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원장인 정성호 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4회 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호 위원장(오른쪽.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열린 예결소위 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민 통신비 지급은 결국 선별지급…결정 과정 '오락가락'
[헤럴드경제] 전국민 통신비 지급은 결국 연령대를 기준으로 한 선별지급으로 결정됐다.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극적으로 합의했으나, 통신비 지급에 있어 여권 내 결정 과정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야권의 반발로 추경안 통과가 막히자 결국 선별 지급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앞서 통신비는 17∼34세와 50세 이상에만 지원하고자 했으나, 30∼40대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자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 방침을 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의 선심성 퍼주기"라며 강하게 반대했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가계 고정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15일 한정애 정책위의장)며 전국민 지급 입장을 유지했다. 입장이 바뀐 것은 추석 전 추경 지급을 위해서다. 22일이 본회의 처리 데드라인이었다.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 대표도 전날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에게 협상 재량권을 주며 "유연하게 하라. 야당의 요구 중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여야는 이날 통신비 지급 대상을 만16∼34세, 65세 이상으로 좁히고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을 무료 독감 접종 확대(105만명), 중학생 아동특별돌봄비(1인당 15만원)에 쓰기로 합의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갤럭시 'M51'/사진제공=삼성전자
1회 통신비 지원축소 결정, 국민 뜻 반영했나?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 29.2% vs 전국민 독감 예방주사 60.9%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국회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두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통신비 지급대상을 줄이고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국민들의 의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차 추경안 논의과정의 핵심쟁점인 ‘통신비 전국민 지원사업’과 ‘독감백신 무료접종 확대사업’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 국민들의 선택은 ‘독감백신 무료접종’이었다. 응답자의 60.9%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보급하는 것을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는 것보다 선호했다. 반대로 통신비 지급이 더 필요하다고 본 이들은 23.2%, 답변을 보류한 이들(기타 및 모름)은 15.9%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독감 예방주사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연령별로는 18~19세를 포함한 20대에서 가장 높은 67.2%(vs 통신비 21.3%)의 선호도를 보였고, 60대 이상이 66.3%(vs 20.4%)로 뒤를 이었다. 통신비 지급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은 연령은 30대(26.2% vs 57.9%)였다.
제작=윤기만 디자이너
지역별로 통신비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은 곳은 호남권(31.1% vs 56.1%)이었다. 다음으로는 제주가 26.9%(vs 46.2%), 인천‧경기가 24.8%(vs 61.2%)로 나타났다. 독감주사에 대한 선호가 높은 곳은 충청권(68.0% vs 20.0%)이었으며, 부산‧울산‧경남이 65.9%(vs 22.1%)로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의 통신비 지급사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는 점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답한 이들의 37.8%가 통신비 지급을 선택하며 여타 계층의 응답을 훌쩍 넘어섰다. 심지어 독감예방주사를 선택한 이들은 48.8%로 응답계층 중 제주지역 응답자(46.2%) 다음으로 적었다.
반면 국정수행을 두고 ‘잘 못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8.0%만이 통신비 지급에 대한 선호를 보였다. 독감주사를 선택한 이들은 74.1%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응답자의 정치성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스스로를 진보층이라고 분류한 이들은 통신비 지원을 선택하는 비중이 30.7%(vs 독감 56.0%)로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스스로를 보수층이라고 답한 이들은 22.3%가 통신비 지급을, 65.2%가 독감 예방주사를 선택했다. 본인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서는 18.8%가 통신비 지급을, 61.3%가 독감 예방주사를 선택해 통신비 지급에 대한 중요도를 가장 낮게 평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무선 99%, 유선 1%, 무작위 RDD추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응답률은 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통계보정은 2020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밖에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oz@kukinews.com
(사진=씨넷)
김태진 기자
통신비 2만원 지원 어떻게 받나요
만 13~34세‧65세 이상 지원… 알뜰폰‧선불폰 되고 법인폰 제외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하면서 통신비 2만원 지원 대상이 사실상 확정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22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 중 통신비 지급과 관련해 기존 만 13세 이상 국민에서 만 16~34세, 만 65세 이상으로 축소해 지급키로 결정하고, 해당 예산으로 5천602억원을 배정했다.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최종 확정돼 지급된다.
