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대출 접수 경로를 아예 차단하는 이례적 조치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연합뉴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김성규
국회 본회의. 윤창원 기자
김지섭기자
한국 정부·기업·가계 부채 합치면 5000조원, GDP의 3배 육박
“외계인이 아닌, 자국민에게 빚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빚잔치를 벌이는 전 세계를 향한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직언’이다. 이 매체의 ‘글로벌 부채 시계’는 전 세계 190여 국 정부의 빚 현황을 실시간으로 추산해 보여준다. 21일 현재 이 액수는 약 58조달러(약 6경3900조원). 1초당 34만달러(약 3억7500만원)씩 증가하고 있다.
이 시계 밑엔 나라별 빚의 증감(增減)을 붉은색(증가)과 초록색(감소)으로 보여주는 세계 지도가 있다.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일부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이 붉게 물들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Mint가 각종 지표로 확인해 본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 실태는 자못 충격적이다.
한국의 경우 BIS(국제결제은행) 집계를 토대로 기업과 가계가 각각 2000조원, 정부(국가) 800조~1000조원으로 부채총액이 5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 GDP(국내총생산) 예상치인 1조6000억달러(1764조원)의 2.8배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합작한 ‘빚의 늪’
규모나 위험성 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 부채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늘어난 빚 20조달러 중 절반이 정부 몫이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된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정점을 찍으며 벌어진 현상이다.
한국을 비롯,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국 중 34국이 만성화된 수요·투자 부진에 따른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며 극단적 재정 확대 정책을 펼쳤다. IMF(국제통화기금) 조사 결과 G20(주요 20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지출 비율은 1년 만인 지난 2008~2009년 0.5%에서 2.1%로 급증했고, 지난해 3.5%까지 증가한 상태다. 각국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미국과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은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여 부채가 늘었다.
그 결과 전 세계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주요 선진 27국의 부채 비율은 2차 대전 직후(124%)보다 높은 127%에 달했다”고 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해 국가 채무가 급증한 33국의 신용 등급을 총 51번 내렸다. 피치는 “1914년 설립 이래 역대 최다 기록”이라고 밝혔다.
◇채무 불이행 기업 3년 만에 7배
기업들도 저금리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빚을 늘렸다. BIS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선진국 기업(금융회사 제외)들의 총부채는 132조4300만달러(약 14경4580조원)로 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99조2670만달러) 대비 33% 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과 소비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재와 에너지, 경기 소비재 업종 등 경기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했다.
IT(정보기술) 등 일부 ‘코로나 수혜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존'을 위해 빚을 내는 상황이다. 상당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금융 비용도 감당이 안 돼 정부의 정책 대출로 버티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976조원으로 1년 새 107조원, 약 11%나 증가했다. 200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일부 기업은 초저금리를 이용해 일부러 빚을 냈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해 기업 인수에 쓸 현금을 쌓기 위해 채권 100억달러를 발행했다. 그러나 늘어난 빚은 신용도 하락을 부른다.
피치는 “(피치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 중 지난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한 기업이 총 65곳이었다”고 밝혔다. 2019년(22곳)의 3배, 2017년(8.5곳)의 7배 이상이 됐다.
미국에서 들여온 달러화 뭉치를 시중은행 직원이 점검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돈 풀기’ 정책으로 금융시장에 값이 싼(이자가 낮은) 달러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빚이 쉽게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뉴시스
◇'내 집 마련'에 빚더미 오른 가계
초저금리와 자산 가격 상승은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한국의 상황이 이를 압축해 보여준다. IIF(국제금융협회)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가계 빚 규모는 역대 처음 GDP를 넘어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0.6%에 달했다. 미국(81.2%)과 주요 선진국(78.0%)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주택 가격 급등의 영향이 컸다.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에 30~40대가 대거 빚을 내 집을 샀고, 이마저 한발 늦었다고 판단한 20~30대는 빚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 한국의 주택 담보대출은 722조원으로, 1년 새 68조원 늘었다. 주식 투자를 위해 개인과 기업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은 20조원에 달한다. 자산 시장의 과열이 빚을 부르고, 이 빚이 다시 자산 시장을 더 달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가계 빚이 커지면 이자로 내야 할 돈이 늘면서 일상의 소비에 쓸 돈, 이른바 ‘가처분 소득’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자산 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는 커지고, 실물경제 회복은 더 느려질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 사태로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공백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돈 쓰기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방채 발행 계획 대비 1.2조원 증가…최근 5년래 최대인 9조 채무제로 선언하면서 일부 지자체는 한도관리 서울시 등 일부 광역시도는 채무규모 적지않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채무제로를 선언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채감축 노력이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됐다. 지방 채무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급증하면서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지방해 발행 규모가 최근 5년래 최대인 9조원을 넘어서면서 지자체 누적 부채 규모도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자체들의 부채 감축 노력으로 2014년 27조7000억원에 달했던 부채는 2019년 25조1000억원으로 줄었었다. 2019년까지 채무 제로(0)를 선언하면서 일부 광역시도를 제외하면 기초 지자체는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좋아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이 편성되면서 지자체들이 끌어 쓸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끌어쓴 결과 부채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김경은기자
지방채 발행 규모는 2018년 4조1000억원, 2019년 6조5000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방의 재정 여력이 부족한 만큼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7월 지방해 발행 한도 외에 차환채 발행분을 전액 별도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지방채 상환 총액의 25% 범위 내에서만 차환채 별도 한도를 인정했는데 이를 100%로 확대한 것이다.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아직 우리나라 지방 부채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양호하나 개별 자체단체로 가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예를들면 서울이나 인천 등 일부 광역시도는 위험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어도 채무규모가 경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은기자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 은행에 빚을 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출 경향은 주택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서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서울 주택가 정경./ 연합뉴스
가계부채 폭증의 이면
침체일로의 실물경제,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폭증하는 가계부채 "위험" 경제 활성화해야 해결되지만 난망···문 정권 마지막 과제는 '부동산 안정'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꼭 필요한 자금 융통을 위해 빚을 낸다. 그런데 요즘은 빚을 자산운용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몇 억원의 빚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면에는 역시 부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가계의 부채는 주택의 구입과 연동하는 측면이 있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 은행에 빚을 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출 경향은 주택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서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대출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최근의 부동산 이상과열 현상이 빚은 씁쓸한 이면이 바로 가계부채 상승이다.
