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탄핵이 초장부터 김이 빠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이 탄핵 추진을 껄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탄핵을 밀어붙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상원의 탄핵 심리는 오는 2월 8일(현지 시각)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서 벌써 탄핵이 아닌 ‘견책(잘못을 꾸짖는 징계)’이나 ‘불신임 결의안’ 정도로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지난 26일 전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절차 투표 때 공화당에서 5명만 ‘합헌’에 동의, 탄핵 가결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다.
민주당 의원 50명, 공화당 의원 50명이 있는 상원에서 탄핵을 가결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어차피 부결될 테니 최대한 빨리 끝내자”(팀 케인 상원의원)는 말까지 나온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추진 중인 미국 상원에서 26일(현지시간) 의원들이 탄핵 심판을 주재할 민주당의 패트릭 리히(버몬트) 상원의장 직무대행 앞에서 배심원 선서를 하고 있다. [미 상원TV 영상 캡처]
바이든 대통령부터 탄핵에 부정적이다. 25일 CNN 인터뷰에서 “탄핵은 시작됐고 꼭 필요하다”면서도 “탄핵이 가결될 만큼 충분한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상원의장으로 탄핵 심판을 주재해야 하지만, ‘가능한 한 탄핵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의회에 전달했다. 해리스는 탄핵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과 해리스 모두 치유와 통합을 약속하고 취임한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반발을 키울 트럼프 탄핵에 얽히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대통령 탄핵 절차
탄핵 재판장을 맡아야 할 연방대법원장이 발을 뺀 것도 문제다. 트럼프에 대한 1차 탄핵 때 재판장을 맡았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번엔 이 역할을 고사했다. 그는 보수 성향이지만 트럼프 정부 시절 법치를 강조해 균형 감각이 있다는 평을 들었던 인물이다. 대법원 측은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탄핵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장이 빠진 재판장 자리를 해리스 부통령도 거부하면서 민주당 최고령 의원인 패트릭 리히(80) 상원의원이 재판장을 맡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이 재판장을 맡게 되면서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전 녹화된 고별 연설 영상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내 브리핑룸에서 네트워크 모니터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전직 KGB 요원 "트럼프, 러시아가 40년간 키운 자산" 폭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0년 동안 구소련의 정보기관인 KGB의 정보 자산으로 양성됐고, 이에 따라 반(反)서방 기치를 반복적으로 내세우게 됐다는 책이 미국에서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언론인 크레이그 웅거는 신간 '아메리칸 콤프로마트(공작원)'에서 유리 슈베츠 전직 KGB 요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1980년대부터 KGB가 신흥 부동산 개발자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잠재적 자산으로 겨냥했다고 폭로했다.
웅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77년 첫 부인이었던 체코 모델 이바나 젤니코바와 결혼하면서 소련의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는 여러 측면에서 KGB의 완벽한 목표물이었다. 그의 허영심과 나르시시즘은 자연스럽게 그를 영입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썼다.
웅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80년대 후반 소련의 은밀한 메시지 전달 경로로 이용됐다는 징후가 여러 차례 보였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를 수없이 방문했고 사회주의 개혁을 추진했던 구소련 정치인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을 파괴하고 있다'는 둥 서구 여론과 동떨어진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었다.
슈베츠 전 요원에 따르면 러시아 공작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계에 진출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슈베츠 전 요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KGB 요원들은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동맹국인 일본과 유럽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며 "왜 미국이 그들 스스로를 방어할 여유가 있는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이같이 발언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다"고 슈베츠 전 요원은 말했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러시아는 이를 환영했다. 미국 진보행동기금은 트럼프 선거캠프와 인수위가 러시아 연계 공작원과 최소 272건 접촉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슈베츠 전 요원은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 보고서가 "큰 실망이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대관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런 방첩 측면의 조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조지 파파도풀로서 선거보좌관 등 트럼프 선거캠프 고위 인사들은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에 대해 검찰에 거짓말을 한 혐의를 인정해 결국 유죄선고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도 2018년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를 건설하려는 계획과 관련, 상원위원회에 위증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새 거처로 삼으려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관계자는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 리조트를 영구 거주지로 사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팜비치 일부 주민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러라고 리조트에 사는 것은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93년 마러라고 리조트를 유료 회원제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회원이 500명을 넘지 않고, 1년에 3주 이상 또는 7일 연속으로 체류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
또한 이 합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살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거의 모든 주말과 휴가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보냈다.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외국 지도자를 초청해 정상 회담을 열기도 했다.