이에 따라, 만 16~34세, 만 65세 국민은 이용 중인 이동통신서비스 9월분 요금에서 2만원을 차감 받는 형식으로 지원받게 된다. 후불폰 외에 알뜰폰과 선불폰도 지원되며 법인폰은 제외된다. 통상 이동통신 요금이 다음 달에 청구되기 때문에 10월 요금에서 차감되며 요금이 2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다음 달로 이월돼 차감 지원된다.
후불폰과 선불폰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 후불폰이 우선 지원되며 다수의 후불폰을 이용하는 경우 먼저 개통된 폰이 우선 지원된다. 선불폰은 9월말 기준으로 15일 이상 사용기간이 남아있는 경우에만 지원된다. 별도의 신청 절차는 필요 없으며 다른 가족 명의로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 본인 명의로 변경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신분증, 건강보험증, 가족관계증명서 등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지참하고 대리점‧판매점을 방문하면 간편하게 명의를 변경할 수 있다”며 “보다 손쉬운 방법을 통신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김종호 민정수석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성 정무수석(오른쪽 두 번째)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 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 법사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통신비 지급 대상서 만 35~64세는 왜 제외됐을까
野 반대, 여론 악화에 만 13세 이상 일괄지급서 후퇴 "세금 가장 많이 내는 연령대인데 차별"…불만 여론도 '추석 전 지원금' 지급 속도전 위해 통신비 지원 축소
35~64세, 고정수입 있거나 지원금 대상 가능성 높아 중학생도 학습지원금 지급으로 중복 지원돼 빠져
서울=뉴시스] 김형섭 윤해리 기자 = 여야가 22일 발표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 합의안에서 당정의 통신비 2만원 지급 약속이 후퇴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만 35~64세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통신비 2만원 지원 범위를 만 16~34세 및 만 65세 이상으로 축소하는 것을 비롯한 8개 항의 4차 추경 처리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은 만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4차 추경에 약 9300억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만 35~64세는 통신비 지원 대상에서 빠지고 배정된 예산도 5602억원이 줄어들게 됐다.
이를 놓고 통신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연령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연령대를 차별하고 있다", "선별지급에 찬성한 것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쓰이기를 바랐던 것인데 나이로 차별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차별할 것이면 그냥 다 주자 말라" 등 부정적 댓글이 달렸다.
사실 애초 4차 추경을 통한 통신비 지원은 선별지급이었다. 정부는 4차 추경 성안 단계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35~49세를 제외하고 17~34세와 50세 이상에게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만 13세 이상 통신비 2만원 일괄 지원을 건의해 대상을 확대시켰다.
하지만 이를 놓고 1인당 고작 2만원 지원을 위해 1조원 가까운 돈을 쓰는 것이 합당하냐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 혈세로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야당의 반대도 컸다.
1인당 2만원의 통신비 지원은 필요한 재원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은 만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한 집중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민주당은 비대면 활동 증가로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증가했으며 4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 8만원이 결코 작지 않은 지원이라고 맞섰으나 야당의 반대를 꺾지 못했다. 이날 중 4차 추경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면 추석 전 재난지원금 지급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조급함도 작용했다.
청와대에 만 13세 이상 통신비 2만원 일괄 지원을 직접 건의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합의에 대해 "빨리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불가피했다"며 "통신비를 국민께 말씀드린 만큼 도와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야는 민주당이 추진하던 통신비 2만원 지급 대상을 줄이고 여기서 확보된 5602억원의 재원으로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추경의 다른 사업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연령대를 중심으로 통신비 지급 대상을 새로 짠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서명식 후 브리핑에서 "통신비 예산 삭감은 저희도 사실 수용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경이 시급하고 추석 전에 집행해야 하는데 야당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자칫 추경 처리가 너무 지연되면 민생 현장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을 감안해서 부득이하게 감액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액 편성 기준을 어떻게 할지 고민 속에서 이번 추경에서 혜택이 없는 분들, 수입 없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 지원은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정했다"고 부연했다.