국가부채도 엄청나게 빨리 늘어나고 있다. 기재부가 발표한 정부 공공부채의 경우 2019년 말 현재 정부부채는 이제 800조원을 넘어섰고,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1133조원 수준이다. 정부부채 역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투자가 아니라 소비지출인 복지지출을 늘리고 있어 문제다. 정부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어 2021년에는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47.8%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만약 진정이 되지 않고, 또 내년에 선거가 끼어있어 상당 규모의 추경 등이 이루어지면 국가부채비율이 50%를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신인도에 문제가 생기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폭망해 가고 있는 경제에 최소한의 수혈을 해야 한다는 논쟁이 뜨겁다. 국가부채 증가의 핵심은 역시 ‘재정 건전성’이다.
기업부채는 더 심각하다. 기업부채는 2020년 9월말 현재, 2112조 7000억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GDP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 동안 열심히 벌어도 기업빚을 다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사실 기업빚이라는 것은 기업이 투자하기 위해 빌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업투자는 결국 GDP를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부채가 새로운 투자보다는 부도를 막기 위해 대출받아 이자 갚는데 급급하다는 점이다. 기업대출이 기업의 수명연장에 쓰인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없다. 그렇게 연명하다가 그마저도 끊기면 부도가 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정부부채, 그리고 기업부채를 전부 합한 총부채가 5000조원이 넘는 일이 지난 2020년에 발생했다. 지난 12월 24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20년 3/4분기 잔액 수준으로 1940조 6000억원, 기업부채는 2112조 7000억원, 정부 공공부채 1133조원을 전부 합치면 5200조원을 가볍게 넘긴 것이다.
사실 부채가 악의 근원은 아니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에 역동성을 준다. 빚을 내 미래에 확실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효율적인 것도 없다. 이런 외형적인 장점도 있지만 한국 가계부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꼭 긍정적이지도 않다. 우선 부채증가율이 굉장히 빠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2020년 3월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에는 부채의 평균증가폭이 2.2%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7.5%로 선진국의 무려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은행권이 가계 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지난해 12월 신용대출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극약 처방’까지 내놨는데도 신용대출은 연간 약 24조원 불어났다. 사진은 시중은행 본점 대출 창구. / 연합뉴스
최근 들어 실물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대출이 증가하고 자산시장이 급등하면서 잠재적인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지난해 12월 신용대출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극약 처방’까지 내놨는데도 신용대출은 연간 약 24조원 불어났다.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12월 한 달 동안 오히려 3조원 넘게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이상 과열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급기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고 사인을 보냈다. 이 총재는 신년 인사회에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이다.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선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금융권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설 것이다. 모든 것을 재설정하는 ‘그레이트 리셋’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위기가 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위기가 근접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사실 한국의 가계부채 상황은 자못 심각한 편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1941조원에 이르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01.1%까지 치솟았다. 10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보다 16.5%포인트 뛰었다. GDP를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는 나라 전체가 1년간 번 돈을 다 합쳐도 ‘우리’가 빌린 돈을 다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가계부가 펑크 나는 셈이다. 이 수치는 부끄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 조사에서 한국 가계부채비율(100.6%)은 세계 평균(65.3%)을 크게 웃돈다. 소비가 저축보다 많은 과잉소비로 유명한 미국(81.2%)보다도 높다. 비교 대상 34개국 중에선 레바논(116.4%)에 이어 2위다. 레바논은 지난해 8월 베이루트 항구 폭발로 GDP의 30%가량이 감소한 특수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이 세계 1위인 셈이다.
이쯤 되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국민들이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사실상 우리 가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빌린 셈인데 그렇다면 이 돈은 전부 어디로 간 것일까?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부동산 폭등이다. 빌린 돈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소비하거나 유망한 사업 분야에 투자를 했다면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빌린 돈은 기대대로 그렇게 좋은 쪽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이 연일 폭등하면서 끊임없이 이쪽으로 돈이 몰린다. ‘한국에서 부동산만한 재테크가 없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너도 나도 몇 억씩 벌었다는 소리에 없는 돈 싹싹 털고 ‘영끌’로 대출까지 받아 부동산에 쏟아붓고 있다. 최근 2030세대의 부동산 주식 ‘영끌 투자’가 큰 화제를 모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를 기록했는데 정작 그 돈은 ‘빚투’(빚을 내 투자)로 간 셈이다. 경제가 물 흐르듯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렀다면 세계최고 수준의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는 없었을 것이다. 로또 환상에 빠져 부동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그 이자 원금을 갚느라 허리가 휠 정도다. 이러다 보면 최소한의 생계유지비 외에 다른 소비는 엄두를 못 낸다. 내수 위축을 동반하게 된다.
