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플리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앞줄 오른쪽)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한미 양국의 고난의 역사라고 언급한 그의 발언에 중국 누리꾼들이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유튜브 캡처
BTS 때리다가 전세계 역풍…"중국, 한국 보고 배워라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과도하게 비난한 중국이 역풍을 맞은 것과 관련,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중국은 BTS의 팬클럽인 아미의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TS는 지난 7일 '밴 플리트 상'을 받고 수상소감으로 "한국전쟁(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BTS의 수상소감이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까지 나서 BTS 비난에 동참했지만 하루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세계 주요 외신들이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를 비판하면서다. 환구시보도 슬그머니 비판 기사 일부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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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비난에 역풍맞은 중국, "전세계적 비호감 더 키운 셈"
━포린폴리시는 이를 두고 "최근 전세계적으로 고조되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 키우는 꼴이 됐다"며 "중국이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명백히 보여준 셈"이라고 전했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말로 문화적 영향력을 뜻한다.
이어 "중국과 반대로 한국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이 인기가 없는만큼 한국은 인기가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1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에 대한 호감도' 설문조사에서 '비호감'이란 응답이 73%를 기록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1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해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긍정 평가가 76.7%였다. 특히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국 대중음악(케이팝)이라고 말한 외국인 응답자가 12.5%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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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 약한 중국, 한국 보고 배워야"
━포린폴리시는 "중국은 BTS를 비난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이번사례를 통해 자신들의 대중문화 수준을 돌아보고 소프트파워(soft power)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한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고 배우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정책을 소개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검열과 통제를 없애면서 도입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언급하면서 "팔길이 원칙이 오늘날까지 한국의 문화정책을 이끄는 근간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대중문화 지원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대중예술을 통제하지 않은 덕분에 BTS가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아울러 포린폴리시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8년동안 중국 당국의 대중문화 통제는 점점 더 엄격해졌다"며 "중국이 더 큰 소프트 파워를 갖추길 원한다면 한국의 문화 육성 방법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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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방탄소년단 (BTS)으로부터 음악적 성과물과 메시지 등을 담은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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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한국전쟁' 발언에 격앙된 중국 누리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BTS에 싸움 잘못걸었다…빈약한 소프트파워만 노출
포린폴리시 게재 칼럼…"'간섭없는 지원' 한국 전략 배우라" 제안
(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중국이 방탄소년단(BTS)을 상대로 시비를 걸었다가 빈약한 소프트파워만 노출하고 말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DC에서 법률 전문가로 활동하는 동아시아 정치경제 전문가 네이선 박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중국이 케이팝 거인 BTS에 싸움을 잘못 걸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밴 플리트상 수상식에서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한 BTS에 대한 비난을 멈춘 것에 대해 "중국이 아미(BTS 팬클럽)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편파적이고 역사를 부정한다는 비판을 BTS에 가했고 온라인 상점들도 불매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BTS 기사 일부를 조용히 삭제한 것을 비롯해 중국 매체들의 공세가 이틀을 가지 못했고 소셜미디어의 비판도 덩달아 수그러들었다. 네이선 박은 "이번 사건은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빈약하다는 점점 뚜렷해지는 사실의 또 다른 사례"라며 최근 BTS를 겨냥한 것과 같은 격렬한 국수주의는 상대를 설득할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대중문화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강화한 한국의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한국 소프트파워 전략의 건축가로 높이 평가하며 신념과 정책을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문화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창작과 교류의 자유를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영화에 대한 허가 절차 폐지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다.
네이선 박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침이 지금도 한국 문화정책을 이끄는 원칙으로 통한다고 강조했다. BTS의 선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등극 등이 이 같은 전략의 결실이라는 진단도 뒤따랐다. 네이선 박은 아시아 영화계를 이끈 우위썬(吳宇森·오우삼)·왕자웨이(王家衛·왕가위) 감독을 언급하며 중국이 출중한 대중문화 상품을 만드는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에 부족한 것은 한국처럼 정치의 개입 없이 예술을 지원하려는 헌신적인 리더십과 원칙에서 벗어난 리더십을 징계할 시민사회"라고 주장했다.
jkhan@yna.co.kr
▲ 악수하는 한중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둥다팅 (東大廳)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 연합뉴스
美전문가 "중국, BTS에 싸움 잘못 걸었다…아미 상대 안돼"
'포린폴리시' 칼럼 기고…"김대중 전 대통령 문화 정책에서 배우길"
중국이 방탄소년단(BTS)을 상대로 시비를 걸었다가 빈약한 소프트파워만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DC에서 법률 전문가로 활동하는 동아시아 정치경제 전문가 네이선 박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중국이 K-팝 거인 BTS에 싸움을 잘못 걸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밴플리트상 수상식에서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한 BTS에 대한 비난을 멈춘 것에 대해 “중국이 아미(BTS 팬클럽)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BTS는 한미우호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수상했다 . 리더 RM은 수상소감으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이 발언을 두고 '양국'이 한국과 미국을 지칭한다며 "중국인들의 희생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비난했다. 이후 중국 누리꾼들도 "BTS를 좋아하면 매국노"라며 BTS 비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환구시보는 BTS 관련 기사를 다음날 조용히 삭제한 것을 비롯, 중국 매체의 공세가 이틀을 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도 덩달아 수그러들었다.
