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김천 / 정치에디터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1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은 물론 힉스 고문 등 측근들이 확진된 사실을 공개하지 말라고 측근들에게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김천 / 정치에디터 기자
트럼프, 코로나 확진 알고도 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 시각)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이미 항체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두번째 검사’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백악관은 항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경우에 한해서만 이를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저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 내용을 확인하며 자신도 두번째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힉스 보좌관에 대해) 방금 들어 알았다"며 "나는 오늘이나 내일 아침에 결과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벽 1시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확진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측근들에게도 ’결과를 공개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그가 보좌관 중 한 명에게 "아무에게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을 들은 사람이 있다며, 이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은 1일 저녁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힉스 보좌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뉴저지주(州)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뒤였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3일 저녁 스테피언 본부장의 확진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0월 2일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육군병원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엇갈린 발표가 이어지면서 백악관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WSJ에 "백악관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트위터와 TV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웨스트 윙은 어떤 공식적인 소통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션 콘리 대통령 주치의와 정 반대되는 입장을 밝혔을 때도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망할놈이 그런 말을 했느냐"며 색출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메도스 실장은 콘리 주치의가 3일 오전 ‘모든 상황이 좋다’며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백브리핑(익명의 당국자 배경설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맥박, 호흡, 혈압, 체온 등 활력 징후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태였다"며 "앞으로 48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WSJ의 보도와 관련해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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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건재함 과시’ 트럼프, 알려진 것보다 심각했던 ‘정황’ 드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중에도 꾸준히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리고 지지자들을 보기 위해 깜짝 외출에 나서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치료 경과 등이 하나둘씩 공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꽤 심각한 상태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고비는 넘기고 퇴원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언제든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증상 가볍다면서 중증 치료제 계속 투여
4일 미 대통령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의 일환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인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과 의학 전문가들은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우려스러운 이유라고 말한다.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춰주는 치료제지만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억제하는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산소 보충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덱사메타손을 투여하지 말라고 권고해왔다.
그럼에도 의료진이 트럼프 대통령에 이 약물을 처방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그의 호흡기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이후 산소포화도가 두 차례나 정상 기준 이하로 내려왔다고 이날 밝혔다.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 약물을 투여하는 것으로 인한 위험요인보다 잠재적 이득이 더 많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급한 상황을 막아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직후 투여 받은 치료제 렘데시비르 역시 경증 환자에게는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다. 미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 치료제는 비교적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이 만든 항체 약물도 투여 받았다.
이 약물은 렘데시비르와 함께 사용했을 때 인체에 안전한지 여부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는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이 다급했다는 점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뉴욕 의대 봅 레히타 교수는 CBS에 “동전 뒤집히는 것과 같다”며 “상태가 좋다가도 불과 3시간 뒤에 몹시 나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백악관·의료진 ‘말 바꾸기’도 의혹 키워
백악관과 의료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병원으로 이송되던 2일 오후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경미한 증상이 있을 뿐이고 예방적인 조처를 위해 병원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날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산소포화도가 계속 내려가고 있었고 중증 환자에게 투여되는 치료제를 맞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4일 기자회견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 치료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랬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폐 상태가 어떤지, 그가 폐렴을 앓고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날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언론 인터뷰를 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격한 질책을 들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건재함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건강상태를 부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언제 감염 됐는지, 현 상태는 어떤지를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 션 콘리는 건강상태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투여한 점으로 볼 때 향후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거나, 감염이 공표된 것보다 빨리 이뤄졌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4일(현지시각) 션 콘리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이 개발중인 항체 약물,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뒤 세번째 약물이다.