그 위축은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가계는 또 다시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코로나19로 가계소득이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지금 주식 부동산 대출 가계부채에 생계자금 부족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지난 3분기 가계신용 규모는 1682조원에 이른다. 이 중 가계대출 규모는 약 1585조원이다. 여기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택담보대출(890조원)이다. 사진은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지난 3분기 가계신용 규모는 1682조원에 이른다. 이 중 가계대출 규모는 약 1585조원이다. 여기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택담보대출(890조원)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1%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를 돌파했다. 1년 간 나라가 번 돈을 다 합쳐도 빚을 못 갚는 것이다. 3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1.3%였는데 빛은 오히려 7% 늘어났다.
가계부채의 심각성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도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여러 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정부는 올해도 비상한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를 ‘유동성 쏠림으로 인한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이상 과열’ ‘실물과 금융 간 괴리’라고 보고 대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분기에 ‘가계 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강력한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가계 대출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자 더 조이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될 대책은 가계 대출 억제에 주력했던
기존 대책과 달리 코로나 장기화로 불어난 부실(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분별한 ‘투기’도 막겠다며 벼르고 있다. 자산 시장으로 돈이 쏠리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과열을 정부도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아직 과열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공급 대책을 늘리는 동시에 부동산 구입 자금 조달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규제 일변도의 대책으로는 유동성 리스크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가계 대출 총량을 억누르는 대책을 썼지만 결국 가계 부채는 엄청나게 불어났다는 것이다. 위험 요소를 핀셋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규제 혁파를 통해 실물 경기가 살아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해마다 내놓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지난해 결국 세계 ‘톱’을 찍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도 역시 주택의 구입, 전세자금 수요와 개인의 주식 투자자금 수요 등이 꼽힌다. 국민들이 영끌로 빚을 내 그 돈을 들고 주택 아니면 주식으로 가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 규제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초에 집값이 계속 오르고 가계부채도 빠르게 늘면서 경제 위험 요소로서 ‘금융 불균형’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물경제는 침체 일로에 있는데 빚은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가장 핫한 곳이 바로 여의도 증권가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 3000포인트를 찍고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6일 오전 9시30분경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3000을 돌파했다. / 사진=KB국민은행
부동산과 함께 고공행진 중인 주식시장도 가계부채의 심각성 위에 놓여 있다. 지금 가장 핫한 곳이 바로 여의도 증권가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 3000포인트를 찍고 고공행진 중이다. 비트코인도 4000만원을 넘어서며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투자 열풍으로 지난해 3분기 가계가 주식 투자를 위해 굴린 돈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3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금도 기록을 갈아치워 가계 주식투자의 상당 부분이 대출을 통한 ‘빚투’라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행 측은 이에 대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가 커진 것은 증시 상승에 따라 주식 투자자금 운용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거주자가 발행한 국내 주식뿐 아니라 비거주자 발행 주식(해외주식) 투자 운용액 모두 3분기 중 역대 최대였다.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기관 차입도 역대 최대 기록인데, 차입은 주로 주택 관련 자금과 주식 투자 자금, 불확실성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부채의 이면에는 이렇게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그에 따른 가격 폭등, 그리고 주식시장에 대한 과열 로또 현상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인 셈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국민들의 ‘로또’ 열풍을 부추기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정부가 올 초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빚을 냈으면 그것을 갚을 능력이 우선시 되는데 지금 그 채무 상환능력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통계를 잡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171%다. 더구나 2030세대의 부채가 우리나라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가 넘는다.
특히 30대의 경우에 1인당 부채가 1억원이 넘었다. 또 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20대가 전년 대비해서 13.1%에 달하고, 30대는 8%정도다.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는 주가가 떨어지면 2030은 회복불능의 상태로까지 빠질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영끌’로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높은 전셋값 부담을 안고 있는 2030세대나 우리 가계가 이런 고금리를 부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저소득층에서 빚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불안한 요인이다. 최근 소득 수준별로 보면 저소득층의 대출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채무상환 비율은 61.9%였다. 소득의 6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 가계부채 통계에서 빠진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도 문제가 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앞으로 특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남은 과제는 역시 부동산 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만큼은 남은 임기동안 잡지 않으면 그 동안의 개혁정책은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마지막 남은 과제는 역시 부동산 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만큼은 남은 임기동안 잡지 않으면 그 동안의 개혁정책은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예를 들며 미국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지난 10년 간 미국의 10개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케이스-실러 지수 기준)은 53% 상승한 반면, 주식 시장(다우 존스 지수)은 200%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주식 시장은 지난 10년 간 코스피 2000 수준의 박스권을 유지한 반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한국감정원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 지수)은 64% 상승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쏠렸고, 한국은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 영향이 크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에 살면 주식으로 돈을 벌 수가 있다는 얘기이고 한국에서는 부동산으로 한몫 잡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미국에서 주택은 투자수익률이 낮고 주식은 높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유동성이 흐른다. 