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1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할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여부 등에 관한 질문을 받으며 미소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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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총리로 사실상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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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이 14일 오후 도쿄 미나토(港)구 그랜드프린스호텔신다카나와에서 당 총재를 뽑기 위한 양원총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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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신임 총리의 일본, 어떻게 바뀔까
일본 자민당의 스가 요시히데 총재가 16일 제99대 신임 총리로 선출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중도퇴진하면서 7년8개월만에 총리 교체가 이루어지게 됐다.
스가는 누구?
스가 장관은 가문, 파벌, 학력이 없는 3무(無) 정치인으로 불린다. 스가 스스로도 자신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는 지난 14일 자민당 총재 당선 이후 "아키타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지연도 혈연도없는 정치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면서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자민당 총재에 취임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1948년 아키타현의 딸기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로 상경해 골판지 공장 등에서 막노동을 하다 2년 늦게 호세이대에 진학했다. 그는 입학 후에도 경비원, 카레 가게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스가 총리가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을 물려받길 원하는 아버지의 의사에 반대했기 때문에 학창시절 스스로 학비 마련 등을 해야했다고 전했다. 졸업 후 회사원을 택했던 스가는 정치의 뜻을 품고 가나가와현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중의원의 비서로 취직한다.
11년간 비서생활을 하다가 1987년 요코하마 시의원으로 출마해 처음으로 당선됐다. 1996년에는 자민당의 공천을 받아 48세에 나이로 가나가와현 중의원에 당선되며 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그는 이 지역구에서만 8선을 했다.
아베 총리와의 인연은 2002년부터다. 당시 일본 사회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두 사람은 강경한 대북 태도를 견지하며 가까워지게 됐다. 이를 계기로 2006년 아베 총리 1차 집권기에 총무대신으로 입각하게 됐고, 2012년 아베 2차 집권기때부터는 줄곧 관방장관을 맡으며 정권 2인자로 활약해왔다.
스가의 한일 외교...'아베 시즌2'일까
스가 신임총리가 내세운 기본 정책 노선은 '아베 계승'이다. 총리 당선 이전부터 아베 총리의 외교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밝혔고, 본인도 외교 경험이 별로 없다는 약점 지적에 "아베 총리와 상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 등은 일단 기존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총리는 '아베 계승'을 공약한 대로 이날까지 내각에 별다른 변화없이 아베와 가까운 인물들로 자리를 채웠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산상 등은 모두 유임됐다. 스가 총리가 맡았던 관방장관 자리에는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 전 후생노동상을 임명했다.
방위상에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의원이 임명됐다. 기시 방위상은 외가로 입양되면서 성이 바뀌었다. 고노 다로 전 방위상은 행정개혁상을 맡게 됐다. 이같은 인사에 '아베 시즌2'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스가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설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스가 장관이 늘 아베의 '그림자'같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도 스가 총리는 "경제가 우선"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보수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베노믹스 2.0' 시작
스가 총리의 경제정책은 '아베노믹스'를 그대로 계승하되 일부 수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아베노믹스 2.0'이 시작된다고 평가한다. 스가 총리도 직접 규제개혁과 디지털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아베노믹스의 세가지 화살인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규제개혁을 통한 성장 등 마지막 화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부처의 아날로그 방식의 일처리와 중앙집권형 권력 구조에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이 부분에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약점으로 지목된 생산성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지방은행을 통합 및 재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밖에도 스가 총리는 본인이 추진해오던 휴대전화 요금을 40% 인하하겠다는 정책도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16일 스가 요시히데 신임 자민당 총재가 일본 국회에서 열린 총리 지명선거에서 총리로 선출된 후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스가, 일본 총리 선출…'아베 각료' 과반 자리지킬 듯
총리 지명선거서 60% 웃도는 득표 '아베 각료' 11명 유임 또는 보직 변경
16일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신임 총재가 제99대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7년 8개월여 간 일본을 이끌어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사퇴했다.
일본 하원 격인 중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 사퇴에 따른 총리 지명선거를 열었다. 스가 신임 총재는 총투표수인 462표 중 과반을 웃도는 314표를 얻었다. 연립여당을 꾸리고 있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합계 의석수(313석)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1표를 더 확보한 셈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134표를 확보했으며. △가타야마 도라노스케 참의원 의원(일본유신회) 11표 △나카야마 나리아키 중의원 의원(무소속) 2표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의원(자민당) 1표 등의 순이었다. 곧이어 열린 참의원(상원) 총리 지명선거에선 스가 신임 총재가 총투표수(240표)의 60%에 달하는 142표를 차지했다. 스가 신임 총재가 참의원에서 얻은 표 역시 공동 여당 의석(141석)보다 1표 많았다.
