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로 일어난 어린이 교통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스쿨존사고
가중처벌법'(이하 민식이법)을 두고 '악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수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지나친 형벌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서 시작된 '악법 논란'은 형사처벌할 필요가 없는 교통사고 운전자를 무리하게 처벌하는 '위헌적 법'이라는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스쿨존사고 가중처벌법 탓에 이전에는 처벌대상이 아니었던 교통사고가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가 됐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보행자의 과실이 90% 이상이고 운전자의 과실이 10% 미만이라도 차량과실이 잡히고, 조금의 과실이라도 있으면 유죄가 인정된다'라거나 '기존에는 형사처벌되지 않던 교통사고라도 스쿨존에서만 발생하면
무조건 처벌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온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선 '과실이 조금이라도 인정되면 형사처벌된다'는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형사사건의 과실과 민사사건의 과실 책임을 혼동한 주장으로 보인다.
민사사건에서 과실책임의 문제는 발생한 손해에 대해 '당사자가 어느 정도로 책임을 져야 하느냐'의 문제다.
즉 손해가 발생하면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당사자를 가려내고, 이들의 책임 비율을 따져 각 비율대로 손해를 배상
하도록 하는 것이 민사사건의 주요 절차다.
1%라도 과실이 있는 당사자는 그만큼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것이다. 때문에 '과실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민사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반면 형사사건의 과실은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과실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지울 수 있느냐'를 따지는 문제다.
즉, 사고를 낸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감당케 할 정도의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교통사고 형사사건의 핵심이다.
교통사고 사건 전문인 정경일 법무법인 L&L(엘앤엘) 대표변호사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사사건의 과실과
형사사건의 과실은 별개의 문제"라며 "민사과실이 인정돼도 형사과실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쿨존 사고 가중처벌법상 '과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까?
스쿨존 사고가중처벌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가 먼저 성립해야 하는데, 이 범죄는 일반적인 과실범죄가 아니라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이 인정돼야 성립한다.
즉 높은 수준의 주의가 요구되는 업무를 하는 사람 또는 높은 수준으로 주의해야 할 상황에 처한 사람이 주의 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낸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당연히 스쿨존 사고도 이 같은 업무상과실과 중과실이 인정된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된다.
법원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예견가능성) 예견할 수 있었어도 사고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
(불가항력)인 경우엔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이 없다고 인정한다.
대법원은 2007년 7월 '고속도로 무단횡단 보행자의 교통사고' 사건에서 "운전자가 상당한 거리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운전자의 (형사상)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스쿨존사고 가중처벌법 탓에, 이 법 발효전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던 교통사고가 형사처벌 된다'는 주장도 구체적인 법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민식이법의 핵심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5조의13은 새로운 범죄 유형을 규정한 법 조항이 아니라, 기존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 중 스쿨존사고에 대해서만 특별히 형량을 높인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 중 스쿨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사망사고나
상해사고를 낸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5년 이하의 금고'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던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를 13세 미만이 죽거나 다친 스쿨존 사고에 한해 사망사고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상해사고는 '징역 1∼15년 또는 벌금 500만원∼3천만원'으로 처벌하도록 형량을 대폭 높인 것이다.
이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되던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 중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상 사고에 대해서만
처벌을 강화한 것이어서 '기존에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던 교통사고가 새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는 식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스쿨존사고 가중처벌법은 새로운 범죄 구성요건을 규정한 법이 아니라 기존에 처벌되던 범죄 중 특별한 범죄를 가중해 처벌하도록 한 법률"이라며 "스쿨존사고 가중처벌의 전제 요건인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오래 전부터 형사처벌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쿨존사고 가중처벌법 탓에 자동차보험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재판에 넘겨지지 않도록 한 '형사처벌 면책조항'을 스쿨존사고에는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해구제 노력을 아무리 해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게 게 만든 '형벌 만능주의' 법 조항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운전면허를 취득한 정모(33) 씨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등교 수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운전 미숙으로 혹여나 스쿨존을 지나다 사고를 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정 씨는 "'당분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남편의 충고를 받아들여 일정 기간 운전을 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다.
13일부터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등교 수업이 시작됨에 초보운전자들이 스쿨존 교통 사고 우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운전이 미숙해 사고를 낼 가능성이 적잖은데, 혹시라도 어린이를 상대로 사고를 내 무시무시한 민식이법의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스쿨존 사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해당돼 가해운전자는 ▷어린이 사망사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어린이 부상 시 1~15년 징역 또는 500만~3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전 초보자들 사이에 이른바 스쿨존 우회 기능이 있는 내비게이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스
쿨존 우회 기능을 추가를 원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내비게이션 제작 업체들도 앞다퉈 스쿨존 우회 기능을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면허를 딴 지 3주 됐다는 박수민(20) 씨는 "운전이 미숙해 일반 도로에서도 쩔쩔 매는데 스쿨존에선 어떻겠느냐"며
"운전면허학원 강사에게 이런 고민을 말하니, 스쿨존 우회 기능이 달린 내비게이션을 꼭 사라고 권하더라"고 했다.
