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인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새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처 계획을 담은 책자를 들고 직접 설명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10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apex2000@yna.co.kr
4년 전 미국 언론은 백악관의 새 주인이 예고한 예측 불가능성에 주목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파악하는 데 분주했다. 엄청난 변화의 폭풍이 수평선 너머에서 이미 미국사회를 흔들기 시작했다. 반면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은 ‘정상상태로의 회복’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미국사회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분열과 증오로 점철됐던 혼란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미 주류 언론도 이러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순탄치 않은 화해와 치유의 행로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은 기쁨과 환호보다는 긴장감과 엄숙함이 지배했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2020년 대통령 선거는 미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음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 워싱턴에 도착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들을 추모하면서 리더십 재건의 첫발을 뗐다. 미 텔레비전 방송사들은 추모식을 생중계하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새 미국 대통령이 맞이할 엄중한 상황을 전했다.
2만명이 넘는 병력이 투입돼 요새처럼 변한 의사당과 백악관 주변의 모습도 매일 보도됐다. 긴장감이 고조된 워싱턴 시내의 모습은 바이든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화해와 치유의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줄곧 대선 불복을 외쳤지만, 1월 6일 의회의 대선결과 인증회의를 계기로 모든 논란이 종식되고 새 대통령 맞을 준비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으로 상황은 돌변했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까지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과 관련 수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를 보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트럼프 시대의 마지막 2주는 미국의 정치지형이 큰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대혼란의 시기였고, 민주당의 앞날보다는 공화당이 직면한 위기에 더 관심이 쏠리게 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패배가 사실상 결정된 이후에도 공화당 정치인 대부분이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을 섣불리 비판하지 못했다.
선거결과 트럼프 지지층이 매우 공고하고 충성도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것이고, 2024년 대선에 트럼프가 또다시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을 계기로 ‘탈트럼프’ 움직임이 공화당 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엘리트 정치인들과 거리가 먼 풀뿌리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
이 같은 공화당의 내분이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적 통합(unity), 화해, 치유에 득이 될지는 분명치 않다. 분열과 증오로 얼룩진 과거는 묻어두고 앞만 보고 달려가자는 메시지는 당장 트럼프 탄핵심판과 충돌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했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마저 트럼프가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에 중대한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 만큼 상원의 탄핵심판은 트럼프에게 매우 불리하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
그럴수록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발은 커질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시작부터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새 행정부 고위관료들의 상원 인준과 경기부양, 코로나19 대응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심판 절차를 늦추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 처리에 대한 당내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의 정치적 유산을 제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오바마 시대의 이민, 보건복지 정책을 뒤집었듯이 바이든 대통령 역시 행정명령으로 트럼프 시대의 기후변화협약, 이민정책을 되돌려 놓았다. 그러나 미국사회의 관심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습할지에 쏠려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수가 40만명을 넘겼다는 사실이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의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 만에 제1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전사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사망한 것이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연방 의회 의사당을 지키는 주 방위군을 짝 방문해 초콜릿 칩 쿠키를 전하며 격려하고 있다. 2021.01.23.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라스 엠호프 (오른쪽부터)가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대통령 취임식장에 들어서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종식과 경기부양
현재 미국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검사와 추적, 치료 등 코로나19 사태의 초기대응에는 실패했지만, 백신의 대량 생산과 신속한 보급으로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백신의 유통과 접종에서 행정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말까지 2000만회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 간의 긴밀한 소통과 정보교환, 행정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곳에서는 백신 공급물량이 부족해 접종대상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반면, 다른 곳에서는 백신이 남아돌아 대량 폐기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 측은 취임 직전에야 백신 공급물량과 유통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인수 과정에서 트럼프 측의 비협조로 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려웠던 만큼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현재 1200만회에 머무르고 있는 접종속도를 어떻게 신속하게 끌어올리면서 취임 후 100일까지 1억회 접종 목표를 달성하느냐가 바이든 행정부 초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경기부양책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1조9000억달러 예산안을 제시한 만큼 매우 공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만큼 의회의 협조를 받기도 수월해졌다.
그러나 국가부채의 급증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며, 민주당 내 보수파들의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폭스뉴스를 필두로 한 보수언론은 벌써부터 정부 역할의 지나친 확대를 경계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 내 보수와 진보 간의 긴장이 새로운 전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연호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배석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21.01.22.
