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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읽는 명상록

명상의 실체 ,뇌과학연구소 분석

명상의 역설 … 정신은 깨어있어도 뇌파는 조는 상태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 기계가 가동하자 촬영실은 극도의 소음으로 덮였다.

비행 중인 항공기의 엔진 소음에 버금가는 100dB 이상의 소음이 귀마개를 뚫고 날카롭게 파고든다. 30분 실험 내내 그랬다. 참아야 한다. 또 촬영을 위해 몸도 고정된다. 머리와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역시 참아야 한다. 그러나 실험실의 3인인 마가 스님, 김재성 교수, 안성규 기자에게 소음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참는다는 생각도 안 했다. 다 자연스러웠다. 명상의 힘인가.

 

 

 

 

본지 취재팀과 길병원 뇌과학연구소 직원이 fMRI 촬영을 위해 함께 작업하고 있다(왼쪽위). 연구소의 최상한 연구원이 마가 스님을 fMRI 촬영장비로 유도하고 있다(왼쪽아래). 좌측 사진 왼쪽 유리창 안이 촬영실인데 기계 가동 시 100dB이 넘는 소음이 내내 울리고 촬영 30분 내내 꼼짝 하지 말아야 한다. 조용철 기자

 

 

뇌파는 김재성·전현자·안성규 3인이 머리에 전극을 달고 어두운 독방에서 30분간 명상에 몰입해 있는 상태에서 측정했다. 마가 스님은 다른 약속 때문에 늦어 참가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깨어 있는 졸음’이란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에서 처음 관찰되는 명상현상이다.

 

 

 

 

우선 명상은 ‘잡념을 없애면서도 마음을 비운다’는 현상을 확인시켜줬다. 산발적 뇌 활동(잡념)은 줄고 집중은 강화됐다. 마가 스님의 평상시 뇌는 여러 부위가 활성화돼 있었지만 명상이 깊어지자 그 부분들이 확 줄어들면서 집중화(사진 2)됐다. 김재성 교수(사진 5)와 안 기자(사진 6)의 경우도 비슷하다.

김영보 교수는 “불교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살라고 하는데 고승들은 과거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는 힘이 큰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허버트 벤슨 박사는 집중 명상 시 뇌의 대부분 활동은 줄지만 주의와 각성, 평화와 이완을 맡는 뇌 부위는 더 활성화되는 ‘안정과 동요’ 현상이 일어난다고 본다. 잡념을 제거하고 화두나 빛 니미따(표상)에 집중하는 과정을 불교에서는 ‘마음을 비운다’고 표현한다.

또 명상 시 3인 모두 측두엽이 활성화됐다.(사진 8·10·12. 왼쪽 위 붉은 부분). 마가 스님과 김 교수의 경우 강했고 안 기자는 약했다. 외국에는 명상 때 측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연구가 있다.

스님은 명상 시작 10분쯤 뒤, 김재성 교수는 20분 뒤 그렇게 됐다. 김영보 교수는 “측두엽의 인슐라(insula, 섬엽)는 몸 내부의 감각을 총괄한다. 몸을 깊게 관찰하는 명상이나 신을 보는 게 인슐라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측두엽 연구를 하는 연구자가 많다. 스님과 김 교수는 명상을 많이 해 측두엽이 잘 활성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측두엽 이상이 생기면 환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명상 때 우뇌보다는 좌뇌가 더 활성화됐다. 마가 스님(사진 14)과 김 교수(사진 16)에게서 두드러졌다. 통상 우뇌는 불안이나 분노, 우울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고 본다. 그러나 길병원 뇌과학연구소 최상한 연구원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으며 어떤 때는 우뇌가 더 활성화되기도 한다”며 “좌뇌 활성화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뇌파 역시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 명상 중 정신은 깨어 있지만 뇌는 졸음에 빠지려는 상태가 됐다.

