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줄이고 줄여도 '억'소리.. "결혼? 못하는 겁니다

도토리 깍지 2019. 4. 14. 21:22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결혼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줄이고 줄여도 '억'소리.. "결혼? 못하는 겁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 5건 

 대한민국 결혼 비용 2억3186만원 

 하루 결혼식 위해 수천만원 '줄줄'

1억대론 서울서 전세 꿈도 못 꿔 


 업계·웨딩플래너 검은 공생

앞머리 커트 5만원.. 꽃가루 10만원..

 예식장값 특급비밀.. 추가비 '눈덩이' 

 "부모 도움없인 불가능.. 거품 걷어야"




“우리 땐 단칸방에서 수저 두 벌로 시작하고 그랬어.”
혼인율이 매해 최저치를 경신 중이라는 뉴스에 부모님이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 하셨다.
지난달 20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5.0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주원인은 역시 경제적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꼬박꼬박 월급을 저축하는 것만으로 집 한 채는 너끈히 살 수 있던 우리 부모님 세대로선 ‘돈이 없어 결혼 못한다’는 청년들의 주장이 못마땅할 만하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지금 젊은이들은 부모의 금전적 도움 없인 결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얼마 전 결혼식을 올려보니 그 말이 뼈저리게 실감 났다.           







◆대한민국 평균 결혼비용 ‘2억3186만원’

결혼 준비의 두 축은 크게 ‘집’과 ‘결혼식’이다.

 대한민국에선 이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저렴한 게 없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 508명, 여 492명)을 조사한 결과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자금으로 쓴 돈은 평균 2억3186만원이었다.

이 중 주택과 혼수용품 비용이 평균 1억8192만원으로 78%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비용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6493만원이다.

 사실상 1억원대로는 서울에서 두 사람이 발 뻗고 누울 집을 전세로도 얻기 힘든 게 현실이다.


주택과 혼수용품을 뺀 결혼 준비 비용은 △예식장 1345만원 △웨딩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299만원 △예물 1290만원 △예단 1465만원 △이바지 107만원 △혼수용품 1139만원 △신혼여행 488만원으로 조사됐다. 바꿔 말하면
 집을 제외해도 ‘결혼식’만을 위해 6133만원이나 든다는 소리다. 



         



◆“직거래가 왜 더 비싸?” 예식장 가격은 일급비밀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결혼시장은 연간 22조원 규모가량으로 알려졌다. 단 하루 결혼식에 수천만원을 쓰는 예비부부는 업체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먼저 결혼한 지인이 “결혼 준비하면 돈이 수백, 수천씩 일상적으로 나가니 몇십만원은 돈처럼 안 느껴질 거다.


돈을 물 쓰듯 안 쓰게 조심하라”고 당부했을까.

결혼 준비를 하며 겪은 결혼시장은 기형적이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웨딩’, ‘혼수’라는 말이 붙으면 가격이 마법처럼 비싸졌다.


저렴한 곳을 선택하려 해도 가격 비교조차 쉽지 않았다.

예식장, 소위 ‘스드메 패키지(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예식 촬영, 예물, 예복 등의 가격을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특히 예식장은 가격 문의를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었다.

웨딩플래너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가격을 문의했던 한 예식장은 이후 웨딩플래너를 끼고 가격을 물어봤을 땐 답변을

 거부했다.

 ‘이미 이전에 가격을 안내해 드렸기 때문에 추가 할인 등을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같은 예식장인데 누가 물어보는지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개인과 예식장 간의

직거래가 제일 저렴해야 한다.

예식장은 오히려 웨딩플래너를 통했을 때 더 할인해 주었고, 개인이 직접 문의했을 때 제일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상황이 이러니 한 번의 가격 문의도 조심스러워졌고 웨딩 플래너 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와 웨딩 플래너 업체 사이의 공고한 공생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백만원은 우스운 결혼시장… 가격 담합에 우는 예비부부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 발버둥쳐도 업체들의 가격 담합 때문에 다른 선택안을 찾기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비싼데 가 바뀌면 업체들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가격을 수십만원씩 올렸다.

