터=연합뉴스
"볼턴이 북한과의 협상 어렵게 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반박'을 종합하면, 리비아 모델을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도입하려 한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과의 협상을 망쳤다는 주장이다. 리비아 모델은 먼저 핵을 포기하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보상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2003년 3월 당시 리비아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모든 대량살상무기 포기 의사를 밝히고 비핵화를 이행했지만,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났다가 사살됐다. 카다피 체계가 무너진 셈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북전략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볼턴은) 북한과 협상에서 그것(리비아 모델)을 사용해 왔다"며 "김 위원장은 볼턴과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공개적으로 볼턴 전 보좌관의 대북전략을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에 쓴 "볼턴이 했던 모든 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라고 물었다" 등 발언은 볼턴 전 보좌관의 이같은 전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23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 등 문제에 대해서도 군사행동을 선호하는, 미 외교·안보분야에서 '슈퍼 매파'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의 치부를 폭로하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출간을 하루 앞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거듭 공격했다.
트럼프 "볼턴, 무능한 거짓말쟁이"...백악관, 회고록 수정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치부를 폭로하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출간을 하루 앞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거듭 공격하며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다"며 볼턴을 겨냥, "그는 또라이(wacko)로 여겨졌고 호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대단히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됐다"며 "판사의 의견을 보라. 기밀 정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 한반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은 재임 기간 겪은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책으로 썼고, 백악관은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된 상황이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책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을 냈다. 볼턴의 책에는 남북, 한미, 북미 정상간 논의내용과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진위를 떠나 이를 책에 담는 것 자체가 외교적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균열과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아예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단정적인 문장에는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마치 볼턴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인 양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애초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또 볼턴이 포렌식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규모와 범위에 관한 중요한 결과를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백악관은 이런 일이 북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넣으라고 주문했다.
일부 문장에서는 `~할 것`(would)이라는 단어를 `~할 수 있을 것`(could)으로 바꾸라고 하는 등 미묘한 뉘앙스까지 신경 쓴 흔적도 보였다. 그렇다고 볼턴이 백악관 주장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볼턴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화한다고 적었는데, 백악관은 문 대통령을 한국인으로 바꾸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책에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된 문장은 백악관이 `문 대통령과 더 큰 조율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일어날 수 없다`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던 부분이다. 백악관으로선 북한을 자극할 만한 문구를 피한 것이지만 볼턴은 백악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미 법무부는 볼턴이 기밀누설 금지와 관련한 고용 계약을 위반했고 기밀정보 삭제 등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며 출판 금지 명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출간을 막기에 너무 늦었다며 이를 기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AFP
▲ 2018년 5월 존 볼턴(오른쪽)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 근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볼턴 책 400곳 수정 요구… 트럼프 “그는 또라이
트럼프 행정부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의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은 재임 기간 겪은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책으로 썼고, 백악관은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된 상황이다. 법원은 볼턴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그가 기밀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책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을 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일례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트럼프, 볼턴 회고록 출간 전날 또 비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다”며 볼턴을 겨냥, “그는 또라이(wacko)로 여겨졌고 호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대단히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됐다. 판사의 의견을 보라. 기밀 정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트윗에서 볼턴에 대해 ‘괴짜, 바보, 전쟁광, 무능력’ 등의 표현을 써가며 책은 거짓말로 꾸며졌다고 비난했었다. 또 그는 지난 1월엔 볼턴을 ‘유엔 대사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며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볼턴이 구걸했고 많은 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자리를 줬다고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경찰개혁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볼턴 회고록에 출판금지 소송