중학생(만13~15세)의 경우 아동특별돌봄비 확대에 따라 '비대면 학습지원금'이란 명목으로 15만원을 지급받게 돼 통신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만 35~64세는 고정수입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외된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만 35~64세의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새희망자금)나 특수형태고용노동자·프리랜서(긴급고용안정자금)에게 지급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큰 연령대라는 판단도 깔렸다.
박 의원은 "아동 양육 한시 지원 사업을 확대함에 따라 중학생까지 통신 지원할 경우 이중으로 (지원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서 뺐다"며 "고등학교부터 34세까지는 직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 수입이 고정적으로 있지 않은 계층으로 봐서 고등학생부터 34세와 65세 이상으로 통신비 지원대상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통신비 지원 대상 축소로 절감한 재원을 전국민 20%(1037만명)에 대한 코로나 백신 물량 확보, 취약계층 105만명을 대상으로 한 독감 무상 예방접종, 소득 감소 법인택시 운전자 100만원 지원, 아동특별돌봄비 지원 대상 중학교 확대, 유흥주점·콜라텍에 대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 지원 등에 쓰기로 했다.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브리핑에서 "여당에서 국민들의 비판적인 여론과 야당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수용해서 만 13세 이상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원래 추경 편성할 때 집중하겠다고 한 정신을 살려서 주로 청년층과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통신비를 감면키로 해서 5000억원 이상 재원이 확보됐다"며 "그래서 저희 당에서 주장하거나 추경소위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함께 주장한 사업들이 대거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bright@newsis.com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신문·뉴시스
돈은 내가, 생색은 누가?" 통신비 지급 대상 제외된 4050 '부글부글'
[서울경제] 여야가 22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협상 끝에 통신비를 나이에 따라 선별 지원하고 아동특별돌봄비를 중학생에까지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통신비 지급 범위를 축소해 얻은 약 5,206억원의 예산을 통해 중학생 돌봄비, 백신 무료접종 예산을 확대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정부안보다 296억원의 추경을 감액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를 열고 통과시킨 4차 추경안에 따르면 추경 심사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16~34세 △65세 이상 2개 연령으로 축소됐다. 대신 돌봄비 지급 대상이 당초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상향조정됐다.
하지만 35세에서 64세 계층이 ‘통신비 추경 사각지대’로 남으면서 일각에서는 반발 여론이 나오고 있다. 34세와 35세의 기준이 모호하고, 소득·자산 기준이 아닌 연령별로 지급 대상을 한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만35~64세는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연령대인데 혜택을 못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 “한 살 차이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합리적 이유를 설명해달라”, “통신비 지원 목적이 비대면 업무 증가 때문이라고 했는데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가 제외된 이유가 무엇인가”,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억울하다”, “돈은 내가 내고 생색은”, “세금 제일 많이 내고 돈 제일 많이 쓰는 40대는 봉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30~60세대가 현재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으로서 세금을 가장 많이 부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 국민 혜택’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억울함의 표출로 해석 되는데, 여야는 ‘2만원 통신비’ 지급 대상에서 35~64세가 제외된 것은 대체로 고정수입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추경 지원의 긴급성이 떨어지고, 소득·자산 기준으로 통신비 지원 대상을 선별할 경우 행정자원이 상당히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결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야당이 통신비 지원 전액을 삭감하자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방어한 결과”라며 “경제활동인구가 아니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활동은 많은 이들에게 최대한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이해찬 전 대표의 전기 출간 행사에서 “말씀드렸던 만큼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빨리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선별 지급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 늦지 않게 추경을 처리하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초 여당이 강조했던 ‘추석 전 지급’이라는 속도전을 현실화하고, 어려운 계층 위주로 정부 혜택을 분배하기 위해선 연령별 선별 지원이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핵심 경제활동계층이 정작 추경 지원에서는 배제되는 역설적인 모양새가 연출된 데 대해 여론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40대 가장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고정수입이 있는 만큼 지출도 큰 세대라는 방증인데, 정부 지원에서 통째로 배제된 것에 대한 소외감이 크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정부의 추가경정(추경)예산안과 관련해 소비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가족 대표 명의의 다회선 가입자 또는 월 2만원 이하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례 등 경우의 수가 많아서다. 1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서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만원씩 지급하는 통신비 지원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통신비 지원은 이통사에서 1명당 1개 휴대폰에 올 9월분 요금을 일괄 차감한 뒤 예산으로 이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하지만 가족 1명이 대표로 다회선에 가입해 있거나, 월 2만원 이하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 온전한 혜택을 받기 어렵다.
