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 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2020.10.1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주열(66) 현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의 '박근혜 사람' 신임..女는 유명희, 男은 이 사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역시 길게 가니까 성과가 나타나네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은행 역사상 44년 만에 연임에 성공해 6년 반째 중앙은행 총재직을 이어가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에 대한 이야기다.
문 대통령 취임 2년 차이던 지난 2018년 3월. ‘적폐청산’을 제1 공약이자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던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한국은행 총재로 그를 지명했다. 정계를 비롯해 금융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이 총재를 처음 임명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양적 완화로 경기를 부양하는 내용의 ‘초이노믹스’를 지원했다는 평가까지 받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이 총재를 연임시키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문 대통령이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이 총재 지명 직후 브리핑에서 “이 총재의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국가들은 중앙은행 총재가 오래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펼치도록 한다. 이 (총재) 후보자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관해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식견과 판단력을 갖췄다”며 박 전 대통령이 이 총재를 지명한 배경을 설명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중앙일보에 “문 대통령이 능력만 보고 ‘전 정권 사람’을 연임시킨 것”이라며 “전 정부 인사 중 문 대통령의 발탁으로 빛을 본 케이스가 여성 중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라면, 남성 중에는 이주열 총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임 직후인 2018년 11월 국제결제은행(BIS) 이사로 선출됐다. 이사회는 주요국 중앙은행 60곳이 참여하는 BIS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한은 총재가 이사를 맡은 것은 1997년 한국이 BIS에 가입한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에는 미국의 금융전문 월간지 글로벌파이낸스가 매년 발표하는 중앙은행 총재 평가에서 2018년 연임 이후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등급은 A-였다. 일본은행 총재는 B등급, 중국 인민은행장은 C등급이다. 문 대통령은 이 총재와 한은에 대한 신뢰를 여러 차례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도 “경제에 대한 조사연구보고서 가운데 한국은행 자료가 가장 수준 높다”며 “그러나 한은의 독립성 때문인지 고급 조사보고서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제공해 정책에 반영되고 민간연구소도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는 고용”이라며 “고용 확대를 위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도 이 총재에게 고마움을 표한 적이 있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던 지난 3월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비상 정부체제로 전환한다”며 “방역 중대본처럼 경제 중대본의 역할을 하게 될 비상경제회의를 가동한다”고 말했다. 그런 뒤 “50조원 규모의 특단의 비상 금융 조치를 결정한다.
이번 조치를 결정하는데 한국은행이 큰 역할을 해줬다”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마무리 발언에서는 이 총재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이 총재의 연임 이후 통화 스와프와 관련해서도 국제금융 시장에서 확실한 영향력을 가지게 됐고 국제무대에서 발언력과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개각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개각을 너무 자주 한다”, “장관을 너무 자주 바꾼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2011년)에서 “법무장관은 적어도 2년, 가능하면 대통령과 임기(5년)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적도 있다.
이 총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와 독립성 보장이라는 태도와 달리 여당 의원들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총재에게 집중포화를 가했다.
이 총재가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정부의 재정준칙에 대해 14일 “장기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발이었다. 재정준칙은 국가 채무 비율을 국내 총생산(GDP)의 60%, 통합 수지 적자 비율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문받고 있다.
2020.10.16 z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16일 국감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코로나라는 엄중한 시기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는 거냐”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일영 의원은 “엄격한 재정준칙, 그런 얘기를 왜 했느냐”고 몰아세었다.