심지어 민식이법 위반에 따른 처벌 추이를 지켜본 뒤 운전면허증을 따겠다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특가법에 해당되는 범죄 중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을 다루는 조항은 스쿨존 사고가 유일하다 보니 이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의가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중형을 면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민식이법을 '악법'으로 여기는 등 반발도 적잖은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엔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제목의 게임이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등록돼, 대한민국 법을 조롱하고 고인을 모독했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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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일 대구의 한 스쿨존에 불법주정차된 차량들. 불법주정차 차량도 초보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다.
변선진 기자
변선진 기자 bsj@imaeil.com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민식이법' 이후에도 어린이 보행 교육은 제자리?
스쿨존 내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건수 최다 학교 교통안전 교육, 수동적이고 일회성에 그쳐 전문가 “실제 사례 중심의 교통 안전교육 필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을 계기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보행안전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교통안전 교육은 일회성에 그치거나 실효성이 떨어져 학생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 현장의 얘기다.
10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3만2천233건으로,
이 가운데 보행사고가 37%(1만1천845건)에 달했다.
특히 스쿨존 내에서 발생한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대부분이 보행사고다. 같은 기간 총 1천394건의 교통사고
중 85%(1천189건)에 이른다.
스쿨존 내 어린이 보행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양질의 교통안전 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이론적인 수업과 흥미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룬다는 지적이 적잖다.
초교 1, 2년의 경우 '안전한 생활' 정규 교과를 통해, 이 외 학년은 교과에 교통안전과 관련된 단원이 있을 경우 수업이 진행된다. 또 1년에 10시간 이상 교통안전 교육을 해야 한다는 학교안전사고예방교육 지침에 따라, 교통안전체험 시설을 방문하거나 경찰청 또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교육을 받기도 한다.
한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불법주차 차량 옆 차도로 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같은 교육의 실효성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27) 씨는 "학급이 많은 학교의 경우 경찰이 실제 강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방송으로만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때로는 교육부가 제작한 교통안전 만화를 보여주고 끝낼 때도 있어 그냥 재미
있는 만화 보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대구 남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B(33) 씨도 "교사들이 교통안전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갖췄냐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은 교과서를 통해 단면을 보여주는데 그친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의실험이나 실제 사례 중심의 적극적인 교통안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신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모의실험이나 직접 주체가 돼 겪어보는 실제 사례 중심으로 교통안전 교육이 이뤄
져야 한다"며 "당장의 시스템화가 어렵다면 조금 자극적이더라도 사고영상을 직접 보여주며 교육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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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뭐기에"..전쟁터 된 운전자보험 시장
최근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운전자보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장을 강화한 신상품을 내놓고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일부 담보에 보험료를 받지 않는
‘공짜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과열경쟁이 향후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쿨존 사고에 무슨 일이…가입자 2배 늘어난 운전자보험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는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약 154만2000건의 운전자보험 신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81만건을 체결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급증한 수치다.
약 4조원대로 추산되는 운전자보험 시장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손보사들이 그간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자 가해자의 형사 책임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가입 수요가 크게 늘었다.
스쿨존에서 대인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 대상이 돼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벌금형을 받을 수 있어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운전자보험은 대인·대물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형사합의금과 벌금 등 형사적 책임에 대한 비용을 보장해 ‘민식이법’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공짜 마케팅'도 등장…과열경쟁 부메랑 우려도
보험사들은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운전자보험 상품을 대거 손봤다.
우선 대부분의 보험사가 벌금 보장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또 일부 보험사는 형사합의금 지원 범위를 그간 보장하지 않던 6주 미만 진단 사고까지 확대했다.
DB손해보험이 관련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별약관을 만들어 배타적사용권(독점적판매권)을 획득한 것이다.
이후 삼성화재가 가세해 스쿨존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받지 않고 6주 미만 사고도 보장하겠다며 이른바 ‘공짜
마케팅’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스쿨존 내 6주 미만 사고에 한해 별도 보험료 추가 없이 기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한 상태다.
다른 손보사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DB손보와 삼성화재처럼 6주 미만 사고에 대한 특약
신설이나 약관 변경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마케팅 경쟁이 오히려 가입자의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은 아직까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과열경쟁으로 불필요한 보장을
늘리는 과정에서 잦은 사고와 모럴해저드로 인해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결국 나중에 보장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 어린이 교통사고 연중 가장 많은 달 '민식이법' 시행 한 달…기대와 우려 공존 "어린이 사고 줄어들 것" vs "범죄자 만드는 악법"
경찰 "단속 효과 있어…민식이법 적용 여부 신중히" 억울한 운전자는…전문가 "보호 방안 있어
5월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연중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등 기념일이 많고 날씨가 따뜻해 어린이들의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다.