다회선 개통은 한 사람이 본인 명의로 여러 개 회선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자신 명의로 휴대폰 3대를 개통해 부모님과 중학생 자녀에게 각각 한대씩 사용하도록 하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6만원(3인 기준)에서 2만원으로 떨어진다.
대표자 한 명에게만 요금 통지서가 배부되기 때문에 별도의 명의변경 절차를 밟지 않으면 통신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청소년의 경우 유해물 차단 목적으로 가족간 다회선 가입을 하는 경우가 있어 2만원의 통신비 지원을 받으려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선불 요금제 또는 월 2만원 이하 알뜰폰 요금제 가입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선불폰 이용자는 "아예 기대를 안하고 있다. 월 기본료 0원에 사용하는 만큼 미리 충전해서 쓰는 선불폰 사용자들은 어떻게 지원해줄꺼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다른 선불폰 이용자는 "선불폰 고객센터에 전화해보니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설명만 들었다. 선불폰 지원이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고 했다.
알뜰폰 요금제 사용자도 "알뜰폰 이용자들은 저렴하게 요금을 이용하니 지원금이 안나오는 게 아니냐"며 "2만원 이하 요금을 쓰면 따로 남은 금액은 개인계좌에 따로 입금해주는 거냐"고 반문했다.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의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2%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7.8%였고 4.0%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통사는 괜히 불똥이 튈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다회선 이용자는 명의 변경을 하면 되고, 결제일이 다른 경우 통신비 지원안이 확정되면 지원하는 데에는 행정적으로 문제가 크지 않다"고 답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핵심 쟁점인 ‘통신비’ 지급 대상에서 4050세대를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는 만 35~64세 계층은 대체로 고정 수입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나 통신비 2만원 지원을 놓고 연령대를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통신비를 당초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16∼34세 및 65세 이상’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애초 9천200억원 수준이었던 관련 예산은 약 5천200억원 삭감된다. 여야는 13~15세는 중학생 아동특별돌봄비를 받는다는 점을 들어 통신비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만 35~64세 계층은 대체로 고정수입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여야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결국 35~64세 계층이 고스란히 ‘추경 사각지대’로 남은 셈이다. 여야는 소득, 자산 기준으로 지원대상을 선별하는 것은 상당한 행정 지원이 소요되는 만큼 ‘추석 전 지급’이라는 속도전을 뒷받침하려면 연령 기준으로 지원대상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4050 세대가 추경 지원에서 배제된 것을 놓고 불만 섞인 여론이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일부 연령만 한다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 "아예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게 낫다", "저소득층 위주로 지원해라" 등의 비판이 나온다. 이번 통신비 지급 대상에 포함된 연령대는 다음달 부과되는 이번달 요금에서 2만원이 지원된다.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통신사가 지원 대상 연령대 가입자의 요금을 2만원 감면해주면 정부가 예산으로 이를 보전해줄 방침이다. 휴대전화가 여러 개인 가입자는 하나의 회선에 대해서만 지원받을 수 있고,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선불폰, 알뜰폰도 지원이 가능하고 월 이용요금이 2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남은 지원금액을 다음 달로 이월해 2만원 정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에너지경제 / 대한민국 경제의 힘, 에너지경제>
▲연합뉴스 제공
통신비 '선별지급' 없던 일로…'원팀' 잡음에 체면 구긴 당정청
문대통령-이낙연 뜻모은 '전국민 통신비'…4차 추경 여야 협상 거치며 무산 '최재성 수석이 냈다' 아이디어 진원진 논란까지…청 "최 수석, 조율만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전격적으로 추진했던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 대책은 결국 여야 협상 과정에서 '선별 지급'으로 정리됐다. 야당의 반대와 부정적인 여론 탓에 돌고돌아 최초 결정이었던 '선별 지급'으로 결론이 나면서, '원팀'을 강조했던 당정청의 논의 과정이 사실상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전국민 통신비 지원안의 경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해 수락을 받아낸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이 대표로선 체면을 다소 구기게 됐다. 국회는 전날(22일) 밤 본회의를 열어 7조8000억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 대응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다.