박현미 교수는 “주로 뇌의 뒤쪽에서 나오는 알파파가 3명 모두 편안한 상태의 진폭을 보이다 갑자기 진폭이 좁아졌다”며 “의학적으로 이는 졸음에 빠지는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명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돼 알파파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이라며 “명상하다 존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러나 “완전히 깨어 있었고 집중한 상태”라고 답하자 박 교수는 “그러면 해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세 명 모두 졸지 않았을뿐더러 몰입과 집중이 유지돼 있었음은 평좌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베타파를 통해 확인된다. 졸 경우 그런 자세 유지는 안 된다.

박 교수도 “명상 중인데 왜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나 의아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재성 교수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보통 후두부에서 주로 측정되는 알파파가 머리 중간 부분에서도 나왔다. 박 교수는 “명상을 많이 할수록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의 연구에서 고승의 명상 시 발견됐다는 세타파는 나오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의학적으로 세타파는 깊은 수면 단계에서 나오는데 3인 모두 검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민한 사람이 강하게 방출하는 베타파도 모두 안 나타났다. 반졸음 상태에서는 보통 눈동자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지만 모두 눈동자의 움직임도 없었다. 뇌파 검사 당시 주변은 TV 소리, 사람 오가는 소리가 계속됐지만 세 사람 모두 반응하지 않고 강하게 집중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명상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호흡수가 뚝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에서 호흡은 fMRI 촬영을 위해 누운 자세에서 배 위에 장비를 놓아 측정한다.

들숨과 날숨의 높이 차이로 호흡의 깊이, 횟수를 측정한다. 김재성 교수는 fMRI 촬영 직전 분당 17~19회였으나 시작 즉시 10회로 떨어졌다가 6분 만에 8회로 최저 상태가 됐다. 평균은 10~13회였으며 5분간은 12회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안 기자는 18~19회였다가 시작하자마자 10회로 떨어졌고 이후 11~13회를 유지했다. 마가 스님의 호흡은 측정과 해석을 하지 못했다. 들숨과 날숨의 시작과 종료, 깊이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가 스님은 “특별한 호흡을 한 것은 아니고 그냥 모든 것을 놓아버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김영보 교수는 “낮고 고른 호흡은 안정적이고 이완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완됨으로써 긴장이 풀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의미다. 힐링에 활용되는 명상의 현상이다.

이런 결과에 대한 종합 해석과 현대 뇌과학의 수준을 김영보 교수에게 들어봤다.

-fMRI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3명이 보여준 뇌 활동의 차이는 명상 방식과 수준의 차이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자가 적고 처음 해본 실험이라 이 결과를 과학적 데이터로 쓰긴 어렵다. 다만 현대 뇌과학이 명상에 대해 흥미 있게 접근해 본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 앞으로 관련 연구들을 계속 더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명상에 대한 현대 뇌과학 연구가 어디까지 와 있나.
데카르트 이후 뇌과학계는 정신과 영혼이 분리된 이원론이 지배했다. 그런데 최근 뉴로바이올로지(신경생물학)가 등장하면서 스피노자가 주장했던 일원론적 힘이 더 세졌다.

현대 뇌과학은 마음과 생각은 뇌에 있으며 어떤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어떻게 교환되고 심장을 타고 전류가 어떻게 흐르면 뇌에서 무슨 현상이 나타나는가를 연구한다. 그래서 정신이 뇌의 생화학적, 생리전기학적 현상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티베트 고승 8명의 초월 명상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해 2001년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2001)라는 책을 낸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앤드루 뉴버그 교수는 작년 9월 "믿는다는 것의 과학" 을 발간했다. 그의 뇌과학은 이데올로기와 믿음 또는 초월 명상까지 파고든다.”

-그러면 뇌과학에서 명상의 깨달음은 어떻게 설명되나.
“뇌 속에 억제가 쌓여 극에 달하면 팍 터지며 탈억제가 나타나는데 그런 순간이 명상의 실체라고 본다.