미국의 주택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보유세다. 보유세로 매해 집값의 1~3%를 내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기에는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너무 나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투자용으로 집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한국과는 참으로 반대되는 현상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미국 수준의 보유세와 부동산 금융대출제도를 시행해야 한국의 부동산 폭등이 잡힐 것이라고 조언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보유세 실효세율 1% 수준, 더 구체적으로는 토지보유세 실효세율 1% 수준의 장기로드맵을 제시하고 금융대출제도를 미국 수준으로 정비한다면 남은 기간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선진화를 위한 초석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가계부채의 근원적인 해법은 간단하다. 빚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경제운용이 부채 위주로 돼 있는 가계에 당장 그것을 줄이거나 없애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경제가 선순환이 되려면 우선 가계소비가 늘어나서 기업의 물건을 많이 사주고, 그러면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그러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소득이 높아지고 소비도 늘어나 경제호황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고용·투자를 늘리는 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활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법인세나 소득세율 인하 등으로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곳간도 조금은 채워줘야 한다. 이를 통해 가계의 소득이 늘면 빚을 갚는 부담을 덜 수 있고, 그만큼 경제에 역동성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감세로 대변되는 경제정책에서 볼 때 지금의 규제 일변도인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그럼에도 부동산 폭등만큼은 보유세 등의 인상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부동산을 잡으면 가계부채도 잡을 수 있다. 그 효과로 소비도 늘어나고 기업도 살아나고 경제의 활력도 생길 것이다. 집을 대박 치는 로또가 아닌 사는 곳으로 생각하도록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금융위기는 엄청난 부채 폭증의 괴물 위에서 탄생했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자리 없어 빚으로 버티는데…결혼·출산마저 포기한 코로나시대 2030
작년 2030세대 신용대출 ‘급증’…“정부 지원도 효과 저조” 고용불안에 혼인·출산도 ‘뚝’…“앞으로 2년은 이어질 것” 2030세대 정신건강도 ‘빨간불’…“청년세대 간 양극화 심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30 청년층이 겪고 있는 고용 한파의 후유증은 크다. 취업난, 실직 등으로 청년층 대출이 급증하면서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결혼·출산을 미루면서 인구감소까지 가속화하고 있다. 취업난 등으로 인한 ‘코로나 블루’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2030세대 신용대출 ‘급증’…“정부 지원도 효과 저조”
일자리가 없으면 소득이 끊기고 결국 빚더미에 올라서게 된다. 국토연구원 국토데이터랩이 발간한 국토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세대의 지난해 2분기 총부채 증가율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5.9%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평균(1.2%)의 약 4.9배에 달한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코로나19 확산하던 지난해 1분기 2030세대의 월평균 총 신용대출 증가율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20% 이상 높았다. 코로나 발생이후 초기 피해가 컸던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과 대구와 경북 등은은 30%를 넘기도 했다.
2분기에도 대출 증가 추이는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2030세대의 신용대출 증가율이 전년비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카페, 식당 등이 문을 닫으면서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워지자 일단 빚을 내 버티는 청춘들이 늘어난 탓이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고용불안에 혼인·출산도 ‘뚝’…“2년은 이어질 것”
불안한 고용환경은 집값과 물가 문제 등과 겹치면서 비혼과 저출산이라는 파급효과로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9월 중 혼인 건수는 11만 8000건으로 전년 동기 13만 4000건보다 1만 6000건(12.0%)이나 급감했다.
또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임산부가 진료비 지원 등을 위해 발급받는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는 4~8월 13만 700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줄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고용·소득 충격이 20~30대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점이 혼인·임신 감소에 크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 방식 확산, 경쟁 환경 심화 등으로 긍정적 결혼관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출산에 미칠 영향은 올해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를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적어도 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이은주 의원실 제공
2030세대 정신건강도 ‘빨간불’…“청년세대 간 양극화 심화”
코로나블루에 취업난까지 겹친 청년들의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은 59만 57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연령은 20대로 같은 기간 28.3% 증가했고 30대도 전년 상반기 대비 14.7% 늘었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층의 고의적 자해 건수가 각각 80.5%, 87.2%로 눈에 띄게 증가햇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 당국이 청년 지원책을 만들 때 재난지원금 같은 보편적이고 거시적인 대책이 아닌 계층과 지역별로 수십, 수백 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출 등 경제적 위기에 놓인 청년이 학력은 어떤지, 지역은 어딘지 등 구체적인 통계를 파악한 뒤 수많은 맞춤형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요즘 같은 일자리 상황이 열악할 때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실제로 결혼한 부류와 하지 못한 부류 사이의 경제적 양극화도 심화된다”며 “여기에 SNS효과로 열악한 부류가 상대적으로 느끼는 절망감의 크기도 커지면서 청년층의 우울도 심각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해라고 경제가 무탈하고 평온했을까만 올해는 개별 경제주체이든, 정책당국이든 각별한 균형 감각이 필요할 듯하다. 한편으로는 연이은 백신개발 성공과 승인, 접종 시작 등 반가운 뉴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총력 대응과 각종 사회·경제적 후유증의 연착륙 방안 모색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른 한편 완만하게나마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누적된 불균형들을 정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간 디커플링의 지속, 신용팽창과 자산가격 상승 간 상호강화적 순환이 만들어내는 금융 불균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주택거래대금 규모는 360조원을 넘는다. 전년대비 110조원 이상 증가했다. GDP 대비 주택거래대금 비율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18.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편 연초에 코스피,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가 64조원까지 치솟았다.