바이든, 2000조원 경기부양책 필요 강조…"과감하게 행동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 경기부양안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소득층을 위해 식량지원 확대와 재난지원금 지급, 연방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나는 오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돕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며 "모든 연방기관이 가족과 중소기업, 지역사회에 구호책을 제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CNN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내일뿐 아니라 미래에 모든 미국인을 위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과감하고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미국인이 고통받고 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40만명이 숨졌고, 앞으로 60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재계, 노동계, 월가, 중산층은 물론 다수의 주지사와 시장들로부터 지지받고 있다면서 의회가 이를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에 '미국 구조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전체 1조9000억달러 중 4000억달러는 전염병 대유행 퇴치에 쓰이고, 나머지는 경제 구호 및 주·지방 정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1인당 1400달러(154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작년 말 의회를 통과한 600달러 외에 추가로 지급해 총 2천 달러(220만 원)가 되게 하는 것이다. 연방 최저임금 최소 15달러로의 인상은 현재 7.5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바이든 대통령 집무실/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집무실 “책상 빼곤 다 바꿨어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내부를 완전히 새로 바꿨다. “책상 빼곤 다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결단의 책상’으로 불리는 대통령 책상의 정면 벽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초상화를 걸었던 곳이다.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2차 대전 등 국가적 위기를 이겨낸 대통령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루스벨트는 재난에 처했던 나라를 구한 인물”이라며 “바이든도 국가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결단의 책상은 19세기 중반 북극에서 실종됐다 미국에 의해 구조된 영국 배 ‘결단(resolute)’호(號)를 해체하면서, 영국이 책상으로 만들어 미국에 선물한 것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들여놨다 뺐다를 반복하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두상(頭像)은 이번에 또 집무실에서 빠졌다.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미 영국 대사로부터 받은 이 두상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철수됐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다시 등장했다. 백악관은 이번에 이 두상을 뺀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CNN이 보도했다.
인권운동 지도자 로사 파크스와 아브라함 링컨의 흉상등 바이든 대통령 집무실엔 노동자와 흑인 인권 운동가들의 흉상과 두상이 진열됐다./로이터 연합뉴스
라틴계 미국인으로 인권운동가이자 노동운동 지도자 였던 케사르 차베스의 흉상이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 뒤에 가족사진과 함께 놓여있다. 이 흉상은 그의 아들 폴 차베스로 부터 빌린 것이다 /AP 연합뉴스
바이든대통령 집무실에 놓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두상./AP 연합뉴스
바이든이 강조한 ‘통합' 메시지도 곳곳에 담겼다. 루스벨트 초상화 옆에는 현 공화당과 민주당의 시조로 꼽히는 토머스 제퍼슨 제3대 대통령과 알렉산더 해밀턴 초대 재무장관의 초상화가 위아래로 걸렸다.
트럼프가 책상 근처에 걸었던 앤드루 잭슨 제7대 대통령의 초상화는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과학자 출신 벤저민 프랭클린 초상화로 교체됐다. 잭슨은 노예제를 옹호한 인물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의미와 함께 과학에 대한 바이든의 관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집무실 정면 벽에 걸린 초상화들. /로이터 연합뉴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흉상도 새로이 진열됐다./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가 국력을 과시하려고 배치했던 육·해군 등 각종 깃발도 사라졌다. 대신 바이든은 말을 탄 아파치 원주민 조각상을 한 점 들였다. 트럼프가 다이어트 콜라를 가져오라고 할 때 사용했던 책상 위 ‘콜라 버튼’도 사라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비 경제 관련 행정명령을 펼치고 있다.로이터뉴스1
바이든, 취임 후 첫 정상 통화...순방까지 시간 걸려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를 맞아 본격적으로 미주 대륙 정상들과 통화에 나서며 외교일정을 시작했다. 미 백악관은 한국을 비롯해 다른 정상들과 일정은 아직 알려줄 수 없다며 해외 순방 역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22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했다. 바이든은 트뤼도와 통화에서 양국을 연결하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사업 승인 취소 문제를 논의했고 트뤼도는 이에 실망감을 표했다고 알려졌다. 바이든은 이미 취임 전부터 환경 문제를 들어 송유관 사업 취소를 예고했다.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은 캐나다 산유지 앨버타주와 미국 텍사스주를 잇는 대형 송유 시설 건설 프로젝트다. 지난 2008년 처음 추진됐다가 2015년 11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중단된 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재개됐다.
같은날 바이든은 오브라도르와도 통화했다. 오브라도르는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과 통화는 우호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였다”며 “이민과 코로나19 문제, 개발과 복지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과 양국 국민을 위해 좋은 관계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다음주에 추가 정상 통화가 이뤄진다고 예고했다. 그는 "다수의 유럽 국가를 포함해 우리 동맹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일일 일정을 제공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사키는 바이든의 해외 순방 일정에 대해 "바이든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해외 순방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선 언제 (순방이) 이뤄질지 알려줄 내용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키는 최근 도쿄 올림픽 취소 논란과 관련해 바이든이 도쿄 올림픽의 안전성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나 우리 국가안보팀과 여름 (일정) 또는 (올림픽) 계획에 관해 얘기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소강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오는 3월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오는 3월 한·미연합훈련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한반도 상황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상반기는 북미 소강국면, 고비는 3월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 공동학술회의에서 "1, 2월은 북한이 대남·대미 심리전에 주력하는 소강국면으로, 당 대회 후 대내문제에 집중하고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도 지켜볼 것"이라며 "조 바이든 정부도 대내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했다.
