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합격률 뚝뚝… 지역 로스쿨 생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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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합격률 뚝뚝… 지역 로스쿨 생존 위기
로스쿨 제도 도입된 지 10년
작년 지역大 변호사시험 합격률
부산대 41.7%, 동아대 30.2%
영남대 빼곤 다 전국 평균 이하
대한변협 ‘로스쿨 통폐합’ 주장
고시학원화… 설립 취지 무색
지역 로스쿨이 위기다.
지난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래 만 10년이 지나는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로스쿨과 지역 로스쿨 간의 실력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 등 일부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로스쿨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범 10년 만에 지역 로스쿨이 존폐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의 합격률은 49.4%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제외한 11개 지역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은 이처럼 저조한 ‘전국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로스쿨 중 지난해 변시 합격률이 ‘전국 평균’ 이상을 기록한 곳은 영남대 로스쿨(59.8%)뿐이었다. 심지어 합격률이 30% 미만인 로스쿨도 적지 않았다. 부산대는 41.7%, 동아대는 30.2%의 합격률을 보였다.
더구나 지난해 변시 합격률은 역대 최저이다.
2002년 치러진 제1회 변시 합격률은 87.2%였다.
4명 중 3명 이상이 합격하던 것이, 이젠 절반도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 된 것이다. 변시를 거듭할수록 과거 변시에 낙방한 재수생, 삼수생들의 재도전이 누적되면서 응시자가 증가한 탓이다. 로스쿨 학계는 올 1월에 치러진 제8회 변시 합격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8회 변시 결과는 4월께 발표된다.
낮아진 합격률만큼 학생들의 부담은 커졌고, 언젠가부터 로스쿨은 변시를 준비하는 ‘고시학원’이 되어가고 있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다방면에 특화된 변호사를 양성하고 자격을 부여하겠다며 출범한
로스쿨의 설립 취지를 무색게 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8일 청와대 앞에선 전국 로스쿨 학생 1000여 명이 모여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시 합격률은 상향시키되 합격자 수는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이 시작됐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로스쿨 통폐합으로 이어졌다.
그 화살은 다시 지역 로스쿨로 향한다.
변호사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대한변협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로스쿨을 대상으로 한 통폐합’을 주장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로스쿨이란 주로 지역의 로스쿨이다.
결국 지역 로스쿨의 입장에선 벼랑 끝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에 대해 부산대 로스쿨 이정표 원장은 “로스쿨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점이다.
합격률이 계속 떨어질 것이 뻔한 데도 그것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제도를 만든 것이 문제”라면서 “지역의 로스쿨은
그것에 더해 열악한 인재풀, 정보의 부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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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때문에 빚만 얻은 청년들
가난해도 '로스쿨에서' 꿈 이루게 한다더니
"누가 특별전형으로 로스쿨에 간다면 말리겠습니다!
희망고문만 당할 테니까요!"
경제적 약자여서 비교적 낮은 경쟁률 속에서 로스쿨에 입학했고 등록금도 전액 지원받았던, 일견 로스쿨 제도의 혜택을 많이 입은 듯 보이는 A씨의 말치고 이상하다.
그는, 지금 로스쿨의 사회적 약자들은 정작 변호사가 될 수 없어서라고, 그저 엄청난 빚만 떠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돌리고 싶다. 로스쿨에 온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A씨는 서울권 로스쿨에 2기로 입학했다.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입학한 그였다.
그런데 가정형편상 몇 년간의 휴학 후 복학하니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들이 사교육에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반토막을 향하는 탓이었다.
그는 값비싼 강의들을 들을 형편이 안됐다.
등록금 부담은 없어도 기숙사비, 교재비, 교통비, 식비 등이 드니 방학이면 일을 해야 해 공부에만 전념할 수도 없었다.
사교육비를 아끼고 방학이면 경제활동을 했어도 대출금은 쌓여갔다.
빚이 늘수록 마음도 무거워갔지만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면 차근히 갚아갈 수 있단 희망으로 버텼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주변에서 얻은 해 지난 교재와 강의파일로 공부하며 변경된 판례나 시험경향을 분석한 예상문제 등에 대한 정보 없이 그저 열심히만 공부한 탓일까, 그는 '초시'에서 실패했다.
