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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Tchaikovsky Symphon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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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 Eugene onegin Opera - Waltz


Савва Тихонов - Трике. (트리케의 아리아 - 쿠플레)


 

차이콥스키 교향곡 이야기

최은규 l 음악평론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에는 가슴을 파고드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특별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의 음악은 저절로 우리 마음을 움직입니다. 가슴 저미는 선율과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긴박감 넘치는 종결부의 벅찬 환희!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항상 가슴이 확 트이는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곤 합니다. 어떤 이들은 차이콥스키가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를 음악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정신병을 치료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민한 성격에다 동성애 성향이 있었던 차이콥스키는 늘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남들보다 몇 배의 감정적 부담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탈출구였습니다. 그래서 차이콥스키의 작품은 그 어떤 작곡가들보다도 그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수의 작곡가 차이콥스키.

차이콥스키가 본격적으로 그의 대표작을 내놓기 시작한 시점도 그의 삶에 결정적인 변화가 찾아온 시기와 일치합니다. 1877년, 37세의 차이콥스키는 불행과 행운을 함께 경험하며 격변기를 맞이했습니다. 그해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기 시작한 차이콥스키는 경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으나 사랑하지도 않는 여성과 성급한 결혼을 감행한 후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아마도 차이콥스키는 결혼을 하면 동성애에 대한 소문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혹은 당시 작곡 중이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의 주인공 오네긴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했는지도 모릅니다. 차이콥스키는 오페라에서 여주인공 타치아나의 연애편지를 매정하게 거절한 오네긴의 오류를 범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그는 1877년 7월에 그에게 열렬한 연애편지를 보낸 음악원의 제자 안토니나 밀류코바라는 여인과 급히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오페라와 현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차이콥스키의 불행한 결혼생활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파경에 이르렀고 차이콥스키는 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가혹한 운명을 상징하는 ‘운명의 동기’

개인적인 전환과 위기를 맞이한 이 시기에 차이콥스키는 독자적인 음악양식을 보여준 대작들을 내놓았습니다. 그 중 교향곡 4번은 매우 특별합니다. 차이콥스키 관현악 양식의 결정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이 비범한 교향곡은 차이콥스키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교향곡 4번 도입부를 장식하는 금관악기의 팡파르는 차이콥스키를 뒤따르는 가혹한 운명을 나타내듯 처절하고도 비극적으로 제시됩니다. 이 팡파르는 4악장 마지막에 다시 등장해 끊임없이 그를 추적해오는 운명의 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마치 바그너의 음악극에 사용되는 라이트모티브(leitmotiv, 특정 인물이나 감정 등을 일정한 음악적 동기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주도동기 혹은 유도동기라 부르기도 함)와 비슷합니다. 이 팡파르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운명의 동기’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금관악기가 연주하는 운명의 팡파르가 단조로 제시된다는 점은 특히 중요합니다. 차이콥스키 당대에는 밸브가 달린 개량 금관악기들이 보편화되어 금관악기로 단조 선율을 연주하는 데 제약이 없었으나, 밸브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금관악기로 단조 팡파르를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금관악기가 장송행진 풍의 비극적인 음악을 연주할 때는 약음기를 낀 채 작은 소리로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전통적인 관례를 깨고 교향곡 4번 도입부를 단조의 포르티시모(ff, 매우 크게 연주하라는 강약 기호)로 충격적인 팡파르를 제시해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아마도 이 팡파르는 당대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오늘날에도 이 팡파르는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을 여는 트럼펫의 팡파르와 함께 훌륭한 ‘단조 팡파르’라 할 만합니다.

차이콥스키의 ‘운명의 동기’는 비단 교향곡 4번에만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의 교향곡 5번(1888년)은 ‘차이콥스키의 운명 교향곡’이라 해도 좋을 만큼 1악장 도입부의 ‘운명의 동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클라리넷의 어두운 음색으로 단조로 연주되는 운명의 동기는 교향곡 4번의 운명처럼 가혹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체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 우울한 운명은 4악장에 이르러 승리로 바뀝니다.