여야는 전날 전격 합의를 통해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에서 '16∼34세 및 65세 이상'으로 통신비 2만원 지급 대상을 축소했고, 아동특별돌봄비 지급 대상을 중학생(1인당 15만원)까지 확대했다.
◇코로나 재확산 탓 시작된 4차 추경 논의…여야 모두 최초엔 "선별지급"
전날 여야의 4차 추경 합의안이 나오기까지 지난 한 달간의 협상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초 4차 추경 논의는 코로나19 확진자 재확산으로 본격화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타격이 날로 심해지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 방식과 달리 취약계층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선별지원이 우선해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었다.
9월 정기국회 첫날인 지난 1일 이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나 4차 추경안 편성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뜻을 모은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이 때문에 통신비 지원 등을 담은 2차 재난지원금의 추석 전 지급은 무난해 보였다.
지난 6일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통신비 지급 대상은 피해가 큰 계층을 우선 지원하는 '선별지급' 기조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그러나 통신비의 경우 17∼34세와 50세 이상에만 지원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30∼40대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커졌다.
◇여권 내부 반대로 '전국민 지급' 선화했지만 국회 심사로 다시 원점
또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등 여권 내부 반대에 부딪히면서 기류는 조금씩 바뀌었다.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새 지도부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통신비 13세 이상 전 국민 지급'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문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이 대표가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며 '적극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이는 추경 편성 과정에서 사실상 여당이 키를 쥐고 정부와 청와대를 설득하며 주도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10일 통신비 전국민 지급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적은 액수이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며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민 통신비 지급안'은 이번엔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측은 "선심성 정책 남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통신비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하는 여론 비율이 높았고 '어려운 계층을 더 많이 지원한다'는 맞춤형 지원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후 전국민 통신비 지원은 국회에서 논의 과정을 거치며 급격히 동력을 상실했다. 청와대는 통신비 지급 문제로 여야가 갈등을 겪자 "국회가 합의할 일"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추경 협상 과정에서 통신비 전국민 지급안을 철회했다.
13일 만에 전국민 통신비 지급은 논란만 일으킨 채 없던 일이 됐고, 여당 지도부로서도 다소간의 정치적인 부담을 지게 됐다. 당정청이 통신비 지급을 두고 전국민 지급과 선별 지급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불필요한 잡음만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여야는 한발씩 양보했다며 '추경 협치'라고 평가했지만 추경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가 원만하게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전국민 지급' 아이디어 진원지 논란까지…당청 모두 곤혹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갈등의 출발점이었던 '전국민 통신비 지급' 아이디어의 최초 진원지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4차 추경의 '선별 지원' 원칙과는 다른 통신비 전국민 지급을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강하게 밀어붙여 오히려 무리수를 뒀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6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에서 최재성 수석이 처음 제안했고, 이를 이낙연 대표가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통신비 관련 최재성 정무수석은 당·정·청 입장을 정무적으로 조율했을 뿐"이라고 반박성 설명을 내놓았다.