그는 어느쪽도 대북정책을 주도하기 힘든 구조 탓에 소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3월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올해 남북관계를 결정하는 시금석이자 분수령 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은 기본적으로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에는 북·미관계에서 상황관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든 정부도 미 국내문제 해결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를 근거로 올해 북미관계 전망을 하면, 상반기엔 상황관리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며 "북미 모두 상황관리 동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변수가 있는데 3월 한·미연합훈련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를 계기로 한 북한의 전략무기 실험 등에 따른 북미갈등 심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평택=뉴스1) 조태형 기자 =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2020.8.11/뉴스1
대북 상황관리 vs 전작권 전환, 연합훈련 딜레마전문가들은 3월 한·미연합훈련 관련 상황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미룰 경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딜레마'도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3월 한미연합훈련을 완전히 중단하는 건 한미가 수용할 수 없는만큼, 한미훈련의 한시적인 조건부 중단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이를 위해 북한과의 사전협의가 필요한만큼, 대북특사 파견 등으로 남북대화를 재개시키는 게 상황관리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미훈련 연기·취소를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중요한 건 남북관계"라며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협상 중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남북대화가 끊긴 상황인만큼 "3월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대화 여건을 만들고, 남북회담을 추진해 그 이후 군사훈련 문제 등을 상호협의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당 대회에서 남측에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첨단무기 반입을 문제 삼은 것과 관련 "사실상 우리 정부에 전작권 딜레마를 던진 것"이라며 "3월 훈련은 지난해 8월 수준이면 넘어갈 수 있다고 보지만, 문제는 8월 군사연습이고. 전작권 전환에 따른 국방계획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할 문제가 됐다"고 짚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코로나19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3월 고비, 그 이후는…
이 수석연구위원은 만약 한·미가 군사훈련을 실시할 경우, 북한은 미국에 대한 전략적 도발 보다 '약한 고리'인 남측에 대한 '저강도 전술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봤다. 바이든 정부를 자극하지 않고, 추가제재를 회피하면서 미국에 대한 사전적 경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이 수석연구위원은 "3월을 넘긴다 해도 하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있어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갈등, 도발, 제재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남북관계는 더 어려울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북 및 북·미 관계개선 기미 없이 소강상태가 길어질 경우의 위험도 지적됐다.
김 연구위원은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미간 협상 재개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미간 관계가 악화하거나 장기교착에 진입할 가능성 두 가지 다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국내문제 극복에 성과를 거둘 경우 북핵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의 전향적 접근이 없으면 북한이 전략무기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서 갈등이 고조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정책 입장에 변화가 없고 미국의 전향적 입장이 없거나 지체되면, 북한의 전략무기 시험 등을 대응할 가능성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연재]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한미동맹 현안 점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쿼드’ 동참 요구 거셀 듯
중국 정부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권 인사 28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미국의 반 중국 정책과 그 주도 세력에 대한 반격을 가하면서 미국의 새 정부에 트럼프 정부의 대 중국 정책을 답습하지 말도록 경고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환구시보 2021년 1월21일).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한 수 분 후 “폼페이오 장관 등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고 중국의 이익을 훼손했으며 미중 관계를 심각하게 분열시켰다”면서 “당사자와 그들의 직계 가족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입국이 금지되고 이들과 관련 있는 회사와 단체 등도 중국에서의 사업이 제한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재 대상엔 트럼프 정부의 폼페이오 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이 포함됐다. 미중 갈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조치에는 무게가 실려 있다.
미국은 공화, 민주 양당 모두 중국의 군사, 경제 발전을 견제해야 미국이 일등국가로 남을 수 있다는 패권주의적 견해를 갖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로 인해 양분된 미국을 통합하기 위해 민주, 공화 양당이 동의하는 대중 압박, 대결 정책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28일 국가안보 브리핑 후 연설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중국 정부가 무역. 기술. 인권을 비롯한 기타 문제에 대한 훼손에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와 동맹들이 우리가 공유하는 이익과 가치 보호를 위한 공동의 대의를 만들기 위해 연합을 구축할 때 우리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2월28일).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미중 갈등을 심화시킬 전망이어서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부터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북한은 이란이나 러시아, 중국과 함께 중요한 문제지만 최우선 순위에 놓기엔 다른 긴급한 현안들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1월2일).