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시험 결과 코로나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은 치료제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의 경우 35%, 트럼프 대통령처럼 산소보충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20% 각각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태이거나 심각한" 코로나 환자에게만 이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우리는 심각하지 않은 코로나 환자 치료에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국립보건원(NIH) 가이드라인도 산소 보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도의 환자에게는 덱사메타손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 이 약이 현 시점에 투여된 것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빠졌거나 혹은 그가 발표된 것보다 일찍 코로나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국 명문사립대 밴더빌트 대학의 감염병 전문가 윌리엄 샤프너는 "의료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덱사메타손을 준 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통제 불능이 되는 2단계로 넘어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덱사메타손은 면역 반응을 진정시켜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콘리는 덱사메타손을 투여했을 때의 리스크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덱사메타손 투여를 시작해도 될 지 토론을 했고, 이번에는 투여했을 때의 잠재적인 이익이 리스크를 웃돈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헀다.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얼버무리거나 감염시기에 대해 백악관과 다른 답변을 내놓으면서 대중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콘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후 경미한 증세가 있다는 식으로만 공지했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2일 고열에다 산소호흡기까지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사실이 공개된 지 35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이 진단을 받은 지 72시간이 됐다고 언급했다가 ‘세번째 날’을 잘못 말한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앞서 콘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 포화도가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냐는 질문에 "월터 리드 병원에선 그런 기록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고, "백악관에서는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94% 아래였던 적은 있으나, 80%대로 떨어진 적은 없다"며 핵심을 벗어난 답을 내놨다.
그러나 2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 포화도가 두차례 93% 아래로 떨어졌다고 인정했다. 산소포화도는 일반적으로 95~100% 값을 지니며, 90% 이하면 저산소혈증이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폐 엑스레이와 CT 스캔 결과와 관련한 질문도 얼버무렸다.
그는 "예상되는 결론들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주요한 우려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폐 기능에 대해선 "폐 기능 검사 결과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3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 보충 치료를 받았냐는 질문에 "어제(2일)와 오늘(3일)은 없었다"고 답했지만 4일 회견에선 "2일 받았다"고 번복했다. 이에 대해 "나는 병의 경과와 관련해 의료팀과 대통령이 가졌던 낙관적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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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의 회의실에서 업무를 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백악관 제공
트럼프, 이르면 내일 퇴원한다는데…혈중 산소 부족 등 의문 여전
의료진 “트럼프, 매우 잘 지내…퇴원 후 백악관서 치료” 그러나 트럼프, 두 차례 혈중 산소 농도 크게 떨어져 의료진, 폐에 손상 있는지 등 핵심 질문에 답변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좋다”면서 “이르면 5일(현지시간) 퇴원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두 차례 혈중 산소 농도가 크게 떨어졌었다고 시인했다.
특히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 농도가 위험 수위까지 내려간 적이 있는지, 폐에 손상이 있는지 등 핵심 질문에 답변을 피하면서 그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의료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방한 약이 ‘가벼운 증상’의 환자에게는 주지 않는 치료제라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도중 차량을 이용해 깜짝 외출을 한 것도 건강악화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숀 콘리 주치의, 브라이언 가리발디 박사 등은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콘리 주치의는 “정확한 사실은 그(트럼프)의 매우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리발디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 중에 있으며 상태가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처럼 좋아보이고 상태가 계속 좋다면, 우리 계획은 이르면 내일(현지시간 5일) 퇴원시켜 그(트럼프)가 백악관에서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콘리 주치의는 지난 2일과 3일에 두 차례나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졌던 사실을 공개했다.
숀 콘리 주치의가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하고 있는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콘리 주치의는 “지난 2일 늦은 오전 무렵, 고열과 함께 혈중 산소 포화도가 일시적으로 94%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산소 보충이 필요없다’면서 상당히 단호한 태도를 취했지만 약 2ℓ의 산소 공급이 이뤄진 뒤 산소 포화도가 95% 이상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콘리 주치의는 이어 “어제(3일) 혈중 산소 농도가 약 93% 아래로 떨어지는 ‘또 다른 사건(another episode)’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주시했고, 다시 (혈중 산소 농도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콘리 주치의는 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산소가 공급됐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콘리 주치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 농도가 위험 수위인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는지, 폐에 이상 증세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답을 피해갔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의료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폐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으며 ‘일부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으며 크게 우려할만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콘리 주치의는 산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기본 치료제로 간주되는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복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혈중 산소 농도가 98%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혈중 산소 농도는 코로나19 환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핵심 척도”라면서 “정상 지수는 95%∼100%이며, 90% 아래면 걱정스러운 단계”라고 지적했다.
