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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이탈리아 덮친 코로나, 핵심은 '고령화'가 아니다


코로나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코로나19' 유럽 확산의 중심지로 꼽힌 이탈리아의 관광도시 피렌체에 관광객과 주민 발길이 끊기면서 베키오궁 앞 식당도 텅 비었다.



문수련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이탈리아 응급의료시설 병상에 누워있는 코로나19 환자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
 세워진 응급의료시설에서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 있다. 

 ⓒ 연합뉴스/AP 





긴축재정으로 무너진 공공의료


이탈리아에서 왜 저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까?
스킨십 많이 하고, 마스크 안 쓰고… 국내 언론들이 새삼스럽게 말하는 이유들은 유럽 전역에서 다 비슷한 현상이니,
 유럽 국가 중 유독 이탈리아에 높은 사망률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안 된다.
위의 질문에 답한 프랑스 몇 개 언론의 기사를 살펴보고, WHO(세계보건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자료
 뒤지며 답변을 찾아보았다.

1. 열악한 병상 수

유럽에서만 보자면,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독일 8개, 프랑스 6개, 이탈리아, 스페인은 3개다.
병상수는 치명률(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 비율)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일 0.2%, 프랑스 2.2%, 스페인 2.5%, 이탈리아 7.2%다(3월 14일 현지시각 기준).

이탈리아는 전체 의료에서 공공의료 비중도 높고, 안정적 의료보험체계를 갖춘 나라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재정을 펼치면서 의료 관련 예산을 심각할 정도로 삭감한다.
공공의료 체계가 발달한 나라에서 국가가 재정을 심각하게 삭감하니, 그것은 곧바로 의료 수준의 '급전직하'로
이어졌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공공의료 체계는 갖추고 있었지만, 병상수, 의료장비, 그리고 인력 유출이라는 인프라 면에서
떨어지면서, 상시적인 위험을 갖춘 상황이었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갑자기 몰려든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중국은 순식간에 병상을 짓기라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병상수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일본이 13개로 1위고, 우리가 12개로 2위다.
그런데, 이 병상 중 공공병원의 비중은 10%로, OECD국가중 꼴찌다.

 심지어 미국(24.9%)보다도 낮다.
의사 숫자 면에서도 최하위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다른 지역에서 대구경북으로 달려와준 의사들이 있어(뜨거운 동포애),
이 정도로 선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달랐다.

롬바르디아 지역 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환자 수가 병상 수를 훨씬 넘쳐나니, 치료해야 할 환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80세 이상, 기저질환 환자들을 포기하고,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치료해야 했다.
 치료받지도 못하고 버려진 고령 환자들은, 1천명이 넘는 사망자의 다수를 이루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밀집한 롬바르디아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의사 수, 병상 수가 가장 높았던 지역이었기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다른 지역이 돕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의료장비 자체가 극히 제한적인 까닭에 의료진이 투입된다 해도 중환자에 대한 집중 치료는 불가능했다고 전한다.

2. 롬바르디아에 밀집된 확진자

대한민국 코로나19 환자의 89%가 대구경북 지대에 몰려있듯이, 이탈리아 경우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에 환자의
 73%가 발생했다.

대구에서의 갑작스런 확진자 폭발은, 다행히도 나라 전체가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갖춘 뒤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선 바로 롬바르디아가 시작점이었다.
의료진들도, 정부도, 시민들도 우왕좌왕했다.
프랑스도, 독일도 확진자가 여러 동네에 고루 퍼져있어서, 사람이 덜 죽고 있다.




  
    

▲ 코로나19 마스크로 무장한 로마의 관광객들 (로마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26일
(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로마의 명소 콜로세움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3. 1번 환자 확진에 긴 시간이 걸렸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1번 환자는 다국적기업의 간부 사원인 38세의 건강한 남자였다.
지난 1월 25일 그는 중국에서 막 돌아온 동료와 저녁을 먹었다.
그 동료도 이후 테스트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확정되었다.

 누가 그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해당 동료가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때 그에게 전염시켰고, 정작 그 동료 자신은 스스로 회복된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이미 2월 중 롬바르디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고 1번 환자가 공식적으로 확진을 받은 첫번째
였을 뿐이라는 설도 있다.
이쪽에 비중을 두는 의사들이 더 많다.

