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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면의 매운 맛, 세계 입맛 중독시키다…K푸드의 일등공신
도토리 깍지
2020. 10. 10. 14:15
지난 2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진열대 모습.
뉴시스
한국 라면의 매운 맛, 세계 입맛 중독시키다…K푸드의 일등공신
올 8월까지 라면 수출액 37% 늘어
농심 해외 매출액 9억5000만달러 목표
세계 최고의 라면 극찬 '신라면 블랙'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K라면(라면 한류)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스카상 수상과 함께 크게 주목받았던 짜파구리 얘기가 아니다.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미국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동남아시아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국민 라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라면 수출, 해마다 급증
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라면 수출은 중량을 기준으로 2015년 5만5037t에서 지난해 13만7284t으로 약 3배 늘었다. 수출금액은 지난해 4억6700만 달러에 달한다.
2015년 2억1880만 달러 대비 2배를 넘어섰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4만1537t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미국 1만4908t, 일본 9638t, 호주 6147t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5988t), 대만(5962t), 베트남(5669t), 태국(5170t), 필리핀(4251t), 말레이시아(4222t)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도 10위권 내 다수 포진했다.
올해 들어 라면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1~8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라면 수출액이 4억54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7% 급증했다.
미국(56.7%)ㆍ일본(48.9%)ㆍ중국(44.9%)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증가율이 높았다.
올해 라면 누적 수출액은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8.4%에 해당해 한국 식품 수출 증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오래 보관하면서 가정 내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면서 "라면 수출이 올해 농식품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 해외 매출 10억달러 육박
K라면의 선봉에는 1위 업체 농심이 있다. 농심의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약 20% 많은 9억5000만달러다.
상반기 해외 사업매출은 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매출 8억달러의 65%를 이미 달성했다.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예상된다.
매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 덕분이다. 상반기 미국 법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1억64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등 공신은 단연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즈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선정됐다.
신라면블랙은 셰프와 작가, 평론가 등 7명의 전문가가 직접 평가를 진행해 발표한 '세계 최고의 라면 BEST 11'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이들이 꼽은 베스트11 라면에는 한국 라면 4개, 일본 라면 6개, 싱가포르 라면 1개가 포함됐다.
신라면블랙에 이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3위), 신라면건면(6위), 신라면사발(8위)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전체 11개 제품 중 농심 브랜드 4개가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순위에 오르며 한국 라면의 자존심을 세웠다.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
농심은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과 신라면블랙만 4800만달러어치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약 25% 늘었다.
"한국의 맛이 세계적인 맛"
신춘호 농심 회장은 1971년 처음으로 소고기라면을 수출하기 시작하며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대신 '한국의 맛'을 그대로 지켜내자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 결과 50여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초창기 한인 시장을 주로 공략하던 농심은 1994년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농심아메리카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라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신라면, 육개장사발면 등 국내서 인기를 얻은 주력 제품들을 현지 시장에 선보였다. 사업 초기는 순탄치 않았다.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일본 라면 맛과 비교해 지나치게 매운맛이 강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기 농심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베트남, 일본인 등 아시안과 히스패닉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그 결과 1998년 무렵에는 중국, 베트남, 일본인을 비롯한 아시아계가 약 25%, 중남미의 히스패닉계가 10% 정도를 차지하는 등 한인 시장 외의 소비층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농심의 미국 수출 실적은 1988년 200만달러 수준에서 1995년에 1650만달러, 1998년 2500만달러로 고속 성장했다.
600억 투자 미국 현지 생산 승부수
신 회장은 농심아메리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5년 총 600억원을 투자해 LA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신 회장은 공장건설 방향에 대해 "농심의 기술력은 미국의 어느 식품회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미국 최고 식품회사에 견줄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되, 앞으로 미국에서 최고의 식품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자"고 했다.
