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일인 11월3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한 시민이 텔레비전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중 고개 숙여 뭔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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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당선 승리를 확신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는 모습. 왼쪽은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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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히든 바이든’ vs ‘샤이 트럼프’
바이든 개표 초반 뒤지던 ‘러스트벨트’에서 승기 잡자 트럼프 즉각 소송전
총포만 없었지, 사실상 전쟁이었다. 사생결단 총력전을 방불케 하는 선거 대전이었다. 11월3일(이하 현지시각) 치른 미국 대선의 잠정 개표 결과, 조 바이든(78) 민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74·공화당)를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지위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집계됐다.
개표가 시작되고 만 하루 반나절이 지난 5일 새벽, 바이든 후보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270명) 고지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이때까지 펜실베이니아 등 몇몇 주에서 우편투표 개표가 완료되지 않아 최종 집계는 나오지 않았다.
막판 변수는 우편투표의 향방
재선에 몸이 단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4일, 개표 막바지에 이르러 바이든 후보한테 역전당한 위스콘신주에서 재검표를 요구하고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선 개표 중단 소송을 내는 등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운명의 저울추가 바이든 쪽으로 기우는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에게 예상 밖 승리를 안겨주었던 ‘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었다면, 이번엔 ‘히든 바이든’ 지지자들의 뒷심이 개표 종반에 극적으로 판세를 뒤집은 모양새다. ‘샤이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사회적 평판 저하 등을 의식해 표심 공개를 ‘꺼리는’(shy) 숨은 지지자를 가리킨다.
‘히든 바이든’은 우편투표 또는 개표 시간 지연 등으로 막판까지 표심이 드러나지 않은 채 ‘가려졌던’(hidden) 바이든 지지층이다. 이번 미국 대선의 막판 변수는 조기 투표 중 아직 최종 집계되지 않은 우편투표의 향방이다.
4일 밤까지 선거인단 주인이 확정되지 않은 주는 펜실베이니아(20명),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알래스카(3명) 6곳이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일부 주에서 선거 당일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의 산입을 사흘 뒤인 6일 도착분까지 인정한 법원 결정을 연방대법원에서 무효화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강력한 소송전을 예고했다.
법적 분쟁이 길어지면, 선거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길게는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 2020 미국 대선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만큼 새로운 기록도 쏟아냈다. 먼저 투표율이 66.8%로 잠정 집계돼, 1900년 대선(73.7%) 이후 1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게 확실시된다.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투표권을 행사한 것도 20세기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뜨거운 선거 열기는 역대 최다 사전투표에서도 확인된다. 현장투표와 우편투표를 합해 선거일 이전에 표를 던진 유권자는 1억110만여 명에 이른다. 전체 투표자 1억6천만 명의 3분의 2가 일찌감치 지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밀집공간 회피뿐 아니라 미묘하고 절박한 표심도 작용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소도시의 백인 여성 유권자 조세핀은 <한겨레21>과 한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지지자들이 선거 초판에 그의 당선을 확정지으려 사전투표에 대거 참여했다”며 “언론은 분열과 혼돈에만 주목하지만, 나는 바이든의 승리와 더 나은 미래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득표수에서도 미국 선거 사상 처음으로 7천만 표를 넘기는 신기록을 세웠다.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그는 11월20일에 만 78살 생일을 맞는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더라도 최고령(74살)이기는 마찬가지다. 선거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트럼프는 지난 100년 새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다섯 번째 사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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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 총기 판매 신기록
한편, 이번 대선을 앞두고 총기 판매 역시 신기록을 경신했다. 고질적인 인종주의를 비롯해 온갖 형태의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는 미국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선거 당일인 11월3일 <폭스뉴스>는 개인 화기 컨설팅 업체 ‘소형무기 분석과 예측’(SAAF)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미국 전역에서 1860만 정의 총기가 팔렸고, 특히 (대선 직전인) 10월 한 달에만 190만 정의 총기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65%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연간·월간 판매량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코로나 록다운(이동 제한)’과 잇따른 흑인 피살 사건에 이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으로 치안 불안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2020 미국 대선은 역대 선거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혼돈과 반전, 분열과 대립의 결정판이었다. 3일 저녁 투표 종료와 함께 나온 출구조사는 하나같이 바이든의 당선을 예측했다. 앞서 공개된 2개월여 여론조사도 바이든의 낙승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바이든 우세가 점쳐지던 주들에서 박빙의 경쟁이 벌어졌고, 경합주로 분류된 곳에서 트럼프가 앞서갔다. 특히 양쪽 모두 막판까지 힘을 쏟아부었던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 20명)에선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격차를 한때 8%포인트 안팎까지 벌렸다. 두 후보는 전국 범위에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지만 개표 흐름은 트럼프 우세였다.