주식시장의 개인 신용공여 평균잔액이 36조원, 대기성자금인 고객예탁금도 7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실물경제의 회복과 괴리된 자산가격의 상승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의 근저에는 과다한 부채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은 이미 GDP 수준을 넘어섰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나 증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신용갭도 지난해 2분기부터 경보단계로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과도한 부채로 인해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 운용이 어려워지는 부채함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민간 주체들의 부채, 특히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왕에 추진되어온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고위험 차주들의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긴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거시건전성 관점에서 부채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 한 가지 방안이 바로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의 도입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바젤Ⅲ 자본규제체계에서 금융회사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은행에 최대 2.5%까지 추가적인 자본적립을 요구함으로써 과도한 신용공급을 제어하는 거시건전성 감독수단이다. 그런데 이를 특정 부문, 예컨대 가계 부문에 적용하는 것이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실제로 도입한 나라가 스위스이다. 스위스는 주택대출에 집중된 신용팽창이 민간신용 전체의 팽창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2013년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는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했으며 처음에는 1.0%를, 2014년 1월부터 현재까지는 2.0% 수준을 부과하고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4월 한국에 대한 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 결과보고서를 발표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가계부문 담보·무담보 대출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1~2년 내 도입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IMF의 평가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꾸준히 하락하던 2019년 6월까지의 자료를 기초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이 제도는 몇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대출 익스포저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문의 불균형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둘째, 경기의 흐름에 대응하여 부과되는 규제이므로 경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그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셋째, 이 제도는 자본비용을 통해 은행의 유인구조에 영향을 줌으로써 기존의 LTV, DSR 규제와 같은 차입자 기반의 건전성 관리 수단과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팬데믹 대응과 불균형의 정상화, 이 둘 간의 적절한 균형이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부채' 경고한 강석훈 교수.."불나도 불 끌 수 없는 상황 대비해야"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경제수석) 인터뷰 전문
코로나19 위기에 봉착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뇌관으로는 ‘부채’가 꼽힌다. 국가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가계부채 규모도 나날이 늘고 있다.
정부의 K-방역 선방 뒤에 감춰져 있는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강석훈(사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19 시기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이 문제를 꼽았다. 강 교수는 “소방서에 불이 나서 불을 끌 수가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정에 따른 집값 상승과 주식 투자 열풍은 자산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인식이다. 현실화하지 못한 소득주도성장으로는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익공유제 등 시장 경제 질서를 흐트러트리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경제학자로서 강 교수가 내놓은 답은 ‘합리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말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와 공통 질문지를 보내 받은 답변에 녹아 있는 강 교수의 우려와 제언을 25일 정리해봤다. 지면(국민일보 2021년 1월 25일자 4면)에 반영하지 못한 전문을 일문일답 형태로 풀어봤다.
구조색 기술이 구현된 5만원권 견본의 후면 숫자(왼쪽)과 홀로그램 기술이 구현된 정면 띠형 홀로그램(오른쪽)./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국 경제, 선방했지만 재정 위협 커졌다
-지난해 한국 경제, 총평해 주신다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갈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의 절대적인 수준은 선방한 것으로 판단된다. K-방역과 재정 확대 정책의 성과가 반영된 부분도 있고 우리의 경제 구조에 기인한 부분도 있다. 선진국은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위주여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막대했지만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과 수출의 비중이 높아서 코로나19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출은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컴퓨터 등 전통적인 수출 품목이 크게 증가했다. 이차전지, 시스템 반도체, 친환경차 등의 신성장수출품목도 크게 증가했다. 우리 산업 및 수출구조가 전통적인 IT산업에다가 미래형 신산업이 추가되는 형태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하겠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 예견된다. 5년차 맞은 소득주도성장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하게 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이미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혼선으로 악화된 상태였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대출금 상환 유예 등 각종 긴급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한 부문이 일부 가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완화가 되는 시점에는 부실한 부분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단어 그 자체로는 성립할 수 있으나 이론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렵고 현실에서도 실현되기는 어려운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늘어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소득이 늘어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정부가 제시한 소득이 늘어나는 경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각종 복지의 확충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국민 전체적으로 보면 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가 없으므로 전체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성장방안은 아니다. 정책의 수혜자와 피해자 간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는 정책일 뿐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경우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근로자는 소득이 증가하지만 최저임금 급증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소득이 감소해 양자의 격차가 확대된다.
복지확대가 소득증가의 원천이 되는 소득주도 성장을 주장하는 경우 이는 정부가 복지지출을 확대하면 복지가 확대된 정도 이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명백히 사실이 되기 어렵다. 만약 복지를 늘리면 성장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게 사실이라면 세상의 모든 정부가 복지를 늘려서 성장을 이루려는 정책을 사용할 것이다. 한마디로 누이(국민)좋고 매부(정부)좋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논리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결국 실제 숫자로 결과가 나타났다.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 경제성장률은 저하됐으며 제대로 된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았고 소득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그래서 문재인정부도 결국 수요측면의 경기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고 각종 뉴딜정책으로 공급 측면의 성장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부채비율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19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극복을 위한 재정확대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재정을 원칙 없이,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한 검증 없이 무조건 확대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금에는 국민의 땀과 노력이 묻어있기 때문에 단돈 1원이라도 허투루 쓰면 안 된다.
우리 재정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하므로 재정적자를 늘리고 국가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절대적인 수준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OECD국가 중에서 중요 기축통화국을 제외하고 남유럽국가 등 재정위기를 겪은 재정 불량 국가들을 제외하면 그 격차가 상당 부분 축소된다. 재정을 한가롭게 운용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전돼 향후 복지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 출발이 늦은 국민연금이었지만 조만간 연금급여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 현재의 국가부채 비율의 증가 속도가 과거에 비해 매우 빠르다는 점, 우리의 국가부채 비율은 우량한 선진국과 같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만 하고 있다는 점,
우리의 잠재 성장률 하락 속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어서 세수 증가율도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복지제도의 확충이 없어도 향후 국가 부채 비율이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발생할 막대한 재정부담을 감안해야 한다.