넉넉 잡아 2시간인 예식 사진촬영이 120만~150만원선, DVD 영상 촬영은 200만원이 넘기도 했다.


스드메 패키지는 최소 100만원대. 일반 미용실에선 서비스로 해주기도 하는 앞머리 커트도 웨딩 메이크업 때 받으면

 5만5000원이라고 했다.

저렴한 기본비용으로 낚은 후 추가금을 눈덩이처럼 붙이기도 했다.

특히 스튜디오 촬영은 추가금이 기본요금의 2~3배는 우습게 불어났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개 스튜디오 촬영 시 인화한 앨범 외에 디지털 원본 사진을 받으려면 30만원, 수정본도 받으려면

 15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기본 20쪽 외에 앨범 페이지 추가 시 한 장당 3만원, 액자 업그레이드 시 30만원, 심지어 자신이 사진을 선택하기 위해 추가금 10만원을 내야 하는 업체도 있었다.


예식비 항목 중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추가로 지불한 ‘꽃가루’ 비용이었다.

예식장에서 신랑신부 행진 마지막에 예식장 직원이 꽃가루를 한 움큼 뿌려주는 서비스가 추가 10만원이었다.

계약할 때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서비스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니 예식 직전 정신없는 와중에 예식장 측에서 갑자기 신랑에게 다가와 “행진 후 기념촬영할 때 꽃가루를 뿌리면 두 분 사진이 훨씬 잘 나오니 신부님에게 선물로 해주시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몰랐을 때는 ‘꽃가루 세례’에 기분이 좋았는데 10만원짜리였다고 하니 헛웃음만 나왔다.


◆덜어내도 ‘억’ 소리 나는 결혼… 결혼업계 가격 거품 걷어내야

지난해 11월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용이나 의식절차 등을 포함한 결혼식 문화를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70.6%에 달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에 주저한 경험이 있는 청년도 10명 중 4명이나 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15∼39세 남녀 2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2017)한 ‘2016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41.4가 ‘비용 부담으로 결혼을 망설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대는 49.7%, 30대는 40.5%였다.


직접 결혼해 보니 “돈 없어서 결혼 못한다”는 후배의 농담 섞인 푸념에 쉽사리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예단은 생략하자’, ‘폐백도 거르자’, ‘이바지 음식도 하지 말자’, ‘웨딩촬영은 셀프로 하자’ 등 최대한 덜어냈지만 그래도 결혼에 ‘억’ 소리 나는 금액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보통의 결혼식’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두 사람이 30년 넘게 평생을 모은 돈에 부모님의 도움까지 있어야 결혼이 가능했다.

 청년층에게 덮어놓고 ‘결혼하라’고 외치기 전에 웨딩업계의 비상식적인 가격 거품부터 걷어내는 노력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결혼 안하는 한국…작년 혼인건수 46년만에 최저


작년 25만7600건 7년째 감소…
1000명당 건수도 역대최저
3년째 감소하던 이혼은 작년에 증가…
‘황혼 이혼' 9.7% 증가




지난해 혼인건수가 25만여건으로 1972년 이후 4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건수는 7년째 감소 추세다. 젊은층의 경제적 여건이 녹록치 않은 데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혼인은 출산의 선행 지표여서 앞으로 저출산의 그늘은 더 짙어질 전망이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25만7600건으로 1년 전보다 6800건(2.6%) 감소했다.
지난 1972년(24만4780건) 이후 46년만의 최저치며, 2012년 이후 7년째 감소하고 있다.

 연간 혼인 건수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40만건을 넘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30만명대로 떨어졌고,
 2016년부터는 20만명대로 추락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전년 대비 0.2건 떨어진 5건으로 1970년 통계 이후 역대 최저치였다.








                

조선일보DB



결혼이 줄어드는 이유는 혼인을 주로 하는 30대 초반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인 데다 경제적으로도 여건이 팍팍하기 때문이다.
25~29세의 실업률을 보면 2008년 6%였지만 2017년에는 9.5%로 확 높아졌고 지난해도 8.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어, 통계청의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이
2012년 62.7%에서 지난해 48.1%로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제 전 연령층에서 혼인 비율이 가장 높은 30대 초반(30~34세) 남성과 20대 후반(25~29세) 여성의 혼인건수는 전년 대비 5300건, 3300건씩 줄어 전체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대신 ‘만혼’이 늘어, 남성과 여성 모두 30대 후반(35~39세)에서 혼인건수가 7000건, 1만건씩 늘어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2세, 여자 30.4세로
 전년 대비 0.2세씩 늘었다.