암튼, 1번 환자는 자신의 중국 관련 유일한 행보였던, 저녁 식사 후 3주가 지난 뒤 검사를 받았고, 증상이 미미해 집으로 보내졌다.
다음날 증상이 또렷해진 그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입원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가 2월 20일이다.

 그의 확진 이후, 그동안 그가 1월 25일부터 거의 한달 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테스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확진자는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1번 확진자 마테오는 현재는 완치됐다. 

그의 임신한 아내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두 사람 모두 회복되어 퇴원한 상태다.
절망에 빠져있는 이탈리아인들에게 1번 환자 마테오의 완치 소식은 그나마 큰 희망이 되고 있다.

4. 65세 이상, 전체 인구 네 명 중 한 명 꼴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한다.
프랑스는 20.4%, 독일, 21.7% 한국은 15%다. 당연히 확진자 비율에서도 고령인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81세다.

한국의 경우 확진자 중에서 20대 이하 청년층 비율이 높았다. 신속한 테스트 이외에, 한국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프랑스 언론은 '높은 청년 확진자 비율'을 지적한다.
한국의 전체 확진자 중 34.8%가 20대와 그 이하였고, 60대 이상은 21.8%였다.
고령층의 비율이 적었고, 여기서 88.9%의 사망자가 나왔기에 전체 사망률이 낮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갑자기 많은 확진자가 나타난 게 특정 교회 때문이고, 그 교회 신도 중 20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20대 이하의 환자 중 사망은 0명, 30대 1명, 40대가 1명이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안내문 게시된 로마 공항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
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월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중국 우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연합뉴스/AP
 


5. 2월 말 방학 때 이탈리아에 간 사람들 

2월 말 유럽에는 2주간의 방학 시즌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에 휴가 갔던 많은 유럽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돌아왔고, 3월 초부터 유럽 전역에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1월 24일 처음으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달여간 총 12명의 확진자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2월 말경 그들은 모두 완치되어 '확진자 제로'를 선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캉스 시즌이 끝날 무렵인 2월 29일 100명의 확진자가 생겨났다.
그로부터 2주 뒤, 3천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6. 독일 메르켈의 느긋함, 왜?

14일(현지시각)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사망자 수가 폭발적(확진자 1만7660, 치명률 7.2%)인 것과 비슷하게 독일의 사망자가 8명에 머무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확진 3675명, 치명률 0.2%).

메르켈 총리가 느긋한 태도로 코로나바이러스에 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하다.
 독일은 병상 수, 의사 수, 공공병원 비율에서 모두 모범적인 수치를 가졌다.
또 한 지역에 확진자가 몰려있지 않고, 고루 퍼져있는 것도 대처 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병원과 의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환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처럼, 죽을 줄 뻔히 알지만, 버려지는 환자가 없는 까닭이다.

7. 공공의료 예산 축소에 올인한 국가가 자초한 일

이탈리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지만, 프랑스의 상황도 국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나온다. 지난 10년간 프랑스 정부는 공공 병원에 대한 예산 축소를 강행해 왔다.
 실제로 2013년부터 6년간 정부가 축소한 병상 수는 1만7500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병상 수의 5.3%를 차지한다.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돼, 2018년 한 해에만 4200개의 병상이 사라졌다.
공공병원 의료진들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프랑스 공공병원 의사 1000여명은 정부가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증액하지 않는다면, 집단적으로 사임
하겠다는 협박을 가하기도 했지만, 마크롱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12일 마크롱 대통령이 전체 학교의 잠정 휴교와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 실업에 처한 모든 이들의 급여를
국가가 (최저임금 수준에서)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당 의원 2명을 포함한 국회의원 5명과 문화부 장관의 확진이 마크롱의 위기의식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크롱이 제시한 대책은 단기적 해결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 문제를 초래한 병상 수 재건과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대책을 외면하고 있어 여전히 비판 받고 있다.


8. 중국은 지금

완치율이 80%를 넘어선 중국은 이제 거의 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진압했다고 한다.  

9. 결론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 어떤 역병이 지구촌을 휩쓸지 모른다.
그 때마다 난리 북새통을 만들며 삶을 멈춰 세울 것이 아니라, 망가져 있는 공공의료 시스템만 잘 정비해도 우리의 삶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바이러스의 침투에 0.2% vs. 7.2% 라는 극단적 치명률을 보여주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기억하자.