졸업 뒤의 상황은 보다 나빴다. 아프신 부모님을 뒤로하고 맘 편히 신림동 고시생이 될 수는 없었다.
낮에는 일하고 늦은 밤이면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공부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도 등록금 면제 등 혜택을 받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법시험체제에서도 등록금은 필요 없습니다.
저에게 로스쿨은 딱 사법시험체제였습니다.
사법시험체제에서 저는 변호사의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일을 멈추고 대출 받아 학원비 등을 투자해 변호사가 된 뒤 그 빚을 갚아볼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건 도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로스쿨이 생겼고 로스쿨은 저와 같은 사람을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시켜준다고 했습니다.
도박이 아닌 도전이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도 도박이더군요.
사법시험체제와 달리 로스쿨은 '기회'만 주는 게 아니라 '교육'도 주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로스쿨에서 교수님 수업에 늘 충실했지만 그것만으로 안되는 게 지금의 변시더군요.
막대한 사교육비가 필요하단 것을, 과거 사법시험처럼 소수의 시험고수만이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로스쿨 교육만 믿고 입학한 것.
그것이 저만의 잘못인가요?
고시인데 고시가 아니라고 꾀어 들어서게 해놓고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다고, 우리는 교육으로 법조인을 양성
한다고 생색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제발 저는 로스쿨이 특별전형자들을 그만 선발했으면 합니다.
이건 희망고문이니까요!"
특별전형자들이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A씨의 말은 사실일까? 지난 1월 29일 기자는
박상기 법무장관실로 로스쿨 특별전형 입학자들의 제7회 변호사시험에서의 합격률을 문의했다.
당시 법무부는 "특별전형 입학자의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당사자 개인의 동의 없이는 수집이 곤란
하므로, 법무부에서는 해당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지 않아 특별전형 입학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알 수 없다"고
했다(관련기사: 로스쿨생은 왜 '고시생'이 되었나 http://omn.kr/1hlqm).
하지만 제5회 변시부터 법무부가 이들의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최근 변시 합격률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로스쿨에 입학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이를 은폐하기 위함이란 비판이
있다.
실제 2015년 4월 법무부는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의 법조인 다수 배출, 총 75명'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적 여건 등이 열악한 계층에서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입학생 75명이 제4회 변시에 합격하였음(제1회부터 제4회까지
총 315명), 제1회 82명, 제2회 75명, 제3회 83명 합격'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나, 제5회 변시 이후로는 특별전형 입학생의 변시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로스쿨은 '청년실업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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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KBS
B씨는 지난 1월 마지막 변시를 치렀다.(기자주- 5년5회만 변시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변시 공부만 한 B씨는 변변한 토익점수 하나 갖추지 못했다.
"요즘 기업들이 블라인드 전형을 한다지만, 사실상 지원서를 작성하다보면 나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로스쿨이 만들어낸 '청년실업의 사각지대'는 이른바 '정부의 취준생 지원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졸업년도부터 4년이 지나면 평생 다시는 변시를 볼 수 없어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C씨가 남긴 말은 의미심장하다.
"금수저니까 너희까지 돌아볼 수는 없다고요?
▲ 등록금 및 기타 변시 공부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자 몇 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B씨는 지난 1월 마지막 변시를 치를 때까지 매달 이자 및 원금을 갚아나가며 대출금 상환 부담 속에서 공부해야 했다. 이번에도 불합격하면 어디든 취업해서 대출금부터 갚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B씨와 같은 로스쿨 젊은이들은 '청년실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해야 하는 건 아니라더니...
"토머스 제퍼슨은 행복추구권이란 말을 어떻게 생각해내서 독립선언문에 집어넣었을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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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을 추구할 권리’만 보장하고 ‘행복할 권리’에는 무심한 각자도생의 원리는
현재의 변호사 양성시스템에서도 작동 중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있어 ‘변호사를
추구할 권리’는 보장되어도 ‘변호사가 될 권리’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 박은선
영화 '행복을 찾아서' 속 주인공 크리스의 독백이다.
당장 잠잘 곳도 없는 그는, 다섯 살 아들을 화장실 바닥에 잔뜩 휴지를 깔고 눕혀 재우며 밤새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흘린 눈물만큼 노력한다.
낮에는 세일즈를 하고 밤이면 노숙자 쉼터에서 아이를 재워놓고 달빛에 의지해 공부하며 행복을 찾고 또 찾는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주식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거다. 그 감동은 이 영화의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엔딩 크레딧으로 한층 더해진다.
