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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주택시장, 이대로가면 폭탄 터진다'···경제학자들의 '경고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주택시장, 이대로가면 폭탄 터진다'···경제학자들의 '경고

 

 



"부정적 충격이 발생하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우헌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국내 대표 경제학자들이 현재 가계부채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충격을 받았을 때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아 경고했다.

금융위기 때의 집값 폭락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가계부채 문제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 당국이 강력한 대출 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경제학자들은 집값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학회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경제토론 패널 소속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가계부채와 관련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28명 전원이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높은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응답자 43%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계부채 규모가 높다고 답변한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자체도 높은 수준이지만 그보다 더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우려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국제결제은행(BIS) 17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다”며 “문제는 증가 속도인데 코로나19 직전인 지난 2019년 말 대비 증가 폭은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지적했다.

 

이우헌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매우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부채가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가 높은 원인으로는 89%가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 서비스 자금 수요’를 꼽았다.

 

사실상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위험 요인을 키웠다는 평가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주담대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고, 임대차 3법 이후 전세금 대출도 늘었다”며 “주택 장만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체념을 겪은 젊은 세대가 증권 투자 등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 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주거 비용 증가가 원인인데 이는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에서의 정부의 공급 정책 실패가 근본적 이유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중요한 요인에 대한 질문에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61%에 달했다.

 

‘금리 정책과 유동성 관리’가 18%,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11% 등으로 뒤를 이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해서 집 사는 광풍이 불어서 기존 가계부채 중 가장 덩치가 큰 주택 관련 대출이 늘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허 교수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정책을 실시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규제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공급 정책에 실패한 정부가 대출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그래픽=송윤혜

 

 

 

 

내년 집값 급등 안 할 이유 없어” VS “금리 올려 급락 가능성”

 

 

전문가들 엇갈리는 집값 전망

 

 

9월 전국 집값 상승률이 14.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도시 등 공급 확대 정책에 이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전세자금대출까지 줄이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문재인 정부 2차 집값 대폭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서 내년에도 집값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의 집값 폭등을 예측했던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 등 이른바 ‘스타 전문가’들은 “내년에 집값이 급등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세와 매매 모두 급등을 예상하는 이유로 입주 물량 감소, 매물을 감소시킨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임대차 3법 부작용 등을 꼽는다.

 

반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 김기원 데이터노우즈대표 등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과도한 집값 급등 반작용 등으로 가격 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리 인상 폭에 따라 10% 이상 하락 전망도 나온다.

 

 

 

 

◇“아파트 입주 반 토막” VS “연립, 오피스텔 입주 급증”

 

 

 

준금리인상과 대출 규제에도 9월 전국 집값은 14.9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집값 전망과 관련, 전문가들의 전망이 계속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상승론과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하락론이

맞서고 있다./뉴시스

 

 

 

 

 

 

상승론의 대표적 근거는 입주 물량 감소다.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4만9415가구에서 올해 3만1211가구, 내년 2만463가구로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건축, 재개발 규제 탓이다.

 

입주 물량 급감이 전세와 매매 시장의 불안을 초래,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신도시 공급 폭탄’을 강조하지만, 토지 수용과 건설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신도시는 2026년 이후 입주가 시작된다.

 

반면 하락론자들은 입주 물량 감소와 집값의 상관관계를 부정한다.

이기원 테이터노즈 대표는 ‘입주 물량 감소=집값 상승’은 일반 상식의 오류라고 주장한다.

2017~2018년 ‘공급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주 물량이 급증했지만,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

입주 물량이 감소했던 2011~2013년에는 집값이 하락했다.

 

더군다나 국토부는 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와 공공 부문을 포함한 서울 주택 입주 물량이 올해 8만3000가구, 내년 8만1000가구로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공사 기간이 짧은 도시형 원룸주택과 오피스텔의 공급 증가도 주택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급등이 최대 악재” VS “정책 변화 없으면 상승”

 

 

 

 

하락론자들은 소득 증가 속도를 뛰어넘는 집값 상승이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간 소득 가구가 표준적인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주택을 사는 경우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매부담지수가 이미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주택구매부담지수가 100일 경우,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인데, 서울의 부담지수는 2분기 172.9로 사상 최고치다.