교향곡 5번에서 운명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던 차이콥스키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6번 ‘비창’에서 교향곡 역사상 매우 독특한 결말로 완전한 체념의 정서를 전해줍니다. 차이콥스키는 1893년 9월에 ‘비창 교향곡’을 완성하고 그해 10월에 초연한 후 9일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비창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는지도 모릅니다. 끝없이 하강하는 선율과 꺼져가듯 길게 사라지는 4악장의 종결부는 삶의 종말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비창 교향곡’의 결말은 모든 것을 체념한 비극을 들려준다.

‘비창 교향곡’ 4악장의 종결부에서 활약하는 악기는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의 저음현과 목관악기 중 가장 어두운 음색을 지닌 바순입니다. 교향곡이 끝이 가까워오면 비올라와 바순이 연주를 멈추고 오로지 첼로와 더블베이스만 남아 피아니시시시모(pppp)의 극히 여린 음으로 사라져갑니다. 이때 더블베이스는 두 파트로 나뉘어, 상성부는 점차 느려지는 심장박동을 독특한 리듬으로 표현하고 하성부는 현을 퉁기는 피치카토 주법으로 다가오는 종말의 마지막 발걸음을 암시합니다.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화려한 알레그로 악장 대신 어둡고 느린 악장으로 대체한 점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라 할 만합니다. 운명을 극복하고 승리로 끝맺는 교향곡 5번과 비교해볼 때 교향곡 6번은 상당히 염세주의적인 느낌을 주지만, 운명에 굴복하는 ‘비창’의 우울한 정서는 오히려 우리의 정신을 맑게 정화시켜 한없는 미(美)의 세계로 이끌어줍니다.

감정적 고양을 표현하는 ‘동형진행’ 기법

교향곡 4, 5번의 ‘운명의 동기’와 교향곡 6번의 특별한 종결부 외에도 차이콥스키 관현악에서 거론할 만한 특징은 너무나 많지만, 그 중 차이콥스키 음악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기법 하나는 꼭 소개해드리고 싶군요. 차이콥스키는 감정적인 고양을 표현하고자 할 때 ‘동형진행’, 즉 ‘시퀀스’(sequence)라는 기법을 종종 사용했습니다. 동형진행이란 쉽게 말해 일정한 선율 패턴을 계속 반복하는 기법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반복만 하는 게 아니라 음높이를 점진적으로 다르게 반복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혹은 침체시키기도 합니다. 차이콥스키가 그의 음악에 자주 사용하던 동형진행 방식은 하나의 선율 패턴을 점점 더 높은 음으로 반복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중 감동적인 ‘사랑의 테마’는 차이콥스키 특유의 동형진행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예라 할 만합니다.

사랑의 테마 중간 부분을 잘 들어보면 작은 소리로부터 점차 큰 소리로 연주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차이콥스키는 동형진행의 기본 단위가 되는 짧은 선율을 먼저 제시합니다. 이 시퀀스 단위가 ‘난 널 사랑해’라는 문장이라고 가정한다면, 차이콥스키는 점차 어조를 높여 ‘난 널 사랑해’를 반복하다가 몇 차례 반복된 후에는 마치 ‘나는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사랑해’라는 식으로 음표는 줄이고 음은 높여서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구축합니다. 감정의 고양 상태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음악이 있을까요! 동형진행 기법을 사용한 작곡가들은 많지만 차이콥스키처럼 효과적으로 사용한 작곡가는 드물 겁니다.

차이콥스키는 생전에 국제적인 작곡가로서 명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소수의 러시아 작곡가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처럼 즉각적으로 대중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음악을 만들었으니 그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오늘날에도 차이콥스키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클래식 입문자에게나 클래식 마니아에게나 늘 한결같은 감동을 안겨주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아남을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라 할 만합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클래식입문 ABC 2012.01.1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7&contents_id=7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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