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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읽는 명상록

쿠오바디스/Henryk Sienkiewicz

 

 

 

                      

 

 

 쿠오바디스/헨리크 시엔키에비치         

 

▣ 저 자 헨리크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z)

 

1846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조금 떨어진 즐라옥세이스카 마을에서 태어났다.

1858년 바르샤바로 이사해

중․고등학교를 마친 뒤, 바르샤바 대학에 입학했다.

 법률학을 전공하다가 문학부로 옮긴 뒤 중도에 대학을 그만 둔 그는, 1872년 첫 장편소설 『공터』를 내놓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884년 카자흐에 대한 폴란드 민족의 투쟁사를 주제로 한 『불과 칼을 가지고』를 발표해 대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역사 소설의 대가로 자리매김 한다.

 

1896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스위스로 이주한 시엔키에비치는 스위스에서

 폴란드 독립 운동에 힘쓰다가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1916년 2월에 세상을 떠났다.

▣ Short Summary

로마의 청년 귀족 비니키우스는 로마에 인질로 잡혀 온 리기아를 사랑하게 된다.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네로의 측근인 외삼촌 페트로니우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페트로니우스는 황제의 위세를 빌려 리기아를 플라우티우스와 폼포니아로부터 빼돌린다.

 

그러나 리기아는 그리스도 교도들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비니키우스는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녀를 찾아다니는 동안 비니키우스는 그리스도 교도들의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고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는다.

로마를 뒤덮은 대화재는 그리스도 교도들에 대한 박해로 이어지고, 리기아도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네로는 그리스도 교도들을 처형하기 위한 원형경기장을 건설하고 마침내, 그리스도 교도들은 경기장에서 처형당한다.

 

리기아도 위험에 처하지만, 우르수스의 도움으로 살아 남는다.

 한편 베드로와 바울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지자 로마를 탈출하려던 베드로에게 그리스도가 나타나고 베드로는

“쿠오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외친다.

 

그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그리스도교를 전파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다.

병사들의 반란으로 네로는 자살하고, 비니키우스와 리기아는 시칠리아의 한 섬에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인질

 

파르티아 원정군으로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비니키우스가 외삼촌인 페트로니우스를 찾아왔다.

비니키우스는 남자다운 용모와 패기가 넘치고 분수를 지킬 줄 아는 청년이었다.

비니키우스가 손목 부상 때문에 아울루스 플라우티우스의 집에서 보름 동안 요양하는 동안

 인질로 잡혀온 리기아 족 족장의 딸 리기아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다.

 

그는 곧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리기아는 어머니와 함께 인질로 로마에 잡혀왔다가 어머니는 죽고 그녀 혼자 플라우티우스 댁에 맡겨져 자라고 있던

처지였다.

 비니키우스는 권세가 있는 외삼촌 페트로니우스를 움직여 그녀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날 오후, 페트로니우스와 비니키우스가 플라우티우스 저택을 찾았다.

 그들은 여느 집과는 달리 문지기가 쇠사슬에 묶여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플라우티우스의 아내 폼포니아 그래키나가

그리스도를 숭배하는 동방의 미신에 빠져 있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플라우티우스는 방문객이 네로 황제의 친구이자 측근임을 알고 놀라며 불안해했다.

페트로니우스는 폼포니아 그래키나의 기품 있는 자세에 감탄하며 조카를 간호해준 것에 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때 정원에서 플라우티우스의 아들 아울루스와 공놀이를 하고 있던 검은 머리의 리기아를 발견했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 요정처럼 보였다. 페트로니우스가 인사 대신 오디세우스가 그 아내 나우시카를 맞을 때 한 말을 인용했더니 리기아가 놀랍게도 나우시카의 말을 인용하여 응수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야만족 출신의 처녀 입에서 호메로스의 시구를 듣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페트로니우스는 집 안을 흐르는 고요함이 이상했다. 또한 폼포니아와 플라우티우스, 그리고 그들의 어린 아들과 리기아의 얼굴에는 밤낮으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보지 못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당신이 살고 계시는 세계는 우리의 황제 네로가 지배하는 세계와는 아주 딴판입니다.

 

” 페트로니우스가 말하자 그녀는 섬세한 얼굴로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분은 네로가 아닙니다.

그건 하나님입니다.

저는 로마의 신을 믿지 않으며 유일하시며 정의로우시며 전능하신 신을 믿고 있습니다.”

황제의 뜻

사흘 후, 황제의 근위대가 플라우티우스의 집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리기아를 데리고 오라는 황제의 어명을 전했다.