3년 동안 5월에 발생한 만 12세 이하 교통사고는 3413건으로 전체의 10.59%에 달한다.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숨진 어린이는 5년 동안 31명. 스쿨존에서 매년 평균 496건의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가 나온다. 지난해 9월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9살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쿨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민식이법'이 발의됐고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공포 후 한 달이 지났다.
"경각심을 높여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실수로 치어도 범죄자를 만드는 악법"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 '민식이법'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잡나…우려와 기대 공존
'민식이법'으로 통칭하는 법안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이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특가법 개정안에 신설된 처벌조항이다.
특가법 제5조의13은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30km 이상 달리거나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지 않고 운전해 아이(13세 미만)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지금까지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형법 제268조의 죄(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를 범한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적용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과실 비율, 부상 정도, 합의 여부 등에 따라 선고형이 달랐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이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2년 미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가 상당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로 처벌 형량의 하한선을 정하고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처벌이 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
하는 청원 글이 10개가 넘는다. 한 청원 글은 지난달 22일 총 35만 4857건의 동의를 얻고 마감했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해 주요 내비게이션 앱에는 스쿨존 우회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운전자보험 가입도 늘었다.
4월 한 달 동안 주요 손해보험사 신규 계약만 45만 3천건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 경찰 "단속 효과 있어…억울한 운전자 없도록 모니터링할 것"
경찰은 민식이법 시행 이후 단속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 조사 결과 어린이 부상 사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8%가량 감소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24일까지 한 달 동안 스쿨존 내 속도위반 단속 건수는 12만 567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3만 6438건)보다 1만여건 이상 줄었다.
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부상사고는 21건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코로나19 사태로 정식 개학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단속 및 사고 추이를 지켜볼 방침이다. 경찰은 법 적용도 신중히 하겠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21건, 어린이 23명 부상 사고에 대해서는 법리를 검토하면서 사건을 처리해나가고 있다"며 "△규정 속도(30km/h 이하) △어린이 안전 의무 2가지를
모두 준수했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각 지방청에 사건과 관련한 면밀한 모니터링 지침을 내린 상태"라며 "어린이 교통사고를 자세히 조사하면서도, 혹시나 있을 억울한 운전자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어린이 안전' 위한 법…억울한 운전자 보호 방안 있어"
민식이법에 반발하는 여론이 거세자 국회에서는 법안 수정 가능성이 포착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작용 등을 살펴본 뒤 21대 국회에서 처벌과 관련한 개정안을 발의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률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판례가 쌓일 때까지 지켜보자는 내부 기류도 읽힌다.
법률사무소 세웅 현승진 변호사는 "윤창호법과 사실상 처벌 수위가 같은데,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만취 운전을 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형량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식이법을 적용하는 요건이 '운전자 부주의나 중과실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할 경우'로 명시돼 있는 만큼
처벌 수위를 낮추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변호사는 "무결한 법은 없다. 어린이 생명·안전과 비교했을 때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스쿨존에서는 아이가 튀어나올 것을 염두에 두고 좌우를 보고 운전하고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억울한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교통사고처리법 등 다른 법률을 의율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등 억울한 운전자를 보호
하는 방안은 충분히 있다"며 "부상 사고의 경우 벌금 하한이 500만원이지만 작량감경(재판부 재량에 따른 형량 감경)
하면 250만원으로 이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처벌 강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스쿨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강상욱 박사는 "사전예방도 중요한데 사후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다 보니 편법이 나오고 실질적인 효과도 떨어진다"며 "스쿨존 환경 특성, 차량 흐름 등을 고려해 법이 잘 실행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보행자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걸어갈 수 있도록 신호 체계를 설정하고, 보행 신호가
끝난 뒤 3~4초 간격을 두고 차량 신호를 보낸다.
우리나라 스쿨존 구역은 학교 정문 반경 300m인 데 반해 일본은 500m까지 돼 있고, 제한 속도도 20km/h다.
민식 군 부모는 지난달 27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부사항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도 좋다"며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자는 것이었고, 아이들 지켜주자고 만들어진 법
‘민식이법’이라고 일컫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설명하는 개정 이유, 즉 “자동차의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도록 함으로써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라는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동차가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고, 사회는 어린이를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어떤 정도로 해야 하는지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든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항상 주위를 살피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는 것, 그리고 어린이와 보호자도 각별히 주의하면서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자는 교육과 캠페인만으로 모든 사람이 행동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람을 항상 믿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과격한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다.
