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판결, 한일 간 법치주의 한 단계 승격할 것"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日,징용판결 강경 대응 신속·본격화..고노 "다음 단계 준비"
고노 "100% 한국 책임..다음 단계 준비"
아베, '징용' 아닌 '한반도출신 노동자' 표현
각국 언론에 일본 입장 홍보..기업 설명회도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 정부 및 정계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강경 대응을 더욱
신속하게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의 악화 속도와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 외교부회 소속 의원들은 전날 외무성을 방문해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양국
협의나 중재의 절차를 조속히 개시할 것을 한국 측에 요구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에게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고노 외무상은 의원들에게 "(대법원판결은) 100%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한국이) 대응을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각국의 일본대사관을 통해 "배상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라는 일본 정부 입장의 정당성을 현지
미디어를 통해 발신할 것도 지시했다고 밝혔다.
자민당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진 국회의원도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회장은 판결이 이뤄진 지난달 30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전화해 "판결은 (일한) 양국간의 약속에 반하는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공'을 '한반도출신 노동자'로 칭하며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지난 9월 유엔총회 때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회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인했지만 한국 대법원 판결 등 (협력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한일간의 어려운 과제의 관리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의 노력도 필수적"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하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징용공'이 아닌 '한반도출신 노동자'로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 일본 정부가 "징용공이라 일괄적으로 말하면 당시 모든 (한반도)
사람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는 오해가 발생해 구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신문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조약에 따르면 강제노동은 금지하고 있지만 전쟁중 징용은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당시 징용은 국제법상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소송 기업을 대상으로 "배상금을 지불하거나 화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설명회도 열기 시작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부서와 협력해 (소송) 일본기업에 대한 설명을 열어 일관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외무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법무성 합동으로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설명회를 시작했으며 총 3회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관련 소송이 잇따라 사태 수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 한국
정부에 조속한 후속 조치 마련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몇달이나 기다릴 일이 아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후속 조치 마련에 시간을 끌 경우 일본 정부는 법적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현재 일본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검토하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의 경우, 전례가 없을뿐더러 한국 측이 응하지 않으면 실행하기 쉽지 않아 한국 측이 바로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한 장기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yuncho@newsis.com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지난달 30일 오후 도쿄 외무성에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1/01/b8f6f42d-8a1e-49e1-92f2-8fb4ecf94c0f.jpg)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지난달 30일 오후 도쿄 외무성에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판결이 영향 미쳐선 안 돼
양국 무역투자 얼어붙을 수도
일단 한국 정부 조치 지켜본 뒤
국제재판 포함, 의연히 대응할 것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노 외상은 일본 측의 대응 조치와 관련, “국제법 위반 상태를 즉시 시정할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다”며 “우선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및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문제에 대한 일·한, 일·한·미의 긴밀한 연계가 지금만큼 중요한 때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이러한 연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하게 요청
한다”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 질의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응답 :“양국 및 국민들 간의 재산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며,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안겨 줄 뿐 아니라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해 온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간부터 뒤엎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이다.
이번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 질의 :대법원은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응답 :“협정 체결 때 한국 측이 일본 측에 제시한 대일청구요강(소위 8개 항목)의 제5항에는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를 청구한다’고 돼 있다.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합의 의사록엔 ‘한국의 대일청구요강 범위에 속하는 모든 청구가 포함돼 있고, 따라서 대일청구요강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됨을 확인했다’고 규정돼 있다.”
![31일 일본 도쿄에서 발행되는 6개 주요 일간지 1면에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 소식이 보도됐다. [서승욱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1/01/5ecc6129-d73d-4ab4-80d0-324a653b7a15.jpg)
31일 일본 도쿄에서 발행되는 6개 주요 일간지 1면에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 소식이 보도됐다.
[서승욱 기자]
- 질의 :징용 피해자(원고 측)는 일본 정부도 한때 ‘65년 협정이 개인의 권리까지 소멸시킨 건 아니다’는 견해였다고 주장하는데.
응답 :“한국 정부는 2005년 8월 ‘무상 자금 협력으로 받은 3억 달러엔 강제 동원 피해의 보상을 위한 자금도 포함돼
있으며, 한국 정부는 수령한 무상 자금 가운데 상당 금액을 강제 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해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취지를 공표했다.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이번 재판의 원고 측 구(舊) 한반도 출신 노동자 4명은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에 따른 ‘징용’이 아니라 ‘모집’에 응해 일본에 입항된 것으로 안다.”