소득의 43%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금리가 오르고 대출이 규제돼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수요자들이 급감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다음으로 부담지수가 높은 세종(140.4)은 매매와 전세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93.4)와 인천(72.2)은 물론 지방은 여전히 100 이하를 기록, 이 지수만 놓고 보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

 

반면 상승론자들은 정부가 집을 팔 수 없도록 막아 놓은 세금 정책이 매물 감소를 초래, 집값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6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최고 75%로 올렸다.

너무 높은 세금 탓에 다주택자들이 매도보다는 증여를 선택,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

 

또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세 정책이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촉발, 일부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 변화 없이는 집값 안정은 요원하다는 것이 상승론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 vs “초저금리 폭등 종말”

 

상승론자들은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는 것은 경기 회복의 신호이기 때문에 집값에 악재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상승론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이 15억원 이상 주택은 이미 규제돼 있고 9억원 이상도 LTV(담보인정비율)가 20%에 불과, 금리 상승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하락론자들은 집값 폭등이 코로나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초저금리 탓에 촉발됐다고 진단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초저금리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1.5% 정도까지 오르는 시점에 서울 집값이 10~17%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락론자들은 금리 인상과 전세 대출 규제로 전세 가격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본다.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인 라이트하우스, 쇼킹부동산, 리얼아이박감사 등은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분양 등 선행 지표로 변곡점 확인

 

집값 하락 시점과 하락 폭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점쟁이의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하락과 상승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행 지표는 있다.

주택 미분양 물량과 청약 경쟁률 추이가 대표적이다.

미분양 주택의 지속적 증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적 감소는 회복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15년 6만가구가 넘던 미분양 주택이 2019년 4만7000여 가구로 감소하다 집값 급등 영향으로 8월 말 현재 1만4864가구로, 사상 최저치로 줄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냉각되려면 미분양 물량이 5만~7만가구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줄고 있지만, 대구는 8월 미분양 주택이 2365가구로 전월(1148가구)보다 1217가구 증가했다.

대구는 전세와 매매 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청약 경쟁률도 지표가 된다.

청약 경쟁률 하락은 주택 매수 심리의 냉각을 의미하는데 최근 서울 청약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 수준이다.

 

김선덕 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무한정 집값이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 조정을 받겠지만 전반적 경기, 금리, 심리 등 변수가 많아 그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 “미분양 물량 증가 등 선행 지표상으로는 조정 징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승론자들도 무한정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지는 않는다.

주택 입주가 늘어나면서 이르면 2023년부터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값 폭락?” 잠 못드는 영끌족…거래절벽에 호가 ‘뚝’

 

 

 

대출규제, 거래절벽에 커지는 집값하락 ‘공포’
서울 9월 거래량 2348건, 전월比 43.8% 감소
“상승폭 둔화…공급 부족에 내년부턴 오를 것”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영끌 대출로 집 샀는데 하락분위기라 걱정이네요.”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이들이 잠 못 이루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호가를 낮춰 파는 하락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에 집값 하락 공포까지 겹치면서 영끌족들의 불안 심리가 가중되는 분위기다.

 

18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348건으로 전월(4178건)에 비해 43.8% 줄었다.

하반기 들어서는 지난 7월 4700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거래량이 매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거래량은 276건에 불과하다.

서울 강서구의 W단지(2198가구)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H단지(1292가구) 등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9월 매매 거래가 아예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들 단지에서는 호가도 최고가 대비 2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H단지 인근 M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도 잘 안 나가는 분위기고 매물은 쌓이고 있다”며 “급하게 팔려는 매물은 호가를 직전가보다 수천만원씩 떨어진 가격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파트실거래가(아실)를 보면 안양시 동안구의 매물이 두 달 전보다 121.6% 늘어 수도권에서 매물 증가율 1위를 보였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10.8% 증가한 가운데 자치구별로 도봉구 35.3%, 노원구 27.9%, 서대문구 26.7% 순으로 매물이 늘었다.

