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재난 상황이 아닌 평시에도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시작됐다.
올해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나랏빚이 100조원 가까이 늘고 국가채무비율이 43%대로 올라서는 가운데 정치권의 이런 논의가 현실화할 경우 효과는 크지 않고 재정건전성만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에 1인당 2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경을 편성하자"고 정부에 공식 건의해 화두로 떠올랐다.
"이 지사의 제안에 동의한다"(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7월쯤 경기가 또 떨어지고 국민들이 아우성을 치면 2차 재난지원금이 안 나가는 것은 힘들다"(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등 여당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거론되는 대로 1인당 20만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5천178만명(2019년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기준)에게 지급하려면 10조3천5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이 12조2천억원 규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줄 경우 총 22조5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전 국민 지원금 지급에 투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2차와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이미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졸라맷다고 말했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는 850조5천억원으로 늘고, 작년 대비 증가 규모도 109조7천억원으로 100조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국가부채
(CG) [연합뉴스TV 제공]
전문가들은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또 전 국민에 지급하면 나라 재정이 어려워져 코로나19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실탄'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위기 상황에서 재정을 확장적으로 쓰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은 큰 효과가 없었다고 본다"며 "고용보험 미가입자, 자영업자 등 피해가 큰 쪽에 집중적으로 지원했어야 한다. 2차 추경 때 제대로 쓰지 못한 돈을 3차 추경 때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확대로 수출이 무너지면서 기업들은 올해 말 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점점 버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데 그때 쓸 우산이 필요하다. 재정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인기영합적인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선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2차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전 국민 대상이 아니라 적어도 소득 하위 50% 미만 등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며 "이제는 경기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제 도입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운을 떼면서 여야 간 논의에 점차 불이 붙을 태세다.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만약 전 국민에게 1인당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1년에 310조6천8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올해 3차 추경 기준 나라 예산 547조1천억원의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기본소득은 일회성이 아닌 평생 지급이기 때문에 매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도입하더라도 기존 복지제도 개혁과 세입 확충 등이 필수라는 지적도 많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게 하는 것은 복지가 해야 하는 일이고, 기본소득은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라 다른 개념"이라며 "국민연금 재정개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원식 교수는 "평생 제공하는 기본소득은 재정 부담을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한 개념"이라며 "만약 하게 된다면 복지 개혁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기본소득제 도입 모두 선을 긋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재정당국을 맡는 입장에서 저는 추가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아직 정부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홍 부총리는 또 "아직 우리 여건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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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국가채무비율 40% “IMF 기준으론 100% 넘어…실탄 부족 우려”
●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증가 폭 역대 최대 예상 ● 40%, 코스피2000 같은 경험·심리적 방어선 ● “공기업, 공기관, 준공공기관 합치면 국가부채 100% 돌파”
● “대통령과 참모진 원하는 수치만 봐…재정건전성 악화에 둔감” ● “채무 증가 속도 빨라 시장에 악영향” ● “코로나 재유행 등 이런 추세 2,3년 가면 재정위기 우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을 전망이다. 국가채무 관리의 ‘마지노선’이 붕괴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 대응책에 ‘실탄’을 대거 뿌렸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유지의 기준이 훼손됐다는 우려와 재정 확대가 불가피해 40%라는 수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반박이 맞선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819조 원에 달한다. 당초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 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39.8%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차(11조7000억 원), 2차 추경(12조2000억 원)에 따른 채무 증가로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41.2%, 41.4%로 늘어났다.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 역대 최대일 듯
정부가 예고한 3차 추경은 30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에 머무를 것을 전제하면(4월 23일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8%에서 0%로 하향 조정) 국가채무비율은 44.4%까지 높아진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4월 14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근거로 국가채무비율이 최고 45.4%(지난해 대비 7.3% 상승)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가채무비율 40% 돌파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근거가 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0월 22일 문 대통령은 국회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에 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건전성 면에서 최상위”라고 말했다. 확대 재정에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가채무비율 40% 돌파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홍남기 부총리는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가채무비율이 40% 초반이라 OECD 평균(110%)이나 선진국에 비해 절대 규모가 낮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가 워낙 빨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여당과 기 싸움을 벌인 ‘재정 항명’ 논란 후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그렇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전문가들은 국내외 채무 관리 노하우에서 비롯된 경험적 기준으로 풀이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0%라는 숫자는 코스피 2000선과 같은 경험적·심리적 방어선에 가깝다. 정부가 채무를 관리하면서 ‘이 선을 넘기면 곤란하다’고 정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뚜렷한 이론적 근거가 있거나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0% 마지노선’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족보에도 없는 것’이다.
