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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모럴 해저드 논란에도.. 5년마다 나오는 '대규모 빚 탕감'

 

 

우형준 기자

 

 

 

 

 

 

 

서울 시내에 폐업한 상점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투데이

 

 

 

 

 

 

 

 

취약차주 금융지원 방안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그래픽=김영찬 기자

 

 

 

 

 

모럴 해저드 논란에도.. 5년마다 나오는 '대규모 빚 탕감'

 

 

 

DJ때 '기업부실 채권 정리' 첫 도입
盧부터 尹까지 단골 정책으로 등장
정권 초 선심성으로 추진 비판 자초

 

 

 

 

윤석열정부의 채무 탕감 정책을 둘러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진화에도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는 역대 정권 출범 때마다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이 나오고 곧바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

 

취약층 금융 지원책이 정부 출범 초기 선심성 정책으로 추진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대중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인한 기업 부실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배드 뱅크’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부는 기업 빚을 줄이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해 111조6000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

당시는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봉착한 때였다.

모럴 해저드 논란 대신 “부실 채권 매입 가격이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

 

노무현정부 출범 첫 해인 2003년 설립된 ‘한마음금융’은 모럴 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는 신용카드 대란 직후 개인 파산자와 신용 불량자가 각각 1만명, 300만명을 넘었던 때였다.

정부는 한마음금융을 통해 부채 중 원금을 50%, 이자를 포함해선 모두 70%까지 탕감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성실 상환자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원금 감면 비율이 33%로 축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금융 소외자 720만명을 구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금융사와 등록 대부업체 부채 8조원 등이 조정 대상이었다.

캠코에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해 이 채권을 사들인 뒤 원금을 30~50% 탕감하고 금리 인하 등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신용회복기금은 모럴 해저드 논란에 휩싸이며 지원 규모가 10분의 1(72만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임기 5년간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실제로 금융 지원을 받은 사람은 49만명에 그쳤다.

 

 

 

 

 

 

 

 

이미지 크게보기(그래픽=윤수민 기자)

 

 

 

 

 

 

 

 

 


박근혜정부는 캠코에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부실 채권을 18조원어치 사들여 322만명의 빚을 조정한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원금 50~70% 탕감, 저금리 장기 상환 대출 전환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모럴 해저드와 재정 부실화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지원 대상은 33만명, 지원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159만명이 안고 있는 6조2000억원 규모 빚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원금 일부 탕감 내용이 포함됐지만 1인당 1000만원 이하 소액,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해 모럴 해저드 논란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서구권 선진국에선 민간 금융사가 채무자 상황을 1대 1로 깐깐하게 심사해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모럴 해저드 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 등을 위한 125조원 이상 민생 안정대책을 8일 밝혔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서울 명동의 식당가. [뉴시스]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재기 지원을 위한 '새출발기금' 원금감면율과 관련

당초 계획한 60∼90% 수준으로 정책 방향성을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 연체빚 탕감 ‘새출발기금’ 30조 논란

 

 

 

 

하반기 금융당국이 고금리와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가계 등을 위해 ‘125조원+α’ 규모의 금융 민생안정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치솟는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추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생안정 주요 대책은 ▶30조원 상당의 새출발기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채무조정 ▶연 7% 이상의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8조5000억원) ▶사업자금 지원(41조2000억원) 등이다.

주택 관련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안심전환대출(45조원)과 중소기업에 6조원 상당의 고정금리 정책대출 상품을 공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치솟는 금리에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악화에 따른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인 셈이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하는 ‘새출발기금’은 기존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최대 20년간 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90일 이상 빚을 못 갚은 연체자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김 위원장은 8일 오전 브리핑에서 “채무조정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불이익이 따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하루 전 설명자료에서도 “(채무조정을 받은 차주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등록으로 7년간 신용카드 이용 등 정상금융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상환 능력이 있어도 고의적인 연체를 할 유인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또 60~80% 수준의 원금 감면은 해당 차주가 보유한 재산을 넘어선 부채(빚)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빚내서 투자했다가 실패한 청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대책(청년 특례 채무조정)도 논란이다.

청년 특례 채무조정은 다음 달 하순까지 신용회복위원회에 프로그램을 신설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기존 지원제도에선 신청할 수 없는 연체 발생 전 채무자라도 이자감면, 상환유예 등을 받을 수 있다. 대상에 선정되면 이자를 최대 30~50% 감면받는다.