독일뿐 아니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튼튼한 공공의료 수준을 갖춘 나라들에선 치명률이
 0.0~0.2%를 나타내고 있다. 1천명이 넘는 노르웨이 확진자 중 죽은 사람은 1명뿐이다.
핵심은 고령화가 아니라, 부실한 공공 의료 체계다.




- 피가로(Figaro), 리베라시옹(liberation), 허핑턴 포스트
(huffington post) 기사를 참고했다. 







이탈리아의 북부 브레시아의 한병원

로이타 연합뉴스[출처] - 국민일보




코로나에 무너진 이탈리아, 첫 확진자는 우한 출발 中부부


[채인택 글로벌 줌업]

북부지방 버스로 다니다 로마서 확진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600만 명 찾아
거주 중국인·중국계 40만…교류 활발
삶의 질 높은 경제·문화·의료 선진국


보편적 의료 제공하고 공공의료 77%
제도 흠잡을 데 없지만 의료비 적어
긴축재정 후유증으로 병원 폐쇄·감원 

 
의사 5만6000, 간호사 5만 부족 주장
유럽 2위 장수…고령인구 21.7% 부담
결정적 이유 모호…방역 책임론 부각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한 부부가 발코니에 '모든 일이 잘 될 거야'라는 이탈리아어 '안드라 두토 베네'를 적은 국기를 걸어놓고 박수를 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전국이 봉쇄되면서 일정 시간에 지역 주민이 발코니에 나와 노래, 방수, 환성으로 서로 격려하는 '플래시 몹'이 유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한 부부가 발코니에 '모든 일이 잘 될 거야'라는 이탈리아

어 '안드라 두토 베네'를 적은 국기를 걸어놓고 박수를 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전국이 봉쇄되면서 일정 시간에 지역 주민이 발코니에 나와 노래, 방수, 환성으로 서로 격려하는 '플래시 몹'이 유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AP=연합뉴스














코로나에 무너진 이탈리아, 첫 확진자는 우한 출발 中부부


파스타와 칸초네, 그리고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3월 10일부터 전국이 봉쇄됐다. 도대체 ‘오 솔레미오’로 상징되는 밝고 명랑하며 풍요로운 ‘태양의 나라’ 이탈리아가 어쩌다 이런 고통을 겪게 됐을까.  

신규와 인구 100만당 확진자·사망자 세계 1위

이탈리아에 코로나19가 대거 퍼진 이유를 따져보기 전에 우선 현재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하다. 한국시간 15일 오전 3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누적 확진자 15만4273명과 사망자 5798명가 발생한 가운데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 2만1157명과 사망자 1441명을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전 세계에서 중국(누적 확진자 8만824명, 사망자 3189명) 다음으로 많다.
 이탈리아는 14일 하루에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497명의 확진자와 175명의 사망자를 추가했다.
인구 100만 명당 누적 확진자도 이탈리아는 349.9명으로 세계에서 많다.

 그 뒤를 노르웨이(194.1명)와 스위스(158.9명), 한국(157.7명), 이란(151.5명), 덴마크(142.8명) 스페인(129.2명)이
 따라가고 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는 중국에 이어 전 세계 코로나19의 거대한 온상이 되고 있다.   









전국 봉쇄령으로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 아래에서 방역요원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평소 길을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던 관광 명소다. 로이터=연합뉴스,


전국 봉쇄령으로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 아래에서 방역요원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평소 길을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던 관광 명소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전국 봉쇄…로마·밀라노·베니스 적막만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3월 9일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3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보름간 전국에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코로나 19의 급속한 확산 때문이다.

인구 1600만이 거주하는 경제중심지이자 코로나19 중점 발생지인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가
실효가 적다는 비판 속에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하자 결단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전국 봉쇄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팬데믹(세계적인 범유행)을 선언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
으로 분석된다.

WHO는 코로나 19가 중국과 주변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할 때는 팬데믹 선언을 주저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선거에서는 물론 예산도 중국 지원을 받아 눈치를 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 WHO도 이탈리아에서 대유행이 벌어지자 팬데믹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게브레예수스는 “이제 이탈리아가 코로나19의 중심”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인적이 거의 없이 적막한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에서 찍고 있다. 평소 관광객과 젤라토 상인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곳이다. 사람이 너무 몰리면서 로마 당국은 이 계단에 앉는 것을 금지했을 정도였다. 봉쇄령으로 방문객이 끊기면서 이젠 당분간 옛말이 됐다. AP=연합뉴스


인적이 거의 없이 적막한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에서 찍고 있다. 평소 관광객과 젤라토 상인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곳이다. 사람이 너무 몰리면서 로마 당국은 이 계단에 앉는 것을 금지했을 정도였다.