LA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며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안성탕면 등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농심은 일본 라면 대비 프리미엄급 라면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싸게 한끼를 때우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기호식품 중 하나로 올려놓기 위해서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LA공장의 총 6개 생산라인에서는 연간 5억개의 라면이 생산된다. 농심은 LA공장 인근에 2공장 건설도 준비중이다.
신동엽 농심 미국 법인(농심아메리카)장은 미국 공략 성공 비결에 대해 품질, 한국의 맛 고집, 단계별 시장 공략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신 법인장은 "미국인이 신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서도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매운맛과 좋은 품질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한인 시장의 성공, 월마트 전 점포 입점 등의 성공담으로 미국 시장에 단계적으로 들어갔고 이렇게 쌓은 경쟁력이 지금의 농심아메리카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가격리자를 위해 제작한 긴급구호
세트에 라면이 즉석밥, 생수 등과 함께 담겨 있다. 이처럼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은 위드 코로나
시대 생존 수단 중 하나가 됐다.
(연합뉴스)
K푸드 대표주자 라면, '자가격리 박스' 속 비상식량으로 등극
꿀꿀이죽부터 저칼로리 건면까지 발전한 '대한면국' 60년
기생충 '짜파구리'로 글로벌 입맛까지 사로잡아
‘한국인의 소울푸드’라는 수식어는 식상하다.
그렇다. 라면 얘기다.
2019년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4.6개로 세계 1위다.
평균 4일마다 한 끼는 라면으로 때우는 셈이다. 뒤를 잇는 베트남(53.9개)과 네팔(53.0개) 등과 비교해 압도적인 격차다. 대한민국이 ‘라면 공화국’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면’국의 라면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이어 전세계에서 퍼지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세계인의 비상식량으로 등극하게 됐다. 처음 먹는 사람도 설명서만 보면 10분 안에 뚝딱 만들어낸다.
보관하기도 쉽다. 매운맛부터 김치맛, 된장맛, 짜장 맛 등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인지도와 편리함에 다양한 맛까지 갖춘 K라면은 코로나 시대 K푸드 열풍의 선봉장을 넘어 세계인의 소울푸드 자리까지 꿰찰 기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농심 신춘호 회장의 지론을 세계 시장에서 실현한 K라면 신화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생산한 전중윤(맨 왼쪽)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오쿠이(왼쪽 두 번째)
묘조식품 사장과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양식품)
6·25 전쟁 후 꿀꿀이죽서 탄생한 ‘한국 라면’
국내 라면의 역사는 이른바 ‘꿀꿀이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꿀꿀이죽이라는 이름은 미군 부대에서 남긴 반찬과 음식 찌꺼기를 모아 한데 넣고 끓여 시각적으로 “돼지나 먹을 법하다”는 의미에서 붙었다.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회장은 6·25 전쟁이 끝난 후 굶주린 사람들의 배를 채우던 꿀꿀이죽을 생각하며 라면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앞서 일본에서 라면을 맛본 바 있던 전 회장은 라면을 보급해 국내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일본의 묘조 식품에서 라면 기술을 도입해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생산한다.
라면은 생소한 모양과 맛 때문에 출시 초반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가 1965년부터 박정희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에 힘입어 판매량이 급증했다. 삼양라면은 판매 2년 만에 월 100만 개씩 팔리는 히트 상품으로 부상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라면을 맛본 후 “고춧가루와 양념을 더 넣어 맵고 짜게 만들라”고 조언하는 등 애정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농심은 1986년 ‘신라면’ 출시 후 1991년부터 국내 라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86년 농심
기술개발 연구소 면 개발연구실 모습.
(연합뉴스)
이 무렵 현재 라면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농심도 라면 사업에 뛰어든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1965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서울 대방동에서 라면 생산을 시작했다.
‘제품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한 신 회장은 닭고기 육수가 기본이었던 라면 시장에 쇠고기 라면을 출시, 변화를 일으킨다.