승기를 선점하려는 양쪽 기싸움도 치열했다. 바이든은 4일 0시40분께 긴급 입장 발표를 하며 “우리가 대선 승리의 길로 가고 있다”며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도 즉각 반격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마이크를 잡고 “6천만여 명이 나를 지지했다”며 “우리가 크게 이겼다.
선거가 경이롭다”고 호언했다. “그들(민주당과 그 지지자)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며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섣부른 ‘승리 선언’으로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였다. 긴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해가 밝은 11월4일 아침, 극적인 반전이 펼쳐졌다.
바이든이 뒤처지던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장지대 지역)에서 표차를 꾸준히 줄이더니 정오 무렵 판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위스콘신(선거인 10명)과 미시간(16명)에서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등 열세 지역에서도 표차를 바짝 좁혀갔다.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바이든은 이날 오후 4시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투표 이후 두 번째 대중연설에 나섰다. 이번엔 승리 낙관이 묻어났다.
그는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주들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며 “이는 나와 우리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미국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우위가 마법처럼 사라지고 있다. 매우 이상하다”며 거듭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근거는 대지 못했다.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인 11월4일 밤, 일리노이주 시카고 도심에 있는 초고층 빌딩 ‘트럼프타워’ 앞 거리에서 조 바이든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든 투표를 개표하라”고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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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 기울어진 연방 대법원
11월5일 현재 바이든의 극적인 역전승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이지만, 미국 전역의 선거 결과는 일부 주의 우편투표 유효 시한인 6일이 돼야 최종적으로 나온다.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는 물론 미국 대다수 언론이 아직 결정적인 ‘승리 선언’ 또는 ‘당선자 확정 보도’를 삼가는 이유다. 그러나 6일 이후에도 공식적인 당선자 확정은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연방대법원에 우편투표 무효화 소송을 제기하면서 선거 자체를 법정 다툼으로 몰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서다 .트럼프로선 이번 대선 결과의 적법성을 논란거리로 몰아가는 게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할 법하다.
양쪽 지지가 팽팽하게 맞선 박빙 승부 속에 트럼프에게 투표한 지지층이 48%가 넘는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연방대법관 지명을 강행한 것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란 지적을 받는다. 현재 연방대법원의 정치 성향은 진보(3명)보다 보수(6명)에 기울어진 구도다.먼지가 가라앉으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확정된 것도, 뚜렷한 미래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선거일 심야 시각에 바이든은 지지자들에게 “모든 투표가 계산될 때까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인내심과 믿음을 유지해달라”고 했다. 이제 미국 시민과 세계의 눈길은, 미국 사회가 그 시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단축하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2017년 1월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에 대한 고별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년을 함께해 온 정치적 동지 바이든에게 ‘자유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AP 연합
트럼프의 미국’을 뒤집은 바이든은 누구
중도 포기 전망 뚫고 정면돌파로 백악관 입성 초읽기
대선 도전 ‘3수’ 끝에 백악관 입성 초읽기에 들어간 조 바이든(77).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에 비해 ‘한 방이 없다’는 평을 듣던 바이든은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관록을 이번 대선에서 폭발시키며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민주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중반까지만 해도 바이든의 완주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도 포기를 점친 여론을 뒤로하고 바이든은 주요 고비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정치 여정을 끝낼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1인자’에 올라서게 된 과정은 그가 살아온 드라마틱한 일생과도 맞닿아 있다.