재정을 확대하되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재정을 사용하여야 한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일시적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위기 상황에서 영구적으로 재정을 확대시키는 포퓰리즘적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재정을 확대하면서 악화되는 재정을 언제 어떤 식으로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동시에 세워야 하는데 이러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재정이 건전하므로 지금 얼마든지 더 써도 문제없다는 태도는 향후 큰 위기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악화된 재정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짓누를 부담이 될 것이고 우리의 후대들이 갚아야 하는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추가 긴급재난지원금 필요하다지만 지급 방식에 대한 논란이 크다 “재난이 벌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정치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은 될 수 있어도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법이 아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모든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신용카드 계정에 이금시킨다고 할 때 월소비액이 1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은 거의 소비증대 효과가 없다.
기존에 소비하던 금액 중에서 100만원에 해당되는 부분이 재난지원소득으로 대체될 뿐이다. 월 100만원 미만으로 소비하던 사람들은 소비액을 늘릴 수 있지만 기존 소비액과 100만원의 차액 모두를 소비하지는 않고 중간쯤의 어디선가 소비할 것이다. 따라서 모두에게 100만원을 주는 경우 소비 증대액은 지원된 재난지원금 총액에 비하여 턱없이 작아지게 된다.
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재난에 빠진 국민에게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지원돼야 한다. 정부의 강제적인 폐쇄조치로 인해 생존과 생계가 한계로 치닫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코로나19 불경기로 인해 직장을 잃은 사람들, 오랜 기간 실업 상태에 있어서 생계가 막막해진 장기 실업자들의 생계를 긴급 지원하는 게 우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하면서 아무런 소득 감소 요인도 없는 사람에게 소득보전을 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재난지원금 논쟁에서 보편과 선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이는 마치 복지제도를 설계할 때 보편이나 선택이냐를 놓고 논쟁하는 것과 유사하게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잘못된 비교다. 지금의 재난지원금 지급방식 논쟁은 보편이냐 선택이냐의 복지제도 논쟁이 아니고 재난 상황에 있는 국민을 재난에서 구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이다.
여기에 왜 재난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구하지 않고, 재난에 빠지지도 않고 소득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난 사람까지 지원해야 하는가.”
경향신문 & 경향닷컴,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책’에 대한 입장은
“재정준칙은 당연히 도입돼야 한다. 우리는 이 정부 들어와서 재정이 얼마나 급속히 악화될 수 있는가를 직접 경험했다. 현 정부의 계획에 따르더라도 2024년 국가채무비율이 58.6%이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에 작성한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된 수치이다.
코로나19로 정부의 재정적자가 대폭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 이전에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을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일반적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유럽 경제통합 때 사용했던 국가부채 비율 60%가 사용되곤 했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가 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준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을 40% 정도로 설정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 복지제도의 미성숙도, 경제성장률 저하 및 세수증가율 하락,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대외개방도, 장차 이루어야 할 통일 등을 감안해 20% 포인트 정도의 여유를 가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그동안 어렵게 지켜온 40%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려 버렸고 이미 60%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도 경각심이 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그동안 재정준칙 논의가 있을 때마다 역대 정부는 어느 성격의 어떤 정부이든 간에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강하게 제시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정부처럼 국가부채는 많을수록 좋다 또는 많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가진 정부가 나타난 이상 보다 강력한 재정준칙을 마련할 필요가 생겼다. 그러지 않고는 이 터지기 시작하는 재정의 둑을 막을 방안이 없다.”
서윤덕 기자 (duck@kbs.co.kr)
위기 상황, 세부담 최소화해야
-경제 침체 속에서 국민 세부담이 올라갈 거라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보나
“복지재원을 충당하고,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조세부담률 상승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조세부담률의 상승은 국민적 합의가 수반돼야 하고 조세부담률의 상승 수준이나 속도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적 동의가 가능하려면 정부가 재정을 자기 돈처럼 아껴 쓰거나 최소한 아껴 쓰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 지금처럼 재정을 무차별적으로 낭비한다고 국민들이 인식하는 상황에선 조세부담률 상승은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세부담률 상승은 아무리 필요성이 인정되더라고 속도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통상적으로 연간 상승하던 비율 정도가 수용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정부의 성격에 따라 다소간의 증가가 있을 수 있으나 급격한 상승은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의 조세부담률 상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가파르다. 참고로 조세부담률은 노무현정부(2002년~2007년) 1.7% 포인트, 이명박정부(2007년~2012년) -1.0% 포인트, 박근혜정부(2012~2016년) 0.5% 포인트였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3년(2017년~2019년) 만에 1.7% 포인트 증가했다.
조세부담률이 상승하더라도 그 증세의 내용에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일부 계층이나 그룹에 대한 거의 징벌적 과세에 가까운 세금징수 방식으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 각종 편법의 난무, 자원 배분의 왜곡, 자본의 해외 도피 등 다양한 부작용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대기업 법인세율 등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보는지 “거시 경제 운영관점에서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세율을 올리는 조세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을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을 수행하려면 재정지출확대와 세금 감면이 동시에 진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상태로 복귀했다고 할 때는 소득세제 정비를 통해 소득세수를 늘리고 법인세율은 OECD 평균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소득세율의 경우 지금까지처럼 소득 최상위 구간을 추가로 만들고 여기에 최고세율을 더욱 높이는 방식으로 세수를 높이는 방법은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치고 여기에 건강보험금 인상 등을 합치면 한국의 최고소득세율은 50%를 훨씬 넘는다. 소수가 거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기형적인 소득세 구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부분은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유치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을 고려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투자 확대, 그리고 세부담 전가에 따른 비효율성과 후생 감소 등을 감안할 때 OECD 평균보다 높아진 부분을 다시 평균 수준으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 다만 향후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법인세 인하는 유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금융소득과세, 정치가 압도해 시장 불신 심어
-대주주 요건 3억원 이상으로 확대 등 금융소득과세 개편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조세정책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세금을 올리는 경우에는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하는 것은 거래세 중심의 주식 관련 세제에서 양도세 중심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책이며 이러한 변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부가 이미 오래전에 확정해 공포한 내용이다. 시장은 여기에 맞춰 적응하는 단계였다.