대상자는 만 34세 이하인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신용점수 744점 이하) 저신용 청년층이다.

 

이를 두고도 정부가 세금을 들여 빚투(빚내서 투자)로 손해를 본 청년층의 대출을 탕감해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지난달 19일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 채권의 일체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는 제도”라며 “원금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을 위해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도 마련했다. 이자 부담이 큰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상품으로 최대 1%포인트 금리 우대혜택을 제공한다.

또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6개월마다 금리 선택을 할 수 있다.

 

주택 구매로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를 위한 안심전환대출도 나온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주고 우대금리로 제공하는 대출 상품이다.

9월 시행 예정인 우대형은 주택가격 4억원 이하,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 이하 차주만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9월 보금자리론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에 결정될 예정이다.

내년 공급될 일반형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금리는 0.1%포인트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이 모두 공급되면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잔액 기준 77.7%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기 전에 선제 대응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의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지원 대상과 기준이 보다 면밀하게 짰어야 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22.8.8.대통령실 제공

 

 

 

 

 

 

빚 탕감’ 논란에도…금융위, ‘125조+α' 민생안정 대책 추진한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125조원+α’ 규모의 금융 민생안정 대책을 추진한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서민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다.

 

폐업 등으로 빚을 갚기 힘든 자영업자의 채무를 최대 90% 탕감해주고, 저신용 청년층의 이자를 감면해주는 일부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계와 자영업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125조원+α’ 규모의 민생 안정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치솟는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추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취약 차주(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며 발생할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다.

민생안정 주요 대책은 30조원 상당의 새출발기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채무조정, 연 7% 이상의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8조5000억원), 사업자금 지원(41조2000억원) 등이다. 주로 코로나19 여파로 빚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지원이다. 

 

또 주택 관련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안심전환대출(45조원)과 중소기업에 6조원 상당의 고정금리 정책대출 상품을 공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이들 조치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논란과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휩싸인 데 있다.

 

'빚 탕감' 논란 속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금융권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다.

특히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지원을 위해 도입하는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논란은 수차례에 걸친 금융당국의 해명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기존 대출을 금리를 낮춰주고, 최대 20년간 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90일 이상 빚을 못 갚은 연체자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준다.

금융위는 해명에 적극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실) 기업들이 빚이 일부 탕감되는 기업회생(법정관리)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채무조정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불이익이 따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일 “(채무조정을 받은 차주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등록으로 7년간 신용카드 이용 등 정상금융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가 원금감면을 받기 위해 고의적인 연체를 할 유인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또 60~80% 수준의 원금 감면은 해당 차주가 보유한 재산을 넘어선 부채(빚)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빚 탕감' 논쟁이 벌어지는 건 새출발기금만이 아니다. 

정부가 빚을 내서 투자했다가 실패한 청년층의 이자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청년 특례 채무조정도 역차별 논란에 휩싸여있다.

 

만 34세 이하인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신용점수 744점 이하) 저신용 청년층 중 대상자로 선정되면 이자를 최대 30~50% 감면받을 수 있다.

세금으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청년층의 대출을 탕감해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9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 채권의 일체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는 제도”라며 “원금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심전환 대출 개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눈에 띄는 건 고금리와 원자재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이다.

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이 커지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상품으로 최대 1%포인트 금리 우대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6개월마다 금리를 선택할 수 있다.

 

주택 구매로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를 위한 안심전환대출도 나온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전환해주고 우대금리로 제공하는 대출 상품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우대형과 일반형으로 나뉜다.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우대형은 주택가격 4억원 이하,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 이하 차주만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9월 보금자리론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에 결정될 예정이다.

 

내년에 공급할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상품은 주택가격을 9억원 이하로 높이고, 금리는 우대형보다 낮은 0.1%포인트 인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을 모두 공급하면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의 비중이 5%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잔액 기준 77.7%다.