그런 식의 논리면 40%가 아닌 30%에서 막으면 되지 않느냐”며 “경제학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몇 퍼센트일 때 적정한지 이론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4 0%를 고집하는 것은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0% 마지노선? 족보에도 없는 것”
40%가 국가채무비율 관리의 기준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 국가채무비율은 17.1%였고, 2005년 25.9%, 2010년에는 29.7%였다. 2010년대 들어 국가채무비율 30% 시대가 열리자(2011년 30.3% 기록) 적어도 4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0년 8월 소일섭 당시 전북대 경영학부 초빙교수는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의뢰로 낸 ‘국가채무관리 강화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국가채무비율을 3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국가채무비율 40%가 허상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암묵적 가이드라인일지라도 국제 기준을 염두에 둔 기준이라고 분석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40%를 마지노선으로 삼는 것은 국가신용등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채무비율이 민감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채무비율 40% 이하인 국가들이 신용등급 AA급에 대거 포진해 있다. 채무비율이 급등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국가채무비율의 추이나 경제성장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올해 2~5월 기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상위 3번째 투자등급 Aa2)와 무디스(상위 3번째 투자등급 AA), 피치(상위 4번째 투자등급 AA-)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종전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피치는 2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에 따른 재정지출 관리가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성장제약·정부 채무 증가를 등급 상향을 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채무비율이 급등할 경우 신용등급 강등으로 외화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0% 선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의 또 다른 근거는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fiscal rules)이다. EU는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제104조에 따라 회원국에 EU 재정준칙을 준수하라고 권고한다. 유로존 가입 조건이기도 하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재정적자 비율 3% 이하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국가채무’에 숨은 빚 525조 원
한국에선 인구고령화에 따른 복지재정 부담과 향후 통일비용 소요를 감안해 EU 재정준칙보다 20% 낮은 40%가 관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재정준칙 이상의 빚을 진 EU 회원국은 늘 재정위기를 겪었다.
가령 2010년대 들어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맞았다”며 “2007년까지만 해도 정부 재정이 건전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평균 재정수지가 -5.6%로 악화된 탓이다. 결국 3년이 채 안 돼 재정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가채무 규정에 함정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재정법은 국가채무를 중앙·지방정부의 채무와 차관, 국채 등으로 규정한다. 국가 재정에 중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는 공기업 적자나 공적 연금 충당금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의 채무만 525조 원에 달한다.
오정근 회장은 “대부분 선진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정부재정통계매뉴얼(GFSM)에 따라 광의의 ‘부채’ 개념을 따른다. 국가의 직접 보증 채무만 계산하는 ‘채무’ 개념은 사실상 한국에서만 쓰는 말”이라고 말했다.
2001년 이후 IMF의 GFSM은 국가 보증 채무는 물론 공공기관 채무 중 국가 기능을 대신 수행해 발생한 부분도 포괄한다. 공무원연금 장기충당금과 중앙은행의 통화안정증권도 포함된다. 한국의 국가채무 규정도 GFSM 기준을 참고했으나 문제는 국가채무 범위를 좁게 보는 1986년도 판을 따랐다는 것. 오 회장은 “현행 GFSM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이미 100%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채무가 비교적 빠르게 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라 관리 가능하다”면서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시기가 다가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은 연금 충당금이 크게 늘면 잠재적 재정 부담이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원하는 수치만 골라 봐 재정건전성 악화에 둔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의 경우 국가의 직접채무 비율만 계산해도 GDP 대비 40%가 넘어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이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는 나라의 빚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익명의 금융전문가는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OECD 평균치 110%까지 늘려도 된다는 의견 모두 어떤 면에선 사실이다. 양 측 모두 거짓말은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전문가는 “대통령과 주변 참모진이 재정에 대한 전문성이 낮아 원하는 수치를 취사선택해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재정건전성 악화에 둔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도 문제다. 기재부는 지난해 펴낸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비율을 2021년 40%대, 2023년까지 40%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기재부가 매년 당해 포함 5년간의 재정운용 목표와 방향을 밝힌 문건이다.