어눌한 소년에서 정치 야망가로
바이든은 1942년 11월20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가톨릭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산층이던 바이든의 가족은 아버지의 실직 등으로 가세가 기울면서 1950년대 델라웨어주로 이주했다. 델라웨어는 바이든이 ‘7선’의 정치적 업적을 일군 곳으로, 유년 시절을 보낸 지역에서 대권 기반을 닦은 셈이다.
어린 시절 바이든은 심하게 말을 더듬는 습관 때문에 많은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소년은 굴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어눌한 말투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통째로 외우거나 입에 돌을 넣고 발음 연습을 했다. 바이든이 대선 과정에서 각종 ‘말 실수’를 쏟아낸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바이든은 델라웨어대학교를 졸업한 뒤 시러큐스대학 로스쿨에 진학했다. 대학생 시절 첫 번째 아내인 네일리어 헌터를 만나 결혼했고, 1969년부터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힘 있는 자를 대변하는 데 이질감을 느낀 바이든은 국선 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정치적 야망을 키웠다.
1972년 바이든은 첫 번째 정치적 승부를 펼치게 된다.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그는 당시 정계 은퇴를 저울질하던 거물을 상대해 승리를 거둔다. 만 30세가 채 안 된 시점이었다. 당시 미 역사상 다섯 번째로 어린 상원의원에 오른 바이든은 화려한 데뷔식을 치르며 정치에 입문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바이든은 이내 커다란 시련에 부딪히게 된다. 바이든이 상원의원에 당선된 그해 12월18일, 쇼핑을 가던 가족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차량에 있던 아내와 딸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당시 충격으로 바이든은 이제 막 닻을 올린 정계에서 은퇴하는 것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남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상원이 있는 워싱턴DC로 이사하지 않고 델라웨어에 머무르며 30여 년간 기차를 타고 직장과 집을 오갔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매일 왕복 350km에 달하는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가장이었던 바이든은 열차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또 승무원들과 오랜 세월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민심을 읽는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바이든은 이후 1977년 영어 교사이던 질 제이콥스와 재혼해 두 딸을 얻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상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0년 5월 장남인 보 바이든이 뇌종양 진단을 받고 2년 뒤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보 바이든은 부친을 따라 법학을 전공한 뒤 검사로 근무했고, 이후 이라크 파병에도 자원하는 등 아버지에게는 각별한 아들이자 든든한 동반자였다. 가족 사랑이 더욱 각별했던 바이든은 장남의 사망으로 또다시 정계 은퇴를 고민할 만큼 큰 내상을 입었다.
이번 대선에서 차남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형수와의 염문설 등에 휩싸이며 대선 가도를 위협했을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反)트럼프 겨냥한 정치적 승부수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현직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의 대명사인 트럼프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기반도, 미 정계에 빚도 없던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사업가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내며 돌출행동을 이어왔다. 기존의 정치문법을 파괴하고 들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호하는 대중도 많았지만, 한편에선 ‘미국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반발심도 점차 커져 갔다. 바이든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바이든은 경선 과정에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며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 사회에서 각종 ‘유리 천장’을 깨고 정계에 입문한 해리스는 바이든이 갖지 못한 전투력을 대중에 강하게 각인시켰고, ‘오바마 향수’를 자극하며 바이든에게 표심을 집중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바이든은 해리스를 기용함으로써 오바마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국민들, 트럼프의 현재에 개탄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초접전 혈투로 이어진 대선 레이스에서 승기를 잡았다.