 

안양 지역에서 매물이 많이 나온 것은 올해 입주물량이 1만1000가구로 지난 2003년 1만3000가구 이후 가장 많은 신규공급 물량이 나온 요인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매수우위지수에도 반영됐다.

KB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11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전주(96.9)보다 하락한 94.5를 기록했다.

 

인천(110.6)을 제외한 5개 광역시에서는 광주가 127.6으로 가장 높았고 부산 90.8, 울산 84.4, 대전 78.3, 대구 42.0 등으로 전국적으로 기준선 100 미만의 매수 희망자보다 매도 희망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최근 은행권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위축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대세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요억제 중심의 정부의 부동산규제 방식이 바뀌지 않았고 같은 기조에서 대출규제가 이뤄지면서 일시적인 상승폭 둔화로 보여진다”며 “향후 충분한 주택공급 물량이 없으면 특정시점에서 억누른 수요가 튀어오르면서 집값이 큰 폭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규제가 이뤄지면서 매수세가 꺾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여전히 주택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매매와 임대 모두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권우성 

 

 

 

 

전세'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할 때가 왔다

 

 

 

갭투자에 대한 걱정과 유감... 부동산 폭락 뇌관,

조심스레 해체해야

 

 


전세, 집값 폭등의 마중물



지난 9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의 서울 지역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해 발표한 것에 따르면, 서울에서 집을 산 20~30대 절반 이상이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로 집을 샀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시 전체 주택 거래 중 임대보증금을 낀 갭투자는 42%에 달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갭투자 전성시대이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는 현재 부동산 대세상승장의 초입인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다주택자들의 부동산투기에 주로 활용되었지만 지금은 다주택자, 무주택자 가릴 것 없이 갭투자/갭투기 방식을 쓰고 있다. 

8년 동안 집값이 내리 상승하는 것을 본 무주택 2030 세대들이 더 늦기 전에 서울에 내집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10억을 넘기고,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중위 매매가격도 4년 전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을 넘긴 서울 집값 현실을 볼 때 자기자본과 대출만으로 집을 사기는 불가능하기에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다주택자들이 규제를 피해 '원정쇼핑'을 다니며 지방의 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들을 갭투기로 사재기하면서 지방의 공시지가 1억 이하 아파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 싶으면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너도나도 뛰어들지만 과거에는 정부가 유동성을 줄이면 부동산가격은 오르고 싶어도 오를 수 없기에 적당히 오르다가 꺾인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산다면 은행 대출 없이 자기자본 10~20%만으로도 주택구입이 가능하기에 전세보증금과 전세대출은 부동산투기의 돈줄 역할을 하게 된다.

 

문재인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며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줄을 조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전세보증금과 전세대출을 막지 못하다 보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전세, 독이 든 사과

임차인들이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월세처럼 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돈이 고스란히 보전되기 때문이다.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지 않은 주택이라면 담보가치가 살아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전세자금대출은 리스크가 거의 없는 안전한 대출상품이다.

 

아울러 전세자금대출은 주로 실수요 서민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재원을 거의 들이지 않고 전세대출보증을 통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서민들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이라며 생색낼 수 있었던 좋은 방식이었다.

 

전세제도 및 전세자금대출 정책은 '세입자, 은행, 정부' 모두가 행복한 제도였지만 앞으로는 이들의 3자 공조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갭투자 이슈에서 보는 것처럼 전세제도 및 전세자금대출은 정부의 부동산가격 안정정책을 무효화시키는 '치트 키'가 되고 말았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가 만연하면서 집값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했던 전세제도가 이제는 임차인들이 '미래에 구매할 집'의 가격을 더 올리는 마중물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서 부동산가격 거품이 터진다면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가 뇌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비슷한 주택들을 갭투기를 통해 사재기하고 있는 다주택자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과 '영혼까지 끌어모아' 최대한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을 한 갭투자 1주택자들이 넘치는 상황에서 만약 외부요인의 충격으로 주택가격, 전세가격이 10% 정도 빠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주택자들이 자기자본 10% 수준으로 산 갭투기 주택들은 매매가격이 전세보증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될 것이다. 이후 갭투기를 한 다주택자가 제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깡통전세' 주택들이 대거 경매에 나와 집값 폭락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갭투기로 강서구 화곡동 일대 500채 이상의 빌라를 소유했던 '화곡동 세모녀'가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강서구 화곡동에서 8월에만 100채 이상의 빌라가 경매로 나온 사례는 향후 전세보증금 하락 시 일어날 집값 폭락의 예고편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갭투자 1주택자들이다. 갭투자 1주택자들은 자신도 세입자이면서 본인 소유의 주택은 다른 누군가에게 전세를 주고 있다.

