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마주하는 '승부사 vs 승부사'..최종 결단만 남았다
김정은 트럼프 단독 회담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8개월만에 마주하는 '승부사 vs 승부사'..최종 결단만 남았다
스몰딜과 빅딜 사이 '중간 딜' 이상 합의 주목..
'영변 핵시설 폐기 및 +α'와 제재완화 절충안 마련 관건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 성과도 관심..
하노이 담판결과, 비핵화-평화 프로세스 항방 좌우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주사위는 던져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첫 단독 회담과 친교 만찬을 시작으로 1박2일 '하노이 핵(核) 담판'의 막을 올린다.
역사상 첫 북미 정상의 대좌로, '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8개월 만에 역사적 재회의 무대가 열린 것이다.
과거 미국과의 적대국에서 동반자 관계로 탈바꿈해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룬 베트남을 배경으로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정상이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통 큰' 빅 딜을 성사시켜 내느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초 '핵 단추 설전'으로 전쟁 위기 직전까지 치닫다 정상회담을 통한 극적 대반전을 이룬 뒤 '남다른 케미'를 이어온 두 사람이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 '톱다운 담판'을 성공시키며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 가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이번 2차 핵 담판의 최대 과제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각 항목의 정신을 구체적 이행 로드맵으로 옮겨내는 '하노이 선언'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주요 의제
(CG) [연합뉴스TV 제공]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베트남 현지시간 이날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부터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 폴 하노이 호텔에서 일대일 단독 회담과 친교 만찬(social dinner) 순으로 약 2시간에 걸쳐 첫 회담을 하는 것으로
2차 핵 담판의 문을 연다.
이미 지난 21일부터 닷새 동안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 사이에 진행돼온 '의제'
실무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양측의 이견이 모두 해소되지 않은 '불완전 연소' 상태로, 최고위층 사이의 '정치적 결단' 만을 앞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날 저녁 두 정상의 첫 단독회담과 만찬은 핵담판 전체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이를 토대로 28일에도 몇 차례의 회담을 이어가며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 간 주고받기를 위한 '톱다운 담판'을 마무리하게 된다.
두 정상은 모든 회담 일정이 끝나면 그 결과물이 담긴 '하노이 선언'에 대한 서명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을 가졌던 지난해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두 정상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파격'이 연출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회담의 성패는 미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각각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면에서 얼마 만큼의 성과를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미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함께 '플러스알파'(+α) 의 최대치를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고, 김 위원장 입장에선 북한이 그동안 최우선 상응 조치로 줄기차게 요구해온 제재완화 문제에 있어 미국의 빗장을 풀어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 및 +α'와 제재완화 요구 사이에서 양측이 어떤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하면서 '윈윈'의 결과를 내느냐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제재완화를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제재완화를 위해서는 영변 카드만으로는 안되고 보다 진전된 조치를 담은 '+α'가 있어야 한다고 맞서온 만큼 이번 핵 담판에서 그 간극을 메워내느냐가 핵심이다. 이와 관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협 부분을 고리로 한 일부 제재완화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와 가진 좌담회와 이어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영변을 영구 폐기한다면 (부분적 제재완화는) 주고도 남는다.
불가역적 단계로 가는 첫 스텝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에 대한 제재 면제를 위해 유엔에서 새 결의안을 마련하는 방식을 꼽았다.
미국은 영변 핵 폐기에 더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또는 해외 반출, 영변 외
플라토늄·우라늄 시설 폐기, '포괄적 핵신고'의 시한 설정, 사찰·검증의 구체적 범위 및 일정 마련, 이를 아우르는 전체 로드맵 작성 등을 원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이번 회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
김혁철-비건 하노이서 실무협상
(CG) [연합뉴스TV 제공]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는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가 양측간에 어느 정도 진전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논의, 대북 투자, 제재완화 등이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북미가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남북경협을 위한 일부 제재 완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한국전쟁 종료를 상징적으로 아리는 평화선언 체결, 유해 추가 송환 등에 잠정 합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
하기도 했다.