주민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살면 이 지역이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수백 명의 지인을 초청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송년 파티를 열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마러라고 리조트 거주 조건에 대한 문서나 합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민들과 합의하는 자리에 몇 차례 참석했으며, 합의문에 그의 서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패하며 연임하지 못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나와 자신이 살던 뉴욕이 아닌 플로리다주에 자신이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층이 많은 플로리다주를 정치적 재기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이곳에 '전직 대통령 사무실'까지 열었고, 딸 이방카 부부를 비롯한 가족들도 함께 이사 왔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의 반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팜비치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주와 관련해 법률적 검토를 받고 있으며, 시 의회에서 의제로 다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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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발언 중인 모습.AP뉴시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월 30일(현지시간) 주일미사를 드리기 위해 워싱턴 성삼위일체 성당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바이든, 상원 민주당에 트럼프 탄핵 출구전략 요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 민주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출구전략을 요구하고 있다고 더힐이 1월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개혁과제가 트럼프 탄핵에 매몰되지 않도록 탄핵안 상원 처리는 신속하고 짧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탄핵 논의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탄핵에 지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더힐은 바이든과 측근들이 자칫 정국이 트럼프 탄핵안에 매몰되면 정권 초 개혁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대신 민주당이 내각 인준과 1조9000억달러 대규모 경기부양안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상원의 트럼프 탄핵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공화당은 지난달 초 격앙된 흐름에서 벗어나 이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지난주 퇴임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합법적인지를 놓고 진행된 표결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5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안도 아닌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표결에서조차 공화당이 몸을 사리면서 탄핵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17명 이상이 동의해 탄핵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백악관 소식통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8일 시작하는 상원의 탄핵 판결과 거리를 둘 예정이다.
백악관의 바이든 측근은 "바이든은 상원이 할 일을 하게 둘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상원 절차를 존중해 그대로 놔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탄핵은 초반부터 바이든 초기 정책 어젠다를 송두리째 삼켜버릴 거대한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트럼프 탄핵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이는 지금 바이든에게 최선은 탄핵 심판이 조속히 시작해 하루 빨리 끝나는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 상원이 바이든 내각 지명자 인준을 신속히 처리하고 경기부양안 협상에 매진하는 것이 바이든이 바라는 바다.
한편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 의원은 트럼프 탄핵은 이미 부결로 결론이 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송부되자 "상원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탄핵 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탄핵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6일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공화당 의원들 상당수도 재선을 의식해 지금은 트럼프 비판을 자제하고 있고, 일부는 은밀히 트럼프와 다시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전용기 탑승 전 손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AP 뉴시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탄핵 반란 없는 공화당....왜 트럼프 못 버릴까
의기양양 트럼프....2022년 중간선거 앞둔 공화당의 복잡한 계산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되레 기세등등한 모양새다. 공화당이 자신의 탄핵을 막아주기 위해 결집하고 있는 데다가, 백악관을 떠나 새롭게 자리 잡은 플로리다주에서 공식적으로 '전직 대통령 사무실'까지 여는 등 여전히 정치력을 과시하고 있다.
상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전체 100명 중 3분의 2인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명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전원 찬성하더라도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의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공화당은 지난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합헌 여부를 묻는 표결에서 무려 45명이 위헌이라는 데 표를 던졌다. 공화당의 이런 기류가 탄핵 심판 때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면 무죄 판결은 불 보듯 뻔하다.
심지어 "미 의회에 난입했던 시위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선동당했다"라며 반란표를 대거 이끌어낼 것처럼 보였던 공화당의 '1인자'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도 탄핵 심판이 위헌이라고 투표했다.