이들은 집값 하락이 아니라 전세가격이 10~20%만 빠져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자기자본, 영끌 대출을 쏟아부어 집을 샀는데 전세보증금이 떨어진다면 본인이 추가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영끌 대출'로 추가 대출여력이 없다면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방도가 없다.

 

이럴 경우 자신이 전세로 살던 집을 내놓고 전세보증금이 더 낮은 주택으로 옮겨 여분의 자금을 만들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갭투자가 연쇄적으로 이어진 상황에서는 전세가격이 떨어질 때 필연적으로 돈의 흐름이 막히는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주택들이 경매에 상당수 나온다면 집값에 끼어 있던 거품은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붕괴 뇌관을 조심스레 해체해야 할 때
 

 

▲ 세종특별자치시 아파트 단지. ⓒ 권우성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 금융제도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 전세는 국민들의 사금융으로서 가계자산 형성 및 내집마련에 큰 기여를 했던 제도이다.

하지만 저금리·저성장 시대, 부동산가격 안정기에는 월세에 점차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박근혜정부의 부동산경기부양책에 힘입어 2014년 이후 갭투자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문재인정부를 보내면서 전세보증금이 부동산투기의 자금줄이 되어 부동산가격을 폭등시키는 기폭제가 되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갭투자가 부동산가격 급락의 뇌관이 되는 것을 볼지도 모른다.

이제는 부동산 거품붕괴의 뇌관을 조심스레 해체해야 할 때이다.

자가-전세-월세의 주거계급체계를 자가-월세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세보증금까지 공식적인 가계부채 통계에 넣어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한편 전세대출 금리 지원 및 전세보증금 100% 보증 등과 같은 전세제도에 주는 인센티브를 줄여야 한다. 

전세로 사는 무주택 서민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갑작스레 전세를 없애기는 어렵기에 공공임대주택 및 사회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전세 수요를 흡수하는 한편, 동시에 주거보조비 지원, 월세자금 대출, 월세 세액공제 확대, 임대료 규제 및 표준임대료 기준 마련 등 월세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여 전세 수요를 월세 수요로 이동시키며 전세제도의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 

전세제도가 부동산 거품붕괴의 뇌관으로 작동하기 전에 뇌관 해체작업을 준비해야 한다.

전세제도가 언발에 오줌누기 식 주거대안임을 인정하고 과거의 고마운 제도였던 전세제도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성영(daybreaker81)

 

 

 

 

 

 


세종시의 아파트 ⓒ정은진 기자

 

 

 

 

세종시 아파트 가격 폭등과 폭락 왜 이러나

 

 

 

주필의 시선]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시민 대다수는 폭등·폭락이 두렵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요즘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내 부동산에 나가보면 매기가 뚝 떨어지고, 가격이 뚜렷이 하락했다고 한숨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확정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매기도 없고 하락세가 뚜렷하니 그 원인이 어디에 있고, 대책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부동산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로인해 정부의 강력한 단속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때도 특정한 일부 지역을 가지고 세종시 전체로 일반화해 폭등을 말한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이로인해 투기지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는 물론 세금도 과도하게 물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사실 세종시 하면 한때 투기세력 집결이라는 이상한 풍문이 나돌았다.

 

이는 서울의 부동산 폭등의 희생양 삼아 행정수도 이전 호재를 핑계삼아 수도권 민심이 그렇게 몰아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말하자면 국회의사당 이전을 계기로 행정수도로 가는 호재로 세종시가 뜰 것이라고 예단한 서울발 소문이 확대돼 본의아니게 폭등 거품이 일다가 지금은 날벼락을 맞아 부동산 거래가 꽁꽁 얼어붙게 하였다는 불만이다.  

