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LH 인천지역본부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LH 인천지역본부는 문제가 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뿐만 아니라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 신도시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관련 공직자들을 향한 국민들의 공분 또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이날 대전 서구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 충남지역본부 건물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성태 프리랜서
공직자 투기, 정권의 상징 키워드 '공정'과 정면 배치 LH 사태, 부동산 폭등으로 뿔난 국민의 뇌관 건드려 경찰, 특검 출범 전 성과 내놔야…"이제는 경찰의 시간"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정부가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뭔가 데자뷰가 떠오른다. 지난 1990년 10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소위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겠다며 "우리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나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이를 소탕해 나갈 것"이라고 연설하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지난 2일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단은 시민단체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를 지분 쪼개기 등으로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였다.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정권 차원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문재인 정권이 정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 자본으로 내건 키워드는 바로 '공정'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있다"던 정권이 지난 4년간의 부동산 폭등과정에서 전혀 손을 못 쓰는 것을 보면서, 고위 공직자들은 모두 '그들만의 계획'이 있었던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는 임계점에 다달았다. LH 사태는 민심 이반의 도화선이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을 설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일선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이 진상 조사를 펴고 있지만, 수사 권한이 없어 불법행위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칼자루는 경찰로 넘어오게 됐다. 정 총리가 올해 초 출범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설치된 특별수사단을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자금 내역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관계기관을 포함한 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인력이 70여명에 불과하던 특수단은 인력이 770여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수사 본부로 지난 10일 재탄생했다.
특수본부장은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수사단장은 최승렬 수사국장이 맡고 있다. 국세청과 금융위, 국토부 산하 부동산 조사기관인 부동산원 등에서도 인력이 파견됐지만, 실질적인 키는 당연히 경찰이 쥐고 있다.
공직자의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이 19일 세종시청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빈 박스를 들고 관련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광명·시흥 지역을 관할하는 경기남부청을 비롯해 경기북부청, 인천청 등 3개 시도 경찰청뿐 아니라 15개 시도청 에이스들이 총동원돼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신도시 개발 정보를 LH 직원에게 미리 유출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투기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세종시청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A씨도 관련 의혹으로 PC가 압수됐다.
복병은 정치권에 있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비교해 비리와 관련한 수사경험이 부족하고, 정권의 입김에 취약한 경찰이 고위공직자가 포함된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며 연일 "특검을 도입하라"고 압박했다. 이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특검 도입을 주장하면서 여야는 지난 16일 특검 도입을 전격합의했다.
경찰 입장에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800여명에 달하는 수사 인력이 총동원돼 총력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하겠다는 것은 '솔직히 경찰 수사 믿지 못하겠어.'라는 말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수본부장이 여야의 특검 합의 이틀 만인 지난 18일 경찰청 기자실에 찾아와 "공직자의 투기 의혹 사건의 수사 대상이나 지역이 전국적이기 때문에 기존 특검 인력으로 보면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며 "경찰은 (수사에) 자신있다"라고 에둘러 불편함을 나타낸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집중하고 있는데 별도의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옥상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앱 캡쳐
물론 경찰도 비난을 자초하긴 했다. 지난 17일 경찰은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 "꼬우면 이직하라"라는 글을 올린 LH 직원을 찾기 위해 블라이드 앱 운영사인 '팀블라인드'를 압수수색하려다가 허탕을 치기도 했다. 등기부등본상 서울 강남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무실은 비어있었고, 경찰은 실제 사용 중이던 사무실을 뒤늦게 확인했지만 모든 직원이 퇴근한 뒤였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압수수색을 하기 전 현장 답사는 수사의 기초"라며 "검찰 위주로 합수본을 구성하고 검찰 주도로 압수수색을 해두라고 하는 것은 이런 기초 실력 차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매우 뼈아픈 지적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경제 범죄수사대에서 열린 '경기남부권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특검 후보자가 정해지고 실제 수사개시를 하기까지 길게는 최소 한 달에서 최대 두 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수사 대상을 정하고 범위를 좁히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경찰은 특검이 출발하기 전 '골든타임'인 두 달 동안 소기의 성과를 올려 국민들로부터 수사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대선 시즌에 돌입한다. 사람들의 관심은 LH 수사에서 대선으로 급속도로 옮겨갈 것이다. 매일 쏟아지는 압수수색과 혐의자 소환 기사에 염증을 느끼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제는 경찰의 시간이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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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채를 매매했다가 징계를 받고 퇴사했던 LH 직원이 다른 공기업에 재취업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24일 3기 신도시 시흥·광명 개발계획이 발표되던 날, 한 시민이 참여연대로 제보를 했다. LH 직원이 농지를 갖고 있다고, 위치는 어디라고 지번까지 특정한 제보였다.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들은 등기부등본을 떼어봤다. 그랬더니 농지 쪼개기가 확인됐다.
3필지를 사서 1필지로 만들고 다시 4필지로 쪼개 신도시 입주권 확보가 가능한 기준(1천제곱미터)을 넘기도록 하는. 그렇게 대한민국을 뒤흔든 'LH사태'가 시작됐다. 지난 17일 열린 '농지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그동안의 의혹 폭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며 말을 이어갔다. 조사과정에서 '농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LH 직원 투기목적 매입토자의 98.6% 농지... 법전에만 있는 농지법
"(조사 하면서) 이게 다 농지를 갖고 한건데, 농지가 어떻게 됐길래 이럴까 하는 문제의식으로 참여연대와 민변 변호사들의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그동안 주로 집투기만 강조했는데, 농지전용 등 농지 소유와 관련된 문제가 밑바닥에 깔린 투기의 근원이구나..."
실제로 이번에 폭로된 LH 직원 투기목적 매입토자의 98.6%가 농지였다. 이 변호사는 참여연대가 최근 발표한 시흥시 과림동에 대한 현장조사를 언급하면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우리 농지관리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과림동이라는 동네는 완전히 망가졌더라구요. 농사짓는 곳과 공장이 뒤섞인데다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 적치장이 널려있고 군데군데 펜스가 쳐져있어서 도저히 마을이라고 볼 수 없는 풍경을 보면서 이게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구나. 그냥 놔뒀더니 이 지경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헌법 제121조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명시돼있다.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업인이나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전에만 존재할 뿐이다. 2015년 농촌경제연구원 조사결과 전체 농지면적의 56.2%만 농업인 소유로 추정된다. 2018년 현재 전체 농민의 50%가 남에게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가로 분류된다.
식량안보를 위해 엄격하게 보호한다는 농업진흥지역 농지조차 매년 2000ha 이상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농지문제는 남의 일이었을 뿐이다. "투기꾼들만 농지에 관심을 가졌죠. 수십년간 이 문제(농지)를 연구한 분들은 다 알고 계셨을거라고 생각해요.