'빚 탕감' 논란 속 민생안정 대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지원 대상을 제대로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부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의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지원 대상과 기준을 보다 면밀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빚 탕감은 자칫 그동안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차주에게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원받을 사람을 잘 가려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 [사진=연합뉴스]

 
 
 
 
 

 

[사진=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금융위원장 “빚탕감 혜택 못지 않게 불이익도 있다”

 

 

 

금융위, 8일 대통령에 업무보고
새출발기금 등 자영업자 지원 포함
‘원금 탕감’ 논란에 “오해”라 해명
“불이익 고려하면 도덕적 해이 어려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새출발기금의 ‘원금 탕감’ 논란에 대해 “오해”라며 “(원금 탕감)은 대상도 제한돼 있고, 혜택 못지 않게 불이익이 따른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기 선제대응 + 위기 넘어 금융산업과 우리경제의 재도약 뒷받침’이라는 주제로 업무보고를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업무보고에 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자리에서 ‘원금 탕감’ 논란과 관련해 “제도에 대해 정확한 이해나 홍보가 미진한 것”이라며 “논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좀 더 이해하게 되면 오해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 탕감은 이번에 새로 만든 게 아니라 법원(기업·개인회생)에도 있고, 신용회복위원회에도 있다”라며 “새출발기금도 그 기준에 맞춰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금 탕감 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금 탕감이 그렇게 좋으면 왜 기업들이 다들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을 안하냐”고 되물으며 “법정관리는 자산보다 부채가 커지는 등 경영이 굉장히 어려워지면 할 수 있고, 자산 동결 등 엄청난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원금 탕감 혜택에도 기업들이 안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채무를 못갚을 때는 조정을 통해 재기를 지원해야 한다’며 “어려운 분을 돕기 위한 제도라는 기본 정신을 유지하면서 유관기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125조원 금융민생안정 대책을 통해 취약차주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새출발기금 30조원과 저금리 대환대출 등 80조원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안심전환대출 45조원, 저신용 청년 특례채무조정 등이다.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6개월마다 금리 상황에 맞춰 고정금리·변동금리를 전환할 수 있는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은 금리 우대 대출·보증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추가 조성해 경영정상화 가능 기업을 지원한다.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서는 유관기관 간 유기적 협조 속에 외국인 자본유출 등 위험요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변동성 완화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에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유도하고 부실예방을 위한 ‘금융안정계정’ 등 지원체계도 신설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업주의를 완화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와 같은 플랫폼 금융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등 디지털 신사업 추진의 장애물을 개선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활용 인프라를 구축하고, 검사·제재관행도 선진화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공시 및 상장심사를 강화하고, 분할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

대주주와 임원이 주식을 매도할 때는 처분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고,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과징금 및 증권거래 제한도 도입한다.

 

불법공매도 적발·처벌도 강화하고, 90일 이상 장기공매도 보고의무 부과 및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확대 등도 추진한다.

이밖에 대체거래소 설립,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추진, 민간 모험자본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paq@heraldcorp.com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원금 감면 전체의 3%" 빚 탕감 논란 튄 새출발기금 '말말말

 
 

 

'새출발기금'의 세부안이 이르면 내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빚 탕감', '도덕적 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이 거듭 진화에 나서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오는 9월 상환 유예가 끝나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대출에 대해 원금의 60~90%를 감면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설립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빚 상환이 어려운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와 부실 우려 차주(10일 이상 단기 연체자 등)의 채권을 사들여 채무조정을 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은행권 일각에서는 새출발기금이 과도한 원금 감면으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고, 시작도 하기 전에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성실상환자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었다.

새출발기금 설립이 은행권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만큼 은행권 입장에서는 원금 감면율이 높아지면 채권을 캠코에 넘길 때 손해로 이어질 것이란 계산도 섞여 있다.

때문에 은행권은 도덕적 해이 문제와 손실을 이유로 새출발기금 정비를 주장하고 있다.

빚투 청년 지원 불똥 튄 새출발기금



정부는 지난 7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취약계층의 부채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맞춤형 자금지원 41조2000억원,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8조5000억원, 새출발기금 30조원 등을 담은 '125조원+α' 규모의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청년특례 채무조정' 프로그램(제도)을 신설했는데, 가상자산 투자자 등 빚투(빚내서 투자)로 손실을 입은 경우까지 구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사실상 세금으로 빚을 탕감해 준다 등 논란이 촉발됐다.

이런 논란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으로도 옮겨 붙었다.

원금 감면율을 당초 발표한 정부안의 60~90%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

은행권은 이런 목소리가 업권에서 불거져 나오는 것에 대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사실이 아니라며 대응하고 있다.