일부 의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처방된 ‘텍타메타손’이 백악관이 밝힌 대로 ‘가벼운 증상’에 사용되는 치료제가 아니라고 이전부터 경고했다고 CNN방송은 주장했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는 병의 경과와 관련해 의료진과 (트럼프) 대통령이 가졌던 낙관적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나는 병의 경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지도 모를 어떤 정보도 주지 않기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콘리 주치의는 이어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진실이 아니었다”면서 “이 일의 정확한 사실은 그(트럼프)가 매우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오후 월터리드 군병원 앞을 차량으로 돌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했다.
[연합뉴스]
다급한 트럼프 병원밖 깜짝 외출..의료진도 없이 요원들과 차 탔다
트럼프, 예고없이 차 타고 병원 앞 돌아 "확진자 격리 의무 위반, 비밀경호국 요원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행동" 비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후 5시가 조금 지나 자동차를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대통령 선거까지 30일을 남겨둔 이날 대통령 건강 상태에 대한 의한 의혹이 제기되고, 코로나 감염 이후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건강악화설을 불식시키고 지지자를 결집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CNN 생중계 화면에 따르면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뒷좌석에 탑승한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 앞 도로에 나와 있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한 지난 2일 이후 병원 앞에는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 재선 희망 '트럼프-펜스 2020' 깃발을 흔드는 지지자들이 밤을 새우며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성조기를 손에 든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이 지나가자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오후 월터리드 군병원 앞을 차량으로 돌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했다.
[CNN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어두운색 정장에 흰 셔츠,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이었다. 그가 가끔 쓰거나 꺼내 보이던 검은색 천 마스크를 썼다. CNN은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외출로 보인다고 전했다. 차량이 멈추거나,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거나 말하지는 않았다. 사진 촬영용 홍보행사 일명 '포토 옵(Photo Op)'이었다.
SUV 안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각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이 탑승했다. 이들은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때 쓰는 N95 마스크를 쓰고, 보호안경과 보호 가운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이고, 자동차 같이 좁고 공기 순환이 안 되는 닫힌 공간에 확진자와 함께 있는 것은 일정한 장비를 갖췄더라도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CNN은 "감염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확진자와의 거리와 시간 등이 꼽히는데, 대통령 홍보 행사 지원을 위해 비밀경호국 직원들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애비 필립 CNN 정치 담당 기자는 "일반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입원치료 받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직원들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들 공무원의 가족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비판이 올라오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확진자는 자가 격리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 밖으로 나오기 직전 동영상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다소 수척하고 창백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음성은 또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를 띄며 "매우 흥미로운 여행이었다. 나는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배웠다"라면서 "이것은 진짜 학교다. 책으로 배우는 곳이 아니라 진짜로 배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제 여러분을 깜짝 방문할 것"이라며 "이 영상을 보기 전에 거리에 있는 나를 먼저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외출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 받은 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2∼3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바이든 지지율은 51%, 트럼프 지지율은 41%로 나왔다고 전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최근 몇 주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약 1∼2% 포인트 더 벌어졌다.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오후 3시께 추가 취재 일정이 없다고 공지하며 이날의 동행 취재 기자단을 사실상 해산했다. 