법무부 "기밀누설금지 계약 위반" 볼턴측 "이미 수차례 검토 끝내" '경찰 목조르기 금지' 행정명령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며 백악관의 민낯을 폭로하려는 그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출간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오는 23일 출간 예정인 이 회고록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 전 보좌관이 백악관의 속살을 폭로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의 재선에만 관심을 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출판사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소송을 제기한 명분은 ‘기밀누설 금지와 관련한 고용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법무장관실 명의로 제기된 이 소송에서 법무부는 볼턴 전 보좌관이 “미국 정부에서 국가안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직책을 맡을 당시 기밀누설 금지 등을 고용조건으로 합의해놓고 지금은 일방적으로 회고록 출판 전 예비검토가 끝났다며 기밀공개 여부를 자기가 결정해도 된다고 판단해 당시의 합의를 저버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기밀정보 삭제 등 볼턴이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으며 출간에 앞서 올해 초 회고록 초고를 동료들에게 회람시킨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FP연합뉴스
볼턴 전 보좌관 측은 이미 기밀누설 금지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수개월간 전문가와 검토작업을 벌였다고 반박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변호사인 찰스 쿠퍼는 WSJ 기고를 통해 지난해 12월30일 500쪽짜리 회고록 원고를 국가안보회의(NSC)에 넘겼으며 NSC가 이를 ‘한 줄씩’ 꼼꼼하게 네 번에 걸쳐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가 책을 쓰고 책이 출간된다면 법을 어기는 것이다. 형사상 문제를 안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인종과 종교·피부색·신념을 가진 미국인에게 미래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이 행정명령은 과도한 물리력 사용으로 민원이 제기된 경찰을 추적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경찰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를 제외하며 경찰의 목조르기도 금지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1일(현지시간)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일일 브리핑에서 미국 노동자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60일 간 이민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0.6.23.
북한과 전쟁 가능성 얼마나 되나`¨트럼프, 볼턴 불러 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2017년 12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불러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이어난 방'에서 지난 2017년 12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일부 소개했다.
볼턴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되기 전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타격이 왜, 그리고 어떻게 효과가 있을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볼턴은 "우리가 비무장지대(DMZ) 북쪽에 있는 북한의 포대를 겨냥해 대량의 재래식 폭탄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또 그렇게 함으로써 사상자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 유일한 대안은 한국에 의한 남북통일이나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50 대 50?"이라고 물었고, 볼턴은 "그것은 중국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50 대 50"이라고 답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존 켈리 당시 비서실장도 이에 동의했다. 볼턴은 이듬해 4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워싱턴=AP/뉴시스]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20.6.18
볼턴 "트럼프., 北과 전쟁가능성 물어...선제적 공격 장점 말해줘"
핵시설 선제 공격과 북한 포대 공격으로 사상자의 극적 감소 가능"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존 볼턴에게 북한과 미국간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물었고, 볼턴은 50 대 50 확률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볼턴이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격'의 장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설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7년 12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나눴던 대화를 공개했다. 당시 볼턴은 폭스뉴스 등에서 외교정책 논평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책에 따르면, 볼턴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한 것에 잘했다는 말을 했다. 대화 주제는 곧 이란과 북한 문제로 옮겨갔고,25년전 북한이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했던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볼턴은 북한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겨냥한 '선제적 공격(a preemptive strike)'을 왜 해야하며, 공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또 서울을 위협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북쪽의 북한 포대들을 겨냥해 미국이 엄청난 규모의 재래식 폭탄을 어떻게 사용해 공격할 수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볼턴은 이런 방식으로 사상자를 극적으로 줄일 수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미국이 왜 북한에 대해 양자택일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지, 즉 북한 핵무기를 그대로 두는 것과 군사력을 사용해 북한을 공격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트럼프에게 말해줬다고 한다. 