지난 11일 한국부동산원의 ‘10월 1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의 아파트 가격은 0.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가운데 집값이 떨어진 지역은 세종시가 유일했다.

그것도 11주 째다.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확정 이후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내 다정동의 100㎡의 한 아파트는 지난 4월 12억 원에 거래됐으나 이와 비슷한 아파트가 지난달 9억 5백만 원에 팔렸다고 한다.

 

84㎡ 아파트는 다정동, 도램마을, 새샘마을, 첫마을 상관없이 대체로 1억원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10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한국부동산원

 

 

 

 

 


단지와 층수, 방향,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서울의 아파트값과 본래 차이가 있는데 1억 씩 떨어지니 체감하는 하락 지수는 더 커 보인다.

이의 원인은 첫째, 올해 입주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든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신도시와 조치원 등 원도심에 2만 6천 가구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주택 공급을 제때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 공급 과잉으로 나와 폭락을 유도했다고 말하는 업자들이 있다.

다음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투기 의혹으로 전 공직자에게로 조사 범위가 확대되자 투자 목적 소유였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경우가 있고, 새로 사겠다는 공직자는 상대적으로 주춤거려서 나온 현상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이것이 직접적 요인은 아니라고 해도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셋째, 1가구 2주택자 등 다주택자들이 과도한 세금 공세로 집을 서둘러 내놓다보니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는 말도 있다.

 

공시지가의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매물로 내놓다 보니 물량이 쌓여 하락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자들은 다주택자자의 세금 부담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매 물량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을 든다.

그러나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어 반등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종시는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기 때문에 하락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 수준에서 하락 폭이 줄 것이라면서, 아파트 구입자는 지금이 구매의 적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세종시 아파트 폭락 이유를 다시 정리하면 △일시적 물량증가 △투기 공직자 물량 출하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증가 등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동산은 폭등하는 것도 막아야 하지만 폭락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가격이 널뛰기하면 시민이 괴롭다.

아울러 폭등과 폭락에 따른 세금 징수도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폭등에는 재빨리 움직이면서 폭락시에는 더딘 세수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롤러스케이트를 탄 부동산 시세를 안정시켜야 세수 정책도 안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시민 대다수는 값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세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시민을 위한 가장 큰 행정 수완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출처 : 세종포스트(http://www.sjpost.co.kr)

 

 

 

 

 

 

 

▲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정우성

 

 

 

 

문 대통령처럼 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 하나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참담하게 실패했다.

사실 다 죽어가던 야당이 기사회생한 것이나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지 않게 고전하는 것은 모두 여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하여 심각한 사회경제적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문 정부는 근본 해결책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핀셋 규제'와 '핀셋 증세'로 일관했다.

부동산 정책을 가격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정도로만 여긴 것이다.

결과는 역대 정부 최고의 부동산값 상승, 최다의 '풍선 효과' 발발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몇 년간 투기 광풍을 겪고 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 계층 간·세대 간·지역 간 양극화의 주범이자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최대 질곡임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에 나선 예비후보들도 하나같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한두 명의 후보를 제외하고는 정책 방향을 엉뚱하게 잡고선 큰소리만 치고 있어서 심히 걱정스럽다.

차기 정부가 출범한 다음 이야기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다음 대통령이 취해야 할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밝혀두고자 한다.

어떤 경로로든 다음 대통령이 될 후보에게 전해져서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이 바른길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정책 철학을 분명히 세워야

첫째, 정책 철학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데는 철학 부재라는 근본 원인이 있었다.

가격이 폭등하지도 폭락하지도 않게 관리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았으니 거기에 무슨 철학이 필요했겠는가?

 

'괴물'과도 같은 투기 광풍이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와중에 '핀셋'을 들고 우왕좌왕한 것도 철학 부재 때문이었다.

그러니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 정책의 철학부터 분명히 세워야 한다. 가능하다면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 앞에 그 철학을 밝히고 새 정부의 정책을 거기에 맞게 추진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내가 권하고 싶은 부동산 정책의 철학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다.