미국 대통련 선거 뒤 한국 시간으로 사흘째 주요 격전지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핵심 경합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편 4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사이트를 개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잇따라 재검표를 요구하고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6일 아침신문들도 사흘째 1면 머리에 미 대선 결과 양상을 내다봤다. 신문들은 바이든 승기를 어느 정도 확정적 어조로 보도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의지를 보이며 정국을 흔들어 미국이 당분간 대혼란이 빠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설에선 다수 언론이 바이든 당선을 전제해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을 당부하고, 일부는 미국 앞에 놓인 과제를 강조했다.
세계일보: 승기 굳힌 바이든…미는 더 갈라졌다 조선일보: 바이든 사실상 승리선언, 인수위 홈피도 개설 중앙일보: 커지는 바이든의 미소
한겨레: 당선 문턱에 선 바이든, 소송으로 막아선 트럼프 한국일보: 한걸음 남은 바이든, 소송전 나선 트럼프
현지시간 5일 오전까지 진행된 사흘째 개표에서 바이든 후보는 핵심 경합주인 위스콘신·미시간에서 잇따라 승리한 데 이어 애리조나·네바다에서도 앞서 나갔다.
신문들은 “패배 승복 여부에 따라 항의시위 확산, 무장세력 충돌, 국정공백 등 다양한 돌발 변수도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문들은 오전 8시 현재 바이든 후보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 중 264명을 확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214명을 얻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6일 경향신문 1면
한국일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에서 판세를 뒤집고 펜실베이니아(20명)·조지아(16명)·노스캐롤라이나(15명)에서 우위를 유지한다면 대역전극도 가능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네바다가 개표 결과를 공표하면 당선자가 확정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4개 주를 모두 이겨야 270명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미국 언론들은 이 중 애리조나는 바이든이, 알래스카는 트럼프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후 “선거 승리 선언을 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개표가 끝나면 우리가 승자가 될 거라 믿고 있음을 보고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는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주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걸고 위스콘신에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뜻밖의 투표용지가 하나씩 집계되면서 (승리가) 마법같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내비쳤다. 신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에 나서면서 개표가 끝나고도 한달 가까이 취임이 어려워질 수도 있게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4곳은 그에게 유리한 시골 지역의 현장 투표부터 개표가 이뤄지면서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나갔던 지역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우편투표가 개표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고 했다.
▲6일 한겨레 2면
한겨레는 “‘뉴욕타임스’는 이 소송이 불과 투표용지 42개에 영향을 미치며, 펜실베이니아에서 문제 삼은 투표용지도 100개 미만이라고 전했다. 위스콘신에서는 주 선거규정에 따라 재검표가 이뤄질 수 있으나, 미시간은 사실상 개표가 끝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후보의 표차가 미미할 경우가 아니고는 대법원이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잇따라 소송 방침을 밝히면서 대선 국면이 장기화할 전망을 보이며 양측 모두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트럼프 캠프와 바이든 캠프는 각각 지지자들에게 기부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6일 조선일보 4면
신문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에 점차 가까워지면서 바이든의 정책을 소개하는 기사도 주요하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4일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하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당선 즉시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전했다.
파리협정은 가입국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6일 한겨레 1면
▲6일 한국일보 2면
조선일보는 3면 “30세 최연소 의원이었던 ‘엉클 조’, 78세에 최고령 대통령 유력” 기사에서 바이든의 정치 인생을 짚었다. 조선일보는 그가 “반세기 동안 워싱턴 정치권 주류를 대표해왔다. 동시에 서민과 노동자에게 ‘이웃집 조 아저씨’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이고 친근한 면모를 갖춘 보기 드문 유형의 정치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이념보다 당대 여론과 현실에 충실히 따르는 중도 실용주의에 가깝다. 1990년대 걸프전에 반대했으나 2000년대 9‧11 테러 뒤 이라크전엔 찬성한 식”이라고 했다.