봉쇄령으로 방문객이 끊기면서 이젠 당분간 옛말이 됐다. A



P=연합뉴스

       





전국 이동 제한령으로 이탈리아에서 사실상 모든 사람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됐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경찰·군인, 그리고 공무원과 대중교통 종사자를 제외한 사람은 직장에서 중요한 일이 생기거나
가정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특별 허가를 얻어 이동할 수 있다.

대중 교통수단과 약국·주유소·식품점 정도만 계속 운영한다.
모든 학교는 휴교하고 직장인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이를 적용한 첫날부터 로마의 유명한 관광명소인 스페인 계단이나 트레비 분수 등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은 폐쇄됐다. 밀라노의 상징과도 같은 두오모 대성당과 인근 상가도 인적이 끊겼다.
 관광 명소 베니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북부 토리노에서 가족이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고 있다. 베란다에는 연대를 뜻하는 무지개 그림에 '모든 것이 다 잘 뒬 거야'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안드라 두토 베네'를 적어서 걸어뒀다. '고난이 있어도 끝내 이길 것'이란 뜻이 담긴 플래시 몹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북부 토리노에서 가족이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고 있다. 베란다에는 연대를 뜻하는 무지개

그림에 '모든 것이 다 잘 뒬 거야'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안드라 두토 베네'를 적어서 걸어뒀다. '고난이 있어도 끝내 이길 것'이란 뜻이 담긴 플래시 몹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주민, ‘플래시 몹’으로 베란다 나와 번갈아 노래  

이탈리아의 거리는 정적에 잠겼지만 쾌활한 국민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주민 간 연대감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플래시 몹’이다. 원래 플래시 몹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나 모바일 메시지 앱, 이메일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정해 사람들이 모여 짧은 시간에 동일한 행동이나 행위를 하고 헤어지는 것을 말한다.

예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평상복을 입고 약속한 광장에 나타나 솔로 연주로 시작해 전체 단원들이 참가해 곡을 모두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유명하다.
역이나 광장 등에 집단으로 나타나 땅에 드러눕거나, 특정 퍼포먼스를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집단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이탈리아인들은 독특한 플래시 몹을 개발했다.

가디언·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들은 자정이나 저녁 식사 전, 또는 아침 시간에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서서 차례로
노래하기도 하고, 프라이팬과 스테인리스 그릇을 두들기거나, 함성을 지르면서 서로 격려하고 있다.
한 명이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제창이 되고 합창이 돼 온 동네 주민이 함께 눈물짓거나 환호하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이를 담은 동영상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상당수는 창가에 ‘안드라 투토 베네(Andra Tutto Bene)’라고 적힌 팻말을 들거나 이탈리에 국기에 적어 나오기도
 한다. ‘안드라 투토 베네’는 ‘모든 일이 잘 될 거야‘라는 뜻으로 기운을 내라는 구호다.

한국에서 ’화이팅‘과 비슷한 용도로 쓰는 말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를 적은 팻말이나 국기를 들고 플래시 몹을 하거나 아예 베란다나 창가에 계속 걸어둔다.
 종이나 나무 판에 이 구호를 적은 무지개를 그려 넣어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고난을 극복하려는 정신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주도 밀라노의 유명 상가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갈래리아가 텅 비었다. 인적이 끊긴 갈레리아에서 한 주민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주도 밀라노의 유명 상가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갈래리아가 텅 비었다. 인적이 끊긴 갈레리아에서 한 주민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제·문화·의식주 선진국인 이탈리아가 왜?

이탈리아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와 함께 G7(주요7개국) 회원국인 선진 국가다.
경제 지표를 보면 윤택한 나라다.
2019년 명목금액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치에 따르면 이탈리아내총생산 규모는 1조9886억 달러로 세계 8위다.

 미국(21조4394억 달러)·중국(14조4140억 달러)·일본(5조1544억 달러)·독일(3조8633억 달러)·인도(2조9355억 달러)·영국(2조7435억 달러)·프랑스(2조7070억 달러)의 다음이다.
브라질(l조8470억 달러)·캐나다(1조7309억 달러)·러시아(1조6378억 달러)·한국(1조6295억 달러)가 이탈리아의 뒤를
 잇는다. 6030만 이탈리아 국민의 1인당 GDP는 3만2946달러다.   
 