이는 인공물이 아닌 토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되, 가능하면 시장원리에 맞게 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에는 이미 토지공개념 조항(122조)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토지공개념 정신을 구현한 법률(토지공개념 3법, 종합부동산세법 등)이 도입될 때마다 위헌 시비가 일곤 했다.

그러므로 다음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하는 것이 좋겠다. 

공약이 다 발표되지 않아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 가운데 토지공개념 철학을 천명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예컨대 8월 29일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주택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수요 억제, 지나친 규제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언한 후 공급 확대, 세금 및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촉진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홍준표 후보의 부동산 공약도 쿼터아파트제(1/4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라는 특이한 이름의 공약을 제외하면 대부분 윤석열 후보의 정책과 유사하다.

최재형 후보의 부동산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공약들은 전형적으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에 입각한 노선으로 토지공개념과는 정반대의 정책 방향이다.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고 세금과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투기의 동기가 자극될 것이 명약관화한데, 도대체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말인가.

과거에 토지공개념 제도가 노태우 정부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음을 생각하면, 그동안 한국의 보수세력은 심하게 퇴락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 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중에는 이낙연 후보와 추미애 후보가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추미애 후보는 토지공개념 개헌 공약과 함께 그 정신을 구현할 세부 정책도 꼼꼼히 제시해서 신뢰가 가지만, 이낙연 후보는 택지 소유를 제한하겠다는 둥, 유휴 토지에 종부세 가산세를 부과하겠다는 둥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제시해 '포장지만 토지공개념'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 도입,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부담과 규제 강화 등 토지공개념 정신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공약하기는 했지만, 토지공개념 구체화를 위한 개헌까지 약속하지는 않아서 올바른 정책 철학을 세우려는 의지가 추미애 후보보다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급확대론의 주술에서 벗어나야

둘째, 다음 대통령은 공급확대론의 주술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급확대론이란 부동산값 폭등이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 인식 체계를 가리킨다.

참여정부 때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이론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가운데 유동성 과잉 상태가 지속해서 일어난 일을 두고 공급이 부족해서 일어났다고 강변한다는 점에서 곡론(曲論)의 전형이라 부를만하다.

공급확대론자들은 투기로 인한 수요의 팽창이 진정한 원인인데도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공급만을 외친다. 

정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그 정책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보면 된다.

지금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이익을 볼 사람들은 누구인가.

토건족과 그 주변 인물들 아닌가.

 

토건족의 이해에 복무하는 이런 엉터리 이론이 언론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한국 부동산 정책 담론의 중심을 차지했으니 실로 통탄할 일이다. 

투기 장세에서 공급확대 정책을 펼치면 시장이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과열되기 쉽다.

공급확대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기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여러 증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다.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또 지금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4, 5년 후 실제 공급이 이루어질 무렵에 집값 폭락을 초래하는 시차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는 주택공급 확대는 지역균형 발전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공급확대를 주장한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까지도 이에 동조한다는 사실이다.

정세균 전 대선 후보는 과세 강화와 규제는 부동산값을 상승시킬 뿐이라며 자신은 주택공급 '폭탄'을 퍼붓겠다고 약속했다.

 

박용진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 서울 시내에 좋은 집을 우선 공급하는 동시에 김포공항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구축해 주택 2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토지공개념을 약속한 이낙연 후보도 서울공항을 이전해 3만 호, 주변 지역 고도제한 완화로 4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 호 포함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임기 내에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급확대 정책을 부동산 공약의 맨 앞에 배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네 후보는 공급확대론에 인지 포획되었다고 판단한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만든 엉터리 주장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지면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내면화한 결과가 아닐까.

 

김두관 후보와 추미애 후보 두 사람은 공급확대론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들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의 주류가 아니다.

다음 대통령은 공급확대론의 주술에서 벗어나 확실한 투기 억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것은 투기 억제에 치중했기 때문이 아니라 투기 억제 정책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김두관 후보가 지역균형 발전 정책을 급진적으로 추진해 주택 수요를 분산할 것을 주장한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할 탁월한 대안이다.