은행권이 정부와 금융당국에 맞서는 모양새로 비춰지는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연합회는 10일 "은행권은 취약 차주 지원과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사업 추진 등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를 통해 은행연합회는 "올해 9월말 종료기한인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은행권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착륙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권 일부에서는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율을 놓고 여전히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정부 "원금 감면율 50%로 하라는 것은 채권자 관점"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율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구하고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진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10일 브리핑을 통해 새출발기금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전날 '안심전환대출 세부 추진 계획'을 브리핑 후 "새출발기금이 새출발을 하기도 전에 엄청난 관심과 염려가 있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데 한 말씀드리고 싶다"며 "새출발기금을 97%의 관점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우리나라 2000만명 차주 중 신용불량자는 70만명, 소상공인·자영업자 330만명 중 신용불량자는 10만명으로, 즉 3% 세상을 위한 정책이 새출발기금"이라고 강조했다.

원금 감면 대상이 전체 차주의 3% 수준에 불과한 만큼, 97%의 관점이 아닌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서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할 수 없이 빚을 내고 만기 연장으로 부실을 이연시킨 사람이 다시 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빚을 갚기 어렵거나 연체한 사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국장은 은행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원금 감면율에 대한 불만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권 국장은 "은행연합회에서 원금 감면율을 50%로 건의하겠다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신용회복제도를 통한 감면율이 최대 90%로 새출발기금과 동일하고, 신복위 제도는 은행들이 채무 감면을 부담하나 새출발기금은 은행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재정을 가지고 부담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율을 50%로 하라는 것은 채권자의 관점"이라고도 지적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박정훈

 

 

 

DJ부터 尹까지 5년마다 논란 되풀이… 정부 ‘빚 탕감’ 잔혹사

 

 


윤석열정부 채무 탕감 정책을 둘러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앞서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정권 출범 때마다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을 내놓고 곧바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

정부 금융 구제 잔혹사가 어떻게 되풀이돼왔는지 짚어봤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대중정부는 1997년 동아시아를 덮친 외환 위기 여파에서 기업 부실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배드 뱅크’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막대하게 쌓인 기업 빚을 줄이기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해 총 111조6000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

당시는 기아자동차 등 여러 대기업이 줄지어 파산하는 등 한국 경제 자체가 큰 위기에 봉착한 때라 정부 차원의 대규모 채무 조정안이 비교적 순탄히 시행됐다.

오히려 초기 10조1000억원에서 20조원, 33조6000억원으로 규모가 점차 확대됐다.

 

모럴 해저드보다는 “부실 채권 매입 가격이 타당하지 않다” “국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제 입찰을 해 국부를 유출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럴 해저드 논란이 본격화한 것은 노무현정부가 출범 첫해인 2003년 설립한 ‘한마음금융’ 때다. 당시는 신용카드 대란 직후라 개인 파산자가 1만명을 돌파하고 신용 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가계부채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당시 정부는 한마음금융을 통해 부채 중 원금을 50%, 이자까지 총 70% 탕감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성실 상환자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원금 감면 비율이 33%로 축소됐다.

한마음금융 운용사인 캠코가 금융사 부실 채권을 너무 싼 값(평균 장부가율 15%)에 사들인다는 비판도 일부 제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당선 시 신용 7~10등급 금융 소외자 720만명을 구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사 및 등록 대부업체 부채 8조원, 사채 등 미등록 업체 10조원이 조정 대상이었다.

 

캠코에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해 이 채권을 사들인 뒤 원금을 30~50% 탕감하고 금리 인하, 만기 연장 등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후 신용회복기금은 모럴 해저드 논란에 휩싸이며 지원 규모가 10분의 1(72만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임기(2008~2012년) 동안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실제로 지원받은 사람은 49만명에 그쳤다.

박근혜정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내놓은 정책 공약집 내 ‘국민 행복 10대 약속’ 1번이 채무 탕감을 골자로 한 가계 부담 덜기였다.

 

캠코에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부실 채권을 18조원어치 사들여 322만명의 빚을 조정해주겠다고 했다. 원금 50~70% 탕감, 저금리 장기 상환 대출 전환 등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2013년 정부 출범 이후 모럴 해저드와 재정 부실화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지원 대상은 33만명,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59만명이 진 6조2000억원 규모 빚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원금 일부 탕감 내용이 포함됐지만 1인당 1000만원 이하 소액,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해 모럴 해저드 논란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빚 탕감받는다 주위 시선 따갑지만… 이젠 희망의 빛 보여요

 

 

 

 

난 이렇게 회생, 극복하고 있다
유일한 삶의 끈 ‘채무조정제도’
개인회생, 원금 90%·이자 100% 감면
개인워크아웃은 최대 원금 70% 깎아줘


절차·장단점 달라… 상황 맞게 선택해야
‘빚 감면’ 논란은 여전
“투자, 개인 몫… 그에 따른 책임져야” 싸늘


일부는 제도 악용, 도덕적 해이 우려도
전문가 “지원 불가피, 사회적 공감 과제”

 

‘드디어 코인 대박.’