 플라티우스는 울고 있는 리기아에게 인질의 주인은 황제임을 설득하며 근위대에 인계했다. 리기아의 눈물을 보며

 플라우티우스는 분노로 떨었다.

 

무슨 음모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즉시 비니키우스에게 달려갔다.

상황을 전해들은 비니키우스는 외삼촌이 리기아를 미끼로 네로 황제의 환심을 사려고 하거나 외삼촌이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자 비니키우스는 지체 없이 페트로니우스에게로 달려갔다.

그때까지 비니키우스를 의심했던 플라우티우스는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외삼촌! 리기아를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지요?” “너의 옷소매에 단도가 숨겨져 있구나.

그것으로 나를 찌를 셈이냐? 나는 네게 칭찬 받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제는 체면상 며칠 동안 리기아를 궁전에 두었다가 곧 네 집으로 보내 줄 것을 약속했다.

 

내일 황제가 베풀 향연에 리기아의 옆에 네 자리를 마련했단다.

어서 플라우티우스에게 편지를 띄워 초대해라.

리기아의 옆에 나란히 앉은 네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아크테의 충고

궁전에 들어간 리기아는 해방 노예로서 한때 네로의 총애를 받았던 아크테에게 맡겨졌다.

아크테는 리기아가 플라우티우스에게 되돌아가도록 돕고 싶었다.

따라서 리기아가 잘 알고 있는 비니키우스에게 간청하도록 충고했다.

 

 아크테와 함께 연회장으로 가는 도중 만난 비니키우스는 리기아의 볼을 붉게 할 정도로 늠름하고 씩씩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리기아는 그가 혹시 자신을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반갑게 다가갔다.

 

그러나 아크테의 충고도, 리기아의 간절한 기대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리기아, 황제께서 당신을 내게 주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오.

내일 해가 진 뒤 사람을 보내겠소.

 황제께서 당신을 내게 주신다고 약속했으니 말이오.

 

” 그러면서 리기아를 껴안았다. 술 냄새를 풍기며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친절한 비니키우스가 아니었다.

그때 무시무시한 힘이 비니키우스의 품으로부터 리기아를 떼어 냈다.

 

리기아와 함께 궁전으로 온 리기아 족의 거인 우르수스였다.

그는 자기 주인을 안고 조용하게 대식당을 빠져나갔다.

아크테가 그 뒤를 따랐다. 비니키우스는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평화를 빕니다_>쿠오 바디스(헨릭 시엔키에비츠, 민음사)<

 

 

 

사라진 리기아

아크테는 리기아를 정원으로 데리고 갔다. 낙담한 그녀에게 신선한 바람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궁전도 비니키우스의 집보다 안전하지는 않았다. 리기아는 우르수스에게 도시 밖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 황후 포피아가 황녀와 함께 노예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황후는 지나치려다가 리기아의 미색을 발견하고 누구냐고 물었다.

아크테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황후는 리기아가 황제의 연회에도 참석했는가 물었다.

혹시 리기아가 그녀의 유력한 경쟁자가 되어 자기를 파멸시키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페트로니우스가 너를 플라우티우스에게서 빼앗아다가 비니키우스에게 주도록 폐하께 부탁드렸단 말이지? 정말 폼포니아에게 돌아가고 싶단 말인가?” 포피아는 정답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제발 저를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그렇다면 내가 약속하지. 너는 오늘부터 비니키우스의 노예가 되는 거야.

 

” 황후는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얼마 후, 비니키우스의 노예가 리기아를 데리러 왔다.

리기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아크테의 목을 껴안은 후 억지로 가마에 올랐다.

 골목길을 지나고 있는데 한 무리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가마를 습격했다.

 

몇몇의 노예가 죽었고 가마는 산산조각이 났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비니키우스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황제가 가까운 신하에게 곧잘 여자를 납치하여 선물하곤 한다는 것을 비니키우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궁전으로 향했다. 그러나 황제는 황녀가 아프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었고 그 대신 아크테를 만났다.

“리기아는 바라던 대로 된 거예요. 그녀가 당신의 첩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 “아크테, 리기아는 폐하의 명을 어겼다.

군대를 동원하여 리기아를 찾고 말 것이다.

” 비니키우스는 화가 치밀어 기어이 찾아내어 마음껏 괴롭혀 주고 싶었다.

 

 “리기아를 찾아내면 영원히 당신 것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리기아는 정원에서 포피아와 황녀를 안고 있던 릴리트를 만났어요. 릴리트는 리기아가 마법을 걸었기 때문에

 황녀가 아픈 것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있어요. 아마 리기아는 발견된다면 곧 처형될 거예요.