또다른 대안은 한국 주도의 남북 통일 또는 북한의 레짐체인지인데 중국의 협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북한과의 전쟁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50 대 50?"이라고 덧붙였다. 볼턴은 "모든 것은 중국에 달려있다고 보는데 아마도 50 대 50일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옆에 있는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향해 "(볼턴도) 당신과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대화가 끝나 헤어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에게 "적당한 자리에 올 준비가 됐나"라고 물었고, 볼턴은 웃으면서 "적당한 자리라면 예스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8년 4월 허버트 맥매스터 후임으로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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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노딜' 후 김정은 약올린 트럼프…볼턴 회고록 보니
문 대통령, 북핵 비핵화 낙관하다 협상 실패" "판문점 회담 문 대통령 동행, 미북 모두 원하지 않아" 정의용 "상당 사실 왜곡하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남·북·미 비핵화 협상 관련 비화를 폭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행기로 북한까지 바래다주겠다"는 황당 제안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담긴 것으로 알려진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 중 한반도 관련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볼턴의 회고록은 23일(현지시간) 공식 발간 예정이다. 볼턴은 하노이 회담 내내 "영변 외에 추가로 내놓을 것이 없느냐"는 트럼프 대통령과 "영변이 북한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아느냐"는 김정은의 문답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김정은은 "한 걸음씩 가면 궁극적으로 전체 그림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를 에둘러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영변을 받고 제재 해제하는 제안을 받아들이면 미국에선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며 "내가 대선에 패배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놓으면 트럼프 대통령도 양보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하노이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가 난 김 위원장에게 "비행기로 북한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황당한 제안까지 했다. 김정은이 "그럴 수 없다"고 하자, 트럼프는 "상당한 '그림'이 될 것"이라며 행복하게 말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4500㎞를 3박4일간 기차로 달려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정은으로선 모욕적이라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회고록에는 남·북·미 북핵 협상의 혼란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중재자를 자임했지만 미·북 양측 어디도 장단을 못 맞추는 '박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소리만 높이는 '음치'였다고 표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상대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협상 전략도 없는 '길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회고록에서 김 위원장은 1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서도, 2차 회담이 열린 하노이에서도 미국의 협상 전략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그려졌다. 미국은 '언제든 걸어나갈 수 있다'는 계획을 짜고 하노이 회담 전에는 결렬됐을 때 발표할 문구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리 준비해갔다.
그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또는 해군 군함 위에서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적극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말을 끊고 "다음 정상회담에선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기를 바란다"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또 회고록에 따르면 작년 6월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3자 정상이 만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회동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수차례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은 "일단 판문점 내 관측 초소까지 같이 가자"며 동행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볼턴 전 보좌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은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서울을 겨냥하고 있는 북한 장사정포에 대규모 선제타격 필요성을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선제 공격 방법을 브리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공격을 하면) 전쟁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반반?"이라고 물었다. 볼턴은 "나는 모든 것은 (북한을 배후 지원하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서도 "아마도 반반"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북핵의 위험성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할 수 없고 △북한이 핵으로 한·일 등에 공갈 협박을 할 수 있으며 △북한은 돈을 위해 무엇이든 팔 수 있기 때문에 '핵의 아마존(전자상거래업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핵 아마존이란 누구든 요청하면 핵기술을 팔 수 있는 확산자가 된다는 의미로 풀읻힌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에서 미군 주둔 비용을 올려받기 위해 미군 철수를 위협하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은 지난해 7월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논의하러 한일 약구을 방문한 뒤 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연간 50억 달러를 요구했다. 일본에 대한 요구 금액은 80억 달러였다.