수도 없이 농지문제 심각성을 말씀하셨을텐데 사람들이 귓등으로도 안듣고 그러던 차에 마침 우리 국민들이 이번에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강훈 변호사, 농지제도 국회 긴급토론회)
▲ 박유리 한겨레신문 기자17일 농지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 현장을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농특위) 유튜브 영상 갈무리.
"수십년 묵은 농지전용의 문제....언론사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또 다른 토론자인 박유리 한겨레신문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2019년 국회의원들의 농지보유현황과 쫒겨나는 농민들의 실태를 5개월에 걸친 탐사보도로 담아내 기자상을 수상한 박 기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왜 자신이 이 토론회에 나왔는지 설명했다.
"5개월간 서울과 농촌을 오가며 나홀로 2526.1km를 다녔습니다. 농지에 관심있는 기자가 많지 않아서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농민들이 제게 해주셨던 많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과연 국민입니까?'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현존하는 정말 중요한 존재이고 실제로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국민으로서 대우받지 못한다는 박탈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박 기자는 비농업인들의 농지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자신이 취재했던 20대 국회의원들의 농지보유 사례로 설명했다. "지금은 21대 국회지만 제가 조사하던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배우자를 포함해 99명, 33%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농지를 소유한 99명 중 53명이 매입을 통해서 농지를 소유했습니다.
(농민인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며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하고 농지를 취득한 의원이 배우자 포함 53명, 전체 의원의 17.7%였습니다. 상당한 숫자죠. 20대 국회당시 국회의원 1명당 658평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꼴이었습니다."
그녀는 농지투기가 얼마나 농촌사회에 극악한 영향을 주는지 전국민이 관심갖기를 바란다며 취재중 만난 농민들이 사례를 소개했다. "농지가 신도시나 골프장 등으로 수용당하고 그 영향으로 농사를 그만두거나 땅을 구할 수 없어 저 멀리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했던 농민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농촌형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명명했는데요, 상가임대료가 올라서 먼 곳으로 떠나야했던 것처럼 인천에서 농자짓다가 신도시 주변까지 땅값이 덩달아 올라 평택에서 서산으로, 경기도에서 전라도로 가는 농민이 많았습니다. 농촌공동체가 와해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 압박감을 느끼고, 평택에서는 보상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칼부림이 나기도 했습니다."
박 기자는 농지로 인한 비극이 농촌에 너무 많이 일어나지만 여전히 언론에는 소개도 되지 않는 없는 목소리가 되고 있다며 취재일지를 펼쳤다. 자신이 박덕흠 의원 배우자의 농지를 취재할 당시 홍천에서 만난 농민이 해준 이야기를 낭독했다.
"마을에 골프장이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다 쫒겨났지. 읍내에 나가서 사는 사람도 있고 00형은 마을을 떠나 경북 봉화로 갔다가 지금은 횡성 공금면으로 떠났다고 하던데. 그렇게 돌아다니면 돈을 다 까먹지. 골프장을 강제수용할 근거가 80% 동의를 받는 거니까 누구를 8로 만들고 누구를 2로 만드느냐 심리싸움 같은 것이거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 여기도 마을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아."
이렇게 사람들이 떠나고 상처받는 동안 농지는 투기의 재료가 된다. 박 기자는 국회의원(배우자 포함)이 상속받은 농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수십억대로 변모하는지 설명했다.
"김세연 의원과 나경원 의원의 상속농지가 어떻게 다른 도시농부들에게 흘러갔는지 추적하려고 실제로 제가 투기꾼인 것처럼 위장해서 국회의원들로부터 땅을 사들인 가짜농부들에게 접근했었습니다. 김세연 의원의 상속지 경남 양산 하북면 용현리 논 8135제곱미터는 2017년에 8억3천만원에 팔렸습니다. 사들인 사람은 대놓고 농지투자자였는데 저에게 19억이면 2년안에 팔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장용지로 쉽게 전용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나경원 의원 배우자의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6321제곱미터 농지는 2018년 3월에 29억원에 팔렸습니다. 이 농지를 사들인 사람의 집주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0아파트였습니다."
그러나 농지투기는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범죄행위가 아닌 '재테크'처럼 인식되고 있다. 지금도 '농지 재테크'라는 검색어를 치면 주루룩 수많은 정보가 뜬다. 도시민도 농업인으로 인정받으며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자세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박 기자는 이러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됨에 있어 언론의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
"누구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습니다. 심지어 청문회에서 농지법 위반 나오면 잘못했다라는 말로 넘어갑니다. 일반 사람도 농지에 대한 문제의식 없었습니다. 내 일이 아니니까. 농사짓는 소수의 일이니까. 그리고 언론의 관심? 전혀 없었고요. 중앙언론사 이런데 아무 관심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농식품부 농지과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부서인가?"
농지문제는 인간의 탐욕과 수십년에 걸친 정부의 무관심 무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며 박 기자는 특히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문제에 대한 개혁의지 부재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취재를 하면서 5개월동안 얼마나 수없이 농림부에 전화했겠습니까. 농지과에. 그러나 (한숨)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연 농지과가 이 문제에 대해서 개혁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농민들이 이 농지문제 때문에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나 있는지... 저는 사실 단 한번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고 나중에는 너무 화가 많이 나서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부서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대목에서 토론회 동석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떨궜다. 아프지만 인정할 수 밖 수 밖에 없는 농정의 현실이라서 였을까. 박유리 기자는 끝까지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농민들은 없는 목소리이고 농지법은 없는 법이고 헌법 121조는 없는 항목이고 농지는 있으나마나한 없는 땅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살아나고 헌법 121조의 가치가 살아나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이 자리에 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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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3기 신도시 토지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A씨가 19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피의자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3.19/뉴스1
LH, 檢 수사 "안돼? 돼?" 오락가락…법 개정 필요하나
정부·여당이 3기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자체가 중대범죄이니 검찰도 수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이는 '현재 단계에서 검찰 직접 수사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해온 최근 입장과 상반돼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면서도,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사건은 중대범죄…검찰 수사 가능 범죄 발견시 직접 수사 당부"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최근 불거진 3기 신도시 투기 대책을 논의했다.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 재산 등록 의무화, 부동산 거래 사전 신고제 검토 등 계획을 내놓은 당·정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건 수사 중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발견될 경우 직접 수사로 전개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이 협력하는 첫 대형사건인 만큼 새로운 수사 협력 방안을 정비해 부패근절에 앞서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발본색원에 국가기관의 영역이 어딨나. 필요하면 다 협력해야 한다"며 "공직자 지위를 활용해 취득한 정보로 부동산 이득을 얻은 것 자체가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회의 관련 비공식 브리핑에서 민주당 관계자는 '어떤 경우 직접 수사가 가능한 것이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중대범죄로 나오는 경우가 되겠다.