 

그러니 황녀가 완치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물고기 그림

페트로니우스가 금발의 미인인 그리스 노예 에우니케를 불렀다.

그녀는 리기아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아뢰었다.

의사이며 철학자이고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여 예언해 주는 점술가인 킬로가 비니키우스에게 물었다.

 

 “리기아는 폼포니아와 같은 신을 받들고 있지요.

혹시 그 댁에 머물 때 폼포니아나 리기아가 그들끼리 통용되는 기호 같은 것을 쓰는 걸 본 적은 없습니까?

” 비니키우스는 그들이 모래 위에다 물고기를 그리는 것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킬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 이후 며칠 동안 킬로는 어디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한편, 황녀가 죽자 네로는 화가 나서 페트로니우스에게 호통을 쳤다. 그 요망한 리기아 때문에 딸을 잃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페트로니우스는 리기아가 염려되어 기지를 발휘했다. “폐하! 안티움으로 행차하십시오.

그곳은 황녀가 태어나 기쁨을 안겨 드린 곳이므로, 평안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궁전을 나온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의 집으로 향했다. “비니키우스, 이제 위험은 사라졌다.

 나는 황제를 따라 안티움으로 가야 한다.” 그때 킬로가 나타났다.

“리기아를 찾을 확증을 찾았습니다.

리기아는 그리스도 교도이고, 납치해 간 자들은 그리스도 교도들입니다.

 

그 물고기 그림은 그리스도 교도들의 암호입니다.” 그러자 페트로니우스가 놀라 말했다.

 “그러면 폼포니아와 리기아는 우물에 독을 타거나 거리에서 어린이를 죽이는 사람이란 말인가?

 말도 안 돼. 그건 모략이야.

만일 그 여자들이 그리스도 교도라면, 그리스도 교도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그런 사람들이 아닌 게 분명해!”

 

 

킬로의 음모

어느 날, 킬로가 나타났는데 몹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비니키우스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킬로는 리기아가 그리스도 교도들 사이에 있는 것을 보았지만, 글라우쿠스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킬로에게는 글라우쿠스의 재산을 강탈하고 그를 벌판에 버리고 온 과거가 있었으므로 비니키우스의 힘을 빌려

그를 영원히 제거하고 싶은 속셈으로 거짓말을 했다.

 

“글라우쿠스는 그의 아내와 자식, 그리고 재산을 강탈당하여 죽어가고 있을 때 내가 구해주었답니다.

 그러나 그는 노망이 들어서 그리스도 교도들 모임에서 나를 원수라고 떠벌리고 다닌답니다.

그를 제거해야 리기아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비니키우스는 속히 그를 제거하라고 다그치며 킬로가 필요하다는 돈을 주었다.

 

 

킬로는 곧 그리스도 교인인 에우리키우스를 찾았다.

킬로는 그리스도 교도들의 정보를 캐기 위해서 일전에 비니키우스가 준 돈으로 에우리키우스를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킬로는 그리스도 교도에게 닥칠 위험을 막기 위하여 힘센 사람 두세 명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에우리키우스는 킬로를 그리스도 교도로 알고 은인처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곧 행동에 옮겼다.

 에우리키우스의 도움으로 우르수스를 만난 킬로는 그리스도의 어린 양을 늑대에게 팔아넘기려는 자들의 음모를

 막아야한다고 설득했다.

 

우직한 우르수스는 글라우쿠스를 죽이겠다고 약속했다. 킬로는 동전 위에 칼끝으로 십자를 그려 우르수스에게 주었다.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는 표시로 주는 걸세. 그럼 성공을 비네. 그대에게 평화가 있기를!”

거인 우르수스

“오늘 밤 오스트리아눔으로 가시면 리기아 아가씨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혹시 못 찾는다고 해도, 우르수스는

글라우쿠스를 죽이기 위해 꼭 나올 것입니다.

 우르수스가 글라우쿠스를 죽인 다음, 그를 살인범으로 붙잡아 리기아 아가씨의 거처를 알아내면 됩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킬로의 제안대로, 비니키우스는 킬로와 새로 고용한 격투사 크로톤과 함께 오스트리아눔에 다다랐다. 군데군데 서 있는 비석 사이로 지하 묘지의 입구가 보였다.

수많은 군중들이 불을 끈 채 머리에 후드를 쓰고 공지에 모여 있었다.

 

 얼마 후 묘지 앞의 횃불이 켜지고 한 노인이 돌 위에 올라섰다. 그리스도의 수제자인 베드로였다.

군중들은 베드로의 설교에 경건하게 귀 기울였다.

“나리, 저기 우르수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아가씨가 서 있습니다!”