처절하도록 비참했던 가난한 흑인의 성공 스토리는 우리에게 말한다.
누구든 열심히 행복을 추구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니 힘을 내라고. 그 메시지는 영화 제목에도 담긴다.
포스터에 쓰인 영화 원제 'the pursuit of happiness'를 보면 'happi만 빨간 글씨로 강조돼 있다.
감독은 영화 속 크리스의 절규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벽에 자꾸만 'happyness'란 낙서가 있자 크리스는 지우고 지우며 소리친다.
"y가 아니야!, i라고 i!" 영화는 말하는 거다.
왜 행복하지 못한지 묻지들 말라고, 따지지도 말라고. 내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자.
크리스는 해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만 보장된 정글 같은 현실 속에서, 세상을 향해 '왜(y:why)'냐고 따져묻지 않고 오직 '나(i)'의 힘으로 행복을 쟁취해냈다.
그런데 영화에 따르면 크리스는, 어려운 큐브를 단 몇 분 만에 맞춰 입사하고 싶은 회사 관리자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아이큐가 높다. 그래서 가능했다.
'특별하기에' 그는 다른 노숙자들과 달리 가난해도, 흑인이어도 주식회사에 들어가 성공하고 그의 삶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반대로 하면, 그가 그저 평범한 흑인 노숙자에 지나지 않았다면 노숙자쉼터를 벗어나기 어려웠을 거란 얘기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만 보장하고 '행복할 권리'에는 무심한 사회. 크리스는 성공했대도 진정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각자도생의 원리는 현재의 변호사 양성시스템에서도 작동 중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있어 '변호사를 추구할 권리'는 보장되어도 '변호사가 될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과거 사법시험 때도 그랬고, 아직 다른 많은 고시들은 '자격을 추구할 권리'만 보장한다.
그러나 로스쿨 설립 초기, '등록금이 학기당 천만 원이 넘는 로스쿨 제도에서 저소득층 등은 변호사 못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특별전형'으로 이들을 입학시켜 로스쿨에서 교육으로 변호사를 만들겠다고 홍보했던 로스쿨이다.
하지만 특별전형자들은 말한다.
지금의 로스쿨은 사법시험체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소수의 용만 변호사가 될 수 있을 뿐, 학원강의 하나 쉽게 듣지
못하는 대부분은 빚만 안은 채 버려지고 있다고. 아니 사법시험체제와는 다르다고 희망고문까지 당했으니 오히려
더 가혹하다고.
'로스쿨에 입학은 해도 실제 변호사가 되는 이들은 거의 없는 특별전형 입학자들', 그리고 '취업 시기를 놓쳐 나이와
빚만 많아진, 청년실업 지원대상자도 되지 못하는 로스쿨형 청년실업자들'. 이들은 그저 로스쿨이 빚어낸 작은 부작용에 지나지 않는 걸까?
어쩌면 이들의 눈물과 아픔 자체가 로스쿨의 취지 퇴색의 반증은 아닐까? 이에 대한 특별전형 출신이라는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의 답변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시사한다.
"특별전형은 로스쿨 설립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에 특별전형자들의 변시 대거 탈락이 문제란 생각은 모두가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전협이 최근 이를 '변시 사회적 약자 전형' 등을 도입하여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은 문제의 바른
해법이 아닙니다. 청년실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스쿨 졸업자도 취준생 지원금을 받도록 법령을 손보는 게 진짜 대안일까요?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갈수록 낙오자를 많이 만들어내고, 갈수록 더 많은 이들이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고시낭인으로 살아야 변호사가 될 수 있게 하는 지금의 변호사 배출 시스템 자체가 문제이고 이것을 고쳐야 합니다.
본질을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기사를 마치며 특별전형 입학자들의 변시 합격률은 '개인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한 법무부. 또 변시 합격률은 80%가
넘는다며 로스쿨의 청년실업 문제는 외면하는 법무부. 그런 법무부에게 위 답변이 전달됐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법무부의 모습을 보자면 기자가 고등학교 때 외운 다음의 영어 숙어 하나가 자꾸 생각나니 말이다.
beat around the bush : 변죽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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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다소 지났지만 16일 그 날 광장에 나갔던 학생들 중 최근 연세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와 전화인터뷰를 하였다.