이탈리아는 경제지표는 물론 의식주에서 높은 삶의 질을 자랑한다.
이탈리아의 음식문화는 세계적으로 이름 높다. 이탈리아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중해식 식사’의 핵심을 차지한다.

 올리브유와 정제하지 않은 곡물, 풍부한 채소와 허브, 그리고 과일과 포도주로 이뤄진 이탈리아 식단은 ‘건강식’의
대명사로 통한다. 국민 건강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기대여명은 82.7세로 유럽에서 스페인(83.0세) 다음가는 장수국가다.
 EU 평균(80.6세)보다 높다.   
 
이탈리아는 멋진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패션산업을 운영한다. 이탈리아 패션은 멋쟁이의 상징이다.
 이탈리아는 음악·미술·문화유산·자연경관에서도 세계의 부러움을 산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찾고 싶은 나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5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탈리아에는 6210명의 외국인이 찾아 프랑스(8940만)·스페인(
8280만)·미국(7960만)·중국(6290만)에 이어 세계 5위의 관광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보편적 의료복지 제공…약값·치과진료 등 개인부담 22%

이런 이탈리아에서 왜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졌을까?
 우선 의료 시스템을 살펴보자.
 이탈리아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전 국민은 물론 외국인 거류자에게도 ‘보편적의료복지’를 제공한다.

부가 세금으로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지급해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무료 진료를 누린다.
 고비용·특수 진료와 약제비, 그리고 치과 진료만 개인이 부담한다. 1978년 이러한 국가건강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가정의 주치의 제도도 두고 있다.

의료비의 77%가 공공의료에 쓰인다. 의료 공공화의 살아있는 모델이다. 보건학적으로 이상형에 가깝다.
이탈리아는 의료 제도에서도 선진국이다.    
하지만 제도가 번듯하다고 운영도 매끄러운 건 아니다.

이탈리아 의료비에서 개인부담 비율은 23%로 EU의 15%보다 8%포인트가 높다. 개인 부담이 높다는 것은 마음 놓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보건학에서 의료 시스템은 자유방임형과 재정형, 보험형, 절충형 등으로 분류하는데 이탈리아는 재정형에 무게를 둔
절충형이다.
상당수 유럽 국가가 이런 모델을 따른다. 절충형 중에서도 개인 부담이 높은 것이 이탈리아 의료제도의 특징이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본 모습. 노랗게 보이는 부분이 바이러스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본 모습. 노랗게 보이는 부분이 바이러스다.


 EPA=연합뉴스

 




재정적자 부담에 의료비 지출 EU 평균보다 10% 적어

보건의료에서 이탈리아의 아킬레스건은 의료비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의료비 지출이 비교적 적은 나라다.
 2015년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502유로로 EU 평균인 2797유로보다 10%쯤
 적다.

 GDP의 9.1%를 의료비로 지출해 EU 평균 9.9%보다 낮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다른 나라에 비해 넉넉한 급여를 주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다.
개인 부담이 데서 볼 수 있듯이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국가와 의료복지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지
 못하는 데서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가 의료복지에 충분한 돈을 쏟지 못하는 데는 사정이 있다.
이탈리아의 총 국가부채는 2018년 말 기준으로 GDP의 132.2%에 이른 것이 한 이유다.
유럽연합(EU)은 1997년 전체 회원국이 채택한 안정·성장협정(SGP)에 따라 공공부채(정부+공공기관 부채)를 GDP의
 6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이탈리아는 이를 2배나 넘으며, 유로화를 쓰는 유로 존에선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간 포퓰리즘 정책을 폈든지, 재정 운용을 방만하게 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EU는 지난 몇 년 동안 이탈리아의 정부 예산안의 재정적자 폭을 줄이라고 압박해왔다.