미국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향후 미국이 대만을 적극 지원하는 것에 대한 중국의 반발 속에서 대만 부근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외면한 채 고위 정부 인사의 대만 방문 등을 강행했고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이 밀월 관계를 본격화한 지난 9월부터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강행, 중국 군용기가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104일 동안 70여 차례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중앙일보 2021년 1월2일).
중국 정부는 미국이 대만을 지렛대로 중국을 더욱 자극할 경우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는 대책을 내놓아 대만을 위협하고 미국을 긴장케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정부가 국가통일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이 법에는 중국이 통일을 위한 대만 공격을 합법화하면서 무력통일을 포함해 중국과 대만의 통일 방식과 절차, 시기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이 지난해 크게 증대한 것은 미국이 중국 포위 전략인 쿼드(Quad)를 추진하면서 대만을 그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의향을 감추지 않은 것과 때를 같이 했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결성한 4개국 협력체인인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를 줄인 말이다. 쿼드는 2007년부터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이 시작한 비공식 전략기구로 준 정규적 정상회담, 정보 교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처럼 대만에 대한 지원과 함께 쿼드 추진을 강행해 중국을 자극할 경우 발생할 파열음으로 북한 문제가 가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중 두 나라는 지난 해 무역 분쟁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놓고 그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신냉전’ 시대를 방불케 했다.
미군은 쿼드 추진을 본격화 하면서 지난 8월 B-2A 스텔스 폭격기 3대를 2016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양의 미군 기지에 배치한 데 이어 한반도 주변 해역에 전략폭격기 6대를 동시에 출격시키고 일본 근해와 남중국해 인근에서 작전을 펼쳤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서해 일대에서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연합뉴스 2021년 1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중후반 기에 걸쳐 쿼드를 실체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자 중국은 막강한 자국 경제력을 활용하거나 러시아와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미국의 군사도전에 대응할 첨단무기를 개발할 방침을 밝히면서 대응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는 또한 파키스탄, 북한 등 유관국가간 연대를 모색하면서 북한에 대해서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지원을 지속했다.
미중 두 나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에 대해 쿼드 참여를 압박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에 한국의 참여가 당연하다는 식으로 논리를 폈으며 미국의 전, 현직 고위관리나 전문이들 미국 정부 선전매체인 미국의소리방송 등을 통해 여론전을 전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1월12일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안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연합뉴스 2021년 1월18일). 이는 한국의 쿼드 동참에 대한 구체적인 주문의 성격으로 읽힌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8월2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을 마치고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도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정치국 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을 한국에 보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꾀하면서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등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애를 쓰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쿼드 가입은 물론 성주 기지에 사드의 추가 배치가 강행되면 심각한 경제 제재 등이 따를 것이라는 점 등을 시사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는데 미중 대치가 심화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국은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구조가 유지될 경우 자주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6위권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율적 역할을 수행할 경우 미국의 쿼드 동참 압박에 스마트 하게 대처하고 원만한 대중 관계, 남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쿼드 트럼프 집권 때 미 의회가 추진 법 만들어
미국이 향후 인도·태평양 국제기구로 발족을 희망하는 쿼드는 중국의 경제,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 군사적 기구로 일컬어지고 있다. 미국은 쿼드를 공식 기구화 해서 ‘아시아의 나토’를 만들기 위한 기반으로 삼기 위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고 중국도 맞대응을 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 등 쿼드 4개국이 지난해 10월3일 대규모 해상 합동군사훈련 `말라바르’를 인도양 북동부 뱅골만에서 시작해 3일 동안 실시했다. 호주는 2008년부터 이 기구에 불참했지만 2020년 인도가 초청하는 형식으로 13년 만에 이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이는 중국에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1월 3일).
이 훈련 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하순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가 합동으로 일본해와 동지나해, 타이완 해협 부근에서 항공전략 순찰비행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유관 국가가 항의하자 중국은 ‘해당 지역을 미국 패권주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측 인사는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 등에 많은 동맹국을 거느리고 무기를 배치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협동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환구시본 2020년 12월23일).
새해 들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또 시작됐다. 미국은 쿼드 4개국과 캐나다 군이 참여하는 다국적 대잠수함 작전 훈련 ‘시 드래곤’(sea dragon)이 지난 12일부터 괌 인근 해상에서 실시 중이라고 미 해군 7함대사령부가 지난 16일 밝혔다.