 



지난해 3월 프리랜서 강사 이승재(가명·32)씨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가상화폐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때였다.

이씨는 2017년 말 8000만원을 대출받아 시작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2018년 초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금지는 물론 거래소도 폐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폭락했다.

코인 투자자들이 이른바 ‘박상기의 난’이라 부르는 이때 이씨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

마이너스만 거듭하던 이씨에게도 지난해 초 가상화폐 시세가 상승장을 맞이하면서 원금 회복의 기회가 왔고, 이씨는 또다시 1500만원을 빌려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지만, 결과는 실패. 인생을 건 투자는 결국 총 9500만원의 빚만 남겼다.

이씨가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것은 올해 5월이다.

그동안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때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씨의 빚 중 상당 부분은 상각채권(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으로 간주됐다.

신복위 채무조정을 통해 이씨의 빚은 2500만원으로 줄었다.

 

이씨는 채권자들이 이 조정안에 동의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8년에 걸쳐 매달 20만원가량을 갚을 계획이다.

두 자녀를 키우는 대기업 회사원 박상현(가명·31)씨 역시 ‘빚투’에 나섰다가 1억5000만원의 빚을 졌다.

이 중 2금융권에서 빌린 돈만 5000만원이 넘는다.

원금을 모두 잃은 박씨는 매달 150만원 이상의 원리금을 내다가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고정적으로 매달 나가는 300만원가량의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던 중 개인회생 제도를 떠올렸다.

법원은 지난달 초 박씨의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전세대출을 합한 총 3억원의 채무가 2억원으로 줄었다.

박씨의 계획은 앞으로 5년간 매달 약 330만원을 상환하는 것이다.

 

 

 

 

 

 

 

 

 

 

 

 

 

 

◆개인워크아웃, 절차 단순하고 신속… 개인회생, 감면 폭 크고 강제성

‘능력껏 열심히 갚으면 나머지 빚은 탕감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이용한 제도는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이씨의 경우 신복위 개인워크아웃에 해당한다.

 

빚이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 갚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만기 연장과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 상환 조건을 변경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반면 박씨가 신청한 개인회생은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골자다.

개인워크아웃과 개인회생 사이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개인워크아웃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이고 총 채무액이 15억원 이하이며,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고 절차 또한 확정까지 2개월가량 걸리는 등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상환 기간도 10년 이내로 비교적 길다.

그러나 채무 감면 폭이 최대 원금의 70%로 개인회생에 비하면 작다.

무엇보다 법적인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채권자 과반수가 조정에 동의해야 성립된다.

신용회복지원협약에 가입된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 간의 돈거래나 사채 등은 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다.

반면 법원의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고 재산보다 채무가 많으며, 채무가 10억원 이하일 경우에 신청 가능하다. 원금은 최대 90%, 이자는 최대 100% 감면받을 수 있다.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으로 3∼5년간 법원에서 정한 변제금을 갚아야 한다.

감면 폭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채무액이 많을 때는 개인워크아웃보다 개인회생을 선호한다.

개인워크아웃과 달리 사채를 포함한 모든 채무가 조정 대상에 포함되고, 별도의 채권자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면책 범위가 넓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심사도 까다로운 편이다. 그만큼 인가를 받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2002년 ‘신용카드 대란’ 후폭풍으로 도입… ‘도덕적 해이’ 비판도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된 계기는 2002년 불거진 ‘카드 대란’이다.

김대중정부가 탈세 규제와 더불어 소비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신용카드 발급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카드사들의 과잉 경쟁까지 겹쳐 개인의 재정 상태를 따져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신용카드가 발급되면서 당시 수많은 이들이 빚의 늪에 빠졌다.

 

신용카드 대금을 다른 신용카드로 막는 ‘돌려막기’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다. 카드 대금을 갚지 못하면서 380만명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됐고, 가계부채는 260조원을 넘어섰다.

막다른 길에 몰린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줄을 이었다.

아예 빚 갚기를 포기하고 파산을 선택하는 이들도 폭증했다.

2000년 329건에 불과했던 개인파산 신청은 2002년 1335건, 2003년 3856건, 2004년 1만2317건, 2005년 3만8773건으로 늘어났다.

 

5년 만에 100배 이상 증가했다.