킬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비니키우스는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베드로의 설교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지자 비니키우스와 킬로, 크로톤은 우르수스의 뒤를 밟았다.

 

우르수스가 리기아와 함께 집 안에 들어가자, 크로톤이 사자처럼 우르수스에게 달려들었다.

그 틈에 비니키우스는 리기아의 허리를 껴안고 문께로 나왔다.

뜰에서는 우르수스가 여름철의 엿가락처럼 늘어진 클로톤을 두 팔로 들고 있었다.

 

우르수스는 피 흘리는 클로톤을 내팽개치고 비니키우스에게 달려들었다.

 “안돼! 우르수스, 그분은 해치면 안 돼.” 리기아가 소리치며 만류했다.

비니키우스는 리기아가 소리치는 것을 어렴풋이 들으며 정신을 잃었다.

재회

글라우쿠스가 비니키우스를 치료하고 있는 옆에서 리기아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그때 비니키우스가 의식을 회복하며 희미한 리기아의 모습을 보았다.

“오, 리기아!” 비니키우스의 정신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리기아는 비니키우스에게 약을 먹여주고 옆방으로 건너갔다.

 

크리스푸스와 글라우쿠스가 비니키우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당신 때문에 리기아는 보호자를 잃었습니다.

당신에게 악을 선으로 갚고 있는 우리를 계속 박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입니까? 잘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그들은 클로톤이 살해된 것을 추궁 당할까 염려되어 떠나려고 했다.

비니키우스는 자신이 해결할 테니 떠나지 말라고 붙잡았다.

비니키우스는 그들이 자신과 리기아를 떼어 놓으려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가 여기 있고 싶은 이유는 딱 하나요.

바로 리기아 옆에 있고 싶어서요. 당신들도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리스도가 이분의 상처를 낫게 해 주실 때까지 함께 있기로 해요.” 리기아가 크리스푸스에게 부탁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비니키우스의 눈이 기쁨으로 충만해졌다.

크리스푸스는 비니키우스의 부탁대로 킬로를 데리러 나갔다.

킬로가 그들과 함께 왔지만 누구도 킬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가 비니키우스와 이야기하는 동안 그의 머리에 쓴 후드가 벗겨져 그의 얼굴이 드러나고 말았다.

킬로를 알아 본 글라우쿠스가 킬로에게로 바싹 다가갔다.

 

소름이 오싹 끼쳤다. 킬로는 신음하듯 말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십시오!” “나와 내 가족을 강도에게 팔아넘긴 자가 바로 이 늙은이오!”

클라우쿠스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를 알아 본 우르수스도 거칠게 달려들어 킬로의 양 팔을 비틀었다.

 

 “나를 충동질해서 글라우쿠스를 살해하라고 꾄 자 역시 바로 이 자입니다!” 킬로는 비니키우스를 바라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글라우쿠스는 오랫동안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 있다가, 드디어 손을 내리며 말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가 그대를 용서하나니, 하느님께서도 그대의 죄를 사해 주실 것이오.”

 킬로는 비니키우스가 내민 편지를 받아들더니, 벽에 딱 붙어서 살금살금 걸어서 문 밖으로 나갔다.

순결한 사랑

킬로의 행동은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킬로를 죽이지 않는 것인가?

비니키우스는 납득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놓고 혼란에 빠진 비니키우스에게 리기아가 청량제를 마시게 해 주었다.

 “리기아, 당신도 나를 용서한 거요?”

 

 “우리는 그리스도 교도이므로, 가슴속에 노여움을 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당신의 신이 누구든, 오직 당신의 신이기 때문에 나는 숭배하오.” 비니키우스가 아주 심한 열에 시달렸으므로 리기아는 밤새도록 비니키우스를 간호했다.

아침에 일어나 리기아가 떠 주는 죽을 먹으며 비니키우스가 말했다. “리기아, 당신은 이렇게 비좁은 방에서 여럿과 함께 살아도 행복해 보이는군요.

마음속에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믿음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오. 하지만 나에게는 오직 당신뿐이라오. 당신은 나에게 있어서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거룩하고 소중한 존재요.”

 

 리기아는 비니키우스의 솔직한 말에 마음이 끌렸다. 그 후로 비니키우스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면 할수록 연민의 정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날 밤, 리기아는 크리스푸스를 찾아가 떠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비니키우스의 사랑에 더 이상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크리스푸스는 신에 대한 사랑이 차지해야 할 자리에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리기아를 나무랐다.

 

그 때 베드로가 나타나 리기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크리스푸스, 누가 보든지 명백한 죄인인 막달라 마리아를용서하신 주님께서, 들의 백합처럼 깨끗한 이 처녀를

 외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까?