네이선 박은 "이번 사건은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빈약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라며 "격렬한 국수주의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NBA 보이콧’ 등 또 다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오히려 중국이 대중문화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강화한 한국의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한국 소프트파워 전략의 설계사로 높이 평가하며 김대중 전대통령의 신념과 정책을 자세히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문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창작의 자유를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영화에 대한 사전 허가 절차 폐지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다.
특히 김대중 전대통령은 ‘대중문화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국의 다음 정권들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원칙을 고수 한 것은 아니었다. 보수적인 이명박 전대통령은 대중문화를 통제하려 했고, 박근혜 전대통령은 문화인들에게 ‘블랙리스트’라는 올가미를 씌우며 대중문화를 탄압했다.
그러나 예술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문화인 블랙리스트가 2016년 공개되었을 때, 그것은 박 전대통령을 무너뜨린 촛불 시위의 인화점 중 하나가 됐다. 이후 또 다른 민주화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대중문화를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다시 부활됐다. 이후 BTS가 세계적 히트를 치는 것은 물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는 등 한류가 다시 전세계에 널리 퍼지고 있다.
네이선 박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침이 지금도 한국 문화정책을 이끄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네이선 박은 한때 아시아 영화계를 이끈 중국의 오우삼, 왕가위 감독 등을 언급하며 중국이 대중문화 상품을 만드는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고 분석한 뒤 “중국에 부족한 것은 한국처럼 정치의 개입 없이 예술을 지원하려는 리더십과 원칙에서 벗어난 리더십을 견제할만한 시민사회가 빈약한 점”이라고 글을 맺었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랩핑 광고'를 붙인 KTX 열차가 1일 오후 서울역에 정차해 있다.
연합
BTS 굿즈 배송 통제? 중국대사관 "사실 아니다"
중국 정부가 방탄소년단(BTS) 관련 기획상품(굿즈) 배송이 중국 내에서 고의로 중단됐다는 의혹과 관련 "사실과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의 왕웨이(王炜) 대변인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당국에) 알아본 결과, 중국 세관 부서는 BTS 물품에 대한 통관 제한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한국 언론의 보도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왕 대변인은 "중한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맺게 된 양국 간 좋은 분위기를 지키고 양자 관계의 새롭고 보다 큰 발전을 이루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에서 한중 간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하성 주중한국대사도 21일 국정감사에서 "첫 보도 직후 중국 정부 최고위급을 만나 직접 문제를 제기했고, 해관총서(세관 당국)와 통화해 (해당 보도가) 유언비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달 7일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으면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한미)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가 중국 국민의 표적이 됐다. 중국 물류 업체들이 당국의 지침에 따라 BTS 굿즈 배송을 제한하려 한다는 설도 퍼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장하성 주중대사가 21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베이징특파원단
장하성 "BTS 논란, 중국 최고위급에 직접 문제제기"
장하성 주중대사는 21일 국정감사에서 방탄소년단(BTS) 관련 제품 배송 중단 관련 "첫 보도 직후 중국 정부 최고위급을 인사 만나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이후 보도 내용을 확인하며 실무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어제 저녁까지도 중국 해관과 소통했는데 수입 제한 조치는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간 배송업체가 중단 공지 올린 후 중퉁이나 다른 업체가 중단했다고 해서 아침에 중퉁과 확인했는데 배달 중단 조치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실제 중단 조치가 발생했으니 엄중히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The lineup of actors to be featured in the drama "Youth," clockwise from top left: Seo Ji-hun as Kim Seok-jin, Ro Jong-hyun as Min Yoon-gi, An Ji-ho as Jung Ho-seok, Seo Young-ju as Kim Nam-joon, Kim Yun-woo as Park Ji-min, Jung Woo-jin as Kim Tae-hyung and Jeon Jin-seo as Jeon Jung-kook.
[EACH AGENCY]
Netmarble's latest social game "BTS Universe Story," which features the BTS universe story for players to experience.
[NETMARBLE]
A captured image from the 2018 Naver Webtoon "Save Me," based on the BTS universe story
. [SCREEN CAPTURE]
중국은 왜 BTS를 비난하는가
최근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밴 플리트 상'을 수상하며 남긴 소감을 놓고 중국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상은 한국전쟁에 미군 제8군 사령관으로 참전하고, 전후에는 한•미 간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를 창설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Van Fleet)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5년에 제정된 상이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는 매년 한•미 관계의 발전에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를 선정하여 이 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고(故) 김대중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올해는 BTS가 K-POP의 선두주자로서 문화 교류를 통한 한•미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자에 선정되었다.