다음 대통령은 김 후보의 공약을 차기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공급확대 정책을 펼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일단 투기적 가수요를 걷어내고 난 다음에 결정할 일이다. 
 

 

 

 

 

 

 

▲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왼쪽),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 취재단

 

 

 

 


취임 6개월 안에 국토보유세 입법화 

셋째, 근본 정책에 천착해야 한다.

수술받아야 할 환자를 두고 수술은 하지 않은 채 진통제만 투여하는 것은 돌팔이 의사가 하는 짓이다.

부동산 시장을 투기가 창궐하는 비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라 실수요와 공급이 상호작용하는 정상적인 시장으로 만들려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세액/부동산값)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를 높여서 부동산 보유비용을 무겁게 만들지 않고서는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도, 주기적인 투기 광풍을 막을 수도 없다.

한국의 땅값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것은 보유세가 너무 가볍다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부동산 정책의 숙제였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후보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종합부동산세보다 더 좋은 국토보유세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토보유세는 현행의 용도별 차등과세를 철폐해 토지·빌딩 소유자들이 누리는 세제상 특혜를 해소한다. 또 세수 증가분을 전액 사회적 배당금 또는 기본소득으로 분배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주권자임을 실감케 하는 효과도 있다.

그렇게 하는 경우 내는 세금보다 받는 배당금이 더 커서 순수혜자가 되는 국민의 비율이 90%가 넘을 것이라는 추계가 이미 나와 있다.

이 순수혜자들은 소수가 벌일 조세저항을 잠재울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취임 즉시 국토보유세 도입 방침을 밝히고 이를 6개월 이내에 입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처럼 차일피일 미루다가 극소수를 대상으로 핀셋 증세하는 정도로 그칠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사실 다음 정권은 국토보유세 도입만 성공하더라도 '역사에 남을 개혁 정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부동산 조세를 경기조절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 그것을 투기꾼에게 부과하는 '벌금'처럼 취급해서도 안 된다.

불로소득 경제 시스템을 혁파해 정의롭고 활력 넘치는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백년대계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3.29 청와대제공

 

 

 


정권 출범 1년 안에 끝내야 

넷째, 다음 대통령은 국가의 주택공급 역량을 장기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에게 분양할 주택은 민간 건설업체에 맡기는 것이 옳다.

박정희 정권이 대한주택공사를 설립해 분양주택을 대량 공급하기 시작한 이래 한국의 주택 관련 공기업은 분양주택 공급에 주력해 왔다.

 

국가가 무슨 이유로 사적 재화 공급에 그렇게 힘을 쏟아 왔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주택은 가치재(시장에 맡기면 소비가 적정 수준에 미달하게 되는 재화로 국가가 그 생산과 소비를 권장하는 일이 잦다)라서 그렇다고 하는 답이 나오겠지만, 그렇다고 분양주택 공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가치재라서 국가가 직접 공급한다면 분양주택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성이 높은 주택의 공급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과거의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그리고 현재의 토지주택공사(LH)는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수용해서 공공택지를 조성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민간의 사유지를 수용한다는 것은 그 후의 과정이 고도의 공공성을 가질 것임을 전제해야 하는데도, 지난 수십 년간 공사들은 땅을 팔거나 집을 지은 다음 땅과 건물을 파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해왔다.

물론 명분은 있다.

땅장사, 집장사로 얻는 수익을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한다는 교차 보조의 논리다.

하지만 그 명분을 정당화하기에는 지금까지 건설한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너무 적다(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은 4.4%로 OECD 평균 수준인 8%에 크게 미달한다). 
 

 

 

 

 

 

 

▲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2021.3.3 연합뉴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정부와 공기업이 공공성 높은 주택의 공급이라는 국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LH가 더 이상 땅장사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야 한다.

기존의 국공유지나 새로 조성하는 공공택지는 가능한 한 국공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공유지 비율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토지비축 제도를 활성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행 LH가 이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

 

국공유지 임대와 공공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과 관리를 전담할 토지주택청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하자면, 국가 근간을 바꾸는 대개혁은 정권 출범 1년 안에 해내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개혁은 기대난망이다.

나는 다음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처럼 참담하게 실패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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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전경.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