여당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많이 당혹스러우실 것 같다. 한은이 계속 독립적 목소리를 내셔야 한다”며 이 총재를 격려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혼이 나더라도 당당해야 국민들이 한국은행 엘리트집단을 따라간다. 고용 문제나 금융 문제나 당당하게 보고서를 내고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당과 야당이 국가부채 관리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했다. 여당은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한 만큼 '재정준칙'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의 과도한 재정부양에 따라 향후 빚이 큰폭으로 늘어나는 만큼 '재정준칙'의 엄격성을 주장했다. 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금통위 때처럼 원론적인, 그리고 교과서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양쪽 모두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엔 재정준칙에 대해 적대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가 빚이 대폭 늘어나는 데 대한 경계감이 크지 않은 만큼 최근 재정준칙을 발표한 홍남기 부총리를 비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 야당, '한은이 재정정책 위한 기재부의 하청기관 될 가능성' 우려하기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국은행이 정부 재정정책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느 나라든 재정정책엔 집권당의 목소리가 담길 수 밖에 없다. 재정정책은 사실 정치적인 요소에 크게 좌우받는 측면이 크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재정정책에 방점을 찍었던 가운데 전염병 사태가 겹치면서 국가빚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안이한 돈 쓰기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한국은행 국감에선 제1야당이 이런 스탠스를 취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정책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지금 야당 의견은 물리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면서 한은이 정부 재정정책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지 우려했다. 서 의원은 "정부가 과도하게 채권을 발행하고 한은이 이를 맹목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금까지 한은이 많이 매입하지 않았음을 주지시켜야 했다. 이 총재는 "올해 100조원 넘는 국고채가 발행됐지만 한은이 매입한 것은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불안해질 때, 금리가 크게 뛸 때 국채를 매입한다. 정부 지출의 화폐화 차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정부의 재정준칙이 '안일하다'고 보면서 한은 총재가 자신들의 편에 서주길 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신용평가사) 피치가 신용등급하락 압력으로 경고한 수치가 GDP 대비 부채 46%다. 그런데 내년이면 우리가 46%"라며 당장 피치가 경고한 수준을 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이 총재는 "현재 상황에선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저하가 우려스러워서 위기 상황이 해소되면 엄격한 준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총재는 또 "피치사는 원론적 수준에서 얘기했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재정건전성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 여당, '때가 어느 때인데 재정준칙 따위를...'하는 시각도 많아
하지만 여당의원들 사이엔 '재정준칙' 자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때가 어느 때인데, 정부의 경기부양을 막으려는 시도를 하느냐는 식의 발언들도 적지 않게 나온 상황이다. 이날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주열 총재가 금통위 때 '재정준칙'에 대해 엉뚱한 얘기를 했다면서 맹비난했다.
양 의원은 "(금통위 때) 한은 총재가 재정준칙을 운운하면서 정치 갈등을 유발했다"면서 "그 발언을 보면서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이 때에 한은 총재가 이상한 말을 해서 정치권 갈등을 키웠다면서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또 양 의원의 입맛에 맞는 대답을 해야 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에서) 엄격성만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항변하면서 "지금 같은 시간엔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재정준칙은 엄격성을 기본으로 위기시엔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총재는 양 의원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재정준칙을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 한은에겐 다른 선진국처럼 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이니 만큼 통화·재정정책 모두 한껏 활용해 경기부양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의 (코로나) 대응이 소극이었다"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를 따졌다. 코로나 위기를 맞아 한은은 과거 같으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정책을 펼쳤지만, 적극적인 부양만을 원하는 여당 의원들의 눈엔 부족해 보였다.
이 총재는 "다른 나라 조치와 단순비교해서 소극적이다, 적극적이다 말하기 어렵다"면서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적정범위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은 제로금리 가서 위험채권까지 사들였지만, 우리는 그럴 상황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금융시장, 여당의원들 나라빚 '무감각증' 우려 수준이란 평가도 적지 않아
경기가 어려워 적극적인 재정정책 펼칠 때 이를 비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현재 한국경제의 빚 증가세를 상당히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과 함께 여당의 국가부채 무감각증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서 GDP 대비 국가부채 40%를 강조하던 지금의 여당 의원들은 뭘 하고 있느냐"면서 "그 때는 그런 소리를 하던 양반들이 지금은 무조건 빚을 내자고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여당 의원들은 집단최면 상태"면서 "이들이 경제를 알기는 아느냐. 남은 1년 반 동안 마음껏 돈 쓰자는 생각 밖에 없고 나라 미래는 나몰라라 하는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여당 의원들 중에 미국처럼 양적완화를 하자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면서 "그들의 무지와 오야붕에 대한 충성 경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시장이야 정책에 따라갈 수 밖에 없지만,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너무 큰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국가부채가 양호하다고 하지만, 한국은 부채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우려를 키우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한국의 공기업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지금 눈으로 보는 국가부채는 과소평가됐다는 분석 역시 많다. 