공직자 지위 활용 부동산 투기 자체가 중대범죄여서 (검경의) 적극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중심의 수사를 진행하되, 3기 신도시 투기를 '중대 범죄'로 해석함으로써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 안된다더니…"문제 반복 막으려면 수사권 조정 돌아봐야"
[인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3기 신도시 개발 부지에 대한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이 계속된 11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테크노밸리신도시 부지 모습.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은 인천시 공무원 전수조사에 들어가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021.03.11. dahora83@newsis.com
이날 발표한 입장은 3기 신도시 투기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에도 냉담했던 당·정의 입장과 대비된다. 당·정은 올해부터 적용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중대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는데, 이번 투기 사건은 이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를테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중심의 특수본 설치를 명령하며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도록 했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 수사는 빠졌다. 정 총리는 당시 "부동산 투기 등 민생경제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핵심 수사 영역"이라고 했다.
대검이 경찰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15일 설치하기로 한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협력단' 역할도 영장 신속 청구, 수사 기법 전파, 범죄수익 환수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의 직접 수사는 초동 단계에서는 불가능하고, 송치 사건 중 검사 수사 개시 가능 범죄가 발견됐을 때에만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에서도 정부와 호흡을 같이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7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러난 (LH 투기) 사실만으로는 행위자의 신분, 범죄 내용상 '검사의 수사개시범죄에 관한 규정'의 6대 중요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제안한 'LH 특검'도 검찰에게 최대한 수사권을 쥐어주지 않으면서 수사하는 모양새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발표와 관련해 수사 경력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부동산 투기 수사력이 높은 검찰이 직접 나서면 더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법상 검사가 경찰의 수사지휘를 받을 수 없으니 합동수사본부 형태를 검사가 지휘하도록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을 비정상으로 만들어놨다가 조사·수사가 지지부진하니 뒤늦게 분위기를 바꾼 것"이라며 "이런 점에 대한 고려 없이 형사사법체계를 대폭 수정해놓은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청와대, 당, 법무부장관의 허락을 받아야 수사할 수 있게 된 웃긴 상황"이라며 "수사 가능 범위를 '6개 범죄'만 가능하도록 종목을 기준으로 제한해서 생긴 문제"라고 평했다.
이어 "어느 종류 범죄가 크게 터질지 모르는데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 '경찰이 하기 힘든 수사' '중대한 수사'라고 판단되면 수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일단 잡고보자'…與, 초강수 입법으로 'LH 사태' 정면돌파
김태년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는 재산등록 의무화, 향후 모든 공직자로 확대" 모든 공직자 부동산 거래 신고…부동산 처분 의무화한 특별법도 추진 현행법은 4급 이상 공무원만 재산등록 의무화 해체에 준하는 LH 혁신안?…다음주부터 본격 논의, 선거 전 윤곽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각종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투기 이익의 최대 5배까지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특별법개정안과 부동산 업무를 하는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재산 등록 의무화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각각 소관 상임위 문턱을 이미 넘었다.
이에 더해 개별 의원들은 모든 공직자로 하여금 부동산 거래를 신고하게 하거나 고위 공직자에 한해 토지를 처분케하는 특별법도 준비 중이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 있지만…'일단 잡고 보자'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당정은 19일 공직자 부동산 재산등록제를 전면 확대하는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공공기관·지자체·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부동산 거래시 사전신고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의무자로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정무직공무원과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법관 및 검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과 소방정 이상의 소방공무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고위 공직자에 한해 재산을 공개하게 돼 있는데, 이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윤창원 기자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김회재 의원도 이를 뒷받침할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공직자들은 부동산 거래 시 해당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를 의무화했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 공무원과 공기업 등 공직유관단체 직원들까지 신고 대상에 포함했다.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5급 이상의 공직자는 농지와 임야 등을 처분하는 특별법을 이달 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도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일부 있지만, 4·7 재보궐선거 전까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다.
◇'만악의 근원' LH 혁신방안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LH의 신뢰회복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 해체적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만큼 대수술도 불가피하다. 다만 당초 논의되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하는 공중분해 방식보다는 기능 분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19일 고위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강력하면서도 합리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하되 부동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엔 공백 있어서는 안 된다"며 "토지주택 부분의 한 영역과 주거복지 부분의 한 영역, 크게 보면 두가지 부분으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당 안팎에선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무본부를 떼내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또 각종 주택 공급 사업에 있어 LH가 토지 구매와 시공, 분양, 관리·운영까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일부 기능을 각 시도에 있는 도시공사로 넘기는 방안에도 힘이 실린다.
민주당 정책위와 국토위 관계자는 "다음주 중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해 선거 전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선미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국토위, LH 투기...미공개 정보 투기시 최대 무기징안 법안 의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공기관 종사자 등으로부터 제공받거나 부정하게 취득한 미공개 정보로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누설할 경우 그 이익의 3~5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LH 임직원은 물론 10년 이내 퇴직자 역시 공사의 업무와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를 못하도록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그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며 징역을 가중토록 하는 내용이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징역을 가중토록 했으며 범죄로부터 발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은 몰수·추징토록 했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이 매년 위반행위에 대한 정기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통보하고 위반사항 발견시 수사기관 고발이나 보안관리 개선조치를 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미공개 정보를 투기에 이용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투기 이익의 5배 이상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도 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LH 관련법 가운데 일부를 처리한 여야는 이날 국토위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4·7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자료제출 요구를 통해 공방을 주고 받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관련 부동산 의혹을 조준했으며 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겨냥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오 후보의 내곡당 땅 투기와 관련해서 본인은 당시 시장이었지만 국장이 했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서 모른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서울시와 국토부 간에 긴밀한 협의를 걸쳐서 결정될텐데 시장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면 도대체 시장은 중요한 그린벨트 해제·개발에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2009년 내곡동 지구 지정 관련해서 서울시와 국토부 간에 오간 공문서 일체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
같은 당 조오섭 의원도 "임대주택법이 2009년에 갑자기 보금자리주택법으로 바뀌는데 그 전에 신청했던 내곡동 지구를 서울시가 취소를 하고 보금자리주택이 다시 만들어지니까 그때 다시 (지구지정을) 신청한 것"이라며 "이게 이명박 정부 때인데 과거 임대주택법과 보금자리법이 개정된 이유는 무엇이고 내용이 어떻게 달라졌길래 과거에는 안됐던 내곡동 지구지정이 2009년도에는 다시 됐는지 관련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장경태 의원은 "박 후보가 아내의 집을 정상적 절차로 매입했다고 해명했는데 아들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캠프 본부장의 경우도 본인이 분양받았다고 했는데 제가 확인한 바로는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며 "엘시티(LCT) 관련해서 최초 분양자 명단과 분양권 거래 내용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지난 9일 변 장관에게 가덕도신공항 일대를 전수조사해서 오거돈 일가의 투기행위를 밝힐 것을 촉구했고 투기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어떻게 조사하라고 일러줘도 조사를 안하고 있고 진행이 안 되고 있다. 국토부에서 조사계획, 방법, 결과 발표 일정 등을 제출하고 부산시와 협의해 조사내용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박 후보 남편의 일본 도쿄 아파트 보유와 관련해 "토착왜구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갖고 비판을 많이 하시는 분인데 도쿄에 호화 주택을 갖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일본 국토교통성과 연결해 박 후보가 호화주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구해서 제출해달라"고 했다.