▲6일 조선일보 3면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때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하는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톱다운 식 북미 대화에 기대는 접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깡패라고 부르는 바이든 후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미동맹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건다”며 “바이든은 그동안 여러 차례 톱다운 방식을 폐기하고 실무협상을 통한 원칙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데 이어져선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한국 정부는 미 대선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에도 철저하게 대비하는 한편 미국의 외교안보 공백 기간에 긴밀하게 대처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답습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북 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실질적이고 창조적인 구상을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 등 동맹에 기반한 안보 태세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와 국민일보는 미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바이든 시대’가 오더라도 미국 앞에 산적한 과제들은 그대로”라며 “극단으로 분열된 미국의 모습은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한겨레는 “기득권층과 엘리트들이 빈부격차와 약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했을 때 사회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타산지석”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공화당 주요 지지층인 농촌 주민과 제조업 지역 백인 노동자층을 포용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미국의 분열을 내전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미국 대선 개표가 사흘째 이어지며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 국 대선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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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지난 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예트빌의 드라이브인 유세장에 도착하면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당선' 땐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아시아계' 부통령 탄생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CNN 등 주요 언론 등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현재 매직넘버인 ‘270명’에 단 17명이 모자란 25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날까지 개표 결과에 따르면 애리조나(11명)과 네바다(6명)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어 이 두 지역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당선을 확정지을 수 있다. 바이든 후보가 최종 당선자로 확정될 경우 이번 대선에서는 많은 기록을 남기게 된다.
우선 바이든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7000만표 이상을 얻어, 지난 2008년 대선에서 6950만표를 얻었던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기록을 넘어 최다 득표 대통령이 된다. 또한 바이든 후보는 1942년 11월 20일생으로 내년 1월 취임을 하게되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 대통령으로 기록된다.특히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된다.
바이든 후보는 이번 대선 전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해리스 후보를 낙점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겁 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대선에서 여성이 부통령 후보로 두 차례 나선 적이 있었지만 흑인 여성이 지명된 것은 처음이다.
참고로 역대 미국 대선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는 1984년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민주당)과 2008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공화당)가 있었으나 모두 백인이었으며 당선되지 못했다. 해리스 후보는 또 어머니가 인도 출신으로 첫 아시아계 부통령 후보도 된다.
해리스 후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최초의 흑인 여성이기도 하다. 아울러 바이든 후보의 나이를 감안한 때 해리스 후보는 4년 뒤 선거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도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 후보의 역할도 상당히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출구조사에서 흑인 유권자의 87%가 바이든 후보를 찍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흑인 유권자는 12%에 불과했다. 이중 흑인 여성은 91%가 바이든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인 유권자는 트럼프 49%, 바이든 48%로 비슷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트럼프 정부에서 잇따랐던 인종 차별 문제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해리스 후보 지명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6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조작되고 있다. 합법적 투표론 내가 승리했다.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대선 불복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개표중단, 우편투표 집계 차단을 위한 소송에서 이번 선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결해 사실상 바이든 후보의 최종 당선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이 계속될 경우 양측 지지자들간의 충돌이 격화돼 미국 내 혼란이 이어질 경우 그에 대한 부담도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 분명해 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행적으로 볼 때 이 같은 무리수를 이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지난 3일부터 시작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으면 우리나라 경제와 GDP성장률이 상승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5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한국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내년도 한국 GDP성장률이 0.1%~0.3%p 상승향 조정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연구소는 내년도 한국의 GDP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먼저 재정지출 확대로 내년도 미국 GDP가 개선되고 전세계 교육물량도 늘어나 한국 GDP성장률이 0.1%p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미·중 갈등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돼 국내 투자와 소비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받으면 GDP 성장률은 최대 0.2%p% 상승하게 된다.