다만 영변 핵시설의 핵 연료 생산 종료를 위한 구체적 세부사항이나 시간표는 마련되지 않았으며, 실무그룹에서 추가 협상을 통해 세부내용을 정하기로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지난 6∼8일 '평양 담판'에
21일부터 하노이 현지에서 실무라인을 가동하며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 조합에 대한 막판 조율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하노이 선언'에 최종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결국 직접 담판을 통한 두 정상의 결단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단독회담→확대 회담→오찬' 순으로 당일치기로 이뤄졌던 지난해 1차 회담 때와 달리 이번에는 1박 2일로 회담 일정이 길어진 데다 두 정상이 최소 5차례 이상
만나 보다 허심탄회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번 회담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지만, 이번 핵 담판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회의론도 미 조야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서두를 게 없다", "급한 시간표는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거듭 재확인하며 "(핵·미사일) 실험만
없으면 행복하다"라고 언급, 회담에 기대치를 한층 낮춰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하며 추가 회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공식화하는 한편'단계적
비핵화' 쪽으로의 선회 방침을 시사하고, 최근 미 정부 고위당국자도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언급하면서 이번 회담이 비핵화의 '입구'에 해당하는 '동결' 정도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미 조야 등에서 나오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 (하노이[베트남]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yna.co.kr
이번 핵담판이 영변 핵시설 동결 정도와 연락사무소 개소 등 초기단계 조치를 담는 정도에 그치는 '스몰딜'로 끝날 것
이냐 아니면 영변 밖 핵시설에 대해 신고·검증·폐기, 포괄적 핵신고·검증 관련 약속,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를 포함하는 '비핵화의 개념 정의', 대북제재 완화 등의 난제들을 두루 풀어내는 '빅딜'로 귀결될 것이냐는 결국 두 정상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현지 외교가의 분위기로는 최소 '중간 딜' 이상의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몰딜과 빅딜, 그리고 그 중간 지점의 '중간 딜'을 판정하는 기준점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함께 북한이 이미 약속한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대한 외부 전문가가 참가하는 사찰·검증, 로드맵 이행을 위한 실무그룹 구성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중간 딜' 이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핵폐기 로드맵과 핵신고까지 일거에 얻어내는 '빅딜'에는 못미치지만 '핵 동결' 수준에 그치는 '스몰딜'에 비해 의미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 이외에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진전된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6자회담 틀내의 평화체제 논의 방식을 차용다자간 평화체제 협의체 구성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미 정상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썼으나 그 이후 제재완화 등을 둘러싼 북미간 힘겨루기로 교착 관계가 이어지면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구체적 진전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북미 간 교착국면은 두 정상의 친서 외교 등을 통해 지난 연말부터 다시 급격히 풀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2차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노이 담판의 결과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향배를 좌우하는 동시에 두 정상의 정치적 운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의 전통적 외교문법과는 다른 예측불허의 스타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정상이 하노이에서 70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울지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고 있다.
(노동신문) 2019.2.27/뉴스1
'최고존엄 일정은 극비' 옛말 되나..과감해진 北 김정은 보도
일까지 베트남 방문 예고 "내부 장악 자신감"
[북미회담] "정상국가 면모..대외 메시지 성격"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일정과 동선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신속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월27일부터 28일까지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제이 트럼프와 상봉하시고 3월1일부터 2일까지 윁남(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 방문한다"고 27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사흘 뒤 일정까지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경호를 위해 최고지도자의 일정과 동선은 비밀에 부쳐왔다.
경제시찰 등 국내 활동을 할 때도 이튿날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보도하는 방식을 취한 것에 미뤄볼 때 이날 보도는 파격적이다.
이날 매체 보도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3일 베트남으로 출발한 김 위원장이 최소 3월 2일까지 일주일 넘게 평양을 비울 예정이라고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를 매우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오랜 시간
북한을 비워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과시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 동선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신속하고 풍부해진 것도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출발한 사실을 24일 이른 오전 전한 데 이어 26일 도착 소식도 이튿날 곧바로 전했다.
노동신문은 26일 김 위원장이 베트남 동당역을 거쳐 하노이에 도착한 것, 멜리아 호텔에서 실무대표단에게 북미정상
회담 관련 보고를 받은 것, 저녁쯤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을 격려방문한 소식을 27일 18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보도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내적으로 주민들에게 빨리 알려서 최대한 선전효과를 내려는 뜻도
있겠지만 대외적인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일정을 공개한 것처럼 외국 정상들은 통상
중요 외교 일정을 공개한다.