이에 윤성원 국토부 차관이 "그 자료는 외교채널로 받을 수 없다. 그것은 국토부 업무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자 송 의원은 "국민적 오해를 사는 것인데 외교부 채널을 통해서 협조하라는 것"이라며 거듭 자료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은혜 의원은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장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토부가 허가 주체 아니냐"며 "제가 그래서 오 후보한테 차라리 이런 제안을 할까 한다. 차라리 서쪽으로 가면 메이지신궁이 보이고 북쪽으로 가면 야스쿠니 신사가 보이는 일본의 호화 아파트를 샀으면 투기 의혹을 안받을 것"이라며 박 후보 측의 도쿄 주택 보유를 문제삼았다.
20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 15채를 매입한 전 LH직원이 국토부 산하 공기업 감사실장으로 근무 중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주인없는 무덤까지 활용했다"… 전문가도 놀란 LH 직원 땅투기의 기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단한 솜씨"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동원된 방법이 매우 다양하면서도 하나하나가 규정의 빈틈을 노리는 ‘신의 한 수’라는 것. 하지만 이들이 사용한 방식 말고도 ‘땅 투기’를 하는 이른바 선수들의 꼼수는 무궁무진했다. 남의 무덤을 이용해 보상을 받는가 하면 오리와 개를 동원하기도 한다. 투기의 천태만상을 살펴봤다.
◇ 남의 무덤으로 수억원 받아내기도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택지개발의 경우 통상 맹지나 농지에 이뤄진다. 농지의 경우 경자유전(耕者有田·실제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가질 수 있다) 원칙을 규정한 농지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취득할 시 지자체에 농업 경영계획서(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LH 직원들은 신도시 예정지의 농지를 매입한 후 논·밭에 벼나 고구마, 옥수수 등을 재배하겠다고 신고했다.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연합뉴스
농지가 아니더라도 자손이나 관리해 줄 사람이 없는 무연분묘(無緣墳墓)가 있으면 거짓말을 통해 땅 지분을 주장하기도 했다. 개발 대상지 안에 무연분묘를 가족의 묘인 것처럼 속여 보상금을 타내는 수법이다. 이 경우 보상금뿐 아니라 분묘 이전비와 보조비도 함께 타낼 수 있는데, 이 금액이 최대 수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이미 지난 2012년 LH 직원이 무연분묘 81기의 위치를 브로커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2600만원을 받아 실형이 선고됐다. 이 브로커는 가짜 유족들을 불러모아 3억5000만원의 이전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 신도시 지역에서도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묘지로 가득 찬 토지를 쪼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을 확보했다면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토지 지분을 바꾸는 ‘쪼개기’와 ‘합치기’ 작업이 시작된다.
지분 쪼개기는 보통 건물이나 땅의 지분을 나눠 구분 등기를 해서, 개발 시 아파트 분양권이나 대토(代土)보상을 많이 받아내는 행태를 뜻한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구입한 토지를 1000㎡로 쪼갰다. 1000㎡가 LH의 보상을 받기 위한 최저기준이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개발 관련 공고일 이전부터 1000㎡ 이상의 땅을 받으면 대토 보상이나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시흥·광명 신도시 부지에서 투기 의혹을 받는 5000㎡가량의 부지는 1000㎡의 4개 구역으로 쪼개졌다. 이 경우 분양권을 4개까지 늘려 받게 된다. 고양 창릉 등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도 ‘쪼개기’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1000㎡가 채 안 되는 토지들은 ‘합치기’를 통해 기준을 맞췄다. 경기도 과천 미니신도시 예정지에서는 LH 직원이 다른 2명과 함께 대상 517㎡ 필지 2개와 208㎡ 필지 1개 등 3개 필지를 12억원에 매입했다.
이들은 두 달 후 필지 3개를 하나로 합쳐 1350㎡의 땅을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보상 기준인 1000㎡를 넘기기 위한 작업으로 이해하고 있다.
◇ 나무 심고 개 키워 보상금 추가로 타내
투기꾼들은 땅의 크기와 형태가 정해졌다면 추가 투자를 통해 가치를 올리는 시도를 한다. 보상받는 땅의 가치가 높아야 보상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땅으로 수익 행위를 해왔다면 토지보상법에 따라 수익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의 보상을 해야 한다. 때아닌 유명세를 탄 ‘용버들’, 속칭 왕버들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LH 직원들은 영농계획서를 통해 농지에 벼·옥수수 등을 재배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용버들이나 에메랄드그린 등의 묘목을 심었다. 용버들 등 수목(樹木)이 벼 등의 작물보다 보상 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수목 보상을 위한 감정을 할 때 감정평가사들은 조달청 ‘조경수목 단가표’를 참고한다. 따라서 조달청의 단가가 비싸게 책정돼있거나, 단가표에 등록되지 않은 희귀수종이라 보상액을 과다 책정할 수 있는 수목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보상 시 나무 1주당 이식 비용의 2배를 우선 보상하기 때문에 나무의 수가 많은 것도 중요하다. 또 크고 두껍게 자라야 이식 비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용버들은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하는 수종이다. 묘목은 1그루당 3000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병충해에 강하고 특별한 관리 없이도 빠르게 성장한다. 이렇게 자라난 용버들은 조건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2~3년만 지나도 최대 수만원까지 가치가 올라간다.
용버들 나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3.3㎡당 1그루 정도 심는 것이 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H 직원들은 1㎡당 20그루 가깝게 용버들을 빽빽하게 심었다. 그래도 용버들 나무는 큰 무리 없이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광명·시흥 신도시 부지 일대에 심어진 왕버들의 보상가는 대략 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나무 외에도 동물이나 비닐하우스 등도 동원된다. 지난 2010년 위례신도시 토지 보상이 이뤄질 당시LH는 위례신도시에서 투기 목적의 비닐하우스 1700여동, 무단으로 반입한 벌통 8000여개를 적발했다.
미사·감일·감북지구 등에서도 토지 보상을 노린 770건의 불법 설치물과 닭 921마리, 개 640마리, 오리 504마리 등을 적발했다. 현행 규정은 나무의 이식 비용 보상처럼 ▲닭 200마리 ▲개 20마리 ▲오리 50마리 이상을 기르면 땅값과 함께 축산업 손실비와 이전비 등을 보상하도록 했는데 이를 노린 것이다.