그리고 약 두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외출'이 성사된 것으로 미뤄 행사가 상당히 급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2일 새벽 1시께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으며, 그날 오후 6시께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동영상 메시지는 입원 후 두 번째 영상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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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소재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차량에 탑승해 병원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상태 호전, 이르면 5일 퇴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이르면 오는 5일(현지시간) 퇴원할 수도 있다고 담당 의사들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입원 후 그의 상태를 놓고 일부 의료진과 주변 고문들의 주장이 엇갈렸으나 4일 백악관 주치의인 숀 콘리 박사는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상태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며 퇴원도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콘리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가 떨어지기도 했으며 체온 언급없이 고열 증세를 보였다며 중환자에게 투약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약받은 스테로이드는 덱사메타존으로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호흡이 곤란하거나 산소 공급을 받아야할 코로나19 중환자들에게 사용을 권장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의료진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한 지난 2일 혈중 산소 농도가 94%로 떨어져 산소 공급을 받았으며 3일에는 93%까지 떨어졌다. 정상인들의 혈중 산소 농도는 보통 95~100%를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제네론에서 실험 중인 코로나19 항체 약물과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모두 투약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잠시 차량에 탑승해 병원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리드 병원에서 계속 집무를 보고 있다며 일부 사진을 공개했으며 4일 국가안보 관련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고문은 CBS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여러 대책들을 마련해놓고는 있지만 현재로써는 권력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넘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입원을 틈타 미국의 적대국들이 상황을 악용하지 말것을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9월29일(현지 시각) 미국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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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말끊은 트럼프 지지율 뚝뚝…격차 역대 최대
WSJ·NBC, 첫 번째 TV토론 후 트럼프 확진 이전 조사한 것
오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권자 지지도가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이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전 이뤄진 것이다.
WSJ와 NBC가 9월 30일~10월 1일 미 전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53%, 트럼프 대통령은 39%의 지지를 받았다. 두 후보간의 격차는 14%p로 이는 여론조사가 진행된 후 가장 큰 차이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29일 두 후보가 TV토론을 펼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이전 진행됐다. 앞서 9월 WSJ와 NBC 공동 조사에서 두 후보간 격차는 8%p였다. 응답자들은 토론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서 더 나은 자질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방해하는 행위, 예의를 지키지 않는 논쟁을 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바이든이 토론에서 더 잘했다고 답했다. 약 25%가량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17%는 두 후보 모두 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민주당원의 84%는 바이든을, 공화당원의 54%가 트럼프 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토론이 투표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4분의 1은 토론 이후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을 지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일~3일 조사된 로이터와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51%의 유권자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대통령이 10%p 뒤졌다.
ⓒUPI9월21일 워싱턴 시민들이 연방 대법원 앞에서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대법관 임명에 숨겨진 트럼프의 복잡한 셈법
트럼프는 공석인 연방 대법관을 속히 임명해 ‘선거 결과’에 활용하고 보수 우세 대법원을 만들 수도, 임명을 미루어 공화당 세력을 결집할 수도, 패배 후 잔여 임기 내에 임명해버릴 수도 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 대법관이 세상을 떠난 날, 〈뉴욕타임스〉는 1면 톱에 부고를 전하는 헤드라인에서 긴즈버그를 ‘페미니즘의 상징(Feminist Icon)’이라 칭했다. 긴즈버그는 대법관이면서도 대중문화에 자주 언급되며 ‘악명 높은(notorious) RBG’라는 유명한 별명도 얻었다.
1997년에 사망한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전설적 래퍼의 별명 ‘악명 높은 BIG’를 차용한 거다. 대법관에게는 좀 뜬금없는 별명이다.
긴즈버그의 팬들이 자그마한 체구에 항상 조용조용 말하는 유대계 할머니에게 무서운 인상을 가진 거구의 흑인 래퍼 같은 별명을 붙인 이유, 검은색의 지루한 법복을 입은 80대 대법관이 미국의 문화 상징이 된 이유,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이 연방 대법원 건물로 구름처럼 몰려들어 밤새워 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답하려면 그가 연방 대법관에 취임한 1993년 이후 크게 변화한 미국 정치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11월 선거로 또다시 요동칠 워싱턴 정가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 3단계 구조다. 전국에 94곳 있는 지방법원(district court), 13곳 있는 항소법원(court of appeals), 그리고 한 곳만 있는 대법원(supreme court)이다. 미국에는 연방법과 주법이 존재한다. 범죄가 연방법 위반인지 주법 위반인지에 따라 재판받는 법원이 달라진다.