행여 불이익이 있을까 그의 기수와 이름은 비공개하는 점 양해를 바란다. [기자말]

ⓒ 이홍로 (http://www.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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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로스쿨의 특성화 분야는 무엇인가?
(망설이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본 뒤) "'과학기술, ''공공거버넌스', '글로벌비즈니스'의 세 분야... 라고 우리 로스쿨 홈페이지의 교육과정 항목에 쓰여 있다. 그런데 이건 다 거짓이다."
홈페이지에 쓰인 교육과정이 거짓이라니?
"방금 우리 로스쿨 홈페이지를 찾아본 뒤에야 답하지 않았나.
아니 특성화 분야에서 한 과목도 안 듣고도 졸업이 가능하다니, 그럼 특성화 교육이 없는 것 아닌가?
"딱 그거다. '특성화 교육? 개나 줘버려' 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한 뒤) 방금 내 성적표를 찾아봤는데, 3년간 '공공거버넌스' 영역에서, '행정법 총론', '행정법 각론', '헌법소송법', '공법쟁송실무' 이렇게 네 과목을 들었다.
'과학기술' 영역 과목들로는 보건의료법, 의료현장조사가 있는데 의대 소속 교수님께서 담당하시고 세브란스 병원과의 연계 활동도 있는, 의료법 특성화를 위한 질 높은 과목들이다.
학생들이 특성화 과목을 안 듣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하나, 변시 때문이다.
로스쿨이 사법시험체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법조인을 '교육을 통해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전문적인 분야의 법조인
변시 합격률이 40%대다. 유급자, 휴학자도 많고 졸업시험으로 졸업예정자들을 1/3까지 수료시키는 로스쿨들이 있다. 또 인위적인 5년 5회의 변시 응시제한까지 있다.
그래도 변시 합격률이 높은 학교이니 여유가 있지 않나?
답답하다. 변시 합격률이 높아서 특성화 교육까지 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나본데 절대로 '아니'다.
또, 우리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이 높은 건 그만큼 변시올인체제로 돌아가니까 높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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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로스쿨 교수님이셨던 박상기 법무장관은 합격률 80% 이상이라고 했는데?
그분이 내 모교의 교수님이셨다는 게 부끄럽다. 아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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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기를 해보자. 연대 로스쿨에는 3학년 대상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졸업반인 3학년을 대상으로 '강화 프로그램'이라는 변시 대비 코스가 열린다.
그래도 학교가 변시 대비를 잘해주니 학생들은 만족하지 않는지?
그건 맞다. 이번 제8회 변시에서 영창주의 사건의 반대의견 쓰는 것 등 소위 '불의타'라는 문제들을 강화 프로그램의
변시 잘 붙게 해주는 로스쿨이 좋은 로스쿨일까? 교수님들이 변시 강사하려고 로스쿨 교수님이 되신 걸까?
또 이런 식이라면 '000법학원'이나 '00로이어스' 같은 신림동 학원들이 최고의 로스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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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특성화 교육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변시와 무관한 수업은 학생들이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전문적이고 실무적인 공부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특성화 교육을 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변시 합격률 정상화' 그것밖엔 답이 없다. 무슨 전문교과 학점이수제 이런 거는 말도 안되는 미봉책이다.
따라서 나는 변시 합격률 정상화 내지 로스쿨 교육 정상화 운동을 강력히 지지한다. 지난달 18일에 청와대 앞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합격률 정상화 요구가 '하위권의 떼쓰기', '지방로 등 합격률 낮은 로스쿨 학생들만의 주장'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솔직히 나는 가채점 결과로 볼 때 이번 변시 합격 여부가 그리 불안하지는 않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의료법으로 특성화된 로스쿨에서 의료현장조사 수업 이 폐강되는 게 정상일까?

▲ 연세대 로스쿨 홈페이지의 <의료현장조사> 강의 소개. 연세대 로스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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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제도가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간단하다. 로스쿨을 둘러싼 이기적 주장들을 딱 차단하고 설립 취지 그대로 로스쿨을 운용하면 된다.