경기 광명시 한 공무원이 매입한 노온사동의 토지에 지난해 12월 설치한 지하수 시설이 보이고 있다. 그 옆으로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지난해 이 공무원이 밭 1천322㎡를 취득한 곳이다/연합뉴스
◇ ‘간접보상’까지 받아내면 투기의 완결
사전 투기의 보상은 이것 외에도 더 있다. ▲이주자 택지 ▲생활대책 ▲협의양도인택지 등 간접보상이 그것이다. ‘이주자 택지’는 신도시 예정지 공람공고일(발표일) 이전 1년 전부터 집을 갖고 있으면서 거주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택지다. LH 직원들이 속칭 ‘벌집’이라 불리는 임시 조립식 주택을 지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 주택들은 수도·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투기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생활대책용지’는 토지 수용으로 생계 수단을 상실한 사람에게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상업용지에 대한 우선 분양권을 주는 것이다. 일반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을 수 있는데, LH 직원들이 쓰지도 않을 비닐하우스를 지은 것이 생활대책용지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협의양도인택지’는 토지 1000㎡를 가진 토지주가 토지 보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제공하는 일종의 단독주택용지 매입 권리다. 집과 땅을 수용당하는 대가로 현금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중 일부 금액만큼 다가구주택이나,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용지를 우선 분양받게 된다. 이 경우 싼값에 신도시 땅을 살 수 있고, 이렇게 산 땅을 전매할 수도 있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협의양도인택지를 노리고 투기에 나선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개발 관행은 지난 1980년대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든 법과 제도에서 비롯됐다"면서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법률로 과거의 개발 관행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했다. 그는 "대표적인 것이 ‘묻지마 결정’ 후 수용을 강제하는 비밀주의"라며 "사업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투명성을 강화하고 보상이 정당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 공개주의 원칙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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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땅 투기 의심 사례 추가 (진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토지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 2021.3.11 image@yna.co.kr
▲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특수본)의 본부장을 맡은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오른쪽)이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청사를 나서고 있다.2021.3.19/연합뉴스
공무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충남경찰청 수사관들이 19일 오후 세종시청 도시 정책과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급주택 15채 싹쓸이한 LH직원, 다른 公社 감사책임자로 영전했다
전국 각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급 주택 15채를 수의 계약 등의 방식으로 사들여 징계 받았던 전직 LH 직원 A씨가 국토교통부 산하 다른 공기업(공사)에 재취업해 감사 책임자로 근무 중인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그는 재취업 과정에서 LH에서 징계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공사 측은 전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LH에 근무하던 2012~2017년 본인과 가족 명의로 수원, 동탄, 목포, 대전, 논산, 포항, 창원, 진주 등지에서 LH 공급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LH 공급 주택 취지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기여’다.
그런데 LH 직원인 A씨가 가족 명의까지 동원해서 순번 추첨 수의계약, 추첨제 분양으로 15채나 ‘쇼핑’하듯이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후 A씨는 LH 내부 감사에서 의무 사항인 분양 내역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징계에 부쳐졌다. 그는 “모친의 안정적인 생활비 마련을 위한 월세 수입 목적으로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다수 취득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하지만 결국 견책 징계가 내려지자 2018년 LH를 퇴사했다.
A씨는 이듬해인 2019년 국토교통부 산하 또 다른 공기업에 재취업했다. 당시 채용 공고에 따르면, 경력 증명서에 전(前) 직장 등에서의 상벌 내용, 퇴직 사유를 필수적으로 기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A씨는 경력 증명서에 상벌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고, 재취업에 성공해 입사 1년 만에 감사를 총괄하는 책임자급(2급)으로 승진했다. 이 공기업은 최근까지도 A씨의 LH 공급 주택 대거 매입, 징계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취업 과정에서 LH 징계 사실 등을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입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그랬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저녁 7시, 퇴근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LH 본사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A씨의 ‘LH 공급주택 15채 취득’ 사례는 A씨가 재취업에 성공한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적이 있다. 당시엔 언론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는데, 최근 LH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그런 A씨가 징계를 받고 LH에서 퇴사한 후 또 다른 공기업에 재취업했고 지금은 감사 책임자로 근무하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공기업 측은 A씨가 재취업 과정에서 LH 시절 징계 이력을 밝히지 않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짙은 사람이 다른 직원들의 비위를 적발하는 감사 책임자로 근무하는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A씨가 징계내용을 감춘 것은 불합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취업 당시 채용 공고에는 ‘응시원서 허위 기재, 허위 증빙 자료 제출 시 불합격 처리한다’고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의원
공사 측은 “A씨 사례가 채용 취소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위해 법적 자문을 의뢰한 상태”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A씨 경우는 문재인 정권의 공직 기강에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가 공직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라고 했다.
최정원 정부 합동조사단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심자에 대한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신도시 땅 산 靑경호처 직원, 형은 LH 근무… 靑 “투기 의심 사례
[신도시 투기 의혹]광명 전답, 형수-누나 등과 매입
靑, 대기발령 “합수본에 자료 전달” 지자체-공기업 직원 2차 전수조사 23명 추가적발… 광명시 소속 10명
청와대가 행정관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19일 대통령경호처 A 과장(4급)이 2017년 9월경 3기 신도시인 경기 광명시에 가족들과 공동으로 413m² 규모의 전답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A 과장의 형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다. 경호처가 자체 조사를 거쳐 즉각 A 과장을 대기 발령하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수사 자료를 넘기기로 한 것도 A 과장과 누나, LH 직원인 형의 부인 등 가족 4명이 함께 땅을 사는 과정에서 LH 내부 정보가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의 공직자 토지 거래 2차 전수조사에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3명과 지방 공기업 직원 5명 등 28명이 신도시 지구나 인접 지역에서 토지 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돼 이 가운데 23명을 합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이로써 앞서 11일 국토교통부와 LH 직원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 수사 의뢰한 LH 직원 20명을 합쳐 합조단이 수사 의뢰한 공무원은 43명으로 늘어났다.
○ 광명 신도시 땅 산 경호처 과장 친형은 LH 직원
청와대는 이날 경호처가 직원 본인과 직계존비속 3458명에 대해 별도의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A 과장의 부동산 보유 거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이를 확인한 16일 바로 대기 발령 조치를 내렸다고 정만호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그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합수본에 관련 자료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투기) 의심 사례”라고 밝혔다. A 과장은 2002년부터 경호처에서 근무해 왔다.
합수본에 수사를 위한 자료를 넘기면서도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A 과장이 조사 전에 자진 신고한 점 등을 감안해 합수본에서 판단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호처 외에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직원 37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공적 정보를 활용한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다만 비서실 소속 환경정리 담당업무 기능직 공무원과 정부 부처 파견근무 중인 행정 요원 모친, 국가안보실 소속 파견 근무 중인 행정관의 부친 등 3명이 신도시와 인근에서 부동산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합수본에 관계 사안을 수사 참고자료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지자체 공무원 등 23명 수사 의뢰
합조단은 이날 3기 신도시 관련 지방자치단체 내 개발 업무 담당 공무원과 지방 공기업 직원 8653명을 대상으로 한 2차 전수조사에서 가족 간 증여로 확인된 5명을 제외하고 투기로 의심되는 지자체 공무원 18명과 지방 공기업 직원 5명 등 23명에 대해 합수본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 의뢰된 공무원 가운데 지자체 직원은 광명시 소속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안산시 4명, 시흥시 3명, 하남시 1명이었다. 지방 공기업은 부천도공 2명, 경기도공 과천도공 안산도공이 1명씩이었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는 총 32필지로 농지가 19필지로 가장 많았다. 1인이 여러 필지를 보유하거나 다수가 토지를 공유로 매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합조단은 이들 외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127명의 명단도 합수본에 통보하기로 했다.