중의원 총리 지명선거에서 2위를 기록했던 에다노 대표는 78표를 얻는 데 그쳤으며, 가타야마 의원은 16표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총리직에 오른 스가 신임 총리는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 당수 회담을 갖고 자신이 임명한 관방장관을 통해 '스가 내각'의 면면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친임식을 거친 뒤, 각료 인증식을 통해 '스가 내각'을 정식 출범시킬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실에서 떠나며 박수하는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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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상에 '아베 친동생' 임명 예정 인사 통해 '아베 계승' 의지 드러냈다는 평가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아베 계승' 의지를 거듭 밝혀온 스가 신임 총리의 내각은 아베 내각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신암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관방부(副)장관으로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을 차기 관방장관에 앉혔지만,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등 아베 내각 주요 인사들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노 다로 방위상과 다케다 료타 국가공안위원장은 각각 행정개혁·규제개혁 담당상, 총무상으로 보직을 변경해 각료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로써 아베 내각의 각료 11명이 유임(8명) 되거나 보직 변경(3명) 형태로 '스가 내각'에 남게될 전망이다. 일본 내각이 총리를 제외하고 20명의 각료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사를 통해 '아베 계승'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더욱이 공석이 된 방위상 자리에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자민당 중의원 의원을 발탁하기로 해 '간판만 바뀐 아베 내각'이 꾸려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가운데)가 16일 내각 각료들을 이끌고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념촬영을 하러 가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아베 ‘문고리’ 내보낸 스가…한일 경제 갈등 풀 실마리 찾을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취임 전부터 줄곧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계승’을 내세워왔고, 16일 발표된 내각도 아베 정부 시절과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재무상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 아카바 가즈요시(赤羽一嘉) 국토교통상 등 경제분야 각료들은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경제에서도 ‘아베노믹스’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관저에 입성하기 전, 전임자의 측근들 중에서 조용히 내보낸 사람이 있다. 아베 전 총리 옆에서 정부 정책 전반을 조율하던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정무비서관이다. 잇단 스캔들에서 이름이 거론된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특별보좌관이 아베 전 총리에 이어 스가 총리 밑에서도 특별보좌관 자리를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경제관련 장관들은 그대로이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마이가 나간 것에 주목하며 “스가 정부에서 정책결정의 역학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마이는 아베 정부의 정책결정에 큰 입김을 행사하며 경제산업성에 힘을 몰아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산성 관료들과 결탁된 그의 영향 때문에 아베 내각은 ‘경산성 내각’이라 불리기도 했다. 당시 경산성은 아소 부총리가 이끄는 재무성은 물론이고 외무성까지 제치며 온갖 이슈에 관여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일본 언론들은 2016년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것도, 외무성을 배제하고 경산성이 끼어든탓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반도체 원자재 수출규제를 비롯해, 한국에 대한 강경론을 주도한 것도 이마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스가 총리는 16일 총리관저 인사를 하면서 경산성 출신 이마이를 내보낸 대신에 정무비서관으로 관료 출신이 아닌 자신의 비서를 기용했다. 이마이가 해온 정책 종합조정은 이즈미 보좌관에게 맡겼다. 국토교통성 출신인 이즈미는 아베 2차 내각 출범 직후인 2013년 1월부터 총리 보좌관으로 일했다.
원래는 재난대책 담당이었으나 스가 당시 관방장관과 가까워지면서 역할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여성 관료와의 여행 스캔들이 불거졌지만 스가는 이즈미를 연임시킴으로써 신뢰를 확인시켰다.
16일 총리 관저를 나서는 스가 신임 총리.
| 일본 총리 관저 페이스북
니혼게이자이는 “경산성의 권한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중소기업 재편 등 경산성이 신중론을 펴왔던 정책들을 스가 정부가 주로 파고들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 정부 시절에는 미래투자회의 등 정책회의 운영을 경산성이 주도했고, 경산성이 관련된 분야에서는 변화나 개혁이 진행되기 어려웠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특히 경산성 산하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보호’ 논리에 밀려, 지난해 최저임금 5% 인상안이 무산된 것을 들었다.
