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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세계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긴다는 나라

 

 

 

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이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연합뉴스

 
 
 
 
 
 
 

 


사진 = 언스플래쉬

 
 
 
 
 

세계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긴다는 나라

 

 

 

아무리 이상기후라 해도 겨울은 춥다. 아니 추워야 제 맛이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는?

물론 추운 성탄절이 익숙하다.

거기에 흰 눈까지 내리면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엉뚱한 상상을 해보자.

땀을 뻘뻘 흘리는 크리스마스라면 어떤가.

이런 상상은 현실 속에 있다. 바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필리핀이 그렇다.

가톨릭 교도가 국민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은 당연히 크리스마스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필리핀에서는 9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니 말 다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는 곳이 필리핀일 정도다.

 
 
 
 
 
 
 
 

 


사진 = 언스플래쉬

 



때문에 크리스마스 즈음 방문하는 필리핀은 따뜻한 날씨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록 코로나19 장기화로 직접 방문하지 못하지만 우리에게는 랜선투어가 있다.

여행플러스는 필리핀 관광부와 함께 필리핀만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문화를 소개한다.



길거리 캐럴 콘서트, 팡안가롤링
 

 

 

 
 

핼러윈 데이에 아이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 한 마디를 외친 뒤 사탕을 받는다.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필리핀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핼러윈 데이 때와 비슷한 문화를 즐긴다. ‘팡안가롤링(Pangangaroling)’이라 부르는 캐럴 콘서트가 그것.

필리핀의 아이들은 깡통, 병뚜껑 등의 재활용 재료들이나 악기를 활용해 이웃집을 방문해 작은 캐럴 콘서트를 열고, 이웃들은 보답으로 소정의 용돈을 챙겨준다.

길거리를 가득 채우는 아이들의 친숙한 캐럴 소리는 필리핀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낸다.



필리핀 전통 크리스마스 장식, 파롤

 

 

 

 



파롤(Parol)은 스페인어로 랜턴을 뜻하는 ‘Farol’에서 유래한다.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필리핀의 전통 랜턴을 가리킨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필리핀 사람들은 파롤로, 집, 회사, 길거리, 크리스마스 트리 등을 장식한다.

때문에 필리핀의 크리스마스는 반짝거리는 파롤들로 낮보다 밤에 특히 더 아름답다.

파롤은 베들레헴을 상징하는 별 모양이 가장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꽃, 산타클로스, 아기천사 등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져 관광객들의 볼 재미를 선사한다.

 

 

 

소원을 이뤄주는 크리스마스 미사, 심방 가비

 
 
 

 


심방 가비 / 사진 = 필리핀 관광청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답게 12월 16일부터 24일까지 따갈로그어로 ‘저녁 미사’를 뜻하는 심방 가비(Simbang Gabi)를 진행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9일 동안 빠짐없이 심방 가비에 참여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는데, 때문에 새벽에 진행되는 심방 가비에도 불구하고, 성당에는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찬다.

심방 가비가 끝나면 모두 모여 필리핀의 전통 음식인 비빙카(Bibingka)나 푸토 붐봉(Puto Bumbong)을 살라밧(생강차)과 함께 곁들여 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



 

가족들과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 노체 부에나

 

 

 


노체 부에나 / 사진 = 필리핀 관광청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 크리스마스를 연인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필리핀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함께 맞는 뜻 깊은 명절이다.

 

때문에 필리핀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이 되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통돼지 바비큐인 레촌을 비롯해 비빙카 등 필리핀 전통음식을 나눠 먹는 노체 부에나(Noche Buena)나 시간을 보낸다

. 식사가 끝난 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우리나라 설 명절처럼 서로 선물이나 용돈을 주고 받는다.

 

 



[장주영 여행+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뉴욕 타임스퀘어 사진 연합뉴스

 

 

 

 

25일 케냐 나이로비의 레지오 마리아  아프리카 선교회 성당에서 신자들이 성탄

미사를 드리고 있다 로이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집전한 성탄 전야

미사에서 아기 예수상에 입을 맞추고 있다./UPI연합뉴스

 

 

 

 

 

사진으로 본 지구촌···크리스마스엔 축복을!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 19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그럼에 세계 각국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집전됐고, 모든 이에게 평화로운 날이 오길 함께 기도했다.

 

의료진들은 병원을 떠나지 않고 환자들 곁을 지켰다.

어렵게 가족과 재회에 성공한 사람들은 반갑게 끌어 안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집전한 성탄 전야 미사에서 “하느님은 작은 존재로 세상에 오신다.