가령 도시계획의 원칙을 새로 짜서 스쿨존에 차량의 진입을 막는 것이다. 스쿨존 주위의 도로를 봉쇄할 수도 있고
운전자가 불쾌할 정도로 과속방지턱을 높고 촘촘하게 설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전략이 강한 반발을
낳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누군가 제안할 법도 한데 논의가 없는 해결책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의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스쿨존에 진입하는 차의 위치를 자동으로 경찰청 관제 시스템으로 보내고, 이 시스템이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와 통신하면서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차량 감지 센서를 곳곳에 달아놓고 차가 스쿨존을 떠날 때
까지 시속 10㎞ 이내로 원격조종한다.
운전자에게서 차의 제어권을 일시적으로 빼앗아 자동차를 (경찰의 통제를 받는) 자율주행차로 만드는 것이다.
효과는 확실하겠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려운 시스템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들 대신에 우리가 결국 채택하는 것은 ‘민식이법’에서처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망이나 상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거나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서 무인 교통단속 장비, 신호기, 안전표지 등을 설치하도록 하는 정도다.
우리는 테크놀로지나 인프라에 모든 강제력을 부여해서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운전자의 의지나 습관을 유도
하는 느리고 간접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다거나 단속 장비의 효과가 없다는 식의 논란도 생긴다.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면서 논란을 일으키는 대책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은 단지 예산이나 기술력이 부족
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운전자의 의지나 습관에 호소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운전자를 영혼이 있는 존재, 자율적인 시민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법과 정책이 상정하는 운전자는 때로 깜빡하고 실수하기도 하지만, 카메라와 신호기와 안전표지를 보면서 이곳이 우리가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다. 간단히 말해
‘어린이보호구역’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사람이다.
어린이날 직전에 나왔다가 논란을 일으킨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제목의 스마트폰 게임은 운전자에 대한 이런 가정을 포기하고 있다.
스쿨존에 진입한 택시가 반대 방향으로 달려오는 어린이들을 좌우로 피해야 하고, 얼마 못 가서 어린이와 충돌하면
바로 경찰에게 체포된다는 설정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운전자가 사회적 합의와 법이 작동하는 공간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점을 부정한다.
대신 운전자를 그저 어린이라는 장애물을 피해서 스쿨존을 뚫는 기계적 행위자로 가정한다. 이 게임은 어린이를 도로에 난데없이 뛰어드는 장애물로 희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는 게임이 운전자를 영혼 없는 로봇 같은 존재로 희화한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초등학생들을 피하세요. 초등학생을 건드리면 큰일 나요.” 스쿨존에서의 운전을 이런 식의 게임
미션처럼 생각해서는 ‘민식이법’의 문제를 토론할 수도 없고 사고를 막지도 못한다.
운전은 법과 제도와 도덕과 기술이 복잡하게 얽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행위다.
이 복잡한 조건 속에서 자동차와 운전자와 어린이의 행동을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는 것이 민식이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일 것이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
▲ 스쿨존 내 무인 단속 모습 (C) 포항북부경찰서 제공
민식이법 시행 효과, 실제 등교개학 후 다시 봐야
지난해 12월 소위 ‘민식이법’으로 일컬어지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
에서 통과돼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지 한 달 이상 지났다.
‘민식이법’ 시행 후 4월 30일까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와 어린이 부상자 수가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는 보도가 있었다.이 법 시행이 어린이 보호구역내 교통사고 감소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초등학교 등하교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사고 발생 감소가 오롯이 ‘민식이법’ 법 시행 효과
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등교개학이 실시된 이후에야 법 시행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어린이보호구역 내 부주의로 어린이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13(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상의 가중처벌)에 대해서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있는 이 조항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과실로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를 ①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②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다른 범죄와 비교해보면 법정형의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등교 개학 일정이 다가온 현 시점에서 사람들이 과연 위 법의 적용요건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물론 명확하게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막연히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초과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에만 위 법이 적용된다고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제한속도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또 제한속도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린이 안전에 유의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된다면 위 법이 적용돼 가중처벌 받게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유의할 필요가 있다.물론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에게 과실이 전혀 없다면 위 법이 적용되지 않겠지만,교통사고 처리 관행을 살펴보면
‘차 대 사람’ 사고의 경우 교통사고사실 확인원에 차량 운전자가 가해자로 기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쉽게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사고는 예기치 못한 순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어린이 보호구역내 사고와 관련될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등하교 시 가급적이면 개인 차량 보다는 어린이집 차량이나 스쿨버스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부득이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하게 될 경우에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주위를 여러 번 살피는 등 조심 또 조심해 사고 방지에 만전을 다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신제 변호사
■ 약력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법률사무소 링컨 (공동)대표 변호사△강원지방변호사협회 교육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