최 수석이 '최초 제안'이 아니라 '조율'의 역할에 그쳤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선 통신비 전국민 지급 아이디어 제안자를 두고 이제 와서 당청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양상으로도 볼 수 있어 이래저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여야, 4차 추경안 처리 합의…16~34세·65세이상 통신비 지원 통신3사 통신비 4000억 선부담…미납·연체료 보전 효과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이동통신 3사가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위해 약 4000억원을 선부담한다. 이 외에도 다회선 이용자의 명의변경, 취약계층 선별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불가피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요금연체, 미납 손실액 보전에 따른 수익이 이 같은 추가 비용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비 지급과 예산 집행 사이의 시차로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과 추가 부대 비용은 최소 수억원이지만 연체·미납자들의 결손이 해소되는 규모는 이보다 더 커 결과적으로 통신비 2만원 정책은 통신사에게 실보다 득이 클 것으로 보인다.
통신비 2만원은 통신사가 선부담하면 정부가 후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신사는 4차 추경이 처리되면 다회선 이용자의 명의변경, 취약계층, 알뜰폰, 선불폰 등을 선별하기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업체들을 위해 이통3사가 알뜰폰 업체가 부담해야할 금액을 먼저 지원해주고 나중에 정부로부터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통신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을 대비해 예비비를 집행하거나 단기 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추가 부대비용이 발생해도 통신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일이 없다는 분석이다. 요금연체, 미납 사례 감소로 인한 수익이 더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2019년 연령대 및 통신사별 유무선 통신 요금 연체현황'에 따르면 무선통신비를 내지 않는 연체자는 6월 말 기준 35만9199명으로 집계됐다. 이 연체인원만 대납해도 통신사들은 71억8398억원의 수익을 얻는다.
채권 손실율도 낮아진다. 통신비가 3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통신비는 신용정보사로 추심이 이관된다. 만약 7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통신비 2만원을 지원받으면 9월 요금은 5만5000원이 된다. 이 가입자가 9월분 요금을 미납해 채권 추심으로 넘어가면 통신사의 채권 손실율은 100%(7만5000원)에서 73%(5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9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2019년 연령대 및 통신사별 유무선 통신 요금 연체현황'에 따르면 무선통신비를 내지 않는 연체자는 지난 6월 말 현재 35만9199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 집계된 연체인원만 대납한다고 해도 통신사들은 71억8398억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 연체 규모는 공개할 수 없지만 매출결손에 대해 보전이 되는 효과가 꽤 클 것"이라며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 4000억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재정으로 보전해준다면 통신사에게는 실보다 득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는 4차 추경이 처리되면 재난지원금 지원 동의 절차를 위해 정부에 개인정보를 제공을 해야 한다. 이 역시 통신사 입장에서는 재무적으로 손해볼 일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통신비 감면 지원 임시센터를 구축하고 상담안내 등을 진행해 상담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확대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통신사는 당장 콜센터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1차 재난지원금 지원 당시 결제 가능점들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듯 정부가 통신사와 구체적으로 협의를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며 "재정으로 메워주는 돈이기 때문에 추경이 통과되면 통신사는 그대로 선부담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통신비 2만원 지급대상을 기존 13세 이상 전국민에서 16~34세, 65세 이상으로 조정했다. 예산은 9300억원에서 5300억원이 삭감된다. 이날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과기정통부와 이통3사는 지원금 지급 절차 및 시기에 대해 협의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는 정부로부터 3~4개월 뒤에 정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요즘 정부·여당 사람들의 입에 붙은 말이 하나 있다. '국민 동의'와 '국민 정서'다.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의대생들을 구제해주느냐는 문제에서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묘한 어법을 쓴다. 과연 '국민 동의'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싶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거나 자칭 국민을 대변한다는 유력 정치인들의 입을 주목하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지난 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의대생 구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4%로 나타났다. '국민 동의'가 아직 없다고 정부가 판단하는 이유다. '국민 정서'를 받아들이는 데 일관성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선 응답자의 58.2%가 '전국민(13세 이상)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반대했는데도 당정은 2만원 지급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가 많은 고민 끝에 판단한 것"(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라며 반대 여론을 못 본 체 한다.