북한도 정상국가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이 지난 26일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호텔로
향하는 모습을 27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9.2.27/뉴스1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첫 외국방문이었던 지난해 3월 1차 북중정상회담의 경우, 28일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북한
지역으로 귀환한 후에야 북중 양국이 방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전까진 '북한 고위급 인사 내지는 김정은 방문 가능성'으로 보도됐다.
지난해 5월 2차 방중 역시 발표가 아니라 '방중설(說)'로 시작됐다.
북중 언론은 8일 김 위원장이 탄 전용기가 다롄 공항에서 이륙한 후에야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부터 이러한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북한 매체는 지난해 5월26일 남북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6월12일 열린다고 예고했다.
북한 매체들은 6월10일 김 위원장이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 도착, 싱가포르 수상과 만난 사실을 11일 보도했다.
특히 12일엔 김 위원장이 전날 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을 '야간 시찰'한 소식을 신속하게 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6월19~20일 3차 방중 땐 김 위원장이 중국에 도착하자 중국 관영 매체가 곧바로 방중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도 20일 첫날 회담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방중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종전에는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 평양 귀환 후 사후보도를 했는데 이번에 중국 방문 중에 보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1월 4차 방중 땐 아예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북중 양국이 방중 소식을 타전했다.
당시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북중 접경지대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7일 밤부터 나왔고, 북한
관영 매체들은 8일 오전 일제히 김 위원장이 7~10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도 비슷한 시각 김 위원장 방문을 발표했다.
김일기 실장은 "북한이 앞으로도 큰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사전에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뒤 주베트남북한대사관을 찾아
대사관 관계자 및 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9.2.27/뉴스1
dhk@news1.kr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 영접에 나선 보 반 트엉 당 중앙선전위원회
위원장. 베트남 공산당 권력서열 13위 인물이다.
탄닌 캡처
똑같이 대한 것 같지만.. 베트남, 김정은에 더 신경썼다
27일 베트남 하노이 외교가에서 전날 북미 정상을 맞이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내보낸 영접위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두 영접위원의 정치적 중량감이 비슷하기 때문에 베트남이 북한과 미국을 차별 없이 환영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두 인물이 상징하는 정치적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착한 동당역에는 보 반 트엉 공산당 중앙선전위원회 위원장이 영접에 나섰다.
당 중앙위원회 중에서도 핵심인 17인의 정치국원 중 하나로, 공산당 권력서열로는 13위 인물이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에는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당 인물이다.
김 위원장 영접 행사에는 같은 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한 마이 띠엔 중 총리실 장관도 함께 했다.
결과적으로 베트남이 북한을 우대한 모양새가 됐는데, 이는 베트남이 김 위원장을 특정 국가의 지도자라는 신분 대신 베트남 공산당과 교류하는 북한 노동당 최고인사로 대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생인 트엉 위원장은 최연소 정치국 위원으로, 차세대 지도자로도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이다.
26일 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으로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접에
나선 마이 띠엔 중 총리실 장관.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지만 권력 핵심인 정치국원은 아니다.
탄닌 캡처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한 노이바이 국제공항에는 마이 띠엔 중 총리실 장관이 영접에 나섰다.
역시 200명으로 구성된 공산당중앙위원회 위원이지만, 베트남 권력 핵심 그룹인 정치국에는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행정 수반으로 볼 수 있는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의 응우옌 쑤언 푹 총리의 오른팔에 해당하는 총리실 장관
이라는 점에서 보면 상당한 고위직이다.
이한우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고위직 인사들이 당과 국가 직책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아 의전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만 북한과 미국에 사실상 동급의 의전을 제공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베트남이 미국과 북한을 동등한 국가로 대우하면서도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는 보다 깊은 우호감을 표시한 의전”이라고 분석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mailto:msj@hankookilbo.com)
사이 좋은 북미는 악몽..안절부절 일본의 미국 바라기
- 안절부절 일본,“트럼프 대통령 외교적 성과 내기 위해 많은 양보하는 것 아닌가?”
- 북한과 일대일 협상하기 쉽지 않다 생각하는 일본
- 북미 관계 극적 진전으로 대북 협상력 약화 우려해
이 정도면 안절부절이라는 표현이 맞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경우 모든 스텝이 꼬인다고
생각하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 문제로 어려운 국면에 맞닥뜨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오늘 NHK의 오전 보도다.