기재부의 계획보다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성태윤 교수는 “최근 한국의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40%라는 기준이 철칙은 아니지만 30%대에서 채무가 늘어난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언제든 재확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난 것을 우려했다.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되도록 국가채무비율 40%대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탄’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현재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려 재정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반대급부로 회사채가 잘 안 팔린다”며 “시장이 위축돼 회사채를 소화하기 어려운데 민간의 자금조달을 방해할 수 있다. 자칫 코로나19 경제 대응에 엇박자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오정근 회장도 “‘빚잔치’를 계속하다 올 하반기 코로나19가 재창궐하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사망’이다. 이런 추세면 2,3년 이내 재정위기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16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나랏빚이 1년 만에 110조원 늘어나면서 국민이 짊어질 국가채무도 1인당 200만원씩 증가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차 추경안 기준 예상 국가채무(D1·중앙+지방정부)는 84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결산 기준 국가채무 728조8000억원보다 111조4000억원(15.3%) 늘었다. 국가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구성된다. 전체 국가채무의 절반을 차지하는 적자성 채무는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빚으로,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전체 국가채무를 2020년 2월말 주민등록인구 기준 5184만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62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인당 국가채무 1406만원보다 1년새 국민부담이 215만원씩 증가한 것이다.
1년새 늘어난 국가채무 111조4000억원을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나랏빚은 3123억원씩 증가할 전망이다. 초단위로 계산하면 1초에 361만원의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채무 증가속도를 우려하면서 여전히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방송에 출연해 "(3차 추경 기준)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OECD 평균인 110%보다 양호하고 재정여력이 있다는 것이 통칭된 평가다"며 "다만 재정증가 속도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정부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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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5조원 이상의 3차 추경안을 확정하면서 국가 채무 급증 등 우려도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3차 추경 규모 [그래픽 연합뉴스]
빛속도로 증가한 나랏빚…국가채무 100조 증가속도 '4→1년'으로
[국가채무]<하>문 정부 누적 채무증가 213.3조원… 박근혜 정부보다 30조 많아
국가채무 100조원이 늘어나는 데 걸린 기간이 4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채무 과속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기준 예상 국가채무(D1·중앙+지방정부)는 84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결산 기준 국가채무 728조8000억원보다 111조4000억원(15.3%)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단기간 국가채무 100조원대 증가다. 국가채무는 2000년 111조2000억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04년 200조원을 돌파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200조원에서 300조원을 넘어설 때도 4년이 소요됐다.
하지만 2008년 300조원대이던 국가채무가 2011년 400조원을 돌파하는 기간은 3년으로 단축됐다.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더 가팔라져 2014년 500조원에서 2016년 600조원으로 2년 만에 100조원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1년 만에 국가채무가 700조원대에서 800조원대로 100조원 증가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의 증가속도를 나타냈다.
올해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쌓인 나랏빚은 박근혜 정권 누적 국가채무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차 추경 기준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문재인 정권 출범 전인 2016년 626조9000억원보다 213조3000억원(34.0%) 증가했다.
이는 2013~2016년 박근혜 정권 4년간 누적된 국가채무 183조8000억원보다 29조5000억원 많은 규모다. 정부도 급격한 채무증가 속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3일 방송에 출연해 "재정증가 속도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정부도 경계하고 있다"며 "장기재정전망을 엄격히 하거나 재정준칙을 마련해서 각별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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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신용등급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떨어지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 송금과 환전 등 외환거래를 제한하는 자본통제를 실시했다.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은행 앞에 현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몰려 은행 문을 열기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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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국가채무비율 80%"…자칫하면 아르헨티나 될 판
김우철 시립대 교수 전망 靑 "3차 추경 35조3000억"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8년에는 최대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제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에서 이 정도 채무 비율은 아르헨티나 등이 경험했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우려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재정적자 못 줄이면 '슈퍼 채무국' 전락"
한국경제학회는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와 공동으로 3일 서울 명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이슈와 전망’ 공동 경제정책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2일 미리 내놓은 ‘패러다임 전환기의 재정정책 방향과 과제’ 발제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많이 늘어난 총지출 규모를 하향 조정해 위기 이전 경로로 복귀시키지 못하면, 2028년 부채 비율은 67~80%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80%는 디폴트를 겪었던 아르헨티나(지난해 88.7%)에 육박하는 수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 발 경제 위기 대응에 한국이 쏟아부은 재정‧금융 지원 규모는 GDP 대비 13.1% 수준이다. 세계 평균(10.3%)을 2.8%포인트 상회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240조원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여기에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도 더해진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3차 추경 규모에 대해 “35조3000억 정도로 맞췄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정·청은 지난달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적어도 내년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럴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20조원,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6%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교수의 관측이다.