우리 군은 지난해 해군 초계기를 파견해 이 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했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참했다 쿼드는 향후 미국의회가 이미 만들어 놓은 정책에 의해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미국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 중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과 태세를 증진하고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2021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 '태평양억지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항목을 신설해 22억 달러(한화 약 2조4천억원)를 배정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태세 및 방어능력을 증진하고 동맹을 확실히 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미 의회가 중국에 한층 더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초당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풀이됐다(연합뉴스 2020년 12월7일).
계획에 따르면 태평양억지구상을 통한 중국 견제의 대체적 방향과 미군 주둔 병력의 현대화 및 강화 등이 포함돼 있고 국방장관은 관련 보고서를 2021년 2월 15일까지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태평양억지구상이라는 명칭은 2014년 러시아의 공세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 방어를 위해 미군 주둔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된 '유럽억지구상'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이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최대 위협인 중국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미군 배치 재조정을 강조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이 하와이 캠프 H.M. 스미스의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미국은 중국에 맞선 동맹 간 공조를 위해 무기 수출 제한에 대한 개혁을 추진 중이며 미군 현대화와 동맹군의 역량 강화가 중국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0월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1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일본, 호주와 구성한 협의체인 쿼드 참여 국가인 인도, 일본, 호주 총리에게 공로 훈장을 수여했다(연합뉴스 2020년 12월22일). 미 백악관은 21일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공로훈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0년 12월22일).
중국 반말, 러시아와 공동 대응
중국은 지난해 10월29일 막을 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중국이 당면한 두 개의 주요 도전은 미국의 전략적 봉쇄전략과 코로나19라면서 이를 극복해 세계 최강국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환구시보 2020년 10월29일).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호주와 양자 또는 다자 군사합동훈련을 벌이고 남지나해에서 중국의 해양 권리를 부인하거나 중국-인도 국경분쟁에 인도 편을 들고 있는 것은 쿼드 추진을 위한 목적이지만 성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환구시보 2020년 9월2일). 중국은 또한 미국이 쿼드를 아시아의 나토와 같은 기구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참가국의 동참을 촉구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해당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환구시보 2020년 10월25일).
즉 쿼드는 미국만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일본, 호주만 해도 중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고 대만 문제 등에서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경우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고 있지만 대중 무역 의존도 등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고 특고 외교에서는 인도는 항상 독자적 노선을 취해왔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어렵다고 중국은 주장했다.
중국은 그러나 쿼드 추진을 촉발하는 움직임에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쿼드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호주가 중국· 러시아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작업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가 이를 '중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지칭하면서 각을 세웠다(조선일보 2020년 12월4일).
환구시보는 지난해 12월3일자 논평에서 “호주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공격형 무기를 개발·배치할 경우 미국의 전력과 연계해 중국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초고음속 순항미사일은 모든 국가의 국방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호주가 미국과 무기 개발에 성공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분명한 대응책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지난해 10월6일 도쿄에서 미국과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의 외무장관이 쿼드 회담을 열고 인도-태평양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달성을 위해 더 많은 나라와 협력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데 대해 '쿼드 회담이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0월8일).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다자간 협력이 폐쇄적이거나 독점적인 소규모 집단을 형성하지 않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히고 투명한 정신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며 제3국의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또한 폼페오 장관이 일본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 4개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보장을 도울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악의적으로 정치적 대립을 일으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관측통들은 중국 대사관의 이 논평이 중국의 쿼드에 대한 경계심을 반영하고 있으며, 더 많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의 포위”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시도로 풀이했다.
쿼드를 중심으로 중국의 위협적인 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훈련과 다자 공조를 통한 집단안보체계 형성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러시아사이에 관계 강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미국의소리방송이 2020년 10월30일 보도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2일 공개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군사동맹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론상으로는 고려할 수도 있다”며,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7월 공개된 인도태평양 내 미 육군의 설계와 관련한 정책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네이선 프레이어 미 육군대학원 교수는 “러-중 간 군사동맹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상호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움직임이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어 교수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두 나라가 군사조약에 기초하지 않는 편의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이해에 따라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인도태평양 역내에 미국과 동맹의 이익에 반하는 커다란 어려움을 충분히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북한, 일본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보다 더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사례도 있다며, 미국이 러시아를 역내 방해꾼으로 간주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중국 폭격기가 동해상에 도발적 비행을 한 사실을 포함해 최근 양국 간 훈련이 증가한 것도 이와 같은 상호보완적 목적에 따른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활강미사일 등의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는 데 대해, 궁극적 목표는 “인도태평양 역내 불안 조성이 목적”이며 미군의 역내 진입 차단에 있다고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0월23일).