19일 정부합동조사단이 LH 부동산 투기의심자에 대한 2차 조사 결과에서 23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최창원 조사단장(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발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강 사장’ 불린 LH 보상업무 직원, 지인들과 42억 땅 매입
경찰 투기 의혹 수사 본격화 광명·시흥 일대 대규모 땅 구입 왕버들 심어 보상금 노린 듯 LH 본사, 압수 수색 대비 정황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관련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2차 조사에서 적발된 23명이 소유한 토지는 총 32필지로 19일 확인됐다. 이 중 19필지는 농지였다. 정부는 농지법 위반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23명 중 6명은 2필지를, 1명은 신도시 토지 4필지를 한꺼번에 소유한 사례도 있었다. 신도시 주민 공람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거래된 곳은 32필지 중 16필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합조단은 이번 조사에서 토지거래 외에 3기 신도시와 인접한 지역에 주택을 거래한 직원도 237명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 직장 근거지에 주택이나 건물을 소유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합조단은 수사 참고자료로 이들 명단을 특수본에 이첩했다. 청와대 직원 중 의심사례로 조사된 경호처 직원 1명 외에 신도시와 그 인근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 3건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지구에서 1.5㎞ 떨어져 있거나 오래전(8년 전, 12년 전)에 거래돼 투기로 보기 힘들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다만 해당 사례들도 특수본에 수사 참고자료로 전달키로 했다. 경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직 직원 A씨(57)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하는 LH 전·현직 직원 15명 가운데 핵심 피의자로 꼽힌다.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광명·시흥시 땅을 샀고, 그 규모도 가장 크다고 한다. A씨는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기 전인 2017년부터 가족이나 다른 LH 직원 등과 광명·시흥 땅 42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신도시 인근 지역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매입 금액은 더 늘어난다. LH에서 최근 3년 동안 보상 업무를 담당해온 A씨는 광명·시흥 일대에서 ‘사장님’ ‘강 사장’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가 2018년 4월 부인과 LH 직원 부부 등 3명과 사들인 시흥시 무지내동 땅에는 보상비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희귀수종인 왕버들 나무가 심겨 있어 보상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의 압수수색 즈음에 LH 본사 임직원의 초과 근무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돼 “LH 측이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내부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LH가 제출한 ‘초과근무 현황(2월 1일~3월 9일)’ 자료를 공개했다. LH 본사(경남 진주)는 2월 한 달간 하루 평균 262명이 초과 근무했지만, 3월에는 1~9일까지 하루 평균 367명이 초과 근무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기간 중 초과 근무자가 가장 많은 날은 3월 8일(785명)과 9일(814명)이었다. 경찰은 지난 9일 LH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 의원은 “경찰이 압수수색하기 하루 전날 대거 야근한 게 수상하다”며 “월성 원전 1호기 문건 삭제 때처럼 단체로 신내림을 받은 건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H 측은 “(초과 근무가) 경찰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윤성민·채혜선·현일훈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압수수색 중인 북시흥농협 본점. 2021.3.17 (사진제공=연합뉴스)
북시흥농협 LH 부동산 투기 연루說, 단위농협 투기꾼 돈줄 논란으로 확대
LH 직원 9명, 북시흥농협서 43억원 토지담보대출 받아 토지 매입에 사용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농협중앙회가 최근 빚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과 관련해 불똥을 맞고 있다. 상호금융의 특성상 대출규제가 시중은행보다 무른 만큼 그간 부동산 투기꾼들 사이에선 요긴한 ‘돈줄’로 애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조명 되고 있는 것.
‘부동산 투기꾼’들이 상호금융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시중은행 대비 적은 대출에 대한 부담이 꼽힌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인근 토지를 매입해 최근 논란을 빚은 LH 직원들은 북시흥농협으로부터 상당량의 돈을 대출 받았다.
시중은행보다 약한 대출규제…부동산 투기꾼 끌어 거주자도, 농업종사자도 아닌데…단위농협 조합원?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작년 4월 간 LH 직원 9명이 북시흥농협에서 43억 원의 토지담보대출을 받고, 이를 토지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시흥농협은 이 지역 농업인이 출자해 결성한 단위농협으로 상호금융 중 하나다.
상호금융의 운영방식은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 받아 이를 다른 조합원에게 대출하는 형태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시중은행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 이하로, 상호금융은 160% 이하로 맞출 것을 지시했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전체 대출의 원리금상환액 비율을 의미한다. 상호금융이 시중은행 대비 대출 부담이 적다는 방증이다.
최근엔 단위농협이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단위농협의 총 대출액 181조 6336억원 가운데 약 37.49%에 해당하는 68조 983억 원이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었다.
5년 뒤인 2020년 6월, 단위농협 총 대출액 275조 8719억원 가운데 비조합원 대출액은 110조 397억 원으로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39.89%로 증가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북시흥농협의 경우 역시,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2015년 6월 35.83%에서 2020년 6월 41.37%로 늘었다.
토지담보대출의 대출한도는 토지의 시세가 아닌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시중은행은 감정평가액의 최대 60%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상호금융은 70%까지 할 수 있다. 상호금융이 부동산 투기를 염두에 둔 외지인들의 대출창고 역할로 쓰이고있다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논란이 확대되자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그간 은행권이 아닌 제2금융권과 주택이 아닌 토지는 관심이 적었다”면서 “토지 대출 관련한 문제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농업인 LH 임직원’, ‘조합원 자격으로 대출’ 받아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비농업인인 LH임직원이 단위농협 조합원 자격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합원 대출의 경우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이 있는 만큼 비조합원 대출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LH 임직원들은 해당 지역 거주자도 아니고, 농업 종사자도 아니면서도 단위농협 조합원 자격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농업협동조합법 상 해당 단위농협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 아니면 단위농협 조합원 가입을 불가하다. 동사를 짓지 않는 이들이 농업인 신분으로 대출을 받은 것이라면 농지법 위반이 적용된다. 주말 농사를 했다고 핑계 대더라도 공기업인 LH는 겸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 단 겸직이 가능한 직장의 경우엔 법적으로 이를 제한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딱히 없다.