아베 정부는 2015년부터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1000엔으로 올리겠다면서 연 3%씩 인상을 해왔다. 지난해 관방장관이던 스가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은 몹시 중요하다”며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 5%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당시 경산상이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을 준다”며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뒤 스가 총리는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종업원수나 자본금 규모를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 분류 기준을 “필요하다면 재편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산성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스가식 아베노믹스’의 첫단추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들린다. 현재 일본 기업의 99.7%가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있고,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본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또한 스가 총리는 앞서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외교 사안에 대한 ‘범 정부적인’ 접근을 강조하면서, 경산성이 아닌 외무성이 다시 외교정책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이 주도권을 찾으면 한일 경제갈등도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이 일본의 반도체 원자재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에 일본은 계속 반발해왔다. 하지만 수출규제 등 강경책을 이끌었던 세코 경제산업상은 지난해 교체됐고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했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지난 7월 “작년까지 3년 반 동안 정책대화가 없었으나 각 레벨에서 정보교환과 정책대화를 여러번 하면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가 총리 탄생'…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손뼉 치는 자민당 의원들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본 중의원은 16일 본회의를 열고 제99대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총재를 선출했다.
2020.9.16 chungwon@yna.co.kr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지식포럼 `포스트 아베 시대와 한일 공동 번영의 길` 세션에서 백진훈 일본 민주당 참의원과 마크 내퍼 미국 동아시아태평양담당국 한일 부차관보는 온라인으로,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는 오프라인으로 각각 참여해 대담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日스가 소통 원해…한국이 먼저 액션을"
한일 과거 일단 제쳐두고 방역 등 손쉬운 협력부터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전 징용배상문제 진전있어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일본 내각이 16일 공식 출범하면서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가 전환 계기를 맞았다. 1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2일차를 맞은 `제21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마크 내퍼 미국 동아시아태평양담당국 한일 부차관보, 백진훈(일본명 하쿠신쿤) 일본 민주당 참의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는 일단 제쳐두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접점을 찾기 힘든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에 얽매이지 말고, 스가 시대 개막에 발맞춰 코로나19 방역, 디지털정부 같은 분야에서 손을 잡으라는 게 이들 조언이다.
미 국무부 내 일본 전문가로 손꼽히는 내퍼 부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은 정치와 경제시스템이 유사하고, 첨단 의료 분야 관련 역량도 갖췄다"며 "여기에 미국까지 더해 3국이 갖고 있는 지식과 역량, 인적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서 코로나19 시대에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과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 간 교차되는 부분이 많다"며 양국이 협력할 분야가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호사카 교수는 "코로나19 분야에서 협력하면 예전처럼 활발하게 한일이 교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런 협력을 기반으로 한일 간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가 총리가 내각 내 디지털상(장관)직을 신설한 점을 언급하며 "스가 총리는 한국과 같은 디지털 정부, 디지털 사회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며 "사회가 디지털화하면 팬데믹 상황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인 만큼, 한국 디지털 노하우를 일본과 공유하며 협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는 스가 총리가 한국에 계속 강경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한국, 중국과 어려움이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닌 전략적 관계를 맺으며 소통하는 관계를 맺고 싶다"고 한 스가 총리 발언을 소개하며 일축했다.
백 의원은 "이 같은 스가 총리 발언에는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과) 시간을 들여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한국 측에서 액션이 있으면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한국에서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올해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전까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양국 실무 급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한일 정상이) `처음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만 한 뒤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일본이 양보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단락됐다는 게 일본 모든 정당이 공유하는 인식이라는 점을 한국 정부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미국의 스가 총리 취임 축하 인사는 "미일 동맹 강화"
미국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신임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며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일본 관방장관이던 스가 총리는 지난 14일 자민당 총재에 올랐고 어제(16일) 일본 의회에서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스가 요시히데가 의회에서 차기 일본 총리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일 동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의 평화, 안보, 번영의 초석이자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유지의 핵심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투명성, 책임, 개방, 번영, 평화를 위한 힘으로써 동맹을 증진하기 위해 스가 총리와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동맹을 옹호하고 미국과 일본 국민의 공유 가치를 증진하려 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도 스가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는 성명을 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동맹 추가 강화와 공동의 목표 발전을 포함해 그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구축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의 비전을 계속 추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 협력해 이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EPA=연합뉴스)
자민당 총재 선출…日 총리된 '포스트 아베' 스가는 누구?
딸기 농가 장남 스가, 고교 졸업 후 막노동 한 흙수저 출신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4일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자민당 총재로 당선돼 16일 일본 총리로 지명된다. 새롭게 선출된 차기 총리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내에도 스가 장관 개인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일본 정부의 대변인격인 '관방장관'이란 사실 외에 국내에선 잘 알려진 바는 없다.
앞서, 선거는 이날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양원 의장을 제외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394명)과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지구당) 대표 당원들(47×3=141명)이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총재 선거 결과는 스가 장관은 377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68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89표로 모두 스가 장관에 비해 역부족이었다.