 

리기아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리기아의 사랑에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그리고 리기아, 괴로워 마시오.

슬픔 뒤에는 반드시 기쁜 날이 찾아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비니키우스는 모든 게 공허할 따름이었다. 그때 그를 찾아온 글라우쿠스로부터 베드로와 리기아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내용을 전해 듣고 베드로에게 달려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글라우쿠스는 먼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글라우쿠스의 방문이 뜸해지자 비니키우스는 리기아를 잊기 위하여 맹목적인 정력과 정열을 기울여,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지고자 했다.

그러나 그 후에 느낀 것은 양심의 가책뿐이었다.

호반의 향연

얼마 전 로마로 돌아온 네로를 위하여 키겔리누스가 큰 연회를 열었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큰 연회였다.

향연이 무르익어 가자 네로와 신하들은 숲 속으로 흩어져 제각각 밀회의 집으로 사라졌다.

 

 아무도 네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비니키우스가 숲 속을 걷고 있는데, 베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비니키우스의 앞을 가로막고 그의 어깨를 잡으며

 속삭였다.

 

“당신을 좋아해요. 나를 따라오세요.

 아무도 보지 않아요.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비니키우스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마침 그 자리에 페트로니우스가 나타났다.

 

비니키우스는 황급히 그의 가마에 뛰어 올랐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를 구하고자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를 유혹한 그 여자가 바로 황후였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젠, 로마도, 네로 황제의 연회도 모두 진저리가 납니다.” “포피아는 너를 사모하고 있으니 조심해라.

황제는 포피아를 점점 멀리하고 있지만, 만약 그녀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너에게 잔인한 복수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 리기아를 찾아내야 합니다.”

다음 날, 뜻밖에도 킬로가 비니키우스를 찾아와 리기아의 거처를 알아냈다고 말했다.

비니키우스는 즉각 킬로를 앞세우고 집을 나섰다.

청혼

킬로가 일러준 집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베드로, 글라우쿠스, 크리스푸스, 그리고 타르수스의 바울이 함께 있었다.

그들은 놀라면서도 비니키우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감사합니다.

 

 부디 리기아를 제 아내로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언제까지나 리기아의 신앙을 존중할 것이며,

저 또한 리기아의 신앙에 따를 것을 맹세합니다.”

 

비니키우스의 말에는 진실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과 은총이 당신 위에 있습니다.

” 베드로가 비니키우스에게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다른 일에 대해서도 납득이 될 때까지 여러분이 가르쳐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로마에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황제가 안티움으로 갑니다. 저도 명령을 받았으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무쪼록 그 곳으로 오셔서 제게 진리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런 다음 세례를 받고 싶습니다.

 

” 이 말을 들은 그들은 단 하나의 영혼을 위해 지구 끝까지라도 갈 각오였으므로, 비니키우스의 청을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안티움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리기아가 그 자리에 왔다.

비니키우스를 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가 금세 창백해졌다.

 베드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리기아, 그대는 언제까지나 이 사람을 사랑하겠는가?” “네.”

베드로는 두 사람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대들의 사랑은 죄가 없노라. 주님과 그 영혼의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라!”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간 비니키우스는 노예들을 불러 놓고 말했다.

“이 집에서 20년 일해 온 자들은 대법관 앞에 가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나머지는 각각 금화 세 닢씩을 줄 것이고, 또 일주일 동안 식사의 양을 두 배로 늘리겠다.

 시골 노역장에도 명령을 내려 형벌을 중지시키고, 발에 채운 족쇄를 풀어 주겠다.

오늘은 내게 있어 참으로 기쁜 날이다. 그러니 온 집안이 축복해 주기 바란다.”

폭군과 예술가

어느 날, 안티움에 도착한 네로는 키프로스의 여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하프를 타고 있었다.

그러더니 산책을 하겠다며 비니키우스에게 따라오라고 일렀다.

네로는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대는 내가 어머니와 아내를 죽인 까닭을 알고 있는가?

 

인간의 지혜로는 알 수 없는 세계의 문에 인간이 바칠 수 있는 최대한의 희생을 바치고 싶었던 거야.

나는 위대하고 초인적인 인간이 되고 싶었거든.”

“폐하, 진심으로 동정하는 바입니다. 폐하를 신으로 받들고 있는 이 비니키우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땅과 바다까지도 저와 같이 느낄 것입니다.

 

” 그 때, 조카의 일을 해결하고 싶은 페트로니우스가 말했다. “폐하, 비니키우스가 로마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폐하께서 비니키우스에게 주신 리기아라는 인질을 도로 찾았습니다.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결혼을 허락해주십시오.”