볼턴은 책에서 당시 정황에 대해 "트럼프는 매년 지급 비용으로 80억 달러와 50억 달러를 얻는 방법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매우 강한 협상 위치에 서게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튿날 "돈을 요구하기 좋은 때"라며 "존(볼턴)이 올해 10억 달러를 가져왔는데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얼마나 고무적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
지난해 2월말 하노이 노딜 이후 같은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50억 달러를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액수는 지나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진 6월30일 당일에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장시간 논쟁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볼턴 회고록의 관련 내용이 여럿 밝혀지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볼턴 회고록은)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22일 밝혔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혔다.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정부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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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PA=연합뉴스]
틈만 나면 "왜 한국 지켜주냐"..철군·훈련중단 타령한 트럼프
볼턴 회고록 "트럼프 '왜 아직도 한국에 있나'라며 미군철수·방위비 제기" 볼턴 "트럼프, 며칠에 한번씩 같은 노래가사 반복..전세계 여러 동맹 비판"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틈만 나면 '미국이 왜 한국을 지켜주느냐'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입에 달고 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 자체는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근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어서 '동맹 보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뿌리깊은 부정적 시각이 교착 상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그것이 일어난 방'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미군 주둔에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한반도와 무관한 현안을 다룰 때도 종종 주한미군을 들먹였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 직후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그런데 왜 우리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시리아 미군기지 문제를 논의하던 자리에서도 뜬금없이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뒤 우리가 왜 아직도 거기에 있느냐"고 물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공짜로 얻어먹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여러 동맹을 비판했다"고 썼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1945년 한반도의 '일시적' 분단, 김일성의 부상, 한국전쟁, 그리고 한반도 냉전의 의미에 관한 역사를 여러차례 토론했다. 그러나 내가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백악관을 찾아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내지 폐지를 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을 가리켜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라며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워게임 중단'을 선언하자,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6개월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의 항의 때문에 그 훈련들을 거의 취소할 뻔했다"는 비화를 들려줬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북미 정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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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 방문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직후엔 '짜증'이 절정에 달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노이에서 너무 까다롭게 굴었던 게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워게임'에 단 10센트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요구는 더욱 구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백악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미 TV 수출로 연 40억 달러를 잃고 있으며 미국이 미군기지 비용으로 연 50억 달러를 지출한다며 한국에 더 많은 분담금을 압박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6월 30일 청와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돌연 미군기지 비용 문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 '그저 매우 부자 나라를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같은해 7월 볼턴 전 보좌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80억 달러(일본)와 50억 달러(한국)를 각각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보고에 "이것은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존(볼턴 전 보좌관)이 올해 10억 달러를 가져왔는데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다음달 아프간 문제 등에 관한 회의 석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연합훈련을 가리켜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정신병자(김정은 위원장)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380억 달러를 잃는다. 거기에서 나오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훈련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인사들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7월 방한 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만나 방위비 분담과 연합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 등을 설명하자, 해리스 대사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상당히 놀라는 표정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기회만 되면 되풀이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제기에 볼턴 전 보좌관은 "우리는 이런 주기를 반복해서 참아야 했고 늘 같은 결과로 끝났다"며 "며칠에 한 번씩 누군가 무심코 버튼을 누르면 트럼프는 똑같은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자신의 가사를 반복하곤 했다"고 적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회담 한 달 뒤 영국 군사학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영 특수부대 연합훈련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을 보고 "지난 18개월 동안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군 훈련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후회스러웠다"며 "만약 그랬다면 아마도 한반도 워게임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 비사들을 폭로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조현병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정식 발간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해 6월7일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묘사했다.
그는 저서에서 "야치 국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에 관한 화두를 점검하기 위해 내게 전화를 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제안일 수 있다고 묘사했는데 그건 이란에 너무 관대했다"고 기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일본은 이란과 북한에 대해 조현병을 앓고 있다(schizophrenic)"며 "이란에는 석유 때문에 부드럽게 대했고, 북한에는 암울한 현실 때문에 강경하게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난 일본이 그 2개 위협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게 하려고 거듭 노력했다"며 "만약 아베가 테헤란을 위해 제안한 것을 유럽연합(EU)의 한 국가가 평양을 위해 똑같이 제안했다면 아베는 단호하고 주저없이 반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같은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회고록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변 폐기 의향은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있는 첫 조치라는 문 대통령의 '조현병적인 생각'(schizophrenic idea)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간청했다는 그의 주장도 회고록에 담겼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기간이던 지난해 5월2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이 내게 이번 방문에서 한국에도 와줄 것을 간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자에서 떨어지거나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졸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한편, 지난해 여름 백악관을 방문한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음에 "김 위원장은 자신의 독재 정권에 대한 위험 때문에 민중 봉기를 두려워한다"고 답했다는 대화 내용도 저서를 통해 공개됐다.바툴가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이 심각하고 제재 이후 훨씬 더 악화됐다고 강조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