 

그 위대함도 작은데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는 성직자와 외교단, 평신도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어른들이 24일(현지시간)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미국 켄터키

도손 스프링스에서 사탕 박스를 옆에 두고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 도손 스프링스 지역민들이 청소년 휴양 시설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부 된 장난감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켄터키 등 6개 주는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을 위한 선물이 전국 각지에서 기부됐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부서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산타클로스로 기꺼이 변신했다.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티몬 병원의 코로나 19 집중 치료실 의료진들이 24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선물을 두고 있다./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남부 잘라카디 지역 수간다 강에서 이동 중 화재가 발생한

3층짜리 여객선의 생존자와 부상자들이 바리살 지역의 한 국립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만, 전세계 의료진들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 19 환자들은 물론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으로 몰려든 환자들을 돌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 남성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에서 항공 출도착 안내판

을 바라보고 있다./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국제공항에서 한 여행객이 가족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출현하면서 국경을 넘는 여행은 물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이동이 어려워졌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족과의 만남, 휴가 등을 위해 이동하는 수요가 통상 급증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방역 조치 강화와 공항 및 항공 관련 일손 부족 심화 등으로 인해 결항이 속출했다.

 

 

 

 

 

 

 

태국 방콕 시민들이 24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채 크리스마스 장식 아래를 걷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리젠트 거리가 24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장식물로

꾸며져 있다./EPA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의 한 상점에서 여자 아이가 산타 클로스 인형을

고르고 있다./연합뉴스

 

 

 

 

 캐나다 퀘벡의 하트 모양의 베이커 폰드가 24일(현지시간) 꽁꽁 얼어붙은 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 각지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장식에 불이 켜졌다.

아이들은 선물을 고르거나 받으며 기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수잔·토마스 제로민 부부의 집. /USA투데이 보도화면, 독일기록원(RID)

 
 
 
 
 

 

“어디에도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 꾸며 세계기록 세운 부부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세계 신기록까지 세운 독일 부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수잔·토마스 제로민 부부는 지난 9월부터 집안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 444그루를 설치해 ‘한 곳에 많은 트리 장식하기’ 부문 세계 신기록 보유자가 됐다. 종전 최고 기록 역시 지난해 이들 부부가 세운 350그루였다.

 

올라프 쿠첸베커 독일기록협회 담당자는 “부부는 늘 트리 꾸미기에 창의성을 발휘하고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다”며 “모든 트리가 제각각 달라 보인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Reuters 트위터

 

 

 

부부의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는 올해로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토마스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리가 있는 방을 벗어나면 크리스마스가 끝나는 느낌이 들었다”며 “곳곳에 트리를 들여놓기 시작했고 매년 몇 그루의 나무를 추가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해마다 늘어나는 나무 수와 화려해지는 장식 덕분에 방문객까지 늘고 있으며 ‘동화 속 겨울나라’로 불린다. 2층짜리 집에 설치된 트리 중 가장 큰 것의 높이는 무려 3.5m에 달한다.

거실, 침실, 부엌, 화장실을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트리를 보고 만질 수 있다.

부부도 “이렇게 많은 트리가 화려하게 장식된 집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Breakfast Television 페이스북

 
 
 
 
 

 

부부의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에 사용된 LED 전구는 무려 4만7000여개다. 공 모양 장식품도 7만2000개나 된다.

 

트리는 저마다 다른 테마를 갖고 꾸미는데, 각종 만화 캐릭터부터 시작해 올해는 마스크 장식을 단 ‘코로나 트리’도 만들었다.

부부는 “크리스마스 시즌 전기요금은 보통 때보다 80~85유로(약 10만7000원~11만5000원) 정도 더 나온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뒤 해체 작업도 만만치 않다.

보통 1월 첫째 주부터 2월 말까지 진행된다.

대부분의 트리는 30평 크기의 다락방에 보관한다.

 

장식을 담아주는 상자는 500여개다.

부부는 “다락방에는 아직 포장을 풀지 않은 나무 몇 그루가 더 있다”며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리스마스 케이크를 먹게된 건 해외주둔 미군 부대민의 문활흘 미국

전체의문화로 착각한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투데이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치킨 먹는 까닭은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찾는 음식이 두 가지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크리스마스 치킨이다.

이러한 풍습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이 나오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이런 전통이 없어 주목된다.

일본이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 이유는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본 근대식문화연구회의 최근 진단이다.