 “내 허락이 필요하다고?

 

 황제가 신하의 아내를 얻는 일까지 참견해야 하는가?

그러나 좋다! 내일 로마로 가서 그 처녀와 결혼하도록 하라.”

그 때 집정관이 달려왔다.

 “폐하! 로마가 불타고 있습니다.” 그러자 네로는 “오! 신이여, 이제 ‘트로이의 노래’를 완성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고서는 집정관에게 물었다.

 “지금 나가면 그 화재를 구경할 수 있겠느냐?

 

” 집정관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폐하, 로마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연기에 질식하거나 기절하거나 미쳐서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로마는 멸망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불타는 로마

로마에 도착한 비니키우스는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미 잿더미 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기도를 드렸다. 신기하게도 기도를 마치자 어느 정도 안도감이 생겼다.

 베드로의 존재는 비니키우스에게 신비스러운 것이었다.

 

베드로의 설교를 처음 들은 그 순간부터 비니키우스는 베드로의 묘한 힘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 베드로가 있는 한 리기아는 안전할 거야!”

거리에는 수많은 죄수들이 뛰쳐나와 약탈을 하며 날뛰고 있었다.

“네로와 방화범들을 모두 잡아 죽여라!”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달려들었다.

그는 사람들을 피해 리기아의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리기아는 집 안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기진맥진해 쓰러지자 젊은 청년 둘이 그를 부축해주었다.

비니키우스가 그들에게 인사했다.

 

“여러분에게 그리스도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 그들이 큰 소리로 합창하듯 외쳤다.

 “그리스도의 거룩한 이름에 영광이 있기를!

 

” 비니키우스는 감격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리누스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들 가운데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렸다.

“네. 이틀 전에 오스트리아눔으로 가셨습니다.

 

정신 차리세요.

나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킬로였다.

비니키우스의 집도 다 타버렸지만 다행히 리누스가 리기아를 데리고

오스트리아눔으로 떠났다고 일러주었다.

비니키우스가 킬로와 함께 오스트리아눔으로 가는 도중에 킬로는 투기장을 건설하는 갱도에 그리스도 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기도하고 있을 테니 그곳으로 먼저 가보자고 권유했다.

갱도에는 그리스도 교도들이 모여서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다.

 

 비니키우스는 사람들을 헤치고 베드로 앞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리기아를 찾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베드로는 비니키우스를 이끌고 동굴을 빠져 나왔다.

 “안심하시오.

 리기아는 근처에 머물고 있소.

 

당신을 위해 리기아를 짝으로 정하신 그리스도께서 잘 보살피고 계십니다.

” 비니키우스는 충심으로 세례를 받을 것을 맹세했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 앞에 다다르자 우르수스가 나왔다.

 그를 따라 집에 들어서니 리기아가 있었다.

그녀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비니키우스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제 당신을 찾았으니 이곳을 떠나 내 영지인 시칠리아로 갑시다.

나는 그곳에서 당신을 폼포니아 님에게 보냈다가 정식으로 결혼하겠소.

” 비니키우스가 말을 마치자 리기아는 몸을 굽혀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 솥은 제 솥이에요.

” 그것은 결혼식에 임한 신부가 하는 말이었다.

 그날, 비니키우스는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았다.

희생의 제물

로마로 돌아온 네로는 티겔리누스와 함께 포피아의 방으로 갔다.

그 방에는 유대교의 율법 박사와 그 조수, 그리고 킬로가 있었다.

네로가 그들에게 로마에 불을 지른 자들이 정말 그리스도 교도들인가 물었다.

 

그러자 킬로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지만, 로마가 멸망하면 부활하여 그리스도 교인들이 로마를 다스리도록 해 준다고

 했답니다.”

“그게 사실인가?

 

” 네로가 외쳤다.

 킬로는 계속해서 황녀에 관한 말을 듣고 자신이 리기아를 찔러 죽이려고 했지만, 비니키우스가 말려서 실패했다고

 네로에게 말했다.

 

그러자 황후가 원수를 갚아달라고 황제에게 소리쳤다. “비니키우스가? 그럼 페트로니우스도 마찬가지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니키우스 님이 그 여자를 숨길 것입니다. 저는 그 아가씨가 묵고 있는 집을 알고 있습니다.

” 킬로가 말했다.

비니키우스의 쓴 잔

“황제는 로마를 불태운 죄를 그리스도 교인들에게 뒤집어씌우기로 결정했다.

 곧 그들에 대한 체포령이 내릴 것이다. 너는 리기아를 데리고 당장 알프스를 넘어 아프리카 쪽으로 도망가도록 해라.” 비니키우스는 페트로니우스의 권유에 따라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리기아에게로 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체포된 후였다.

