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경제 이어 안보까지 '치킨 게임'.. 파국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

도토리 깍지 2019. 8. 23. 09:51

한일 갈등·충돌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한일 갈등·충돌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제공=청와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2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판매되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2019.8.23 sewonlee@yna.co.kr

      






日정부, 지소미아 종료에 "극히 유감".."믿을 수 없다" 화들짝


고노 외무상, 밤늦게 주일한국대사 불러 항의.."극히 유감" 담화 발표
깜짝 놀란 日 정부 "예상 밖의 대응"..일본, 한국 정부에 항의
방위성 간부 "한국, 무엇을 하려는 건가".."韓 주장 냉정히 분석"


日 정부 관계자 "일본, 징용문제 자세 못 바꿔"..아베 총리 '침묵'
일한의원연맹 "내달 한일의원연맹과의 합동총회 연기 검토"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의외의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날 밤 늦게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한 뒤 "한국 정부에 대해

단호히 항의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이날 오후 9시 30분께 남 대사를 초치(招致, 불러서 안으로 들임)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안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이 밤 늦은 시간에 남 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주일 한국대사 초치 후 발언하는 日 고노 외무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22일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에 항의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19.8.22 bkkim@yna.co.kr


주일 한국대사 초치 후 발언하는 日 고노 외무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22일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에 항의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



019.8.22 bkkim@yna.co.kr    



      

그는 '한국에 의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에 대해'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을 완전히 오판한 대응이다. 극히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협정(GSOMIA) 종료 결정과 일본의 수출관리 운용 수정(무역 규제 강화)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국 정부에 단호히 항의한다"면서 "한국이 극히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HK에 따르면 이날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의외의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방위성의 한 간부는 NHK에 "믿을 수 없다.

한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일본) 정부도 지금부터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방위성 간부도 "예상 밖의 대응이다. 한국 측의 주장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측은 수출관리의

 문제를 이유로 들고 있으니, 정부 전체 차원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자민당 외교조사회장은 "한국이 왜 이렇게 초조하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유감이지만, 한국 측의 대응이 어떻든 일본은 징용 관련 문제에 대한 자세는 바꿀 수 없다"며 "방위면에서는 미일 간 연대도 있으니 즉시 영향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앞으로 방위 당국 간 의사소통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한의원연맹의 간사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자민당)은 다음달 18~19일 개최 예정인 한일의원연맹과의 합동 총회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한의원연맹은 한국 의원들과 교류하는 일본 의원들의 단체다.


가와무라 전 관방장관은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실마리를 잃어버려 극히 유감이다"며 "지금 상황대로 (합동

총회를) 개최해도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개최를 연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보도하는 NHK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이 2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NHK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2019.8.22 sewonlee@yna.co.kr


지소미아 종료 결정 보도하는 NHK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이 2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NHK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2019.8.22 sewonlee@yna.co.kr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총리 관저를 나올 때 기자들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묻자 한 손을 든 채 답을 하지 않았다고 NHK는 전했다.

교도통신도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 정부 소식통이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파기를 결정한 한국의 대응에 대해 "극히 유감이다"라고 말하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협정 종료의 의도에 관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 서두르고 있다며 한미일 3개국의 대북 연대에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국과의 의사소통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 협정 파기와 관련해 "한국이 실제로 파기를 결정한다면 한일 대립의 영향은 경제

분야에 그치지 않고 안보 분야에 미칠 것"(외무성 소식통)이라는 견해가 많았다며 협정 파기로 인해 일본 측이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한일 간 대립을 안전보장 분야로 가져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권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협정 종료 발표에 대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외무성 간부가 전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kkim@yna.co.kr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22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면담하기 위해 인민대회당에
도착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아베 굳은 표정 침묵..일본 관료 "한국 어디 맘대로 해봐라"



한·일 역사·경제·안보까지 전면전
일본 관가 "돌아오지 못할 선 넘어"
미국 전문가들 "실망스럽다"
리비어 "한국 스스로 고립시켜"



정부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하자 일본 관가와 언론은 충격을 숨기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총리관저 퇴근길에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한 손을 살짝 들어 인사는 했지만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NHK에 “믿을 수 없다.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지금부터 정부의 대응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안전보장 분야에선 일본과 미국이 연계를 확실히 하고 있으니 일본에의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유감스럽지만 한국이 어떻게 나오든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양국 간 방위 당국의 대화가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TV아사히에 따르면 정부 고관들 사이에선 “어디 마음

대로 한번 해봐라” “한국이 돌아오지 못할 선을 넘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앞서 일본 내에선 ‘파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양국 관계가 어렵지만 연계할 것은 연계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연장을 공개 희망했다.

하지만 정부가 파기를 결정하면서 일본 정부 역시 더욱 강경한 강대강 분위기로 내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28일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예정대로 실행하는 것은 물론 수출 규제 품목을 추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각 부처가 검토해 왔던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 조치 리스트를 다시 한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아베          



아베 총리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3일 출국한다. 당장 이 외교무대에서부터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을 비난하는 여론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그간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해 왔던 미국 정부도 한국 정부를 압박할 전망이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청와대 발표 전날 중앙일보에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며 “어느 한쪽이

지소미아를 종료하려 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함에 따라 미국은 전방위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중순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방위비 폭탄’도 미국이 갖고 있는 카드 중의 하나다.