스가 장관은 세습 정치인이 일반적인 일본 정치인들과 다른 '흙수저 출신'으로 꼽힌다. 그는 아키타 현의 평범한 딸기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딸기 농가의 장남으로서 가업을 이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로 상경했다. 아무런 연고 없이 막노동을 하다 호세이대 법학부에 뒤늦게 입학해 학업을 마치게 됐다.
1975년 가나가와현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중의원의비서로 활동하며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 1987년 요코하마 시의원에 당선돼 처음으로 직업정치인이 됐다. 1996년엔 자민당의 공천을 받아 47세 나이로 가나가와현 중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이 지역구에서만 8선을 했다.
아베 총리가 1차 집권 당시 건강상의 문제로 사퇴하고 우울해 하자 재기를 할 수 있다면서 위로하면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아베가 다시 자민당 총재로 복귀하자 아베 총리의 신임이 두텁던 스가는 관방장관을 하면서 7년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스가는 관방장관으로서 지난해 4월 일본의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직접 발표해 국민들에겐 '레이와 아저씨(레이와 오지상)'로 유명하다.
8일 자민당 본부에서 개최된 총재선거 연설회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딸기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50년 전의 갓 상경했던 때에는 자민당 총재거선에 입후보해서 여러분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할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나같이 보통사람이어도 노력하면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증명해 보이는 일이야말로 일본의 민주주의의 산 증거"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가 장관은 아베 정권을 계승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들이 나와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는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이미 해결 된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신임 총리가 17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복심' 이마이 퇴장... 측근 기용해 기반 다지는 스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 주도한 인사 코로나 대응서 스가 배제하며 주도권 경쟁 '경산성 주도' 아베 정권과 차별화 기대감도 이즈미ㆍ스기타 축으로 '관저주도' 지속될듯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의 출범에 맞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최측근인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총리 보좌관 겸 정무비서관이 퇴임하면서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가 총리가 '아베 계승'에만 그치지 않고 '스가 시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베 정권에서 이마이 전 보좌관이 맡아온 정책 조정은 국토교통성 출신으로 스가 총리의 오른팔인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보좌관이 맡는다. 스가 총리가 측근 중용을 통해 권력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 셈이다.
국정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마이 전 보좌관의 퇴장은 상징성이 크다. 경제산업성 출신인 그는 아베 정권에서 '문고리 권력'으로 통했다. 실제 인사ㆍ정책ㆍ외교 등의 핵심 사항은 아베 총리와 스가(관방장관), 이마이 3명이 최종 결정해 왔다. 총리관저 주변에선 "이마이를 거치지 않으면 아베 총리와 만날 수도 없다"는 하소연이 들릴 정도였다.
이마이 전 보좌관은 2006년 1차 아베 정권의 총리 비서관을 거쳐 2012년 아베 재집권 후엔 아베노믹스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전문 분야가 아닌 일대일로(육상ㆍ해상 실크로드) 협력과 쿠릴 4개섬 반환 협상 등 중국ㆍ러시아와의 외교에도 발을 담그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난해 한국을 겨냥한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의 밑그림을 그린 장본인이다.
스가 정권에서 이마이 전 보좌관의 퇴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마이 전 보좌관이 초중고 휴교와 '아베노마스크' 배포 등 아베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결정 과정에서 관방장관이던 스가를 배제하면서 앙금이 쌓였다. 당시 스가 관방장관이 밀려 났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들의 정책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아베 정권에선 재무성ㆍ외무성의 입지가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이마이를 필두로 한 경산성 출신 보좌관들이 득세했다. 이번에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를 두고 스가 정권에서 주요 정책 결정을 둘러싼 부처 간 역학 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일 수출규제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배상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 주체가 한국임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도쿄의 한 소식통은 "강제동원 배상이란 본질적인 문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마이 교체만으로 양국관계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총리관저에서 이마이 역할을 맡을 이즈미 보좌관은 2013년부터 관방장관이던 스가 총리와 호흡을 맞춰왔다. 사학스캔들 연루에다 후생노동성 여성 관료와의 불륜여행이 드러났던 그를 유임한 것은 그만큼 스가 총리의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이다.
이번에 유임된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부(副)장관도 관저를 책임질 핵심 인사다. 경찰 출신으로 내각인사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인사와 정보로써 관료사회를 장악한 '관저주도 정치'는 스가 정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스가 신임 자민당 총재로부터 꽃다발 받는 아베 총리
(도쿄 AFP=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투개표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viewer지난 8일 오후 일본 도쿄 나가타초의 자민당 본부에서 스가 요시히데(가운데) 관방장관이 당 총재 경선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