여기에 출산율을 늘리는 정책을 계속 실패함에 따라 미래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결국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그 규모와 수준이 관건 아니겠느냐"면서 "다만 지금의 여당 의원들이 이상하리 만큼 부채문제에 대해 안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며 “태생적으로 (한국이) 비(非)기축통화국이란 점은 재정 운용에 있어 상당한 리스크(위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에 대한 이 총재의 훈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세부 방향까지 조언했다. “재정총량 지표에 대한 목표가 단순하고 명쾌해야 하고, 재정준칙의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나 투명한 감사기구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은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은 데다 시행 시점도 문재인 정부 임기 후인 2025년으로 미뤄놨다는 이유에서 ‘맹탕’ 논란에 휩싸였다.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기재부 내부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치·경제계 할 것 없이 비판 여론이 일고 국감에서도 난타당한 상황인데, 한은에서까지 훈수 두기에 나선 데 대해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2025년 시행 예정이긴 하나 2024년 (부채 비율) 전망을 고려하면 상당한 재정 건전화 노력이 필요하며, 절대 느슨한 준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1.25%였던 기준금리를 0.5%까지 빠르게 낮춘 뒤, 7월부터 이날까지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를 내리지 않은 건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이 총재는 “11월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이 총재는 “3분기 연속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아지고, 특히 6월 이후 주택 거래나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늘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어느 정도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최근 증가세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길어진 저금리로 부실한 한계기업이 제때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조급히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엔 생존 가능한 기업까지도 같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숙·장원석 기자 newea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 본부장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네바 주재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희, WTO사무총장 막판 유세···경쟁자 "79개국 지지 확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막판 유세 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날 오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제네바 주재 WTO 회원국 대사 등 60여 명을 초청해 지지를 호소했다. 유 본부장은 WTO 개혁과 다자주의를 복원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WTO가 당면한 주요 과제로 회원국 간 협상 회복, WTO 규범 재정비, 분쟁해결절차 복원 등을 제시했다. 또 WT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 대응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함께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의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1, 2라운드를 거치면서 당초 8명의 후보 가운데 단 두 명만 남았다. WTO는 유 본부장 등 2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9∼27일 최종 선호도 조사를 진행해 늦어도 다음 달 7일 전에는 차기 수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WTO의 164개 회원국이 한 명의 후보에 대해서만 선호도를 제시할 수 있다. 의견 일치가 안 되는 예외적인 상황에는 투표한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AFP=연합뉴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모든 아프리카 국가가 내 뒤에 있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나라가 79개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독일·베트남·오스트리아·칠레·파키스탄·오만 등 6개국 주한대사의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
WTO 수장 선거 최종결선에 오른 유명희ㆍ오콘조-이웰라
(제네바 AFP=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ㆍ외무장관이 지난 7월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각각 출마 기자회견을 할 당시의 모습.
jsmoon@yna.co.kr
문대통령, 유명희 지원회의 주재…"WTO 개혁 적임자"
WTO 사무총장 선거 총력지원…"이낙연, 외교적 역할 부탁"
유명희 "남은 기간 집중적 지지활동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원하기 위한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유 본부장이 WTO를 개혁할 적임자임을 계속 강조해 나가자"며 "남은 기간 친서 외교, 정상통화 등을 통해 최대한 유 본부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총리 외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총리 시절 방문한 나라 등에 대한 외교적 역할을 해주길 부탁하자"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열린 회의에는 유 본부장을 비롯해 정 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 회의 주재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0.12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utzza@yna.co.kr
유 본부장은 문 대통령의 지원에 감사 인사를 한 뒤 "10월 19일부터 27일까지 최종 라운드 기간인데, 지역별로 고른 득표를 하고 모든 WTO 회원국의 지지를 받는 사무총장이 되도록 남은 기간 집중적으로 지지 및 교섭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보고했다, 정 총리는 "쉽지 않은 승부에서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한 것은 대통령의 지원과 후보자 본인의 노력이 결합한 결과"라고 평가한 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은 "우리 후보가 단연 빛나는 상황이다. 짧은 시간 집중적 캠페인이 중요하다"고 했고, 성윤모 장관은 "우리 후보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열세였으나 상승세를 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종 2차장은 "다자무역을 복원할 후보라는 명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가용한 역량을 총동원하되 역할을 분담해 체계적으로 유 본부장의 선거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kbeomh@yna.co.kr
kjpark@yna.co.kr
유명희 WTO 사무총장 후보자.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 제공.