▶내년 예산 지출 올해 대비 9% 이상 증가 ▶세입 증가율 3% 이하 ▶경상성장률 4% 이하 중 한 가지 이상 현실화했을 경우를 가정했다. 국가채무 비율도 5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재정 지출 증가 속도를 제어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거라고 김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확대된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면, 한국의 국가채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까지 계속 늘어나 대외신인도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8년 국가채무 비율 80% 도달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 위기’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고령화의 빠른 진전 속에 충분한 세입 확충이 없다면 일본처럼 슈퍼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일본은 엔을 보유한 기축통화국으로 높은 채무 비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국가신인도 급락과 더불어 높은 채무 비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증세나 세출 삭감은 현재의 대립적인 국회 구도 및 대통령제 하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치적으로 중립적‧독립적인 재정기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 성장퓰 5년마다 1%p 감소
그래픽=신재민 기자
나랏빚은 늘어나는데 성장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한국 거시경제 진단’ 발제문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지난해까지 5년마다 연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씩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 여파와 관계없이 한국 경제는 이미 구조적으로 장기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두 교수는 “장기성장률 하락의 50%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감소, 35%는 산업구조 변화, 15%는 고용 증가율 감소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속적인 성장률 하락 방지를 위해선 제조업 대비 낮은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서비스업으로 고용이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올 국가채무 증가액 100조 육박…코로나 이후 증세론 ‘솔솔’
ㆍ채무비율 4.7%P 늘어 43.5%…선진국 대비 땐 양호한 수준 ㆍ문제는 증가 속도·고령화…내년 예산 편성 앞두고 논의 물꼬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올 상반기 60조원 규모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가채무가 당초 계획보다 35조원 증가한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재정건전성에 관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코로나 이후 사회구조를 재편하려면 중장기적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279조7000억원으로 1차 추경 당시의 예상치(291조2000억원)보다 11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기업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5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빚은 늘었다.
1~3차 추경 편성으로 인한 국채 발행액은 37조5000억원이다.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기준 805조2000억원보다 35조원 증가했다. 지난해(740조8000억원)보다 99조4000억원 늘었다.
국가채무 증가세가 당장 큰 부담은 아니다. 3차 추경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지난해보다 4.7%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주요 선진국들의 국가채무비율이 평균 17.2%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에 비하면 절대규모도 작고 증가속도도 빠른 편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 재정이 고령화로 인해 부채 부담이 줄곧 커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기재부는 2019~2023년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은 3.9%인 데 비해 지출 증가율은 이보다 큰 6.5%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기간 조세부담률은 19.6%에서 19.4%로 낮추고, 국민부담률은 같은 기간 26.8%에서 27.4%로 높이는 것이 정부 목표이다. 증세는 염두에 두지 않고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만 소폭 인상 계획이 있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을 담은 확장재정 정책으로 2~3년간 경기를 부양하면 성장률이 올라가면서 세수도 자연히 증가하고 재정건전성도 좋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3차 추경안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의 재정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국가채무 증가속도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며 “이 점을 감안해 추경 규모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기 없는’ 증세 논의를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 없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정책들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의 정책은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섣불리 증세에 나섰다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편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기가 살아났을 때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총수요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다”고 말했다.