 2019년 4월 이탈리아 정부는 애초 2.4%로 잡았던 2020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EU의 압력으로 0.36%포인트를 줄인
 2.04%로 낮췄다.
 애초 예산을 더욱 삭감했다는 이야기다.  
EU 집행위원회가 유럽이사회에 ‘초과 재정적자 시정절차(EDP)’에 착수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EDP는 회원국에 재정적자 수준을 EU 기준에 맞춰 예산안을 수정하도록 권고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최고 GDP 0.2%에 이르는 거액의 제재금을 물릴 수 있는 제도다.
 2002년 포르투갈, 2005년 그리스에 EDP를 적용한 사례가 있으나 최종적으론 협상으로 해결됐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브레시아에서 병원 직원이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브레시아에서 병원 직원이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의료기관 758개 폐업하고 의사·간호사도 부족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EU)의 기준에 맞춰 정부예산을 지난 몇 년간 대폭 깎을 수밖에 없었다.
공공의료기관의 예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이탈리아 전국의 병원 등 의료기관 758개소가 문을 닫았다.
 인력도 대폭 감축됐다.
이탈리아는 의사가 약 5만6000명, 간호사가 약 5만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이탈리아의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인용해 보도했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99명으로 전체에서 중상위다. OECD 1위인 오스트리아(5.18명)나 스위스(4.30명)독일(4.25명)보다는 적지만 프랑스(3.37명), 미국(2.61명), 한국
(2.34명)보다는 많다.
이탈리아의 간호사는 인구 10만 명당 19.99명으로 적은 편이다.

스위스(199.88명), 한국(99.85명), 미국(61.68명)은물론 독일(54.49명), 프랑스(61.68명), 영국(30.92명)보다 현저히
 적다.   









이탈리아 서북부 제노바에서 의료요원이 선별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모습. 제노바의 항구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서북부 제노바에서 의료요원이 선별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모습. 제노

바의 항구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고령인구 많고 검사 철저히 한 것도 영향

이탈리아에서 눈여겨 볼 또 한 가지는 고령화다.
EU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율은 21.7%다.
 EU 평균인 18.9%보다 높으며 회원국 중 최고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 바로 다음이다.
 기저질환자나 고령자는 아무래도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사망 확률이 높다.

이탈리아 국립보건고등연구원(ISS: Istituto Superiore della Sanità)의 실비오 브루사페로 원장은 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자의 평균 연령이 81세라며 이들의 3분의 2는 기저 질환자라고 밝혔다.
 브루세페로 원장은 전국 봉쇄 조치가 북부의 코로나19가 남부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14일 마스크 등을 들고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감염병연구소 병원에 도착한 중국 홍십자(적십자) 요원들이 인런 인터뷰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3월 14일 마스크 등을 들고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감염병연구소 병원에 도착한 중국 홍십자(적십자) 요원들이 인런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이탈리아에 중국인 관광객 600만 입국

이탈리아는 전국을 봉쇄했지만 국경은 닫지 않고 있다.
 유럽 26개 회권국끼리 국경개방을 약속한 솅겐 조약 가입국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등 이웃나라도 출퇴근 등으로 국경을 지나는 사람을 통제하지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무감염 확인증을 요구하는 정도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의 국경개방도 코로나19 확산의 이유라고 하기가 힘들다.   
 
중국과의 밀착 관계에서 이유를 짐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는 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2019년 3월 23일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북동부의 트리에스테와 북서부의 제노바 항구를공동 개발하고 이탈리아 기업이 중국 사업에 대거 진출하기로 약속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중국은 2020년을 ‘문화·관광 교류 촉진의 해’로 삼고 지난 1월 로마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중국의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월 10일 이탈리아의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마스크 지원과 의료팀 파견 의사를 밝혔다.
 중국 의료진은 이탈리아에 도착해 국제적십자위원회 이탈리아 지부에 마스크를 기증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고 미식의 천국이기도 한 이탈리아는 중국인의 인기 관광지다.
지난해 600만 명의관광객이 이탈리아를 찾았다.
2018년과 비교하면 100만 명, 약 20%가 늘어난 숫자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의 병원. 입원실이 부족해 경증 환자나 가망이 없는 환자는 빈 공간에서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의 병원. 입원실이 부족해 경증 환자나 가망이 없는 환자는 빈 공간에서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1호 확진자는 중국인 관광객 부부

이탈리아의 첫 코로나19 확진자도 중국인 관광객이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이들은 1월 23일 밀라노로 이탈리아에 입국한 2명의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부 지방에서 중부 로마까지 버스로 계속 여행했다,

그러다 1월 30일 로마의 국립감염질환연구소 병원에 입원했으며 31일 확진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이 중국 우한(武漢)에서 함께 온 부부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즉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탈리아와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2월 6일에는 중국 우한에 살다 송환된 이탈리아인이 확진 판정을 받아 3호 확진자가 됐다.