김진 통계청 인구통계과장은 "혼인을 앞둔 청년층이 소득이나 주거에 대한 독립적인 여건이 마련돼야 결혼으로 이어
지는데, 이 부분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18년 70% 수준으로 10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늘다 보니 혼인에 따른 경력단절 부담이 늘어 결혼을 미루게 되는 현상도 만혼 증가 및 혼인 건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혼인건수 감소는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출산의 전제는 대부분 결혼인데, 신혼부부가 첫 아이를 낳을 때까지 평균 15.5개월(2017년 기준)이
 걸린다는 점에서 올해와 내년에도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명대가 깨졌다.

반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8700건으로 1년 전보다 2.5% 늘었다.
이혼 건수는 2017년까지 3년 연속 감소하다 작년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

 혼인지속기간이 20년 이상 지난 ‘황혼 이혼’이 3만6300건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한 것이 이혼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중 혼인지속기간이 30년을 넘는 이혼 건수(1만3600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이호현·김소정씨 커플이 지난달 30일 텅 빈 예식장 주례석을 바라보고 있다. 둘은 지난해 하려던 결혼을 경제적 사정으로 두 차례나 미뤄야 했다.(사진=송승윤 기자)


이호현·김소정씨 커플이 지난달 30일 텅 빈 예식장 주례석을 바라보고 있다.

 둘은 지난해 하려던 결혼을 경제적 사정으로 두 차례나 미뤄야 했다.


(사진=송승윤 기자)




전국 최저 혼인율 웨딩 마치 끊겼다


2018년 7219건 전년비 598건↓

 1000명당 혼인건수 3.9 최하위 예식장-한복집-귀금속집 울상





결혼 특수인 봄철을 맞았지만 도내 예식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적령기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을 비롯해 비혼에 관한 사회적 인식 확산과 양육비 부담 등이 결혼을 미루는 요인

으로 작용하면서 혼인건수가 급감, 도내 예식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도내 예식장업계에 따르면 최근 결혼계약 건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30%까지 감소했다.

전주시 A 예식장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계약건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예전 같으면 상반기 예약은 꽉 차고 하반기도 황금시간대는 예약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상반기도 3분의 2가량만 계약이 된 상태고 하반기는 반도

채우지 못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B 예식장 관계자 역시 "결혼을 하는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여전히 도내 예식장은 난립에 가까울 만큼

많아 모두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몇해전만 해도 성수기엔 토요일에만 20건 이상의 식을 치렀

지만 지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일부 예식장들은 임대로 전환하는 등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예식업계의 호황여부가 판가름되는 전주 완산구 웨딩거리는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한산해 불황의 기운이 얼마나

 심한가를 느낄 수 있었다.

20년 넘게 영업을 이어온 한복집 관계자는 "전주에만 한복집이 수백개 된다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 불황은 그 어느때

보다 심하다"며 "한복대여와 맞춤한복을 다루지만 맞춤한복은 문의도 없어 아예 제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혼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 같냐는 질문에 "당장 내 딸 조차도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말 다 했다"며 "한복 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워 이불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IMF 때보다 훨씬 어려운 느낌이다"고 밝혔다.

귀금속가게 대표 역시 45년 넘게 운영을 해왔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그는 "이미 예물거래는 죽은지 오래다. 다들 서울에 가서 맞춰오기 때문이다"며 "폐업한 가게도 많고 저 역시 예물거래는 한 건도 하지 못하는 달이 수두룩 하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웨딩거리가 차없는 도로로 재편되면서 그나마 있던 고객들마저 접근이 어려워져 단골손님마저 끊길 위기.

지금은 사무실 겸 골목의 터줏대감으로서의 역할만 감당할 뿐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결혼·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혼인 건수는 7219건으로 전년보다 598건(-7.6%) 줄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13% 가까이 급감했다.