또 바이든 후보가 국제보건기구(WHO) 재가입을 선언한 만큼 글로벌 리더쉽을 발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를 늘리면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확대된다. 주요국의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는 전제하에 내년도 국내 금융시장은 국채금리 상승, 원화 절상, 주가 상승 등의 개선세도 기대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한국의 잠재정상률도 0.2%p 높아진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할 국제무역질서에 한국이 적극 참여할 경우 교역 여건은 우호적으로 개선된다. 바이든 후보는 다자간 무역협정과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미국 내 산업 발전과 중산층의 이익 증대로 연결시키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경우 잠재성장률은 최대 0.3%p까지 하락한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갈등 요인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낀 처지에 마찰이 극대화될 수 있단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라는 압력을 증대시키면 중국은 공급망국산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한국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국고채 금리는 미 국채와 연동하여 상승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의 공약대로 바이든 행정부에서2.2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국채발행 등의 인프라 관련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작용해 미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내년도 확장적 예산에 따른 국채물량 확대를 예고한 만큼 미 국체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국고채 금리에도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면서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증시의 상대적 약세와 중국 경제 성장 가속화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결과적으로 달러화 약세기조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증시유입을 촉진시켜 우리경제의 경기회복과 시중금리 상승효과를 불러오고 원화 강세는 금융업종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는 전제하에서 2021년 국내 금융시장은 국채 금리 상승, 원화 절상, 주가 강세 등 금융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조 바이든 후보는 253∼26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 확정을 위한 270명에 매우 근접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 결과가 예상되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20명의 선서인단을 확보하면 대선에서 최종 승리하게 된다.
미 대선에서 한미동맹 강조한 바이든 후보 당선 유력 핵무장 포기 없는 북한과의 관계, 한반도,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 관심 급증 북미관계를 보는 5가지 시각 정리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지난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러 언론 매체들은 각 분야별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창넘어 북한>에서는 당선이 유력한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에 초점을 두고 5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해 봤다.
오늘은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전제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점검해 보겠다. 바이든 후보는 최근 연합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매우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무엇보다 200만 명에 달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미국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 대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의 새 대통령이 한미동맹과 한국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대단히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의 관심은 오히려 북미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사코 핵무장을 추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큰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 북한에 바이든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할지, 과연 기존의 흐름을 반전시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모든 국내 언론들이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창넘어 북한에서도 또 하나의 전망을 내놓는 것이 적절할 지를 잠시 고민했다. 별로 새로운 얘기를 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전망을 해보기로 했다. 창넘어 북한을 고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북미관계를 전망하는 시각을 다섯가지의 시나리오로 정리해 봤다.
첫째 시나리오는 바이든 후보가 미 상원 외교위원장, 부통령 등을 역임해 외교에 안목이 높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 등에서 밝힌 입장들을 주로 감안했다. 한마디로 점진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원칙론적인 외교 방법론을 지키면서 북미간 신뢰구축, 실무협상을 하면서 진전이 있을 경우 정상회담 등의 상향식 외교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방식을 추구할 것이라는 거죠. 가장 많이 나오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는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좀 걱정되는 점이 있다. 바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가 완전히 틀을 갖추는데 걸리는 시간 만도 최소한 6개월이고 그 정부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확정해 추진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이고 대통령 선거는 그보다 두 달 전쯤 치러질 전망이다. 한미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하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지금부터 계산해도 1년 남짓이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가 새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기가 내년 하반기라면 한미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달 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미 사이에 의견 조율이 필요한 일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도 시간이 짧은데 아시다시피 한미 간에는 견해차가 보이는 사안들이 적지 않다. 종전선언, 주한미군 주둔비용,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 등등 이견을 조율하는 일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부족할 정도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첫 번째 시나리오와는 정반대다.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의 안보에 주는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경우다. 미국이 코로나 19의 대처와 인종 간 갈등 치유 등 국내문제에 매몰돼 북핵문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섞인 분석이다. 그런데 역시 걸림돌이 크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치 않고 북한을 비핵화로 강하게 이끌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중미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나 미국이 모두 상대와의 직접 협상보다는 한국을 중재자로 삼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다. 