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겨 읽는 명상록

이별과 만남

Mossy Inlet Iceland 35 Amazing Places In Our Amazing World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이별과 만남이 반복된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절망만을 안겨줄 터이다. 기간이 잠시가
되었든 오랫동안이든, 이별의 아픔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재회에 대한
희망이다.

 

 

- 김용찬의《옛 노래의 숲을 거닐다》중에서 -

 

 

 

 

옛 노래의 숲을 거닐다

-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 민요 등으로 만나는 우리의 고전 시가

 

 

천년의 노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천년의 절창, 송인

삼천년을 넘어 울리는, 공무도하가

고려와 조선 시대를 넘어 지금도 불리는 노래, 청산별곡과 가시리

 

노래는 불리어야 살아남는다. 몇 년 전 노래는 잊힐 수 있지만 천년을 넘게 살아남은 노래는 앞으로도 불릴 것이다.

 살아남은 노래는 시가 된다.

그래서 우리의 옛 노래는 모두 시이다.

 

노래가 만나 주제가 되고, 각 노래는 변주가 되어 우리 문화를 연주한다.

그 동안 옛 노래는 하나의 노래로만 주로 읽혀왔다. 노래 하나의 해석을 중심에 두면 나무 한 그루를 보는 것이고,

노래를 모아서 보는 것은 숲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주제가 나오고 또 큰 주제로 엮었다.

 

그래서 옛 노래가 각각의 하나가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 숨 쉬는 우리 문화로 다가온다.

향가, 고려가요, 시조 등의 갈래의 차이도 역사의 큰 틀에서 녹여 현재의 우리 속에 숨 쉬는 문화가 되었다.

시대에 따라 문화도 흘러가며 변화를 거쳐 간다. 그 흐름의 변화를 읽고, 다시 흐름 속에 담겨있는 공통의 특징을 잡아

주제로 만들었다. 그래서 옛 노래가 ‘우리 말’로 된 소중한 문화임을 알린다.

 

불러보는 시의 숲, 옛 노래

 

부를 수 있는 시는 시가(詩歌)뿐이다.

이황은 한시(漢詩)는 “가영이불가가(可詠而不可歌)”, 곧 ‘읊조릴 수 있으나 노래할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

 

 결국 사대부들도 노래로서의 시조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한시와는 다른 국문시가인 시조를 창작해서 불렀다.

‘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서로 뜻이 통하지 않음에’ 한글을 창제한 것과도 비슷하다.

 

사대부만이 쓰던 한시와는 달리, 시조는 사설시조 등으로 발전하며 중인이나 평민들도 즐겨 만들어 불렀다.

기생인 황진이가 벽계수를 희롱하였듯이, 또 다른 기생 송이는 ‘솔이 솔이라~’라는 시조로 자신을 무시하고 교양 없는

 양반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수 백 년이 흘러도 그 마음이야 다를까

백제 노래 <정읍사>는 달이 높이 솟아, 임의 길을 비춰달라고 한다.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 조선 후기에 ‘보라매도 넘지 못하는 고개’를 임이 오신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버선발로 쉬지 않고 넘으리라 한다.

 

달라지는 것도 있다.

차마 떠나는 임에게 악담하거나, 욕하지 못하기도 한다.

대신에 임을 실어 나르는 뱃사공에게 화풀이하는 <서경별곡>은 이별의 통한이 더욱 깊게 각인된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이 지나가는 흰 옷 입은 사람을 두고 ‘내 임 되지 못하면 벗의 임이라도 되어라’는 노래를 통해 대담하게 사랑을 표현한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요즘과는 다른 세태를 보여준다.

 

금지를 넘어서 열정적인 욕망의 노래

“남녀의 정욕(情慾)은 하늘이 부여해 준 것이요, 윤리의 분별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차라리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어길 수는 없다.”

 

허균의 말이다. 사대부들이 사리부재(詞俚不載)라 하여 버려지고 사라진 많은 노래가 있지만, 허균의 말처럼 인간의

욕망은 하늘이 부여해 준 것이니 만큼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변하지 않은 것은 금지의 칼날이다.

 

<만전춘별사>, <쌍화점>와 같은 노래가 현재 불린다면 방통위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흔히 알려진 고려가요

 뿐 만 아니라, 사설시조에서도 노골적인 성애의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권력의 수탈에 시달리는 민중들은 <갑민가>와 같은 가사의 형태로 자신의 고통을 불렀지만, 한편으로는 사설시조의

형식을 빌려 욕망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위안하려고 했다.

 

옛 노래 문화유산 답사

노래를 만든 사람이 밝혀진 곳이나, 관련 유적이 있는 곳은 꽤 있다.

조각이나 그림같은 우리 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노래가 만들어지고 불려진 문화유산이 있다.

 충남의 아산에는 맹사성 고택이 있고, 목천에는 목주가 공원이 있다.

 

전북의 정읍에는 정읍사공원이 있고, 덕연서원이 있다.

전남의 담양에는 면앙정·송강정·식영정이 있고 해남에는 윤선도가 말년에 집필을 위해 스스로를 가둔 금쇄동이 있다.

 

 안동에는 이현보의 농암종택이 김해에는 무성서원과 구지봉이 있고, 부산에는 정과정과 선상탄의 동상이 있다.

경북의 경주에는 계림의 찬기파랑가비와 괘릉의 무인상이 있다.

 

동해에는 헌화가의 절벽이 있고, 속초 초당에는 허균·허난설헌 생가가 있다.

노래의 문화가 담긴 유적지들은 10대와 40대가 함께 찾아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중요한 테마이기도 하다.

 

 

 

 

▶ 지은이 소개

 

김용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전라북도 군산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중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전시가를 전공하고 있지만, 현대시에도 관심이 많아 현대시를 쉽게 풀어 설명한 《시로 읽는 세상》(이슈투데이, 2002)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시조를 쉽게 풀이한 책인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인물과사상, 2008)을 쓰기도 하였다.

 

이밖에 글쓰기와 독서 비평에도 관심이 많아,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독서 길잡이의 성격을 지닌 《100인의 책마을》(리더스가이드, 2010)을 펴냈다.

 

주요 저서로는 《18세기의 시조문학과 예술사적 위상》(월인, 1999), 《교주 병와가곡집》(월인, 2001),

《조선 후기 시가문학의 지형도》(보고사, 2002), 《교주 고장시조선주》(보고사, 2005), 《조선 후기 시조문학의

지평》(월인, 2007) 등이 있다.

 

 

Amazing natura 35 Amazing Places In Our Amazing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