- 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독도 문제보다 일본 내 반발이 더 거센 이유는 당장 일본 기업에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
- 하기 때문인가.
응답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안겨 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미래지향적으로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토대가 훼손되는 중대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 질의 :한국 정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요구하나.
응답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지는 한국 정부가 가장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 질의 :향후 한국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인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거론됐다.
응답 :“우선은 한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응을 강구할지 지켜볼 생각이다. 적절한 조치가 즉시 강구되지 않을
경우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라도 국제 재판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두고 의연한 대응을 강구할 생각이다.”
질의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배상금을 내는 대신 경제협력금을 받은 한국 기업과 한국 정부, 일본 기업과 정부 등 4자가 함께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이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응답 :“일본 정부로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 질의 :위안부 피해자 화해치유재단이 곧 해산할 것으로 보이는데.
응답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을 바탕으로 전 위안부 분들에 대한 사업을 추진했고, 합의 시점에 생존해 계셨던 전 위안부 47명 중 36명이 사업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양국 정부가 협력해 추진해온 재단의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서는 많은 한국 분들이 정확하게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 질의 :한국이 10억 엔을 반환하겠다고 하면.
응답 :“문재인 대통령은 ‘합의를 파기하지 않겠다,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이 10억 엔을 일본에 반환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질의 :양국 관계 경색을 탈피하기 위해 양국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응답 :“양국은 일의대수(一衣帶水·냇물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이웃)의 이웃나라이자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의 양호한 관계를 바라는 많은 일본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다. 또한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한국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http://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8110110050291434_1541034301.jpg)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日정부, '강제징용 판결' 기업 영향·대책 검토…"배상 거부 지침줄 듯"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자국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자국 기업들에 조만간 배상을 거부하라고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배상금 지불과 화해 요구에 응하지 않도록 지침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일본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배상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것이 된다.
해당 기업 대상 설명회는 일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법무성 등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일본 정부가 참가 기업에 입장을 전달하게 되면 기업들은 정부 대책에 따라 유사한 대응을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
(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1억원 배상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신일철주금은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한일 양국 및 국민 간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1965년 한일청구권ㆍ경제협력협정, 그리고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와도 반한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과 비슷한 소송을 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과 관계부처는 일본 기업들의 자세한 상황 파악을 위해 청취조사를 시작했다.
일본 외무성 등은 자국 기업에 이번 판결 내용을 설명하고 기업별 피소 내용도 파악 중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기업 관계자들은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늘어나면 한국과의 무역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이에 따라 외무성 등은 자국 기업들의 요청사항을 들으며 이들 기업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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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운데)와
유가족들이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
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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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자 일본 주요 신문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노의 분노, 야노의 환호… 징용 판결 두 개의 목소리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우호관계의 기반이 돼 온 법적 근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30일 오후 4시 일본 외무성 내 접견실. 굳은 표정을 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에게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화난 표정으로 항의하고 있었다.
이춘식 씨 등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의 원심 확정 판결이 난 뒤 1시간 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노 외상은 이 대사에게 악수도 건네지 않았고 모두발언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작정한 듯했다. 15분간의 면담이
끝난 후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온갖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ICJ 제소’를 일본 정부 고위 관료가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사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 모습 그대로였다.
같은 시간 외무성 맞은편의 도쿄지방재판소 내 ‘사법기자클럽’에서는 환호의 소리가 들렸다.
‘강제 징용 피해자의 대부’라고 불리는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조선인 강제노동피해자 보상입법을 위한 일한공동행동’ 사무국장, 오구치 아키히코(大口昭彦) 강제 징용 피해자 측 법무 대리인 및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4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70년 넘는 시간 동안 가슴에 한을 담고 살아온 피해자들의 응어리를 풀어준 판결”이라며 “한국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강제 징용 피해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지 20년도 넘은 이들 중에는 소감문을 읽으면서 눈가에 눈물이 고인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잃었던 인권을 회복하는 데 의의가 있을 뿐이지, 한일 간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하는 등 (강경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한일 관계를 떠나 일본에조차 무슨 도움이 될까요.”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은 31일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한국과의 협업 등이 필요한 일본 정부로서는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노 외상은 외무성에 ‘일한 청구권 관련 문제 대책실’을 만드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일 간의 갈등 조정은 둘째 치고, 야노 사무국장과 고노 외상 간 이견이 해소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故) 여운택(왼쪽 두번째부터) 씨와 고 신천수 씨가
지난 1998년 6월 30일 신일철주금(당시 신일본제철) 오사카 지사 앞에서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과 관련해 국제재판 제소 등 모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전망이 나왔다.