우리 정부 주변에서는 상황을 이런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주 월요일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나리오는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북한도 바이든 정부에 대한 정책을 세우는데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전제로 한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간보기를 하는 시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고 그동안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미국이나 북한 모두 어느 정도 우리에게 맡겨두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우리 정부의 이런 노력을 얼마나 존중할지, 또 미국은 어떨지 아직 불확실하다. 1년 반 전 일이지만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우리 정부를 향해 퉁바리를 준 일이 떠오른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종전선언 문제로 인해 한미 간에 견해차가 심각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보다 바이든 정부는 더 꼼꼼하게 한미동맹과 종전선언의 상관관계를 따져볼 것이라는 의견에 근거하고 있다. 종전선언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을 바이든 정부가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 대목은 트럼프 정부조차도 종전선언이 동맹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는 아이디어는 북한이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 밝힌 입장을 반영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가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 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뜻하는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말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대응 전략전술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미국은 공화당 정부보다 오히려 민주당 정부가 핵확산 방지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북한의 핵무장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의지를 강하게 만들고 있어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핵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확장억제’ 전략만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의지를 잠재울 수 없기에 새로운 대북 핵억지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 정책을 수립한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과 외교적 핵협상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시나리오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걸 의미다. 장기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지만 단기, 중기적으로는 동북아시아에 오히려 긴장을 높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최근 미국의 핵확산 억제 전문가가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무관하게 군사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핵능력 강화로 발생한 새로운 문제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논문을 바탕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다음번에는 이 논문의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앞으로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바이든 당선 시 북한의 움직임은
북미대화 쉽지 않아, 결국 도발로 이어져
보텀업 방식 바이든, 북한으로서는 고민 깊어 북미대화 수 틀리면 결국 ICBM 등 도발 강행
내년 6월 넘어야 북미 실무 대화가 가능해져 대남 비방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앞으로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을 모았다. [한국뉴스투데이] 미국의 대선은 우리에게도 주요 관심사이지만 북한에게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북미대화의 운명이 바뀌어지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을 하게 된다면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되고, 방위비분담금과 주한미군 철수가 연계되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대화는 더욱 꼬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더욱 신중히 접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문제는 보다 즉흥적이면서도 임기응변적으로 접근했다만 바이든 후보는 보다 신중하면서도 치밀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보텀업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바이든 후보는 선거운동 동안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관여하고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즉흥적이면서 임기응변적인 그런 접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분간 자국 내 정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당분간 북미 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출범한다고 해도 4월 5일까지 청문회 정국을 거쳐야 한다. 또한 청문회를 마친 후 약 두 달 정도 정책 검토 기간을 갖게 된다. 따라서 북미 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아무리 빨라도 내년 6월을 넘겨야 한다.
미국의 실무진과 북한의 실무진이 만나 대화를 하는 시기가 내년 6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상 내년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후보가 과거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전략적 인내’를 구사한다고 하면 그 시간은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북 제재 참지 못하는 김정은
북한으로서는 그 시간을 과연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왜냐하면 대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를 하루라도 빨리 움직이게 해야 할 무엇인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ICBM 도발과 같은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과거 미국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의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지면 북한은 도발을 선택했다.
북한이 도발을 선택하게 되면 미국 내 여론은 북한을 만나야 한다고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도발을 억제했던 경험을 가진 미국민들이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에도 비슷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문제는 내년 3월 군사훈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가장 주요 의제로 두기 때문에 군사훈련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3월 군사훈련을 북한은 도발로 여기게 되면 ICBM 발사 등 어떤 형태로의 도발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개표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우위를 보이며 여유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진/뉴시스)
대남 비방은 더욱 강화
북한으로서는 이런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대화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그 화살을 우리에게 돌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대화와 강경책 중 강경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꼬인 북미 대화를 풀어주기를 희망하면서 대남 비방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NLL 도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변화된 미국 행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태도를 취할 것인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거꾸로 대남 공세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의 대화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면 북한으로서는 신뢰할 수 있을만한 곳은 우리 정부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해서 북미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