2년 뒤 중간선거, '트럼프 지지층' 필요한 공화당
▲ 미 의사당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연합뉴스
이처럼 공화당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을 두 차례나 당하게 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하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그가 가진 '표심' 때문이다. 지난 11.3 대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하지만, 그의 저력을 과시한 무대기도 했다. 무려 7000만 표 이상을 얻으며 공화당 대선 후보로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7000만 달러(약 774억 원)가 넘는 정치자금을 거둬들였다.
2024년 대선 정권 탈환보다 당장 2022년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의석을 지켜야 하는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필요한 상황. 격전지로 불리는 '스윙 스테이트'를 지역구로 뒀거나, 2024년 대권을 노리는 의원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원 80%가 의회 난입 사태가 잘못됐다면서도 7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한 57%는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계속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영향력을 거듭 확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중간선거 낙선 대상으로 삼고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도 "공화당이 트럼프 정권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권력과 가치가 충돌하면 항상 권력이 승리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지난 대선은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줬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열성 지지층은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투표 세력"이라며 "그들은 큰 목소리를 갖고 있으며, 선거 때마다 그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탄핵 딜레마
▲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사진은 "의회 난입 폭동"으로 순직한 경찰관을 추모하는 조기가 내걸려 있는 모습.ⓒ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탄핵 심판 합헌 여부 표결에서 공화당의 결집을 확인한 민주당은 고민에 빠졌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예정대로 실시하고,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당을 추슬렀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경제회복 등 난제를 처리해야 하는 만큼 탄핵 정국에만 몰입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을 자극해 중간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민에 빠진 것은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필요하지만, 그가 정말로 다음 대선에 나오려고 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원하냐는 질문에 "당은 엄격히 중립을 지켜야 하고, 누구의 출마도 권유하거나 만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을 거론하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는 것이고, 이들이 당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을 겨냥해 "선을 넘은 것 같다"라며 "그들은 매우 위험해 보이며,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떠나 제3당을 창당할 가능성에 대해서 로나 맥대니얼 위원장은 "민주당의 승리를 완전히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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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난입. AP 연합뉴스
트럼프를 '손절' 못하는 공화당
새해 벽두부터 미국이 시끌벅적하다.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에 난입했고, 민주당은 일주일 후 기어이 연방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그 사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고, 연방상원은 오는 2월 9일부터 전직 대통령 탄핵안을 심리할 예정이다. 공화당의 앞날이 풍전등화다.
위기에 처한 공화당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헌법적 질서'를 무너뜨린 극우 세력으로부터 전통적 보수를 구하고 '합리적' 보수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공화당 지지자의 40% 정도가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아직까지 믿고 있는데, 이들을 설득해서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 주장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1월 13일 연방하원에서 탄핵안을 표결할 때 찬성한 공화당 의원은 고작 10명뿐이었다. 전체 211명 중 5%도 채 안된다. 1월 26일 연방상원에서 탄핵안 심사 전 절차에 대한 표결을 했는데, 5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만 트럼프 반대진영에 섰다. 재빨리 트럼프를 털어내기는 커녕 그를 감싸는 모양새다.
오히려, 공화당의 주도권은 이미 넘어간 듯 보인다. 연방하원의 공화당 원내대표와 부대표 모두 친트럼프 계이고, 연방상원에서는 테드 크루즈 의원과 조시 하울리 의원 등이 트럼프의 후계자로 부상했다. 반트럼프 성향의 상하원의원들을 공격하는 정치광고가 만들어 지고 있으며, 벌써부터 내년 중간선거 당내경선(primary elections)에서 이들에게 도전할 후보들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정부들도 행동에 나섰다. 불법이민자 강제추방을 유예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텍사스주가 반대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정책 되살리기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책 중 '바람직한' 것들 위주로 발전시켜 공화당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자고 주장한다. 인종차별주의는 거부하되, 중하층 미국인들을 공략한 경제정책은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보수적 포퓰리즘(conservative populism)'이라고 불리는데, 공화당의 미래를 바라보는 두 번째 시각이다.