헌법이나 연방의회가 정한 법을 어겼다면 바로 이 세 단계 연방법원을 거치게 된다. 여기에서 일하는 판사들이 연방판사다. 연방판사는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고 연방의회 상원에서 인준한다.
따라서 상원 다수당이 인준을 거부하면 판사 임명은 불가능하다 . 물론 그런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 게임을 바꿨다.
상원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기에 지명한 후보들의 인준투표 자체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연방판사 임명을 막아버린 것이다. 여기에는 2016년에 세상을 떠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원 판사의 공석도 포함된다.
그 자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채워 넣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연방판사를 보수적인 판사들로 100명 이상 채워 넣었다고 자랑하곤 한다.
어느 나라나 판사들의 정치 성향은 중요한 이슈지만 현대 미국 정치에서는 훨씬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진보·보수 대립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민감한 이슈에 관해 새로운 법이 통과되기 힘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골치를 앓은 총기 문제다.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총기 규제 주장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반대 입장이어서 새로운 총기규제법이 만들어질 수가 없다.
결국 이렇게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감한 이슈가 나오면 법원, 그것도 위헌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으로 문제를 가져가게 된다. 입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사법부가 중요해진 것이다. 과거에는 의원들이 법을 만들어서 결정할 일을 판사들이 법을 사건마다 ‘해석’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EPA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적인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데 판을 깔아준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내 빈자리는 다음 대통령이 채우게 해달라”
대중의 관심을 끌지 않았던 긴즈버그를 유명하게 만든 일은 2007년에 일어났다. ‘레드베터 대 굿이어 타이어’ 재판이었다. 평생을 타이어 회사에서 일한 여성이 퇴직한 후에 알고 보니 자신과 같은 일을 한 남자 직원보다 지나치게 적은 연봉을 받았다.
이 여성은 차별금지법(연방법이다) 위반이라며 회사를 고소했다. 하급 법원은 퇴직한 뒤에야 고소를 해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판결했다. 결국 대법원에서도 패했다.
하지만 긴즈버그는 소수의견으로 이 여성 편에 서서 “미국 직장에서는 노동자가 다른 사람의 연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원고가 다른 사람의 연봉을 알게 된 후부터 계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소수의견을 직접 읽으며 대법원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소수의견서에서 긴즈버그는 이 문제를 의회, 즉 입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공은 이제 의회로 넘어갔다”라고 말했고, 이듬해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긴즈버그의 의견을 반영한 법이 만들어졌다.
이는 긴즈버그 판사의 공석이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전쟁터가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일화다. 즉 미국의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연방법원, 특히 대법원에 과부하가 걸렸고, 결국 워싱턴은 의원들의 표결로 법이 만들어지는 싸움을 하는 대신 법원에 자신들이 원하는 판사를 넣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공석이 보여주는 것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입법부의 빈자리다.
트럼프는 원래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법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다. 그는 매코널 상원의원이 판을 깔아준 연방판사 임명이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인 줄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 정치 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하면서 “나는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문제가 유권자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 줄 전혀 몰랐다”라고 했을 만큼 그는 정통 보수의 가치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깔아준 판에서 정통 보수들이 원하는 판사들을 대거 임명해줬다. 잘 알려진 대로 공화당의 기축세력(가령 부시, 롬니 가문이 이에 속한다)과 그 지지자들은 2016년 트럼프의 등장을 힘을 다해 저지했다.