1950년 12월24일,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도쿄 긴자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쟁이 끝나고 연합국 점령군으로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병사들은 케이크를 장식하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1948년 요미우리신문은 미군부대용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대량 생산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미국의 풍습’이라고 오인했다. 정작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지만 말이다.

이후 미국은 1950년 과잉생산된 밀을 ‘원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민간기업이 밀 수입을 시작하면서 케이크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의 문화를 동경하던 일본인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기 위해 달려나갔다고 한다.

 

 

 

 

 

 

 

미군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먹는 모습에 일본인들은 값비싼 칠면조 대신 구운

닭고기로 크리스마스 음식을 대체했다 사진 이미지 투데이

 

 

 
 

 


일본만의 ‘크리스마스 치킨’ 문화 역시 미군부대의 영향을 받았다.

유럽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고급 요리인 거위를 식탁에 올린다.

 

이후 미국 신대륙을 개척하며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거위보다 번식시키기 쉬운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고, 전쟁 이후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미국 군인들에게도 냉동 칠면조가 배송됐다. 이를 목격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칠면조’라는 인식이 퍼졌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칠면조 가격은 1마리 5000엔에 달해, 대졸 공무원 초임이 1만4000엔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값비쌌다.

 

미국처럼 칠면조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일본인들은 구운 닭고기로 이를 대체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FC 치킨을 일본의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만든 이가 1970년 일본에 진출한 KFC 1호점 점장, 오오카와 다케시다.

매장 근처의 한 기독교계 유치원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용 치킨을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그의 근거 없는 홍보가 일본 공영방송 NHK 전파를 타면서 일본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리는 KFC 치킨이 월평균 매출의 10배에 달하면서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는 KFC치킨이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Japan Journeys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서의 케이크와 KFC는 ‘아시아의 미국’이 되고 싶은 그 시대 일본인들의 욕망과 이를 이용한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최근에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일부 젊은층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가 오래된 것의 상징으로 통하면서다.

토요게이자이는 24일 예전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하며 “버블 경제 시대에 돈을 많이 쓰는 기념일이자 연인들을 위한 날이라는 이미지는 가성비를 중시하고 비연애로 돌아서는 젊은 세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 때 낯선 미국 문화를 향한 동경에서 열심히 소비하던 케이크와 치킨 역시도 이제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어버린 탓에 특별함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김보겸 기자

 

 

 

 

 

 

맥시코의 가롤릭은 원주민 전통신앙과 결합된 부분이 많다  림수진

 

 

 

 

2달치 월급'을 성탄절 보너스로.. 파티가 벌어졌다

 

 

 

 
'크리스마스 냄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외국인이라기보다 차라리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어느 해 11월 중순이었으니, 크리스마스에 먹는 음식 냄새도 아닐 것이요 혹은 크리스마스 즈음의 독특한 풍습이나 자연환경으로부터 기인하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있는 곳은 크리스마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겨울이 있는 곳도 아니었다.

12월이 되어도 낮으론 영상 섭씨 30도를 훌쩍 넘기는 곳이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냄새라니. 오감 아니라 육감까지 동원해보아도 도무지 상상키 어려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연일 크리스마스 냄새 타령에 더해 '크리스마스가 바로 저 모퉁이를 돌아서고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 즈음엔 덩달아 나도 콧구멍을 최대한 확장해 보고,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도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는 모퉁이 어디쯤을 두리번거렸다.

습자지보다도 더 얇은 내 팔랑귀를 원망하면서 말이다.

 

크리스마스 냄새, 포사다

멕시코에서 크리스마스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왜 이들은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냄새를 맡고 금방이라도 크리스마스가 짠! 하고 나타날 것 같은 모퉁이를 향해 목을 빼고 간절히 기다리는 것일까?

 

12월 25일, 오직 그 하루를 위해 한 해의 수고를 기꺼이 견뎌내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그들에 대한 이해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

그런데 십수 년을 살다보니 나 역시 12월이 되기도 전에 크리스마스 냄새를 맡고 저 모퉁이 어디쯤에서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짜릿짜릿하고 둥실둥실한 설렘을 가지고 말이다.

통상적으로 멕시코에서 길고 긴 크리스마스 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건물과 거리 곳곳에 내걸리는 빛 장식이다. 물론 크리스마스트리도 빠질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50% 이상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내 직장에서도 지난 11월 중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있었다.

하루 종일 트리를 준비하던 동료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트리 설치가 늦어졌다고 툴툴거렸다.