명상은 모든 감각을 다 끊는다. 고요히 하고 번뇌를 끊으면 그게 억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팍 터진다. 안 그러면 시스템이 붕괴한다. 모든 게 다 그렇다. 전기전자공학에도 생물학에도 그런 현상이 있다. 빛이 확 보인다거나 마약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명상에서 떠오른 빛이 환상인가.
“그럴 수도 있다.”

-정신질환자도 환상을 본다.
“명상에서의 환상은 순간이며 곧 돌아온다. 마약은 뇌가 10분의 1만 필요로 하는 양을 주사로 100씩 계속 집어넣는 것이다. 정신분열 원인에도 뇌에서 도파민이 과다하게 나오기 때문이란 학설이 있다. 잠깐 반응하는 명상과는 다르다. 명상은 일상으로 돌아와도 정신질환자들은 그러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명상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현대 뇌과학은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 NAAG라는 환각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라톤을 오래 하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될 때가 있는데 그런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머릿속에 마약이 휙 뿌려지는 것이다. 붕 뜬다. 시공도 왜곡되고 외부 감각도 증폭된다. 명상의 경지에서 느끼는 희열감도 같은 원리라고 뇌과학은 설명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명상이나 달리기나 같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완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고도의 집중, 몰입은 같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쓴 "Flow" 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다. 한국에선 서울대 황농문 교수가  "몰입"을 써 히트를 쳤다. 이 책들은 명상, 몰입을 고도의 집중과 비슷하게 다룬다.”

-무엇이 억제돼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뇌 속에 마약물질이 분비되나.
“과정이 전부 연결돼 있어 단편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진화론에서 볼 때 뇌는 세 부분으로 돼 있다. 뇌관(숨골), 중뇌, 대뇌(대뇌피질)다. 이 중 대뇌피질은 고도의 인지,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뇌다. 전두엽은 바로 그 부분에 있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서 전두엽 활성화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뇌파는 명상과 어떤 관계가 있나.
“뇌파는 뇌의 모든 세포에서 나오는 것을 다 합해 분석한다. 깨어 있을 때는 알파파가 나오고 수면 상태에선 세타파가 나온다. 세타파는 몸이 이완된 상태다. 고승들이 명상하면 세타파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최면은 아니다. 최면 때 몸은 이완돼도 알파파가 나온다. 이 정도가 현대 과학에서 설명하는 명상이다. 아직은 과학이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도 명상의 실체를 이 정도까지 끌어올려준 것만으로도 놀랍지 않은가.”

-명상은 힐링인가.
“지금은 자기과잉의 시대다. 불교는 그 과잉을 집착으로 본다. 이 시대에 힐링은 이를 걷어내는 거다. 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 명상을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환영이며 밖을 보는 것은 다 과잉이다.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라는 책이 있는데 핵심은 과잉, 즉 ‘번 아웃(Burn Out) 신드롬’이다. 현대인은 경쟁하고 열심히 살면서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친다.

그래서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 자기가 자기를 먹게 된다. 자가면역질환은 나와 남을 구분하지 못하는 병인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백혈구가 반란을 일으켜 자기 세포를 죽인다.

류머티스 관절염, 홍반성 난창(루프스)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엔 약이 없다.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명상으로 치유할 수밖에 없다.

 

 

 

 

수행 30년 스님 눈 감고 몰입하자 시각 맡고 있는 뇌 후두엽 활성화

 

힐링 시대 각광받는 명상의 실체, 본지·뇌과학연구소 분석해 보니

 

올해 54세인 기자는 4년 전부터 1년에 한두 차례씩 사찰에서 하는 집중 명상 수행에 참가한다.10여 년 전부터 명상을 해왔지만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 시작한 일이다.

짧으면 3일, 길게는 5일, 때론 여러 사람과, 때론 주지 스님의 허락 아래 홀로 명상을 한다. 새벽 4시30분 기상, 밤 9시 취침 때까지 묵언 수행과 1시간30분 간격의 가부좌 명상. 외부 접촉은 일절 없다.