판다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3월 담화에서 마하 20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 ‘아방가르드’ 등을 공개하면서 그런 의중을 명백히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올해 공개한 둥펑-17 극초음속 미사일도 비슷한 셈법에 따라 실전배치가 추진되고 있어, 인도태평양 내 불안 조성 목적이 가장 크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지금까지 전략무기에 의존했던 방식을 탈피해 핵이 탑재되지 않은 전략무기로 미 본토와 잠재적으로는 핵 통제체계까지 타격하는 셈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또 한국과 일본의 미군 전진기지들은 이 같은 적성국들의 최신 역량에 가장 취약하다며, 분산 배치와 미사일 방어 강화, 위장을 통해 약간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손쉬운 표적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이날 대담에서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진기지는 유사시 본토 증원 병력이 도착하기 전 까지 적군을 막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지만, 적성국들은 최근 이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한국의 쿼드 참여 압박
미국무부는 지난해 11월13일 “철통같은 한미 동맹은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연계한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양국 동맹을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사용해온 표현인 핵심축, 즉 “린치핀”에 거듭 비유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1월14일).
국무부 관계자는 “우리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 선다”며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안보, 여성권 증진을 비롯해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고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일 외교 당국이 양국관계 발전 의지를 확인한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양국 외교당국 간 아세안 정책을 조율할 협의회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한국 외교부의 설명과 관련해 “한국은 지역과 국제 현안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며, 여기에는 “코비드-19(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와 싸우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며,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아래 역내 유대관계를 재확인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지난해 11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가 역내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앞으로도 구체적 협력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의 다자안보회의체인 쿼드에 집중하면서 한국과 같은 미국의 전통적 양자 동맹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고, 일본은 쿼드에서 한국의 부재를 이점으로 여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1월6일).
미 의회조사국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의 안보회의체인 쿼드와 관련해 “역내 다른 국가들을 배제하면서 전통적인 양자 동맹국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한국을 거론했다. 이는 한국을 쿼드에 저극 동참시킬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환기시키는 표현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조약으로 맺어진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해상 이해관계와 점증하는 해군 역량을 갖춘 민주주의 국가라는 설명에 부합하지만, 쿼드에 속하지 않았다”면서 “한국은 중국의 반감을 사는 쿼드에 포함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높지만, 여기서 빠진 것에 초조해 할 수도 있다. 반면 일본은 한국의 부재를 이점으로 여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는 (쿼드에서) 한국의 부재가 4개국 간 그룹을 이루는 데 추가적인 이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미국이 한미일 긴밀한 3자 협력을 독려하는 데 종종 반대하고 저항해왔다”고 설명하면서 “쿼드는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의 안보 훈련을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전임 국가안보보좌관들은 지난 10월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꼽으면서 북한의 핵 확산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긴급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경제를 기반으로 각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한국 역시 해당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0월20일).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미국 안보의 핵심 위협과 차기 정부의 우선순위’를 주제로 주최한 웨비나에 참석한 제임스 존스 전 보좌관은 중국이 가하고 있는 위협으로 한국의 예를 들면서 경제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30%에 달하는 한국의 중국 경제 의존도를 바탕으로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위협한다”면서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약 30%에 달하며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최우방국 한국에 미국과의 안보협정, 군사 훈련 등에 대해 해야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맥팔레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이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60개국 이상이라면서 중국의 목표는 영향력과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강력한 동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맥팔레인 전 보좌관은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그리고 쿼드와 같은 지역 동맹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정부 쿼드 참여 부정적 입장
한국 외교부는 지난 해 12월 초 현재 미국으로부터 쿼드에 추가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의 쿼드 참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시사했다
. 강 장관은 지난해 9월26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화상 대담에서 한국의 쿼드 가입 의사에 대해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정 현안에 대한 대화에는 참여할 의사가 있지만 만약 그것이 구조화된 동맹이라면 우리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일축했다(아주경제2020년 12월4일).
한국 정부가 쿼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는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이 주목된다. 이 대사는 지난해 9월3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숙고에 있어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고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한국이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국이 미국에 안보적으로, 중국에 경제적으로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 고조에 따라 한국 정부의 위치선정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있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2020년 9월4일).
이 대사는 이날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 행사에서 미·중 경쟁의 심화를 거론하며 “우리는 한미동맹의 미래상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 즉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양날의 검’으로 표현하며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점도 약점도 될 수 있다. 우리는 안보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에 기대고 있고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중국에 기대고 있다”면서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협력하느냐는 매우 중요하고 한국 정부의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아주 첨예한 논쟁이 있다. 한 나라가 안보만으로 존속할 수 없다. 경제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이 두 요소는 같이 가야한다”고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 대사의 이런 발언 후 반박하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워싱턴DC에 있는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행사를 한 뒤 “70년간 우리 동맹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보루로 남아 있다. 다가올 70년, 그 이상의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실히 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20년 10월15일).