또 어제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분간 북한에 인도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북한 지원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를 할 보증이 없다면 바로 경제 협력과 인도 지원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다.
북미 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한 일부 경제 제재 완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일본은 고노 외무상이 나서 "완전한 비핵화 실행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이를 지켜보는 수준을 넘어서 재를 뿌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왜일까? 몇가지 이유를
꼽아볼 수 있다.
첫째, 일본 국내적으로 폭발력이 큰 납치 문제가 최우선 해결 과제이지만 북한과 이미 상당 부분 신뢰 관계가 깨진 상태(북한은 이미 일본에 모든 관련 정보를 알리고, 관련자 유골 또한 보냈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지속적으로 이를 믿을 수 없다며 북한을 비난해 왔다.
북한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납치자 정보도 전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에서 미국이 북한과 합의를 이룰 경우 이 문제에 진전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둘째, 북미 관계 개선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유화 모드가 조성돼 밀리듯 북한과의 양자 회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경우 납치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결국 경제 분야 등 북한에 상대적으로 많은 양보를 해야하는 현실적 계산.
셋째, 북한과의 협상 등에 지렛대 역할을 해줘야 할 한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상태에서, 강제 징용 등 과거사 문제까지 불거진 시점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경우 북한이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일본의 협상력이
약해질 것에 대한 걱정 등이다.
특히 북한이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사에 대한 상당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면 그동안 한국에 취했던 강경 자세가
발목을 잡아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지금은 일본이 북한과 일대일로 협상장에 앉기에 그리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1차 싱가포르 북미 회담 당시 마지막까지 제재를 외치다 북한과 미국이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자, 그때서야
총리실 정보 라인 등을 동원해 북한 측과 몽골 등에서 수차례 접촉을 갖고 사전 정지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아베 총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납치 문제 등을 담판 짓고 싶다는 이야기를 국민들이 보란 듯(?) 해왔다.
하지만 북한과의 물밑 접촉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에 대한 북한의 요구가 상당하고 자세 또한 강경
하다는 것만 알게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진전과 함께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조치가 일부라도 내려질
경우 일본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게된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까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향후
북한과의 일본인 납치 문제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나마 일본이 북한과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내세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책이 한국과의 경협 등으로 북한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 납치자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4월 지방 통일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로서는 국내적으로 큰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외교 정책이 전적으로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상 미국이 정하면 간다는 수준이다.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상 추천서까지 써 줄 정도의 대미 친화력(?)을 가진 아베 총리라면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에 거스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욱더 미국에 매달려 북한과 쉽사리 합의해서는 안된다고
외쳐대고 있는 일본이지만...
과연 일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베 총리가 어떤 말로 그 결과를 평가할지, 제재 완화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던 일본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하노이 정상 회담 후 일본의 대북 행보가 주목된다.
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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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세기의 담판', 외신들 뜨거운 취재 열기
낮은 수준 합의 가능성"·"예상 외 성과" 엇갈리는 전망
하노이 프레스센터 등록 외신 기자 2600명
“전통적이지 않은 트럼프식 대북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 <르몽드>
“노련해진 김정은, 북한의 핵 포기 어려울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27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들이 지난해 첫 정상회담
처럼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27일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양국 정상의 행보와 베트남 현지 분위기, 회담 결과를 전망하는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회담 당사국인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회의적인 반응이
많은 편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애초 확실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란 계획보다 더 낮은 수준의 합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중국, 미국 정상과 회담을 거치며 협상 기술이 더 노련해졌다.
그는 자신이 정상회담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김 위원장이 존중과 보호를 받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핵을 포기하거나 실험을 중단하는 수준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며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전통적이진 않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봤다.
전 세계 취재진이 27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의 하노이 도착 소식과 정상회담을 앞둔 베트남 현지 분위기를 전하면서, 백악관 발표를 인용해 “두 정상이 다시 만나 적대 행위를 끝내고 비핵화 관련 선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미국과 북한이 핵 위기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는 북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관념이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핵 위협에서 미국을 구출한 첫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며 북한과 미국이 모두 양보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베트남에 모인 전 세계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김 위원장 숙소인 멜리아호텔 앞은 27일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외신들은 양국 정상 숙소와 예상 이동 동선에 파견돼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
베트남 외무부는 북-미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국제미디어센터에 40개국 200개 언론사 기자 2600여명이 등록
했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하노이/노지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