하지만 우한에서 온 확진자들이 이탈리아 북부에서 줄줄이 발생한 감염 클러스터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밝혀줄
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거주 중국인·중국계가 매개일까?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중국인이나 중국계 주민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에는 유럽 통계상 32만 명, 합법·비합법 거주자를 합하면 40만이 넘는 중국인과 중국계 주민이 거주한다.
요미우리는 이 중 70%가 중국에서 다량의 확진자가 나온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와 토스카나주 프라토에 몰려 산다.

밀라노에선 무역업 종사자가, 프라토엔 섬유업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요미우리는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도 감염 확대의 배경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 밀라노의 텅빈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 밀라노의 텅빈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방역 책임 묻는 목소리  

하지만 이탈리아에 왜 이렇게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희생자도 많은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요미우리는 밀라노대학 연구팀이 바이러스가 지난해 10월에서 11월 사이 이탈리아에 퍼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감염 확대를 저지해야 할 정부가 초기 대응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사태가 커졌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왜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분명한 것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방역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가 전 세계에서 높아지고 다는 사실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었다. [ansa]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었다.


[ansa]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달라”

글로벌 관광업계 덮친 코로나19 쓰나미…

관광대국 이탈리아, 전국에 이동제한령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유명 관광지에 가면 중국인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유커(遊客)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의 해외여행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1억6300만 명에 달했다.

인구 규모 기준으로 세계 9위를 차지한 러시아 인구(1억4593만 명)보다 많다.
이들이 지출한 돈은 2770억 달러(약 332조 원)로, 중국은 세계 최대 관광 지출 국가다. 전 세계 관광객 수는 14억 명
(도착 기준)이며, 각국의 전체 관광 수입은 1조7000억 달러(약 2038조8100억 원)다. 이 가운데 유커가 사용한 돈은
 전체의 16%나 된다.

그러다 보니 각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고자 유커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 유커 해외여행 금지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달라”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각국을 찾는 관광객이 격감해 세계 관광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큰손’ 노릇을 하던 유커가 사라지고 있다.
 중국발(發) 코로나19로 각국이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단체 해외
여행 금지 등 자국민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관광대국인 프랑스의 경우 올해 관광객 유치 목표치가 1억 명이고,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의 5%인 500만 명 수준이었다. 하
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의 3% 수준으로 떨어졌다. 

태국은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1100만 명이 방문한 국가였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중국인 관광객이 200만 명도 채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의 올해 관광 수입은 최소 500억 바트(약 1조9000억 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홍콩과 마카오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인은 빈 가방을 들고 홍콩으로 여행 가 명품들을 가득 채워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홍콩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의 개인 관광객 입경을 금지하고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8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 중단과 중국에서 출발한 중국인 및 외국인의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관광업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찾은 유커는 290만 명으로, 일본인과 영국인 관광객에 이어 세 번째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미국에서 지출한 돈도 350억 달러(약 41조9000억 원)에 달했다.

 호텔 정보 분석업체 STR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올해 460만 명에 달하는 호텔숙박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도 미국과 비슷하다. 중국인 관광객 140만 명이 지난해 호주를 방문해 134억 달러(약 16조706억 원)를 소비했다. 하지만 호주 정부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따라 호주 관광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쑥대밭 된 이탈리아 관광산업


이탈리아 병사들이 롬바르디아주로 들어가는 차량을 막고 있다(왼쪽).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PA, 징데일리]



이탈리아 병사들이 롬바르디아주로 들어가는 차량을 막고 있다(왼쪽).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PA, 징데일리]





관광대국으로 불리는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최대 피해국이 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3월 10일자로 전국 이동제한령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3월 8일부터 4월 3일까지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주, 에밀리아로마냐주, 피에몬테주 등 북부와 동부 14개 주를 전면 격리·봉쇄한 이후 더욱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 6000만 명은 업무, 건강상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는 전국 모든 문화·공공시설을 폐쇄하고,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를 전면 중단시켰다.

음식점 등은 영업을 허용하되 고객 간 최소 1m 이상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콘테 총리는 “우리는 코로나19 창궐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조치를 내리게 됐다”며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달라”고 호소했다. 