사실 트럼프가 지난 4년간 공화당의 미래에 던져준 교훈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화당 지지자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통적 보수주의 경제철학을 신봉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시장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의 가치를 믿는 이데올로기를 거부했고, 재정균형을 추구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는 오히려 증가했다. 또, 트럼프는 새로운 포퓰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줬다. 거짓말이 섞여 있어도 통했고, 정책적으로 그다지 성공하지 않아도 통했다.
공화당 출신 전임 대통령들을 살펴 보아도 유사한 점이 눈에 띈다 . 레이건, 아버지와 아들 부시 모두 대통령이 된 이후의 경제정책은 의회 내 공화당보다 항상 '좌'측에 위치했었다. 표면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웠지만, 이들 공화당 출신 대통령하에서 정부 재정적자가 불어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부자들만의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토양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저소득층 노동자를 공략해서 공화당의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영구히 끌어들일 수도 있다. 2020년 선거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의 트럼프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공화당이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세금감면 일색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이에 '큰 정부(big government)'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큰 혜택(big cash)'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자는 공화당 내부의 움직임은 그냥 흘려 보내기 힘든 뉴스다.
물론 극복이 쉽지 않은 이슈들도 있다. 이번 의회난입 사건으로 망가진 '법과 질서'의 정당 이미지를 재빨리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인종을 직접적인 타깃으로 공격해 온 선거전략도 수정해야 한다. 트럼프의 공과를 함께 물려받은 공화당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가는 시기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지난 20일 백악관을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지우기’ 바이든…딱 하나만 남긴 그것
조 바이든 당선인이 1월 20일 미국 제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속마음이 가장 궁금한 국가 중 하나는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포문을 연 미·중 무역전쟁을 바이든 대통령이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기 아젠다는 대중 정책에 대한 실마리가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직면한 4대 위기로 코로나19·경기침체·기후변화·인종불평등을 꼽고 집권 초기 최우선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관련 3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수십 건의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4대 위기 중 코로나19·기후변화·인종불평등에서 명확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절 관계가 삐걱거렸던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동맹 복원에 나서는 등 동맹국 관계에서도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유일하게 ‘트럼프 이어가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대중관계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강경한 접근책을 택한 건 옳았다”고 밝히는 등 대중 강경입장을 보였다.
취임 후 가진 첫 언론브리핑에서는 중국이 신장지역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면서 인권문제까지 건드렸다. 중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지난 2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요한 내용은 세 번 말해야 한다”며 “중국은 집단학살이 없다”는 말을 정말로 세 번 반복했다. 미국과 중국의 날카로운 기싸움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은 지점, '방법'은 고민중‘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관계에서는 ‘트럼프 이어가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전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3%가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대비 26%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특히 지지정당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공화당원 중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비중(83%)이 민주당원보다 높았지만, 민주당원 중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비중도 68%에 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2차 세계대전 글로벌 패권을 차지한 미국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3%에 달한 반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3.5%를 기록하면서 양국간의 격차도 더 좁혀졌다. 이대로라면 2028년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넘어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도 미중 갈등을 야기했던 근본적인 구조는 변한 게 없다. 바이든 정부가 대중정책에서는 ‘트럼프 이어가기’를 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트럼프 지우기’를 하고 있는데, 대중정책에서까지 ‘트럼프 지우기’를 하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점도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배한 뒤 행정명령을 공포해 올해 1월 11일부터 미국인이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계가 의심되는 중국기업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게 했다.
트럼프 행정명령 때문에 지난해 말 뉴욕증권거래소는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3대통신사 주식예탁증서(ADR) 퇴출을 발표했다가 며칠 뒤 퇴출하지 않겠다고 번복했다 또다시 퇴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의 과도기 혼란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7일 미국 재무부는 올해 초 수정한 트럼프 행정명령 적용 시점인 1월 28일을 3월 27일로 연장했고, 트럼프의 대중 정책 전반에 대한 정밀한 평가에 진입한 상태다.
2개월 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자세히 평가한 뒤에 바이든 행정부 대중정책이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큰 틀에서는 ‘트럼프 이어가기’를 지속하겠지만, 차이나모바일 퇴출 등 시장에 혼란을 주는 무리수는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