에스퍼 장관은 이어 “양국은 함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한미 장관은 이날 SCM 개최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성명 등 논의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취소되어 여러 뒷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이 동북아 신냉전 막아야
미국이 쿼드를 적극 추진했던 시기에 남북 정상이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비핵화와 군사, 경제 부문 협조 및 이산가족 면회 추진 등 포함) 및 판문점 선언(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 남북 간 경제 협력 추진 등 포함)을 내놓았지만 합의 내용이 실천 되지 못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은 후에 한미 협의와 동의절차를 거치면서 거의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한 남북철도 연결, 금강산, 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하고 한미군사훈련 지속을 고집하면서 한국군 군사력 증강 등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이 쿼드를 활성화시킬 조치를 취한 것과 비슷한 시기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쿼드에 공을 들인 시기와 내용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그는 2017년 11월 아세안 정상회담 기간 동안 일본, 인도, 호주 정상과 만나 쿼드 구상을 활성화 시킬 것에 합의했다. 그 에 따라 이들 4개국 관련 부문 책임자들이 회담을 갖고 안보 협력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중국이 남지나해에서 활동을 증대하는 것에 대해 협의했다.
그 후 쿼드 관련 회담이 2019년까지 5차례 열리면서 미국 등 4 개국은 쿼드를 활성화시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태도 속에서 역내 자유로운 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특히 2018년 1월 뉴델리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해군 사령관들이 만나 쿼드의 안보 활동을 재개할 것을 시사했다
남북정상이 다양한 교류협력의 청사진을 내놓은 시기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를 활성화 할 움직임을 취하는 시기와 겹치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미국이 쿼드의 군사훈련 재개 등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한이 화해 협력 움직임을 차단한 결과로 추정된다. 당시 남북정상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은 과거 유사한 사례의 경우처럼 사전에 어떤 식으로 든 한미 간에 협의 절차를 거쳤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후에 미국이 제동을 걸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당시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 제재가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간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은 쿼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북아에 신 냉전을 초래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노리기 때문에 남북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 새 정부가 기존의 대중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 한미간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 쿼드 추진에 반대하면서 미중관계가 패권경쟁으로 치닫지만 한중간 경제 관계가 한미경제관계보다 크다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선택 공간은 커 보이지 않는다.
▲ 1월2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바이든 새 정부가 동북아전략으로 쿼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시 할 경우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결속을 강화시키면서 동북아 신냉전 쪽으로 가속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럴 경우 바이든 당선자는 향후 추진할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중국과 북한관계를 벌려놓기 위한 견제카드의 하나로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를 제일 목표로 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그에 부수적인 문제로 격하시킬 가능성도 커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단계적 추진 등을 통한 실무자로부터의 추진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에 처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사전 교감 없는 상태에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처럼 미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남측과의 관계를 전면 중단한 상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독자적 방역과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남한이 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상당부분 정상화시키고 군비현대화 계획 추진에 속도를 늦추는 식의 조치를 취할 때까지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미국이 쿼드 추진을 지상과제로 삼고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를 가동해 중국을 압박할 경우 북중러 관계가 긴밀해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쿼드 구상이 구체화될수록 미국의 대북 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미래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국 정부와 정치권, 학계, 언론, 시민사회 단체 등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낱낱이 살피고 한국의 쿼드 참여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난제 해결을 위하 최상의 해법을 국제사회에 내놓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미국보다 더 철저하고 냉정하게 동북아 구조적 정세 등을 분석해 대응책, 해법을 강구해서 안전한 한반도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앨헴(왼쪽)과 마이크P.(오른쪽 위), 줄리아R, 샘M이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3
바이든 시대’ 시민들 기대감 “마침내 백악관에 괜찮은 사람이 왔다”
취임 다음날 뉴욕 맨해튼서 시민들 인터뷰 “바이든 정부, 트럼프 때와는 다른 길 택해야” “민주당 때로 약속 어겨… 공약 실제 실행하길”
인종차별·코로나19·이민·환경 등 새 정책 기대 “분열 단번에 없어지진 않겠지만 통합 희망적”
[천지일보 뉴욕=Xavier B, 이솜 기자] “바이든 정부가 미국에 더 나은 내일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의 취임 후 다음날인 21일(현지시간) 한 미국 시민의 말이다. 이날 천지일보 현지 특파원이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미국인들은 ‘바이든 시대’가 개막되면서 새로운 미국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팀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며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길을 택하기를 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통합에 대해서는 분열이 매우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므로 단기간 큰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지난 4년보다 더 나은 미래 기대”
미국 시민들은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끈 지난 4년간의 혼란을 끝내고 미국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엘라 W는 “전반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성품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을 결속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더 나은 리더십을 갖게 돼 매우 즐겁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할 때마다 5살이 하는 말처럼 들리는 사람이 아닌 모든 미국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앞으로의 4년이 지난 4년보다 훨씬 더 나아지길 바랄뿐”이라고 전했다.