특히 혼인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조혼인율(1000명당 혼인건수)의 경우는 전국평균인 5에 한참 못미치는 3.9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해 도내 혼인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초혼연령 역시 2017년 남자 32.8세에서 33.4세로, 여자 29.7세에서 30.0세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예식업계의 불황 타개를 위한 몸짓이 이어지고 있지만 위기 극복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전주 C예식장 대표는 "이제는 제 살 깎아먹는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혼인율이 반등없이 줄어들기만 하는 현재 상황에선 불황이 쉽사리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임산부 관련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뱅크]










비혼족 시대] ‘결혼 안하는’ 한국 사회…낮은 출산율에 직격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한국사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비혼(非婚)’ 문화는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젊은층이 결혼을 하지 않다 보니, 출산율이 감소하고 그렇다고 혼인하지 않고서 애를 낳아 기르기가 쉬운

사회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혼 증가 추세에 맞춘 출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에 게재한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

했는가?’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2~2016년 합계출산율 하락(1.30→1.17)의 원인을 ‘유배우자 비율 하락’으로 꼽았다.

 2016년 합계출산율은 1.17명이었지만, 2016년 당시 배우자가 있는 경우 합계 출산율은 2.23명이었다.


이 교수는 “유배우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효과적이었더라도 결혼 자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저출산 문제에서 무배우 인구(비혼자)에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혼 적령기 인구 다수가 결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선, 이에 맞춘 출산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선권 국회 입법조사관도 “젊은층이 주로 거주하는 큰 도시지역에서는 부동산, 생활, 사교육과 관련된 문제로 삶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젊은층들이 결혼ㆍ출산 문제에 대해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 이같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부터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감소 현상이

 나타난다.


인구 감소가 3년후부터 본격화 될것이라 예측했던 기존 발표보다 더 빨리 인구감소 추세가 나타난다는 전망이었다.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98명을 찍은 것도 비혼 가구 증가가 한 원인으로 평가된다.

인구감소 시기가 당겨지고 한국이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따져보면 저출산이 근본 원인이다.

출산율 제고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다하더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원활환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다수는 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융단 폭격 수준의 각종 대책들을 내놓았고 그에 따른 국고 지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했다.


 예컨대 2017년 프랑스의 경우 집계한 결과 당시 합계출산율이 1.89였던 프랑스는 전체 출산에서 비혼 출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6.7%이었다.

 합계출산율이 1.71명인 노르웨이는 55.2%, 1.79명인 덴마크는 52.5%, 1.85명인 스웨덴은 54.6%가 비혼 출산이었다.

법안 통과도 시급하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비밀출산과 익명출산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라 하더라도 아이를 낳으면 이를 국가가 책임지고 길러준다는 것이 법의 골자다.

스웨덴의 경우 혼인 여부와는 관계 없이 출산했을 경우 정부 지원금이 지급된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도 꼭 필요한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꼽힌다. 





zzz@heraldcorp.com













결혼시장의 세분화



출산율 0.98% 충격 벗어나기

계층별로 욕구·기대 괴리 진단 

 장벽 제거와 적극적 지원 필요 

 젊은층의 다양성도 주목해야



매년 꽃망울 터지는 봄이 오면 책상 위에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이 쌓이곤 했는데, 올봄엔 확실히 결혼 소식이 예전만

 못하다.

물론 요즘은 가까운 친지만 초대하는 작은 결혼식이 청첩장 감소에 한몫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한창 사위 보고

 며느리 볼 나이인 우리 세대가 이러하니, 전반적으로 결혼하는 커플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베이비부머들이 한창 결혼하던 1980년대만 해도 결혼시장에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명적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는 주인공이 흔했다.

유신시대였던 당시의 정치적 상황은 암울했지만, 경제적 상황은 3저 호황에다 고도성장기였기에 사회 전체적으로

계층상승 이동의 경향이 뚜렷했다.