로마의 시내에는 그리스도 교도들을 사자 우리에 쳐 넣으라는 시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그리스도 교도들이 죽게 될 거대한 목조 원형 경기장이 빠른 속도로 건설되고 있었다.

리기아가 체포되자 절망한 비니키우스는 비통한 심정으로 베드로를 찾았다. “그대에게 믿음이 있는가?

그렇다면 끝까지 믿으시오.

그리스도를 믿고 기도하시오.”

비니키우스는 다시 한 번 믿음을 맹세한 후 리기아가 있는 감옥을 찾아갔다.

 

그 때 길을 비키라는 노예들의 떠들썩한 소리와 함께 고관을 실은 가마 한 대가 나타났다.

가마에는 킬로가 타고 있었다. “잘 있었나?

 비니키우스! 지금은 바쁘니 다음에 만나세. 무엇이든 부탁이 있으면 내 집으로 오게.”

원형 경기장의 비극

드디어 대경기가 펼쳐지는 날이 되었다.

 관중들의 아우성과 맹수들의 발광 소리가 하늘에 진동했다.

마침내 네로와 포피아, 그리고 여러 명의 신하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킬로도 있었다.

비니키우스는 뇌물을 주고 그리스도 교도들이 갇혀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들은 곰과 늑대 등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기독교도들은 리기아는 아파서 처형장에 오지 못하고 감옥에 있다고 일러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페트로니우스는

 오늘 밤 리기아가 죽은 것처럼 꾸며, 관에 넣어 빼내오라고 일렀다.

그 때, 장관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손수건을 흔들었다.

그러자 경기장의 한 가운데는 짐승의 가죽을 둘러쓴 그리스도 교도들의 무리로 뒤덮였다.

그들은 모두다 나란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위로 올려 기도했다.

 

이윽고 며칠 굶은 사나운 개떼들이 경기장으로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주님께서 다스리시네! 주님께서 다스리시네!”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갔다.

잔인하게 살을 찢긴 사람들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또다시 새로운 그리스도 교도들이 경기장으로 끌려나왔다.

 그러나 개떼들은 지쳤는지 덤벼들지 않았다. 네로는 소리쳤다.

 “사자를 풀어라!” 굶주린 사자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관중들의 흥분된 함성과 박수 소리, 어린 아이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사자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경기장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해가 지자 그 날의 경기가 끝났다.

그러나 그리스도 교도들의 기도 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교자

미리암의 아들 나자루스가 비니키우스를 찾아왔다. 그는 감옥에서 시체를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리기아는 아직 살아있고, 비니키우스의 이름을 부르며 고열로 신음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비니키우스는, 나자루스에게 간수들을 매수하여 리기아를 관 속에 넣어 밖으로 운반하도록 지시했다.

 

 약속한 날, 밤이 되자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나 리기아가 다른 감옥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리기아를 다른 감옥으로 옮긴 것은 티겔리누스가 꾸민 일로, 그녀가 전염병으로 죽으면 경기장에서 조롱거리로

 만들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황제의 정원에서 그리스도 교도에 대한 화형식이 열렸다.

정원의 모든 나무에 그리스도 교도들이 묶여 있었다.

 

마치 로마의 시민 전체가 기둥에 묶여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었다.

 황제는 담쟁이 덩굴이 뻗어 올라간 높은 기둥 앞에 섰다.

 갑자기 연기 사이로 흰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뜨린 노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글라우쿠스다! 글라우쿠스다!” 그를 본 킬로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연 글라우쿠스가 킬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글라우쿠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나를 용서해 주시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든 이들의 눈이 불타는 기둥으로 향했다.

 “당신을 용서하겠소.

 

” 킬로는 땅바닥에 엎드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두 손으로 흙을 움켜쥐어 자기 머리에 뿌렸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눈에는 황홀감이 넘치고 있었다.

 

 “여러분! 지금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방화범은 황제 네로입니다!” 군중들은 흥분했다.

킬로는 흥분한 군중에게 떠밀려다니다가 바울을 만났다.

 

킬로가 용서를 빌었다.

“킬로여,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주노라! 아멘.” 킬로는 두 손을 벌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간 킬로는 티겔리누스가 보낸 자들에게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거인과 들소의 싸움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그리스도 교도들이 처형된다는 소문에 또다시 원형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저녁에 열리는 야간 투기였다. 드디어 철문이 열리고 우르수스가 모래사장으로 걸어 나왔다.

 

 곧이어 나팔소리와 함께 들소가 무서운 자세로 달려 나왔다.