이후 80년대 들어 ‘너구리’, ‘안성탕면’, ‘신라면’ 등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베스트 셀러 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라면대장’ 농심의 초석을 닦았다.
▲신라면 제품 출시 초기 디자인.
(사진제공=농심)
세계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 ‘K라면’이 되기까지
올해 1분기 ‘코로나 특수’를 누린 라면업계는 2분기에도 약진을 거듭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각각 1조 3557억 원, 1조 2864억 원, 330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5.5%, 10.5%, 30%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각각 163.8%, 21.4%, 55.7% 증가한 1050억 원, 1101억 원, 562억 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며 비상식량의 대표격인 라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러나 이러한 영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농심은 1990년대 후반 중국 진출 시 신라면 등 인기 제품의 맛과 규격을 한국과 똑같이 출시했다.
기대와 달리 현지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국에서는 봉지라면을 컵라면 먹듯 데워먹는 이른바 ‘파오미엔’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냄비에 끓여먹는 한국식 라면은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중국 공략을 위해 시작한 ‘농심신라면배 세계 바둑최강전’. 2009년 이세돌(오른쪽) 9단의 대국 모습.
(연합뉴스)
어려움 속에서 농심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다름아닌 ‘뚝심’이었다.
제품 판매에 어려움이 계속됐지만 농심은 ‘한국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농심은 ‘중국인이 바둑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진출 첫해인 1999년 바둑 국가대항전인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을 창설했다. 맛은 ‘한국식’을, 마케팅은 ‘현지화’를 키워드로 한 것이다.
농심의 지난해 중국 매출액은 2억7000만 달러로 진출 첫해 700만 달러 대비 40배가량 늘어났다.
올해 중국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높은 3억2800만 달러(약 4000억 원)로 잡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 (기생충 스틸컷)
최근엔 K영화의 덕을 톡톡히 봤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해 세계적으로 짜파게티와 너구리 수요가 증가한 것.
농심은 짜파구리 용기면 제품을 출시하고 자사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며 기생충 신드롬을 200%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 뉴델리 한 쇼핑몰에서 판촉 행사중인 채식주의자용 오뚜기 진라면.
(연합뉴스)
‘건강한 라면’의 시대 열어 새롭게 도약
K라면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는 대신 국내 시장의 ‘성장 정체’는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HMR(가정간편식)이라는 대체재가 생기면서 국내 시장은 수년간 2조 원 규모에 머물러 있다.
“라면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서 확산한 점도 수요 확대에 발목을 잡는다.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는 ‘건면’을 키워드로 활로를 찾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선보인 신라면건면을 그대로 용기면에 담은 ‘신라면건면사발’을 올해 5월 출시했다.
(사진제공=농심)
농심은 최근 신라면건면에 간편함을 더한 용기면 ‘신라면건면 사발’을 출시했다.
농심이 지난해 2월 출시한 ‘신라면 건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깔끔한 맛과 낮은 열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건면 대중화의 새 장을 연 제품이다.
건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기존 면보다 깔끔하고 가볍다. 칼로리는 일반 라면의 약 70% 수준인 350 Kcal다.
건면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농심은 전용 시설을 구축해 생산량을 2배로 늘렸고 ‘농심쌀국수’와 ‘짜왕건면’을 연이어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 신라면 건면은 출시 이래로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대표제품인 불닭볶음면에 건면을 적용한 ‘라이트 불닭볶음면’을 내놨다.
이 제품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열량이 불닭볶음면의 70% 수준인 점이 특징이다.
안경무 기자
세계를 감동시킨 농심 라면…품질 고집 '세계 최고 라면' 극찬
미국 뉴욕타임즈, 세계 최고의 라면 '신라면블랙' 선정
품질, 한국의 맛 고집, 단계별 시장 공략 등 성공 키워드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농심 라면이 한국을 넘어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국내 어떤 식품업체보다도 일찍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 농심 은 현재 세계 100여 개국에 라면을 수출하며 ‘세계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는 신라면’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한국의 맛을 알리는 K푸드(식품 한류) 식품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해외 매출 9억5000만달러 목표
농심 은 미국과 중국에 일찌감치 진출해 세계 시장에 K라면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농심 의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약 20% 많은 9억5000만달러다.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수준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작년 1년 치의 65%를 달성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이 원동력이다.