사실 현재 중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BTS의 발언은 지극히 일반적인 차원의 소감이라고 할 수 있다 . 그 내용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양국이 겪은 희생을 떠올리고 기리는 것으로서, '밴 플리트 상' 제정 취지에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적인 무대에서 종종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왔던 BTS의 행보를 고려하면, 일종의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로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미관계 발전에 대한 공헌을 치하하는 자리에서 한•미 양국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BTS의 발언이 중국이 한국전쟁에서 겪은 희생은 외면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물론 그들의 발언 속에 중국의 희생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이 상은 한•미관계의 개선에 대한 공헌을 평가하는 것으로서, 미국의 비영리 단체에서 수여하는 것이다. 그 시상식 자리에서 중국의 희생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BTS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고, 대기업들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중국 마케팅에서 BTS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BTS로서는 이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지나친 반응을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중국의 반응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난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순히 중국인을 비상식적인 집단이라고 매도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필요도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이해'는 '해석'의 의미이지, '수용'의 의미는 아니다.
먼저 중국은 한국전쟁을 '남의 전쟁'이 아닌 '자신의 전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950년 10월19일, '중국인민지원군'은 북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압록강을 건너 남하하였다. 그러나 그 전략적 결단의 배후에는 '사회주의 우방에 대한 지원'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연합군과 국군이 압록강을 향하여 신속히 북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동북 방면의 변경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대만해협에 제7함대를 배치해 중국의 동남 방면도 위협하고 있었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프랑스가 미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베트남민주공화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은 한국전쟁을 세 가지 방향(한반도•대만해협•베트남)에서 전개되는 '미(美)제국주의'의 중국 침략 전쟁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였다. 당시 중국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을 '삼로향심우회(三路向心迂回: 세 개의 길로 나누어 중심을 향해 우회하다)' 전략이라고 표현하였다.
요컨대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의 중국 침략 전쟁으로 간주함으로써, '남의 전쟁'이 아닌 '자신의 전쟁'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BTS의 발언을 둘러싸고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응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미•중 갈등이 나날이 첨예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와 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견제에서 비롯된 양국의 갈등은 지난 몇 년간 계속되었고, 지금도 딱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1세기에 들어와 'G2'로의 부상과 함께 중국 사회에서는 민족주의적 자신감이 충만해졌고, 중국공산당은 이를 통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견제로 중국의 민족주의적 정서가 더욱 예민해진 상황에서 BTS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의 처지가 된 형국이다.
가수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이 세간의 화제다. 추석 연휴 KBS ‘2020 대한민국 어게인’을 통해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테스형 음원 스트리밍도 폭증세다. TV와 유튜브에선 연예인들이 경쟁하듯 이 곡을 부르고 있다. 테스형의 전라, 경상, 충청 사투리 버전도 나와 재미를 더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이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정을 비판하면서 이 곡을 틀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광고에도 테스형 패러디물이 등장했다.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며 ‘세상이 왜 이래’ ‘사랑은 또 왜 이래’라고 처지를 한탄한다. 요즘 “TV만 틀면 트롯이냐!”며 불평하던 친구도 테스형은 들을 만하다고 한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한탄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빠져든다. 한 음악평론가는 “테스형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살기 힘들어하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진 대중예술계 거장의 추석 선물 같은 곡”이라고 했다. 가히 테스형 열풍이다.
나훈아의 손자뻘 되는 방탄소년단(BTS)은 이름도 재밌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세계인을 위로하고 우리 국민에게 대한민국 청년의 자부심을 안겼다.
지난 8월 발매된 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핫 100’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이너마이트는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있는 세계인을 위로하고자 발표한 디스코풍의 경쾌한 노래다. BTS의 쾌거는 팝의 중심서 폭발한 다이너마이트라고 외신에 보도됐다. 비서양인으로 주류 팝 음악의 중심부를 점령했다는 의미다.
이 한국 청년들이 춤을 추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아이스티를 마시고, 탁구 게임을 하고, 삶은 꿀처럼 달콤하다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자고 외치는 이 곡은 코로나에 지쳐 있는 세계 청년들을 매료시켰다. BTS는 그간 구조적 억압, 불평등, 편견 등의 시대정신을 담은 이슈를 청년의 눈으로 읽어내 서양의 마니아층을 넓혀왔다. 이것이 비서구권 아티스트인 이들을 팝 세계 정상에 서게 한 동력이다.
BTS 평전을 낸 구자형 방송작가는 “밥 딜런이 미국 전통 가요에 시적 표현들을 적용했다는 평가로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며 (이들이) 위로 희망 사랑 등 시대 정신을 담은 음악 세계를 계속 보여준다면 훗날 이들도 수상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극찬한다.
일본 현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1867∼1916)가 쓴 ‘풀베개’에는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기 어렵게 하는 번뇌를 뽑아내고, 고마운 세계를 직접 묘사해내는 것이 시고 그림이다.
혹은 음악이고 조각”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옴짝달싹할 수 없어 답답한 세상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온 것이 예술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2020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테스형과 다이너마이트는 위로와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대중예술의 꽃이다.
나훈아의 말대로 우리는 많이 힘들고 지쳐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그로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의 우산이 돼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스트레스만 주고 있다. 경제 무능과 정책 독주에 지친 이들의 “나라가 니 꺼냐”는 소리도 터져 나온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가 회자한 지 오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소세키가 말한 ‘살기 어려운 세상’의 번뇌를 뽑아내는 가황과 청년 월드스타가 있어 위안을 받는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나훈아와 BTS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