정부가 3일 역대 최대인 35조3천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함에 따라 올해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비율 대폭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국회에서 3차 추경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정부 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2천억원으로 커진다. 이는 올해 예상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8% 수준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6%)을 넘어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2차 추경에 비해 21조2천억원 증가한 840조2천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는 2차 추경 기준(41.4%)보다 2.1%포인트 높은 43.5%까지 올라간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더욱 크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728조8천억원에서 100조원 이상이 늘고, 국가채무비율은 38.1%에서 5.4%포인트 오르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취약계층 보호와 경기 부양, 산업구조 변화 등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셈이다. 이번 사태에 따른 국가채무비율 상승은 국제통화기금(IMF)도 예상한 바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4월 ‘재정 보고서’(Fiscal Monitor 2020)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채무비율이 전년보다 전세계적으로 13.1%포인트 오르고,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17.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 해 추경을 3차례 편성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전시 상황이며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앙·지방정부 및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더한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은 회원국 평균 109.2%이며 미국 106.9%, 프랑스 122.5%, 일본 224.1%인 반면 한국은 40.1%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주요국보다 재정 여력이 남아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하기보다 신속한 재정 집행을 통한 경기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 자료를 보면,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투입과 금융지원 규모는 지난 4월 기준으로 독일 34.0%, 일본 20.5%, 영국 18.8%, 미국 11.1% 등이고, 한국은 12.8%였다. 3차 추경을 더해도 1~2%포인트가량 오르는 수준이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금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이 100%가 넘는 미국 등에서도 위기 대응이 우선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다”고 밝혔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2차 추경이 좀 더 큰 규모로 집행됐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3차 추경이 마련됐으니 국회에서 서둘러 통과시켜 빨리 집행하는 것이 위기 극복은 물론 향후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코로나사태 극복을 위해 한목소리로 3차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대통령은 “전시(戰時) 재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과감한 재정지출을 주문했다. 이미 1, 2차에 걸쳐 24조원 가량의 재정지출이 집행되었고 이번 3차에서는 30조원이 넘는 추가 재정지출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정부의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이번 정부 들어 36%에서 46%까지 증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정부는 부채는 늘지만 재정지출이 GDP를 더 많이 증가시키면 GDP 대비 부채비율은 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좋은 채무론’을 들고나왔다. 재정지출증가가 GDP를 증가시키고 이는 세수증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다. 소득을 늘려서 성장을 늘린다는 소득주도성장론에 이은 부채주도성장론이란 전무후무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채무에 기반을 둔 재정 확대는 GDP를 정부지출보다 더 많이 증가시킬 수 없고 재정건전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즉 다음과 같은 이유로 좋은 국가채무는 없는 것이다.첫째, 국가채무는 한없이 증가할 수 없고 늘어난 국가부채는 언젠가 누군가는 갚아야 한다. 우리 세대에 세금을 올리든지, 아니면 자식 세대에 세금을 올리든지 해야 하고 내가 안 내더라도 우리 사회 누군가는 내야 한다. 정부는 일단 증세는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간접적 증세는 일어나고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 기타소득의 필요경비인정 비율 축소, 임대소득 비과세기준 축소, 기업에 대한 각종 준조세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꼼수 증세는 간접적으로 경제 전체에 세율 인상과 같은 영향을 준다. 경제학에는 리카디안 대등정리란 이론이 있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소비 주체는 늘어난 정부지출이 결국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알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추후 세금 인상을 대비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정부지출의 증가가 소비나 국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오히려 추후 늘어날 세금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둘째, 늘어난 정부지출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발 확대재정정책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복지지출이나 유동성 부족으로 생존이 위태로운 기업들을 살리는데 집중되어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단기간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경우 당연히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살려야 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경기 부양으로 인해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는 이번 정부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친노동 반기업규제조항의 완화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셋째, 코로나 위기의 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경제의 불확실성 지속은 국가채무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계속된 국가부채의 증가는 국가신용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투자자의 국채 보유 비중이 큰 나라는 늘어난 채무로 인한 국가신용도 하락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해외투자자의 국채투매는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전시상황에 맞먹는 경제 위기임은 틀림없다. 이미 이자율을 낮출 만큼 낮춘 상황에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힘을 잃었고, 단기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확대재정지출만큼 효과적인 정부 정책은 찾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의 신속한 추경 진행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재원 조달방안 없이 국가채무에 기댄 지출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방역전문가들은 이번 겨울 다시 대규모의 코로나 유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추후 4차, 5차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계속해서 국가채무증가로 이를 메꿀 수는 없다.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정책도 필요하지만 좋은 채무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적절한 재정지출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도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