처음에는 발이 저리고 무릎이 아프고, 왜 왔나 후회될 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때 욕심이 앞섰고 그럴 때마다 퇴보했다. 그러나 이른 새벽 홀로 앉아 집중을 하며 마음이 고요함과 행복감으로 물들 때는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명상은 이후 기자의 생활이 됐고 스트레스·음주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큰 힘이 됐다.

명상은 요즘 대세다. 고승들의 신비한 세계로 여겨졌던 명상의 문턱은 낮아지고 대중에게 보급돼 치유와 ‘힐링 영역’으로 진출했다.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즉효약으로 등장했다. 명상센터나 명상 체험프로그램, 템플 스테이가 인기를 끈다. 대학에는 학과도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하지만 명상의 무엇이 그런 효과를 내는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대의 뇌 과학은 이 문제와 씨름 중이다.

계사년(癸巳年) 한 해 독자의 마음에 평화와 고요함이 더 자리 잡길 기원하는 차원에서 중앙SUNDAY와 가천대 길병원의 뇌과학연구소(소장 조장희)가 이 문제에 도전해봤다. 국내 언론으론 처음이다.

고도의 명상 수행자가 명상에 30분씩 몰입한 상태에서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 뇌파, 호흡·심박수를 종합 측정해 명상의 실체에 접근해 보려 했다.

실험에는 4명이 참가했다. 조계종의 마가 스님(사단법인 자비명상 이사장, 안성 굴암사 회주)은 법랍 30년이다. 불교대학원대학 김재성(명상의 집 ‘자애’ 센터장) 교수는 명상 경력 20년, 김 교수의 부인 전현자씨도 명상 경력 20년 이상이다. 기자도 실험의 기록자 겸 명상 수행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실험 방식도 명상의 본질에 맞춰 조절했다. 지금까지 명상 실험은 짧은 fMRI 촬영과 혈액검사 정도였다. 이번처럼 고도의 명상 경험자들이 몰두했을 때 뇌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직접 조사한 적은 없다.

그 결과 명상 중인 스님과 오랜 명상 경력을 가진 참가자의 뇌에서 남 다른 ‘집중화 현상’이 처음으로 촬영됐다.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몰입 현상을 입증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눈을 감고 명상했음에도 뇌의 시각 담당 영역인 후두엽이 활성화된 것은 설명이 어려운 미스터리로 남았다.

또 명상 효과라는 측두엽의 활성화도 3명 모두에게서 관찰됐다. 명상에 관여한 뇌 부분은 좌뇌였으며 우뇌는 조용했다. 특히 명상할 때 ‘정신은 깨어 있지만 뇌파는 졸음을 보여주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났다.

검사와 촬영은 지난 5일 인천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과 뇌과학연구소에서 진행됐다. fMRI 결과는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가, 뇌파는 가천대 신경과 박현미 교수가 각각 해석했다. 실험에선 여섯 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후두엽의 활성화는 적어도 국내에선 처음 확인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전두엽의 활성화만 외국에서 보고됐다. 명상을 시작해 10~20분이 흐르자 마가 스님과 김 교수에게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14면 사진 14, 15 참조,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는 “이는 뇌가 빛과 같은 시각적 대상을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마가 스님은 “당시 자비 명상 중이었는데 온화하면서 밝은 빛이 머리 안을 꽉 채웠으며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비 명상은 ‘내 안에 있는 자비의 마음을 모든 생명에 보내는 방식’의 명상이다. 스님의 후두엽 활성화는 뇌의 수평면(14면 사진 8) 사진도 보여준다. 눈을 감고 있던 스님의 뇌 후두엽이 그 빛을 보고 활성화된 것일까.

그러나 김재성 교수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그는 당시 몸을 관찰하며 알아차리는 ‘위파사나 명상’을 하는 중 희열을 느꼈지만 빛이나 이미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후두엽은 강하게 활성화 됐다. 머릿속에서 강한 빛을 길게 경험한 기자는 후두엽 활성화가 두 사람보다 약했다(사진 12).