또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즉 법학협은 로스쿨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로스쿨생들의
그런데 지금의 법학협은 전 박강훈 회장이 '2.18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후 그 어떤 후속조치도 없이 그저 방관만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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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18일 위 2.18. 총궐기대회 당시 법학협 이석훈(34·강원대 로스쿨) 의장은, "낮은 변시 합격률로 '교육을
기자 역시 이석훈 의장에게 묻고 싶다. 특히 인터뷰에 응한 연세대 로스쿨 졸업생의 '로스쿨 특성화 교육의 현실과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은선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http://lawschool.dothome.co.kr) 소속이며, 기사의수익금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동물권 단체 케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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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의대보다 수의대가 더 인기라는데 수의사가 로스쿨에 온 이유는 무언인지?
최근 국민소득이 늘고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넓어졌다.
로스쿨에서, 기대한 대로 '동물권 전문 법조인'으로서의 교육을 잘 받을 수 있었는지?
우리 로스쿨은 생명과학이나 의료관련법 특성화 로스쿨이다.
수의대에서의 공부도 많이 힘들다던데?
수의학과에서 공부가 힘든 건 러프하게 비유하면 '몸이 힘들어서'다.
수업이 많고 길어서 강행군만은 아니다. 제대로 배웠는지 끊임없이 테스트를 하고 학생의 성취도가 부족하다 싶으면
수의대의 공부와 로스쿨의 공부가 많이 다른지?
로스쿨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이 입학해서 졸업 때까지 내내 '이론 수업'에만 집중한단 점이었다.
변호사도 비슷하다.

▲ 수의대와 로스쿨을 모두 졸업한 인터뷰 주인공은, 로스쿨에서는 수의대에서와
달리 "고시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문직양성기관과 전세계에서 일본 로스쿨을 제외한 모든 전문직양성기관은
전문자격의 취득을 "절대평가"로 한다고 말한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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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것이 맞지만 법은 본래 이처럼 고시공부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수의대에서는 본과 3학년 때 내과, 외과, 산과, 영상과 실습을, 4학년 때 병원실습을 한다.
나는 이것이 기본적인 면허제도의 모습이고 취지라고 생각한다. 즉, 면허나 자격증은, 그 분야의 마스터가 되었다는
변호사의 경우도 같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그저 방법론적으로 의료계에서와 다소 다른 형태의 실습이 요구될 뿐이다. 예컨대 수의대에서 진단을 위해 영상의학이나 임상병리학의 방법론을 취한다면 로스쿨에서는 판례를 검색하고
변시가 절대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로스쿨은 의학전문교육기관 같은 전문교육기관이 절대 아니다. 교육과정의 본질이 유사함에도 전문교육기관
보통 수의대 국시준비는 본과 4학년 여름방학부터 시작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과목 중 총 20과목을 하루에 평가하는 시험이라 분량이 적은 시험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평가제 하에서 반드시 알아야 될 부분들 위주로 시험이 치러
절대평가의 장점은, 일단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을 다 알고 졸업하게 만든다는 거다. 따라서 재학 중 성적이 하위권이
또 학기 중 열심히 공부해서 특별히 국시준비를 할 필요 없는 학생들은 국시가 임박해서까지 본인들의 관심분야에 대한 심화학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호사업계에서는, '실력 없는' 이들까지 변호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떤 전문교육기관에서 과반수를 전문교육의 충분한 이수자가 아닌 상태로 배출하는 게 어떻게 법조계에서는 아무
의료계의 전문교육기관에서는 전국 모든 곳이 90% 이상의 졸업생이 자격을 갖춘 채로 졸업하도록 한다.
로스쿨생 누구나 알 듯, 문제의 핵심에는 '실질상 30%대의 변시 합격률'이 놓여 있고, 로스쿨 교수들조차 그러거나
로스쿨은 3년제다. 대부분의 로스쿨생이 그 3년 공부로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에 부족함이 있는 거라면,

제1회 당시 87.14%이던 것이 지난해 제7회에는 49.35%까지 추락했고 오는 4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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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변호사양성시스템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변시는 대표적인 한국적 '시험을 위한 시험'인 것 같다.
나는 수의대에 입학해 무난하게 수의사의 자격을 취득했다.
그런데 가끔 공부하다 말고 웃음이 난다.
일단 내년 변시까지는 공부를 계속 해보려 한다. 그래도 결과가 나쁘면 학비가 아까워도 과감히 이 바닥을 떠날거다.
권유화 한경닷컴 기자 kyh11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