그런데 개인 투자가들의 반대 여론이 등장하고 이를 반영하여 정치권에서 반대하자 오래 전에 공포한 조세 관련 제도의 변경이 없던 것으로 돼 버렸다 . 정치가 정책을 압도하는 가운데, 정치가 확정된 정부정책인 세금정책 마저도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저하됐으며 정해진 정부 정책도 언제나 바뀔 수 있다는 합리적인 불신을 시장에 심어줬다. 향후에도 정부정책의 시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대주주 요건 3억원 확정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양도차익과세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향후 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세제와 세율의 차이가 크다. 또한 금융자산의 경우에도 과세 자산의 포괄범위나 과세 방식이 복잡하다. 향후 마련할 청사진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해 균형 있는 고려가 필요하다.
금융상품의 경우에도 주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생상품을 포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투자와 해외투자의 경우도 일관성 있는 과세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종민기자
부동산 정책, 양도세 완화하고 수요·공급 시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24번의 부동산 대책으로도 집값 잡지 못했다. 어떤 방안 필요하다고 보나
“혼란은 1차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수요와 공급이 작동하는 시장으로 보지 않고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접근했다.
이러한 시각은 주택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꾼들의 투기 수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므로 투기꾼들을 잡으면 주택시장이 안정된다는 결론을 내놓은 밑바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택거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욕구와 더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일부 투기가 있을 수 있으나 전체가 아니다. 특히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를 것 같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더 좋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시장에 공급을 틀어막으니 집값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정책전환 가능성을 열었다. 환영할 일이다. 부동산 시장을 수요와 공급이 작동하는 정상적인 시장으로 되돌려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살고 싶은 다양한 주택의 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건축 재개발 제도 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공급확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신규 주택공급 초기에는 새로운 고품질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불안해 질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확대가 이루어지면 시장이 안정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조세 측면에서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중과하는 징벌적 조세를 전반적인 세율인하를 통해 정상화하고 양도세를 인하해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5. photo@newsis.com
-부동산 문제 관련해 양도소득세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택거래를 활성화해 가격이 시장가격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일이 모든 부동산 정책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양도세를 인하해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만약 지금처럼 보유세를 중과하고 양도세도 중과하는 방안을 유지한다면 부동산시장은 지속적으로 불안을 면치 못할 것이다.
현 정부는 양도세 인하가 불로소득을 용인하는 것이므로 이 정부 철학에 반하는 만큼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도세 일부 인하로 인해 시장거래가 정상화된다면 그 편익은 모든 국민이 향유하게 된다. 만약 현행대로 양도세를 유지하여 시장이 불안이 지속된다면 그 비용은 모든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민들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인식 괴리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시장으로 일도단마식의 해법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부도덕의 원인으로 지명하면서 정치적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이 시장의 왜곡과 불안정성을 가져 왔다. 만약 투기가 부동산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면 왜 10여년 간 가만히 있던 투기꾼들이 이번 정부 들어와서 갑자기 활개를 피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은 모든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이며 주거 안정 없이는 생활이 안정될 수 없다. 모든 정부 정책이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주택 정책은 특히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25번째 주택정책을 봐도 도대체 주택정책을 하는 것인지 주택정책 실험을 하는 것인지 주택정치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나의 정책을 결정할 때 수많은 전문가들의 검토와 다양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를 따르라’고 한다고 해서 시장이 따라가지 않는다.
국민들 입장에서 국민들을 괴롭히는 정책을 지양하길 바란다. 집을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집값이 올랐는데 왜 가만히 있던 주택거주자가 막대한 세금을 더 내야 하나. 가장 기본적인 생활여건인 주택을 구입하는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모든 금융대출을 통제하는가.
그렇다면 금융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금부자가 주택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고 현금은 부족하지만 미래 기대소득이 많은 청년이 미래소득을 담보로 집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가.”
쿠키뉴스
자산 격차와 가계부채, 결국 일자리로 풀어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해법이 있다면
“자산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소득 양극화보다 더욱 크게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정체되거나 감소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정책 실패로 인해 주택보유 여부가 자산 양극화를 급등시키는 핵심요인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근의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해 주식 보유 여부와 주식투자에서의 수익률 격차도 자산 양극화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 부동산가격의 급등을 막고 부동산으로 실현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환수해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도 주식양도차액에 대한 과세를 질서 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도록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금을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 부의 탈법적인 상속을 차단하는 등 과세의 공정성을 높이고 교육과 노동시장 등에서 이동성을 제고하는 새로운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의 개발 등의 정공법이 필요할 것이다.”
-‘빚투’를 필두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찮다. 해법이 필요하다
“향후 가계부채의 관리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가계부채 절대액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정책은 쉽지 않고 또한 부작용도 심할 것이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완만하게 유지하면서 가계소득을 늘려 소득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행 가계부채의 급증은 오랜 기간 경기 침체에다가 코로나19가 겹쳐서 발생하는 생계형 부채 증가 및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주택관련 부채증가가 원인으로 판단된다. 전자는 단기적으로 재정을 활용해 긴급재난극복 정책으로 대응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활성화와 자영업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관련 부채는 부동산시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가계부채의 증가를 완화시켜야 한다.