김 교수는 “깊은 명상 단계에서 빛이 보인다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명상 방법·경력에 따른 개인차도 있어 과학적 분석은 어렵고 스님도 같은 실험을 반복할 때 똑같은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최상한 연구원은 “후두엽의 고위시각 영역은 상상만으로도 활성화된다”며 “빛이 상상에 의해 나온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러나 불교계에선 명상이 집중되면 빛이나 니미타(표상)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고도 집중 상태에선 희열(피티)이 체험된다고 설명한다.

 

 

 

국민 10%가 경험 … 2~3년 전부터 인기 트렌드

 

대중에게 다가가는 명상

 

충남 공주 마곡사 템플 스테이에 참가한 취업준비생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회사원 A씨(25·여)는 지난달 휴가를 내 경상북도에 있는 한 불교시설의 4박5일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일과를 묵언수행과 가부좌 명상으로 보냈다. 휴대전화도 끊었다. 첫날엔 앉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자니 견디기 힘들었지만, 프로그램을 마칠 때쯤엔 달라졌다.

그는 “스트레스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갔다. 명상 초반 온갖 잡념이 떠오르고 두통도 심했다. 그런데 끙끙 앓으며 마음을 비우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온 후 아침마다 명상을 한다.
『제리』 『정크』를 쓴 소설가 김혜나(31)씨는 매일 오전 6시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저녁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다. 많을 때는 하루 3시간 정도 명상에 잠긴다. 벌써 3년째다. 9년 전 시작해 지금은 강사로 활동할 만큼 수준급이 된 요가를 익히던 중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등단한 후 가벼운 우울증세가 오는 걸 느끼고 ‘몸뿐 아니라 마음을 다지고 유연하게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싶어 시작했다. 김씨는 “명상은 상상, 즉 자꾸 떠오르는 관념을 없애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흘러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에 집착하는 대신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과거 명상은 종교인이나 요가 수련자 등이 하는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엔 명상센터나 요가원 등에서 명상수련에 몰두하는 일반인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힐링(치유)’을 내세우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나 템플스테이 등에서도 명상은 빠지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학과 개설도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 명상심리상담학과, 동방대학원대 명상심리학과,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 등이다. 지금까지 700명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한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 이경선 교수는 “명상 인구가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지만, 대략 국민의 10%가량이 정기적·비정기적으로 명상 수련 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엔 요가와 명상을 묶은 강좌들이 개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에콜스 요가명상’을 가르치는 원정혜 박사는 “2∼3년 전부터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주부·대학생·회사원·취업준비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직업군·연령층의 회원들이 명상수업을 들으러 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가볍고 밝은 삶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요가지도자들로부터 명상 강의를 해달라는 의뢰도 최근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명상 수요가 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더 있다.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들의 한국 방문이 부쩍 잦다. 지난달 초 동국대 국제선센터가 연 ‘세계명상힐링캠프’엔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 출신 아잔 브람 스님이 참석했다. 지난해 말엔 ‘마음챙김(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명상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명예교수가 내한 강연회를 열었다. 오는 5월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있는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 설립자이자 베스트셀러 『화』로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스님들의 소위 ‘힐링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도 명상 대중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스님들의 책은 대개 ‘마음 다스리기’를 강조하는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을 권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 ‘원조’ 격으로 꼽히는 게 최근까지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무는 일본 스님 고이케 류노스케의 『생각버리기 연습』(2010)이다. 지금까지 55만 부가 팔렸다. 200만 부 돌파를 앞두고 있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은 강연 때마다 청중에게 ‘마음치유 명상’을 시킨다.

명상의 치유 기능 덕에 명상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말에 서구는 이미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달에 지친 사람들이 명상과 참선 등에 빠졌다. 이경선 교수는 “물 흐르는 소리, 매미 우는 소리, 파도 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거나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신경이 이완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초·중·고에서도 명상을 하게 하는 데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데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좋은 명상법이 좀 더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님이 오시는지 / 황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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