엘햄은 “(바이든 시대에) 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마침내 백악관에 괜찮은 사람이 앉게 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말을 점잖게 하는 사람이 리더가 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샘 M.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보다는 확실히 다른 길을 택하길 바란다”며 “그리고 나는 그가 해낼 것이라 생각한다. 바이든은 그의 공약과 그가 전념해 온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힐다가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 점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힐다가드는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없으며 정책 결정과 권고사항을 상의 없이 정해선 안 된다”며 “알다시피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유능한 전문가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샘은 “바이든 대통령이 진보적이길 바라며 그가 말한 변화를 실행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민주당 사람들이 항상 그런 약속들을 지키진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샘(왼쪽)과 앨라W이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3
◆정책 긍정 평가… “실제 변화 만들길”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과 취임 초기 서명한 행정명령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지 의견을 보냈지만 일부 반대도 있었다. 엘라 W는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먼저는 코로나19 사안에 대해 분명히 전문가들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고 의료 개혁과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도 미국 전체에 보다 유익한 정책을 더 많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찬반이 갈렸다. 줄리아 R은 “학교 생태학 수업에서 이 주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며 “계획에 따라 수조 달러가 들어가는 등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있었다. 따라서 비용을 조금 삭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샘 M.도 기후협약 복귀에 반대했는데 “일부 국가는 (협약을) 2030년까지 유지하지 않는다”며 “세계가 따르지 않을 경우 우리가 왜 따라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마이크 P.는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기후협약 재가입은) 유일하게 현명한 일이다.
우리는 캘리포니아, 호주, 여기 뉴욕의 화재 등 우리 주변 환경에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날씨는 세계적 문제다. 한 나라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엘라 W도 “기후변화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는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하다”며 “협약에 다시 참여하는 게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샘은 “(기후협약 재가입이) 좋은 첫 걸음”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바이든 정부가 녹색 뉴딜 정책을 언급했길 바란다. 또한 이런 정책이 이 나라에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말싸움과 화해를 반복했던 이전 정부와는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마이크 P.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보다는 (북한에) 덜 환영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대로 견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엘햄은 “(대북 정책이) 트럼프 정부와는 많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논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스 D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수교하는 데 개방적이길 바란다며 “이것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한국에 얼마나 적대적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낫고 외교 역시 국가 간에 관계를 맺지 않는 것보다 수교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인종차별, 이민 문제 등에서의 정책 변화를 기대했다. 마이크 P.는 “경찰의 조직적인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데 있어 (바이든 정부가)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또 이 문제는 교도소 개혁과 결합돼야 한다. 이것은 정말 큰 임무지만 우리가 시작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엘햄은 “이민 정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예를 들어 무슬림 국가 입국 금지를 번복한다면 좋은 첫 번째 출발이 될 것이다.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 프로그램도 그렇다”고 말했다. 자신을 교육자라고 밝힌 엘햄은 바이든 시대 ‘더 강한 노동조합’을 기대한다며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도 집으로 돌아와서 여전히 집세를 낼 수 있을지 걱정한다. 경제적인 불안에 대해 미국에 필요한 치료법 중 하나는 강한 노조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샘은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안건에서 바이든 정부가 실제 변화들을 이끌어 낼 수 있길 희망한다”며 “그가 희망적으로 백신 유통을 진행시키고 우리가 이 문제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몇 가지 규칙과 법을 시행하고, 가까운 미래에 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힐다가드(왼쪽부터)과 레슬리K,안드레스 D가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3
◆“분열 깊고 오래돼… 결국 선이 이길 것”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통합을 주창했으며 취임 연설에서도 분열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시민들은 현재의 분열된 상황에 공감하면서도 당장의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엘라 W는 “나라의 분열은 트럼프 이전부터 있었다. 트럼프 때문에 촉발된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도 분열은 계속 발생하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이 어떤 모습이 돼야 하는지 좋은 롤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는 항상 다르지만은 않음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엘햄은 “9년 전 미국으로 이사를 왔는데, 미국은 정말 분단된 국가라고 확신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분열이 실재하고, 아주 오래돼 깊게 박혔다고 한 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분열이) 단번에 없어지지는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를 분열 시키는 힘을 ‘악’이라고 한다면 결국엔 더 강한 선의 힘이 악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샘은 “(통합에 대해) 희망적이지만 낙관적이진 않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미국인들을 다시 모이게 하게 위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다가는 “통합의 분위기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