중국인 관광객 350만 명을 비롯해 각국에서 연간 6200만 명이 방문하는 이탈리아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13%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현재 각국의 이탈리아행 직항노선 운항 중지 및 급격한 관광객 유입 중단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탈리아 관광협회는 연인원 기준으로 관광객이 3162만 명이나 급감하고, 이에 따른 누적 손실액은 74억 유로
(약 10조116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이탈리아 관광산업은 쑥대밭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초강경 조치에 따라 이탈리아 경제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이탈리아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올해 1∼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이 확실시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日, 4000만 명 유치 계획 물거품


미국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출국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텅 비어 있다(왼쪽).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CNN, DPA]



미국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출국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텅 비어 있다(왼쪽).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CNN, DPA]





올해 세계 관광산업은 도쿄올림픽 등으로 3∼4% 성장하는 등 호조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각국 관광객들도 해외여행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관광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내년까지 이어지고, 회복하려면 1년 반~4년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통상 바이러스 발병 이후 세계 관광객 규모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19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제전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산하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볼 때 미국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이 이전 수준으로 늘어나기까지 4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특수로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지만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사실상 입국 금지 조치로 양국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959만 명으로 국가별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558만 명을 기록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각국 관광객들도 일본을 찾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 1500만여 명이 일본에서 2조1900억 엔(약 25조4500억 원)을 소비
했다면서 일본 정부의 한국인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일본 관광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한다면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될 수밖에 없어 일본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국내 관광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린 국내 관광업계는 일본인 관광객마저 끊겨 ‘줄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7만여 명으로, 국내 관광시장의 20%를 차지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도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는 바람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항공사가 입을 매출 피해액이 1130억 달러(약 135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피해 전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항공사들이 입었던 피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IATA는 117개국을 대표하는 290개 주요 항공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이들 항공사는 전체 항공 교통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각국 주요 항공사는 대부분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이탈리아행 노선도 크게 줄이고 있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 역시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 등으로 해외 노선이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다면 세계 관광 및 항공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코로나19 발원지 첫 방문해 의료진ㆍ환자 격려하는 시진핑


코로나19 발원지 첫 방문해 의료진ㆍ환자 격려하는 시진핑

우한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 코로나19 환자들이 수용된 훠선산
병원에서 화상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시 주석의 우한시 방문은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ymarshal@yna.co.kr




시진핑, 코로나19 심각 국가들 위로…글로벌리더십 과시


한국·이탈리아·이란 정상에 위로전…"중국 적극 도울것"

코로나19 비상 걸린 EU 수뇌부에도 지원·협력 제의



(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국가의 정상들을 위로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과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발원지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면서 책임론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중국이 종식 수순을 밟고 오히려 전 세계가 확산 비상에 걸리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코로나19 퇴치를 명분으로 전 세계를 지원하겠다며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앞세워 세계 최고 지도자 자리를 다시 노릴 수 있게 됐다.

15일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인 한국, 이탈리아,

이란 정상에 위로 전문을 보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전역을 사실상 봉쇄하고 세계 각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중국인

입국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양상이다.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통해 "중한은 서로 돕고 한배를 탄 우호 국가"라면서 "중국 정부와 인민은 한국이 현재 맞닥뜨린 어려움을 공감하며 중국은 계속해서 힘닿는 데까지 돕고 한국의 방역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자가격리 우한 주민들에 인사하는 시진핑 주석


자가격리 우한 주민들에 인사하는 시진핑 주석


(우한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해 자가격리 상태인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jsmoon@yna.co.kr

 

 

시 주석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도 위로 전문을 보내 "이탈리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국 정부와 인민은 전염병 방제를 위한 협력을 전개하고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인류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 협력해야 글로벌 위기와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의 핵심인 '인류 운명공동체 사상'도 역설했다.


시진핑 주석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에서는 중국이 이란의 코로나19 방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의료 물자를 제공하고 전문가 자원봉사팀을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이란과 코로나19 방제 협력을 강화하고 힘닿는 데까지 도울 것"이라면서 중국과 이란의 전통적 친선 관계를 강조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는 것과 관련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EU 회원국 정상의 회의체인 EU 정상회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에 위로 전문을 보냈다.


시진핑 주석은 위로 전문에서 "중국은 유럽의 코로나19 퇴치 노력을 확고히 지지하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제공해 유럽이 조속히 이겨낼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으로 유럽과 함께 전 세계 공중위생 안전을 함께 지키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 사진=WHO 누리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