 그런데 들소의 뿔 사이에는 알몸의 리기아가 매달려 있었다.

비니키우스는 비명을 질렀다.

 네로는 괴로워하는 비니키우스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르수스는 리기아를 보자 들소의 뿔을 잡았다.

 들소와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별안간 신음하듯 울부짖는 소리가 모래사장에서 울려 왔다.

 들소의 거대한 머리가 우르수스의 강철과 같은 두 팔 안에서 비틀어지고 있었다.

 

 다음 순간, 우지끈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야수는 목이 부러져 모래사장에 푹 쓰러졌다.

거인은 리기아를 두 팔에 안고 황제가 있는 귀빈석으로 갔다.

 

그리고 여자의 알몸뚱이를 내보이며 간절한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불쌍한 리기아 님에게 자비를! 리기아 님을 구해 주십시오.

” 관중들은 일제히 리기아에게 뜨거운 동정을 보내기 시작했다. “리기아를 살려줘라!”

 

그러나 티겔리누스는 끝까지 반대했다. 관중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네로에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 더러운 방화범! 네 어미를 죽인 놈!” 군중의 고함 소리에 새파랗게 질린 네로는 엄지 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그 순간,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리기아는 곧장 페트로니우스의 집으로 옮겨졌다.

 베드로가 페트로니우스의 집으로 찾아오자 비니키우스는 무릎을 꿇었다.

 베드로가 말했다.

 

 “당신의 믿음과 여러분의 격려 속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왔다 간 지 며칠 후, 베드로와 바울을 사흘 안에 체포하라는 네로의 명령이 떨어졌다.

비니키우스가 황급히 베드로에게 피할 것을 권유했다. 베드로는 오랫동안 갈등하다가, 마침내 권유를 따르기로 했다.

다음 날 새벽 베드로는 로마를 떠나기 위하여 들판을 걷고 있었다. “누군가 햇빛을 등지고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베드로가 외쳤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베드로는 놀라움과 기쁨, 황홀감에 젖어 있었다.

 그가 땅에 무릎을 꿇고 두 팔을 쳐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오, 그리스도여! 그리스도여!” 그리고 누군가의 발에 입을 맞추기라도 하듯이 땅에 머리를 대고 오랫동안 있었다.

 

그는 흐느끼면서 소리쳤다. “쿠오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베드로의 귀에는 온화하고 슬픈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어린 양을 버렸으니, 나는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히러 로마로 가야겠구나.”

 

한참 후 몸을 일으킨 베드로는 입을 꼭 다문 채 로마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베드로는 비장하게 말했다.

“로마로!” 그 이후 오만과 죄악과 퇴폐와 폭력의 소굴이었던 로마가 그리스도의 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영원한 지배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도를 계속하던 베드로와 바울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왔다.

그들은 체포되었다.

병사들에게 이끌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베드로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위대해 보였다.

 

“오, 주여! 당신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 도시를 정복하라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그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당신은 이 곳에 주님의 도시를 세우라고 하셨지요.

저는 말씀하신 대로 했습니다.

제가 할 일을 다 끝냈으니, 저는 당신의 품으로 갑니다.”

 

결국 베드로는 바티칸 언덕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십자가에 매달려 최후를 맞았다.

한편, 바울도 같은 날 ‘살비애의 샘’ 근처에서 ‘정의의 월계관을 주실 주님을 사모하며’ 역시 사형을 당했다.

 베드로와 바울이 처형당한 뒤, 로마의 민심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무렵, 비니키우스는 시칠리아에서 리기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네로에게 한 병사가 달려와, 로마 시내에서 병사들이 반기를 들고 갈바를 황제라고 선언했다고 알려왔다.

 순간적으로 네로는 어디론가 도망쳐야 한다고 느꼈다.

 그는 자기 별장으로 피신하였으나 결국 그 곳에서 최후를 맞고 말았다.

 

원로원이 사형을 선고하자, 네로는 자결하기 위해 비수를 목에 대었으나 찌를 용기가 없었다.

 그러자 해방 노예 에파프로디투스가 네로의 손을 잡고 칼자루까지 들어갈 정도로 깊숙이 찔렀다.

 네로의 눈은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위대한 예술가의 죽음이란 이런 것인가.”

 네로는 이렇게 울부짖으며 눈을 감았다.

네로는 회오리 바람처럼 폭풍처럼 불길처럼 전쟁처럼 무서운 열병처럼 그렇게 사라졌다.

 그러나 바티칸 언덕 위에 있는 베드로의 예배당은 지금도 로마와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 예배당에는 글씨가 반쯤 지워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쿠오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