20~30대의 주식투자 확대는 기본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다. 기업의 성장 과실이 자본시장을 통해 국민에게 환류되고 기업들도 장기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이러한 장점이 실현되는 시장이라기보다는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주를 이룬다. 특히 빚을 내서 하는 투자는 주식시장이 침체되는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게 되고 자산축적의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자산 탕진의 요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일반적으로 정보나 정보분석능력이 부족한 개인들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을 상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식시장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방법보다는 간접투자,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를 우대하는 세제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득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어떡해야 하나
“소득 격차 줄이기의 핵심은 일자리다. 정부가 돈 나눠주는 한시적 일자리 말고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기업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을 요청하거나 기대하면서 실제로는 각종 기업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기업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브레이크는 계속 더욱 세계 밟으면서 앞으로 가라고 하니 앞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다양한 정책목표가 있을 수 있지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최우선가치를 두는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
소득 격차는 기본적으로 임금소득 격차에 기인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 근로자나 아무런 고용불안이 없는 공공기관에 다니는 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 사이에 격차가 매우 심하다. 처음에는 이러한 격차가 작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정규직 노동자의 경직적인 고용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권한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대기업근로자와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세제지원, 재산형성 지원, 근로조건 개선 지원, 교육훈련 지원 등을 통해 격차를 줄이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 소득 격차는 자산의 양도소득 격차에도 기인한다. 일자리는 없고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엄청난 부동산 양도소득이 발생하고 있다. 실물 부문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면서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서 막대한 주식양도차익도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정상화와 주식시장의 위험성 증대에 대비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 격차도 완화될 수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공정경제3법과 이익공유제, 효과 측면 봐야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도 그렇다
“기업 3법(공정경제 3법)의 추진이유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방지와 총수 중심의 기업지배구조에서 견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경영에서 산업안전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모두 명분상으로는 타당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현실에 대입해보면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한다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시된다. 기업지배구조에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는 답이 없는 질문이다. 기업경영에서 산업안전이 중요하지만 산업재해란 마치 자동차 사고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요소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고 형벌을 크게 강화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도입 목적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과연 이러한 조치가 의도한 정책효과를 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정책 효과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과연 정책 대응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욱 큰 것인가 하는 부분 역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4개의 법으로 모든 기업이 막대한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닐지라도 많은 기업들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지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투자활동과 일자리 창출 활동에 소요될 자원이 정책변화에 대응하는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해 경영활동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투자 유인과 일자리 창출 유인도 줄어들게 된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정의이고 규제 완화는 불의라는 단순 이분법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고 단계적으로 도입되어야 하고 일단 도입된 제도는 엄격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국민이 정책의 실험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기업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이익공유제’를 논의한다. 어떻게 보나
“이익의 본질에 대해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로 보인다. 기업 이익은 위험을 무릅쓰고 미래의 불확실에 투자한 대가이며 경영활동에 참여한 수많은 참여자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이다.
기업 활동의 결과는 이익 증가일 수도 있고 막대한 손실일 수도 있다. 막대한 손실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알아서 부담하고 이익이 나는 경우에는 이를 나누라고 한다면 손실은 사유화, 이익은 공유화하는 전형적인 비대칭 정책이 된다.
이런 접근방법은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기업 활동을 왜곡시키고 이윤 창출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저해하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단기적인 이익의 공유화를 통한 공익보다 훨씬 더 큰 공익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려면 정부의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많은 이익을 올린 기업의 경우에는 더 많은 세금을 낼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자금을 이용하여 피해 업종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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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취임한다./사진제공=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31일 2021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미·중 갈등,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미·중 갈등이라기보다 미·중 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 전쟁은 향후 최소한 20~30년간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외적 요인일 것이다. 이 전쟁은 단지 관세, 통상 등의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결국 기술과 국방, 우주 분야를 넘어 가치와 체제 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다.
미·중 전쟁에 대한 한국의 대처는 결국 가치와 실리의 선택과 조화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이, 우리 국민이 중시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하고 여기에 실리를 더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비전문가가 나서서 이상향을 지향하는 형태의 외교안보 정책으로는 국가의 지속적인 성공은커녕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미·중 전쟁 상황에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외교안보 사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통상적인 대비와 더불어 특히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지정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측면,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전 세계적 혼란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를 지켜내는데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가 여기에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반도체 이외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분야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최고 수준의 대체 불가능한 기술 경쟁력 확보가 미·중 전쟁 중에서 한국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제언한다면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전 국민 면역과 세계적인 면역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적 불확실성이 크고 오히려 백신보급이 경계태세를 완화시켜 코로나19를 더욱 확산시킬 수도 있다. 코로나19 조기 종식 경우의 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경우의 대책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경우 그동안 임시방편으로 막아놓았던 다양한 부실이 대대적으로 현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기회복과 더불어 금리상승이 이어진다면 부실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일상 상태로의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상하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자산시장은 기대와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경제 환경의 변화가 심리 변화로 연결되고 이로 인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충격이 발생하면 더 큰 경제 위기로 비약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손상된 국가재정의 건전성 회복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경제 위기 때마다 재정을 이용해 위기를 극복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에서 우리는 어김없이 막대한 재정을 동원해 위기에 대처했고 그 때마다 재정 상태는 악화됐다.
향후 언제 어디서든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올 것이며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재정이 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재정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계획도 동시에 수립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없는 경우 향후 머지않은 시기에 재정 때문에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소방서에 불이 나서 불을 끌 수가 없는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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