그는 자신들이 원하는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의 공화당 내 지지율은 90%를 넘는다. 이는 단순히 극우나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남성이라는 전형적인 트럼프 지지자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숫자다. 이것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보수 판사 적극 임명과 같은 트럼프의 공화당 가치 챙겨주기다.
공화당과 기독교인들 사이에 트럼프의 언행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지만 트럼프가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들어주는 한 다른 문제는 참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6년 11월 트럼프가 당선된 데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앞서 말한 미치 매코널이다. 그가 2016년 봄에 세상을 떠난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을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을 막아내자, 그해 11월 선거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소로 달려갔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스캘리아의 후임으로 진보 판사가 임명될 것이니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 선거에서 공화당은 백악관과 상하원을 싹쓸이했다.
미국의 투표는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치르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연방하원은 2년에 한 번, 연방상원은 3분의 1씩 돌아가면서 6년에 한 번 이날 선거를 치른다. 즉 오는 11월3일 선거에서 트럼프와 하원의원 전체, 그리고 상원 3분의 1의 운명이 갈린다.
자신의 공석은 다음번 임기의 대통령이 채우게 해달라는 긴즈버그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지체 없이’ 공석을 채우겠다고 한 것은 충분히 짐작할 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 그 인준과 임명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복잡한 셈법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와 매코널의 계산이 숨어 있다.
언뜻 생각하면 트럼프가 보수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공화당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11월 선거에 승리하는 게 그에게 가장 유리한 계획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최악의 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논란은 트럼프 본인이 만들어낸 것이다)을 비롯해 격전지 투표소에서 일어날 온갖 비상사태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투표율을 고려했을 때, 11월3일 투표의 결과는 12월이 되어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후보 TV토론회 다음날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의 철도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존스타운=AP연합뉴스
민주당의 벼랑끝 힘겨루기
게다가 결과가 바이든 승리로 나올 경우 트럼프가 ‘부정선거였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트럼프는 이미 긴즈버그의 유언은 민주당이 만들어낸 말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는 2000년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의 대결 때처럼 안갯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진다.
그해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의 개표가 엉망이 되면서 이듬해 3월이 되어도 결과가 나오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나왔고, 연방 대법원이 재개표 논란을 종식시키며 부시를 승자로 만드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그때보다 더 큰 혼란이 예상되는 이번 선거를 생각하면 대법관을 속히 임명해서 6대 3의 보수 우세 구도를 만드는 것이 트럼프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또 다른 의견이 있다. 대법관 후보를 지명하되 인준과 임명은 선거 후로 미루는 것이 트럼프와 매코널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이 선거가 신임 대법관의 색깔을 결정한다’는 미끼를 보수 유권자들에게 던져주자는 얘기다. 현재 조사 결과를 보면 상원이 민주당의 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원은 2018년 중간선거 때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그렇다면 매코널에게는 “상원이 넘어가면 신임 보수 대법관은 민주당 상원이 막을 것”이라는 공포감을 유권자에게 심어주어 상원을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지만 상원에서 공화당의 패배가 분명할 경우 매코널은 차라리 한 명의 보수 대법관을 더 집어 넣어서 앞으로 30~40년 동안 이어질 보수 우세 대법원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남기고 싶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비난을 받는 트럼프가 업적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두른다면, 보수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끌어내는 미끼를 던지는 전략 대신 아예 임명까지 치르는 강공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트럼프와 공화당 상원이 모두 패하는 결과가 빚어져도, 내년 바이든의 취임까지 남은 기간에 보수 대법관의 임명을 마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긴즈버그 후임 임명을 긴즈버그의 유언대로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과 진보세력을 분노하게 할 카드다. 이미 민주당에서는 공화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예 9명인 대법관의 숫자를 늘려서 균형을 잡겠다는 엄포까지 놓은 상황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양쪽 모두 벼랑 끝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현재 워싱턴 분위기에서 “절대 불가능”이라는 말은 사용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