유명희 WTO 사무총장 후보 당선에 힘모은 당정청
유명희 WTO 사무총장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당정청이 총출동,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용한 역량을 총동원해 유 후보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로 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오전 11시부터 유명희 WTO 사무총장 후보자 선거 지원 회의를 주재했다"며 "문 대통령은 친서 외교와 함께 정상 통화를 통해 최대한 유 후보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월 말 출마를 선언한 뒤 줄곧 약체로 평가받아왔으나 최근까지 주요 각국을 돌며 활발한 유세활동을 벌인 결과 선거 2라운드를 통과했다. 현재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함께 결선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발 당시 유 후보자는 언더독으로 불렸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백중 열세 상황으로 볼 수 있고 정확히는 추격자의 위치"라며 "분명한 것은 유 후보자가 대단히 선전해 상승세에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회의에서 유 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선거 시작부터 적극 지원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선거의 최종 라운드 기간인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 지역별로 고른 득표를 받고 모든 회원국의 지지를 받는 사무총장이 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교섭을 전개하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WTO 사무총장 후보는 표를 많이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원국의 비토 여부도 중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쉽지 않은 승부에서 결선 라운드까지 진출한 것은 대통령의 진출과 후보자 본인의 노력이 결합한 결과"라면서 "짧은 시간 성과를 내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남은 기간 동안 저 또한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통상 분야 경험이나 현안 이슈에 대한 능력에 있어 우리 후보가 단연 빛나는 상황"이라며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인 캠페인이 중요하다"고 했다.
통상전문가였던 김현종 국가안보실(NSC) 2차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다자무역을 복원할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가 WTO를 개혁할 적임자임을 계속해 당부해나가자"면서 정 총리를 향해 "총리도 총리 외교에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이 대표에게도 "총리 시절 방문했던 나라에 대해 외교적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끄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계속 파악할 것이고 정상외교나 친서 외교에 계속 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유 후보자를 비롯해 정부 측에서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추가로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 오른쪽은 '코로나 전사'로 불리며 K-방역을 이끈 정은경 질본관리청장. 정 청장은 내년 WHO 사무총장 선거의 후보로도 거론된다.
남편과 메르스에 묻힐뻔 했다, 文이 부활시킨 유명희·정은경
문 정부 들어 깜짝 발탁 공통점 일본 “정 청장 후보 도전 가능성”
[
올해는 WTO, 내년에는 WHO 사무총장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두 ‘여성 파워’로 불리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두고 나오는 기대 섞인 목소리다. 유 본부장은 현재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결선에 올랐다. 정 청장은 내년 선출되는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또한 문재인 정부 들어 깜짝 발탁된 공통점도 있다.
◇‘남편 리스크’와 사표…文 대통령이 승진
유 본부장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통상산업부 첫 여성 사무관, 산업부 첫 여성 국장, 산업부 첫 여성 1급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는 1년간 청와대 외신대변인도 맡았다.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11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 이상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 일각에선 ‘남편 리스크’도 제기했다. 그의 남편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정태옥 전 의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사표를 반려하고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전임 김현종 현 국가안보실 2차장의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최초의 여성 본부장이 된 유 본부장은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문제를 둘러싼 WTO 2심에서 승소했다.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뒤집은 것이다. 여권 핵심 인사는 “2017년 민유숙 대법관을 지명할 때도 남편이 안철수 전 대표의 최측근인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문 대통령은 민 대법관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메르스 때 감봉…코로나로 부활
정은경 청장은 1995년 국립보건원 연구원 특채로 공직에 들어와 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를 찾아 정은경 신임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장·차관 임명장을 청와대 밖에서 직접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발병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했는데 당시 질병예방센터장(국장급)이었던 정 청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정 청장은 당시 감사원이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직 처분을 권고했지만, 중앙징계심의위원회가 권고안보다 낮은 감봉 1개월 경징계 처분을 확정해 질본에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 센터장을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했다. 실장을 건너뛴 파격인사였다. 정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지휘했고, 지난달에는 청으로 승격한 질병관리청의 초대 청장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그를 “K-방역의 영웅”이라고 칭했다.
◇‘홍보맨’ 자처한 문 대통령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8일 “WTO에 후보를 내기로 한 배경은 문 대통령의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35개국 정상에 친서를 보냈고 5개국 정상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유 본부장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당부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25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필리핀과 ‘자유무역협정 협상 조기성과 패키지 공동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정 청장에게도 각별하다. 그는 정 청장이 미국 타임(TIME)의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 때 직접 소개 글을 보냈다. 유일한 현직 정상의 소개 글이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아구스 인도네시아 통상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부산 한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CEPA) 타결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