12월이 되면 업무 중간 중간에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멕시코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포사다(POSADA)라고 불리는 연회가 마을 단위 혹은 직장 단위로 조직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직원이 약 3500명 정도 되는데 12월 초부터 포사다가 각 부서별 조직별로 열리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연회들이 반드시 업무 시간 안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몸은 하나지만, 연회는 조직별, 부서별, 직군별, 혹은 성별로 소집되기 때문에 1인당 최소 서너 번 이상 서로 다른 연회에 초대를 받는다.

 

그러니 12월이 되면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일이 다반사지만, '그게 뭐 대수겠는가, 바야흐로 12월인데...'라는 분위기를 타고 실로 아무 일 아닌 듯 흘러간다. 

 
 
 
 

포사다 행사가 무르익을 즈음 마을 사람들은 이 피냐타를 허공에 달아 둔 채 각자

눈을 가리고 긴 막대기로 때려 부수는 형태의 놀이를 하면서 포사다의 클라이맥스를

즐긴다. .ⓒ AFP 뉴스 화면

 

 

 

 

각각의 연회에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음식과 선물이 제공되지만 아직도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기분에 취하긴 좀 이른 감이 있다. 사실, 12월 내내 이어지는 연회들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풀코스 요리에 비유한다면, 입맛을 돋우는 전체 요리 정도에 해당하겠다.

다양한 전체 요리를 먹으며 본요리에 어떤 메뉴가 나올까 쫄깃한 설렘으로 상상하는 맛은 유쾌하다.

 

법이 정한 크리스마스 보너스

본요리는 단연 '아기날도(aguinaldo)'라 불리는 상여금이다. 스페인어로 '선물'을 뜻하기도 하는데, 고용주 맘에 따라 주고 안주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크리스마스 보너스이다.

최소한 기본급의 15일 분을, 아무리 늦어도 12월 20일까지는 지급해야 한다.

 

이쯤 되면 각 신문의 지면에도 '고용주가 아기날도를 주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혹은 '나의 아기날도는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요?' 등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린다.

 

그러니 매년 12월이 되면 오직 관심은 상여금에 집중된다. 어디서든 대화의 주제는 '아기날도'다. 언제 나올지, 얼마나 나올지를 두고 연회에 모인 동료들 간에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행복한 토론이 아닐 수 없다.

 

 

 

 

 

  크리스마스 잔치가 있는 날이면 멀리 떨어져 지내던 이웃들도 마을 장터나 광장에

가장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모여든다. 대중교통 수단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짐트럭에 빼곡히 실려온다. 림수진

 

 

 
통상적으로 아기날도 액수는 연초 노사 간 임금 협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현안이다.

최소 기본급의 15일분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최대치는 정해진 바가 없다.

 

오직 노사협의 과정에서 사측과 노동자 측의 팽팽한 긴장 속 의견 조율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매년마다 며칠 분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 노동자들은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내가 속한 직장의 경우 올해 아기날도로 기본급의 62일분이 정해졌다.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그러나 이곳 멕시코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석유공사, 전기국, 전화국 같은 곳은 60일분에 온갖 명목의 보너스가 더해진다는 설이 있으니, 목을 빼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저녁 아홉시만 되어도 깊은 밤에 드는 마을 광장에 늦은 밤까지 인파가 몰린다.

많든 적든 아기날도가 바닥이 날 때까지 사고 또 살 것이다.림수진

 

 

 

 
노동자들만큼이나 아기날도 지급을 노심초사 기다리는 이들은 지역 소상공인들이다.

주정부나 주립대학교 같이 수천 명 이상 노동자가 근무하는 곳에서 아기날도를 지급해야만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대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게들은 진열대에 물건들을 쌓아 쟁이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그 물건들을 사 쟁인다.

있는 돈은 한시라도 빨리 써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 다분한 민족이니, 크리스마스 상여금으로 나온 돈은 온전히 이때를 위해 써야 한다는 일념이 투철하지 않을 리 없다.

사들이는 물건 대부분은 6촌 혹은 8촌까지 포함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선물이다.

 

 

 

 

 

 
 

▲  멕시코 시골에서의 삶이 결코 풍요롭거나 여유롭지 않지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 오면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새옷을 준비해준다. 림수진


 

 

 
오늘 날, 우리나라를 포함 많은 나라들에서 예전과 같은 크리스마스 흥이 사라졌다지만, 멕시코에서는 여전히 가족이 모여야 하고 선물을 나눠야 하고 밤을 새워 음식을 나누며 친목을 즐겨야 하는 날이다. 모 언론에서 '크리스마스와 가장 가까운 단어'를 시민들에게 물었을 때, 60%가 가족이라는 말로 답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명절증후군이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한 달을 훌쩍 넘기는 크리스마스 절기의 절정은 당연히 이브에 해당하는 12월 24일 밤이다. 곳곳에서 가족들이 모인다. 우리나라에 통금이 있던 시절 단 하루 통금 해제를 틈타 밤을 꼴딱 새우던 올나이트처럼 이곳에서 크리스마스이브란 무조건 가족과 함께 밤을 새우는 날이다.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없다.