상반기 미국 법인 매출액이 전년 대비 35% 성장한 1억64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등 공신은 단연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상반기 미국에서 25% 늘어난 약 48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냈다. 비결은 품질이다.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즈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에서 신라면블랙이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선정됐다.
신라면블랙은 셰프와 작가, 평론가 등 7명의 전문가가 직접 평가를 진행해 발표한 ‘세계 최고의 라면 BEST 11’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이들이 꼽은 베스트11 라면에는 한국 라면 4개, 일본 라면 6개, 싱가포르 라면 1개가 포함됐다.
신라면블랙에 이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3위), 신라면건면(6위), 신라면사발(8위)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전체 11개 제품 중 농심 브랜드 4개가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순위에 오르며 한국 라면의 자존심을 세웠다.
농심 라면이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1970년대 처음으로 라면을 수출하기 시작한 농심 은 입맛도 문화도 다른 해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맛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신춘호 농심 회장은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 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하고 농심 라면 그대로의 맛을 지키자는 원칙을 세웠다. 수출 후 지금까지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인기 있는 일본 라면과 유사한 제품 대신 한국의 맛을 지켜온 집념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신동엽 농심 미국 법인( 농심 아메리카)장은 미국 공략 성공 비결에 대해 품질, 한국의 맛 고집, 단계별 시장 공략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신 법인장은 “미국인이 신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서도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매운맛과 좋은 품질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한인 시장의 성공, 월마트 전 점포 입점 등의 성공담으로 미국 시장에 단계적으로 들어갔고 이렇게 쌓은 경쟁력이 지금의 농심 아메리카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농심 은 “전 세계 라면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농심 브랜드의 좋은 평가는 곧 한국 라면의 위상과도 연결된다”며 “경쟁 우위의 맛과 품질, 생산시스템을 자랑하는 농심 의 해외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인기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1호 시장 "미국서 최고 도약"
농심 이 해외로 처음 눈을 돌린 건 1971년. 당시 농심 은 소고기라면을 미국에 첫 수출하면서 해외 사업에 발을 뗐다.
초창기 농심 의 주 공략 지점은 한인 시장이었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점차 시장이 다양화돼 1998년 무렵에는 중국, 베트남, 일본인을 비롯한 아시아계가 약 25%, 중남미의 히스패닉계가 10% 정도를 차지하는 등 한인 시장 외의 소비층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농심 의 미국 수출 실적은 1988년 200만달러 수준에서 1995년에 1650만달러, 1998년 2500만달러로 고속 성장했다. 수출 제품은 신라면을 비롯해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등이었다.
농심 은 미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1994년 로스앤젤레스(LA)지역에 ‘ 농심 아메리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농심 은 미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에 나섰고, 신라면, 육개장사발면 등 한국의 주력 제품을 그대로 시장에 선보였다.
사업확장은 순탄치 않았다. 신라면, 너구리 등 얼큰한 맛을 무기로 한 농심 의 제품은 교포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공급이 쉽게 이뤄졌지만, 그 외 시장은 높은 장벽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한 라면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닭고기 맛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라면이었고, 뒤를 이어 소고기, 해물맛 순이었다.
농심 은 매운맛에 익숙한 교포 시장과 일부 히스패닉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차츰 시장을 넓혀나가는 전략을 취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심 은 늘어나는 미국 내 라면 수요와 수출 물량 등으로 현지 생산의 필요성을 갖게 됐다.