농업인 자격을 부여하는 주체는 정부이므로 농협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는 녹록치 않다. 이와 관련해 농지 취득은 농업경영계획서 제출 후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발급 받아야만 농업인 자격으로 얻을 수 있는데 이는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것이다. 행정기관이 올바르게 발급했는지 농협 차원에서 검증을 하기 어려워 농업인 자격을 갖춘 사람이 방문하면 농협은 대출 규정에 따라 대출을 해 주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6일 임원회의에서 북시흥농협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할 것을 명했다. 금감원은 18일 북시흥농협 현장 조사를 단행해 담보대출비율(LTV)과 담보가치 평가기준 등의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달 초, 농협중앙회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적인 대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시흥농협 측 역시 “법과 규정에 의해 정상적인 절차로 대출이 시행됐다”는 주장을 폈다.
일각에선 해당 조사의 핵심 목적이 북시흥농협의 불법행위 적발이 아닌 현황 파악으로 풀이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번 조사를 지시하면서 금융사들의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 전반과 대출 과정 등을 상세히 점검해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외에 시중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비주택담보대출 현황을 파악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집단 대출 관련 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정부 입장 반영을 위한 검토가 필요한 것 으로 알려졌다.
현황이 파악 되면, 정부는 투기 근절을 위한 관련 법 개정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언급되는 방안은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 축소, 상호금융의 DSR 조정 등이다. 다만, 상호금융의 DSR 규제를 강화할 경우 지역 농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더퍼블릭. 김은배 / 금융팀 기자
LH 직원 꼴 날라"…블라인드 회원 탈퇴 봇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LH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9일 경기 광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한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2021. 3. 9. 한주형기자경찰이 `꼬우면 이직하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색출에 나선 가운데 해당 글이 작성된 블라인드엔 회원들의 탈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익명보장 어디로?..."블라인드 못 쓰겠네 이제"
19일 블라인드에는 경찰이 LH 직원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절대 보안`을 내세우는 블라인드에서 특정인을 밝혀내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견이 다수 게재돼 있다. 대체적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롱한 LH 직원을 찾아내는 것에는 동의하는 입장이나, 익명성을 보장하는 블라인드에서 수색이 진행되는 것에 회원들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최근 블라인드 한 회원이 `블라인드 압수수색 들어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글을 올리자 "더이상 블라인드가 블라인드가 아닌 세상", "이제 블라에서 내부고발하면 구속각?", "완전 익명성 이거 보장되는 거 맞냐", "LH 직원 밝혀지면 이제 블라 의미없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직장인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게임사 개발자로 일하는 이모(31)씨는 "애초부터 익명성, 보안 따위는 믿지 않았다. 회사를 다녀서 어쩔 수 없이 블라인드를 시작했지, LH 직원 찾아내겠다는 뉴스 보자마자 무서워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윤모(35)씨는 "블라인드를 사용하면서도 항상 회사가 날 찾아내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썼는데, 이번 일로 절대 보안은 없다는 걸 알게됐다. 조만간 탈퇴할 거다"고 했다. 뷰티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역시 "LH 직원 글에 정말 화났지만 경찰이 글쓴이를 찾아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며 "블라인드 익명성 취지를 깨면 누가 편하게 회사 욕을 하면서 블라인드를 사용하겠나"고 지적했다.
◆LH 직원 색출 만만치 않을 듯
블라인드는 현재 320만명이 이용 중인 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블라인드가 이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절대적인 `익명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익명이 보장되다보니 그간 블라인드는 연봉과 조직문화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회사와 상사의 뒷담화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직장인들의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
실제 블라인드 홈페이지 질의응답란에도 `정말 익명인가요?`라는 질문에 블라인드 측은 "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군지 모른다"며 "블라인드는 보안을 가장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는 답을 적어 놓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경찰이 LH 직원을 색출하면 블라인드의 최대 강점인 익명성이 무너지면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블라인드 회원들은 언제든 자신들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경찰이 LH 직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블라인드는 회원 데이터를 비공개 처리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가입에 사용되는 회사 인증 이메일은 재직자 확인 용도로만 쓰인다. 가입 후 곧바로 암호화되며, 블라인드 앱 계정과의 연결고리는 즉시 파괴된다.
증명할 데이터와 정보가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 역시 직원의 신분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주범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접속한 IP 등이 저장되는데 데이터를 삭제하는 블라인드 특성상 찾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덮어 씌워지기는 개념인데 경찰이 압수수색을 늦게 진행한 만큼 정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 매일경제 & mk.co.kr,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17일 한국 토지주택공사 전북지역본부 일대에 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2021.03.17. pmkeul@newsis.com
LH사태 재발 막을 이해충돌방지법, 이번엔 될까
[레이더P] 논의만 10년째...국 민 분노에 급물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해결책 만들기에 나섰다. 공직자의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새로운 법이 아니다. 첫 논의는 10년 전에 시작됐다. 그간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시작과 논의 과정, 불발 이유 등을 정리했다.
잠들어 있던 법안, 8년 만에 깨어나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국회가 처리한 김영란법이 졸속입법 및 위헌논란을 빚는 것과 관련해 10일 오전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3.10 [김호영기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로 공분이 일자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다.
2년 뒤인 2013년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에 제출했다.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이다. 권익위가 정부기관 8개의 의견을 취합하고 시민단체들과 토론회를 거친 후 제출한 법안이다.
2015년 1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해충돌방지 사항은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규정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제외한 채 '부정청탁금지법'을 대안 입법으로 통과시켰다. 2015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제정 이후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채 의견만 분분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지 3년 만인 지난해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하지만 20대 국회 임기 종료를 4개월밖에 앞두지 않은 상황이었고 결국 폐기됐다. 21대 국회 시작 직후인 지난해 6월 권익위는 재차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LH 사태가 터진 지금 논의가 재개됐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안 8년 만에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이해충돌 논란 불거졌지만 흐지부지
2015년 김영란법 논의 당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제외된 이유는 그 적용 범위가 넓어 공직자의 정상적인 공무를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 국회의원의 경우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직무를 배제하면 의정활동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회는 비판에 직면했다. "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불편한 조항만 쏙 빼놓고 통과시켰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이에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가 추후 심사를 통해 법안 처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LH 사태 이전에도 이해충돌방지법 논의에 불을 지필 만한 사건은 많았다. 의원들의 부동산 보유가 문제된 것이다. 이해충돌 논란이 있었지만 논의는 잠시뿐이었다.