2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방침이지만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일청
구권 협정에 근거해 해결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협정에선 분쟁 발생 시 우선 협의하고, 해결되지 못할 경우 ‘중재’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
아사히는 그러나 한 외무성 간부가 “한일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협의나 중재가 열린 전례가 없다”며 “(이를 위해선) 한국 측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측이 이전부터 거론해 온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위해서는 한국이 동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사히는 “한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역시 이날 “지금까지 일본이 ICJ에 제소해 실제로 재판이 열린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한 외무성 간부는 한국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차원에서 일본이 제소를 거론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는 국제재판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한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을 거론한 뒤 “고통을 동반하는 대항 조치만이 문재인 정부를 움직일 것”이라는 한일외교 소식통을 인용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같은날 자민당 외교 부회(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다”며 “당연히 다음 단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 내에선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강제징용 피해자뿐 아니라 한국인 군인·군속 문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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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들의 강제동원 사죄배상 촉구하는 피해자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0/30/4a609cc9-57d5-4a98-9209-b120ab4af832.jpg)
일본기업들의 강제동원 사죄배상 촉구하는 피해자들
[연합뉴스]
징용 판결과 국민감정, 국익의 괴리
前 駐싱가포르 대사 駐일본 공사
올해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을 다짐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이후의 양국 관계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정체돼 왔다.
이는 일본의 보수화 및 이에 따른 역사 인식의 수정과 함께 과거사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한 피로감이
악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뜩이나 2015년 위안부 문제 합의의 이행을 놓고 긴장됐던 한·일 관계가 지난 10월 30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큰 파도를 마주하게 됐다.
격동의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일본과의 협력이 실종될 외교적 시련에 직면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다수 의견으로 이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지난 53년 동안 우리 정부가 취해 왔던,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1965년의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것으로, 향후 식민지배 하에서 우리 국민이 입은 다양하고 무수한 피해에 대한 유사한 배상청구가 쇄도할 가능성에 문을 크게 연 셈이다.
이는 한·일 관계의 핵심적 법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일본과의 관계를 크게 악화시킴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약속을 일방적으로 뒤집는 나라라는 불신을 살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 우려된다.
국교 정상화를 위한 장기간의 한·일 회담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언급을 유보하고 ‘과거의 조약이 이미 무효화’됐다는 표현으로 정치적인 절충을 했다.
청구권의 지불 명목 및 액수도 마찬가지다.
지금에 와서 그러한 경위를 도외시하고 협정을 문안만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또한 판결은, 인정된 청구권이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이 아닌 위자료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징용 문제가 대일
청구 8개 항에 적시된 사실을 우회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제적 합의나 그 해석의 중대한 변경은 국내 절차만으로 끝날 수 없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를 비롯한 행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그간의 입장을 안일하게 바꿔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구권협정 제3조에 규정된 중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재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방안을 검토해 국제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동정과 우리 정부의 미진했던 배상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일본의 과거사 처리에 대한 국민 감정은 공감하나, 이제는 더 큰 국가이익을 시야에 두고 이 문제들이 국내적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사법부가 외교 문제에서 행정부와 배치되는 입장을 내지 않도록 자제하는 ‘한목소리 원칙’을 택하고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외교 사안이 쟁송의 대상이 될 경우 법원이 외교 당국의 의견을 듣도록 제도화돼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외교부는 이러한 판결이 초래할 외교적 파장에 대한 의견을 대법원에 제시하려는 노력을 한 일로 인해 ‘재판 거래’라는 오명으로 수사를 받고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이번 외교적 후폭풍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좀 더 선진화된 제도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 신문들이 31일 1면 톱뉴스로 징용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한국의 대법원
판결 소식을 실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뉴시스】배훈식 기자 =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자리를
권하고 있다.
2018.08.02. dahora83@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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