현지 공장을 가동하면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적기에 공급이 가능하고, 대형 유통사와의 파트너십도 원활하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신 회장은 공장건설 방향에 대해 “ 농심 의 기술력은 미국의 어느 식품회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미국 최고 식품회사에 견줄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되, 앞으로 미국에서 최고의 식품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자”고 피력했다.
공장 부지는 캘리포니아의 란초 쿠카몽가 지역으로 결정했다. 이 지역은 미국 서부지역 물류 중심지이자 동부지역으로의 물류기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 농심 은 1년여의 공사 끝에 2005년 6월 LA공장을 준공했다.
LA공장은 대지 1만5590평에 약 7500평 건물로 지어졌다. 당시 공장건설에 투자한 비용만 600억원에 달했다.
농심 은 LA공장에 봉지면 1라인, 용기면 2라인을 1차로 설치했다.
봉지면 라인에서는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안성탕면을, 용기면 라인에서는 육개장사발면, 신라면큰사발 등 한국 주력제품 위주로 생산했다.
일본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팔고 있는 저가라면에 비해 품질이 좋은 한국 제품을 그대로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현재 농심 은 LA공장 6개 라인에서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으며, LA공장 근처에 2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농심 은 “세계 최고의 라면을 만드는 회사라는 사명감으로, 설비 또한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첨단 설비들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라면 면이 꼬불꼬불한 이유·스프 재료는 무려 50가지…
당신이 모르는 라면 기술
라면 맛 좌우하는 스프가 라면 생산업체의 최대 관심·핵심 기술
농심의 1위 비결 '스프 기술력'…팔도비빔면 인기 요인 '액상스프'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국내 라면 시장을 이끄는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체들은 라면 맛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스프와 면 기술에 집중한다.
깊은 맛의 비법, 마법의 가루 ‘스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면 맛은 스프가 가장 많이 좌우한다. 라면 1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스프 원재료는 50여 가지나 된다.
농심은 “원재료를 모아 푹 끓여낸 국물을 건조해 가루나 액상으로 만든 다음 알맞은 비율로 섞어 밀봉한 게 바로 스프”라며 “이 과정에서 모든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라면업계의 최대 관심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스프 제조의 시작은 가정에서 국을 끓이는 방법과 비슷하다.
신선한 채소와 육류 등을 물에 넣고 오랜 시간 가열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국을 끓일 때 맛과 향을 붙잡기 위해 냄비 뚜껑을 닫고 가열하는 것처럼 라면 스프 원재료도 밀폐된
용기에서 고아낸다.
하지만 스프는 뒤따르는 건조 기술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재료들의 맛과 향이 우러나온 국물의 수분을 어떻게 제거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과거에는 건면처럼 열풍건조(AD) 방식으로 수분을 말렸다.
그러나 바람과 함께 일부 재료 고유의 향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게 바로 진공건조(VD) 방식이다. 진공상태의 설비에 국물을 넣으면 100도 보다 낮은 온도에서 물이 끓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빠른 시간 안에 수분을 날릴 수 있어 풍미가 잘 보존되는 것이다.
수분이 날아가고 풍미 성분만 가루 형태로 농축된 분말스프는 수분 함량이 8% 이하로 떨어진다.
이 정도면 별도로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밀봉만 해두면 상온에서 12개월은 보존된다.
품질유지 기한이 6개월인 라면보다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방부제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식품을 변질시키는 세균,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은 수분 함량 약 15% 미만(수분 활성도 0.8)에서는 번식이 어렵다.
농심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 1위 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한 이유 역시 스프 기술에 있다.
농심은 1982년 스프 전문생산시설인 ‘안성공장’을 설립하고, 스프의 획기적 품질향상 후 ‘너구리’(82년)와 ‘육개장사발면’(82년), ‘안성탕면’(83년), ‘짜파게티’(84년), ‘신라면(86년)’를 앞세워 확고한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팔도비빔면의 인기 요인 역시 바로 액상스프다. 팔도 관계자는 “액상스프는 원재료의 수분제거가 필요한 분말스프와 달리 엑기스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조하는데, 그만큼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으나 제조 공정상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팔도가 당시 소속돼 있던 한국야쿠르트(팔도는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분사)의 발효와 미생물 공학 기술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팔도는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원조 비빔라면’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 매년 맛 개선도 실시하고 있다.