대금을 받지 못하자 카드회사까지 연쇄적으로 휘청거렸다.

 

업계 1위였던 LG카드가 매각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2002년 10월 개인워크아웃, 2004년 9월 개인회생 제도가 연이어 등장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금융기관의 부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채무자에게도 경제활동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주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취지에도 불구하고 채무조정 제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한 편이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33)씨는 “자의로 빚을 내 투자한 사람을 왜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만약 이들이 투자가 실패하지 않고 큰 수익을 얻었다면 자신들의 능력 덕분이라고 내세웠지 않았겠나”라면서 “결국 투자 또한 개인의 선택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빚 탕감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개인워크아웃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채무 상환을 소홀히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서울회생법원이 지난달 초부터 회생절차를 밟는 채무자가 갚을 돈을 산정할 때,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1000만원을 보유한 A씨가 1억원을 대출받아 가상화폐에 전부 투자한다.

 

이때, 가상화폐 가치가 100만원으로 폭락한다면 채권자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1억1000만원이 아닌 1100만원이 된다.

1억원은 투자 손실금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A씨가 1100만원 이상을 갚을 계획을 세우고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 나머지 빚은 탕감된다.

정부 또한 ‘빚투 탕감’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는 “투자 손실 등 애로가 큰 저신용 청년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신속채무조정 특례 제도를 신설하겠다”면서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지원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공감대 있어야”

전문가들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채무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문제를 가만히 놔뒀을 때 대한민국이 얼마나 무너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도덕적 해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멀쩡한 기업이 당장의 자금 부족으로 망하는 것을 구제금융을 통해 막듯, 젊은이들의 손해를 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쪽으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겠지만, 인생 시작 단계에서부터 먹구름이 낀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채무 탕감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무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이들 역시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박씨는 “마치 채무 전액을 탕감해주는 것처럼 뉴스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 같다”며 “신용도 다 포기하고 재산을 청산한다는 전제로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 무작정 감면받은 것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인회생 인가를 받기 전에는 일주일 정도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

이제는 그나마 살길이 보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투잡’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씨는 “5년간 근로소득으로 열심히 빚을 갚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씨 역시 최근 본업에 더해 심야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그는 “꾸준히 일하면서 허리를 졸라맨다면 1년 안에 완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시작할 때 이씨의 꿈은 고급 수입차를 사는 것이었다.

이제는 채무를 상환한 뒤, 돈을 모아 동네에 작은 학원을 차리는 것이 이씨의 간절한 꿈이다.

 

 

 

 

 

사회부 경찰팀=남정훈·권구성·백준무·이희진·장한서·조희연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빚 탕감' 논란의 본질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가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125조원 넘는 지원을 통해 빚에 허덕이는 청년,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구제하겠다는 건데 대출금 갚으며 어렵게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노를 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논란을 자처한 측면이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큰 사회적 혼란이 오기 전에 20~30대 빚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지원책이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재차 기자회견을 열어 원금 탕감이 아닌 이자 일부를 감면해주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30조원 규모로 출범 예정인 새출발 기금도 잡음을 낳았다.

 

원금의 60%에서 최대 90%에 이르는 빚을 탕감해 준다는 소식에 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만 바보냐는 얘기가 바로 나왔다.

일부러 돈 갚지 않고 탕감 받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탄식이 들린다.

 

김 위원장은 청년 빚투 지원과 새출발기금 논란 때마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국민 불신을 오해로 치부하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화만 더 돋울 뿐이다.
정책 취지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2년 넘게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자금난을 해결하려 은행, 저축은행, 대부업체를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청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시국에도 대학생은 학업에 매진하면서 취업을 준비했고, 직장인은 월세 내고 대출금 갚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청년 중 일부가 지금 집 사지 않으면, 주식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벼락거지' 된다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말에 쌈짓돈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부처 수장과 공무원은 국민이 제도를 잘 이해하도록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야 했다.

대통령에게 정책 보고하고, 보도자료 만들어 배포하고, 기자회견 연다고 끝이 아니다.

 

여러 번 설명해도 국민이 부족함을 느낀다면 정책의 의미와 기대효과, 개선 방향까지 소상히 알 수 있도록 조처해야 했다.

정부가 발표한 민생 대책의 후속 조치가 하나둘 실행을 앞두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환대출 등 구체적 일정과 대상이 잡혀가는 중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한 보도채널에 출연해 정책을 설명하고, 대통령 업무보고에 언론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