미국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과거사 잘못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현재 한국의 국가안보와 번영보다 앞세운 것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선임부차관보는 중앙일보에 “일본과 무역갈등으로 지소미아를 폐기하는 것은 한국이 자국의 안보를 약화하고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훼손해 자신을 고립시키는 일”이라며 “한국이 신뢰할 만한 안보 파트너가

 아니라고 미국에 최악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에만 관심을 갖고 한·일 갈등이나 지소미아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이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도쿄·워싱턴=서승욱·정효식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
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2019.08.22.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예상밖 '지소미아 종료', 文이 아베에 돌직구 던진 5가지 이유



日 무응답에 "군사정보 교류 불가" 판단..

경제보복 철회해야 재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카드를

던졌다.

당초 '지소미아 연장'이 예상됐었던 것에 비교할 때 '초강수'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5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①일본이 자초한 일=일본은 7월 반도체 소재 3종의 수출제한, 8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등의 조치를 하면서,

 그 이유로 "안보상의 문제"를 거론했다.

한일 양국 간 안보 우호 협력이라는 전제를 일본이 먼저 깼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결국 "일본과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일본이 응답하지 않았다=청와대는 일본이 △6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7월 우리 측 특사(두 차례) 파견에 따른 대화 테이블 마련 △미국의 '스탠드스틸'(현상유지 속 협상) 제안 모두 거부했음을 강조했다.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대화'를 앞세웠던 8·15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의 응답이 없었던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매우 의미있는 시그널을 보냈는데, 일본 측에서는 사실상 반응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까지 '빈 손'으로 끝나자 미련없이 지소미아 종료를 택했다.


③일본과 협상의 지렛대=일본이 원해서 체결된 측면이 강한 지소미아인 만큼, 일본이 협상판에 나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렸다.

 실제 일본은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 직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묵묵부답을 하며 당황한 기색이다.


청와대 측은 지소미아 종료의 재검토 조건으로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 철회 △우호 협력관계 회복을 걸었다.

2016년 11월 체결 이후 한일 간 정보교류 횟수는 총 29회였는데,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해서는 일본 측이 정보교류를 주로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관계에는 영향없다=청와대는 이번 결정이 미국과 소통을 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지소미아 체결에 미국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만큼,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한미공조가 흔들리는 것은 우리 안보에

좋지 않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와 관련해선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상황이 악화되거나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없다면 종료는 불가피하다고 했다"며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

지소미아 때문에 흔들릴 한미 동맹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를 포함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 간의 협력 및 동맹의 기반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⑤어차피 졸속 협정=지소미아에 부정적인 문 대통령의 기본적인 시각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지소미아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하게 밀어붙인 것"이라며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독도에 대해 계속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 이어 안보까지 '치킨 게임'.. 파국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






지소미아 종료 선언에 갈등 심화…

 日 경제보복 철회 가능성 더 낮아져




22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거부 결정이라는 초강수 탓에 문재인 대통령의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 담은 유화 제스처로 반전 계기가 마련된 듯했던 한일관계가 다시 급랭하는 모습이다.

일본이 당장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격하게 반응하고 있고, 일본에게 반격의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조치 이후 보류해왔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한일관계는 파국

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일 안보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이 적극 개입할 명분이 생긴 셈이어서 오히려 파국을 피할 기회가 제공됐다는 평가도 있다.


일단 경제에서 안보로 전선(戰線)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AP통신은 이날 이번 결정으로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한일 간 긴장 관계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이 한일 양국 간의 기존 역사와 무역 분쟁을 추가로 확대하고 대북 안보 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서로 상대의 소극적 자세를 탓하면서 갈등 분야가 늘고 자연스레 수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해 7월 초에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8월 초 안보상 전략물자의 부실 관리를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의 소극 대응에 경제 보복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에 한국이 이날 지소미아 연장 거부로 안보협력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이전보다 갈등이 더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우리가 촉구 중인 일련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일본이 수용할 가능성은 확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오히려 전략물자에 대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실제 운용 과정에선 규제 정도를 조절해왔던 일본이 28일 2차 조치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집행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우리가 던져버리면서 지렛대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역사 갈등에 경제 보복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수출 규제 조치가 명분이 없다는 비판 여론이

일본 내에 작지 않았는데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반동 흐름이 생길 수 있다”며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시행

하더라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거라는 기대를 더 이상 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관세 인상이나 송금 규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 추가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카드를 꺼내지는 않으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유의상 동아시아평화번영연구소장(전 외교부 동북아1과장)은 “국제사회 여론을 중시하는 일본이 정경분리 원칙과 자유무역주의를 어겼다는 국제적 비난을 키우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예를 들어 비자 발급 엄격화 같은 경우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쓸 수는 없는 카드”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소미아 파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지소미아 연장 거부 결정 전 정부가 한미일 안보 공조가 흔들릴 것을 염려하면서도 개입에는 소극적이던 미국 정부와 소통하면서 적극

중재할 수 있도록 구실을 제공하려 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