 

밤새 폭죽을 쏘아 올리며 논다. 산타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드는 여느 나라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멕시코의 아이들은 그 누구도 산타를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밤새 논다 한들 크게 손해 날 것이 없다. 심지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들도 제법 많다.

 
 
 
 
 

▲  멕시코 우체국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중앙우체국에 별도의 우편함을

만들고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동방박사들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싶은 선물을

아뢰는 편지보내기 행사를 진행한다. 위 사진은 멕시코 중앙우체국에 설치된

동방박사들 이미지.ⓒ Notimex 화면캡처

 

 

 
멕시코에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동방박사들이다.

예수의 탄생을 감지하고 먼 길을 걸어 베들레헴까지 유황과 몰약과 황금을 가져온 이들이 오늘날까지도 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온 세상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그 날은 가톨릭 절기상 주현절에 해당하는 1월 6일이다.

 

그러니 12월 24일은 맘 놓고 밤을 새워 놀 수 있는 것이다.

멕시코의 모든 공공기관과 수많은 기업들은 이미 지난 12월 17일에 종무식을 마쳤다.

휴가는 1월 6일까지 이어진다. 그 이전에 직원들에게 풍요로운 크리스마스 연회를 베풀었음은 물론일 것이고, 또한 상여금도 지급했을 것이다.

 

게다가 매달 15일과 30일, 두 번에 걸쳐 보름 급을 받는 대부분 노동자들은 2021년 마지막 보름급인 12월 30일 급여까지 당겨 받았을 것이다.

12월 30일이라면, 급여를 지급하는 직원도, 그리고 급여를 수령하는 직원도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어린이들은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져오는 이는 세 명의 동방

박사라고 믿는다. ⓒ UNIVISION 뉴스화면
 

 

 

 
오미크론 와중에, 이들이 이러는 이유

 

관공서와 기업과 학교가 20여 일 정도의 긴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간 이후, 각 마을마다 골목골목 연회가 베풀어지고 있다.

직장인들이야 어쩔 수 없이 종무식을 하기 전인 12월 17일 이전에 크리스마스 잔치를 벌였겠지만, 멕시코 가톨릭 교회력으로는 12월 16일부터 24일까지가 공식 포사다 기간이다. 마을마다 교회를 중심으로 옆마을과 서로 날짜를 달리하여 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기억하는 어릴 적 그 아름다웠던 시절의 크리스마스에는 언제나 마을 포사다가 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즈음 다 같이 모여 솥을 걸고 음식을 해 나누고 아이들에게는 귀한 사탕 몇 알이 선물로 돌아가던 시절의 추억이다.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의 잔치가 온전히 가족들 간의 것이라면 포사다는 이웃과 친구들이 어우러지는 잔치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아흐레 동안 마을 이곳저곳에서 잔치가 벌어진다. 대도시에서야 마을 포사다가 거의 사라졌지만, 작은 소읍들에서는 여전히 마을마다 크리스마스 잔치가 열리는 즈음이다. 물론, 먹을 것이 흔해 사탕 몇 알로 예전과 같은 행복을 느끼진 못하겠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마을마다 열심히 흥겨움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  멕시코에서 크리스마스트리보다 중요한 것이 '탄생Nacimiento'이라 불리는

장식이다.

림수진

 


 

오미크론 변이 발견으로 4차 대유행이 임박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지만 크리스마스 앞에선 별 힘을 못쓰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들의 흥겨움이 여느 나라 기준에서 본다면 분명 위험천만할 것이다. 어쩌면 욕이 저절로 튀어나올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이 못해주는 것을 국가가 해주는 나라가 있는 반면, 국가가 못해주는 것을 가족과 이웃이 해주는 나라도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곳 멕시코 사람들의 이 지독한 가족애는 어쩌면 이 시기를 살아내기 위한 그들 나름의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역병의 와중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우울한 시절이지만, 그들 특유의 유쾌함으로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림수진의 안에서 보는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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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 사진 뉴시스

 

 

 

 

 


영국 거리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