통신비 지원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재난지원금) 전달방법"이라는 말에서 속내를 비치긴 했다. 과거 야당시절부터 민주당이 유독 통신요금에 집착해온 점을 떠올리면 왜 이렇게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목을 매는 지 이해할 수 있다.
◆과거 통신요금 인하 압박과 그 허실
2000년대 들어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시민단체들은 통신요금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와 비교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심지어는 '원가를 공개하라'며 날을 세웠다. 지금의 민주당이 야당인 때에는 국정감사장에서 '과도한 통신요금'이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3G 같은 미래사업의 투자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당시 업계의 주장은 요금 폭리를 위한 과점대기업의 탐욕으로 비쳐졌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압박과 대국민 선전전이 그만큼 강력했다.
통신산업은 정보기술(IT)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고 정보통신(ICT) 혁명의 핵심이기 때문에 미래사업 투자가 중요하다는 정부의 설명도 업계를 비호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금인하 주장 앞에서 정부 또한 새우등 신세였다.
세월이 흘러 당시 업계와 정부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노키아, 모토로라 등과 어깨를 겨루며 착실히 경쟁력을 쌓아갔다 . 하지만 통신장비 부문에선 루슨트테크놀러지, 시스코시스템스 등에 밀려 거의 포기해야 할 수준이었다.
그래도 장비사업의 명맥을 이어간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스마트폰과 국내 통신업계의 5G 경쟁력을 바탕으로 통신장비 사업의 전기를 마련했다. 삼성의 5G 통신장비 세계시장 점유율(올 1분기)은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에 이어 4위(13.2%)에 올라 있다.
마침 미국이 화웨이 고사 작전에 나섰고, 그 영향으로 삼성은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는 잭팟을 터트렸다. 국내 통신업계의 선(先)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이 있었기에 이런 절호의 기회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5G 시대, 가계통신비 부담 어떻게 낮출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위기 대처법?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통신요금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요금인하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여의도 정치권으로 흘러들고, 야당의 기업 공격 수단으로 이어지면 정치이슈화하기 십상이다. 야당이 국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금 부분을 건드렸고, 일정한 인하 성과는 모두 야당 덕이라는 식으로 포장됐다. 경제분야 포퓰리즘의 시초라 봐도 될만 하다.
업계는 최신 휴대폰 판매 때 보조금 지급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줘온 게 사실이다.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3개 사업자의 '3자 정립' 구도로 짜여져 보조금 지급이 시장지배력 확장으로 쉽게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조금은 소비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이 있다. 이런 점들은 가려지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통신요금 인하 성과만 부풀려지곤 했다.
사연이 적지 않았던 통신요금이 오랜만에 다시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통신비 지원이야말로 국민이 체감할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코로나 위기 대처방법'이라 정부·여당이 믿기 때문이다.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려다 '전국민 지급'이란 정치적 유혹을 못 이겨낸 결과가 '통신비 2만원 지급'이다.
오랜만에 통신요금 이슈의 위력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을 것이다. 이 수석 말마따나 정부로서도 "많은 고민을 한 결과"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전국민 지급일 뿐, 큰 도움 안돼
당정의 고위급들이 통신비 2만원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하나 빼먹은 게 있다. 바로 가구 구성의 변화다. 이들은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3~4인 가정은 6만~8만원의 적지 않은 지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하찮은 액수의 돈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1~2인 가구가 58%에 이르고 있다. 이번 통신비 지원금은 가구 별로 따져도 2만~4만원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란 얘기다.
가구 구성의 변화를 모를 리 없는 분들이 자꾸 4인가구 기준으로 지원금이 적지 않고, 국민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냥 모든 국민에게 줬다는 생색을 내고 싶을 뿐인데, 자꾸 금액 규모를 얘기하니 이런 무리한 설명이 따라붙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권의 '통신비 집착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공학과 포퓰리즘의 외피를 입고 부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