▲ [연합뉴스]
"제2의 LH 막아야" 필요성 한목소리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입법까지 이번에 나아갈 수 있다면 투기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즉각 "당은 공직사회의 투기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종합적 입법을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해충돌방지법은 LH사건과 관련 없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입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SNS에 "21대 국회 들어 몇 의원의 심각한 일탈로 이해충돌방지법이 더 절실해졌다"고 했다. 여당은 이해충돌방지법은 제정법이고 적용 범위가 넓은 만큼 공청회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3월 국회 내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급 적용' 가능할까
이해충돌방지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에 상정된 상태다. 일단 여야 모두 법안 내용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더라도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에게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소급 적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투기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 환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특별법을 통한 소급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투기 이익의 경우엔 행정적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희 기자/김진석 인턴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GH 등 지방도시공사 '너 마저', 정부 LH 혁신방안 '고
정부, LH 일부 기능 지방도시공사로 이전 검토 투기 의심자, 지방도시공사에서도 나와 '고심'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경기도주택도시공사(GH), 부천도시공사 등 지방도시공사에서 3기 신도시 투기 의심자가 나왔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과도하게 몰려있는 기능을 지방도시공사 등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던 정부를 고심에 빠트리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2차 ‘3기 신도시 공직자 토지거래 조사’ 결과 23명의 투기의심자를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차 조사에서 적발된 20명의 투기 의심 LH직원 20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적발된 투기 의심자는 총 43명이다. 2차 조사에서 드러난 투기 의심자는 광명시 10명, 안산시 4명, 시흥시 3명, 하남시 1명 등 지방자치단체공무원 18명과 부천도시공사 2명, 경기주택도시공사 1명, 과천도시공사 1명, 안산도시공사 1명 등 지방도시공사 직원 5명 이다.
조사단의 2차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정부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1차 조사 직후 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혁신을 약속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LH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방안으로 LH를 해체하거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하기 보다 과도하게 몰려있는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비중있게 검토했다. 정 총리는 2차 조사 결과 발표 당일 “LH 토지공사·주택공사로 각각 분리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필요하면 다른 LH의 기능을 분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LH 기능분리 구상은 GH 등 지방도시공사에서도 투기 의심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작부터 발목이 잡혔다. 지방도시공사 역시 혁신의 대상이 된 영향이다. 오히려 9839명을 조사해 20명(0.20%)이 드러난 LH 보다 2199명을 조사해 5명(0,22%)이 적발된 3기 신도시 관련 지방도시공사의 투기 의심자 비율이 작지만 더 높다.
일각에서는 LH·GH 등 공기업에 대한 혁신만으로 공직자의 투기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본다. 공직자의 재산공개 의무화와 부동산 거래분석원 등 강력한 부동산 감독기구 도입, 이해충돌방지법 등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행은 이날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는 부동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도 부동산 재산등록을 하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거래분석원 등 강력한 부동산 감독기구를 설치해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단속을 상시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 아파트의 가격담합과 시세조작 등 부동산 질서를 무너뜨리는 모든 시장 교란 행위를 엄중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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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빠진 대한민국..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신도시 투기. 사진. 구혜정 기자
충격에 빠진 대한민국..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신도시 투기. 사진. 구혜정 기자
요즘 가장 '핫'하다는, 그 땅을 보러 갔다가
[포토스케치] 시흥 과림동의 LH 땅투기 현장에서
땅을 보러 갔다. 요즘 가장 유명한 그 땅. 기대했지만 머쓱하게도 그저 평범했다. 약간의 디테일은 있었다. 묘목의 간격이 촘촘하다. 내부 정보 꼼꼼히 체크했을 공기업 직원의 알뜰함과 세심함이 느껴졌다.
유구한 역사를 생각했다. 땅투기의 역사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강남이 개발되던 때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땅투기로 정치자금을 대기도 했다. 팽창하는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농지를 헐값보상하고 수많은 아파트를 짓고 나누는 과정에서 정경관언 유착은 공공연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 불과 2006년이니 그 이전까지는 누구도 부동산 문제에서 정직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역사의 끝자락에 부동산 재테크가 상식과 교양이 되고, 아이들이 부동산을 꿈꾸는 현상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치를 생각했다. LH 사건에 유례 없이 강경한 정치인들의 말과 정치적 유불리를 생각했고, 선거 이후의 온도를 짐작했다.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누가 덜 더럽고 누가 더 더러운가'와 '조금이라도 더러우면 다 똑같이 더럽다'는 논리가 부딪칠 것이 뻔해 보였다.
법을 생각했다. 법이 없어 이 사달이 난 것일까? 얼마나 더 강력한 법이 만들어지면 해결되는 것일까? 법은 제정보다 적용과 집행, 해석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땅 보러갔다 오는 마음이 어지러웠다. LH 직원의 땅투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대를 둘러봤다. 투기의 대상이 된 땅과 애꿎은 어린 나무들, 빼앗기듯 농지를 내놓아야 하는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프레시안(최형락)
[오피니언] 땅 투기 LH만의 문제인가?
[당진신문=김희봉]
이 땅 오천년 동안 기득권층이 독점해온 토지를 공적 소유화 시켜 더 이상 땅투기로 부를 축적하는 악질 공직자들이 없게 해야 한다. 동시에 농지는 농민에게 주택지는 집 없는 서민들에게 환원시키는 완전한 토지개혁을 촛불혁명정부 문재인정권에게 요구한다.
지난 역사에서 땅 때문에 국가간의 전쟁도 사인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그만큼 땅은 소중한 것이기에 최근 LH 직원의 개발지역 땅 투기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정부여당도 정치 생명을 걸고 발본색원과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겠다면서 한껏 머리를 낮추고 있지만 국민들 그 누구도 저들의 비리가 근절되리라 믿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왜냐면 공공기관 공직자들의 비리는 모든 역대 정권에서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고 떠들어 댔지만 정작 용두사미에 그쳤던 것이다. 야당도 목소리를 높이며 문재인정권의 LH땅투기를 비난하며 정치적 공격을 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코웃음치고 있다. 한마디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제 LH공사와 쌍벽을 이루며 전국의 토지를 개발해 온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은 단순히 의혹 제기지만 정부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 진실이 규명되리라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가 땅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을 수행해오며 농지의 경지정리사업과 간척지 조성과 임대분양사업에서 농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상기시켜 본다.
동시에 농어촌공사도 스스로 조사에 응하여 한점 비리가 없었다는 점을 임대 소작 농민 앞에 밝혀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종시처럼 지난 20여년간 당진시의 도시개발 계획수립과 개발과정에서 사전 정보를 이용하여 개발지역 토지를 본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매입하였는지 토지거래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을 당진시와 사법당국에 촉구한다.
차제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법령을 제정하여 공직자들의 토지거래 및 보유 현황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하고 공개하여야 한다. 더욱이 공직자들과 비농민들의 농지소유 문제는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떠나서 경자유전의 헌법적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어서 심각성이 큰 것이다.
이렇듯 LH공사 땅투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이 약삭빠르게 고급정보를 이용하여 부를 축적할 때 힘없는 농민 노동자들은 농지를 빼앗기고 집 한칸 없이 흙수저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LH공사의 땅투기 규모가 빙산의 일각이라 보고 문재인 정권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 그 범위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잊지 말고 끝까지 지켜 볼 것이다.
또 한국농어촌공사의 반 농민적이고 편파적인 간척지 분양과 임대운영 문제도 이번 비리차원에서 반듯이 응징되어야 한다. 이는 곧 문재인정부가 공무원을 포함해 공공기관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시민단체들을 참여시켜 명명백백하게 밝혀 정의를 세우지 않는다면 소작농문제와 아파트 문제가 기폭제가 되어 이번 땅 투기사건은 제2의 촛불혁명이 촉발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