2017년에는 감칠맛과 매운맛을 높이기 위해 순창고추장을 적용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통참깨 참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꼬불꼬불함의 이유
라면의 꼬불꼬불한 면발 모양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속도차이를 활용한 간단한 원리로, 면을 뽑아내는 속도보다 뽑아낸 면을 받아내는 수송기의 속도를 느리게 하면 직선 형태의 면발이 정체현상을 통해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진다.
라면의 꼬불꼬불한 면발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빨리 익으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면발이 꼬불꼬불해야 열을 받는 표면적이 커져서 잘 익게 된다.
또한 라면의 꼬불꼬불한 모양은 면 한 가닥 한 가닥을 띄어 놓는 역할을 해서 열과 수분의 침투력을 높여 준다.
그래서 꼬불꼬불한 면발은 직선인 면발보다 수프의 맛이 골고루 배면서 빠른 속도로 조리가 된다.
다음은 부피 절감이다. 면이 꼬불꼬불해야 한끼의 식사량을 작은 포장지 안에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 마치 사람의 몸에 6~7m에 이르는 소장이 꼬불꼬불하게 들어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꼬불꼬불하게 라면을 만들어 부피와 공간을 줄이고, 보관과 유통에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참고로 라면 1개의 면발을 길게 이어 붙이면 길이가 약 50m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유통 과정에서 잘 부서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가늘고 곧은 국수는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잘 부서진다.
아무리 딱딱한 고체라 할지라도 직선 모양과 꼬불꼬불한 모양 사이에는 탄성의 차이가 존재한다.
탄성이란 물체에 외부적 힘을 가했을 때 모양이나 크기가 변했다가 그 외부적 힘을 제거하면 원래의 모양과 크기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농심은 “뜨개질한 편물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여 짠 옷감보다는 뜨개질처럼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짜인 옷감의 탄력성이 훨씬 높다”면서 “라면의 경우도 꼬불꼬불한 모양은 미세하게 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이 외에도 면이 꼬불꼬불하면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기 쉬운 장점도 빠트릴 수 없다”고 전했다.
국내 라면 시장의 면은 냉장면, 냉동면, 생면 등에 이어 최근에는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까지 출시하면서 다채로워졌다.
신라면건면은 농심의 건면기술력을 대표 제품 신라면에 접목해 개발한 전략제품으로, 지난해 2월 초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라면의 맛과 건면의 완성도 높은 조합을 위해 농심 연구소는 신라면건면 개발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한국 대표 라면인 신라면을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인 만큼 면과 스프·별첨·포장 등 라면개발 전 부문이 초기 기획단계부터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명도 '신라면 Light'로, 신라면 맛과 건면의 깔끔함을 동시에 잡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신라면 본연의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스프를 새롭게 조정했다. 면의 속성이 바뀌면 국물맛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심은 신라면건면만의 소고기육수(beef stock)를 만들기 위해 고추와 마늘, 후추 등의 다진양념과 소고기엑기스를 최상의 조합으로 재구성했다. 또 신라면 감칠맛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표고버섯을 보강해 맛의 조화를 높였다. 신라면의 깊은 풍미는 조미유로 완성했다.
농심은 “신라면건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깔끔하고 가볍고 더 쫄깃해졌다”면서 “유탕면보다 부족할 수 있는 면과 국물의 어울림도 해결하기 위해 양파와 고추 등을 볶아 만든 야채 조미유를 별도로 넣어 국물의 맛과 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출처 : 컨슈머타임스(Consumertimes)(http://www.cstimes.com)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농심 미국 법인 전경.ⓒ농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