덕분에 계층에 구애받지 않고 계층 간 벽을 뛰어넘어 결혼에 이르는 커플을 주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기야 중세 신분사회나 카스트제도하의 인도에서도 연인 간의 사랑은 신분과 카스트의 공고한 질서를 교란시키는

 주범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그리하여 신분사회로 갈수록 조혼(早婚)의 풍습이 존재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랑에 눈뜨기 전 짝을 찾아주는 것이 신분질서를 유지하는 비밀 중 하나였던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거늘 민주주의사회에서 계층을 뛰어넘는 사랑

운명적 결혼으로 가는 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계층상승 이동의 가능성이 뚜렷했던 시기에는 의사와 간호사 간의 애틋한 순애보도 흔했고, 명문대 출신 대학생이 자신의 이념에 따라 여공(女工)과 결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개천에서 난 용’이라 할 시골 출신 명문대생을 입주 가정교사로 데리고 있다가 사위로 삼는 사례도 빈번히 들려왔다.


한데 지금은 이런 낭만적 결혼 스토리가 점차 희소해지고 있다.

계층별 이질혼(異質婚) 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한 대신 계층별 동질혼(同質婚)이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의 몰락과 더불어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가 진행됐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때 계층구조의 공고화를 야기하면서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온 주범은 바로 결혼시장이었다. 곧 계층상승 이동의

 가능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누가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결혼시장에서 동일한 계층끼리 결혼하는 계층별

동질혼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돼 간 것이다.

 한때 여성은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성과 결혼하는 앙혼(仰婚)의 관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적이 있다.

 남성 쪽에서도 자신보다 조금 낮은 집안에서 며느리를 들이는 것이 피차 적응에 유리하다는 인식도 있었다.

그때는 ‘더 잘난 남성’을 찾지 못한 여성과 ‘더 못난 여성’을 찾지 못한 남성이 결혼시장에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니,

 국가가 나서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2년 전 즈음에는 한국사회 저출산을 야기한 주요인이 결혼율 감소라는 데 착안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주관하에, 저출산 해소를 위한 결혼율 제고방안으로서 똑똑한 여성이 타깃이 되기도 했다.

고학력 고수입 여성들이 눈이 높아 결혼을 안 하니 여성의 눈높이를 낮추자거나 이른 나이에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을 하자는 등의 해결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문제는 이제 결혼시장 패턴이 바뀌어 똑똑한 여성이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은 계층별 끼리끼리 결혼이 보다 공고해졌고, 남성 쪽에서도 기왕이면 좋은 조건을 갖춘 여성과 결혼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 결과 ‘부모 잘 만난 경우’는 ‘결혼 적령기’에 양가 부모의 ‘상견례’를 거쳐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결혼에 성공한다.

외국의 결혼시장 데이터도 우리에게 일정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 현재 미국에서 가장 결혼율이 낮은 집단은 저학력 저소득층 유색인종 남성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웃 일본에서도 저학력 저소득층 남성의 결혼율이 가장 낮은 것

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성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안정한 파트너와 결혼을 약속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차라리 미혼이나 비혼으로 남거나, 패러사이트 싱글(부모에게 기생하는 독신)이 돼 부모의 우산 아래 들어간다는 것이다.


출산율 0.98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동거 커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한편으로 혼외 출산율도 비교적 높은 미국이나 유럽 사례보다는, 동거 및 혼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뿌리 깊은 일본의 경험이 우리에게 보다

적절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 같다.


 일단은 계층별로 결혼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체계적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이를 기반으로 계층별 결혼에 대한 욕구 및 기대와 실제 가능성 사이의 괴리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별히 결혼율이 가장 낮은 집단의 다양한 속성을 파악한 후, 이들 집단이 결혼으로 가는 길에 직면하고 있는 장벽을 제거하거나 낮추어주는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는지 적극 탐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젊은이들 하면 ‘청년실업 세대’에 ‘N포 세대’(꿈과 희망, 삶의 가치를 포기한 20~30대 세대)라는 인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젊은층 내부의 다양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안정된 일자리와 안락한 주거환경이 확보될 때 결혼율을 높일 수 있는 집단을 찾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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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없애고 결혼식 건너뛰고…" 밀레니얼 세대의 新 결혼풍속도


가족·친지만 모시는 스몰웨딩은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